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로 뜨는 실리콘밸리 ◆
"좋은 엔지니어를 추천해 달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같은 자리에 취업 공고를 내면 수천 장의 이력서가 몰렸는데 지금은 구인난이 심각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7년째 벤처캐피털 업무를 하고 있는 스티븐 곽 스틱인베스트먼트 디렉터의 얘기다. 실제로 지난 8월에만 이
지역에서 하이테크 일자리가 22만1400개나 새로 생겼다. 미국 전역에서 새로 생겨난 일자리에 육박하는 숫자다. 고용 증가율도
9.4%로 미국 평균보다 월등하게 높다.
이 지역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도 최근 거침없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데다 산업 전망도 밝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실리콘밸리 150개 기업의 최근 6개월 주가 상승률은 12.23%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9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43% 상승에 그쳤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주가 상승에 큰 힘을 보태는 것이 BMW(빅데이터ㆍ모바일ㆍ웨어러블 기기)산업이다. 이 가운데 빅데이터는 지난 수년간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다.
댄 르윈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은 "서로 연결된 다양한 기기와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손쉽게 꺼내쓸 수 있는 정보,
그리고 이것을 조합시키는 소프트웨어는 수많은 비즈니스 가능성을 열고 있다"며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논란을 어떻게 제거하느냐가
산업 성공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분야도 2년새 창업 기업이 30~40배 늘어날 정도로 폭발적이다. 자고 나면 10여 개 기업이 새롭게 생길
정도다.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곳이 늘면서 최근에는 이를 잘 포장해서 소개해주는, 소위 앱
마케팅 앱도 인기다.
미국에서 최근 등장한 '앱 그라티스'는 매일 유료앱 가운데 하나를 선정해 하루만 공짜로 써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이용자는 유료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좋고 앱 개발업체는 손쉽게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위치기반서비스(LBS) 산업도 모바일을 통해서 다시 뜨고 있다. 2000년을 전후해 처음 등장한 LBS는 처음에는 새로운 서비스라며 각광받았지만 사업 내용에 비해 너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급격히 위축됐다.
예를 들어 사용자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해주기 위해서는 많은 영업사원이 수만 명의 자영업자를 찾아 제휴를 맺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등장하지 않아 PC 등을 통해 쿠폰을 다운로드해야 했다.
최근에는 시스코를 중심으로 LBS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LBS 시스템이 깔린 호텔에 사람이 들어서면
스마트폰을 통해 호텔 내 식당에 대한 맞춤형 할인쿠폰이 제공되는 방식이다. 복잡하고 어마어마하게 큰 스포츠 경기장에서 좌석 찾기와
내 위치 확인도 LBS를 통해 할 수 있다.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헬스케어산업에 진출하는 것도 주요 테마 가운데 하나다. 록헬스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한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보다 액수로는 46%, 건수로는 56% 증가해 누적투자액이 14억달러를
기록했다.
안경이나 시계 타입을 넘어서 최근에는 생체 패드 시제품도 등장했다. 스티커 형태로 이를 몸에 붙인 뒤 실시간으로 혈압
당뇨수치 혈당량 등 자신의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달하고 이를 의사가 전달받아 실시간 진단을 내려주는 시대도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새너제이(미국) = 이승훈 기자]
`미래의 삼성·LG` 될 한국벤처 찾아요
◆ BMW로 뜨는 실리콘밸리 ◆
"스트라티오의 핵심 경쟁력은 경쟁 제품보다 4배가량 높은 해상도와 적은 전력 소모량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탑재되면 헬스케어산업에 폭넓게 활용될 겁니다."
지난달 모바일 적외선 이미지 센서를 개발하는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 스트라티오 이제형 대표의 호소력 높은 설명이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메리어트 호텔 캘리포니아볼룸을 가득 메운 200여 청중을 사로잡았다.
'K-테크@실리콘밸리2013'의 주요 세션인 '스타트업-피치'의 한 장면이다. 이는 투자자인 심사위원과 일반 청중에게 자신의 기업을 4분 안에 설명하는 것이 과제다.
지난달 행사에서 심사를 맡은 정기현 SK플래닛 전무는 "자신만의 기술적 강점과 사업모델의 확장성 등을 더 보여준다면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K-테크 행사는 올해로 2년차를 맞으며 한국의 IT 기술력을 알리는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열린 콘퍼런스에는 전년보다 2배 가까운 750여 명이 몰리며 뒷자리에서 서서 듣는 사람이 속출했다. 국내 40여 개
IT기업과 연구소 등이 참가한 수출상담회도 행사 기간에 현지 기업인 500여 명이 방문해 상담금액 4800만달러와 계약금액
770만달러를 기록했다.
행사를 주최한 미래창조과학부의 박일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IT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단순한 전시 행사가 아닌 실질적 투자가 이뤄지는 행사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대한민국 정부가 창조경제를 선언한 이후 미국 벤처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창업지원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곳은 반도체 회사가 밀집돼 있는 소위 '반도체 거리'에 위치한 실리콘밸리 IT지원센터다.
1998년 문을 연 이곳은 현재 51개 중소ㆍ벤처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 가운데 20여 곳이 모바일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분야 등에서 글로벌 톱 20개 기업과 비즈니스를 협력하고 있다.
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권중헌 KOTRA 실리콘밸리 관장은 "실력 있는 국내 기업이 미국 시장을 무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사업공간 제공과 분야별 맞춤형 컨설팅, 현지 마케팅과 홍보 지원 등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실리콘밸리 IT지원센터는 지난 5월 창업지원센터를 열었다. 이는 플러그&플레이와 유사한
창업전문보육센터의 성격으로 글로벌 창업에 필요한 공간 제공과 멘토링, 해외 투자 유치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자다.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들어와 사업을 좀 더 구체화할 때 쯤이면 어김없이 비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정부가 전문직 비자 쿼터 확대에 보다 매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새너제이(미국) = 이승훈 기자]
스타트업 무한지원…실리콘밸리의 힘
◆ BMW로 뜨는 실리콘밸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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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콘밸리 서니베일에 위치한 플러그&플레이 건물 로비 게시판.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도 이 건물의 서너 평 공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를 키운 후 대기업에 지분을 매각해 거금을 확보하는 "엑시트(exit)"에 성공한 기업들 이름이 빼곡히 붙어 있다. |
'
스타트업 기업들의 상상 놀이터.' 끊임없는 혁신 기업을 배출하는 실리콘밸리의 힘인 창업전문보육기관(액셀러레이터)을 단적으로 묘사한
말이다. 플러그&플레이나 Y콤비네이터, K9벤처스 같은 이 지역 액셀러레이터들은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초기 자금 지원과 기업 운영 조언, 맞춤형 투자 유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한복판인 서니베일에 위치해 있는 플러그&플레이에는 현재 300여 개 기업이 창업보육을 받고 있다. 이곳에는 연간 180곳이 넘는 벤처투자자와 정부, 학계, 기업 인사가 다녀간다.
페르난도 고베이아 플러그&플레이 디렉터는 "세계적 수준의 벤처투자자와 대기업들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스타트업에 다양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곳의 최대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플러그&플레이 로비 1층에 놓인
대형 TV 화면에 보이는 스케줄표에는 이곳을 찾게 될 기업들 이름이 녹색 블록으로 칠해져 빼곡히 적혀 있다. 여기에는 세계적
벤처투자 업체인 노웨스트벤처파트너스(NVP), 인텔캐피털 등을 비롯해 삼성벤처스, 프록터&갬블, 르노 등 대기업 이름도
보였다.
고베이아 디렉터는 "최근에는 베스트바이, EMC, 알카텔, 폭스바겐 등 대기업들이 리서치 시설의 일부를 여기에 두길
원해 2층 일부 공간을 확장하고 있다"며 "창업 기업과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혁신 아이디어를 얻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새너제이(미국)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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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임금·잦은 파업에 매력잃은 한국…中에 車공장 뺏긴다
◆ 車업계 脫한국 러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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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내부 전경. 르노자동차의 중국 첫 공장 설립이 확정되면서 부산공장의 생산물량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르노삼성자동차> |
12일 한국GM에는 비상이 걸렸다. 수백 건의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좌우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18일 내려진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GM과 미국 GM 본사 간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정보교환이 통상임금 관련 사항이다. 한국의 통상임금 상황은 사법부 판결 진행상황부터 사소한 언론보도까지 모두 번역돼 GM 본사로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늘어나는 규제, 다국적 기업의 중국 생산기지 확대전략이 맞물리면서 한국시장의 투자매력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의 군산공장에 이어 르노삼성의 부산공장도 생산물량 축소가 예상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탈한국
러시'가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대대적인 외자유치 정책을 폈고 중국시장과 인접해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아시아에서 투자 매력이 비교적 큰 나라 중 하나로 손꼽혔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늘어나기 시작한 각종 규제와 외국자본에 대한 적대적인 사회 분위기, 갈수록 높아지는 생산비용이 맞물리면서 최근 10년 동안 투자 허브로서 위상을 급속도로 잃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추세는 글로벌 기업이 중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확대하는 추세와 맞물려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랑스 르노그룹의 경우 후베이성 우한시에 중국시장 첫 공장을 세워 2016년부터 연간 1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는 "중국공장이 완공되면 굳이 한국에서 비싼 비용을 들여 자동차를 만든 뒤 수출하지 않고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폭스바겐, 도요타,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중국 현지 공장 확대를 최고
전략 과제 중 하나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제4공장 준공을 검토 중이다.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까다로운 중국 본토 규제가 상당 부분 완화된 반면 한국은 제조 생산기지로서 위상과 장점이 크게 줄어들면서 외국 제조 업체의 탈한국 러시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한국GM도 유럽시장에 수출해 왔던 쉐보레 차종을 현지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혀 이 차종을 주력으로 생산했던 전북 군산공장이
막대한 조업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경우 부진한 공장 가동률을 근거로 한국 공장라인 일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글로벌 생산공장을 대상으로 한 물량 조절과 차종 배치는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본사가 판단해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GM은 댄 애커슨 회장이 내년 1월 물러나고 메리 배러 부사장이 최고경영자(CEO)직을 승계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생산공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 자동차 제조시장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추락하는 것은 외국차 업계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노조파업으로 약 8700억원에 달하는 생산차질을 빚은 바 있고 이에 따라 울산공장 등 국내 공장의 생산성이 해외 공장과 비교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현대차가 운영 중인 8개 글로벌 생산공장을 비교한 결과 한국(울산) 공장은 차 1대 생산을 위한
투입시간(HPV)과 편성효율에서 각각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HPV지수의 경우 한국은 차 1대를 생산하는 데 평균
28.4시간이 투입돼 미국(앨라배마 생산공장ㆍ14.4시간)보다 2배 높았고 신흥국가인 브라질(21.2시간)이나 터키(27.3)
시간보다도 더 높았다. HPV지수가 높을수록 투입 비용이 높아져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한국에서 생산을 지속하는 한 글로벌 경쟁력은 그만큼 더 추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대차의 내년 이후 국내외 공장 증설이나 투자 계획은 중국을 비롯해 대부분 글로벌 시장에 집중돼 있다.
[채수환 기자 / 부산 = 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