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100세 시인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시

구봉88 2011. 8. 19. 17:46

 

 

  

  

<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 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 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비밀>

 

,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나에게>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잊는다는 것>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 가는 것에 대한
포기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너에게>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나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아침은 올 거야>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 거야
 

 

 

 시바타 도요는 올해 100세 할머니이다.
도요가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모아둔 100만엔을 털어
첫 시집 '약해 지지마'를 출판 100만부가 돌파되어
지금 일본열도를 감동 시키고 있다.
 
1911년 도치기시에서 부유한 가정의 외동 딸로 태어난 도요는
열 살 무렵 가세가  기울어져 갑자기 학교를 그만 두었다.
이후 전통 료칸과 요리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더부살이를 했다.

그런 와중에 20대에 결혼과 이혼의 아픔도 겪었다.
33세에 요리사 시바타 에이키치와 다시 결혼해 외아들을 낳았다.
그 후 재봉일 등 부업을 해가며 정직하게 살아왔다.

1992년 남편과 사별한 후
그녀는 우쓰노미야 시내에서 20년 가까이 홀로 생활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말한다.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오게 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들어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인간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 했네.
 
배운 것도 없이 늘 가난했던 일생.
결혼에 한번 실패 했고
두 번째 남편과도 사별한 후 20년 가까이
혼자 살면서 너무 힘들어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던 노파.
하지만 그 질곡 같은 인생을 헤쳐 살아오면서

100년을 살아온 그녀가 잔잔하게 들려주는 얘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먹고 저마다의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는다.
그 손으로 써낸 평범한 이야기가
지금 초 고령사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제 그녀의 위로가 현해탄을 건너와 한국사람들에게
그리고 미국에도 전해져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인생이란 늘 지금부터야.
그리고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그러니 약해지지 마
 
...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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