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대통령

대통령과 골프

구봉88 2008. 3. 10. 10:46
우리나라 대통령과 골프에 관한 이야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골프 외교' 가능성이 화제에 올랐다. 대통령의 관심에 따라 그 나라의 골프 문화는 크게 달라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치적 측면에서 골프를 즐겼고, 골프 마니아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골프 붐을 조성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막걸리 마시며 즐긴다 - 박정희

박정희 전 대통령은 볼을 치고 나서 클럽을 캐디에게 주지 않고 볼 있는 데까지 총을 메듯이 어깨에 둘러메고 다녔다. 1962년 한장상 프로에게 골프를 배운 그의 핸디캡(기량이 서로 다른 플레이어들이 공정한 입장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골프 기량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것. 보통 72타로 파72짜리 코스를 끝낼 수 있다면 핸디캡이 0이다)은 18. '골프 애호가'인 김종필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 박정희 前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6년 건설 중이던 제주 골프장에서 시타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DB박 전 대 

        통령의 골프 애착으로 안양CC에서는 국무총리배, 대법원장배 등 크고 작은 경기가 매년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청와대를 빠져나와 군자리코스나 한양CC, 뉴코리아CC 등의 골프장을 찾아 9홀을 돌고

        측근들과 술잔을 나눴다. 라운드 중에도 막걸리를 들고 따라다니는 골프장 직원이 있었을 정도다.

        프라자CC 주방장을 지냈던 김상호씨는 "한양CC에서 근무할 때 박 대통령이 오시면 내가 막걸리 통을 들고 뒤를 따라다녔

          다"고 말했다.

 

◆230m를 날리는 파워샷 - 전두환

전두환 前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이 힘찬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조선일보DB전두환 전 대통령은 골프를 가장 좋아한 대통령이다. 앞뒤 홀을 하나씩 비우게 하고 라운드를 해서 '대통령 골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드라이버샷을 230m 날릴 정도로 장타를 뽐낸다. 그는 장군으로 진급한 1973년 골프에 입문했다. 육사 시절 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만능 스포츠맨답게 제1공수여단 시절에는 영내에 간이골프연습장을 만들어놓고 연습했다. 제1사단장에 취임하면서는 한양과 뉴코리아CC를 자주 찾았다. 대통령이 된 뒤 청와대 안에 골프연습장을 설치했다.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하며 한국 최초의 해외 순방 골프를 펼친 주인공이 됐다. 한편 여자 프로들을 골프장으로 초청해 골프를 한 뒤 청와대에서 만찬을 하기도 했다. 함께 라운드 했던 한명현 여자프로골프협회 수석부회장은 "당시 80대 중초반 정도 실력이었다"고 전했다. 이순자 여사는 강남300클럽에서 홀인원(한 번의 스윙만으로 볼이 홀에 들어가는 것)을 기록하기도 했다.

 

◆쇼트게임에 강하다 - 노태우 

▲ 노태우 前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이 2000년 3월 김종필 당시 자민련 명예총재(왼쪽) 등과 함께 골프 회동을 갖고 있다. /조선일보DB
'테니스광'이자 럭비 선수를 지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골프를 시작한 것은 제9사단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이후 체육부장관과 민정당 대표 시절로 이어지면서 골프에 애착을 보였다.

연희골프연습장에서 노 전 대통령을 지도한 이만형 프로는 "성격답게 거리를 많이 내지는 않았으나 정교한 샷을 했고, 어프로치(그린 가까이에서 핀을 향해 치는 짧은 샷)와 퍼팅으로 스코어를 관리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1988년 청와대로 입성하면서 테니스보다 골프를 더 즐겼다. 청와대 골프연습장을 틈만 나면 찾았고, 부인 김옥숙씨도 이때 골프에 상당히 재미를 붙였다. 연습을 할 때도 드라이버샷보다는 쇼트게임과 퍼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핸디캡은 12. 노 전 대통령은 특히 골프장 인허가권을 청와대 내인가에서 시·도지사로 위임해 골프장 건설 붐에 불을 붙였다.

 

6공 당시에 인허가를 받은 골프장만 139개소. '6공은 골프공화국'이란 말이 나왔을 정도다. 골프 칼럼니스트 최영정(전 조선일보 체육부장)씨는 "남성대에서 골프 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드라이버 거리는 180야드 정도 나가는 것 같았고 스윙 아크(스윙을 할 때 클럽이 그리는 원)가 작았다"고 말했다.

 

◆엉덩방아 골프 사진의 주인공 - 김영삼

▲ 김영삼 前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이 통일민주당 총재 시절인 지난 1989년 드라이버샷을 하다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고 있다. /조선일보DB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불(不)골프'를 선언한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골프를 안 치겠다고 해서 정치권에서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졌고 그의 재임 기간은 '골프계의 암흑기'로 통한다. 통일민주당 총재 시절인 1989년 10월 안양CC(현 안양베네스트GC)에서김종필 당시 공화당 총재와 골프 회동을 가졌다. 황병태, 김용환 의원도 함께했다.

 

바로 이듬해 1월 '3당 합당'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된 자리였다. 박정희 정권의 10월 유신 이후로 골프를 끊었던 그는 이때 골방에 넣어 두었던 클럽을 다시 꺼냈다고 한다.

 

이날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다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는' 사진이 다음 날 일제히 신문에 게재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임기 중에 골프장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골프를 금지했다. 청와대에 있던 골프연습장도 철거했다.

 

 

◆골프는 안쳐도 애정은 컸다 - 김대중

▲ 김대중 前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2년 청와대에서 최경주 선수에게 체육훈장 맹호장을 수여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DB김대중 전 대통령은 골프의 '해빙기'를 가져다준 대통령으로 꼽힌다. 골프를 하지는 않았지만 골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지녀 골프계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골프에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야당 총재 시절 "골프장을 없애 논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 김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는 오히려 골프에 우호적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10월 11일 인천체전 공개행사에서 골프대중화를 선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지령'에 묶여 속앓이를 했던 골프계는 두 손을 들어 환영했다. 한국골프장경영인협회는 '골프광복일'이라는 담화까지 발표했다. 여기에는 박세리와 김미현 등이 미국 무대를 휩쓸면서 IMF 경제난으로 침체된 국민의 사기를 북돋운 것도 큰 몫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세리와 김미현, 최경주 등을 청와대로 불러 다과를 베풀고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론 무장하고 실전에 임한다 -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청남대 미니골프장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DB노무현 대통령은 1996년 총선 때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마음을 달래기 위해 권양숙 여사와 함께 골프연습장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스윙할 때 근육의 변화를 비롯한 골프 관련 서적을 탐독한 뒤 실전에 뛰어드는 스타일로 골프를 익혔다고 한다.
그러다가 해양수산부장관 시절인 2000년 본격적으로 프로에게 레슨을 받으며 골프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참모들이 "장관이 너무 일찍 출근하면 아랫사람들이 눈치를 본다"는 조언을 하자 아침에 연습장에 들러 골프를 익히고 출근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수시로 "골프는 참 재미있는 운동"이라며 골프 예찬론을 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운영하는 충주 시그너스골프장을 가끔 찾아 골프를 쳤다. 이곳에서 2003년에는 인도, 뉴질랜드 등 9개 대사들과 라운드를 하기도 했다.

2003년 참모진, 일부 장관들과 함께 태릉CC에서 라운드를 하다가 17번홀(파4)에서 생애 첫 버디(한 홀에서 기준 타수보다 1타 적게 마무리하는 것)를 기록했다. 100타 안팎의 수준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 최경주를 비공개로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골프장 건설하는 데 도장만 780개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규제 완화 조치를 취했고, '반값 골프장' 대책까지 발표하며 골프장 건설 붐을 주도했다.

 

◆끝까지 퍼팅을 해야 진짜 골프다 - 이명박

▲ 정치입문후 골프를 거의 안친 李당선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정치에 입문한 이후로는 골프 대신 테니스를 주로 즐겼다. /조선일보DB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현대건설 재임시절에 골프를 자주 즐겼다.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계열사 임원들과 주로 라운드를 했다. 이때만 해도 80대 초반을 쳤으며,. 정규 레슨을 받지 않고 스스로 독학했다. 테니스를 즐긴 덕에 200m 안팎의 드라이버 거리를 내고 스윙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정치에 입문한 뒤에는 건강관리를 위해 골프보다는 테니스에 집중했다. 요즘은 보기플레이(홀당 규정 타수보다 1타씩 더 치는 것)를 목표로 삼는다. 이 당선자의 골프 스타일은 경영 마인드가 그대로 드러난다. 몇 번 가본 골프장은 홀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스스로 전략을 짜서 플레이를 한다. 처음 라운드를 하는 골프장은 캐디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홀거리 및 공략법이 들어간 야디지 북(Yardage Book)을 구해 자신만의 공략 방법을 찾는다.

에피소드 한 가지. 정주영 명예회장과 라운드를 할 때 동반자들이 기브(실제로 퍼트를 하지 않아도 들어간 것으로 인정하는 것. 보통 OK라고 한다)를 주려고 할 때 이 당선자는 "마무리하시죠" 하고 말해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이명박 당선자는 블루헤런GC의 주중 회원이며 제일CC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