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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정보~10-2

구봉88 2013. 12. 15. 23:12


-기업경영정보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3-561호,   2013.  10.  22.)

 

 

 

 

 

1.'엔저 비상'…한국 대일본 수출 부진 본격화

2.시카고 연은 총재 "양적완화 축소 수개월 연기될 듯"

3.정부지출 축소·감세·주택대출 지원 효과…탄력붙은 영국 경제, 3분기 연속 성장

4.지속 가능한 동반성장 위해 2016년까지 6700억 조성

5."실리콘밸리 부러워 말고 한국적 성공법 만들어야"

6. 기업경영

  -규제에 멍들고 중국에 치이고 '게임 한국' 게임 오버?

  -재벌 지배구조 여전히 ‘낙제’… 두산만 ‘A학점’

  -"설계도만 구하면 장난감·그릇 뚝딱 … 100만원대 가정용 3D프린터 나와"

  -동부 “위기 아니다” 반박에도…찜찜한 뒷맛

  -지주회사 전환 권장하더니…이젠 '규제 올가미'

  -[실전 MBA] 'No Surprise(대주주·직원을 놀라게 하지 말라)'

  -국민 보양식품의 배신… 20만원짜리 '홍삼정(등급 외 수삼 사용 기준)'엔 '수삼(水蔘·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인삼)' 3만원어치 들어있다

  -정년퇴직→촉탁직→다시 정규직… “정년 늘려준 회사 고맙죠”

  -코카콜라 캠핑식탁 콘테스트… CJ ‘이동식 밥차’ 운영

  -“네트워크 1위 한국은 창조모델 최적지… 한국기업 글로벌 영역 확장 가교될 것”

  -정점 찍는 한국 스마트폰 업체 ‘내년 위기설’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면접 승리 공식…자신감+솔직함×열정=합격

  -히타치 새 신분증은 '목걸이 PC'…업무 태도·말하는 습관까지 분석

  -MB표 '독이 든 성배' 기업 자원개발 잔혹사

  -"글로벌 마인드로"… 대형건설사 체질 개선 중

  -발칙한 상상·추진력… "우린 회사의 보물 덩어리"

  -[중국에 부는 식품韓流] 초코파이→ 프랜차이즈 제빵→ 우유 등 가공식품…'3차 확장기' 맞은 中 진출 한국식품

  -"지방 가기 싫다" 사표 내는 국책연구기관 직원들

  -월가 잇단 벌금 폭탄에 부글부글


7.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美 하버드大 연구팀 상뇌·하뇌 활용따라 4가지 인간유형 제시

   -[세계의 눈/폴 크루그먼]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北 핵포기 않을것… 美, 북한붕괴 추진해야”

   -올메르트-황창규 대담 … 실패하는 젊음, 공포를 덜어주자

   -셧다운, 아이언맨 15명 만들 돈 날렸다

   -한국 노동·서비스 구조개혁해야

   -美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 내년 태평양 투입

   -조영탁 사장 "명언 찾기위해 10년간 책 2500권 이상 읽어"

   -"기후변화·북핵·글로벌 경제 영향… 亞, 가장 위험한 대륙"

   -[한·중 지식인 ‘중국을 말하다’]“중국 혁명은 사회주의가 아닌 민족자본주의 건설이었다”

   -미·중 경쟁구도 속 동남아, 중국 옆으로 한 발짝 더

   -[이슈추적] 기억하려는 역사만 썼다 … 좌·우, 교과서 전쟁 60년


'엔저 비상'…한국 대일본 수출 부진 본격화


수출증가율 7개월째 둔화, 수출 비중도 급락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로 한국의 대(對) 일본 수출 부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으로의 수출 증가율이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으며 한국 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의 대일본 수출 증가율은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 연속 큰 폭으로 둔화했다.

2월 전년 동월 대비 17.19% 감소한 데 이어 가장 최근 수치인 8월 13.32% 감소까지 7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 일본으로의 수출액이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계속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 이후 최장이다.

대일본 수출이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국내 수출에서 대일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1월 국내 수출에서 일본으로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70%에 달했다.

그러나 엔화 약세로 대일본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5%대로 떨어졌다.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6%를 밑돌았으며 8월에도 5.94%를 나타냈다.

이러한 현상은 역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엔화 약세 심화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엔화 약세에 비해 한국의 원화는 강세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60원선까지 떨어졌다.

한국 원화의 미국 달러화에 대한 통화 가치 절상률은 지난 3분기 6.3%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부각되며 엔저 효과가 주춤하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일본은 수출이 살아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수출은 5월 전년 동월 대비 10.1%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6월 7.4%, 7월 12.2%, 8월 14.6% 등 매달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엔화 약세로 화학, 철강 등의 업종이 타격을 받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주요 수출 품목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인 가격 면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엔화 약세 흐름이 약화한다고 해도 원화와 엔화 환율 수준이 과거와는 달라져 어느 정도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본의 경기 회복과 내년 4월 소비세 인상에 따른 일본 소비 증가 가능성 등은 환율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이 연구원은 "과거 1997년 일본이 소비세를 인상한 시기에도 일시적으로 일본 소비가 급격히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내년 소비세 인상 이전에 일본의 소비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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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연은 총재 "양적완화 축소 수개월 연기될 듯"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 찰스 에반스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1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수개월 연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에반스 총재는 이날 미국 경제전문방송인 CNBC에 출연해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에 따른 경제지표 발표 지연으로 미국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연준의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12월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면서 "고용과 국내총생산(GDP) 등 성장세가 뚜렷하게 회복됐다는 확신을 하는데 필요한 지표들을 얻으려면 몇 개월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셧다운으로 9월 고용동향 등 주요 경제 지표들을 발표하지 못했다.

연준은 올해 10월과 12월, 두 차례의 FOMC 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셧다운으로 주요 경제 지표들이 발표되지 않았고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도 한시적으로 이뤄져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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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출 축소·감세·주택대출 지원 효과…탄력붙은 영국 경제, 3분기 연속 성장



"실물경제 전반 살아나" 정부, 2013년 3% 성장 전망

"주식·집값 상승에 의존" 일각선 거품론도 제기


영국 경제 상승세가 가파르다. 3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8%에 달할 것이라는 게 영국 정부의 전망이다. 3분기 연속 성장이다.

영국 통계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3분기 성장률 전망치 0.8%(오는 25일 공식발표)는 201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통계청은 “2010년엔 당시 노동당 정부가 정부 지출을 늘린 덕이 컸지만 이번엔 정부 지출이 전혀 늘지 않았다”며 “실물 경제 전반이 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3%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영국중앙은행)”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던 영국 경제의 반전은 시장 경제 활성화 및 금융완화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영국 정부는 지난 11일 논란 끝에 영국왕립우편 주식의 52.2%를 상장해 민영화시켰다. 정부의 대학 등록금 지원을 대폭 줄이고, 공공부문 임금 상승률을 연 1%로 정하는 등 긴축에도 힘을 쏟았다. 법인세도 지난 4월 종전 28%에서 24%로 내렸다. 내년부턴 21%로 더 인하한다. 금융부문에는 대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주택구매자금의 20%를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주택구매지원정책(help to buy)을 시행하고 있다. 폴 터커 영국중앙은행 부총재는 “영국 경제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가 사라지면서 현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금융완화 정책이 빛을 보고 있다”고 자평했다.

영국 은행연합에 따르면 지난 8월 모기지 승인 건수는 3만8288건으로 2009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같은 달 전국 집값 평균은 24만7000파운드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빚도 이달 7600만파운드로 4년 만에 처음 증가세로 들어섰다. “소비자 신뢰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데이비드 둑스 은행연합 국장)라는 주장도 있지만 일각에선 거품론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가 발표한 10월 가계금융지수는 41에 그쳤다. 50 이하는 가계가 미래 경제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상위 20% 가계의 경기 전망은 상당히 낙관적(60.6)인 반면 하위 20%는 매우 부정적(33.6)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주식, 집값 상승에만 의존한 경제 성장이 부자 투자자들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영국의 가계소득은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하워드 아처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실질 임금 감소가 빚만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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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동반성장 위해 2016년까지 6700억 조성


[서울신문]

정부가 국정 핵심과제인 동반성장 실현을 위해 2016년까지 재원 6700억원을 조성하는 등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중소기업청, 동반성장위원회와 함께 2013 동반성장주간 기념식을 열고 10대 동반성장 실천계획을 발표했다.

기념식에는 윤상직 산업부 장관,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정재찬 공정위 부위원장과 동반성장 유공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영상 축하메시지를 통해 “동반성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전략”이라며 “동반성장 범위를 더욱 확산하고 ‘일감을 나누는 협력’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키우는 협력’으로 발전시키도록 기업인 여러분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동반성장을 위한 10대 실천 계획은 ▲대기업·공공기관의 동반성장 협의기구 운영 ▲대·중소기업 실정에 맞는 동반성장 모델 정착 ▲중소기업의 자율적 동반성장 활동 전개 ▲2016년까지 동반성장 재원 6700억원 조성 ▲동반성장의 공유가치창출 영역 확대 등이다. 또 ▲중소기업 제품 국내외 판로개척 ▲투명한 대금결제시스템 ▲산업별 동반성장 모델 확산 ▲중소기업 인력 연 20만명 양성 프로그램 ▲동반성장 애로사항 상시적 해결 등도 포함됐다.

동반성장 유공자로는 최병석 삼성전자 부사장이 은탑산업훈장을, 유병현 세양정공 대표가 동탑산업훈장을 각각 받았다.

SK그룹은 동반성장지수에서 국내 그룹 중 가장 많은 3개 계열사(SK텔레콤, SK C&C, SK종합화학)가 최고등급인 우수등급을 받아 기념식에서 동반성장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특히 SK종합화학은 대·중소기업 간 성과공유 부문에서도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김재열 SK 동반성장위원장은 “장기적이며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협력사의 본원적 경쟁력 향상을 통해 함께 발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 “SK는 앞으로도 동반성장을 기업경영의 하나로 정착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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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부러워 말고 한국적 성공법 만들어야"


인터뷰 - 8년째 창업교육하는 배인탁 서울대 교수

“미국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크한다? 듣기에는 좋죠. 하지만 한국은 실리콘밸리처럼 될 수 없고, 되려 해서도 안 됩니다.”

벤처투자자 출신으로 서울대와 KAIST에서 8년째 벤처 창업에 관해 강의하고 있는 배인탁 서울대 교수(사진)는 최근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스라엘식 창업 모델도 국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며 “국내에서 유망한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을 글로벌화하려면 한국만의 성공 방정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텔캐피탈 등 유명 벤처투자사를 거쳐 중견 휴대폰 기업인 어필텔레콤 사장을 지낸 기업인 출신 교수다. 데일리픽을 티켓몬스터에 성공적으로 매각하고 재창업한 ‘버즈빌’의 이관우 대표 등이 그의 수업을 들었다. 배 교수는 창업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는 모임인 ‘V포럼’을 만들어 세미나, 워크숍, 네트워킹 파티 등도 꾸준히 열고 있다.

배 교수는 “창업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실리콘밸리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지역이며, 이스라엘 벤처기업이 성공하는 것도 유대계 네트워크 덕이 크다”며 “참고삼아 방문해볼 만하지만 그대로 따라하면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한 사례가 국내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문화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입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을 겨냥한 팀을 구성해야 현지 문화를 반영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며 호창성·문지원 대표가 창업해 최근 라쿠텐에 매각한 자막 제작·공유 서비스 ‘비키’를 예로 들었다.

최근 그는 국내 모바일 비즈니스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배 교수는 “글로벌 스타트업은 지난 10여년간 한국이 잘해 온 ‘수출’의 일종이 아니다”며 “정부는 단순한 앱 개발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현지 문화와 네트워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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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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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멍들고 중국에 치이고 '게임 한국' 게임 오버?



[이슈추적] 국산 게임 점유율 2년 새 52 → 27%

#올해 5월, 넷마블은 온라인게임(MMORPG)을 개발하는 라다스튜디오를 청산했다. 캐주얼 모바일게임 위주로 사업을 운영하던 넷마블이 대형 온라인게임 개발을 위해 법인을 설립한 지 5개월 만에 손을 든 것이다. 당시 넷마블 측은 “온라인게임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세대 게임 개발사로 분류되는 블루사이드는 올해로 5년째 '킹덤언더파이어2'를 개발 중이다. PC와 비디오게임으로 전 세계 200만 장 판매량을 기록한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 '킹덤언더파이어'의 후속작인데, 충분한 개발비를 확보하지 못한 탓에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루사이드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업계는 현재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했다.

 국내 콘텐트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게임산업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직후 창조 경제를 이끌 '5대 글로벌 킬러 콘텐트' 중 하나로 게임을 꼽았지만, 국회에선 게임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 국내 게임업체 임원은 “국내와는 반대로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수백 개씩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2~3년 내에 온라인은 물론 모바일 게임시장 역시 중국 업체들에 모두 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그오브레전드(LOL) 대표 캐릭터 애시(Ashe). 미국에서 개발한 LOL을 중국 텐센트가 2011년 인수했다.▷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술·마약·도박 함께 4대 중독 몰려

 실제로 연초에 발의된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과 '인터넷게임 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엔 ▶셧다운제는 확대하고 ▶게임 중독 치유 기금으로 매출의 1%를 내놓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표적 사행성 산업인 경마나 도박업체가 부담하는 비율(0.35%)의 세 배가 넘는다. 여기에 올 4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에는 인터넷게임이 마약·도박·술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포함됐다.

규제 탓 개발비 급증, 제작 급감

 이런 규제들은 게임 개발비를 올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시행된 '강제적·선택적 셧다운제'를 지키기 위해 게임업체들이 추가로 투자해야 하는 비용은 한 편당 10억~20억원이다. 평균 개발비의 50%에 육박한다. 올해 발의된 법안들까지 시행될 경우 이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신규 게임물 제작 건수는 2857건(2011년)에서 1444건(2012년)으로 50% 가까이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 출시까지 드는 비용이 신규 개발사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많은 국내 게임업체가 중국으로 넘어갔거나 투자를 받고 있다. 텐센트는 국내 신생 게임개발사인 NSE엔터테인먼트에 4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벤처캐피털사 캡스톤파트너스와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리로디드 스튜디오' '탑픽' 등 국내 7개 게임개발사의 지분을 확보했다. 또 다른 중국 게임회사인 샨다게임즈는 미르의전설·라테일 등을 만든 액토즈소프트, 드래곤네스트의 개발사 아이덴티티게임즈 등을 인수했다.

중국, 국내업체 인수해 시장 잠식

 국내 게임의 빈자리는 외국 업체들이 차지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국산 게임의 PC방 사용 시간 기준 점유율은 2011년 52%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27%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부터 최고 인기인 '리그오브레전드(LOL)' 역시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해 중국 텐센트가 운영하는 게임이다. 김성곤 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사무국장은 “자생적으로 자라나 국내 콘텐트 수출의 근간을 이루던 게임산업이 정부 지원을 듬뿍 받는 중국 업체에 밀리고 있다”며 “규제 일변도인 정부와 정치권 때문에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9만5000여 명의 일자리가 위태롭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게임산업의 발전을 무조건적으로 가로막는 규제 대신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양대 황성기(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게임업체들이 그동안 게임 중독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한 측면이 있다”며 “부모가 요청하면 PC·스마트폰 게임 시간을 통합해 관리하는 등의 방안을 통신업계 등과 함께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매출의 1%를 기금으로 내는 등의 규제는 해외에 서버를 둔 중국 업체에 역차별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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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지배구조 여전히 ‘낙제’… 두산만 ‘A학점’



ㆍ기업지배구조원, 693곳 사회책임·환경경영 등 평가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B 등급으로 평가됐다. 반면 재계 12위 두산은 A 등급을 받았다. 총수가 있는 상위 20개 기업집단에서 한진, 현대백화점, 효성은 지배구조가 최하위 등급이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국내 693개 기업의 지배구조 부문, 사회책임경영 부문, 환경경영 부문(ESG) 등급을 21일 발표했다. 올해부터는 특히 평가대상 기업 전체의 명단과 지배구조 등급을 공개했다. 등급 발표는 2012회계연도를 대상으로 평가한 점수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총수가 있는 매출액 상위 20개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등급을 보면, 두산이 A로 가장 높았다. B+ 등급에는 LG·현대중공업·현대가 속했고, B등급에는 삼성·신세계·SK 등이 포함됐다. LG는 계열사 10곳이 B+ 이상 점수를 받았다. 삼성은 B+ 이상이 9개사, SK는 8개사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전 계열사가 B 이하였다.

최상위인 S 등급은 한 곳도 없었지만 두산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두산은 지배구조뿐 아니라 사회책임경영·환경경영 부문을 모두 합한 통합 등급에서도 B+ 이상을 받은 기업 비율이 100%였다. 두산의 기업집단 내 모든 계열사가 B+ 이상의 등급을 받았다는 뜻이다.

▲ 2005년 경영권 분쟁 이후 전문성·독립성 유지 노력

재계 1위 삼성은 ‘B등급’… 대부분 돈 안 들이고 소유


오덕교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두산은 2005년 경영권 분쟁 이후로 순환출자를 하지 않고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며 “이사회에 위원회를 설치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은 통합 등급으로는 B+를 받았지만 지배구조 부문은 B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체 계열사 중 56.3%인 9곳만이 지배구조 등급에서 B+ 이상을 받았다. 삼성카드와 제일기획은 B, 호텔신라는 C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지배구조 부문은 주주권 보호가 가장 큰 가치로, ‘이사회 구성’ ‘소유구조’ ‘특수관계인 간 거래’ 등을 평가했다.

오 위원은 “삼성은 순환출자가 되어 있고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낮은데 계열사의 지분율은 높다는 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돈 안 들이고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또 특수관계인 간 거래, 즉 일감 몰아주기 비중이 높아 이 부문의 점수가 낮았다.

개별 기업 중에서도 지배구조 S 등급은 한 곳도 없었고, 두산·신한금융지주·KT·KT&G·포스코·하나금융지주·KB금융그룹 등이 A+ 등급을 받았다. 한화·동양강철·태광산업·KG케미칼·우리들생명과학·글로스텍·대양금속·마니커·보해양조·조비·티이씨코·포켓게임즈 등 12곳은 D 등급을 받았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거의 갖추지 못해 주주가치 훼손이 현실화할 우려가 있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이번 조사에서 통합등급이 B+ 이상 나온 기업은 전년보다 0.3% 증가했지만 여전히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낙제점이라고 평가했다. 사외이사제 도입, 주주권 강화, 공시 시스템 강화 등을 통해 지배구조가 좋아지고 있지만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박경서 기업지배구조원장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평균점수가 38~39점으로 굉장히 낙후됐고 12년째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이 모형을 이용하면 외국 기업인 GE는 평균 81점, 마이크로소프트사는 90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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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만 구하면 장난감·그릇 뚝딱 … 100만원대 가정용 3D프린터 나와"

세계 최대 3D프린터회사 '스트라타시스' 자글럼 아태지역 사장

세계 최대 3D프린터 회사인 스트라타시스의 조너선 자글럼 아태지역 총괄사장은 “3D프린터가 3차 산업혁명을 몰고 오고 있다”며 ”머지않아 가정용 3D프린터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스트라타시스]1988년 한 엔지니어가 딸에게 줄 장난감 개구리를 만들던 중이었다. 글루건(glue gun, 접착제 분사기)을 뿌려가며 모양을 잡아가던 그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런 식으로 3차원의 물질을 복사해내면 어떨까?”

 그는 이듬해 3차원(3D) 프린팅 기술에 대해 특허를 내고 회사를 설립했다. 세계 최대 3D프린터 회사 스트라타시스를 창업한 스콧 크럼프 회장의 이야기다. 스트라타시스의 조너선 자글럼 아태지역 총괄사장은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장난감을 만들 때 떠올리던 공상 같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이뤄냈다”며 “3D프린터가 항공기·자동차 등의 주요 부품은 물론 의료·패션·바이오 등에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3차 산업혁명을 몰고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항공기·자동차 부품까지 만들어

 3D 프린터란 3차원 물체를 인쇄하듯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물체 정보를 스캐닝하거나 3D 그래픽으로 설계한 후 플라스틱 액체나 파우더 같은 원료를 사용해 3차원의 물질을 찍어낸다. 지난해 2위 업체인 '오브제'를 인수합병해 미국·이스라엘 합작회사로 재탄생한 스트라타시스는 2012년 매출 3억6500만 달러를 기록, 전 세계 시장의 55%를 점유하고 있다.

 자글럼은 3D프린터가 상용화되면서 제품 출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였다고 강조했다. 예전 방식대로라면 각종 시제품을 만들 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이젠 3D프린터로 제품을 미리 디자인해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제조공정에서 직접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

특히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자리잡으면서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3D프린터로 만든 인공치아·뼈 등을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엔 견고함이 요구되는 비행기 날개를 만들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제품을 찍어내는 원료가 130개 이상으로 다양해지고, 분사기술이 나날이 정교해진 덕분이다.

시제품에 활용 … 개발 비용 줄여

3D프린터로 제작한 로봇 장난감. 그는 “특정 분야의 숙련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비슷한 품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며 “별도의 디지털 설계도만 있으면 제품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도 함께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머지않아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3D프린터를 PC처럼 집집마다 장만하는 가정용 3D프린터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자글럼은 “수십만 달러를 호가하던 가격이 보급형 3D프린터가 생산되면서 이젠 1000~2000달러짜리도 등장했다”며 “소비자들이 상품의 설계도를 사서 그릇·장난감·공구 등 필요한 공산품을 가정에서 만드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3D프린터가 전통 제조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는 선을 그었다. 자글럼은 “대량생산 체제에서 얻을 수 있는 비용절감, 기술 개발 등의 이점을 뛰어넘는 데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며 “전통 제조 기술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첨단 분야나,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필요한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 정밀제품에 제격

 부작용도 염려했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설계도를 입수해 각종 불법 총기를 만들거나, 문화재·예술품의 도면을 손에 넣은 뒤 정교한 모조품을 유통시킬 경우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3D프린터 시장이 커가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마구잡이 제품 복제에 따른 저작권 침해라든지, 불법 총기 문제에 대해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예방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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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위기 아니다” 반박에도…찜찜한 뒷맛

[한겨레] 김준기 회장 직접 나서 위기설 차단

주력계열사인 동부제철·동부건설

내년 만기회사채 6800억·2700억

자산매각·신속인수제로 처리계획

계획대로라면 위기 가능성 낮지만

이익내는 계열사 적어 위험 여전


동양 다음은 어디? 시장에선 동부그룹에 대한 루머가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직접 우려 잠재우기에 나섰다. 과연 동부는 안전할까.

동부는 지난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엘아이지(LIG)투자증권이 ‘그룹리스크 진단보고서’를 통해 “동부그룹의 위험도가 가장 높으며, 차입구조가 동양과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동부그룹의 1년 안 만기도래액 비중이 59.3%인 3조5637억원이고, 사채와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총 차입금의 59.1%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동부그룹은 거세게 항의했고, 엘아이지투자증권은 이틀 만에 정정 보고서를 내놨다. 동부는 따로 설명자료까지 배포하며, 잘못된 분석이라고 항변했다.

‘동부 위기설’의 주 원인은 현재 두 주력 계열사인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사정이 매우 안좋기 때문이다. 건설은 주택경기가 안좋아지면서 직격탄을 맞았고, 철강은 야심차게 1조2300억원을 들여 충남 당진에 전기로 열연공장을 세웠지만 실적이 시원찮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에만 동부건설은 1245억원, 동부제철은 827억원의 손실을 냈다. 두 회사는 차입금도 많다. 동부건설의 8월말 기준 총 차입금은 6577억원이고, 이 가운데 5845억원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이다. 부채비율은 지난 6월 기준으로 499.4%다. 동부제철의 6월 기준 순차입금은 2조2000억원이고, 이중 1조2726억원이 유동부채(1년 이내에 변제해야 하는 단기 차입금)다.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채가 너무 과도하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 사태’ 등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아지면서 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위기설의 골자다.

엘아이지투자증권은 정정 보고서에서 “동부그룹의 경우, 담보제공중인 금융기관 차입금의 연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 시장성 차입금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 기업어음(CP) 발행이 거의 없다는 점, 투자적격등급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동양을 닮아가는 중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동부 쪽의 설명도 마찬가지다. 동부의 차입금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이 3분의 2를 차지하며, 나머지도 회사채이고 기업어음은 거의 없기 때문에 동양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10년 이상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오면서 차입구조도 비교적 투명하단다.

문제는 회사채다. 동부제철에 내년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가 6800억원, 동부건설은 2770억원이다. 동부건설은 회사채 추가 발행 없이 자산 매각만으로도 충분히 버틴다고 설명한다. 빠르면 이번주 안에 서울 용산구 동자동 오피스 건물을 2800억원 정도에 매각할 예정이고,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 지분(1700억원)도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해 매각작업을 진행중이다. 동부제철은 회사 보유현금(1200억원)과 당진 부두 지분매각(3000억원)을 통해 우선 해결하고, 모자란 부분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이용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회생가능 판정을 받은 기업 가운데 회사채 만기가 집중돼 일시적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 산업은행이 회사채를 대신 인수해주는 제도다.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 말까지는 동부가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김준기 회장이 19일 동부제철 임원회의에서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여 도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로, 결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동부화재 등 금융계열사를 빼놓고는 돈을 제대로 버는 회사가 없다는 것은 동부의 ‘아킬레스건’이다. 공적자금 지원 성격이 짙은 회사채 신속인수제 신청도 위기설에 힘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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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전환 권장하더니…이젠 '규제 올가미'

자회사로부터 상표권·임대수익

정부, 일감 몰아주기로 과세

상법개정안에선 의결권 제한


정부가 한동안 ‘바람직한 기업 지배구조’로 권장하던 지주회사가 ‘규제의 덫’에 걸렸다. 최근 잇달아 만들어진 경제민주화 관련 규제가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기업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어서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 사이에선 “지주사로 전환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규제하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2월부터 시행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122개사 가운데 LG GS 두산 CJ 부영 코오롱 한진중공업 동부 대성 세아그룹 지주회사 12곳이 포함됐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내부 거래 규모가 연간 매출의 12% 이상이면서 거래 규모가 200억원 이상인 곳이 대상이다. 총수 일가가 많은 지분을 보유한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을 막겠다는 게 규제 도입 취지다.

문제는 이 규제가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 거래 비중만 따지다 보니 지주회사들까지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순환출자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1997년부터 주요 그룹에 지주회사 전환을 권장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자회사 지분을 40%(비상장사는 20%) 이상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또 지주회사는 사업을 직접 하는 경우가 아니면 자회사에서 상표권 수익이나 부동산 임대 수익을 받아 이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이 같은 경우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정에 따르면 내부거래 비중이 56.6%로 규제 대상이다. 그런데 내부거래 가운데 자회사에서 받는 상표권 수익이 64%(2231억원), 부동산 임대 수익이 15.7%(546억원)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내부거래가 있는데, 그것까지 총수 일가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일감 몰아주기로 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상법 개정안도 지주회사들이 더 큰 피해를 보는 구조다. 법무부는 지난 7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는 개정안을 내놨다. 순환출자를 하는 그룹 총수의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취지지만 회사 특성상 자회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지주회사들이 의결권을 더 많이 제한받는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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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MBA] 'No Surprise(대주주·직원을 놀라게 하지 말라)'


[20년째 사장의 놀라운 장수 비결] 신뢰받는 리더가 되고 싶다면…

-그때그때 다른 게 최악

좋았다, 나빴다 반복하기보다 쭉 나쁜 게 오히려 신뢰 얻어

생각·말·행동 일치시켜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해야


여기 부하가 두 명 있다. 한 명은 연초에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10억원 정도 달성할 것 같습니다." 연말에 그 부하는 9억원을 달성했다. 다른 한 명은 연초에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6억원 정도 할 것 같습니다." 연말에 그는 13억원이라는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선배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당신이 리더라면 누구를 중용할 것인가?"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당연히 첫 번째 부하(10억원을 예상하고 9억원을 달성한 부하)를 중용하겠다. 두 번째 부하는 불안하다. 언젠가는 반대의 상황도 가능하지 않겠나? 13억원 예상하고, 6억원만 달성할 수도 있다. 이런 부하는 믿을 수 없다."

이렇게 답한 선배는 5개 회사를 거치며 대표이사직만 20년째 맡고 있는 '직업이 CEO'인 인물. 그에게 장수(長壽) CEO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No Surprise(노 서프라이즈). 대주주와 직원들에게 놀라움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훌륭한 리더는 예측 가능성 있는 리더

많은 리더가 신뢰를 얻고 싶어 한다. 어떻게 해야 신뢰받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부하들에게 잘해줘야 한다? 약속한 것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 아니다.

신뢰의 첫 번째 요소는 '예측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보자. 상사가 부하에게 기획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부하가 밤을 새워가며 만들어 왔다. 그런데 마침 기획서를 보고받는 그날 아침, 상사가 부인과 크게 다퉜다. 또 여윳돈을 모두 주식에 털어 넣었는데, 아침에 시황을 보니 내가 산 주식만 하한가다. 한마디로 기분이 최악인 날이다. 상사는 기획서를 받자마자 읽어 보지도 않고 말한다. "똑바로 일 안 해? 이게 기획서냐? 다시 만들어 와!"

부하는 절치부심, 다음 날 아침 새로운 기획서를 준비해 간다. 그런데 불행히도 문서 저장을 잘못해 어제와 똑같은 기획서를 인쇄했다. 상사에게 기획서가 전달되는 순간, 부하는 자신의 실수를 눈치채고 "저, 잠깐만요" 하면서 기획서를 회수하려 한다. 그런데 마침 이날 아침, 상사는 부인과 극적으로 화해했다. 또 어제 하한가였던 주식이 모두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한마디로 기분 최고다. 어제와 똑같은 기획서를 대충 읽어본 상사가 말한다. "거봐~, 고민하니까 훨씬 좋아졌네. 진작에 이렇게 만들어 와야지. 당신은 하면 된다니까!" 이때 칭찬을 듣고 있는 부하의 마음은 어떨까? 기쁠까? 아니다. 상사에 대한 신뢰가 확 무너진다. 그래서 리더십 학자들은 말한다. '훌륭한 리더는 예측 가능한 리더'라고. 부하 입장에선 최악의 리더가 '그때그때 다른' 리더다. 똑같은 잘못을 했을 때 어떤 경우에는 불같이 화를 내고, 어떤 경우에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라며 넘어가는 리더가 신뢰할 수 없는 리더다. 한마디로 일관성이 없다는 얘기다.

예측 불가능한 리더가 CEO 자리에 앉아 있으면 항상 바쁜 사람이 있다. 바로 비서다. 임원들은 CEO에게 보고하러 가기 전 항상 비서에게 먼저 묻는다. "지금 (CEO 기분) 어때? 지금 갈까? 나중에 갈까?" 그때그때 다른 CEO의 심기를 살피느라 비서의 눈치만 늘어나게 된다. '좋았다, 나빴다,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기보다는 차라리 '쭉 나쁜 게' 부하에게 신뢰를 얻는 데는 더 도움이 된다.

◇신뢰받는 리더 되려면 생각·말·행동 세 가지가 일치해야

신뢰받는 리더가 되기 위해 다음으로 필요한 건 진정성이다. 오해 말자. 리더십에서 말하는 진정성이란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게 아니다. 생각과 말과 행동, 이 세 가지가 일치하는 것이 바로 진정성이다. 오너 경영인이 조회 때마다 말한다. "여러분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직원들은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결국은 내가 월급 주는 일꾼"이라고. 이는 말과 생각이 다른 것이다. 또 다른 오너 경영인은 말도, 생각도 "직원들이 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직원들을 주인 대접하는 데는 인색하다. 경영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자신의 배만 불린다. 직원들의 복지나 교육, 이익 배분에는 '나 몰라'라 한다. 생각과 말이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 역시 진정성이 아니다.

그렇다면 리더가 부하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왜 중요할까? 이는 윤리적이거나 도덕적 이슈가 아니다. 신뢰를 얻어야만 돈을 벌 수 있다. 한마디로 조직의 성과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렇게 말했다. "경제활동의 대부분은 신뢰를 바탕으로 일어나며, '사회적 신뢰'는 거래 비용을 줄임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경제적 자산이다."

상상해 보자. 리더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부하들은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해석하기 바쁘다. 이런 회사에는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넘치고 직원들은 '준(準)정치인'이 된다. 기억하자. 신뢰는 그 자체로서 '재산'이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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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보양식품의 배신… 20만원짜리 '홍삼정(등급 외 수삼 사용 기준)'엔 '수삼(水蔘·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인삼)' 3만원어치 들어있다



[240g짜리 1병 만드는 데 드는 비용 계산해보니…]

배보다 배꼽이 큰 가격 - 제조 원가 5만원대 초반

나머지는 마케팅·판매처 마진… 인삼公 "원료의 질·기술 달라"


경작지에서 수확해 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인삼을 수삼(水蔘)이라 부른다. 이 수삼을 껍질째 증기로 쪄서 말린 것이 홍삼(紅蔘)이다. 이렇게 만든 홍삼은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강·기능 식품으로 통한다. 부모에는 효도 식품으로, 자신에게는 힘들 때 보양(補養) 식품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국내 소비자들은 또 한국산 인삼의 효능에 대해 오랫동안 자랑스럽게 생각해 온 터라 소비에도 적극적이었다.

홍삼 관련 제조·유통업체들은 국내 홍삼 시장을 1조2500억원 규모(2012년 매출액 기준)로 추정한다. 2011년 1조3000억원에 달했던 시장 규모가 축소된 것은 장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진 탓에 비교적 고가(高價)인 홍삼 제품 판매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 보양 식품, 효도 식품인 홍삼 제품을 놓고 최근 들어 '가격 논란'이 뜨겁다. 이마트가 '반값 홍삼' 출시를 밝히면서 기존 홍삼 업체들이 과도한 마진을 챙겨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는 24일부터 홍삼을 달여 농축한 '이마트 홍삼정'(240g)을 9만90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본지 21일자 B1면 보도〉. 이마트 홍삼은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국내산 6년근 홍삼을 사용하지만, 기존 제품보다 최대 50%나 싸다. '정관장' 브랜드로 시장의 73%를 차지하는 KGC인삼공사 '홍삼정 플러스(240g)'의 소비자 판매 가격은 19만8000원, 2위 업체 농협한삼인 '홍삼정 골드(240g)'는 소비자 판매 가격이 16만8000원이다. 유통업체가 싸고 다양한 인삼 제품을 새로 내놓는 이면에는 특정 업체의 장기 독과점 때문에 고비용 구조가 굳어진 데 따른 반작용도 있다는 관측이다.

대다수가 등급외 수삼으로 만들어

홍삼 제품의 판매 가격은 원재료인 수삼 구매 가격에, 수삼을 홍삼으로 만들고 이를 다시 가공하는 제조 비용을 더하고, 여기에 마케팅·물류 등 기타 비용에다 제조사 마진과 판매처 마진 등을 합쳐서 나온다〈그래픽 참조〉.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240g짜리 홍삼정 1병을 만드는 데 드는 수삼 가격은 3만원대 초반이고, 제조 비용을 더해도 5만원대 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삼은 크기와 형태, 외부로 드러나는 색깔에 따라 천삼(天蔘)·지삼(地蔘)·양삼(良蔘) 등의 등급으로 나뉜다. 천삼과 지삼은 전체 홍삼 물량의 10% 안팎에 불과하고, 대다수가 양삼이나 등급외 홍삼이다.

홍삼 제조업체들은 수삼 구매 단계부터 등급을 나눈다. 본지가 A 제조사의 국내산 6년근 수삼 수매가를 확인한 결과, 1㎏당 1등급 9만7000원, 2등급 6만3000원, 3등급 4만4200원, 등급외 수삼은 2만3100원이었다. 다른 업체들의 수삼 수매 가격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대다수 업체는 등급외 수삼으로 홍삼정을 만든다. 한 홍삼 제조사 관계자는 "등급외 수삼이라고 인삼 효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홍삼 자체의 크기나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 홍삼정은 굳이 비싼 수삼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인삼특작부 김영옥 박사는 "제조사들이 필요에 따라 홍삼의 모양이나 상품성을 두고 등급을 나누지만, 기본적 성분이나 효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최고급 홍삼 농축액은 185만원

홍삼정 240g을 만드는 데는 보통 수삼 1.2~1.4㎏이 필요하다. 수삼을 최종 홍삼 제품으로 만드는 데 드는 제조 비용은 업체의 생산량과 효율성 등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100g에 4500~8000원이 든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등급외 6년근 수삼으로 홍삼정 240g을 만드는 제조 원가는 최대 5만1540원 정도. 여기에 각종 비용과 제조사와 판매처 마진이 더해지는 탓에 소비자들은 20만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원가의 4배 정도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것으로 바가지 가격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정관장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KGC인삼공사는 홍삼 가격 논란에 대해 "6년근(홍삼)이라고 다 같은 제품이 아니다. 원료의 질이나 제조 기술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저가 제품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수삼 평균 수매 가격은 1㎏에 4만2420원이었고, '홍삼정 플러스'에 쓰는 수삼도 3등급을 위주로 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관장 제품이 100% 3등급 수삼을 썼다 하더라도 제조 원가는 8만원 정도이다. 홍삼업계 관계자는 "1위 업체인 KGC인삼공사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제조 비용이 경쟁사보다 오히려 더 적게 들 것"이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는 홍삼 등급에 따라 다양한 홍삼정 제품이 있다. KGC인삼공사는 홈페이지에 천삼으로만 제조한 최상급 농축액 '홍삼정 天(천)'의 소비자가격을 185만원, 지삼으로 만든 '홍삼정 마스터클래스' 소비자가격은 58만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양삼을 70% 썼다는 '정관장 홍삼정 지(G)클래스'는 200g에 29만원(소비자가격)이다. KGC인삼공사는 작년(2012년) 매출 8319억원에 당기순이익 997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16%에 달했다.

[진중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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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촉탁직→다시 정규직… “정년 늘려준 회사 고맙죠”



[100세 시대… 더 오래 일하는 대한민국]<4>정년연장, 근로자-기업 ‘윈윈’

[동아일보]

유난히 추웠던 올해 1월. 정명숙 씨(58·여)의 마음도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해 말 20년 넘게 일한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뒤 ‘촉탁직’으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1년 더 일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고맙지만 그래도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 같다”고 했다. 그로부터 약 9개월 뒤 정 씨의 움츠러든 가슴은 활짝 펴졌다. 촉탁직에서 다시 정규직으로 계약한 것.

정 씨가 일하던 ㈜남선알미늄은 올해 9월 노사 합의로 57세였던 정년을 60세로 늘렸다. 이 회사는 직원이 350명이 넘어 2016년부터 정년 60세 의무화가 적용되지만 3년이나 빨리 시작했다. 그 덕분에 정년퇴직 뒤 촉탁직으로 일하던 정 씨 등 근로자 11명이 이달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 대신 57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기본급이 10% 정도 삭감된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부터 급여를 깎는 대신 고용기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 인상이 결정되면 실제 삭감액은 줄어들 수 있다. 정 씨는 “이 나이에 어디에서 이 정도 일자리를 쉽게 구하겠느냐”며 “요즘 우리 회사 생각만 하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 회사처럼 임금체계를 바꿔 인건비 부담을 덜고 대신 정년을 늘려 근로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2005년 2.3%에서 2012년 16.3%로 증가 추세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가 확고하고 임금피크제가 구조조정이나 인건비 절감을 위해 활용된 탓에 쉽게 확산되지 못했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정년연장에 초점을 맞춘 ‘시니어 사원제도’가 도입돼 다양한 형태로 시행 중이다. 이 제도에 따라 연장되는 정년도 평균 5년 정도로 긴 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금융기관 공기업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이 늘고 있다. 린나이코리아㈜는 올해 5월 정년을 60세로 늘렸고 5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이미 2007년 노사가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 60세 연장에 합의해 시행 중이다.

기업들은 임금체계가 합리적으로 개편되면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황성재 남선알미늄 과장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까다롭거나 힘든 일이 많지 않아 60세까지 일하는 데 체력적이나 기술적으로 부담이 적다”며 “회사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기존 근로자들이 계속 일하는 게 회사나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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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캠핑족 잡아라” 마케팅이 확 달라졌네



코카콜라 캠핑식탁 콘테스트… CJ ‘이동식 밥차’ 운영

[동아일보]

캠핑족 500만 시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족 단위의 캠핑 열풍은 이제 기업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초창기 캠핑 문화는 캠핑 장비, 의복 등을 다루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선도했지만 식음료, 자동차 업체들도 캠핑과 관련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캠핑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캠핑을 즐길 때 먹는 식품, 다양한 놀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캠핑 음식료 시장을 잡아라

‘잘 먹는 것’이 ‘잘 노는 것’만큼 중요한 캠핑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음식료 업체들이 바빠졌다. 코카콜라는 콜라에 잘 어울리는 캠핑 음식을 뽑는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5일에는 경기 이천시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개그맨 정준하 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최고의 캠핑 식탁 콘테스트’를 열었다. 코카콜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캠핑 음식을 선정하는 대회였다.

콘테스트에서 1등으로 선발된 캠핑 음식은 ‘주나의 다이어트말이’로 묵은지와 삼겹살, 채소 등을 활용해 만든 쌈. 묵은지와 삼겹살의 조합이 느끼함을 잡아주고 식감을 높인 점이 높이 평가됐다. 정준하 씨는 “캠핑족이 야외에서 즐겨 먹는 재료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간편함과 식감을 모두 고려한 완성도 높은 음식”이라며 “실제 캠핑족에게 요리법을 권하고 싶고 콜라와의 궁합도 좋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캠핑장에서 코카콜라사의 음료와 맛있는 음식을 함께 찍은 사진을 응모할 경우 사진 속 음료 병의 수만큼 도움이 필요한 단체에 기부한다.


코카콜라사 측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캠핑족 인구는 점점 늘어 500만 시대에 접어들었고 야외활동이 많아진 소비자 덕분에 아웃도어에서 소비되는 음료 판매량이 늘었다”면서 “다양한 ‘코크앤드밀(Coke & Meal) 프로젝트’를 시행함으로써 야외에서 마시면 더 맛있는 청량음료의 강점과 어떤 캠핑 음식에 곁들여도 어울리는 코카콜라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캠핑장에 찾아가 음식을 나눠주며 마케팅에 나서는 업체들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연말까지 주력 찌개양념 제품인 백설 다담 브랜드를 앞세워 이동식 밥차를 운영한다. 캠핑요리대회 등도 열어 즐길거리도 함께 제공한다.

○ 진화하는 오토캠핑

가족 중심의 캠핑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오토캠핑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편의성 면에서 오토캠핑에 필적할 만한 캠핑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캠핑장에 등장하게 된 이유다.

현대자동차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26일 ‘더 브릴리언트 H 캠핑: 코베아와 함께하는 제9회 현대자동차 오토캠핑 페스티벌’을 연다. 총 200가족을 선정해 충남 천안시 서곡야영장에서 1박 2일 캠핑 행사를 진행한다.

기아차도 올 뉴 카렌스, 카니발R, 스포티지R 등의 고객을 대상으로 ‘올 유 라이크 캠핑 페스티벌’이란 캠핑 행사를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기아차는 참가자들에게 아웃도어 브랜드 영원무역의 캠핑용 텐트, 매트, 테이블 등을 대여하는 한편 K시리즈 차량 전시 이벤트 등도 마련했다. 한국GM은 경기 연천군에서 이달 중순 ‘제5회 쉐보레 RV 패밀리 오토캠핑’을 열고 가족놀이터, 보물찾기, 가을 별자리 관측체험 등 다채로운 캠핑 이벤트를 가졌다.

쌍용자동차는 추억과 음악, 공감을 주제로 이달 뉴 코란도C 고객 대상 캠핑 이벤트를 경기 양평군, 충북 제천시 등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열었다.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마련한 달고나 만들기, 아케이드 게임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을 즐겼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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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1위 한국은 창조모델 최적지… 한국기업 글로벌 영역 확장 가교될 것”


리라초교 나온 지한파 셜리 위추이 한국IBM 신임사장

[동아일보]

“지금도 남산을 지나면 가슴이 설레요. 제가 나온 초등학교가 남산에 있거든요.”(웃음)

셜리 위추이 한국IBM 사장(52)은 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IBM 인터커넥트’ 행사장에서 기자를 만나 이렇게 한국어로 말했다. 1월 한국IBM 신임 대표로 부임한 그는 소문보다 더 지한파(知韓派)였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한국IBM에서 드문 외국인 사장이자 역대 첫 여성 사장으로 그동안 한 번도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위추이 사장은 “한국IBM을 파악하고 고객들을 만나는 데 집중하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며 “나는 사실 한국 태생”이라고 말했다. 화교인 부모 아래서 리라초등학교를 거쳐 명동의 화교학교에 다니다가 13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 덕분에 한국어를 80% 이상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억양으로 한국말을 했다. 한국대표 부임 전에는 중국과 대만, 홍콩의 IBM을 총괄했다. 2004년에는 중국 최고 여성경영인 10인에, 2005년에는 중국 정보기술(IT) 서비스 부문 올해의 인물에 뽑혔다.

“IBM을 통해 글로벌 기술과 전문가를 확보하고, 특히 중국 사업 확장에 신경 쓰는 한국 기업들이 많습니다. 중국과 일본에 있는 연구개발(R&D) 센터를 긴밀하게 연계해 삼성이나 LG 같은 한국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글로벌 차원에서 적극 개발하고 있어요.”

위추이 사장은 “지난 열 달 동안 한국 고객들을 만나 보니 기술과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IBM에 거는 기대가 아주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한국 기업과 정부에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모바일, 전자, 통신 등 여러 첨단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업이 여러 개 있는 나라”라며 “세계 1위 네트워크 환경을 지닌 한국이야말로 헬스케어나 교육 같은 부문에서 IBM의 창조적인 모델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위추이 사장은 새 정부의 슬로건인 ‘창조경제’와 관련해 IBM이 기여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는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소프트웨어가 꼽히는데 IBM이야말로 지난 20년간 하드웨어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완전히 변신한 회사”라며 “우리가 이를 위해 쏟아 부은 엄청난 노력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부임한 뒤 한국IBM 직원들은 격주 금요일 아침마다 2시간씩 주제를 정해 고객의 니즈(needs)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새로 생긴 프로그램으로 전 직원이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변화와 배움을 즐길 수 있는 문화적 변화가 중요하다’는 위추이 사장의 신념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위추이 사장은 “한국IBM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한국의 장기적 비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영을 하겠다”며 “10년 뒤에 ‘잘했던 사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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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찍는 한국 스마트폰 업체 ‘내년 위기설’

ㆍ국내외 시장 성숙기 들어 삼성·LG 등 한계상황

ㆍ기술력의 애플과 MS의 노키아도 재도약 노려

한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내년 위기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업체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려 내년에 위기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실제 LG는 G2를 통해 품질력을 최고 수준으로 높였지만 판매량이 좀처럼 늘지 않고 팬택은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애플 등 선발업체와 후발 중국업체 사이에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될 우려가 크다. 판매되는 스마트폰 3대 중 1대 꼴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도 정점에 이르렀다는 평이 나온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21일 “국내외 스마트폰 업계의 움직임을 보면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내년 이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아이폰5S에 64비트 체제를 선보이는 등 여전히 탄탄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한때 최대 휴대전화 메이커였던 노키아를 인수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특히 MS는 자체 운영체제인 ‘윈도’를 앞세워 내년쯤 노키아를 통해 개선된 스마트폰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삼성은 올해 2분기 세계 시장의 32.6%를 차지해 선두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30%대 초반에서 정체상태를 보여 정점에 이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혁신이 부족한 채 기술력만 앞세우기에 급급하다는 평가가 많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9월에 내놓은 손목시계형 스마트 기기인 ‘갤럭시 기어’는 아직 기능도 제한적이어서 새 제품군으로 자리잡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휜 화면의 ‘갤럭시 라운드’ 또한 본질적인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위기에 한층 더 노출된 쪽은 LG전자다. 지난해 점유율 4.1%에서 올 2분기 5.2%까지 끌어올렸지만 ZTE 등 4~6위 중국 업체들과 격차가 적다. 미국 시장에서 8월 초에 선보인 G2의 판매는 9월 중순부터나 시작하는 등 대응이 늦다. 그 사이 애플이 신형 아이폰5S와 5C를 내놓고 삼성도 새 갤럭시 노트3로 치고 들어왔다. 경쟁업체 관계자는 “MS가 노키아를 앞세워 내년부터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해 본격적으로 도전해 올 경우 LG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처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노키아, 블랙베리가 자체 운영체제(OS)를 갖고도 수년 만에 추락했다”며 “삼성, LG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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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면접 승리 공식…자신감+솔직함×열정=합격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필승전략

면접관 눈 피하지 말고 명확하게 결론부터 말해야

적절한 유머·제스처도 '굿'


입사 면접시즌이 돌아왔다. 상당수 기업이 인·적성 시험 합격자를 속속 발표하면서 현대자동차는 21일 1차 면접에 들어갔다. 삼성그룹은 이달 말부터 면접을 시작한다.

지원자 입장에선 선택을 받는다고 생각해 긴장하겠지만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들에게 면접에 당당히 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종건 우리은행 채용팀 과장은 “면접은 기업에서 필요한 사람을 뽑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지원자도 내가 열정을 바쳐 일할 수 있는 곳인지를 유심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기업체 인사담당자들로부터 ‘합격하는 면접 비결’을 들어봤다.

○면접은 첫째도 둘째도 ‘자신감’

기업체 채용담당자들은 면접 당일엔 여유있게 면접장에 도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혜림 현대차 인재채용팀장은 “면접 당일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여유있게 집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은 면접의 첫 단추”라고 말했다. 장 팀장은 “지원자는 향후 면접관들을 팀장으로 만날 수 있기에 깔끔한 복장으로 좋은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준비를 한다고 해도 면접장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진동철 SK수펙스 기업문화팀 프로젝트리더(PL)는 “지원자들은 무엇보다 자신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면접장에서 △면접관의 눈을 피하지 말 것 △허둥대지 말고 당당한 자세를 취할 것 △평소보다 약간 큰 목소리로 답변할 것을 주문했다.

이런 외적인 스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원 직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다. 진 PL은 “기업은 점점 직무가 전문화되고 있어 면접관들이 서로 뽑아가고 싶을 정도의 ‘나만의 무기’로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면접관과의 첫 만남인 ‘자기소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장 팀장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끔씩 미소와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과장도 “논리보다 감성적 터치를 하되 성장과정보다는 ‘준비된 인재’임을 각인시키는 1분 소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면접은 말하기가 아닌 ‘듣기’

흔히 면접에선 아주 특이한 질문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예상외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고 예상 가능한 질문이 많이 나온다. 심성섭 LG전자 채용팀장은 “면접관들은 신문의 칼럼이나 사설 같은 멋진 생각을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며 “지원자는 젊고 감각있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표현할지 평소에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면접관들은 문제에 대한 해답이 아니라 다소 생뚱맞더라도 신선한 생각을 듣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창의적 아이디어는 평소 지원 회사의 사업현황이나 시장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 심 팀장은 “평소 회사 제품에 대한 서비스 개선 방안, 제품을 써보면서 느꼈던 홍보·마케팅 방법 등을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모르는 질문엔 어떻게 답해야 할까. 진 PL은 “면접에선 능력자보다 ‘진솔자’가 이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하는 데 필요한 역량은 교육으로 가능하지만 ‘정직’이란 가치는 절대로 가르쳐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며 “모르면 솔직히 모른다고 답하는 것이 최선의 대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도 “최고경영자(CEO)의 상당수는 지원자의 인성과 태도를 능력보다 더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토론·합숙 면접과 관련, 채용담당자들은 다른 지원자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장 팀장은 “서로를 경쟁자로 의식하면 조 전체가 나쁜 평가를 받을 수 있기에 모두 합격해야 하는 동기로 생각하고 면접에 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과장도 “면접은 말하기가 아닌 듣기”라며 “함께한 지원자의 말을 귀담아 들으면서 함께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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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치 새 신분증은 '목걸이 PC'…업무 태도·말하는 습관까지 분석


(왼쪽부터) 히타치의 새 신분증 '비즈니스 현미경' / 물류 정보를 알려주는 뷰직스의 '스마트 글라스' / RFID칩이 내장된 월트디즈니의 '매직 밴드' / 운동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해주는 '옵팀아이'

인사이드 Story < '입는 컴퓨터'로 확 바뀐 기업들 >

물류기업 '스마트 글라스', 배송박스 속 물건 한눈에

디즈니랜드 손목밴드, 식사예약·사진까지 전송

직원 사생활 침해 논란도


일본 전자업체 히타치는 최근 직원들의 신분증을 ‘비즈니스 현미경’이라는 이름의 ‘입는 컴퓨터(웨어러블 컴퓨터)’로 바꿨다. 카드 형태의 목걸이인 이 기기는 직원의 움직임과 말하는 습관, 목소리에 담긴 에너지, 대화 상대 등 업무 능률과 관련한 모든 요소를 기록한다. 사무실 온도와 습도, 조도는 실시간으로 중앙관제센터로 전달된다. 직원들은 이 카드를 통해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습관과 업무 태도를 분석한다. 히타치 관계자는 “입는 컴퓨터를 도입한 뒤 일부 직원은 스스로 동료에 비해 회의 시간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알게 되는 등 자신의 업무 습관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입는 컴퓨터를 업무 현장에 도입한 회사는 히타치뿐만이 아니다. 월트디즈니사가 운영하는 디즈니랜드, 미국의 일부 물류업체 및 미식축구팀 등이 상용화를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는 입는 컴퓨터로 이미 비즈니스 혁명이 시작됐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많은 관심을 쏟는 곳은 물류업체다. 대부분의 물건이 박스나 컨테이너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옮기다가 파손되는 경우와 위험한 순간이 많아서다. 뷰직스가 개발한 안경 형태의 ‘스마트 글라스’는 고감도 카메라가 바코드를 스캔한 뒤 박스 속 물건이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주문서의 것과 같은 물건인지를 구분해서 알려준다. 이 기기를 소프트웨어와 연결하면 창고 내 물류 흐름도 한눈에 모니터할 수 있다. 지게차 기사와 중앙관제시설 직원은 실시간으로 화상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디즈니랜드에도 입는 컴퓨터가 등장했다. 전자태그(RFID)칩이 내장된 손목밴드를 사용하는 것. 이 밴드 하나로 디즈니랜드 내 모든 장소를 통합 이용한다. 호텔방 열쇠, 입장권, 금액 충전권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물론 식사 메뉴와 장소 예약, 자신의 컴퓨터로 사진 전송도 가능하다. 디즈니랜드의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서 놀이기구를 예약하면 밴드 안에 자동으로 입장권이 내장되는 식이다.

스포츠 영역에서의 활용도 눈에 띈다. 카타퓰트스포츠가 개발한 입는 컴퓨터 ‘옵팀아이’는 미식축구팀에서 맹활약 중이다. 성냥갑 사이즈의 이 기기를 선수들의 옷 안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위치 추적, 회전력, 가속도 측정 기능이 합쳐져 선수들의 최고 속도와 방향 전환, 운동 거리 등을 보여준다. 이 데이터로 선수의 피로도를 예측해 부상 가능 시점을 알려주고, 최적의 연습 날짜도 지정해준다. WSJ는 “스포츠 코치들이 눈을 부릅뜨고 선수들을 지켜봐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노트북 모니터만 보고 있으면 모든 게 계산돼 나온다”고 설명했다.

도덕적인 논란은 여전하다.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입는 컴퓨터를 무분별하게 도입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WSJ는 “개인 목적과 회사 목적의 접점을 잘 찾아야 하고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개인 정보 수집은 철저히 금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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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표 '독이 든 성배' 기업 자원개발 잔혹사

자금·稅 지원 등 각종 혜택에 정권에 점수 따니 '일석이조'

장기적 투자대신 묻지마 투기… 동양·STX 등 유동성 된서리

2008년 5월 동양그룹은 해외자원개발업체인 골든오일의 전환사채(CB)에 1,400억원을 투자한다. 여기엔 두 가지 노림수가 있었다. 상장사인 골든오일을 통해 동양시멘트를 우회상장하는 것과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2년 뒤 목표를 달성했다. 2010년 4월 동양시멘트는 골든오일과 합병을 하면서 자원개발업에 진출한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독이 든 성배'가 됐다. 건설경기 악화에 합병 과정서 끌어들인 자금의 상환 부담, 새로 진출한 자원개발업의 적자 누적까지 겹쳐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다. 급기야 동양시멘트는 올 4월 물적분할 형태로 자원개발 사업을 골든자원개발으로 분할하기에 이른다.

STX그룹이 해외자원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무렵이었다. 당시에도 유동성 위기 징후가 있었지만 STX는 과감히 신사업 진출을 택한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STX에너지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에 6개의 석유 가스 생산광구를 보유하고 있지만 연 매출은 20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자원개발업 진출을 위해 2009년 영입한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 이희범 에너지부문 총괄 회장도 결국 올 5월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 시절 유행처럼 번졌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장기적 투자 의지 없이 정부 시책에 맞춰 사업에 뛰어들었다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계열사 5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이 대표적이다. 골든오일의 구희철 전 대표이사는 "동양그룹은 합병 당시 477억 원을 투자했지만 이후 3년 간 집행된 금액은 160억원에 그쳤다"며 "합병 이후 동양그룹을 믿고 새로운 해외 광구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동양그룹이 처음부터 해외자원개발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당시는 정부 차원에서 해외자원개발에 수조원의 정책자금을 쏟아 붓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 자원개발 촉진을 위해 ▦해외 자원개발에 성공하면 융자 원리금을 갚고 실패하면 이를 감면ㆍ면제해주는 성공불융자 ▦보증 등을 통한 지원 ▦자원개발펀드 조성 ▦세액공제 등의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정부가 밀고 있는 정책에 힘을 보태 정권으로부터 점수도 따고 자금도 지원받는 일석이조의 선택이었다"며 "현 정부 들어 창조경제 관련한 신규 사업 진출이 많은 것도 같은 이치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2010년 광물공사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한 동양시멘트에 1,500억원을 융자해줬지만 현재 1,000억원 이상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동양그룹이 석유개발융자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도 8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TX그룹 역시 석유개발융자로 250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상환율은 2%가 채 넘지 않고 있다.

시세차익을 꾀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투기성 재료인 자원개발 소식을 발표해 주가를 띄우는 것이다. 동양시멘트는 올 2월 강원도 폐광에서 금맥 탐사에 나선다는 소식이 보도된 뒤 주가가 고점에 이르자 지분을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매도 세력에 맞서 싸우던 셀트리온도 작년 6월 자원개발업체인 테라리소스에 55억원을 투자했다 수십억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이 어렵거나 부실 징후가 보일 때 마지막 출구로 자원개발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자원개발업의 성공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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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인드로"… 대형건설사 체질 개선 중



"국내 건설시장 한계" 해외수주 비중 늘며 외국인 직원들 급증

문서·전산망 등 영어화… 사옥 화장실에 영어사보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 '탈 토종화' 거듭 변신

"Our company will be moving to new office in 2014!"(우리 회사 내년에 새 사무실로 옮겨요!)

서울 역삼동 GS건설 사옥 화장실. 지난달부터 칸마다 영어로 쓰인 '해우보'(解憂報)가 붙었다. 볼 일 볼 때마다 영어 공부하라는 게 아니다. 해외건설 분야에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 수가 최근 4년간 3배나 늘자 글로벌 인사(HR)팀이 부랴부랴 한글 소식지를 영어로 번역해 붙인 것이다. 이준복 HR팀 과장은 "외국인 직원들이 '우리도 회사 소식이 궁금하다'는 항의 아닌 항의를 해왔다"고 웃었다. GS건설의 해외시장 진출이 빨라지면서 경영의 작은 부분까지 세계화하는 셈이다.

대림산업은 사옥 두 곳에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을 운영 중이다. 중동 발주처에서 파견된 인원과 무슬림 직원 30~50명이 하루 3번 기도하러 중학동 사옥 기도실을 찾는다. 이들이 기도하는 시간은 한국인 직원들이 한창 일할 시간이지만 눈치 주는 사람은 없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중동 공사를 많이 하다 보니 이미 익숙한 문화와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대 형건설업체가 글로벌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건설은 내수산업'이란 통념은 최소한 시공능력평가 6위 안 업체에겐 안 통하게 됐다.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 지 4년여가 흐르자 인력구성, 실적, 사업전략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기업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사업수주금액 비중은 글로벌화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전체 수주액 중 해외 비중을 보면 대형건설업체들의 국내 사업 비중은 나날이 줄고 있다. 6대 건설사(현대 삼성물산 대우 대림 포스코 GS)의 해외수주액 비중 평균값은 2009년 35%에 그쳤지만 지난해 처음 50%를 넘어섰다. 6대 건설사가 올해 목표로 설정한 해외수주액 비중 평균값은 60%에 이른다. 현대건설은 해외수주액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고, GS건설의 해외수주액 비중은 지난달 기준 이미 73%를 기록했다.

고급기술자 확보, 해외 발주처와의 의사소통 확대 노력 덕에 외국인 직원도 크게 늘었다. 6대 건설회사 본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수는 적게는 적게는 10여명에서 많게는 200여명으로 2009년보다 최대 6배 뛰었다. 해외 현장에서 채용한 외국인 기술자까지 따지면 최대 1만명에 이르는 외국인들이 한국 건설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대림산업 해외영업팀에서 2년째 근무 중인 불가리아인 이바노바 빌리아나(30)씨는 "한 사무실에도 다른 외국인이 있어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자연히 업무방식도 바뀌고 있다. 업체들은 대부분 외국인 직원의 채용, 관리, 평가를 전담하는 인사부를 따로 두고 있다. 대림산업은 사내 문서를 영어판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사내 전산망 영어화를 검토 중이다.

앞으로 대형건설업체들 탈토종화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공공부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까지 줄어드는 탓이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해외 각국을 집중 연구하고 해당 지역정부에 민자사업을 제안하는 '글로벌 마케팅'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덕분에 지난달 베트남 정부와 베트남 국책사업에 서로 협력하는 내용을 담은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SK건설은 인도와 미국에 엔지니어링센터까지 두고 있다. 후발주자인 한화∙롯데건설과 현대산업개발도 해외사업비중을 점차 높일 계획이다.

업체 관계자는 "국내 건설시장은 이제 끝났다"며 "대형건설사들이 덩치를 유지하려면 글로벌기업이 되는 수박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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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상상·추진력… "우린 회사의 보물 덩어리"


레이싱 게임차를 개발한 진대성 현대차연구원은 상금과 함께 내년 미국 연수기회를 따냈다. 현대차 제공

LG전자 강동호 대리

신입시절부터 고민·고민… '생뚱맞다'는 핀잔에도 일본회사까지 찾아가 설득

스마트폰으로 사진 출력 '포켓포토' 상품화 성공

현대차 진대성 연구원

친구들 대화에서 아이디어… 해외 정보 샅샅이 뒤지며 수차례 시행착오 거울로

차 앞유리를 모니터 활용 '레이싱 게임차' 개발


아이디어 하나에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고 아무리 좋아도 길어야 1년 지나면 시장에서 외면 받는 요즘, 대박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들은 기업 입장에서 '보물 덩어리'이다. LG전자 강동호(32) 대리, 현대차 진대성(29) 연구원. 둘 모두 2010년 입사한 4년 차 직장인이지만 참신함과 시장성을 두루 갖춘 아이디어로 찬사를 받는 유망주다.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바로 뽑을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프린터 '포켓포토' 아이디어를 내고 상품화까지 성공시킨 강 대리는 최근 1년 치 연봉(약 4,000만원)과 대리특진을 얻었다. 자동차 앞 유리를 게임 모니터로 바꾸고 페달과 핸들을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레이싱 게임차'를 개발한 진 연구원은 팀원들과 함께 상금과 내년 미국 연수 기회를 따냈다. '아이디어 1등'들은 어떤 성공 DNA를 지니고 있을까.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학창 시절부터 '아이디어 맨'으로 불렸다는 강 대리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자 제품'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파일을 컴퓨터로 옮겨 출력해야 하는 불편함에 투덜거리던 내 자신이나 친구들을 떠올렸다"며 그 수고로움을 더는 제품을 만들어 보자 맘 먹었다. 그리고 입사 첫 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당당히 금상을 탔다.

강동호 LG전자 대리는 포켓포토 아이디어로 거액 상금과 대리로 특진했다. LG전자 제공
진 연구원은 "자동차의 커다란 앞 유리가 게임기 화면이 되고 자동차 핸들과 페달로 게임을 할 수 있음 좋겠다는 얘기를 친구들과 나눴다"며 이를 실현하면 운전은 지루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엔터테인먼트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아이디어는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 실현 방법이 진짜 승부다.

두 사람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어떻게 실현하고 제품화하는 지라고 입을 모았다.

강 대리는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 직후인 2011년 초 포켓포토 상품화 방법을 찾기 위해 선후배 연구원과 함께 관련 해외 사이트를 뒤진 끝에 어렵사리 포켓포토의 핵심인 엔진을 만들 수 있는 일본 회사를 찾아낸다. 강 대리는 "일본 회사 관계자를 만났지만 하필 그 회사가 프린터용 엔진 생산을 중단하려 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거절 당했다"고 말했다. 강 대리는 사업부장을 설득해 상품화를 반드시 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고, 이를 근거로 다시 일본회사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설득해 함께 손을 잡게 됐다.

진 연구원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했다. 특히 차량 신호를 조이스틱 신호로 딜레이 없이 변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0.1초의 시간차가 생겨도 재미가 반감하기 때문에 시간차 없이 신호 변환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해외 유명 게임 회사들이 공개한 조이스틱 정보를 샅샅이 뒤지며 답을 찾고 수 없이 시행 차고를 거쳤다"고 말했다.

또 게임 시작을 위해 차량 시동을 끄고, 속도가 0인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면 앞 유리창이 뿌옇게 바뀌도록 하는 프로그램과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게 가상 터치 신호를 주는 프로그램 등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 냈다. 더구나 진 연구원의 기술은 설치비용이 48만원에 불과해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강 대리는 입사 후 홈씨어터 개발 등을 맡는 미디어사업부에서 일을 시작했다. 때문에 포켓포토 아이템을 냈을 때 동료나 선배들로부터 "생뚱맞다"는 핀잔을 들었다. 그는 "고정관념과 계속되는 싸움이었고 그럴수록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구본무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월례회의에서 강 대리의 사례를 언급하며 "포켓포토와 같이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리더들이 독려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는데, 강 대리는 이런 칭찬이 더 많은 획기적 아이디어를 끌어낼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진 연구원은 "자동차 하면 아직도 기계 중심의 연구개발이 우선인 상황에서 전자 제어를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를 내다보니 호응을 얻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이 과정에서 '전자 제어를 이용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는 양웅철 부회장과 '참신함과 상용화 가능성을 지녔다'는 권문식 사장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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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부는 식품韓流] 초코파이→ 프랜차이즈 제빵→ 우유 등 가공식품…'3차 확장기' 맞은 中 진출 한국식품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 징안구에서 열린 ‘광밍그룹 식품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동원F&B의 중국풍 참치를 시식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1) 고급· 안전 이미지 굳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식품

동원 참치, 상하이 식품박람회서 인기

CJ, 中 기업과 합작…두부시장 선두

오리온, 초코파이 이어 과자 '예감' 히트

中 식품시장 키워드 '고급·안전·문화'

장기적 안목 갖고 브랜드 알려야


중국 상하이 징안구의 중·러우호회관에서 지난 18일 열린 광밍그룹 식품박람회장. 동원F&B의 참치 시식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싱겁지 않고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라는 중국 소비자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주부터 상하이 대형마트에 중국풍 참치캔을 공급하기 시작한 동원이 연 마케팅 행사였다.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식품이 다양해지고 있다. 1990년대 중국시장을 개척한 것은 초코파이나 신라면 등 한국의 히트상품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가 다른 한 축을 구성했다. 최근 들어서는 우유, 참치, 김, 과자 등 다양한 가공식품이 한류식품의 주력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식품이 국내 히트상품→프랜차이즈 제빵→가공식품으로 ‘3차 확장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바나나우유는 고급·품위·안전의 상징


중국의 식품시장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고급 음식을 품위 있게 즐기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식품 자체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일본의 방사능 유출 위험까지 더해지면서 식품 안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한국 식품의 인기가 최근 급증하는 것은 중국시장이 요구하는 이 같은 요소를 가장 잘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김명신 KOTRA 상하이무역관 차장은 “바나나우유를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은 본인이 좀 더 고급스러운 사람이란 느낌을 갖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한국 식품은 안전성 검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고급·품위·안전이란 중국시장의 변화 요소를 모두 만족시킨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우유가 크게 히트하고, 맛김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CJ제일제당·오리온의 차별적 전략 성공

CJ가 중국 식품업체인 얼상그룹과 합작한 CJ얼상은 베이징 두부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바이위(白玉)두부란 브랜드의 CJ얼상 두부는 연간 1억8000만모가 팔린다. 박영근 얼상CJ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얼상그룹이 갖고 있던 유통망과 CJ의 기술이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CJ가 파트너로 나서면서 두부 불량률이 5%에서 0.2%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의 대형 유통업체 광밍그룹과 손잡고 참치캔 판매를 시작한 동원F&B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반면 오리온은 철저한 독자 경영으로 성공한 사례다. 1993년 중국 진출 이후 초코파이를 주력상품으로 밀며 인지도를 쌓았다.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고, 최근 5년 사이엔 매출이 7배나 급증했다. 초코파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히트상품이 줄을 이은 게 주요 원인이다. 자일리톨껌(1700억원), 과자류인 예감(1400억원), 오! 감자(1350억원) 등이 지난해 초코파이보다 더 많이 팔렸다.

공급사 몰리며 실패한 유자차

2000년대 초반부터 효자 상품이었던 유자차는 실패 사례로 꼽힌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던 유자차는 소수의 중국 바이어에 다수의 국내 공급사가 몰리면서 공급 단가가 계속 하락했으며 이는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 중국에서 유자차를 유통하고 있는 이재석 화우요무역 사장은 “유자차는 확실한 제품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한 채 ‘한국산’이라는 국가 브랜드에만 의존했다가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황재원 베이징 KOTRA 부관장은 “중국인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하고 고급스러운 식품을 찾는다”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서 다른 수입제품과 차별화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시장에 정착하려면 최소 5년 이상을 내다보고 전략을 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상하이=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중국에 부는 식품韓流] 11월 한·중 FTA 2단계 협상…1200개 '초민감 품목'에 농축수산물 얼마나 담길까

한 국과 중국은 다음달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앞두고 있다. 양국은 지난달 3~5일 중국 산둥성 웨이팡에서 열린 한·중 FTA 제7차 협상에서 1단계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 자리에서 상품 분야 자유화(관세 철폐) 수준을 품목 수 기준으로 90%, 수입액 기준으로는 85%로 정했다. 이에 따라 전체 1만2000여개 협상 대상 품목 중 1200여개는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돼 관세 철폐 제외, 관세 유지, 계절 관세, 관세 부분 감축 등 각종 보호를 받을 수 있다.

2단계 협상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1200여개 초민감 품목에 얼마나 많은 농축수산물을 담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2단계 협상에서 양허안 초안을 교환한다. 본격적으로 상품 품목별로 관세 철폐 수준이나 관세 철폐 여부를 놓고 협상에 돌입하는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에서의 농산물 수입이 지금보다 105~209% 급증해 한국 내 농업 생산이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모든 농축수산물을 초민감 품목에 담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은 1100여개로 초민감 품목에 전부 들어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양자 간 FTA를 체결할 경우 한 분야를 완전히 보호하는 조치를 할 수 없다. 게다가 섬유 가구 등 중국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으면서 국내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제조업도 보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초민감 품목에 포함시켜야 하는 농축수산물을 고를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산물 시장을 일정 부분 내주더라도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가공식품 분야에선 비교우위를 확장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농심 등 일부 식품업체는 이미 중국 내수시장에서 상당한 수준의 브랜드 파워를 확보했다”며 “중국 현지기업에 비해 제조 노하우와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한국 식품기업에는 한·중 FTA가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공식품이 아니더라도 한국산 농축수산물의 중국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리적으로 따져보더라도 중국 주변에 ‘웰빙형’ 농축수산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환우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깨끗하고 질 좋은 농축수산물을 원하는 중국 내 고급 소비자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은 인도 몽골 태국 베트남 등 중국 인근에 있는 나라들보다 품질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에 밀리고, 대만은 기후가 달라 낙농업 등이 발달하지 못했다”며 “한·중 FTA는 국내 농축산업에 충분히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미현 /고은이 기자 mwise@hankyung.com

[중국에 부는 식품 韓流] "한국 수산물만 안전하게 먹을 수 있어요"

中 연안은 오염 심하고 日 횟감은 방사능 위험

중국의 한국 농수산물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고급 식품 수요가 늘면서 인삼 등 특용작물은 물론 전복 굴 해삼 등 수산물에 대한 중국 소비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쓰촨성 롯데백화점 청두점의 정관장 매장 직원 탕링리는 “동충하초 등 현지 약재보다 비싼 편이지만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농 시장도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수입한 유기농 식품은 120억달러 규모다. 중국 식품 시장 전체로 볼 때 약 0.2%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의 소득 증대로 유기농 식품 시장은 10년간 연평균 35~40%의 고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게 KOTRA의 분석이다. 함정오 KOTRA 중국지역본부장은 “식품 안전과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고급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과 유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수산물에 대한 전망도 밝다. 중국연안은 오염이 심하고 일본 수산물은 방사능 공포를 안고 있어 한국 수산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정정길 농촌경제연구원 중국소장은 “지금까지 주로 담수어를 익혀 먹던 중국인이 횟감용 바닷물고기를 먹기 시작했다”며 “중국 4대 고급 요리재료로 꼽히는 전복, 해삼 등의 수출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청두·베이징=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3배 비싸도 한국우유" 식품韓流…중국 '들썩'



한·중FTA, 농업에 새 기회 될수도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대형 쇼핑몰 ‘팡차오디’ 식품매장. ‘연세목장우유’라는 한글이 선명한 우유병이 판매대 위를 빼곡하게 채웠다. 병(1L)당 가격은 34.8위안(6065원). 중국 우유의 대표 브랜드인 멍뉴(夢牛)보다 3배가량 비싸다. 서울우유, 매일우유도 마찬가지로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한국 우유는 가져다 놓기 무섭게 동나기 일쑤고 일부 업자는 아예 싹쓸이 해가는 일도 있다.”(팡차오디 식품매장 정웨이둥 점장)

중국에서 한국 식품의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이미 ‘슈퍼스타’가 된 오리온 초코파이나 농심 신라면의 뒤를 잇는 히트 상품이 쏟아지고 있는 것. 연세우유의 올해 중국 수출액은 작년보다 두 배가량 많은 2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오리온의 과자 ‘예감’은 작년에 중국에서 초코파이보다 더 많은 1400억원어치가 팔렸다. 바나나우유, 맛김은 물론 참치 등 수산가공품도 인기다. 홍삼 파프리카 같은 특용작물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5년 안에 지금보다 10배 많은 1000개 이상 개점을 목표로 공격적인 매장 확장을 선언했다. 그만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안전한 상품과 고급 식품을 축으로 중국의 식품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게 한국 식품의 인기 요인이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은 2008년부터 농수산물 순수입국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수입액은 921억달러 규모로 늘었다.

한류 문화의 영향으로 한국 상품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중국 대도시 소비자 2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공식품 원산지별 만족도에서 한국은 4.21점을 기록해 미국 일본을 제치고 프랑스(4.22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 식품수입 업체인 치어풀의 주쥔팅 사장은 “일본의 방사능 유출 우려로 안전한 식품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한국 식품은 안전성 검사가 엄격한 데다 맛과 품질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함정오 KOTRA 중국지역본부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 농업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거꾸로 13억 중국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거리가 가까운 지리적 이점과 우수한 가공기술을 활용하면 네슬레 등 해외 식품업체들과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상하이=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중국에 부는 식품韓流] 11월 한·중 FTA 2단계 협상…1200개 '초민감 품목'에 농축수산물 얼마나 담길까

한 국과 중국은 다음달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앞두고 있다. 양국은 지난달 3~5일 중국 산둥성 웨이팡에서 열린 한·중 FTA 제7차 협상에서 1단계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 자리에서 상품 분야 자유화(관세 철폐) 수준을 품목 수 기준으로 90%, 수입액 기준으로는 85%로 정했다. 이에 따라 전체 1만2000여개 협상 대상 품목 중 1200여개는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돼 관세 철폐 제외, 관세 유지, 계절 관세, 관세 부분 감축 등 각종 보호를 받을 수 있다.

2단계 협상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1200여개 초민감 품목에 얼마나 많은 농축수산물을 담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2단계 협상에서 양허안 초안을 교환한다. 본격적으로 상품 품목별로 관세 철폐 수준이나 관세 철폐 여부를 놓고 협상에 돌입하는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에서의 농산물 수입이 지금보다 105~209% 급증해 한국 내 농업 생산이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모든 농축수산물을 초민감 품목에 담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은 1100여개로 초민감 품목에 전부 들어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양자 간 FTA를 체결할 경우 한 분야를 완전히 보호하는 조치를 할 수 없다. 게다가 섬유 가구 등 중국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으면서 국내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제조업도 보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초민감 품목에 포함시켜야 하는 농축수산물을 고를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산물 시장을 일정 부분 내주더라도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가공식품 분야에선 비교우위를 확장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농심 등 일부 식품업체는 이미 중국 내수시장에서 상당한 수준의 브랜드 파워를 확보했다”며 “중국 현지기업에 비해 제조 노하우와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한국 식품기업에는 한·중 FTA가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공식품이 아니더라도 한국산 농축수산물의 중국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리적으로 따져보더라도 중국 주변에 ‘웰빙형’ 농축수산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환우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깨끗하고 질 좋은 농축수산물을 원하는 중국 내 고급 소비자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은 인도 몽골 태국 베트남 등 중국 인근에 있는 나라들보다 품질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에 밀리고, 대만은 기후가 달라 낙농업 등이 발달하지 못했다”며 “한·중 FTA는 국내 농축산업에 충분히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미현 /고은이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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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가기 싫다" 사표 내는 국책연구기관 직원들



5년 새 524명 … "절반이 지방 이전 탓"

교육과정평가원 57명 떠나고

KDI 젊은 박사 중심 51명 이직

세종시 금남면의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전 공사 현장. [프리랜서 김성태]

20일 세종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금강 남쪽 행정중심복합도시 4-1 생활권. 해발 201m의 괴화산을 가운데 두고 곳곳에 완공을 기다리며 분주히 공사 중인 건물들이 눈에 띈다. 특히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한국개발연구원(KDI) 건물은 왼쪽으로 짙푸른색 유리창 외벽과 오른쪽 흰색 타일 외벽공사가 이미 마무리됐다. 이곳에는 올 연말부터 내년 말까지 국토연구원과 KDI를 비롯해 서울·수도권의 국책연구기관 16곳이 헤쳐 모인다.

 인근 식당 등 상가에선 새로 입주할 연구기관 맞이에 들뜬 분위기다. 한우고깃집 '명품한우타운'을 운영하는 김승배씨는 “우리 집이 KDI에서 제일 가까운 한우고깃집”이라며 “그간에도 세종청사 손님이 많았지만 내년엔 손님이 더 늘어날 것을 대비해 식당 안팎으로 공사도 다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 원주민과는 반대로 연구단지에 입주할 국책 연구기관들의 분위기는 착잡하다. 대부분 서울에 있는 이들 연구기관은 혁신도시지원특별법과 계획에 따라 올해 말부터 2015년까지 정해진 지방도시로 이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지방 이전이 코앞에 닥치자 국책연구기관에는 '지방으로 가기 싫다'며 회사를 옮기는 연구원들이 크게 늘고 있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최근 국무조정실(옛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KDI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떠나는 연구원이 52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이 가장 많은 곳은 충북 음성으로 이전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직원 276명 중 57명이 평가원을 떠났다. 세종시 연구단지로 입주하는 국가 경제정책 싱크탱크 KDI의 인재유출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직원 254명 중 51명이 직장을 옮겼다. 이직자는 2009년만 하더라도 5명에 그쳤지만, 이듬해 8명, 2011년과 2012년엔 각각 14명까지 늘어났다. 올해는 6월까지만 해도 이미 10명이 KDI를 떠났다. 특히 지난 7월에는 박현 공공투자관리센터 소장까지 서울시립대 교수로 자리를 옮겨, 연구원이 술렁댔다. 박 소장의 경우 KDI 내 중요 보직을 맡고 있지만, 부인의 직장이 서울인 데다 아이들도 아직 학생이라 KDI를 떠나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DI 관계자는 “올 들어 젊은 박사들이 하도 많이 자리를 옮기고 있어, 이젠 누가 나갔는지도 헷갈릴 지경”이라며 “나간 사람의 절반 이상이 지방 이전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KDI 다음으로 인재유출이 심각한 곳은 역시 세종시로 이전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다. 128명 직원 중 2009년부터 올 6월까지 모두 45명의 연구원들 떠났다. 비율만으로 보면 35%에 달한다. 세종시로 옮겨가는 16개 연구기관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관계 연구기관이 한곳에 모이니 협동연구에도 도움이 되고, 정부부처도 옆에 있어 정책연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울산(에너지경제연구원)과 충북 진천(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남 나주(농촌경제연구원), 부산(해양수산개발원) 등으로 외따로 떨어져야 하는 연구기관들은 사실상 '섬'에서 연구를 하는 셈이다.

 이학영 의원은 “연구기관 지방 이전 계획이 밝혀진 2006년부터 인재유출이 시작됐지만, 올 들어 그 추세가 배 가까이 늘었다”며 “정부는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책연구원을 떠난 박사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대학이다. 지난 5년간 전체 이직자 524명 중 딱 절반인 262명이 서울과 수도권의 대학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으로 많이 가는 곳은 지방 이전 대상이 아닌 공공기관으로, 58명에 달했다. 사기업 연구소로 간 연구원들도 4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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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잇단 벌금 폭탄에 부글부글

JP모건 이어 BoA도 거액 물어낼 판

"정부가 은연중 형사처벌 협박" 불만

미국 정부가 금융기관의 불공정행위 등에 천문학적 규모의 '벌금 폭탄'을 잇따라 때리자 월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정당한 규제를 넘어 "벌금액에 합의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하겠다"고 협박해 자산을 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인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60억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HFA는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감독하는 기관으로 이들 회사에 부실 모기지 상품을 판매한 책임을 물어 2011년 9월 JP모건 등 17개 대형은행을 제소했다.

앞서 JP모건은 부실 모기지 판매와 관련해 FHFA 배상액 40억달러를 포함해 소비자 보상금 40억달러, 벌금 50억달러 등 총 130억달러를 지불하기로 미 법무부와 합의한 바 있다. 단일기관의 벌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해 JP모건 순이익의 65%에 달한다.

FT는 BoA의 배상액이 JP모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BoA의 MBS 판매액은 총 570억달러로 JP모건의 330억달러보다 훨씬 더 많다. 또 300억달러어치를 판매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를 비롯해 크레디트스위스와 골드만삭스 등 다른 대형은행들도 줄줄이 벌금 폭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다른 투자은행들도 JP모건 사례를 본보기로 해 최종 합의금을 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미 정부는 이번 부실 모기지 상품은 물론 부채담보부증권(CDO) 부실판매,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ㆍ원자재 가격 조작, 중국 태자당 자제들의 특혜채용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벌금액수가 눈덩이처럼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벌금이 경영에 타격을 줄 정도에 이르자 월가는 "정부가 은연중에 형사기소로 협박해 수십억달러의 자산을 갈취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JP모건은 파생상품 거래과정에서 거액의 손실을 낸 '런던 고래' 사건의 벌금 10억2,000만달러 등 각종 법률비용으로 올 들어서만도 총 230억달러를 지불했다.

최근 대형 헤지펀드인 SAC캐피털 역시 최근 설립자인 스티븐 코언이 형사처벌을 피하는 대신 내부자거래 혐의 사건 해결을 위해 증권거래위원회(SEC)ㆍ검찰 등과 총 20억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래퍼티캐피털의 딕 보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JP모건 자산을 주주의 동의도 없이 몰수하고 있다"며 "이는 자본주의의 근간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헤지펀드인 시브리즈파트너스의 도그 카스 매니저도 "정부가 JP모건을 캔디를 넣은 항아리로 보고 야금야금 돈을 빼가고 있다"면서 월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월가는 JP모건의 MBS 판매액 중 80%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 요청에 밀려 JP모건이 인수한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 시절에 발생했다며 억울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RBC캐피털마켓의 제러드 캐시디 애널리스트는 "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대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정부의 전화를 받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월가 외곽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월가의 탐욕스러운 행태가 바뀌지 않자 정부가 본때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신뢰도 하락, 금융산업 타격 등을 우려해 대형은행 CEO들을 '너무 커서 감옥에 보내지 않고 있다(too big to jail)'는 비판도 나오는 실정이다.

또 일각에서는 사상유례 없는 벌금이 정부와 대형기관 간 타협의 산물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FT는 "정부로서는 혐의 입증이 까다로운 형사재판의 승소를 장담할 수 없는 반면 금융기관도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기관 등 민간투자가들에 벌금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액을 물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BoA도 '벌금 폭탄'…4년간 번 60억弗 물어낸다

美당국, JP모간 이어 '모기지 부실판매' 잇단 철퇴

미국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지난 2년간 순이익보다 많은 벌금이 부과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판매한 부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품과 관련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미국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이 BoA에 60억달러(약 6조4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JP모간체이스가 법무부 등 미 감독당국에 단일 회사로는 사상 최대인 130억달러(약 13조8000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한 지 사흘 만이다.

벌금은 BoA의 지난 2년간 순이익(56억달러)보다 많다. 2010년 22억달러의 순손실을 입은 점을 감안하면 4년간 벌어들인 돈을 모아야 벌금을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FHFA가 JP모간에 부과했던 40억달러의 벌금보다도 많다. 법무부 등 다른 감독기관과의 합의 과정에서 JP모간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는 BoA가 금융위기 전 단일 금융회사로는 최대인 570억달러의 모기지 부채담보부증권(CDO)을 국책 주택금융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판매한 데 따른 결과다. JP모간은 330억달러,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300억달러로 여기에 못 미쳤다.

FHFA는 2011년 9월 17개 대형은행이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부실 모기지 대출을 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을 판매하며 대출자들의 채무 상환 능력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결국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해당 상품이 빠르게 부실화하면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어려워져 구제금융을 받고 경영권은 FHFA에 넘겼다.

관련 소송에서 BoA가 승리하면 FHFA에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패배할 경우 더 무거운 벌금과 더불어 형사상 책임까지 져야 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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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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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버드大 연구팀 상뇌·하뇌 활용따라 4가지 인간유형 제시

행동인 상·하뇌 많이 이용… 오프라 윈프리

지각인 하뇌 주로 사용… 달라이 라마

동기부여인 상뇌에만 의존… 타이거 우즈

순응인 양뇌 거의 안써… 엘리자베스 테일러
좌뇌와 우뇌가 아니라 상뇌와 하뇌 중 어떤 부분을 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 유형을 파악하는 새로운 ‘뇌 지도’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 스티븐 코슬린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상뇌와 하뇌의 활성화에 따라 행동인(mover), 동기부여인(stimulator), 지각인(perceiver), 순응인(adaptor)의 4가지 형태를 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기존에 정설로 받아들여졌던 ‘논리적인 좌뇌형, 창의적인 우뇌형’ 이론은 지나치게 단순화돼 오늘날 인간형을 설명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상뇌는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이용해 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예측한다. 하뇌는 감각으로 받아들인 신호를 체계화하는 동시에 기존에 갖고 있는 기억과 비교해 의미를 해석한다. 양쪽 뇌는 항상 함께 일하지만 인간이 어느 부분에 더욱 의존하느냐에 따라 4가지 성향으로 나뉜다.

상뇌와 하뇌 모두 많이 사용하는 행동인은 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지켜보는 조직의 리더로 적합하다. 어린 시절의 학대를 이겨내고 사업적으로 성공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이 유형에 해당한다.

지각인은 하뇌를 많이 사용하는 유형으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같은 종교인이나 학자, 작가 등이 많다. 조직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조언자 역할에 어울린다.

동기부여인은 상뇌를 주로 사용해 독창적인 계획을 세우지만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가 대표적이다.

상뇌와 하뇌 모두 거의 사용하지 않는 순응인은 상황에 몸을 맡기는 유형이다. 자유로운 사고방식의 소유자로 평가받기도 한다. 영화배우로는 성공했지만 결혼을 8번이나 할 정도로 인생은 무계획적이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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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폴 크루그먼]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동아일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상하원을 통과한 2014 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임시 예산안 및 국가 부채한도 증액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소위 ‘오바마 케어’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극심한 의견 대립으로 10월 1일 0시부터 16일간 지속됐던 연방정부 일시폐쇄(셧다운) 위기가 끝났다. 사상 초유의 미국 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도 모면했다.

이제 모든 위기가 끝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다. 이번 합의는 말 그대로 ‘미봉책’일 뿐 이번 사태를 야기한 정쟁(政爭)의 불씨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연방정부 부채 감축 해법을 둘러싼 양당의 시각은 천양지차다. 민주당은 부채 감축을 위해 세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공화당은 지출 축소가 먼저라고 맞선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 케어’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지원금 규모를 줄이려고 시도하고 당연히 민주당은 이에 거세게 반발할 것이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후 민주당 소속 대통령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모든 사안에서 사사건건 맞섰다. 이후 정쟁과 이에 따른 재정정책의 불확실성은 미국 사회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

경제전문 조사회사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2010년 이후 3년간 재정정책 불확실성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약 1.0%포인트 감소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7000억 달러(약 742조 원)에 달한다. 실업률도 1.4%포인트 추가 상승했다. 재정정책의 불확실성이 없었다면 현재 미국 경제의 최대 난제이자 7%대를 웃도는 실업률이 6%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공화당은 의회 다수당이 된 후 2가지 실책을 저질렀다. 공화당이 주도한 급여세 인상과 실업자 지원 축소는 단순히 미국 근로자들의 구매력만 떨어뜨린 것이 아니다.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개인 소비를 위축시켜 성장 잠재력을 대폭 갉아먹었다. 실업자에 대한 지원 축소는 태평성대에도 잔인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논쟁적 정책인데 공화당은 경제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게다가 이 와중에 부자 감세가 웬 말인가. 실업자 지원 축소와 부자 감세는 부의 재분배를 왜곡시키고 가뜩이나 심각한 미국의 빈부격차를 더욱 늘릴 것이다.

모든 선거는 그에 따른 결과를 수반한다. 나는 2010년 중간선거의 공화당 승리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그렇지 않아도 취약해진 미국 경제의 회복을 방해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 민주당,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잘한 건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셧다운 사태를 둘러싼 상황에서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연준은 미국 경제 부양책을 좀 더 과감하게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소모적인 정쟁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후폭풍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특히 소위 티파티(극우 성향의 미국 유권자단체) 등을 비롯한 공화당 강경파는 이번 셧다운 파동과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어질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에 합의한 임시 예산안은 내년 1월 15일까지만 현재 수준에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는 점을 골자로 하고 있다. 셧다운과 디폴트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나빠질 것이다.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태에 놓여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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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포기 않을것… 美, 북한붕괴 추진해야”

美 브루킹스硏 연구원 보고서

[동아일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에번스 리비어 동북아정책센터 연구원은 19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을 붕괴시킬 방안을 찾는 것을 포함한 새로운 대북정책을 사용할 결심이 서 있다는 점을 중국에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비어 연구원의 주장은 최근 미국과 중국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수동적인 북한 붕괴 대비론에서 나아가 미국이 적극적으로 북한 붕괴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정책적 선택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올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국과 일본 등 동맹들에 대한 ‘확장 억제’를 약속했지만 적극적으로 북한 붕괴를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공통적으로 언급을 꺼렸다.

리비어 연구원은 A4용지 27쪽 분량의 ‘사실에 직면하기: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 보고서에서 “미국은 북한의 점증하는 핵 위협으로부터 자신과 동맹국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결심이 서 있음을 중국에 밝혀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 그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욱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포함한 강력한 접근법이 북한 체제에 긴장을 초래할 것이므로 미국과 동북아 국가들은 서둘러 북한 붕괴에 대비해야 하며 특히 중국을 관련 대화에 초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비어 연구원이 주장한 ‘새로운 대북정책’은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6자회담을 비롯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지난 20년 동안 사용한 모든 외교적 노력은 실패했다는 회의론에서 출발한 것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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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메르트-황창규 대담 … 실패하는 젊음, 공포를 덜어주자



“한국과 이스라엘은 자원빈국은 물론 안보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또한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다.” 에후드 올메르트(68) 전 이스라엘 총리는 본지가 마련한 황창규(60) 성균관대 석좌교수와의 대담 자리에서 “두 나라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 또한 “한국에 비해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은 창업 초기부터 경쟁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배울 게 많다”며 두 나라의 협력을 적극 반겼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제14회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이날 대담은 지난 16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진행됐다.

▶올메르트 전 총리(올)=이스라엘은 우선 회사나 공장 규모가 커야 우위를 점하는 시장에는 뛰어들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인구가 800만 명의 매우 작은 나라다. 따라서 이스라엘인들은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에 집중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스라엘은 더 큰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제품과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에서 다 쓰이는 기술을 우리가 내놓아서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황창규 교수(황)=한국의 창업 역사는 이스라엘에 비해 짧다. 그러나 현재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이 많이 단순화됐고, 대출자금 지원 등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에 비해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재산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한국에 필요한 건 M&A 시스템을 활성화시켜 연약한 스타트업들을 튼튼하게 만들고,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세계 최고 도전하는 '후츠파 정신'

 ▶올=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서울의 조그마한 포목점에서 출발한 회사가 현재는 전 세계에 4만3000명의 임직원을 두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15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는데 전 세계에서 세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에 모두 사업에 진출했다고 한다. 한국은 이런 대기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선 국내보다 더 큰 시장이 필요하고, 대량 생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비해 작은 규모인 이스라엘이 잘할 수 있는 건 제품이 아닌 아이디어를 파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인들은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이런 방법이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는 온갖 약점에도 불구하고 생존할 수 있는 힘을 줬다.

 ▶황=이스라엘에는 '후츠파' 정신이라는 게 있다. 직역하면 '건방지고 당돌하다'는 뜻이 되겠지만, 시장에서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또 그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부딪치는 정신'이다. 가장 우수한 인재들에게는 세계 최고에 도전하는 창업을 권장하는 전통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정신은 잘 이해되고 있다. 30년 전 우리가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을 때 국내 산업계는 불모지였다.

40대는 늦어 20대에 도전을

에후드 올메르트(오른쪽) 전 이스라엘 총리와 황창규 성균관대 석좌교수가 16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대담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올=누구도 실패를 원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인 또한 누구나 성공하고 싶어 한다. 다만 이스라엘은 탄생부터 위험을 감수하고 시작한 나라다. 이스라엘인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주로 20대들이 창업하기 때문이다. 20대들은 40대처럼 실패에 따르는 위험을 계산적으로 보지 않는다. 아내가 있고, 자식이 둘 있고, 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있으면 위험에 도전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황=한국의 젊은이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야 한다. 이스라엘의 교육과 시스템, 기업가 정신이 하나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이스라엘의 실리콘와디 역시 실패의 산물이다. 창업 기업의 실패는 한국에서는 오명이 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통상적인 프로세스로 여겨진다. 성공을 이루려는 기회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그게 한국과 이스라엘의 차이점이다.

 ▶올=이스라엘은 이민자들이 모여 만든 나라다. 예를 들면 150만 러시아 유대인이 이민을 왔고,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면 굉장한 혁신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또 그런 사람들은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도 하다. 또한 유대인들은 수천 년간 세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법을 익혔다. 아이디어·교육·문학 같은 창조물은 우리가 어디 사느냐에 관계없이 만들어졌다. 이런 점들이 유대인의 DNA를 더욱 날카롭게 다듬었고, 성공에 기여하게 만들었다.

 ▶황=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기업이 나서서 위험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80%는 대기업에서 벌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없이는 한국이 언제까지나 기술·산업적인 측면에서 선진국으로 남아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래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점이다.

 ▶올=이스라엘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예를 들면 '치프 사이언티스트(Chief Scientist)' 프로그램이 그렇다. 산업무역부가 총괄하는 이 프로그램은 매년 창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수천 명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에 소속되지 않는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이들이 내는 아이디어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그중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창업 아이디어를 추려내는 것이다. 물론 이 중 70%는 또 실패하게 된다.

 ▶황=이스라엘 정부는 요즈마 펀드의 성공사례를 갖고 있다. 요즈마 펀드가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들여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지원한 점이 인상적이다. 2011년 올메르트 전 총리를 만났을 때 “혁신적인 기술이 있는 곳이라면 비록 그곳에서 전쟁이 한창이더라도 투자자는 당연히 몰려온다”는 말에 감명을 받았다. 한국 정부도 요즈마와 같은 방식으로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에 노출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올=많은 국가가 교육 수준은 높지만 혁신 수준은 낮다. 혁신과 기업가 정신은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에 굉장한 성공을 가져왔다. 하지만 고민도 있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 5.4~5.6%라는 성과를 올려왔지만 이 수치가 빈부격차를 메우지는 못했다. 새로운 기술에서 성과를 냈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들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할 일은 이것이다.

군 복무 시간 유용하게 만들어줘야

 ▶황=젊은이들이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을 유용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이스라엘의 최고 명문은 대학이 아닌 군대다. '최고 중의 최고'라는 엘리트 부대 '탈피오트'는 우수한 인력을 뽑아 군 복무 기간 중 다양한 기술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에서도 탈피오트 제도가 곧 도입된다고 한다. 이공계 학사 이상 취득자를 선발해 자신의 전공 분야와 관련된 부문에서 군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 대학생들의 창의성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이 점만큼은 이스라엘을 본받아야 한다.

 ▶올=양국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한국 사람들과 그들의 비즈니스를 높이 평가한다. 한국인의 열정과 역동성을 믿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나라들은 계속 발전하는 데 지치고 피로해지기 마련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필립스도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기업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이 일궈낸 성과가 그들이 혁신을 지속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한국이 협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이 지금의 성공을 이어나가는 방법은 현재의 강점을 혁신과 접목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혁신의 나라다. 이런 점에서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사회=최지영 산업부 차장

정리=심재우·조혜경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에후드 올메르트(68)=2006∼2009년 이스라엘의 12대총리로 재직하면서 해외 투자유치와 연구개발(R&D)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 이스라엘 창업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1973년 28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이 됐다. 이후 보건부 장관, 예루살렘 시장, 부총리 겸 산업무역노동부 장관, 재무장관 등을 지냈다. 현재 인공지능·로봇사업 창업에 주력하는 '제네시스 앤젤스' 자문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황창규(60)=2000년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를 맡아 플래시 메모리 시장을 개척한 인물. 메모리 반도체의 발전 속도가 '무어의 법칙'을 앞선다는 '황의 법칙'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3월부터 3년간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불리는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으로 일하며 미래 성장에너지 발굴을 위해 힘썼다. 올 4월부터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활동 중이다.

최지영.심재우.조혜경.박종근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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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아이언맨 15명 만들 돈 날렸다



미군 특수갑옷 개발 계기, 손실액 25조5000억원 환산해보니

억만장자 버핏 재산의 절반

F-35 전투기 150대 값 해당

화성탐사 아홉 번 할 수 있어

미국 특수전사령부(SOCOM)가 영화 '아이언맨'을 연상케 하는 특수갑옷 개발에 나섰다. 미 국방부 산하 미군 공보국(AFPS)은 18일(현지시간) '전술공격경전투복(TALOS)' 개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간 미군 관계자 등을 인용해 아이언맨 갑옷을 개발한다는 보도는 나온 적이 있지만 미 정부의 정식 발표는 처음이다. TALOS에는 방탄·방화 기능뿐만 아니라 착용자의 체력을 강화하는 에너지 저장·방출 장치, 생체활동 센서, 최첨단 통신기기 등이 내장될 예정이다. TALOS 개발 책임자인 마이클 필슨은 “우리는 흔히 이 장비를 아이언맨 슈트(suit)라고 부른다”며 4~5년 내에 첫 제품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6일간 지속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폐쇄) 사태가 끼친 손실액만으로도 영화에서처럼 하늘을 나는 '아이언맨'을 15명이나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P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추산한 셧다운 피해액 240억 달러(약 25조5000억원)가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지는지 다양한 예로 제시했다.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처럼 비행 갑옷과 첨단 무기, 말리부 해변의 저택 등 초호화 생활을 누리는 데 드는 비용은 16억 달러, 셧다운 손실액의 15분의 1이면 충분하다. 또 비싸다며 한국 공군이 차세대 주력기 선정에서 탈락시킨 F-35 전투기를 150대 구매할 수 있다. 미국이 2008년부터 개발 중인 최신예 항공모함 CVN78을 2척 보유할 수 있고, 미군이 석 달간 아프간전을 수행할 비용을 댈 수도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탐사 프로그램을 9번 수행할 수 있는 돈이며, 인간의 달 착륙을 위해 20년간 진행한 아폴로 프로그램 비용(당시 액면가 기준)과도 맞먹는다.

 억만장자 워런 버핏 재산의 절반에 해당하며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인 트위터를 통째로 사들일 수 있는 액수이기도 하다. 엘살바도르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을 약간 넘고 아이슬란드 GDP의 2배에 달한다. 9·11 테러 현장에 지어진 프리덤 타워는 세계에서 건축비가 가장 많이 든 빌딩으로 꼽히지만 셧다운 손실액으론 그보다 6배 비싼 건물도 지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828m)는 16채나 지을 수 있고, 영국 버킹엄 궁전 자산 평가액의 15배에 달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공항 등 중국이 투자한 총 인프라 비용의 절반에 해당하고 지난해 런던 올림픽의 경우 두 번 치를 수 있다. 역사적으론 1803년 미국이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주를 사들일 때 가격과 비교한다면 현재 가치로 환산하더라도 이 땅 100개를 구입할 수 있다. 또 48년 미국이 마셜플랜을 통해 전후 유럽을 원조하기 위해 조성한 자금의 14%(현재 가치로 환산할 경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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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 노동·서비스 구조개혁해야

"美 QE축소·中 경기후퇴 등에

내수 위축 따른 하방위험 상존

성장잠재력 키우는데 주력해야"

아눕 싱 <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


아시아는 지금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미 많은 신흥국에서 자본 도피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런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으나 경제적 기반이 비교적 약한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가장 심한 타격을 입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금융긴축이 질서 있게 진행됐다. 일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에서는 자본흐름의 방향이 바뀌면서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기도 했다. 한국은 자금유출 흐름을 극복했다. 금리가 소폭 상승했고 원화 가치와 주가도 상승했다. 이런 상황은 견실한 거시경제적 기반과 금융시장의 안정성 덕분이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외부 환경이 변하더라도 아시아의 성장 전망은 그다지 약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자금 조달이 압박을 받아 성장이 둔화될 수도 있지만 이를 상쇄할 여력이 있다. 왜냐하면 선진국의 경기회복, 통화약세, 견실한 국내수요, 비교적 안정된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약 6%와 5.3%의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이 더 커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금융 상황이 더욱 압박을 받는 경우에는 포트폴리오 유출이 다시 시작될 수 있어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통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저성장에 직면하게 된다. 유가 상승과 신흥국의 금융불균형 성장도 잠재 위험 요소다. 중국과 인도는 투자와 성장의 지속적인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을 헤쳐나가려면 명확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일관성 있는 정책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환율의 유연성도 필요하다.

한국은 잠재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건전한 거시경제적 관리와 금융과잉 해소가 빛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단기외채 감소, 낮은 인플레이션과 공공 부채, 성장회복 등 건전한 경제적 기반 덕택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외부 충격을 적게 받았고 안전한 피난처로 인정받았다. 경제는 바닥을 친 후에 상승하고 있고 강력한 해외수요와 국내수요 회복에 힘입어 성장률이 2013년에 2.8%, 2014년에 3.7%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에 미달해 경제회복은 서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거시경제 정책은 경기순응적 조치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배경과 함께 글로벌 상품가격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아베노믹스가 한국의 경쟁력을 침식할 것이라는 초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8월에 반등했으며 경상수지 흑자는 2013년에 국내총생산(GDP)의 4.5%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방위험은 여전하다. 외부적 위험 요소로는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한 무질서한 출구전략, 유로존의 금융위기 재발,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예상보다 심한 경기후퇴 등이다. 내부적 위험 요소로는 높은 가계 부채로 인한 수요부진이다. 이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하방 시나리오가 실제로 발생하더라도 재정적인 측면에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강력하게 대응할 충분한 정책적인 여력을 갖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낮은 국내 수요를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성장잠재력을 증가시키며,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것에 중점을 둔 정책들을 실행해야 한다. 또한 인구 고령화로 성장잠재력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동시장과 서비스 부문에 대한 종합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2000년대 초부터 확대되기 시작한 소득불평등도 줄여야 한다. 과감하고 종합적인 개혁을 추진할 때 한국은 새로운 번영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아눕 싱 <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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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 내년 태평양 투입



레이더에 소형어선 정도로 표시돼… 中견제-북핵 감시 임무 수행할듯

[동아일보]

미국 해군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DDG1000) 건조를 완료해 진수한다. 내년에 실전 배치되는 이 구축함은 F-35 전투기, 미사일방어(MD) 시스템과 더불어 미 태평양사령부 전력의 3대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에서 중국 견제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감시가 주요 역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AP통신에 따르면 비밀리에 건조된 이 구축함은 길이 182m, 폭 24.6m, 1만5000t급으로 미 해군 구축함 중 최대 규모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당시 최연소 해군 참모총장으로 임명된 엘모 버드 줌월트 제독의 이름을 따 ‘줌월트’급으로 분류됐으며 기존 알레이버크급보다 40% 정도 크다. 흘수(吃水·배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물에 잠겨 있는 부분의 깊이)가 8.4m로 깊어 수상 레이더에 200t급 소형 선박 비슷한 크기로 나타날 정도로 우수한 스텔스성을 갖추고 있다

장착되는 무기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ESSM, SM-2, SM-6 함대공 미사일과 155mm 함포, 그리고 AN/SPY-3, SQS-90 소나 등 최첨단 레이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유도하는 장거리포를 30분에 600발을 발사할 수 있다.

특히 음속보다 7배 빠른 차세대 전자기 레일건(EMRG)은 자기장과 전류를 이용해 발사하는 것으로 사거리가 160km에 이르며 ‘항공모함 킬러’로도 불린다. 함포는 수직발사시스템(VLS)을 도입해 정면뿐 아니라 측면에서도 발사가 가능하다.

최첨단 자동화로 승조원은 기존 구축함의 절반 정도인 158명이다.

해군은 당초 32척 정도를 건조할 예정이었으나 35억 달러(약 3조7000억 원)에 달하는 건조 비용 부담 때문에 3척만 건조할 계획이다.

한편 중국 인민해방군도 장거리 순항미사일 창젠(長劍) 10호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고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펑(東風)’ 21D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사일로 주로 육상 표적물 파괴용이지만 해상 목표물도 공격이 가능하다. 사거리는 1500∼2000km로 중국 군사력 전개의 목표선인 제1열도선(규슈∼오키나와∼대만) 내 모든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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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사장 "명언 찾기위해 10년간 책 2500권 이상 읽어"


매일 아침 '행복한 경영이야기' 10주년 맞은 조영탁 휴넷 사장

'행경' 덕에 강영중 회장 등과 제휴

"한국의 탈무드 만드는 게 꿈"


“의약품이란 환자를 위한 것이지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윤이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는 한 이윤은 저절로 나타나기 마련이다.”(조지 윌리엄 머크 머크사 회장)

2003년 10월, 한 젊은 경영인이 짧은 경영에세이를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기 시작했다. 메일 이름은 ‘행복한 경영이야기(행경)’. 메일에는 세계 최고의 석학, 유명 경영인, 사상가, 정치인의 명언과 함께 그의 짧은 해석이 담겨 있었다. 처음엔 수십명만 받아보던 행경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186만명이 보고 있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전달된 행경이 23일로 10주년을 맞는다. 메일을 보내는 주인공은 조영탁 휴넷 사장(49·사진)이다. 그는 “그간의 명언들을 모으고 구성해 책을 만들고 있다”며 “한국의 탈무드를 만들어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온라인 경영교육 콘텐츠 제공업체인 휴넷을 운영하는 기업인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10년 동안 금호그룹 기획실에서 근무했다. 직장생활 중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땄다. 외환위기 직후 회사를 나온 그는 닷컴열풍이 한창이던 1999년 휴넷을 설립했다. 직원 서너 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지난해 매출 175억원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3~4년 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행복경영’이란 키워드로 의미있는 명언을 모으기 시작했다. 경영 관련 명언에서 점차 리더십, 자기계발, 인문학 등으로 소재를 넓혔다. “좋은 명언을 찾기 위해 1년에 300권씩 10년 동안 2500여권의 책을 읽었어요. 좋은 글귀나 문구를 메모해둔 종이만 1주일에 400페이지가 넘어요. 이 메모를 걸러내 메일 전송용으로 정리한 뒤 아침마다 하나씩 발송합니다.”

그의 메일로 크고 작은 변화도 있었다. 2004년부터 메일을 받아보고 있는 강영중 대교 회장은 메일 발송자가 조 사장임을 안 뒤 휴넷과 제휴사업을 진행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행경을 임직원 1만명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메일을 삶의 지표로 삼아 회사를 500억원 규모로 키워낼 수 있었다’는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 서비스가 인기를 얻자 한 출판사에선 매주 5~10권씩 새 책을 보내주기도 한다.

조 사장은 “많은 이들의 학력(學歷)보다 공부에 대한 의지와 노력을 의미하는 학력(學力)을 높이기 위해 자리이타(자신과 남에게 모두 이로운 일) 정신으로 글을 쓰고 있다”며 “1000년 유대인의 지혜가 모인 ‘탈무드’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도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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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북핵·글로벌 경제 영향… 亞, 가장 위험한 대륙"

美 시사종합지 애틀랜틱 보도
세계화 진전으로 한 나라에서 정치·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국제사회에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유럽의 작은 나라 그리스 경제위기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전체를 위협하고, 세계 경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전 세계 6개 대륙 가운데 한 지역 문제가 다른 대륙에 큰 파급 효과를 미치는 대륙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심각한 사태가 일어나도 다른 대륙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아시아는 사정이 다르다. 미국 시사종합지 애틀랜틱 최신호는 6개 대륙 중 다른 곳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아시아가 가장 위험한 대륙이라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틀랜틱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중대한 사태가 터지면 지구촌 곳곳에 즉각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특징이 있다. 만약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와 사람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아시아는 전 세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불안 요인도 안고 있다. 30세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끄는 북한이 대표적이다. 애틀랜틱은 “젊고 경험 없는 북한 독재자가 핵무기로 불장난을 하면 모두가 후폭풍을 피할 수가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대개 중동이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계속되는 분쟁으로 무력충돌이 일어날 공산이 크고 국제테러 위험성도 높은 까닭이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중대한 문제가 터지면 그 전개 양상이 훨씬 더 복잡하고,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아시아가 가장 위험한 대륙이라고 애틀랜틱은 주장했다. 특히 아시아는 거대한 경제체제로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가장 큰 대륙이다.

현재 인류를 위협하는 5대 핵심 위험 요인은 기후변화, 핵무기 확산, 전염병, 글로벌 경제위기, 무력충돌이다. 이 다섯가지 위험 요인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아시아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 사용량은 2035년까지 각각 지금의 2배와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모도 갑절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핵무기를 팔 수 있는 나라인 북한과 파키스탄도 아시아에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카슈미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분쟁이 지속되는 지역이다. 중국과 인도, 한반도는 무력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지구촌을 위협했던 조류인플루엔자도 아시아에서 시작됐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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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지식인 ‘중국을 말하다’]“중국 혁명은 사회주의가 아닌 민족자본주의 건설이었다”


ㆍ원톄쥔 중국 인민대학 교수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계의 주목 대상이다. 그러나 빈부 격차, 부정부패 등 성장의 그늘도 깊다. 오늘의 중국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디로 가는 것일까. 경향신문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소장 강명구)와 함께 원톄쥔(溫鐵軍·62) 중국 인민대학 교수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54)을 초청해 ‘한·중 지식인 대담-중국을 말하다’를 기획했다. 중국의 가장 주목받는 지식인으로 꼽히는 원 교수는 저작선집 <백년의 급진: 중국의 현대를 성찰하다>(돌베개)의 국내 출간에 맞춰 지난 15일 방한했다. 그는 중국의 ‘삼농(三農, 농민·농업·농촌)’ 문제 최고 권위자이자 중국 공산당의 정책 입안가로 명성이 높다. 대담은 지난 18일 경기 파주 출판단지 돌베개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두 사람은 4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대담에서 중국 현대사에 관한 인식 문제, 마르크시즘, 중국 공산당의 미래, 남북한 등 동아시아 문제 등에 대해 심도깊은 대화를 나눴다. 분위기는 시종 뜨거우면서도 화기애애했다. 유 전 장관은 중국 현대사에 대한 종전의 해석과 전혀 다른 원 교수의 깊은 식견과 안목에 감탄하고, 원 교수는 몇 차례나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며 유 전 장관의 사유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대담의 통역은 이정훈 서울대 중문과 교수가 맡았다.

▲ 공산당 따르는 추진 세력 부르주아가 압도적 많아

서구의 혁명 경험 기반한 마르크시즘으론 설명 불가


▲ 한국 생산능력 과잉시대… 자본의 ‘북향정책’ 펼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 한·중 지식인들 토론 필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하 유시민)=선생님의 저작선집 <백년의 급진> 덕분에 제가 오랜만에 강한 지적 긴장을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조사연구하지 않는 자, 발언하지 말라”는 마오쩌둥의 어록 한 구절이 떠올랐다. 저와 같은 세대에 속하는 한국 지식인들에게 중국에 대한 인식은 주로 다음 세 가지 경로를 통해서 형성되었다. 중국의 공산혁명 과정을 기록한 미국 언론인 에드가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이 그 첫 번째이고, 주류 매체와 전혀 다르게 중국을 말한 고 리영희 선생의 <8억인과의 대화>가 두 번째이며, 1980년대 이후 중국의 고도성장에 대해 미디어가 제공한 많은 정보들이 세 번째이다. 그런데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중국에 대한 저의 기존 인식을 재점검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친자본적’ 개혁·개방 추진

원톄쥔 교수(이하 원톄쥔)=1980년대 이후 중국 경제발전에 대한 한국과 해외 언론의 보도는 당시 중국의 발전에 대한 주류 이데올로기를 반영했을 것이다. 제 관점에서 이른바 주류이데올로기는 다음의 두 가지를 포괄한다. 첫째는 자본주의화를 거리낌 없이 표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의 입장에 대항하여 과거 개혁개방 이전 시기의 체제를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전자는 물론 후자 또한 그 본질에서 친자본적 입장에 속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전자가 친서구적 태도, 즉 해외자본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후자는 과거에 국가가 주도한 자본 축적 과정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국유기업 대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자본의 축적과 확장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에 불과하다. 중국 외부에서 80년대 이후 매체의 보도를 통해 중국의 내부 상황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곤란에 처하는 것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주류의 목소리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로 인한 중국의 이런 난맥상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시민=대학에 다니던 시절 마오쩌둥의 <신민주주의론>을 일본어판으로 접했던 경험이 있다. 원 선생은 책에서 “당시 중국혁명이 추구한 바는 공산당 영도 하의 민족자본주의 발전”라고 한 마오 주석의 말을 인용하면서,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중국혁명의 정치적 목표는 결국 민족자본주의 건설”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중국이 공산당 영도 하에 건설한 것은 국가자본주의 또는 민족자본주의에 불과하다는 주장인 셈인데, 이는 마르크스주의적 역사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닌가. 만약 정말 이런 입장을 취하신다면, 혁명을 통해 중국이 이룬 것이 결국은 사회주의가 아니었다는 파격적 주장이다.

원톄쥔=문제의 핵심을 지적하셨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기인 오성홍기를 보면 가운데 큰 별은 공산당의 영도를 상징하고, 그 주위를 둘러싼 네 개의 작은 별은 각각 노동자, 농민, 도시소자산계급, 민족자본가계급을 상징한다. 공산당의 영도를 따르는 네 개의 세력 가운데 절반이 부르주아(민족자본가)와 프티부르주아(도시소자산계급) 계급이다. 농민 또한 프티부르주아계급으로 분류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중국혁명은 계급구성상 부르주아와 프티부르주아 계급의 압도적 비중 하에 진행된 것이다. 이런 형태의 혁명은 서구의 혁명 경험에 기초한 마르크시즘에 입각한 설명으로는 좀처럼 이해되기 어려운 사건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전후 실시된 토지개혁을 통해, 기존에 농촌 인구의 88.8%를 차지하던 하층농민마저도 자기 땅을 소유하게 되었다. 마오쩌둥은 1949년 건국 당시부터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향해, 중화인민공화국의 운명은 소자산계급(농민)의 망망한 바다 위에 떠있는 배와 같은 상황이라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외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자신을 프티부르주아국가로 자처하지는 않았지만, 이것이야말로 중국이 실제로 처해있는 상황이었다. 에드가 스노처럼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서구의 언론인이나 학자라고 해도 이런 내부적인 딜레마를 외부에 설명하고 전달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고 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른바 제3세계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민족자본주의 건설을 지향했다. 중국 또한 제3세계에 속하는 국가로서 이런 세계사적 흐름에 역행할 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스탈린의 중국혁명에 대한 규정처럼, 중국은 확실히 공산당 영도 하에 민족자본주의를 건설했고, 이는 사회주의적 토대를 완성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회주의혁명이라는 근원적 딜레마에 놓여 있었다. 1949년 건국 당시에는 국민의 90% 이상이 프티부르주아에 속하는 상황이어서, 사회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물적 토대가 매우 빈약했다. 반면 현재의 중국은 전체 생산성 자산의 70%가 국가소유(국영기업 등)이고, 금융자산의 70% 역시 국유은행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건국 초기와 비교하면 물적 조건의 측면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사회주의의 토대가 만들어진 셈이다.

유시민=제가 <백년의 급진>을 보면서 놀란 점은 중국현대사의 시대구분에 대한 독특한 관점이다. 원 선생은 급진의 ‘백년’을 민국혁명이 일어난 1911년부터 2011년까지로 잡고, 이 시기 중국이 당면했던 핵심 과제가 농업중심 사회에서 공업화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라고 규정하셨다. 그리고 중국은 1998년 이래 산업자본, 금융자본, 상업자본의 3대 과잉에 처해 있는 상황이므로, 국가의 전반적 정책노선이 친자본에서 친민생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셨고, 발전의 의미 또한 단순한 GDP 수치의 확대가 아니라 생태와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포용적 성장으로 바꾸어 가야할 시기가 도래했으며,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상식적으로 받아들여 온 중국 현대사에 대한 이해와는 전혀 다른 시각이다. 아마도 이러한 서술의 프레임을 이해하면 놀라워할 한국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중국을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곤 하는 한국 독자들의 시각도 한층 푸근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우리가 과거에 겪은 바 있듯이, 강대해진 중국 중심의 질서 속에서 한반도의 지위가 종속적 위상으로 격하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원톄쥔=저는 1911년 신해혁명 이후 백년의 시간 동안 중국을 이끌어온 사람들이 피할 수 없었던 역사적 임무를, 산업자본과 상업자본과 금융자본이라는 이른바 3대 자본의 극단적 결핍 속에서 자본을 내재적으로 형성해 내기 위한 조건을 마련하는 것, 즉 원시적 축적 과정의 수행이라고 책에서 설명했다. 저는 그 가운데 특히 산업자본의 형성 및 그것이 과잉에 이르는 과정에 주목했는데, 산업자본의 과잉 문제, 즉 생산능력의 과잉에 대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자각은 199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처음 나타났다. 생산능력의 과잉 자체는 처음 발견한 현상이 아니다. 서구에서는 특히 1929년부터 1933년 사이 대공황을 통해 이 문제가 표면화되었고,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생산과잉이 낳은 위기가 결국 세계대전으로 비화되어, 전쟁을 통해 생산능력을 인위적으로 파괴하는 방법을 취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인간 또는 인간성 자체까지 파괴되는 결과를 빚었다.

 


그런데 중국은 1998년 금융 위기 전후로 생산과잉 문제가 나타났을 때, 과거 백 년 동안의 국가주도적 자본형성(사회주의 시기 국가자본주의적 방식의 원시적 축적 및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시장자본주의화를 모두 포함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3대 차별과 모순을 조정하기 위해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강화함으로써 생산능력 과잉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20세기까지 서구가 걸어온 침략과 전쟁이라는 노선은, 그 경제적 토대나 그로 인해 초래된 사회적 모순과 무관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크게 보면 서구 자신이 직면한 물적 토대의 재생산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이었으며,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본의 내재적 모순을 침략과 전쟁을 통해 해결해온 과정이었다. 그러나 서구와 유사한 생산과잉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중국은, 자본 유입을 통해 먼저 성장한 연해지역과 자본 유입이 지체되어 저성장 국면에 처한 내륙지역 사이의 지역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내륙지역에 대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강화함으로써 과잉자본을 해소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지역 간 격차해소를 위한 인프라 투자가 첫 번째 단계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최근 3~5년 동안 실시된 두 번째 단계의 전략은, 농촌에 이른바 ‘5통(五通: 도로, 전기, 통신, 수도, 인터넷의 개통)’에 필요한 기초인프라 투자를 함으로써 생산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이전 두 단계에 이어서, 더욱 어려운 문제인 빈부 격차 해소라는 문제의 해결에 필요한 묘안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는 중국공산당 새 지도부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주시할 점은 중국이 자본과잉 해소를 위해 선택한 자본이동의 큰 방향인데, 간단히 말하면 지금까지는 서향(西向)전략, 즉 서쪽을 향해, 내륙을 향해 나아가는 전략이 선택되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서양은 대개 패권 국가들이 해양 패권 경쟁을 통해 해외 식민지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즉 해양을 향해, 밖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문제해결을 도모한 반면, 중국은 내부를 향해 들어가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결정적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전략의 방향을 어디로 택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문제해결 방식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시민=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원 선생의 말씀을 좀 정리해 보자. 원 선생의 말씀인즉슨, 중국의 산업화 과정은 중화민국 시기의 신해혁명(1911)에서 이른바 신중국 건설(1949년 사회주의혁명)을 포함하는 백 년 동안 농업사회에서 사회주의 단계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자본의 원시적 축적을 수행했는데, 그 방법을 보면 서구가 토지에 대한 중세적 특권 폐지와 해외로부터의 수탈 및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라는 세 가지 계기를 통해 이를 수행한 반면, 중국은 애초부터 밖으로 나가서 수탈하는 길이 막혀 있었기 때문에 내부에서 원시적 축적 과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농민들, 이른바 지식청년을 포함해서 농촌으로 하방된 도시 청년과 같은 이들 수 억 명의 어마어마한 희생이 있었고, 그 노력으로 이루어진 성과를 자본화시킨 것이 사회주의시기에 만들어진 국유기업이며, 마오 시기의 사회주의 건설이란 결국 이를 기초로 해서 추구한 국가자본주의의 건설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80년대 이후 이른바 개혁개방은, 동부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자본을 들여오면서 기존의 국유자본 이외에 사영(민간)자본과 외국자본이 함께 존재하게 되는 상황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확실히 한국의 자본주의 발전경험과는 다른 점이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원 선생의 설명이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좀 전에 말씀하신 생산과잉, 자본과잉의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문제에서, 유럽 각국은 그 규모 때문에 내부에서의 확장이나 위기 전가가 어려우므로 해외로의 확장을 추구한 반면, 중국은 넓은 땅과 많은 인구를 이용해 내부에서 착취를 진행하는 한편, 새로운 투자처를 만들어 냄으로써 생산과잉의 위기를 해결해왔다고 저는 이해했다. 아무래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설명이다.

원 선생께서는 자본의 원시적 축적, 산업예비군, 과잉생산 및 그로 인해 초래된 공황, 금융자본의 지배 등과 같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이론 틀 위에서 환율, 재정, 외환, 경상수지, 물가동향, 통화량 변화, 협상가격차 등 서구 주류경제학의 분석개념을 폭넓게 활용하신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마르크스주의는 혁명이론으로서의 측면과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분석도구 또는 비판이론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원 선생의 책을 읽다보면 마르크스주의를 혁명의 정치이론으로서보다는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분석도구로서 활용하는 측면이 두드러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혁명이론으로서의 마르크시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그리고 향후 중국의 상황 전개 또는 사회발전 방향에 대해서 혁명이론으로서의 마르크시즘 또는 공산주의와 연관지어 살펴볼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시는지가 궁금하다.

원톄쥔=또 한 번 핵심적인 문제를 지적하셨다. 4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진보진영의 많은 학자들을 만나봤지만, 유시민선생이 방금 지적하신 것처럼 개발도상국의 실제 경험 속에서 이론과 실천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는지를 문제 삼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마르크스주의는 서구중심주의적 사유체계로서 다른 서구 발(發) 이론들과 마찬가지의 한계를 갖지만, 중심부인 서구만이 아니라 주변부인 제3세계 지역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보편적인 적용가능성을 지니는 이론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본다. 마르크시즘은 모건(Lewis Henry Morgan)의 고대사회론과 다윈주의의 진화론이라는 두 개의 뿌리를 가지는 이론이다. 서구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이론화 작업의 직접적 계승자라는 의미이다. 마르크스 또한 자신의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는 유럽과 근동까지이며 그 너머의 ‘머나먼 동방’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사회체제가 존재함을 인정했다. 이른바 ‘아시아적 생산양식’이란 그런 미지의 것을 지칭하는 모호한 기표였을 것이다.

유시민=저희도 1970년대에 아시아적 생산양식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논쟁했던 기억이 있다.

원톄쥔=중국에서는 아시아적 생산양식에 관한 토론이 가장 활발했던 시대가 1930년대였다. 당시 이른바 정통 사회주의가 주류를 형성한 가운데, 이론계에서 아시아적 생산양식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입장은 이른바 트로츠키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어서 점차 배제되어 갔다. 아시아적 생산양식론은 아시아의 역사적 경험과 조건이 서구의 그것과는 다른 독자성을 가진다는 민감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점이 계승되지 못한 것은 굉장히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는 마르크시즘의 유물사관이 동양의 역사발전 단계에 대한 설명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는 것으로 본다. 이른바 역사적 유물론에 기초한 역사발전의 다섯 단계 가운데, 근대 이전의 아시아에는 노예제사회와 서양 중세식의 봉건사회, 그리고 자본주의의 단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유물사관으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역사를 해석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원인이다. 사실 서구의 근대를 연 르네상스(문예부흥)가 지향했던 고대 그리스로마라는 이상향은 그 경제적 토대를 살펴보면 10%의 자유민이 90%의 노예를 지배하는 노예제 생산양식에 근거한 것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근대를 향한 정신적 지향이 노예제라는 물적 토대에 뿌리를 두고 있었고, 이는 현실 속에서 근대적 정신을 갖춘 서양인들이 지구의 나머지 지역을 노예화하는 과정을 통해, 전지구적 차원에서 상부구조와 물적 토대가 서로 조응해 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가 근대성이라는 범주를 의심스런 눈으로 보게 되는 것,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서구중심주의를 문제 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구의 자본주의는 그 형성 과정을 살펴 볼 때, 나중에 동양에 도입되어 뿌리를 내린 자본주의와는 그 연원을 달리한다. 서양의 종족주의 또는 비 서구에 대한 배제를 본질로 하는 서구 우월주의는 노예제에 뿌리를 둔 특수한 서구적 심태에서 연면히 이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구의 역사 속에서 노예제 생산양식은 긴 시간 동안 나름의 방식으로 정교하게 발전해왔으므로,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단계를 맞아 그것이 또 다른 형태로 변화되어 전세계로 확장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에 반해 동양은 수천 년 동안 노예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산업자본 형성을 위한 원시적 축적 과정 또한 서구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역사발전 경험의 차이 때문에, 나는 마르크시즘적인 분석틀은 견지하면서도 그것이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더 깊은 서구중심적 본질까지 통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경계하고자 한다. 이는 주류경제학의 여러 분석도구들을 가져다 쓰면서도 그것의 이론적 전제를 모두 승인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제 입장은,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의의 및 분석도구로서의 유용성을 충분히 긍정하면서도, 마르크스주의의 서구중심주의적 한계까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참된 마르크스주의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보는 쪽에 가깝다.

유시민=방금 하신 설명에서 제가 여쭌 문제에 대한 결론을 유추해 보자면, 우리가 중국의 미래를 예측할 때 이미 낡은 마르크스주의 또는 교조적으로 이념화된 공산주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보시는 입장으로 이해해도 되나.

원톄쥔=그렇다. 마르크시즘이 갖는 두 가지 핵심적 의의 즉, 자본주의 대한 비판 및 분석도구로서의 의의는 함부로 버릴 수 없으며, 언제나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마르크스주의의 가장 기본적 태도도 결코 버릴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태생적으로 갖는 서구중심주의적인 본질에 대해서는 단호할 필요가 있다.

유시민=덩샤오핑 시대에 중국 경제관료들이 한국의 사례를 깊게 연구했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다. 이것이 사실인지 묻고 싶다.

원톄쥔=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은 뎡샤오핑 시대 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중국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매우 주의 깊게 연구되는 대상이다. 예컨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 비록 희생양이 되기는 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충격이 가장 작았고, 회복 속도도 가장 빨랐다. 또 한국과 같은 크지 않은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균형적인 산업구조를 어떻게 형성할 수 있었는가 하는 문제도 관심의 대상이다. 홍콩이나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역시 한때 고성장을 경험한 나라지만 이들은 고성장의 열매를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균형적인 산업체계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떻게 여러 차례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는지 중요한 연구대상임에 틀림없다.

■ 한·중 ‘독재 개발’로 자본 축적 비슷

유시민=원 선생의 프레임으로 보자면, 한국의 경우는 박정희 시대에 본격적으로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 이루어졌다. 밖에서 외자를 들여온 것도 그렇고, 내부에서 창출한 것도 그렇고. 월트 로스토우라는 미국 학자가 말하는 이른바 국민경제의 이륙을 위한 선행조건의 충족이 중국은 공산당 영도하의 공업화 과정에서 이루어졌고, 한국은 한국적 민주주의를 내건 박정희 대통령의 1인 독재체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서로 다른 이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경제발전의 단계에 주목해 보면 결국 서로 간에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원 선생은 이점을 어떻게 보시는지, 또 한국의 박정희시대에 이루어진 경제적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원톄쥔=1970년대에 박정희의 경제개발이 한창 진행되던 당시, 중국에서도 박정희의 경제개발을 지켜보면서 이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활발한 토론을 전개했다.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 완성된 것은 마오쩌둥 시대였고, 덩샤오핑 시대에 들어선 이후에는 산업 확장이 일어났다. 외향적 확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신흥국가의 자본주의화 과정에는 유사한 내부적 수탈 단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후발 공업국이었던 독일은 빌헬름황제와 비스마르크의 철혈정책이라는 원시적 축적 단계를 거쳤고, 같은 입장이었던 일본도 군국주의라는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어떤 이데올로기를 채택하더라도 상부구조는 물적 하부구조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원시적 축적과정이 완성된 후에야 비로소 정치적 상부구조의 탈집중화가 진행된다. 한국은 박정희부터 전두환 집권기까지를 피비린내 나는 폭력적 중앙집권을 통한 원시적 축적의 진행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김영삼 이후를 탈집중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역시 60년대 학생운동 등의 폭발에서 탈집중화 과정을 볼 수 있고, 중국의 89년 사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세 나라의 경험에는 매우 강한 유사성이 존재한다.


유시민=중국은 1957년부터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원 선생도 1968년 문화대혁명 시기에 하방을 경험해 가족이 흩어져 사셨다는 체험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독자들에게는 중국의 하방운동이라면 정치적 숙청이나 지식인에 대한 강압적 정신개조라는 억압의 이미지가 강한데, 책에서는 그 경제적 배경을 조명하고 있다. 도시 지역의 과잉노동력을 농촌으로 보내 도시의 위기를 해소함으로써 자본 축적과정의 위기를 순조롭게 극복하는데 힘을 보탠 측면이 있다고 보셨는데, 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을지.

원톄쥔=지식인들에게 육체노동이 꼭 억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상산하향운동 당시가 아니더라도, 건국 이후 줄곧 노동 참여를 일상적으로 제도화하고 있었다. 나 자신도 학창 시절 농번기가 돌아오면 며칠씩 농촌에 가서 일을 했고, 문혁 직후에는 공장에 가서 노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노동 참여를 정치적 폭력의 표상으로 연결하는 것은 노동에 대한 중국인의 실감과는 동떨어진 면이 있다.

사실 상산하향운동 당시 농촌에 보내져서 노동에 종사하는 것을 정치적 억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별로 없었다. 중국 내에서 이를 억압의 표상으로 묘사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노동이 가치의 원천이라는 노동가치설과 잉여가치설을 부정하는 경제학 이론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노동 체험을 모두 헛된 것으로 돌리는 지식인들의 노동에 대한 피해의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 출판된, 건국 이후 중국의 8차례 경제위기를 다룬 저의 다른 책에서 언급한 바처럼, 중국에서는 3차례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도시민들을 농촌으로 보내는 방법을 활용했다. 도시가 식량부족 및 대규모 실업 사태에 직면하게 되자, 잉여 노동력을 일단 농촌으로 보내서 알아서 먹고 살고 오도록 조치했다. 물론 이런 사례는 노동의 가치를 중시해온 중국의 전통과는 다른 차원으로 봐야할 것이다. 중국은 여러 차례 경제위기에 직면해서 그 부담을 갖가지 방식으로 농촌으로 전가했고, 이는 농민들에게 막중한 부담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는 전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온 서양보다는 좀 더 나은 해결책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남북이 각기 어떤 방식으로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서사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이 크다. 이 전쟁에서 토지개혁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북한의 무상몰수 무상분배라는 사회주의적 방식과는 달리 남한에서는 유상몰수 유상분배라는 좀 더 자본주의적 방식의 토지개혁이 있었다고 들었다. 토지개혁을 실시한 시점, 토지개혁과 내전의 격화, 토지개혁과 냉전구조의 고착화 같은 문제들이 어떻게 연동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이 문제들이야 말로 한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새롭게 연구과제로 삼아 깊이 있는 설명을 도출해야 하지 않을까?

유시민=그런 노력이 1970~80년대 한국 지식인사회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바 있다. 토지문제와 관련하여, 일찍이 한국전쟁 전 좌우의 국지적 내전상태나 한국전쟁과 연결해서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토지문제의 중요성이 점차 희석되어 갔다는 점이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즉 1960년대 초에 인구센서스 결과를 보면 농업종사자 비율이 67%를 차지한다. 그런데 2011년에는 7%에 불과하다. 단 두세대 만에 상황이 이렇게 바뀐 것이다. 농업생산력은 빠른 속도로 증대된 반면 농업종사자의 인구수가 너무나 급속히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한국사회에서 토지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실종되어 버렸다. 역사는 과거와의 대화라는 말이 있듯이, 이미 절박한 현실 문제가 아니게 되니까 과거에 굉장히 중요한 이슈였음에도 이에 대한 연구가 실종되었고, 더 이상 지식인들 사이의 논쟁에서 주요한 이슈가 아니게 되었다.

원톄쥔=좀 더 의견을 나누고 싶은 주제는, 아시아의 경험들을 일반화함으로써 역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가능성을 타진하는 문제다. 50년대 이후 냉전구조를 고착시키게 된 많은 조건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고착된 냉전구조는 역으로 오늘날 우리 삶의 많은 것을 결정지어버렸을 것이다. 이런 냉전구조의 고착과정에 대한 해명은 중요한 현재적 의의를 갖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아시아 내부의 시각을 통한 역사적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38선이라는 것도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 해군장교들이 자신들의 군사적 편의를 위해 미군 군함에서 임의로 그은 선에 불과하다. 한반도의 분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탈린이 소련과 미국 사이의 지정학적 분리를 목적으로, 대국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지정학적 전략 차원에서 동아시아 전반에 대한 통제정책의 하나로서 채택한 정책이다. 삼팔선은 그런 의미에서 근본적으로 국경의 의미를 지닐 수 없다고 본다. 이런 중대한 문제가 왜 토론의 대상이 되지 않는 분위기인지 의아하다. 편의적으로 그어진 삼팔선이 전쟁의 원인이 되고, 또 다른 의미에서 동아시아 냉전의 강화와 고착화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본질적 의미를 되묻는 작업이 오늘날 동아시아의 비판적 지식인들 사이에서 부족한 것 같다.

유시민=원 선생의 책에는 경로의존성이라는 개념이 여러 군데에서 활용되고 있다. 혁명을 통해 탄생한 신중국이 지금까지 걸어온 경로, 친자본적 정책이 펼쳐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을 경론의존성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설명하셨다. 이것을 저는 한반도의 분단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한반도의 정세는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 경로의존적으로 그냥 이런 상황까지 흘러 왔다고 본다.

38선으로 인한 분단과 뒤이은 3년 동안의 내전에 양쪽 모두 외국 군대의 개입이 있었다. 다시 휴전선이 만들어지고 60년간 군사적 정전상태가 지속되어 오면서 모든 사람들이 분단에 익숙해졌다. 이걸 깨보려고 했던 게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었다. 북의 입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남의 경우에는 아직 우리 국민들이 이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휴전선의 존재를 부정하고 우리 민족 전체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우리 자신의 생각과 행동양식을 바꾸어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최근 대화록 사태가 터지고 유치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이런 상황의 반영이라고 본다. 물론 분단 상황의 극복이 늦어지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다. 북은 여전히 자기들이 그동안 내세워온 혁명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 몸은 기본적인 삶을 해결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음에도, 머리는 계속 혁명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고, 미국을 상대로 한 공포감과 대결의식을 고취함으로써 인민들을 결속시키는 방법으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남한의 입장에서는, 이제 체제 경쟁은 끝났고 북한은 우리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우리가 감싸주며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할 대상임에도, 여전히 북한에 대한 정서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북에서 토지를 몰수당하고 월남한 사람들, 북한 체제의 전체주의적 독재가 싫어 내려온 사람들… 함께 전쟁을 치렀지만 가해자는 말이 없고 피해자만 말을 하니까, 전쟁에 대한 기억은 온통 피해의식으로 점철되어 있다. 마치 아직도 온 국민이 일종의 한국전쟁 직후의 피난민촌에 살고 있는 듯한 정서를 갖고 있다. 전 이걸 난민촌 정서라고 부르고 싶다. 대한민국의 현재는 이미 전혀 난민촌이 아님에도, 사람들 생각은 여전히 난민촌에 머물러 있다. 말로는 북을 대화의 상대로, 화해와 협상의 파트너로, 협력의 동반자로 인정할지 몰라도 마음은 아직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북은 말할 나위도 없고, 남도 내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곤란하다. 엄청난 비난과 정치적 위험을 감수할 자신이 없으면 분단에 관해서는 지식인 사회에서도 입을 다물어버리는 것이 꽤나 오랜 일이 되었다. 한국사회의 지적 또는 정치적 취약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대목이다.

원톄쥔=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조차 2000년 김대중대통령 방북 당시,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미군 주둔을 용인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사회당, 민주당, 자민당 가릴 것 없이 미군의 주둔과 일미동맹 유지에는 일치된 입장이다. 남북한이 냉전 구조의 영향에 깊숙이 놓여있고, 현재의 동북아 정세에서 냉전을 통해 형성된 각 주체의 지정학적 위치가 매우 강한 관성을 갖기 때문에, 토론을 통해 이를 비판적으로 극복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냉전의 극복이야 말로 동북아 안정을 위한 핵심적 요소인데. 앞으로 이를 어떻게 문제 삼고 각자의 소임을 다할 것인지가 참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유시민=앞으로 그 문제에 대한 한·중 지식인 간의 대화 확대도 필요한 것 같다. 제가 노무현 정부 시절, 안보 당국자에게서 전해들은 바로는, 중국의 입장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 굳이 막을 의도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통일과정에 적극 나서서도 않겠지만, 남북 당사자 사이에서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경우 이를 가로막고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가지 문제는 한반도 주둔 주한미군 문제인데 기존 주한미군의 배치선을 중국 쪽으로 더 올리지만 않는다면 현재 주둔한 지역에서의 계속 주둔에 대해서는 묵시적 양해가 가능하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동북 3성의 개발이라든가 내륙 투자 등으로 동북아 군비증강에 나설 여유가 없는 처지다, 그러니까 북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남북한이 잘 대화해서 한반도 정세를 평화롭게 유지하고 또 이를 더욱 발전시켜 통일에 이른다면, 굳이 중국 쪽에서 미군철수 문제를 들고 나올 필요는 없다는 것이 비공식적인 중국입장이고 한중관계의 진전 또한 이러한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것이 우리 측 관계자의 전망이었다. 그래서 이정도면 서로 대화를 진전시켜 볼만한 관계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중국이 그런 정도까지는 양해할 수 있나? 당시 북쪽에서도 미군철수 문제를 거세게 요구하지 않는 흐름이 보였기 때문에 더 이상 주한미군 문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결정적 장애물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희망을 가졌다.

그런데 최근 다시 한·미·일 삼각동맹이 강화되는 추세가 보이고 MD(미사일방어계획) 참여문제가 거론되는 등, 지난 이명박정부 때부터 중국 측에서 이에 대해 바짝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정세가 진전된 것은 남북관계에도, 한중관계에도 굉장히 좋지 않은 일이다. 지난 5년 사이에 이전에 비해 한중관계도 상당히 안 좋아졌다. 들리는 말로는 우리 사업가들이 중국에서 회사 운영하면서 노동법을 위반해도 옛날에는 더러 눈감아주는 경우도 있었는데, 근자에는 잘 안 봐준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정부의 외교적 행보에 대해 중국 현지에서도 분위기가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어서 걱정스럽다. 당국 간에는 이 문제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쉽지 않겠지만, 지식인 사이에서 논의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니 적절한 시기에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중국 지식인과 한국 지식인들이 만나 교류를 진행해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한다.

■ 남북, 경제적 이득 취하는 게 중요

원톄쥔=개인적으로 남북 양쪽을 모두 다녀본 입장에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참으로 중요한 문제이며 앞으로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는 정치적 차원에서 대결을 접어두고 경제적 상호이득을 우선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저는 한국 또한 중국과 마찬가지로 생산능력 과잉상태에 빠져있다고 보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국자본이‘서향’을 통해 문제를 완화한 것처럼 한국 자본의‘북향’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동력과 지하자원 분야에서 북한이 가진 우위를 남한의 자본 및 기술과 결합하는 북향정책이야말로 다가올 글로벌 위기에 대한 최선의 대비책일 수 있다. 이를 실현할 경우, 내 생각에는 최소 5년, 길면 10년 정도 동안 한국의 고성장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주요 산업 가운데 상당 부분을 중국이 따라잡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고성장은 더 이상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본다면 남한이야말로 훨씬 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닌가? 경제적 상호보완 관계의 형성을 통해 남북 간의 경제적 통합이 선순환을 시작하면, 정치적 차원의 쟁점은 장기적으로 부차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국외자의 입장에서 보는 지나친 낙관일지도 모르지만, 내 판단으로 이는 남북 모두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다.

 


유시민=그런 판단의 큰 틀은 지난 시기 고 노무현 대통령의 상황인식과도 거의 일치한다. 당시 우리 정부의 판단도 정확히 그러했기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협력의 확대 강화에 합의했던 것이다. 지적하신 것처럼 한국도 제조업, 특히 건설 쪽의 과잉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북과 합작을 전개하면 최소한 10년 이상의 투자처를 확보할 걸로 전망했다. 한국이 중국식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었다면, 당에서 결정하면 그냥 갔겠지만... 원 선생의 표현에 따르면, 이른바 서구식 엘리트민주주의체제인 한국의 상황에서는 선거과정에서 이런 비전을 다 말씀드려도 유권자들이 다른 선택을 했다. 앞으로 어차피 5년 동안은 이를 실현해갈 방도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후에라도 국민들이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 그때 과거 합의된 것을 포함해서 남북관계의 진도를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관심 갖는 이슈 가운데 하나가, 중국이 천안문사건 이후 근 20년간 정치적 안정을 유지해왔는데 그 정치사회적 안정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중국이 혼란스러워지면 그 여파가 한국에도 미치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적 차원에서는 이미 ‘이륙’을 한 상태이기에, 앞으로도 여러 난관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일단 공중에 떠서 날아갈 것이라고 본다. 원 선생은 책에서 농업분야의 사유화와 시장화 도입을 강력히 반대하셨는데, 저도 이런 관점에 적극 동의한다. 왜냐하면 한국은 중국 인구의 30분의 1인데도 불구하고, 또 정부의 일정한 보호조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971년에 광주대단지 사건처럼 수만 명이 들고 일어나는 도시빈민 폭동이 발생한 바 있다. 저는 중국같이 큰 나라에서 만약 농촌이 완전 붕괴상태에 이르러 산업지대와 도시 부근에 엄청난 규모의 빈민굴이 형성되면, 중국의 정치적 안정을 절대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 선생께서 농업 분야의 사유화와 시장화를 극력 반대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보는데, 사유화와 시장화로 인해 토지를 잃은 농민들에게 초래될 개인 차원에서의 고통이라는 미시적 관점과, 이런 문제가 집단적 불만으로 표출될 때 중국의 정치사회적 안정이 위협에 처하게 되리라는 거시적 관점 모두를 고려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시의적절한 시기에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책에서 원 선생은 중국이 향후 친민생, 포용적 성장, 생태문명에 대한 존중, 그리고 조화사회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한다고 했는데, 이런 전환이 과연 현재의 정치시스템 안에서 잘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이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큰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한데, 대개 서구의 경험을 보더라도 시민의 거센 저항운동이나 강력한 야당의 등장, 또는 지식인들의 아주 자유롭고 왕성한 비판 등의 압력으로 인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움직인 측면들이 있다. 그런데 일당 지배 구조로 작동하는 중국식 시스템 속에서 중국사회가 이런 전환을 이루어 내려면, 중국공산당이 역사적으로 계몽군주의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서구의 어떤 민주주의도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내지 못한 이런 전환을 과연 중국공산당이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중국 지도부가 이에 실패하면 삼농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고, 사회적 및 정치적으로 거대한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그리고 이웃나라인 우리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럼 점에서 한국인들은 중국의 사회적 정치적 안정성에 관심이 많다.

원톄쥔=현재 중국의 사회계층 구조와 경제구조는 피라미드 모양의 안정된 형태를 갖고 있다. 중국이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쉽게 사회적 동란이 일어나지 않고 또 일어나도 국부적으로 그친 것은 발달한 통치 테크닉 때문이 아니라 이런 구조적인 안정성이 있어서이다.

1989년 천안문 사건에 대한 시각을 예로 들어 보자. 우선 중국의 대다수, 아마도 95% 이상이 당시의 처리방식, 즉 폭력적 진압이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둘째, 그리고 또한 95% 이상의 중국인이 언젠가 89년 사건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이루어지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셋째, 그런데 또 이렇게 생각하는 95%의 사람들이 사상적 차원에서 89년 문제에 대한 처리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공감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중국이 유지해온 사회적 안정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이런 사회적 안정이 가능했던 내재적 원인은, 고도성장 기조의 유지를 통해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조직된 공산당 지도부가 과거의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뒤엎는 실책을 범하지만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정치, 사회, 경제적 차원에서 현재의 안정은 상당 기간 지속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제가 중국인이었다면 원 선생의 책에서 다루어진 내용을 아주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쓴 책을 한번 써보고 싶었다. 원 선생의 책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 주류경제학의 이론을 두루 포괄하고 있는데다, 중국현대사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도 요구하고 있다. 원 선생의 기술방식이 갖는 독특한 면은 경제사, 정치사, 경제발전사, 좌우파를 망라한 경제이론 등을 높은 수준에서 압축하고 있어 그 깊이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보통 독자들이 과연 이것을 수용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굉장한 지적 긴장을 안겨주는 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으로 미루어 보건데, 원 선생은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깊게 축적해 오신 듯하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강연도 하시고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데. 거시적 차원에서 중국의 체제 안위를 걱정하는 친체제적인 면도 보이는가 하면, 삼농문제의 제기를 통해, 고통 받는 농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운명을 걱정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미시적 차원에서는 반체제적 면모도 뚜렷하다. 이런 복합성 때문에 체재와의 불화도 겪으실 듯하고, 입장이 다른 지식인들로부터 오해와 비아냥을 들으셨을 것 같다. 지금 연세도 적지 않은데, 도대체 어떤 힘이 왕성한 집필과 강연과 여행 등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지 궁금하다. 지식인으로서 열정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대체 무엇인가?

원톄쥔=민감했던 청년기에 11년이 넘는 시간을 하방된 지식청년, 농민, 군인, 노동자로 살았다, 그런 시간을 통해 얻은 경험이, 삶의 조건이 바뀌었다고 해서 기득권의 입장에 서서 주류 이데올로기를 간단히 받아들이고 내면화 하는 것을 가로막는 힘인 것 같다. 연구하고 조사하고 실천하면서 기존의 주류 담론에 맞서는 대안적 담론체계를 만드는 작업이 저로서는 지적 긴장감을 부여하는 즐거운 활동인데, 마침 제가 가진 자질이 이런 길에 들어서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젊은 시절 전공이 외국어는 아니었으나, 외국어를 잘하는 편이었고 영어도 곧잘 해서, 정부 정책연구 기관에서 근무하던 1980년대부터 각종 현지조사와 국제포럼 등에 참석할 기회가 많았다. 이런 현장 체험은 지식인들이 서재에서 책을 통해 얻는 지식과는 다른, 세계에 대한 실감을 부여해주는데, 저의 비교적 많았던 현장 체험은 세상을 이데올로기의 필터를 통해서가 아니라 현실 그대로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남보다 좀 더 나은 여건이 되었다.

한 가지 더 개인적 상황을 밝히자면, 중국의 대다수 지식생산자가 중국 내부의 체제 안에서 어떤 기득권 구조 내에 소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외국으로부터 잦은 초청을 받는 입장에 있는 저는 생활 때문에 기득권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처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언제든 할 말을 다 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이 중국 외부와의 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 셈이라고 하겠다. 객관화하자면 이런 물적 토대가 지금과 같은 발언의 위치를 규정해주었다고 할까. 마지막 질문은 지식인으로서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는 취지로 이해했다. 모호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 저는 지식인으로서 동양 문명의 전통을 계승하는 쪽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두고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 원톄쥔 교수는

농민·농업·농촌 ‘3농 문제’ 해결 국가 아젠다 채택 주도


원톄쥔(溫鐵軍) 교수는 1951년 베이징의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중국 인민대학의 ‘농업 및 농촌발전대학’ 학장이며 충칭 서남대학의 향촌건설대학 학장을 겸직하고 있다.

중국 인민대학 신문학과를 졸업한 원 교수는 국무원 농촌발전연구센터에 근무했으며 1980년대부터 세계은행, UN 등 국제기구와 여러 차례 협력 작업을 진행했다. 90년대 북한의 식량위기 당시에는 UN 식량기구의 고문 자격으로 북한 농업의 실상에 대한 현지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중국 및 해외의 농촌 현장에 대한 실사 경험을 통해 서구 주류이론에서 벗어나 경제사회적 현안에 대한 독창적 시각을 획득했다.

원교수는 농민, 농업, 농촌문제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이른바 삼농(三農)문제 해결을 국가 어젠더로 제기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데 있어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후진타오 정부 이래 시작된 소위 친서민 정책으로의 정책 전환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막후의 핵심 브레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원 교수는 지난해 발간된 <여덟 차례의 위기: 1949년에서 2009년까지 중국의 실제 경험>에서 국가 주도의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경제적 위기가 사회적 약자인 농민에게 전가되어 온 경제사회적 메커니즘을 담대한 이론틀과 치밀한 실증을 통해 제시함으로써 중국의 현대사에 대해 완전히 다른 해석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이론적 분석이 갖는 독창성은 도농격차(삼농문제), 지역격차, 빈부격차 등 중국의 현안 과제들이 산업화라는 피하기 어려운 역사적 추세에 따르는 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적 문제로 보는 시각에 있다. 90년대 이래 소위‘신좌파’와‘(신)자유주의’ 간의 좌우이념 논쟁이 격렬히 전개된 바 았는 중국 지식계의 논쟁 구도에서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탈이념적 시각에서 문제에 접근하며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온 학자 및 정책연구자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그의 핵심사상을 모은 <백년의 급진:중국의 현대를 성찰하다>(김진공 옮김·돌베개)가 국내에서 출간됐다. 원 교수의 연구는 경제문제에 대한 분석을 넘어 중국공산당의 역사적 성격에 대안적 평가와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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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구도 속 동남아, 중국 옆으로 한 발짝 더

동남아 사람들이 미국과 중국을 보는 시각은 “USA is a geopolitical power. China is a geographical power”라는 말로 표현된다. 미국은 전략적 필요에 따라 동남아로 돌아오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지만, 중국은 싫든 좋든 같이 살 수밖에 없는 토착 세력이라는 의미다. 미국이 다시 떠날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경구(警句)로서 오바마 정부가 “America is back in Asia”를 선언하고 동남아 외교활동을 확장할 때 회자되었다.

미·중 양국 지도부와 외교라인이 올해 전면 개편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되었으나 국무장관, 국방장관,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교체되었다. 중국도 시진핑 체제가 출범하면서 총리, 외교부장, 당 외교라인이 바뀌었다. 이러한 지도부의 개편과 관련해 우리가 주목할 것은 미·중 관계의 변화, 특히 동남아에서 미·중 경쟁 관계가 변화하는 조짐이다. 동남아에서 일어나는 미·중 경쟁에 묘한 반전은 그들의 경구를 되살리게 한다. 한국에게 주는 정치·경제·전략적 함의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도 하게 만든다.

미국의 '점잖은 무관심(benign neglect)'

올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한 미 국무장관의 태도가 달라졌다. 전임 장관 클린턴은 2010년 ARF에서 남중국해를 자국의 '핵심이익(core interest)'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뿐 아니라 베트남·필리핀 등을 규합해 중국에 반격을 가함으로써 중국 외교부장을 크게 당황케 했다. 클린턴은 장관 취임 한 달 만에 인도네시아를 방문했고, 매년 3~5차례 동남아를 순방하며 중국의 안보 위협을 지적하고 미국의 존재 가치를 높였다. 미얀마와의 관계 회복,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가입, 메콩 하류 협력 사업(LMI) 등이 이러한 미국 전략의 일환이었다.

반면 현 켈리(Kerry) 국무장관이 동남아를 첫 방문한 것은 7월 초 브루나이에서 개최된 ARF 회의 참석차였다. 그 사이 4~5차례 중동을 방문한 것과 대조적이며, 전임자가 수시로 동남아를 방문한 것과도 극명한 차이다. 켈리는 당초 ARF 회의를 마치고 아세안 몇 나라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중동 사정이 급하다는 이유로 계획을 연기했다. 한 동남아 기자가 미국의 pivot to Asia 정책이 바뀌었느냐고 질문했지만 그런 의구심을 불식시킬 만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남아에 대한 관심이 낮다는 인상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그는 이번 ARF에서 과거와 달리 남중국해 문제를 아예 쟁점으로 삼지 않았다.

부드러워진 중국

지난 수년간 중국의 경성(硬性) 외교(assertive diplomacy)는 동남아 국가들에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 동남아에 대해 미·소 외교, 경제 및 다자 지역 협력을 활용해 윈-윈 전략을 취한 결과 '중국기회'론이 확산될 정도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경성외교가 등장하자 동남아는 다시 긴장했다. 급기야 2012년 7월 아세안외교부장관회의(AMM)에서 아세안 내 친중국과 반중국 세력 간 반목까지 나타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는 동남아 정책에 대한 반성론이 강하게 제기되었고, 당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신정부의 외교부장 왕이는 3월 취임 후 8월까지 세 번이나 아세안을 찾았고, 중-아세안 외교부장관 전체회의도 두 차례나 하는 등 동남아 중시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선언'(2002년)을 '규범'으로 전환하기 위한 협상도 개시하기로 약속했다. 지난 6월에는 중국에 불만이 많은 베트남 국가주석을 베이징으로 초청했다. 2년 만의 방문이다. 한동안 소원했던 미얀마와의 관계 회복에도 적극적이다. 중국 정부는 동남아에 관한 한 과거 수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중이 '경쟁과의 대립'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은 지난해 11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때부터 분명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직후 동남아를 방문해 아시아 중시 정책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영토 문제에 관해 '관련국'들의 냉정을 요구하는 데 그쳐 중국과 일전을 벼르던 베트남과 필리핀·일본을 실망시켰다. 미·중 정상은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나 '대국적 협력관계'에 합의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아직 미지수이나 7월 ARF에서 보여준 캘리의 태도는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한국, 창의력으로 무장된 중진국 외교 절실

이러한 변화에 동남아 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미·중 경쟁 시기에도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과의 '안보협력'이 갖는 한계를 알고, 중국과의 '경제협력' 끈을 약화시키지 않았다. 베트남은 그동안 유보했던 하노이-쿤밍 고속도로 건설을 시작했고, 미얀마~쿤밍의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공사가 완료돼 지난 7월부터 가스 송출이 개시됐다. 라오스-태국 연결 메콩대교는 올 11월 개통된다. 이 대교가 완성되면 라오스를 경유한 중국~태국간 국경 무역이 한층 활성화될 것이다. 쿤밍~싱가포르 고속화 철도 건설 계획에 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일본 등 역외국의 안보 지원 약속이 중국·아세안 경제협력 증가를 막지 못한 것이다. 최근 미국의 금융완화정책이 동남아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현실도 중국의 동남아 진출 전략에 유리한 국면이다.

동남아는 지리적으로 동북아와 서남아, 태평양과 인도양, 최대 신흥 경제국인 중국과 인도 사이의 연결 고리에 위치한다. 이러한 전략 지역에 미·중 관계의 변화가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첫째, 미·중 관계 변화는 동남아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태도 변화가 세계 전략 수행 능력과도 무관하지 않다면 미국의 향후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한국 경제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최근 한국의 대동남아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일본·중국의 진출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큰 나라의 '정치 경쟁'이 다수 나라의 '경제 경쟁'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과 아세안 중견국 간의 협력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은 과거 시대 변화에 맞추어 외교적 창의성을 발휘해 지역 정세를 변화시킨 적이 있다. 다시 한 번 그와 같은 창의성이 요구된다.

<필자 프로필>

이선진

주 인도네시아 대사 및 주 상하이 총영사, 본부 중국과장, 외교정책국장 및 실장, 주 미국·중국·일본 대사관을 거쳐 현재 서강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8년 외교부 퇴직 후 중국·아세안(미얀마·라오스·베트남) 국경 등 광범위한 지역에 대해 현지 답사를 하고 있다. 올 1월에도 '하노이~중국 국경~쿤밍(윈난)~라오스 국경~루앙푸라방(라오스)~비엔티안'을 기차·자동차를 이용해 육로로 여행했으며, 미얀마(Muse)~중국(瑞麗) 국경 지역 육로 여행, 중국~태국 사이 메콩강 선편 여행, 하노이~난닝(廣西) 철도 여행의 경험도 있다. 저서로는 『중국의 부상과 동남아의 대응』(2011), 『대사들, 아시아 전략을 말하다』(2012·이상 편저)가 있으며, 동아시아 지역 협력 및 동남아 관련 다수의 기고 및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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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기억하려는 역사만 썼다 … 좌·우, 교과서 전쟁 60년



한국사 8종 교과서 논란 분석

60·70년대 반공 교육 우편향

80·90년대 건국 폄하 좌편향

2000년대 들어 우파의 반격

“상상해 보라. 미국사 수업에 조지 워싱턴이 어렴풋이 나오고, 초대 대통령으로 소개조차 안 된다면 말이다. 여권 단체인 전미여성기구 창립은 다루면서 미국 의회의 시작은 언급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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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10월 2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역사의 종말'이란 글의 첫머리다. 미국 의회 선거를 3주 앞둔 시점이었다. 체니 전 부통령 부인 린 체니(미국문학인기금 의장)의 기고다. 그는 초·중·고 역사교육 지침서인 '역사 표준서'를 정면 비판했다. 미 정치권과 학계·교육계를 양분시킨 역사 교과서 전쟁의 신호탄이었다. 의회 선거는 공화당의 압승이었다. 95년 1월 상원은 역사 표준서 비판 결의를 99 대 1로 통과시켰다. 1년 6개월간의 논쟁을 거친 이후 집필진은 조지 워싱턴 등 '건국의 아버지'에 대한 소개를 보강한 개정판을 내놨다.

 2004년 한국에서도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 전쟁이 벌어졌다. 금성출판사가 펴낸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보수 진영이 좌편향이라고 공격했다. 남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이라 논란은 더 격렬했다. 2013년 또다시 교과서 전쟁이 벌어졌다. 이번엔 보수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가 새로 출간돼 공수(攻守)가 바뀌었다.

 반복되는 '역사 교과서 몸살'이다. 해방 이후 극심했던 좌우 이념 대립의 복사판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탄생한 이래 60여 년간 계속돼 온 논란이다.

 해방 후부터 72년까지 검인정이었던 국사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72년 10월) 등장과 함께 국책 과목이 됐다. 국가가 공인한 역사의 기억만 교과서에 기록됐다. 공산당은 '뿔 달린 괴물'로 묘사됐다. 사회주의 관련 서적은 모두 금서(禁書)였다.

 60년대에 미 하버드대에서 러시아사를 전공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소련에서는 56년 스탈린 격하 운동이 벌어졌다. 그런데 소련에서 폐기된 책들이 80년대 한국 운동권 교재로 쓰였다. 몽매한 수준의 반공교육이 낳은 부작용이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현대사는 역사학계의 사각지대가 됐다. 해방 직후 좌우 대립, 남북분단, 군사정권의 등장 등은 민감한 주제였다. 70년대 강단의 사학자들은 현대사를 연구도, 교육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100년이 지나야 평가 가능하다”며 기피했다.

 기성 학계가 방치한 현대사 연구는 좌파 운동권 진영의 전유물이 됐다.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한국 근·현대사는 거의 좌파에 점령당했다. 나중에는 강의고, 논문이고 좌편향이 아니면 통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역사학계의 좌편향 흐름은 2004년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좌편향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때부터 우파의 반격이 본격화했다.

"역사를 권력투쟁 무기 삼는 역사의 정치화는 후유증 커"

우파의 반격은 냉전 해체 후 옛 공산권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현대사를 새롭게 해석한 우파는 좌편향 시각으로 폄하됐던 대한민국 건국, 6·25전쟁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등을 재평가했다.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나오자 2004년 우파는 좌편향이라고 비판했다. 2006년 나온 책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은 우파의 반격을 대표적으로 상징한다. 2013년엔 보수 성향의 교과서가 나왔다.

 올해의 교과서 전쟁은 더욱 혼탁하다. 보수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 내용이 공개되기도 전에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그렸다”는 등의 근거 없는 왜곡이 난무했다. 또 “이 교과서로 공부하면 수능에서 절반은 틀린다”며 현역 국회의원이 정치 공세를 펴기도 했다. 보수의 반격에 이은 진보의 재반격이다.

 역사학계에서 좌파의 장악력은 상당하다. 폐쇄적 반공교육의 후유증이기도 했다. 이미 세계 지성계에선 철 지난 것으로 판명난 좌파 이론들이 1980년대 한국에서 뒤늦게 힘을 얻었다. 북한을 추종하는 NL(민족해방), 주사파(주체사상파)가 대학가 운동권의 패권을 차지할 정도였다. 주요 대학과 학회 등 역사학계 전반에 좌파의 영향력이 미쳤다.

 우파의 반격과 좌파의 재반격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이 같은 논란이 성숙한 학술 논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념 성향이 강한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학자들에 앞서 소모적 정쟁을 부추겼다.

 이 같은 '진흙탕 싸움'에 대해 학계에서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보적 시각으로 한국 현대사를 해석해 온 서중석 전 성균관대 교수는 “해방 후는 좌우 싸움이 있었고, 80년대까진 강한 국가권력에 의한 반공 이데올로기가 있었다. 우리가 근·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여건이 없었다. 좌파든, 우파든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지금처럼 역사적으로 혼란이 있을 때는 사실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 진보 세력도 사실에 더 다가가야 하고, 보수 세력도 사실에 매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를 비판하듯이 북한이 저지른 일들도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통합시민운동 공동대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사학과의 최근 20년간 석·박사 학위 논문을 따져보라. 사회경제사나 정치사는 별로 없고 대부분 운동사다. 저항적 민족주의에 입각한 좌편향”이라면서도 “대한민국사를 얼마든지 좌우의 시각에서 쓸 수 있다. 대한민국사 체계냐, 운동사 체계냐. 이건 선택의 문제다. 지금은 글로벌리즘과 자유주의에 입각해야 대한민국사를 제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학술논쟁이 필요하다. 지금까진 그런 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역사 교과서 논란이 지나치게 정치와 연계되는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윤평중(철학) 한신대 교수는 “역사 교과서 논쟁이 과도하게 정치화돼 있다. 현실 정치 세력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부분 비전문가다. 그럼에도 권력 획득과 집권을 위해 '역사 교과서 논쟁'을 동원하고 있다. 우선 역사학계 내부의 1차적인 토론과 담론의 장이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거기서 논쟁해야 한다. 거기서 거를 건 거르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 서양사를 공부한 김기봉(사학) 경기대 교수는 “역사 논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건 국민적인 합의로 가는 통과의례다. 문제는 역사 논쟁이 역사전쟁으로 비화할 때 발생한다”며 “역사를 현실 권력 투쟁을 위한 무기로 이용하는 '역사의 정치화'는 곤란하다. 거기에는 큰 후유증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별취재팀=배영대(팀장)·백성호·성시윤·천인성·이한길 기자

 

한국사를 보는 좌·우파 시각




좌파는 민족적 관점 "대한민국 탄생 비극의 드라마"

우파는 국가가 중심 "세계에서 유례 없는 경제발전"

좌파와 우파는 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 좌파는 '민족'의 관점에서 한국사를 바라본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탄생은 '아픔의 역사' 혹은 '불구의 역사'다. 분단으로 민족이 하나 되지 못하고 남북으로 쪼개졌기 때문이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란 말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일부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합법 정부”(천재교육), “선거가 가능했던 한반도 내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미래엔)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족을 역사의 주체로 보면 남한도, 북한도 같은 민족이다. 좌파가 북한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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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에 우파는 민족 대신 '국가'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한다. 그들에게 한국사의 목표는 '대한민국 선진화'다. 그런데 교학사를 제외한 7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모두 '운동사적 관점'에서 서술됐다는 게 우파의 불만이다. 개항기에는 외세에 대한 저항 운동, 일제시대는 항일 독립운동, 해방 후는 좌우합작과 통일 운동, 군사정권 때는 반독재 민주화 운동 등을 중심으로 기술돼 있다는 것이다. 우파의 눈으로 보면 세계에서 유례 없는 경제발전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은 셈이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이승만 정권의 보통교육 확대, 박정희 시대 경제개발로 인한 중산층 성장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가를 역사의 중심에 놓고 보면 북한은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는 '악의 축'이다. 좌파에선 높게 평가하는 해방 후 좌우합작운동에 대해서도 우파는 회의적이다. 미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국제정세 속에서 합작운동이 설 자리는 없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는 이런 차이를 “대한민국 역사는 좌파에겐 '비극의 드라마', 우파에겐 '희극의 드라마'”로 표현된다. 좌·우파 간의 시각 차이가 가장 잘 드러나는 사안이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 역사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불완전하고 상처투성이다. 미화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이런 상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좌파와 우파가 갈린다”고 말했다.

 우파에게 이 대통령은 '공산주의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 영웅'이다. 그러나 좌파에겐 '남북 분단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독재자'다. 이런 시각은 교과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편향' 비판을 받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서술이 많다. 예를 들어 “이승만은 당시에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지도자였다” “이승만은 국제 정세의 판단에서 놀라울 정도의 탁월함을 보여주었다”라고 쓰는 식이다.

반면에 나머지 7종의 교과서는 이 대통령의 독재와 부정선거 등을 자세하고 쓰고 있다. 그가 강조했던 반공주의는 “정부의 실정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민주적 권리에 대한 요구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금성출판사)고 본다.

 '민족(좌파) 대 국가(우파)'라는 시각 차이는 이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감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야당은 2011년에 개정된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이 우파 성향의 학회인 '한국현대사학회'의 영향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바탕으로 발전해 왔음을 서술한다' 등의 기준이 반영된 것에 대해서다.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이 이 학회 소속임을 강조하고 있다(유기홍 의원).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야권의 교학사 교과서 비판에 대해 “진보가 장악한 현대사 교육에 색채가 다른 교과서가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라며 맞서고 있다. “기존의 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의 성립 발전 과정을 헐뜯고 북한 정권을 우호적으로 기술하는 잘못된 사관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서상기 의원)는 것이다. 서 의원은 7종 교과서들이 북한군의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금강산 관광 중단의 원인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체사상에 대해서도 “북한의 실정에 맞추어 주체적으로 수립된 사회주의 사상”(비상교육) 식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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