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돈 버는 기업들··"희한하네?"
출처: 뉴시스 | 김훈기 | 입력 2010.11.13 08:02
쓰레기 거간꾼에 휴대폰 국경 넘겨 판로 개척
지렁이로 천연비료 만들고 헌책에 문화 얹고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최근 태양열과 조수간만의 차이나 바람 같은 고갈되지 않는 자연환경을 이용한 미래 에너지원 확보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기업들 역시 이 같은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가 상상치도 못한 분야에서 이같은 그린 비즈니스를 일구는 기업들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지렁이 배설물, 과장 포장지, 버려진 휴대폰 등에서 금맥을 발견하고 있다. 한 마디로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13일 세계경영연구원(IGM) 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최근 '쓰레기를 현금으로 바꾸는 사업(Trash to Cash Biz)'과 관련된 사례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회사가 테라싸이클(TerraCycle)이다. 이 회사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1학년생 톰 재스키(Tom Szaky)의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그는 어느 날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지렁이 똥이 식물비료로 최고라는 친구의 말을 듣게 된다. 그는 처음에는 비위가 상한다며 핀잔을 준다. 하지만 그는 지렁이를 이용한 천연비료 사업을 구상한다.
재스키의 이 장난 같은 아이디어가 현실화한 것이 2001년 탄생한 테라사이클(TerraCycle)이다. 사업은 실제로 돈이 됐다. 2005년 46만 달러, 2008년 420만 달러 수익을 기록했다. 3년 만에 수익률이 806%나 성장한 것이다. 덕분에 비즈니스위크, 타임지, 엔비씨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앞 다퉈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다.
테라사이클의 첫 제품인 지렁이 배설물은 시장에 내놓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홀푸드 마켓, 홈 디포 등 대형 유통업체가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천연비료로서 품질이나 가격경쟁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생산 방식은 간단하다. 주원료는 음식물 쓰레기이고, 주된 노동력은 24시간 일하는 붉은 지렁이들이다. 그러니 다른 천연비료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포장용기도 색다르다. 테라사이클은 용량만 똑같다면 포장용기를 가리지 않는다. 펩시, 코크, 스프라이트, 환타 등이 자유롭게 포장용기로 활용된다. 같은 용량, 각각 다른 브랜드의 음료용기에 테라사이클 라벨만 붙이면 제품포장은 그걸로 끝이다.
지난 2008년에는 비료사업에 이어 또 다른 금맥을 발견했다. 음료수 팩을 연결해서 책가방을 만들고 쿠키 포장지를 엮어 연을 만든 것이다. 180 종류가 넘는 제품들이 타겟이나 월마트에서 판매된다. 주 소비층은 음료수와 쿠키를 주로 사먹는 아이들이다.
필요한 쓰레기를 얻기 위한 방식도 독특하다. 구멍가게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대신 예전 구멍가게에는 빈 병을 모아오는 이이들에게 개당 돈을 주듯 이 방법을 쓰고 있다. 다만 인터넷을 활용해 수거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쓰레기를 다시 활용하는 과정에 고객을 끌어들인 것이다. 아이들이 원자재를 모아 보내주고, 만든 제품은 다시 아이들이 구매한다. 제품 생산 과정에 참여한 고객일수록 브랜드 충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쓰레기 거간꾼 노릇으로 돈을 버는 곳도 있다.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중에서 필요한 것만 모아 이를 되팔고 있는 것이다.
리사이클매치(RecycleMatch)라는 회사가 바로 그곳이다. 미국 휴스톤의 이 회사는 쓰레기를 가진 사람과 저렴하게 원자재를 찾는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다. 2009년 7월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니 1년이 갓 넘은 신생업체다.
이들의 사업 방식은 이렇다. 건물 개보수를 마친 회사가 멀쩡한 유리 40장의 처리 문제로 고민할 때 리사이클매치가 등장한다. 리싸이클매치 사이트에 유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곧바로 유리를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 그 중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화가에게 유리를 넘겼다.
유리를 판 회사는 쓰레기를 없애며 돈을 벌었다. 화가는 저렴한 가격에 유리를 사고, 리싸이클매치는 거래 성사로 수수료 벌었다. 환경보호까지 생각하면 1석 4조인 셈이다.
사실 리싸이클매치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정보 공유가 잘 되도록 돕는 것이다.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판매자가 물품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해서 등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구매자를 위해 사진까지 함께 올려야 한다.
그러나 원하는 자재가 없을 경우 구매자는 역으로 필요한 자재에 대한 내용을 올려 판매자를 찾는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6개월 안에 필요한 물건을 얻을 수 있다.
쓰레기에 문화를 곁들여 사업을 벌이는 곳도 있다. 쓸모없는 물건일지라도 주인에 따라 쓰레기도 되고 보물도 되는 것이다.
◇지금 버리는 쓰레기를 유심히 보라
일본의 헌책방 체인점인 북오프(Book Off)라는 회사는 헌 책에 문화를 접목했다. 스타벅스처럼 편안한 의자, 무료 인터넷, 아름다운 음악이 만드는 내 집 같은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트레쉬 비즈니스에서도 스타벅스처럼 문화 공간으로 승부하는 기업이 북오프다.
1991년 일본불황의 신호탄이 울렸던 당시 경제상황이 좋지 않던 소비자들이 헌책방을 찾았다. 하지만 당시 헌책방은 퀴퀴한 냄새와 허름한 분위기, 미로처럼 쌓여 있는 책들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당연히 원하는 책을 찾는 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운 좋게 책을 찾는다 해도 지저분하다.
하지만 북오프의 모토는 '허름한 헌책방은 가라'다. 이 회사는 '친구와 함께 찾는 문화공간'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환한 조명, 넓은 통로와 깔끔한 서가를 준비했다. 일반 서점 수준의 깨끗한 공간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책 역시 저자명과 알파벳순으로 차례대로 진열했다. 품질도 좋다. 하지만 인기 있는 책이라도 더럽다면 북오프 서가에 꽂힐 수 없다.
헌책방의 난제인 책 찾기에서도 북오프는 남달랐다. 북오프를 찾는 소비자가 허탕 치는 일이 없게 다양한 컨테츠를 확보했다. 헌책을 얻기 위한 광고도 달리했다. '헌책 삽니다'라는 통상적 구호가 아니라 '당신의 책을 팔아주세요'라는 역발상 카피를 내세웠다.
직원들은 매장에서 책을 팔 때 "팔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 가져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빼먹지 않는다. 헌책을 팔겠다는 고객이 있으면 직접 찾아간다.
북오프는 일본 본점을 세운 지 4년 만에 매장 100호 점을 열었다. 불황이 끝나던 2000년대 초반 매출은 이미 180억 엔을 넘어섰다. 2008년 일본 경제위기 속에도 그 전 해보다 20% 오른 605억 엔을 벌었다. 현재는 한국, 미국, 캐나다까지 진출해 1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쓰레기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옮겨오자 돈으로 변한 것이다.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이 국경을 넘어 현금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2004년 미국에 설립된 플립스왑(Flip Swap)이라는 회사는 중고 휴대폰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매년 1억5000대의 휴대폰이 팔리는 미국의 소비자들은 짧게는 6개월, 길며 1년6개월 이내에 새 휴대폰을 산다. 대략 계산해 보면 무려 9억대의 휴대폰이 책상 서랍이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있다.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플립스왑은 이 9억대의 휴대폰에서 사업아이디어를 찾았다. 중고 휴대폰을 사들여 정비한 후 이를 필요로 하는 중국,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 국가에 팔고 있다. 중고 휴대폰 중 재활용 가능한 것이 98%에 달한다. 자원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매우 효과적인 비즈니스다.
이 회사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840%의 수익 성장률을 보였다. 2008년 한해 11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쓰레기가 다를 바 없었던 휴대폰이 국경을 넘자 가치가 껑충 뛰었다.
그러나 문제는 서랍 속 혹은, 쓰레기 속 휴대폰을 모으는 것이다. 플립스왑은 휴대폰을 가진 개인과 휴대폰 판매점을 집중 공략했다. 개인에게는 홈페이지에서 모델명을 검색하는 즉시 중고가격 확인이 가능하다. 판매를 결정했다면, 연락처를 입력하고 플립스왑으로 휴대폰을 우편으로 보낸다. 배송비는 플립스왑이 부담한다. 2~3주 뒤면 판매금액을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휴대폰 판매점들과도 연계해 중고 휴대폰을 받는다. 현재 6000여 개 휴대폰 판매점이 플립스왑과 제휴하고 있다. 제휴 판매점은 소비자의 중고 휴대폰을 받아 플립스왑이 제공한 프로그램에 따라 중고가격을 책정한다. 그 가격만큼 판매점의 신형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전환해 준다. 판매점은 수거한 중고 휴대폰을 플립스왑에 보내고 포인트에 해당하는 돈을 받는다. 덕분에 이들 매장들도 판매 실적이 20%가량 올랐다.
판매 방식은 이렇다. 플립스왑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중고휴대폰 시세를 확인하고 모델별로 시세가 가장 높은 해외 지역에 중고 휴대폰을 판매한다. 중고 휴대폰 판매자에게 꽤 높은 값을 쳐주는 이유다. 어차피 버릴 휴대폰이 환경도 보호하고 돈도 벌게 해 주자 소비자들이 모이는 것이다.
조미나 IGM 상무는 "이들 기업이 가진 공통점은 쓰레기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들의 참여 절차를 단순화 한 것"이라며 "소비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재활용할 제품의 특성에 맞는 생산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bom@newsis.com
지렁이로 천연비료 만들고 헌책에 문화 얹고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최근 태양열과 조수간만의 차이나 바람 같은 고갈되지 않는 자연환경을 이용한 미래 에너지원 확보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기업들 역시 이 같은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3일 세계경영연구원(IGM) 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최근 '쓰레기를 현금으로 바꾸는 사업(Trash to Cash Biz)'과 관련된 사례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회사가 테라싸이클(TerraCycle)이다. 이 회사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1학년생 톰 재스키(Tom Szaky)의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그는 어느 날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지렁이 똥이 식물비료로 최고라는 친구의 말을 듣게 된다. 그는 처음에는 비위가 상한다며 핀잔을 준다. 하지만 그는 지렁이를 이용한 천연비료 사업을 구상한다.
재스키의 이 장난 같은 아이디어가 현실화한 것이 2001년 탄생한 테라사이클(TerraCycle)이다. 사업은 실제로 돈이 됐다. 2005년 46만 달러, 2008년 420만 달러 수익을 기록했다. 3년 만에 수익률이 806%나 성장한 것이다. 덕분에 비즈니스위크, 타임지, 엔비씨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앞 다퉈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다.
테라사이클의 첫 제품인 지렁이 배설물은 시장에 내놓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홀푸드 마켓, 홈 디포 등 대형 유통업체가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천연비료로서 품질이나 가격경쟁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생산 방식은 간단하다. 주원료는 음식물 쓰레기이고, 주된 노동력은 24시간 일하는 붉은 지렁이들이다. 그러니 다른 천연비료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포장용기도 색다르다. 테라사이클은 용량만 똑같다면 포장용기를 가리지 않는다. 펩시, 코크, 스프라이트, 환타 등이 자유롭게 포장용기로 활용된다. 같은 용량, 각각 다른 브랜드의 음료용기에 테라사이클 라벨만 붙이면 제품포장은 그걸로 끝이다.
지난 2008년에는 비료사업에 이어 또 다른 금맥을 발견했다. 음료수 팩을 연결해서 책가방을 만들고 쿠키 포장지를 엮어 연을 만든 것이다. 180 종류가 넘는 제품들이 타겟이나 월마트에서 판매된다. 주 소비층은 음료수와 쿠키를 주로 사먹는 아이들이다.
필요한 쓰레기를 얻기 위한 방식도 독특하다. 구멍가게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대신 예전 구멍가게에는 빈 병을 모아오는 이이들에게 개당 돈을 주듯 이 방법을 쓰고 있다. 다만 인터넷을 활용해 수거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쓰레기를 다시 활용하는 과정에 고객을 끌어들인 것이다. 아이들이 원자재를 모아 보내주고, 만든 제품은 다시 아이들이 구매한다. 제품 생산 과정에 참여한 고객일수록 브랜드 충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쓰레기 거간꾼 노릇으로 돈을 버는 곳도 있다.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중에서 필요한 것만 모아 이를 되팔고 있는 것이다.
리사이클매치(RecycleMatch)라는 회사가 바로 그곳이다. 미국 휴스톤의 이 회사는 쓰레기를 가진 사람과 저렴하게 원자재를 찾는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다. 2009년 7월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니 1년이 갓 넘은 신생업체다.
이들의 사업 방식은 이렇다. 건물 개보수를 마친 회사가 멀쩡한 유리 40장의 처리 문제로 고민할 때 리사이클매치가 등장한다. 리싸이클매치 사이트에 유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곧바로 유리를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 그 중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화가에게 유리를 넘겼다.
유리를 판 회사는 쓰레기를 없애며 돈을 벌었다. 화가는 저렴한 가격에 유리를 사고, 리싸이클매치는 거래 성사로 수수료 벌었다. 환경보호까지 생각하면 1석 4조인 셈이다.
사실 리싸이클매치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정보 공유가 잘 되도록 돕는 것이다.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판매자가 물품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해서 등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구매자를 위해 사진까지 함께 올려야 한다.
그러나 원하는 자재가 없을 경우 구매자는 역으로 필요한 자재에 대한 내용을 올려 판매자를 찾는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6개월 안에 필요한 물건을 얻을 수 있다.
쓰레기에 문화를 곁들여 사업을 벌이는 곳도 있다. 쓸모없는 물건일지라도 주인에 따라 쓰레기도 되고 보물도 되는 것이다.
◇지금 버리는 쓰레기를 유심히 보라
일본의 헌책방 체인점인 북오프(Book Off)라는 회사는 헌 책에 문화를 접목했다. 스타벅스처럼 편안한 의자, 무료 인터넷, 아름다운 음악이 만드는 내 집 같은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트레쉬 비즈니스에서도 스타벅스처럼 문화 공간으로 승부하는 기업이 북오프다.
1991년 일본불황의 신호탄이 울렸던 당시 경제상황이 좋지 않던 소비자들이 헌책방을 찾았다. 하지만 당시 헌책방은 퀴퀴한 냄새와 허름한 분위기, 미로처럼 쌓여 있는 책들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당연히 원하는 책을 찾는 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운 좋게 책을 찾는다 해도 지저분하다.
하지만 북오프의 모토는 '허름한 헌책방은 가라'다. 이 회사는 '친구와 함께 찾는 문화공간'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환한 조명, 넓은 통로와 깔끔한 서가를 준비했다. 일반 서점 수준의 깨끗한 공간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책 역시 저자명과 알파벳순으로 차례대로 진열했다. 품질도 좋다. 하지만 인기 있는 책이라도 더럽다면 북오프 서가에 꽂힐 수 없다.
헌책방의 난제인 책 찾기에서도 북오프는 남달랐다. 북오프를 찾는 소비자가 허탕 치는 일이 없게 다양한 컨테츠를 확보했다. 헌책을 얻기 위한 광고도 달리했다. '헌책 삽니다'라는 통상적 구호가 아니라 '당신의 책을 팔아주세요'라는 역발상 카피를 내세웠다.
직원들은 매장에서 책을 팔 때 "팔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 가져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빼먹지 않는다. 헌책을 팔겠다는 고객이 있으면 직접 찾아간다.
북오프는 일본 본점을 세운 지 4년 만에 매장 100호 점을 열었다. 불황이 끝나던 2000년대 초반 매출은 이미 180억 엔을 넘어섰다. 2008년 일본 경제위기 속에도 그 전 해보다 20% 오른 605억 엔을 벌었다. 현재는 한국, 미국, 캐나다까지 진출해 1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쓰레기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옮겨오자 돈으로 변한 것이다.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이 국경을 넘어 현금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2004년 미국에 설립된 플립스왑(Flip Swap)이라는 회사는 중고 휴대폰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매년 1억5000대의 휴대폰이 팔리는 미국의 소비자들은 짧게는 6개월, 길며 1년6개월 이내에 새 휴대폰을 산다. 대략 계산해 보면 무려 9억대의 휴대폰이 책상 서랍이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있다.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플립스왑은 이 9억대의 휴대폰에서 사업아이디어를 찾았다. 중고 휴대폰을 사들여 정비한 후 이를 필요로 하는 중국,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 국가에 팔고 있다. 중고 휴대폰 중 재활용 가능한 것이 98%에 달한다. 자원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매우 효과적인 비즈니스다.
이 회사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840%의 수익 성장률을 보였다. 2008년 한해 11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쓰레기가 다를 바 없었던 휴대폰이 국경을 넘자 가치가 껑충 뛰었다.
그러나 문제는 서랍 속 혹은, 쓰레기 속 휴대폰을 모으는 것이다. 플립스왑은 휴대폰을 가진 개인과 휴대폰 판매점을 집중 공략했다. 개인에게는 홈페이지에서 모델명을 검색하는 즉시 중고가격 확인이 가능하다. 판매를 결정했다면, 연락처를 입력하고 플립스왑으로 휴대폰을 우편으로 보낸다. 배송비는 플립스왑이 부담한다. 2~3주 뒤면 판매금액을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휴대폰 판매점들과도 연계해 중고 휴대폰을 받는다. 현재 6000여 개 휴대폰 판매점이 플립스왑과 제휴하고 있다. 제휴 판매점은 소비자의 중고 휴대폰을 받아 플립스왑이 제공한 프로그램에 따라 중고가격을 책정한다. 그 가격만큼 판매점의 신형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전환해 준다. 판매점은 수거한 중고 휴대폰을 플립스왑에 보내고 포인트에 해당하는 돈을 받는다. 덕분에 이들 매장들도 판매 실적이 20%가량 올랐다.
판매 방식은 이렇다. 플립스왑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중고휴대폰 시세를 확인하고 모델별로 시세가 가장 높은 해외 지역에 중고 휴대폰을 판매한다. 중고 휴대폰 판매자에게 꽤 높은 값을 쳐주는 이유다. 어차피 버릴 휴대폰이 환경도 보호하고 돈도 벌게 해 주자 소비자들이 모이는 것이다.
조미나 IGM 상무는 "이들 기업이 가진 공통점은 쓰레기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들의 참여 절차를 단순화 한 것"이라며 "소비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재활용할 제품의 특성에 맞는 생산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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