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에서 눈여겨볼 것이 하나 있다.
조금은 특별한 존재, 해우소(화장실)이다.
일주문을 지나 대각암 가는 왼편으로 꺾어 들면 해우소가 매무새도 예쁘게 앉아 있다.
해우소는 경사진 언덕을 지혜롭게 이용하여 상, 하층의 2층으로 된 건물이다.
여느 사찰의 해우소보다 그 건축미가 단연 돋보인다.
'ㅅ간뒤(뒷간)'라고 쓰여진 화장실을 거꾸로 읽으면 '깐뒤'가 된다.
엉덩이를 '깐뒤'에 자리에 앉으면 살창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해우할 정도로 으뜸이다.
요즈음의 현대식 화장실이 벽만 멍하니 쳐다 보아야 하는 것에 비해
자연을 음미하며 배설을 하니 그 시원함은 어디에 비길 수 있겠는가.
나무를 정히 다듬은 살창 사이로 봄바람이 살랑살랑 들어 온다.
정丁자 모양의 맞배지붕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옆에서 보면 팔八자 모양이다.
바람을 막기 위한 풍판도 설치되어 있어 화장실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바닥을 잘 다듬은 나무 판자를 우물 정자로 깔았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건물이 지어진 것이다.
남, 여 화장실을 좌우로 구분하였는데, 우리의 옛 화장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구조이다.
화장실 안을 들어 서면 두 줄로 볼일 보는 곳이 나누어져 있다.
제법 너른 공간에 변기 안을 들여다 보니 아래가 까마득하다.
떨어지면 조금은 찝찝한 극락행이 될 것 같다.
해우소 건물 주위로는 갖은 화초와 꽃나무가 심어져 있다.
꽃피는 때에 오면 환상적인 화장실행이 될 것이다.
아직 매화는 피지 않았으나, 매화가 필 때에 이 해우소에서 꼭 볼일을 봐야겠다.
임금의 변을 '매화'라 했으니 매화 피는 날 여기서 볼일을 보면 그 순간 만큼은 임금이 되는 것이다.
해우소치고는 상당한 규모를 가진 이 건물은 단아한 벽면의 공간 분리로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나무살창은 통풍을 위한 구실뿐만 아니라 해우소의 품격과 천연덕스러운 미를 드러낸다.
이 아름답고 단아한 절집 해우소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문화재로 등록된 해우소이다.
문화재자료 제214호이다.
전라남도 순천시 조계산 선암사 경내에 있다.
이 해우소는 언제 지어졌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1920년대 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 허물어져 가던 것을 원형 그대로 살려 근래에 복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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