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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홀로형 글루미족이 소비문화 바꾼다

구봉88 2008. 6. 1. 01:27

나홀로형 글루미족이 소비문화 바꾼다
사람에 치이고 부대끼며 스트레스…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는 1인형 공간 인기

마케팅 전문업체 페이퍼웍의 임규민 사장(28)은 한 달에 10번 정도는 와인바를 찾는 와인 마니아다. 주위 사람들과 같이 와인바에 가기도 하지만 열 번 중 서너 번은 혼자서 간다.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 홀로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시며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면 "시련을 당했겠거니…" 아니면 "회사에서 짤렸나?" 등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이른바 글루미족이라 불리는 이들이 사회문화현상의 하나로 떠오른 것은 불과 1년여 정도지만 이들의 소비행태가 갈수록 보편화하면서 소비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 외식업계 1인용 메뉴, 바 설치

= 글루미(gloomy)는 `우울한`이라는 뜻으로 글루미족은 현대인들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가벼운 우울을 감성 원천으로 삼고 있는 부류를 일컬어 나온 말이지만 사실 비관적인 의미라기보다는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만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존중하고, 여행, 경제, 사회 등 다변화된 현상 속에서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즐긴다는 점에서 `글루미족`보다는 `나 홀로족`이나 `얼론(Alone)족` 쯤으로 부르는 게 더 적합하다"고 말한다.

글루미족들은 직장 동료와 어울려 시끌벅적하게 점심을 먹기보다는 혼자 먹는 일이 많다. 메뉴도 샌드위치 같은 간편식을 선호한다. 샌드위치 전문점 `샌드앤푸드` 종로점은 점심시간에 혼자 매장을 찾는 손님 비율이 30%에 이른다. 커피와 샌드위치 등을 주문해 책이나 잡지, 신문 등을 보면서 혼자만의 점심시간을 만끽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글루미족이 가장 즐겨 찾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커피 전문점. 대학가 근처 커피숍에서는 혼자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노트북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인석을 차지하려는 손님간 경쟁도 치열하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요즘 커피점들은 1인용 좌석을 점점 늘리는 추세다.

스타벅스는 강남역점을 비롯해 강남 일대에 위치한 매장 방문객의 총 20% 정도가 나홀로 고객이다. 강남역점은 현재 16개 정도 1인용 좌석을 배치하고 있다.

앤젤리너스커피 매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젊은 여성이 많이 찾는 지점이라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대점은 혼자 매장을 찾는 방문객 수가 전체의 20% 정도. 10명 중 2명은 혼자 오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앤젤리너스커피는 이에 따라 모든 지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최신 도서를 10권 정도씩 새로 비치해 혼자 오는 고객들을 배려하고 있다.

나 홀로 식사나 음주를 즐기는 글루미족이 늘면서 점포에 바를 설치하거나 1인용 메뉴를 개발해 내놓는 외식업체도 늘고 있다.

쌀과 8가지 곡물로 만든 웰빙피자 전문점 피사파사는 바형 테이블을 설치하고 2900원짜리 1인용 피자를 팔기 시작했는데 매출이 크게 늘었다. 점포 4곳의 하루 평균 매출이 50만~80만원인데 이 중 15% 정도가 1인용 피자 판매액이다.

박상집 사장은 "처음에는 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점심 때나 퇴근길에 간단한 식사를 원하는 싱글족이 주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제 혼자서 식사를 하는 것은 구문이다. 심지어 혼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 나 홀로 먹는 고깃집도 생겨

= 메뉴 자판기로 음식을 골라 바에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미니레스토랑 밥톨스나, 고기촌플러스바처럼 바형 테이블을 도입한 고기 전문점이 늘고 있는 것.

청진동과 홍대앞, 청담동에 점포가 있는 구이전문점 참이슬본가도 혼자 와서 부담 없이 구이를 즐길 수 있도록 바 형태 테이블을 배치해 놓고 있다.

김태경 참이슬본가 부장은 "우리나라 음주문화가 여럿이 하는 것이 대세라 1년 전만 해도 혼자 오는 손님이 1~2명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점포당 하루 5~6명 정도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잠실에 있는 와인바 베스파의 김성태 지배인도 "와인을 즐기기 위해 혼자서 매장을 찾는 남성 고객이 3분기보다 70%가량 늘었다"고 귀띔했다. 베스타는 매달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나 홀로족을 겨냥해 차별화된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글루미족은 공연이나 영화뿐 아니라 여행도 자발적으로 기꺼이 혼자 즐긴다.

친구나 친지 등 주변 지인들과 일정을 맞추고 서로 다른 취향에 적응하려 애쓰느니 아예 혼자 편한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향유한다.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ENT에 따르면 매년 1인 티켓 구매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5년 8%였던 뮤지컬 1인 티겟 구매 비율이 2006년 10%, 올해는 12%로 늘었다. 클래식 공연은 2005년 22%에서 올해 25%로, 라이브 콘서트도 2005년 12%에서 올해는 18%로 증가했다.

김선경 인터파크ENT팀장은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한 문화 소비자층이 늘고 있다"며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개인주의 풍토가 나 홀로 문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家電 아닌 個電제품…나홀로 상품 봇물

글루미족을 위한 나 홀로 상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포켓 크기로 집에서나 지하철 안에서 혼자 사용할 수 있는 닌텐도 등 휴대용 게임기는 대표적인 상품. 이 제품은 신세계 이마트 판매 순위에서 지난해 100위권 밖이었으나 올해는 62위로 뛰어올랐다.

외톨이족을 위한 여행상품, 나 홀로족을 위한 놀이동산 프로그램, 옆자리 눈치볼 필요 없는 식당의 1인 공간 등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나투어는 여성들이 혼자서 여행하더라도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여행 일정 상품을 내놨다. 혼자 편하고 안전하게 관광과 쇼핑, 미용과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게 특징이다.

글루미족을 위한 이색 상품도 많다. 이불 원단에 열을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사용자에게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디스턴스 프레즌스` 침구나 원래는 4인용 식탁이지만 식탁 한 조각만 떼서 사용할 수 있는 `4등분 되는 4인용 식탁`,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개인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테이블 매너` 테이블이 그것이다.

겨울을 맞아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나 홀로족을 위한 난방용품도 인기다. 충전식 찜질팩, 미니 온풍팬히터 등 추운 날씨에 실내외에서 보온을 유지해 주는 1만원대 난방용품들이 하루 평균 800개 이상씩 팔리고 있다.

저소음 팬을 이용한 미니 온풍팬히터(1만8900원)는 핑크 색상으로 책상 위나 아래에 두고 쓰기 편하다. 15분만 충전하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충전식 찜질팩(9900원)을 비롯해 온열 뜸질기, 휴대용 손난로 등도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TV나 전화는 여럿이 공유하는, 이른바 가전(家電) 제품이었지만 이제는 혼자서 사진 찍고 혼자 전화하는 개전(個電)제품이 됐다"며 "기업 처지에서는 1인 제품이 다수가 공유하는 제품보다 시장성이 커 매력적이고, 사회적으로는 갈수록 이동성이 강조되는 트렌드가 맞물려 1인 제품 전성시대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주영 기자 / 김지미 기자 / 심시보 기자 / 이명진 기자 / 정승환 기자
출처 매일경제 07.12.21.금

출처 : 투어99%(국내외 여행가이드)
글쓴이 : 수산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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