한 철만 사용하는 다리가 있다. 바로 강원도 지역에 많이 놓여지는 섶다리다. 섶다리란 10월 중순 경에 만들었다가, 이듬해 여름철이 되기 전, 5월 경에 장마가 들면 물에 쓸려 내려가는 다리를 말한다. 이웃 마을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 하천에 물이 줄어 든 겨울 철에 놓는 다리다.
섶다리는 돌과 물푸레나무, 소나무, 솔가지 등을 이용해서 축조를 한다. 먼저 Y자 형의 물푸레 나무를 양편에 거꾸로 세운다. 그 위를 통나무를 잘라 양편에 걸쳐 놓은 후, 긴 소나무로 연결을 한다. 그리고 그 위에는 잔 솔가지를 꺾어다가 촘촘히 놓는다. 틈을 내지 않고 올려놓은 솔가지 위에는 황토를 펴 다진다. 발이 빠지지 않게 만들어 놓는다.
다리의 양편에는 돌과 흙으로 축대를 쌓아 다리와 연결을 시킨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섶다리는 이듬해 장마철에 개울에 물이 불어나면, 물에 쓸려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매년 10월 중순경에 축조를 하면, 이듬해 5 ~ 6월까지 사용을 하게 된다.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에 섶다리를 새로 축조했다고 연락이 왔다. 판운리의 섶다리는 마을 회관 앞에 있다. 평창강을 건너게 되는 이 섶다리는 밤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밤뒤마을과 건너편의 미다리를 이어주는 다리이다. 건너마을인 미다리는 여름이 되면 이 섶다리가 떠내려 가, 다리가 없는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러고 보면 이 섶다리의 용도가 얼마나 이웃간에 중요했는가를 알 수가 있다.
섶다리 위를 건너면 탄력이 있다. 다리가 출렁거리는 것이 완충장치인가 보다. 몇 번을 건너보지만 재미가 있다. 요즈음은 모든 곳에 다리를 건설해 이 섶다리의 용도가 사라졌지만, 섶다리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풍물이다.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도끼와 끌로만 만든다는 섶다리. 그만큼 정성이 깃들어야만 하는 다리다. 모든 옛 풍물이 사라지고 있어 아쉬운 요즈음. 아이들과 함께 주천 판운을 찾아 섶다리를 걸어보면, 아름다운 추억 하나를 만들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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