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4성 호텔! 재활용의 한계는?
쾰른과 Rhein강 근처에 Wuppertal이라고 하는 도시에서 며칠을 묵을 일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대중교통인 모노레일이 있다. 이미 100여 년 전에 공중에 매달려 전기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루르공업지역의 공업도시답다. 혹자는 관광을 위한 것이라고 오해를 하기도 한다. 아니다, 이 Schwebebahn(공중열차)은 지금도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다.
공중에 매달려 달리는 모노레일, (직접 찍은 사진이 아니라 유감이다)
오래된 공업도시이기에 공장이 많고 그 많은 공장들 중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나보다. 공장이 문을 닫으면 폐허로 남는다. 폐허로 그냥 두지 않았다. 우린 폐허에서 새롭게 태어난 공장호텔에서 묵었다.
Fabrik(공장)이란 단어가 들어간 호텔이름에서 공장을 호텔로 개조했음을 느꼈다. 어떨까 하는 호기심과 별로일 것 같은 선입감을 가지고 도착했다. 간판을 요란하게 하지 않는 것이 이들의 사고이긴 하지만 건물은 높고 어두웠다. 그야말로 외부를 보며 느끼는 첫인상은 바로 공장 그 자체였다. 하지만.......
폐품의 조각으로 만들어진 조명등
로비에 들어서면서 천장에 달려 있는 등을 보며 놀랐다. 모두가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비싼 그것보다 찡한 감동을 준다. 그 뿐이 아니었다. 멀쩡한 거울에 왜 파란색의 깨진 프라스틱 조각을 부쳐 놓았는지? 거울이 깨어진 줄 알고 만져 보기도 했다. 복도마다 그림들로 가득했다. 방마다 인테리어를 마술적(?)으로 꾸며 놓았다. 특별한 손님들은 카탈로그를 보며 마음에 드는 방을 고르기도 한다. 어느 방은 온통 혼잡해보여 무섭게도 느껴졌다. 그것이 예술인 모양이다. 때론 아주 허름한 방이라도 유명한 거인들이 묵었던 방이 더 비싼 나라이긴 하다.
여러 가지 모습의 객실들. 평범한 객실도 물론 있다.
공장에서 사용하던 저울이지만 다시 태어나 식당에 있다.
그야말로 과거 공장에서 사용하던 물품들은 버리지 않았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다 이용했다. 재활용한 것이다. 아침 식당엔 공장 직원들이 사용하던 것인지 벼룩시장에서 사온 것인지 접시며 포크며 칼이며 모두가 같은 것이 없다. 무거운 것이나 달았을 법한 공장에서 사용하던 큼직한 저울조차 재활용했다. 접시에 음식을 담기 위해 저울 앞을 지나면 자동적으로 몸무게를 바늘이 알려주고 있다. 내용을 모르는 손님은 자신의 몸무게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출되는 순간이다. 그것을 눈치 챈 여인네들은 피해서 다니기도 한다.
저녁에 찾은 호텔 바 역시, 작업대로 사용했을 것 같은 둔탁한 철판으로 만든 테이블 일색이었다. 형형색색의 그림으로 커버를 하긴 했지만 재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메뉴판머리에 심어 놓은 칼과 수저가 멋을 더하고 있다.
메뉴판과 맥주홀의 테이블. 모두가 재활용품들이다.
유리조각으로 벽을 장식했다. 사용하다 남은 철판인 듯!.
모두 있는 것을 재활용해서 만들기로 작정한 호텔 같다. 그래도 별이 4개인 4성 호텔이다. 방의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물조차도 공짜가 아닌, 물 인심이 고약함(?)을 유럽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미니바도 공짜, 인터넷도 공짜, 유선TV도 공짜다. 여러 곳의 많은 호텔을 이용해 보았지만 이것들이 공짜인 호텔은 처음이다. 독일에서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호텔이기도 하다. 재활용해서 남은 부분을 손님들에게 돌려주나보다.
오늘 다시 생각하게 한다. 2차 대전의 망가진 상처까지도 재활용해서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을 법도 하다는 것을.....
▣출처: ["독일기행" 원문보기] 글쓴이: 민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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