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의 풍경

(대구)노년의 문화도 차별화 된다..

구봉88 2009. 8. 30. 17:13

 

 

'나이 들면 다 똑같다'고 흔히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노인들의 문화도 천차만별이다.

'하루가 괴롭고 빨리 죽고 싶다'는 자포자기형부터 '아직도 끗발 날린다'는 원기왕성형까지 각양각색이다.

▨ 하루하루 근근이 삽니다

노인 '막가파(?)'도 가끔씩 눈에 띈다.

하루종일 시빗거리를 찾아다니는 싸움꾼 노인, 술과 노름을 빼면 사는 재미가 없다는 노인들은 사춘기 소년 못지 않다.

대부분 돌봐줄 사람도 없기 때문에 이대로 살다 죽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두류공원에서 만난 박모(68·달서구 성당동) 할아버지는 5년 전부터 공원으로 출·퇴근하면서 노름판을 차려주고 잔돈을 바꿔주는 일을 한다.

하루 수입이 몇천원에 불과하지만 생계를 잇는 데 필요한 돈이다.

박씨는 "가끔씩 고성이 오가며 싸움판이 벌어질 때도 있다"고 했다.

성당못 주변에 앉아있던 주모(75·달서구 대곡동) 할아버지는 "버스비 1천400원을 아끼기 위해 상인역에서 성당못역까지 무료지하철을 탄다"며 "술을 마시거나 노름을 하다 해가 지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달성공원에서 만난 김모(72·서구 평리동)할아버지는 "2남5녀를 두고 있지만 모두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 1만원을 타써기도 미안하다"며 "요즘 노동일을 하면서 근근이 술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0년째 달성공원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는 김모(77·서구 비산동) 할아버지는 "돈이 아까워 담배도 빌려서 피운다"며 "하루 종일 대통령, 정치인 욕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일과"라고 했다.

▨ 마음만은 부자랍니다

용돈 1만원이면 하루가 즐거운 노인들. 돈 쓰는 형태도 다양하다.

'교통비와 점심값, 커피 한잔, 성인테크 출입비 등 1만원이면 하루 용돈', '바둑·장기 내기값 5천원, 국밥값 3천원, 교통비 2천원 딱 하루 1만원', '손자 군것질 3천원, 본인 간식 3천원, 교통비·커피값 4천원'

중류층 노인들은 보통 하루 1만원 정도의 용돈을 쓰며 '등산', '낚시', '사교춤' 등 취미생활을 즐기고 나름대로 건강관리도 한다.

"나도 젊었을 때 꽤 날리던(?) 사람입니다.

" 댄스파 노인들은 '경상감영공원 일대'로 몰려든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김모(71·서구 이현동) 할아버지는 "성인테크나 카바레에 춤추러 가는 이유는 꼭 다른 할머니를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건전하게 춤에 심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할아버지가 성인테크에 출입하는 횟수는 1주일에 2, 3회 정도.

경상감영공원, 향촌동 일대에는 값싼 식당가와 성인테크 등이 즐비하다.

공원 한쪽에는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노인들로 가득하고, 일부 노인들은 1천~2천 원씩 내기를 걸기도 한다.

남모(76·달서구 진천동) 할머니는 "12년째 손주를 돌보며 용돈으로 40만 원을 받는다"며 "할머니 모임에 회비를 조금 내고 남은 돈으로 수제비, 호박죽 등 간식을 사먹는다"고 말했다.

게이트볼, 등산 등 취미생활을 즐기는 노인들과 경로당에서 소일거리로 일을 하는 노인들도 중류층 노인들이다.

'20년째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다'는 황모(79) 할아버지는 "게이트볼을 즐기다 보니 나이는 드는데 정력은 더 세지는 것 같다"고 짓궂게 말했다.

한모(74·수성구 만촌동)할머니는 "집에만 있으면 답답한데 신천변에서 게이트볼을 치고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들 노인들은 주말에는 팔공산, 비슬산, 앞산 등 대구 인근에 등산을 가기도 하고 낚시를 좋아하는 노인들은 경치좋은 곳에서 고기를 잡으며 강태공처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중류층 노인들은 '웰빙'(Well-Being)을 추구하지만 적정수준(?)의 용돈 때문에 자신의 환경에 맞게 지출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데 삶의 의미를 두고 있다.

▨ 젊음 빼곤 부러울 게 없습니다

상류층의 삶은 나이가 들어도 넉넉하다.

본인도 경제적 여유가 있을 뿐 아니라 자녀들도 의사, 변호사, 공무원, 교사 등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다.

일부는 고급 룸살롱, 유흥주점 등에서 유흥을 즐기기도 한다.

서모(73) 할아버지는 "과거에 어울렸던 친구들과 만나면 고급 룸살롱에 가 놀 때도 있다"며 "기분이 문제지 돈은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노인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노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박모(71·서구 내당동) 할아버지는 "탱고, 지루박, 재즈 등 못추는 춤이 없고 골프, 테니스, 게이트볼도 즐긴다"며 "도서관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명심보감'(明心寶鑑)'도 가르친다"고 했다.

'시대를 앞서간다'는 도모(73·북구 읍내동) 할아버지는 컴퓨터뿐만 아니라 인터넷 검색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능수능란하다.

휴대전화는 카메라 기능까지 있다.

종친회와 산악회 등에서 활동하는 김모(72·수성구 중동) 할아버지는 "각종 경조사, 모임 회비에 드는 한달 비용만도 50만∼60만 원에 이른다"며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해 현재는 남산인쇄골목에서 인쇄업을 하며 활동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자녀들이 사업을 하면서 돈을 잘 벌고 있기 때문에 부족함이 없다.

친구들 점심값을 통째로 내고 기분을 한껏 내기도 한다.

특히 담수회(淡水會), 박약회(博約會) 등은 상류층 노인들의 '살롱'(Salon·모임방)이라 불리고 있다.

7년째 담수회에서 서예를 배우는 남모(65·달서구 감삼동) 할머니는 "이곳에 오면 잡념이 없어진다"며 "3남1녀 모두 분가해 잘 살고 있기 때문에 별 걱정없이 취미생활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할머니는 또 "휴가철이면 유럽, 미국, 일본 등에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덧붙였다.

중구의 미도다방, 맥향 등은 멋쟁이 노인들과 음악마니아 노인층들의 집합소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넉넉한 풍채를 가진 노인들이 한담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거의 매일 이곳에서 차를 마신다'는 황모(82·중구 종로2가) 할아버지는 "외출할 때는 항상 넥타이를 매고 정장에 중절모와 지팡이를 들고 나온다"며 "누가 보든 않든 깔끔한 모습을 유지한다"고 자신만의 원칙을 내세웠다.

이들 상류층 노인들은 '철저한 자기관리, 넉넉한 경제력, 잘 키운 자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듯했다.

출처: 매일신문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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