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마치 다이어트 같아요…
인내하는자만 누리는 축복이죠”
2010-08-03 09:24
독학으로 美정부 장학생되어 유학 떠나는 심현주씨
▶그녀에게 영어란…가난으로 중학생때 자퇴
대학 가고싶은 열망에 영어 올인
EBS강의·미드·단어책 보고 또 보고미국 정부 장학생 된 중학 자퇴 소녀
“요즘 한국 고교생들, 아이비리그도 많이 가던데…. 제가 인터뷰할 자격이 될까요?” 이제 우리 나이 스물셋. 혹독한 시간을 견뎌와서일까. 20대 초반 특유의 발랄함을 보이면서도 그녀는 유달리 침착했다. 소위 엄친아, 엄친딸들에 열광하는 이 시대에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관심을 두는 것에 수줍어했다. 중학교 자퇴 후 독학으로 영어에 매진, 대학에 들어간 그녀는 특유의 성실함과 열정으로 한국 청소년 대표로 유엔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대한민국 인재상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정돼 출국을 앞두고 있다. ‘14살 세상 끝의 좌절, 23살 세상 속으로의 도전’의 주인공 심현주 씨를 만나봤다.
함부로 절망할 수 없었던 이유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개학을 며칠 앞두고 갑작스러운 이사를 했다. 부산으로 옮겨 간 후로도 계속됐던 가난. 집은 점점 작아졌고 빚쟁이들은 심 씨의 교실까지 찾아왔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고, 어느 순간 그녀는 ‘왕따’가 돼 있었다. 빚쟁이들로부터, 괴롭히는 아이들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다. 심 씨는 결국 중학교 1학년 무렵 자퇴를 결정했다. 한동안 망연자실해 동생과 매일 울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포기하지 않는데, 왜 벌써 너희가 포기하느냐”는 어머니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공인 영어 성적만 있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겠구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또 하나. 우연히 접하게 된 책 ‘7막7장’. “형편은 어려웠어도 어머니는 항상 주말이면 대형 서점에 저랑 동생을 데려가 맘껏 책을 보게 하셨죠. 자퇴 후 홀로 공부하는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독서 덕분이죠. 미국 유학은 ‘7막7장’을 읽은 열세 살 때부터 꾸어온 꿈이에요.” 영어 공부요? 다이어트랑 똑같아요.
영어 특기생으로 또래보다 1년 먼저 대학에 갔고 유엔 국제회의 한국 청소년 대표도 했다. 그러다 보니 종종 영어 공부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근 ‘14살 세상 끝의 좌절, 23살 세상 속으로의 도전’이란 에세이집을 내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시중의 책들이 말하는 방법이 대개 비슷한 것처럼 저도 별다른 건 없어요.
단지 끝까지 인내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영어 공부도 다이어트랑 같아요. 참을성 있게 해내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죠.” 영어로 대학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후 그녀가 제일 먼저 택한 것은 EBS 교육방송. 영어회화 프로그램으로 슬슬 시동을 걸었다.
이해 못하는 부분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재밌었다고. 그러다 하나둘씩 방송을 늘려 갔다. 학원에 다니는 일은 꿈도 못 꿨기에 100% 무료인 EBS가 그녀에겐 구세주였던 셈. “아마 EBS 영어 방송은 전부 봤을 거예요. 중 1 기초부터 고 3 수능 외국어 영역까지 종일 보다 보니 일정한 패턴이 보였어요. 특히 문법은 중 1부터 고 3까지 계속 반복되고 있더라고요.”욕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영문법 교재를 샀다. 다음엔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보기 시작했다. 대사를 받아적고 스크립트와 비교했더니 ‘아는 만큼만 들린다’는 게 사실이었다.
다시 단어의 절대량 늘리기에 돌입했다.
“ ‘우선순위 영단어’를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하루에 한 번씩 봤어요. 하하하, 굉장히 무식한 방법이죠? 저야 당시 남는 게 시간이라 가능했지만 학교 다니는 친구들은 힘들겠죠? 하지만 단어 하나하나를 정확히 외우려고 열중하는 것보다는 빨리 많은 양의 단어를 한 번이라도 더 보는 게 더 효과적인 것 같아요.” 듣다 보니 그녀의 ‘별거 없다’던 말은 방법론적인 것일 뿐, 그 열정과 노력은 실로 비범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 88년생 올림픽둥이는 종이사전 예찬론자다. “하얀 종이 위에 덧칠해지는 형광펜의 힘은 엄청나요. 전자사전은 급할 때 유용하지만 장기적으로 영어 실력을 키우기엔 약점이 많아요. 단어를 마치 일회용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느낌이랄까. 구식 같아도 밑줄 그으면 더 잘 각인돼요.”‘미드’를 얼마나 들으면 잘 들리겠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런 질문들이 제일 곤란하다”며 웃는다. “왜냐하면 저는 얼마나 들었는지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듣고 또 들었거든요.” 그는 영어신문 코리아헤럴드의 오랜 애독자이기도 하다.
▶그녀 삶을 지탱하는 희망은‘7막7장’속 美유학 꿈 어느새 현실로노인복지 전문가 새로운 목표국제기구서 고령화 프로그램 개발하고파 그녀의 꿈, 이제 시작일 뿐
심씨가 부산외국어대에 합격했을 땐 축하보다 만류가 더 많았다. 사실 그녀의 형편에 국립대도 아닌 지방사립대는 사치일 수 있었다.“가족이 있는 부산에서 학교에 다녀야 했지만 늘 ‘실력만큼은 서울대’란 생각으로 공부했어요. ” 그녀는 입학하자마자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미국 유학에 대해 구체적 계획을 세워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영어 말하기 대회에 출전했다 떨어지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국내 장학재단에서는 한 번도 받은 적 없지만 ETS 1회 장학생이 됐죠. 지방대 출신에, 중ㆍ고등학교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은 제가 미국 정부 장학생이 됐다고 모두 놀라시는데, 대학 들어와서 저 정말 열심히 부딪치고 열심히 깨졌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열세 살에 읽었던 ‘7막7장’ 속 기회의 땅,
미국에 가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공부 9단 오기10단’ 등 먼저 그 땅을 밟은 선배들의 책을 읽으며 심 씨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웠다. “저는 그분들처럼 어릴 때부터 영재도 아니었고, 아이비리그 대학도 아니고….(하지만 그녀가 입학할 워싱턴 세인트루이스대는 사회복지학 분야 1위에 랭크돼 있다) 그래서 더욱 희망의 표본이 되자고 마음먹었죠. 저처럼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아니 받을 수 없는 친구들도 대학에 갈 수 있고 유학도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요.”그녀는 미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면 노인복지 전문가가 되고 싶단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과 청년이 공생할 수 있도록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됐으면 한다. “노인생활연구소 국제 콘퍼런스 때 자원봉사로 통역 일을 했는데, 그때 제도를 변화시키는 기초적인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고령화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니까 좀 더 경력이 쌓이면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서 관련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싶어요.”중학 자퇴 고시 소녀의 파란만장 성공기는 이제 한국 땅을 떠나 그 무대를 옮긴다. 어려운 시기를 열정과 인내로 이겨낸 그녀이기에 미국 땅에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그녀의 꿈은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스물셋. 세상 속으로 도전하는 그녀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 궁금해진다.
<심현주는…>14세에 중학교를 자퇴하고 홀로 영어 독학, 19세에 부산외국어대에 입학했다. 이후 YBM시사 주최 전국대학생 말하기 대회 장려상 수상, 부산광역시 에세이 콘테스트 대상 수상, 제1기 ETS Korea 장학생 선정, 보건복지가족부 주관 유엔 총회 청소년 한국 대표 3인에 선정, 2009년에 프로골퍼 신지애 선수 등과 함께 대한민국 인재 100인에 뽑혔고, 미국 정부 풀브라이트 장학생에 선정돼 석사 과정 유학을 앞두고 있다.
최근 발간한 ‘14살 세상 끝의 좌절, 23살 세상 속으로의 도전’에 자신에게 주어진 악조건을 견디지 못하고 열네 살의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게 된 사연과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벗 삼아 독학으로 빛나는 성과를 이루기까지의 파란만장한 도전기를 담고 있다. 또한 숱한 굴곡을 겪었던 저자의 인생을 따라가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있었던 영어 공부 이야기도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박동미 기자/pdm@heraldm.com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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