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상자료

티벳불교 -밀교의 이해

구봉88 2010. 5. 29. 09:23

티베트 불교 - ‘밀교(密敎)’에 대한 이해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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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밀교(密敎)의 역사

인도의 초기 밀교

밀교 요소 중 하나인 존상들에 대한 진언과 호마행법(護摩行法) 등을 단독으로 취급한 경우에는 <리그 베다>나 <아타르바 베다>가 성립한 베다시대(B.C.1800∼1000)무렵까지 소급할 수 있다. 또한 주술적인 요소를 부정한다고 하는 초기불교 중에서도 호신용의 呪句로서 허용된 파릿타(paritta)와 <법화경>·<반야경>등의 대승경전 속에서 설해지고 있는 다라니도 밀교의 원형적인 요소이다.

리그 베다(Rig Veda)의 대표적인 게송 ‘바가바드 기타’

그러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밀교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경전이라는 텍스트 속에서 밀교적인 요소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역시 4세기에서 5세기에 걸쳐서 이다. 원래 인간의 근원적인 고뇌의 구제에서 출발한 불교도 신자들은 현실생활에 적응하기 위하여 힌두교와 중복되는 다향한 민중불교의 요소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예를 들면 병을 치료하는 것, 장수하는 것, 비를 멈추게 하는 것, 비를 내리게 하는 것 등 현실적인 요구를 설하는 다라니경전, 諸尊을 대상으로 하여 공양하고 관상하는 일군의 밀교경전은 이 시대의 산물이다. 이러한 초기밀교의 근본경전은 산스크리트 범본으로는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하는 한역 경전에 의존하면서 그 일부를 소개한다.



베다경전(산스크리트 범본).

The Sanskrit Rig Veda.

우선 한역 밀교경궤(密敎經軌)로서 초기에 속하는 것은 3세기 초엽 축진염(竺律炎)과 지겸(支謙)이 번역한 <摩登伽經>과 이것의 이역본으로 서진(西晉)(265∼317)의 축법호(竺法護)가 번역했다고 하는 <舍頭鍊太子二十八宿經>이다. 여기엔 많은 주구(呪句)와 함께 호마작법과 점성술도 언급되고 있다.

 

다음에 大明6년(462) 曇曜가 역출한 <大吉義神呪經>에는 수행법의 공간을 나타내는 결계법(結界法)도 한층 완비되어 있고 또 수행목적도 악마의 퇴치를 기원하는 息災 외에 다시 여러 종류의 구별이 생겨 보다 체계회된 기원법을 나타내고 있다.

 

나아가 존격의 도상상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초기 불교 미술에서는 석가여래가 중심이 된데 반해 대승불교에서는 간다라 조각에서 알 수 있듯이 관음·문수·미륵 등의 새로운 보살 그룹이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5세기 경이 되면 특히 관음이 다양한 변화를 일으켜 실일면·천수·불공견삭 등 특이한 양상을 가진 변화관음(變化觀音)이 성립하여 많은 밀교경전 속에 설해지게 된다. 변화관음의 경전은 주로 현장·智通·伽梵達摩·菩提流志 등 초당·중당 시기에 중국에 들어왔거나 혹은 돌아온 사람들이 번역하였다.


중국의 관음(觀音).

다음 존격성립사상에서는 梁代(502∼556) 실역(역자불명의 것)의 <牟梨曼多羅呪經>이 무시할 수 없는 의미를 가진다. 이 경전은 작단법·晝像法·입도량작법 등을 상세히 설하고 있는 것도 흥미가 있지만, 더욱이 본존에 해당하는 여래의 그룹 좌우에 관음과 금강수 양 보살에 해당하는, 한 그룹의 존격을 일종의 삼존형식으로 배치하고 있는 점이 중요하다.

그 밖에 반드시 밀교경전이라고 한정하기는 어려우나 4세기 경 성립한 것으로 보이는 <금광명경>(담무참 역)과 <관불삼매해경>(불타발라타 역)도 사방사불(아축,보생,무량수, 미소성)을 설하고 있는 점에서 후세에 만다라가 성립하는 데 기여한 의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4세기에서 5세기에 걸쳐 힌두교의 부흥과 더불어 불교 내에도 의례와 도상에 중점을 둔 밀교적 요소가 점추 농후해지게 되었고, 6세기 경에는 진언·인상·만다라의 대부분이 정리된 <다라니집경>(당, 아지구다 역)이 나오기에 이른 것이다.

인도의 중기 밀교

 

굽타 왕조하에 힌두이즘의 융성과 더불어 발전한 밀교는 7세기에 들면서 절정기를 맞이한다. 그것은 <대일경>과 <금강정경>이라는 2종의 중요한 밀교경전이 잇따라 성립했기 때문이다. 양 경전은 인도에서는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서 다른 장소에서 성립한 것은 의심이 없다. 그 때문에 탄트라 4종분류에서는 <대일경>을 제2단계의 수행탄트라로, <금강정경>을 제3단계인 유가탄트라의 대표경전으로 들고 있는 것이다.


힌두 탱화.

이들 중 한발 일찍 성립한 것은 <대일경>이다. <대일경>은 본격적인 밀교경전의 효시로서 어울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종래 잡밀계의 경궤에서는 거의 등장하고 있지 않든가, '비로자나'라는 이름으로서 단순히 언급하는 데 지나지 않았던 대일여래(이 명칭을 지은 것은 선무외 삼장이다)가 여러 존격을 망라하고 총괄하는 만다라의 중앙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이 대일여래의 佛로서의 특질은 어딘가 역사성을 내포하고 있는 석가여래, 구제와 해탈의 범주로서 우리들과 친숙한 아미타여래 및 약사여래와는 달리 우주에 편만하는 진리의 당체, 혹은 진리의 영역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그 때문인지 형상으로써 드러나는 도상이라 해도 종래의 세속을 떠나 상상의 佛身으로서의 32相을 갖춘 소위 여래형이 아니고, 진리의 왕자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화려한 보관·팔찌·영락 등의 장신구를 몸에 치장하고 있다.

또한 <대일경>의 본존인 대일여래는 선정인, 즉 좌우 양손을 결가부좌한 두 무릎 위에 겹쳐놓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우주의 중심인 이 존격에 있어서는 이러한 정지성과 집중성을 나타내는 인상(印相)이 적합할 것이다.


대일여래 좌상.

대개 <대일경>이 표현하는 만다라 세계를 태장만다라 혹은 대비태장만다라 라고 한다. 태장이란 어머니의 자궁(모태)처럼 모든 것을 생산해 내는 근원을 의미하는데, 마찬가지로 여래자비의 근원으로부터 모든 불보살이 모습과 형태를 달리하면서 출생하여 우리들을 구제해 준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대일경>의 범본은 극히 단편적인 것이 다른 문헌 속에 인용되어 남아있을 뿐이다. 따라서 연구가 목적이라면 선무외와 一行이 공역한 한역본 <대일경>이나 티베트역을 사용해야 한다. 양자의 내용은 대체로 일치하나 한역본 권말에 있는 제7권의 소위 '공양법'이 티베트역에서는 역사적인 작자의 논서로 취급되어 있다.

이 경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부분은 '주심품'이라 약칭되는 장으로서, 여기에는 대승불교에서 선양된 공성(空性)에 해당하는 사상이 설해져 있다. 또한 교리적으로는 모든 것이 마음의 발로라는 유심사상과 인간은 누구라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如來藏思想에 가까운 내용이 단편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일경>은 아직 종래 대승2불교의 요소를 많이 함유한 미성숙의 밀교경전이라 간주할 수도 있다.


티벳 사경(寫經).


불법을 귀하게 여긴 티벳 전통 불경으로 닥종이에 쪽물을 들인 후에 다시 옻칠을 하였다.

그 위에 금가루와 터키석, 산호석 등 세 가지 보석을 가루 내어 섞어 글씨를 썼다.

그렇지만 제2품 '具緣品' 이하에 이르면 그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다. 여기에는 결인법, 진언의 염송법 및 존격, 상징, 범자에 의한 3종의 만다라 묘사법 등 밀교의 삼밀행(三密行)에 관한 중요한 내용이 망라되어 있다. 더욱이 밀교의 필요불가결한 실천체계의 제요소인 호마법, 공양법, 관정법 등이 설해져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내용이 정비된 수준높은 밀교경전이라 할 만하다.

<대일경>은 이처럼 획기적인 밀교경전이었으나, 제존을 배치해서 하나의 세계를 나타내는 만다라행, 나아가 성스러운 존격과 세속적인 우리들의 질적인 일체관을 체득하는 유가관법에 있어서는, 뒤이어 성립한 <금강정경>에 필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중요한 경전이기는 했으나 밀교의 단계로서는 <금강정경>에 흡수된 듯한 형태가 되어 인도에서는 성행한 것은 비교적 단기간이었던 것 같다.

중기밀교의 또 하나의 중심을 이루는 <금강정경>은, 밀교경전으로서는 다소 불완전한 <대일경>을 대신해서 인도밀교의 주류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금강정경>이란 말은 가장 바탕이 되는 부분을 가리키는 경우와 그로부터 갖가지로 파생·전개하고 있는 것을 총합해서 부르는 경우가 있다.

전자(前者)를 <초회금강정경(初會金剛頂經)> 혹은 <진실섭경(眞實攝經)>이라 한다. 이에 대해 <진실섭경>을 토대로 하여 다시 성립한 <이취경(理趣經>·<악취청정궤(惡趣淸淨軌)>등을 총합해서 광의의 <금강정경> 혹은 <금강정경>계 경전군이라 부르는 일도 있다.

<금강정경>이 의도하는 바는 우리들이 다섯 단계의 명상법(五相成身觀)을 통해 우주의 진리인 대일여래가 되는 것을 명시하는 것이며 이것을 시각적으로 불보살의 세계로 나타내는 것이 금강계만다라이다.


금강계 만다라.

금강계만다라의 중앙에는 <대일경>의 태장만다라와 마찬가지로 비로자나여래 즉 대일여래가 위치하고 있다. 태장만다라의 여래가 양손을 겹쳐 선정인을 맺고 있는 것에 반해 금강계만다라의 대일여래는 왼손의 검지손가락을 펴서 그 끝을 오른손 손바닥에 감싸쥐는데 이것을 지권인(智拳印)이라 한다.

일반인에겐 둔갑술을 쓰는 사람의 손으로 설명하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지 모른다. 금강계 대일여래도 후대에 가서는 지권인을 하지 않고, 엄지와 검지의 끝을 붙여 원형을 만들어 이 형태를 한 두 손을 합해서 불타의 설법을 표현하는 轉法輪印을 나타내기 때문에, 손모양을 보고 조성년대를 알 수 있다.


불교의 결인법.

<금강정경>금강계만다라가 <대일경>태장만다라보다도 한층 밀교화의 정도가 진전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거기에 등장하는 금강계의 존격들이다. 즉 금강계만다라는 중앙의 대일여래의 사방에 아촉·보생·아미타·불공성취라는 4불을 배치하여 대일여래의 속성을 사불에 분담하고 있다. 동시에 5불 전체로 밀교적 우주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4불 각각의 주위에 4體씩의 보살 등 도합 16보살이 배치되어 성역공간을 이중으로 형성하고 있다.

16보살은 모두 금강법(金剛法)·금강보(金剛寶)·금강리(金剛利)·금강당(金剛幢)이라는 식으로 '金剛'이라는 관칭을 가지고 있다. 금강이라는 개념에는 다이아몬드식으로 '金剛'이라는 관칭을 가지고 있다. 금강이라는 개념에는 다이아몬드처럼 귀중해서 부숴지지 않는다는 것과 인드라 신의 신비적인 무기인 금강저(金剛杵)처럼 모든 것을 때려 부수는 최고의 무기라는 상반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티벳 불교의 상징물, 금강저(金剛杵)와 금강령(金剛鈴).


티베트어로 금강저(金剛杵)는 Dorje, 금강령(金剛鈴)은 Gantha라고 한다.

이것으로써 밀교의 우주성을 나타내려 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깊은 것은 16보살 가운데 금강법·금강리·금강당 보살이 대승불교와 친숙한 관음·허공장·문수·지장이 밀교적으로 변화한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금강계만다라는 향, 노래, 무용 등 佛에 바치는 것까지 의인화해서 금강향(金剛香)·금강가(金剛歌)·금강무(金剛舞) 등의 존격으로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종래에 있던 것을 새롭게 살려가는 것이 밀교의 커다란 특색의 하나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또한 그 후 <이취경>과 <악취청정궤>등 두 가지 관련경전이 배출되어 <금강정경>계의 흐름을 잇고 있다.

인도의 후기 밀교

밀교정신적인 요소가 세속의 가치보다 상위를 점하고 있는 인도는 중국처럼 왕조가 바뀔 때마다 전대의 문화가 불식되지 않고, 옛 문화와 종교에 새로운 요소가 중층적으로 쌓여간 경향이 강하다. 똑같은 현상을 밀교에서도 볼 수 있는데, 유가밀교의 성행과 더불어 8세기 후반에서부터 9세기에 걸쳐 새로운 요소를 가진 밀교가 세력을 점하게 되었다. 이것이 무상유가밀교라고 불리는 후기밀교이다.

후기밀교 탱화.

인도와 티베트 불교학자들은 무상유가밀교를 3종으로 세분하는 일이 많다. 이것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방편·父탄트라 (2)반야·母탄트라 (3)不二탄트라 이다.

우선, 첫 번째 방편·父탄트라이다. 방편은 원래 대승경전인 <법화경>등에서 '사람들을 잘 구제하는 수단'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방편은 그러한 점에서 실용적 혹은 정적(情的)인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후에는 '바른 지혜'를 가리키는 반야와 한 쌍이 되어 교학화 되었다.

그런데 감각을 강조하고 모든 사물을 어떤 심볼로서 상징하기를 좋아하는 밀교에서는 이러한 이원론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인 남녀로 치환되어 어느덧 '방편탄트라'는 '父탄트라'로, '반야탄트라'는 '母탄트라'로 등치되기에 이른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방편·부탄트라'에도 밀교경전이 제법 존재하고 있으나 가장 유행한 것은 <구히야삼마자 탄트라> 혹은 <秘密集會탄트라>라고 부르는 경전이다. 이 경전은 8세기 경에는 이미 인도에서 성립하였을 것으로 생각되며 중국에서도 북송의 진종때에 인도승 시호(施護)가 <一切如來金剛三業最上秘密大敎王經>으로 한역하였다.


'바른 지혜'를 가리키는 반야와 한 쌍을 이룬 상징적 모습.

그 내용은 <초회금강정경>에서 확립한 五佛에 의한 밀교우주의 사고를 근저에 두긴 했으나, 실제로 자기 신체로 상징되는 소우주에서 성스러운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신체 속에 佛과 보살이 강림하는 것을 명상해야 한다는 등의 생리적 요소가 강한 행법이 설해져 있다. 또한 '반야·母탄트라'만큼 현저하지는 않지만 정신집중의 도를 더 한층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 동반자를 필요로 한다는 사고가 여러 곳에 설하여져 있다.

소급해서 생각해 보면 여성의 존격은 <대일경> 태장만다라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으나, 배우자, 동반자라는 뉘앙스는 결핍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무상유가밀교에 이르러 佛과 보살도 차례로 결혼하여 자식과 가족을 형성함으로써 하나의 세계를 이루게 되는 것은 흥미깊다.

대개 불교사적으로 보면 정확히 후기밀교가 나타나기 시작할 무렵의 인도에서는 벵갈, 비하르, 북부오릿사 등 동인도를 판도로 한 '팔라왕조'가 일어나 역대의 왕들은 모두 열심히 불교 특히 밀교를 보호하였다. 특히 초기 3대의 고팔라, 다르마팔라, 데바팔라등 세 왕은 각각 오단티푸리, 비크라마쉴라, 소마푸라라는 대사원을 건립하였으며, 이들 사원을 중심으로 많은 불교의 준재들이 모여 인도밀교의 최후의 광채를 발하였다.


팔라왕조의 유물 ‘Buddha and Bodhisattva’ 

'반야·모탄트라'는 母라는 말에서 살필 수 있듯이 밀교를 실천하는데 여성의 힘이 불가결하게 되어 소위 여성상위의 밀교라고 할만하다. 더욱이 본존에 해당하는 것은 '헤루카'라는 이름으로 총칭되는 존격이고, 손의 수와 얼굴의 수, 상대방 배우자의 상위에 근거하여 헤바즈라, 삼바라, 붓다칼팔라 따위의 고유명사를 가지고 있다.

헤루카는 푸른색 신체에다 나체형이며, 虎皮 하의를 걸치고 세 개의 눈을 가지고 흰 뱀을 몸에 감고 있는 등 명확하게 힌두교의 파괴의 신 쉬바의 이미지를 빌리고 있다. 또한 배우자를 필수로 삼고 있는 明妃라는 것도, 쉬바 신의 妃로 후에는 실질적인 활동의 원동력으로서 쉬바 신 이상의 인기를 모았던 우마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반야·모탄트라'에는 구체적으로 <헤바즈라 탄트라>, <삼바라系 탄트라>등의 경전이 있는데 이들은 대개 주존의 이름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여기에 설해진 만다라에서는 중앙에 明妃를 포옹하고 있는 주존을 제외하면 이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의 만다라는 대부분 나체형의 다카니라는 여성신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계층의 밀교의 특색은 우선 性의 집중력과 그 歡喜를 성스러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초회금강정경>과 <이취경>에서도 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었으나, '반야·모만트라'에서는 밀교의 전법인가로서 결정적인 의미를 가지는 灌頂속에도 성의 요소가 도입되고 있다.


방편 탄트라.

성과 관련을 가지면서 다소 관점이 다른 또 하나의 특징으로서 생리적 행법이 있다. '방편·부탄트라'에도 신체 가운데 존격들의 존재를 확립하는 포치관(布置觀)이라는 행법이 있었으나, '반야·모탄트라'에서는 우리들 신체세계 속에 초생리적인 미세신이 존재함을 감지한다. 그리고 신체의 척추를 따라 4가지에서 7가지의 차크라 라는 신비적 중심층이 있다고 하며 또 이들을 연결하고 있는 3종의 맥관을 상징한다.

구체적으로는 최하부의 차크라로부터 불교용어로 '보리심'이라 불리는 思念의 에너지를 점차 상승시켜서(때로는 하강시킨다) 최고 존재와 합일체험을 체득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생리적인 호흡의 조절과 심리적인 사념의 조건 및 성적인 정액의 조절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점에 큰 특색이 있다.


‘차크라’로부터 '보리심 에너지’를 각성시키는 수련법.

이 외에 '반야·모탄트라'에는 일종의 亂交的인 요소 혹은 집단마술적인 부분도 없지 않아 이 점이 서구적인 합리주의와 유교적인 윤리관에서는 지금까지 엄격히 규탄되어 왔다. 확실히 한국, 일본이라는 풍토에서 보면 물론 이들은 수용될 여지가 없었으나, 농경의례가 문화를 대표하는 고대의, 그것도 인도라는 지역 공간 내에서 등장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 역사적 사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점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불이탄트라'는 무상유가밀교, 아니 불교 전체가 자율적으로나 타율적으로 최후의 단계를 맞이한 것이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성적인 일면을 발전시킨 '반야·모탄트라'에 대한 반동의 의미도 있고, '방편·부탄트라'와 이 양자를 총합지양하려는 기운이 고조된 것이다.

또한 외부적으로 당시 이미 큰 위협이 되고 있던 이슬람교도에 대처하기 위하여 불교와 힌두교가 대동단결해야만 하는 필연성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도불교의 대미를 장식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 <칼라차크라 탄트라>이다.


칼라차크라(時輪, Kala chakra)는 ‘영원한 시간의 수레바퀴’

성스러운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높은 차원의 영혼의 연금술이다.

칼라차크라는 직역하면 '시륜(時輪)'이 되므로 달리 <시륜탄트라>라고도 부른다.  '시륜'은 時가 시간을, 輪이 공간을 나타내어 양자의 통합을 의도하고 있다. 확실히 시간론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데, 이는 역사적인 배경을 더듬어볼 때 이슬람군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당과 천문에 관한 지식이 필수적이었다는 사실에 의거한 것이다.

내용적으로 보면 절충적인 양상이 두드러져 힌두교에 대해서는 '반야·모탄트라'에 많이 보이는 쉬바파적인 요소를 부가하고 다른 한편 대종파인 비슈누파를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그 때문인지 <칼라차크라 탄트라>의 만다라는 방대한 수의 존격을 표현하고 있고, 묘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삼매야형이라고 하는 존격의 심볼로써 표현하고 있는 것도 있다.

이상 인도밀교의 역사적 전개를 바탕으로 해서 그 내용의 커다란 특색을 간단히 요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