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광업(U.M)

중국 전자쓰레기 마을

구봉88 2010. 6. 11. 09:48

세계 최대 전자쓰레기 마을, 꿰이위
한·중·일 전자폐기물 처리와 수거시스템을 보다-②

  


 

환경운동연합은 7월 12일부터 22일까지 제3세계 국가로 수출되고 있는 전자폐기물 문제 해결 을 위해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그 처리 현황과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아래 글은 조사단의 중국 방문 후기입니다.

그린피스 차이나, 2003년부터 중국 전자폐기물 저감 운동 시작

그린피스 차이나 본부는 홍콩에 위치해 있으며, 지역조직으로 북경과 광쩌우에 사무실이 있다. 우리 조사단은 홍콩섬에 위치한 그린피스 차이나 본부를 방문하여, 전자폐기물을 담당하고 있는 에드워드씨(Chan Yue Fai, Edward)를 만났다.

그린피스 차이나는 전자폐기물 저감 운동을 2003년부터 시작했으며, 2005년에는 7~8명의 활동가가 집중적으로 활동하였다. 당시 중국 최대 전자쓰레기 마을인 꿰이위의 실상을 해외 언론 및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 중국의 열악한 전자폐기물 처리 현황을 널리 알렸다. 현재는 전자폐기물 담당 활동가가 한명으로 줄어들어 활동이 다소 축소되었지만, 자원활동가를 중심으로 전자폐기물에 대한 감시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홍콩은 전자폐기물 중개 무역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홍콩정부는 해외 전자폐기물 유입은 재활용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활용 과정 중 발생되는 오염물질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규제에 대한 법률이 없는 상황이다.  

그린피스 차이나는 주로 전자폐기물 관련 법 제도의 문제점과 국제무역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운동의 주요 쟁점은 유해폐기물 무역 관련 법률과 유해폐기물 범위 확대(TV 브라운관을 항목에 추가하여 벌금 강화) 등이다. 반면 중국 본토에 위치한 그린피스 차이나의 지부들은 휴렛패커드(HP) 등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전자폐기물 문제를 제기하는 캠페인을 주로 하고 있다.

대개 전자폐기물은 헌옷가지나 폐플라스틱 재질 등 다른 물품들과 섞여서 반입되어 들어오기 때문에 전자폐기물의 유입량은 구체적으로 파악이 어렵다고 한다. 홍콩 항구에서 컨테이너로 실려 온 전자폐기물들은 홍콩의 100여개 영세 재활용업체로 이동된다. 보통 1개 업체에서 하루에 컨테이너 2개 분량의 전자폐기물을 처리한다. 홍콩으로 반입되는 전자폐기물은 미국에서 온 것이 가장 많으며, 다음이 일본과 한국 순이다.

영세 재활용업체는 주로 홍콩 북부, 중국 본토와 인접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주로 농지 위에서 열악하게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영세업체 부근 토양 오염 조사결과 납과 PBDE, PBB 등이 발견되었다.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 홍콩 정부에서는 벌금형을 강화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영세업체가 존재한다.  

영세업체에는 주로 5~6명의 인원이 일하고 있으며, 1차 분류 작업만 진행하고 중국 본토로 전자폐기물이 이동된다. 중국 광둥성에 전자폐기물 처리 마을이 많고 중국 본토에서의 중간처리지역으로 난하이를 거쳐 최종적으로 꿰이위 마을로 이동된다. 주요 품목은 컴퓨터 부품과 TV 부품들이다.  

전자폐기물 중간 수집지역, 난하이 마을

13일, 조사단은 홍콩을 떠나 중국으로 이동해서 중국 그린피스 광쩌우 사무실에 들러 전자폐기물  담당 활동가 라이윤씨(Lai Yun)와의 만남을 가졌다. 그는 특히 중국의 최대 전자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 꿰이위 마을의 실상을 해외에 알리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활동가다. 그를 통해 전자쓰레기 마을 현황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광쩌우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전자폐기물 중간 수집지역인 난하이 마을을 다녀왔다.

중국 당국도 전자쓰레기 마을에 대한 해외 언론보도에 부담을 느끼고 최근 마을과 주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자쓰레기 마을 주민들은 이러한 정부의 감시를 생계의 위협으로 느끼고 있으며,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극도로 심화되었다. 최근 MBC에서 이 마을을 촬영하다가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한 차례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난하이 마을은 평범한 중국 농촌 마을의 모습이었지만, 군데군데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전자폐기물 더미를 볼 수 있었다. 간간히 가게에 컴퓨터 모니터가 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고, 가게 한켠 칸막이에서는 땜납을 녹이는 여성을 보았다. 조사단은 판매상으로 위장하여 살펴본 결과 30여대의 컴퓨터 모니터가 쌓여 있었고, 제품들 중에는 미국의 애플, 일본 소니, 한국 삼성과 현대 제품들이 있었다.

마을 주변에는 아이들이 전선과 전자제품 케이스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경계가 매우 심해 촬영자체가 어려웠으며, 근래 들어 정부 단속이 강화되어 과거처럼 외부에서 공개적으로 전자폐기물을 처리하지 않고 집안에서 음성적인 형태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외부인이 출입하는 소문이 돌면 마을 전체 작업장이 아예 문을 닫는다.

중국 최대 전자쓰레기 마을, 꿰이위 방문

광쩌우에서 버스로 5시간 걸리는 해안도시 산토우로 이동하여, 산토우에서 약 1시간 30분 거리의 꿰이위에 갔다. 전체 인구가 12만인 꿰이위에는 약 10만 명이 전자폐기물 처리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곳으로 세계 최대의 전자폐기물 처리지역이다. 마을을 들어서자 대로변에 전자폐기물이 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난하이 마을과는 달리 각종 컴퓨터 및 소형, 대형 가전제품에서 분리한 회로기판에서 칩을 제거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주로 10대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장갑이나 마스크 등의 어떠한 보호장비없이 맨손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현지 가이드와 함께 팀을 나눠 골목골목을 누비며 살펴보았다. 외관상으로는 골목길은 매우 한산한 느낌이었지만, 실제적으로 집안에서 처리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24시간 작업을 한다고 한다. 집집마다 벽에 환풍구 시설이 갖춰져 있었고, 회로기판들이 외벽에 쌓여 있었다. 환풍구를 통해 시꺼먼 연기와 함께 전선 타는 지독한 냄새가 집집마다 진동하고 있었다. 환풍구 너머로는 젊은 여성들이 회로기판에서 값이 나가는 금속을 얻기 위해 연탄화로에 회로기판을 굽고 있었으며, 외부인으로 인식했는지 우리가 지나갈 때까지 환풍구 너머로 유심히 보고 있었다. 사진은 카메라를 수건으로 가리고 지켜보는 사람이 없을 때에만 촬영을 했다.

꿰이위의 하천 오염 상태도 한눈에 심각해 보였다. 하천변에는 각종 전자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인 채 방치되어 있었으며, 온갖 쓰레기가 하천을 뒤덮고 있었다. 그 쓰레기 더미 위를 닭과 돼지 등의 가축들이 뒤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하천에서 빨래를 하고 몸을 씻고 있는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전자폐기물 소각으로 들판 곳곳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10년여 동안의 전자폐기물을 처리를 해온 이 곳 주민들은 이미 외부지역과는 괴리된 삶을 살아오고 있다. 10년 전에는 농사를 하면서 여유 있게 생활을 했지만, 전자폐기물을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농사할 때보다 벌어들이는 수입이 더 커지자 점차 최대규모의 전자폐기물 처리 지역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작년 2006년 그린피스의 지원으로 이곳 주민들 중 아이들의 체내 납 오염수치를 조사한 결과 80%이상이 납중독으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이후 정부차원에서의 특별한 조치는 없었으며, 여전히 이 곳 아이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