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워리워스 웨이' 망할수밖에 없었던 이유
뉴시스 | 신동립 | 입력 2010.12.18 08:02 |
【서울=뉴시스】이문원의 문화비평
배우 장동건의 미국시장 도전작 '워리어스 웨이'가 처참한 수준으로 무너지고 있다. 그것도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다. 지난 12월3일 미국서 공개된 '워리어스 웨이'는 1622개 상영관을 잡는 '준수한' 배급에 성공했음에도 첫 주말 불과 304만8665달러만을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첫 주말 순위 9위, 상영관 당 평균수익 1880달러로 '매우 저조한 수준'이었다.
여전히 성공이냐 실패냐를 놓고 말들이 많은 심형래 감독의 '디워'도 이보다는 나았다. 2007년 9월14일 개봉돼 2277개 상영관에서 첫 주말 504만1239달러를 벌어들였다. 첫 주말 순위 5위, 상영관 당 평균수익은 2213달러였다.
'디워'의 최종수익은 1097만7721달러였다. 이후 DVD 등 2차 시장에서 1차 시장 성적에 준하는 수익을 추가로 거둬들였다. '디워'의 제작비는 약 3200만 달러로 추산되고 있으며, 요율 등을 감안했을 때 미국시장 성적만으로는 도저히 제작비를 회수할 수 없다는 계산이 선다. 만약 손익분기점을 넘기는데 성공했다면 그나마 한국시장에서 800만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은 덕택으로 봐야한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는 첫 주말 성적부터 현 시점까지 수익 면에서 꾸준히 '디워'에 40% 정도 뒤지고 있다. 최종수익은 500만~700만 달러 선으로 예상되며, 2차 시장 역시 그에 준하는 수익이 예상된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의 제작비는 '디워'보다 30% 가량 높은 4200만 달러 선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디워'의 '믿는 구석'이었던 한국시장에서마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지난 1일 개봉해 첫 주조차도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워리어스 웨이' 제작비의 10분의 1도 채 안 들인 '쩨쩨한 로맨스'에 밀려 2위를 차지했고, 주말 동안 불과 21만3653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개봉 2주차엔 아예 주말 동안 4만2051명으로 폭락해버렸으며, 누적 관객수 41만7167을 기록했다. 최종관객수는 100만 명 미만이리라는 게 상식적인 예상이다.
현 시점 '워리어스 웨이'는 '손익분기점에서 멀찍이 떨어진 실패작'이 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할리우드 메인스트림 시장에 첫 출사표를 던진 '디워'보다 더 후퇴한 결과이기도 하다. 문제는 '워리어스 웨이'가 여러 측면에서 '디워'보다 오히려 미국시장에 어필하기 좋은 조건이었다는 점이다.
일단 장르 선택부터가 그렇다. '디워'가 개봉됐을 당시 괴수영화는 이미 미국판 '고질라'의 미지근한 결과로 가치가 폭락, B급 비디오용 영화시장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장르 이미지가 안 좋았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가 내민 이스턴-웨스턴 장르는 '상하이 눈' 시리즈 등 등장할 때마다 주목을 받아왔으며, 바로 지난해에도 닌자 소재 '닌자 어쌔신'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출연진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디워'에도 물론 1998년 '재키 브라운'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로버트 포스터가 조연급 출연하긴 했지만, 사실 포스터는 본래 B급 영화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다. 별달리 주목할 만한 '안전장치'가 없었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는 달랐다. 1997년 '샤인'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프리 러시가 조연급 출연하고 있다. 제프리 러시는 총 3회의 아카데미상 후보지명에 올해에도 '왕의 연설'로 4번째 지명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명배우다. 더군다나 상대여배우 케이트 보스워스는 현 시점 할리우드의 '잇 걸(It Girl)'로 불린다. '수퍼맨 리턴즈', '21' 등 히트작들에 연속 출연하며 각종 연예잡지 표지를 잇달아 장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 정도의 호조건, 최소한도 '디워'보다 못 미치지는 않는 조건들을 잔뜩 뒤집어썼음에도 '워리어스 웨이'는 이토록 처참한 결과, 3년 전 '디워'가 세웠던 성과에조차 현저히 못 미치는 결과를 낳고 만 걸까.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리고 그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점적인 요인이었다고 짚어 말하기도 힘들다. 정확히 말해 '워리어스 웨이'는 거의 모든 면에서 잘못돼 있는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하나씩 생각해보자.
먼저, 애초 장동건의 할리우드 상업영화 데뷔라는 점부터가 잘못이었다. 아무리 미국시장에서 잘 알려진 제프리 러시, 케이트 보스워스 등을 캐스팅했더라도, 이들은 모두 자기 자신만으로 영화를 팔 수 있는 배우들은 아니다. 주연급으로 스타 파워가 어느 정도 소화되는 상황에서 콘텐츠의 안정감과 무게감, 신뢰감을 더해주는 일종의 '양념'일뿐이다. 결국 장동건이 팔아야 할 콘텐츠였다는 얘기다.
문제는 장동건이 미국시장에서 완벽한 무명에 가깝다는 점이다.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성룡, 이연걸, 주윤발 등 또 다른 동양 스타들은 달랐다. 이들은 모두 자국영화 출연작들이 미국 2차 시장에서 컬트적인 반응을 얻어내 마니아층의 지지가 두터운 상황에 미국시장을 두드렸다. 마니아층이 인터넷 상에서 입소문을 내고 분위기를 고조시켜 첫 미국시장 도전을 도왔다.
그러나 장동건의 출연작 중 미국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최대 34개 극장에서 상영돼 111만186달러를 벌어들인 게 최대성과다. 이후 중국 거장 첸 카이거 감독의 블록버스터 '무극'에 출연, 미국시장에서 무려 213개 상영관을 확보했지만 흥행실적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절반 수준인 66만8171달러에 그쳤고, 한국영화 '태풍'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웍스에서 배급을 맡았지만 최종수익 13만9004달러라는, 참패를 넘어서 민망한 수준의 실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게 다다. 2차 시장에서 남다른 성과를 남긴 적도 없고, '친구' 등 과거 출연영화나 TV드라마가 이목을 끈 일도 없다. 장동건은 미국 마니아층 내에서조차 낯선 인물이었고, 이처럼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배우가 갑작스레 '인터내셔널 스타'라는 타이틀을 내밀고 등장하니 시장에 충격은커녕 거의 웃음거리가 돼버렸다는 얘기다. 안 될 만 했다.
다음으로, 장동건을 팔 수 없었다면 영화 자체를 팔 수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더라도 주연배우가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라면 불신감이 생기게 된다. 언급했듯, 제프리 러시-케이트 보스워스는 주연배우를 '돕는' 역할에 불과하다. 이럴 때는 제작자-감독-제작사 등 스태프나 브랜드를 팔 수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는 그조차도 불가능했다.
지난해 '닌자 어쌔신'으로 일정부분 성공을 거뒀던 비의 예를 들면 쉽다. 비 역시 미국시장에서 알 수 없는 인물이긴 마찬가지였다.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 등이 미국미디어에서 가볍게 다뤄진 바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비는 미국시장에서 아시아계 청년층에만 인지도가 높았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비의 '닌자 어쌔신'은 미국 영화마니아층에 특히 어필할 만한 뚜렷한 셀링 포인트들을 지니고 있었다.
먼저 '매트릭스'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쳤으며 열렬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워쇼스키 남매의 이름이 제작자로 걸려있었다. 감독은 '브이 포 벤데타'로 큰 호응을 얻어낸 제임스 맥티그였다. 그리고 제작사는 로버트 저메키스-월터 힐-조엘 실버 등이 합작한 다크 캐슬 엔터테인먼트였고, 그 중 제작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는 조엘 실버는 '리쎌 웨폰' '다이 하드' '프레데터' 등으로 명성을 떨친 할리우드의 초거물 프로듀서였다.
이가 없으면 잇몸, 배우가 부실하면 스태프다. 일반 대중까지도 이름을 익히 기억할 만큼 탄탄한 스태프를 갖추고 있으니 비라는 알 수 없는 동양계 배우가 등장하는 콘텐츠일지라도 신뢰가 생기고, 소재의 매력이 온전히 살아나 극장티켓을 팔아치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는 주여배우뿐 아니라 스태프, 제작사까지 모조리 무명잔치였다. 연출을 맡은 이승무는 2003년작 '천년호' 각색을 맡았던 것이 영화계 커리어 전부인 한예종 교수 출신 데뷔감독이었다. 미국은 둘째 치고 한국에서조차 낯선 이름이었다.
한편 펀딩을 맡은 컬처 언플러그드 스튜디오와 퓨즈 미디어, 제작을 맡은 새드 플루츠 모두 '워리어스 웨이'가 첫 작품이었고, 국내 사전홍보 시 역점을 뒀던 '매트릭스'와 '반지의 제왕' 제작자 배리 오스본은 해당 영화들 제작과정에서 모두 보조적 역할만을 담당했던 인물이자 '워리어스 웨이'에서도 그저 13명의 제작자들 중 한 명일뿐이었다. 그 역할은 미미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워리어스 웨이'에는 배우건 스태프건 제대로 '내세울 수 있는 얼굴'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얘기다.
끝으로, '워리어스 웨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전형적인 '과욕' 콘텐츠였다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장동건 하나 팔기에도 바쁜 영화가, 동시에 한국 제작사가 직접 미국시장 진출용 영화 제작을 맡는 모험까지 감행해야 했다. 돌파해야할 관문이 두꺼웠다.
홍콩 골든 하베스트의 실패담을 생각해봤으면 이 정도 무리수는 두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1970년 말엽 쇼브라더스의 아성을 깨려 등장했던 골든 하베스트는 당시 영화계 블루칩이었던 성룡과 전속계약을 맺고, 그를 할리우드 스타로 키워내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골든 하베스트 자체도 할리우드 스튜디오로서 진출을 꾀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영화가 1980년작 '배틀 크리크'였다. 미국을 무대로 전부 영어로 대사가 이뤄진 '배틀 크리크'는, 그러나 정작 미국시장에선 거의 '왕따'를 당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아직 성룡이 미국시장에서 무명이었던 까닭도 있었다. 그러나 애초 홍콩스타를 할리우드 스타로 만들기 위해 홍콩제작사가 뛰어들어 할리우드용 영화를 만든다는 전제 자체에 무리가 있었던 면이 더 컸다. 홍콩에서의 성공요인을 할리우드용 성공요인이라 착각한 부분도 많았고, 미국시장의 몇몇 예민한 부분들과 노하우들에 무지해 시행착오도 많았다.
이후 골든 하베스트는 방향을 바꿨다. 배우를 스타로 만들며 미국시장에 입성하겠다는 '꿩 먹고 알 먹기'식 야심을 버리고, 그저 미국시장 진출만을 꾀했다. 그렇게 해서 버트 레이널스, 로저 무어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영화 '캐논볼'이 탄생했고, 영화는 대성공을 거뒀다. 성룡은 '캐논볼'에서 거의 단역급에 가까운 배역만을 맡았다. 골든 하베스트사는 그래도 포기를 못했는지 1985년 또 다른 성룡 주연 100% 영어대사 영화 '프로텍터'를 내놓았지만 다시 참패를 겪고서는, 5년 뒤 아예 홍콩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닌자 거북이'를 제작해 다시 한 번 미국시장을 석권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하나만 하라는 것이다. 장동건이 미국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면 비처럼 명망 있는 미국제작사를 통해 데뷔하는 게 정석이었고, 한국제작사가 미국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면 한국 배우를 스타로 만들겠다는 집착을 버리고 철저히 미국시장 구미에 맞출 생각만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 세 마리 토끼를 세계 최대 영화시장에서 잡으려는 시도는, 좋게 말해봤자 배짱만 두둑한 도박이었던 셈이다. 나쁘게 말하자면, 심각할 정도로 우둔한 짓이었다.
물론 이밖에도 지적할 만한 부분들은 더 있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4200만 달러짜리 할리우드 진출작에 신인 감독을 앉혀놓았는지부터 시작해 배급 시기와 홍보방향 오류 등에 이르기까지 부지기수다. 어찌됐건 이를 통해 한국영화계가 모종의 교훈이라도 얻었으면 나름대로 반면교사 역할 정도는 기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워리어스 웨이'와 대단히 유사한 입장에 놓인 한국영화 또 한 편이 12월30일 국내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다. 거기다 '라스트 갓파더'는 아직 미국개봉 일정이 확정되지도 못한 상태다. 그저 반면교사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배우 장동건의 미국시장 도전작 '워리어스 웨이'가 처참한 수준으로 무너지고 있다. 그것도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다. 지난 12월3일 미국서 공개된 '워리어스 웨이'는 1622개 상영관을 잡는 '준수한' 배급에 성공했음에도 첫 주말 불과 304만8665달러만을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첫 주말 순위 9위, 상영관 당 평균수익 1880달러로 '매우 저조한 수준'이었다.
'디워'의 최종수익은 1097만7721달러였다. 이후 DVD 등 2차 시장에서 1차 시장 성적에 준하는 수익을 추가로 거둬들였다. '디워'의 제작비는 약 3200만 달러로 추산되고 있으며, 요율 등을 감안했을 때 미국시장 성적만으로는 도저히 제작비를 회수할 수 없다는 계산이 선다. 만약 손익분기점을 넘기는데 성공했다면 그나마 한국시장에서 800만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은 덕택으로 봐야한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는 첫 주말 성적부터 현 시점까지 수익 면에서 꾸준히 '디워'에 40% 정도 뒤지고 있다. 최종수익은 500만~700만 달러 선으로 예상되며, 2차 시장 역시 그에 준하는 수익이 예상된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의 제작비는 '디워'보다 30% 가량 높은 4200만 달러 선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디워'의 '믿는 구석'이었던 한국시장에서마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지난 1일 개봉해 첫 주조차도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워리어스 웨이' 제작비의 10분의 1도 채 안 들인 '쩨쩨한 로맨스'에 밀려 2위를 차지했고, 주말 동안 불과 21만3653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개봉 2주차엔 아예 주말 동안 4만2051명으로 폭락해버렸으며, 누적 관객수 41만7167을 기록했다. 최종관객수는 100만 명 미만이리라는 게 상식적인 예상이다.
현 시점 '워리어스 웨이'는 '손익분기점에서 멀찍이 떨어진 실패작'이 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할리우드 메인스트림 시장에 첫 출사표를 던진 '디워'보다 더 후퇴한 결과이기도 하다. 문제는 '워리어스 웨이'가 여러 측면에서 '디워'보다 오히려 미국시장에 어필하기 좋은 조건이었다는 점이다.
일단 장르 선택부터가 그렇다. '디워'가 개봉됐을 당시 괴수영화는 이미 미국판 '고질라'의 미지근한 결과로 가치가 폭락, B급 비디오용 영화시장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장르 이미지가 안 좋았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가 내민 이스턴-웨스턴 장르는 '상하이 눈' 시리즈 등 등장할 때마다 주목을 받아왔으며, 바로 지난해에도 닌자 소재 '닌자 어쌔신'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출연진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디워'에도 물론 1998년 '재키 브라운'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로버트 포스터가 조연급 출연하긴 했지만, 사실 포스터는 본래 B급 영화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다. 별달리 주목할 만한 '안전장치'가 없었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는 달랐다. 1997년 '샤인'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프리 러시가 조연급 출연하고 있다. 제프리 러시는 총 3회의 아카데미상 후보지명에 올해에도 '왕의 연설'로 4번째 지명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명배우다. 더군다나 상대여배우 케이트 보스워스는 현 시점 할리우드의 '잇 걸(It Girl)'로 불린다. '수퍼맨 리턴즈', '21' 등 히트작들에 연속 출연하며 각종 연예잡지 표지를 잇달아 장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 정도의 호조건, 최소한도 '디워'보다 못 미치지는 않는 조건들을 잔뜩 뒤집어썼음에도 '워리어스 웨이'는 이토록 처참한 결과, 3년 전 '디워'가 세웠던 성과에조차 현저히 못 미치는 결과를 낳고 만 걸까.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리고 그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점적인 요인이었다고 짚어 말하기도 힘들다. 정확히 말해 '워리어스 웨이'는 거의 모든 면에서 잘못돼 있는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하나씩 생각해보자.
먼저, 애초 장동건의 할리우드 상업영화 데뷔라는 점부터가 잘못이었다. 아무리 미국시장에서 잘 알려진 제프리 러시, 케이트 보스워스 등을 캐스팅했더라도, 이들은 모두 자기 자신만으로 영화를 팔 수 있는 배우들은 아니다. 주연급으로 스타 파워가 어느 정도 소화되는 상황에서 콘텐츠의 안정감과 무게감, 신뢰감을 더해주는 일종의 '양념'일뿐이다. 결국 장동건이 팔아야 할 콘텐츠였다는 얘기다.
문제는 장동건이 미국시장에서 완벽한 무명에 가깝다는 점이다.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성룡, 이연걸, 주윤발 등 또 다른 동양 스타들은 달랐다. 이들은 모두 자국영화 출연작들이 미국 2차 시장에서 컬트적인 반응을 얻어내 마니아층의 지지가 두터운 상황에 미국시장을 두드렸다. 마니아층이 인터넷 상에서 입소문을 내고 분위기를 고조시켜 첫 미국시장 도전을 도왔다.
그러나 장동건의 출연작 중 미국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최대 34개 극장에서 상영돼 111만186달러를 벌어들인 게 최대성과다. 이후 중국 거장 첸 카이거 감독의 블록버스터 '무극'에 출연, 미국시장에서 무려 213개 상영관을 확보했지만 흥행실적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절반 수준인 66만8171달러에 그쳤고, 한국영화 '태풍'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웍스에서 배급을 맡았지만 최종수익 13만9004달러라는, 참패를 넘어서 민망한 수준의 실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게 다다. 2차 시장에서 남다른 성과를 남긴 적도 없고, '친구' 등 과거 출연영화나 TV드라마가 이목을 끈 일도 없다. 장동건은 미국 마니아층 내에서조차 낯선 인물이었고, 이처럼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배우가 갑작스레 '인터내셔널 스타'라는 타이틀을 내밀고 등장하니 시장에 충격은커녕 거의 웃음거리가 돼버렸다는 얘기다. 안 될 만 했다.
다음으로, 장동건을 팔 수 없었다면 영화 자체를 팔 수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더라도 주연배우가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라면 불신감이 생기게 된다. 언급했듯, 제프리 러시-케이트 보스워스는 주연배우를 '돕는' 역할에 불과하다. 이럴 때는 제작자-감독-제작사 등 스태프나 브랜드를 팔 수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는 그조차도 불가능했다.
지난해 '닌자 어쌔신'으로 일정부분 성공을 거뒀던 비의 예를 들면 쉽다. 비 역시 미국시장에서 알 수 없는 인물이긴 마찬가지였다.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 등이 미국미디어에서 가볍게 다뤄진 바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비는 미국시장에서 아시아계 청년층에만 인지도가 높았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비의 '닌자 어쌔신'은 미국 영화마니아층에 특히 어필할 만한 뚜렷한 셀링 포인트들을 지니고 있었다.
먼저 '매트릭스'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쳤으며 열렬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워쇼스키 남매의 이름이 제작자로 걸려있었다. 감독은 '브이 포 벤데타'로 큰 호응을 얻어낸 제임스 맥티그였다. 그리고 제작사는 로버트 저메키스-월터 힐-조엘 실버 등이 합작한 다크 캐슬 엔터테인먼트였고, 그 중 제작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는 조엘 실버는 '리쎌 웨폰' '다이 하드' '프레데터' 등으로 명성을 떨친 할리우드의 초거물 프로듀서였다.
이가 없으면 잇몸, 배우가 부실하면 스태프다. 일반 대중까지도 이름을 익히 기억할 만큼 탄탄한 스태프를 갖추고 있으니 비라는 알 수 없는 동양계 배우가 등장하는 콘텐츠일지라도 신뢰가 생기고, 소재의 매력이 온전히 살아나 극장티켓을 팔아치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는 주여배우뿐 아니라 스태프, 제작사까지 모조리 무명잔치였다. 연출을 맡은 이승무는 2003년작 '천년호' 각색을 맡았던 것이 영화계 커리어 전부인 한예종 교수 출신 데뷔감독이었다. 미국은 둘째 치고 한국에서조차 낯선 이름이었다.
한편 펀딩을 맡은 컬처 언플러그드 스튜디오와 퓨즈 미디어, 제작을 맡은 새드 플루츠 모두 '워리어스 웨이'가 첫 작품이었고, 국내 사전홍보 시 역점을 뒀던 '매트릭스'와 '반지의 제왕' 제작자 배리 오스본은 해당 영화들 제작과정에서 모두 보조적 역할만을 담당했던 인물이자 '워리어스 웨이'에서도 그저 13명의 제작자들 중 한 명일뿐이었다. 그 역할은 미미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워리어스 웨이'에는 배우건 스태프건 제대로 '내세울 수 있는 얼굴'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얘기다.
끝으로, '워리어스 웨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전형적인 '과욕' 콘텐츠였다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장동건 하나 팔기에도 바쁜 영화가, 동시에 한국 제작사가 직접 미국시장 진출용 영화 제작을 맡는 모험까지 감행해야 했다. 돌파해야할 관문이 두꺼웠다.
홍콩 골든 하베스트의 실패담을 생각해봤으면 이 정도 무리수는 두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1970년 말엽 쇼브라더스의 아성을 깨려 등장했던 골든 하베스트는 당시 영화계 블루칩이었던 성룡과 전속계약을 맺고, 그를 할리우드 스타로 키워내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골든 하베스트 자체도 할리우드 스튜디오로서 진출을 꾀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영화가 1980년작 '배틀 크리크'였다. 미국을 무대로 전부 영어로 대사가 이뤄진 '배틀 크리크'는, 그러나 정작 미국시장에선 거의 '왕따'를 당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아직 성룡이 미국시장에서 무명이었던 까닭도 있었다. 그러나 애초 홍콩스타를 할리우드 스타로 만들기 위해 홍콩제작사가 뛰어들어 할리우드용 영화를 만든다는 전제 자체에 무리가 있었던 면이 더 컸다. 홍콩에서의 성공요인을 할리우드용 성공요인이라 착각한 부분도 많았고, 미국시장의 몇몇 예민한 부분들과 노하우들에 무지해 시행착오도 많았다.
이후 골든 하베스트는 방향을 바꿨다. 배우를 스타로 만들며 미국시장에 입성하겠다는 '꿩 먹고 알 먹기'식 야심을 버리고, 그저 미국시장 진출만을 꾀했다. 그렇게 해서 버트 레이널스, 로저 무어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영화 '캐논볼'이 탄생했고, 영화는 대성공을 거뒀다. 성룡은 '캐논볼'에서 거의 단역급에 가까운 배역만을 맡았다. 골든 하베스트사는 그래도 포기를 못했는지 1985년 또 다른 성룡 주연 100% 영어대사 영화 '프로텍터'를 내놓았지만 다시 참패를 겪고서는, 5년 뒤 아예 홍콩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닌자 거북이'를 제작해 다시 한 번 미국시장을 석권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하나만 하라는 것이다. 장동건이 미국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면 비처럼 명망 있는 미국제작사를 통해 데뷔하는 게 정석이었고, 한국제작사가 미국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면 한국 배우를 스타로 만들겠다는 집착을 버리고 철저히 미국시장 구미에 맞출 생각만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 세 마리 토끼를 세계 최대 영화시장에서 잡으려는 시도는, 좋게 말해봤자 배짱만 두둑한 도박이었던 셈이다. 나쁘게 말하자면, 심각할 정도로 우둔한 짓이었다.
물론 이밖에도 지적할 만한 부분들은 더 있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4200만 달러짜리 할리우드 진출작에 신인 감독을 앉혀놓았는지부터 시작해 배급 시기와 홍보방향 오류 등에 이르기까지 부지기수다. 어찌됐건 이를 통해 한국영화계가 모종의 교훈이라도 얻었으면 나름대로 반면교사 역할 정도는 기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워리어스 웨이'와 대단히 유사한 입장에 놓인 한국영화 또 한 편이 12월30일 국내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다. 거기다 '라스트 갓파더'는 아직 미국개봉 일정이 확정되지도 못한 상태다. 그저 반면교사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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