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잡해지는 영업환경, 영업사원 동기부여가 중요
무한경쟁으로 불리는 글로벌 경쟁과 기술의 발달로 영업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경쟁업체의 난립으로 공급자보다는 수요자의 영향력이 커지는데다, 기술 모방시차가 짧아지면서 제품간의 품질차이도 크게 좁혀졌기 때문이다.
액센츄어와 CSO(최고영업책임자) 인사이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영업직원이 1건의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걸리는 기간(영업주기)이 길어지고 있다. 평균 영업주기가 한달 이내라고 답한 기업은 7%로, 1년전 조사(14%)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계약 성사를 위해 들이는 공(功)은 늘어났다. 조사대상기업의 46%가 계약 1건을 성사시키는데 6건 이상의 전화통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4년전에 비해 35% 증가한 것이다. 전화?방문?실제판매로 이어지는 영업의 단계별 전환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영업환경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질수록 실제 영업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는 영업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경우 영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경쟁력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하는 사람에게는 금전적인 보상을 충분히 한다”는 식의 전통적인 인센티브제도만으로는 영업직원의 사기를 진작하는데 한계가 있다. 인센티브 자체가 너무 보편화돼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지 않는데다,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직원들의 숨은 욕구(needs)가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인 노텔네트웍스의 영업 책임자도 같은 고민을 했다. 노텔은 통신장비는 물론 CDMA나 GSM 등 이동통신에 필요한 네트워킹 솔루션도 공급하는 회사로 전세계 3만15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 회사의 북미 지역 영업을 담당했던 디온 조너우(Dion Joannou) 전 사장은 영업사원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후 두 가지 차원으로 동기를 부여했다. 하나는 성과를 낸 사람을 공정하게 보상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복잡한 영업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서류 작업을 간소화해 영업사원들이 일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 결과 영업사원들의 업무만족도가 크게 높아졌고, 북미지역의 영업성과도 다른 지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노텔처럼 영업사원에 대한 동기부여 정책을 재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고전적인 심리학·경영학 이론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구분한 ‘욕구단계설’로 유명하다. 그는 인간의 기본적 생리적 욕구를 가장 밑부분에 위치시키고 그 위에는 안전, 소속, 존경에 대한 욕구를 놓았고, 최상층에는 자기 실현(self-actualization) 혹은 성장 욕구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그의 결론은 간단하다. 굶주린 사람은 음식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 동기부여가 되지만 배불리 먹은 사람은 그런 기대가 더 이상의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비즈니스에 적용해 본다면 영업조직의 성과 향상을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 동기부여 요소가 필요하다.
■ 회사 신뢰 떨어지면 영업력 실추
첫 번째는 금전적 보상(compensation)이다. 매슬로 이론에 비춰보면 금전보상은 가장 낮은 수준의 욕구, 즉 생리적인 욕구와 비슷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금전보상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지만 동기부여의 일면만을 다룬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직원들의 소득수준이 일정 단계에 도달할 경우 금전적 보상이 당근으로서 갖는 효력은 약해진다.
두 번째는 공정한 보상체계에 대한 경영진과 영업사원간의 신뢰(trust)다. 캐나다 2위의 통신 서비스 회사인 텔러스(Telus)는 일관성없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다 곤혹스런 경험을 했다. 영업사원들이 자신의 보상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몰라 경영진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영업력이 급속히 떨어진 것이다. 회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때 영업 직원들은 자신이 받는 커미션이 정확한 것인지 따져보게 된다. 개인 검증 활동 때문에 잃어버리는 생산적인 영업 시간은 영업사원 1인당 매달 반일에서 2일이 됐다. 그만큼 고객을 만나고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을 까먹는 것이다. 텔러스는 곧바로 시정에 나섰다. 첨단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보상시스템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경영 솔루션을 도입한 것이다. 텔러스는 이를 통해 조직에 대한 신뢰수준을 높였다. 또 영업팀이 영업전략은 물론 전반적인 기업 전략에 맞추어 움직이도록 할 수 있었다. 새 시스템이 정착된 지 2년 후 1인당 자기 검증 활동 시간은 월 40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어들었다. 회사 전체적으로는 첫 해에 1만7730일, 두번째 해에 5만2500일의 영업시간을 추가로 확보했다. 생산성도 좋아졌다. 연간 영업계약은 새 보상 시스템 도입 후 2년 동안 1328건에서 1만6656건으로 증가했다. 새 시스템 도입 첫 해 ROI(투자수익률)는 103%, 두 번째 해는 3316%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신뢰할 수 있는 성과 보상 시스템만 제대로 갖추어도 생산성과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 잠재능력 발휘가 생산성 향상에 기여
세 번째 필요한 요소는 존경(esteem)과 소속감(sense of belonging)이다. 소속감과 존경심은 상위 경영진이 직원들을 인정해주는 것도 있지만 이보다는 동료그룹에게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
노텔에는 영업 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바꾸지 않는 프로그램이 2개 있다. 하나는 연례 영업 회의로 모든 영업팀이 포럼 형식으로 참여해 구성원끼리 상호작용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료들을 서로 인정하도록 한다. 성과가 우수한 직원을 무대로 불러내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표창한다. 또 하나는 ‘성과 클럽(circle of excellence)’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영업성과가 좋은 직원 중 상위 10%를 선발해 해외 여행경비를 회사가 전액 지급하는 것이다.
마지막 요소는 잠재력의 이행(fulfillment of potential)이다. 매슬로의 최상위 욕구인 자기 충족은 영업과 관련해 잠재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 독특한 능력을 활용해 난관을 돌파하려는 욕구가 있다. 하지만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 때문에 영업직원들은 종종 자신의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한다. 이럴 땐 특별한 수단(tool)이 필요하다. 예컨대 의료회사 영업직원들은 개별 상품 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데 비해 대부분의 고객들은 카탈로그에 소개된 것 중 일부만을 지속적으로 주문할 뿐이다. 제품 종류가 3만여개에 달하는 미국의 한 의료회사는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의 고객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매출을 크게 늘렸다. 이 회사는 한 고객의 구매 패턴을 다른 고객에 연계시킨 아마존 프로그램을 활용, 어떤 의사가 즐겨찾는 상품을 다른 의사들에게도 구입해보라고 제안했다. 이 기법을 통해 이 회사는 단기간에 매출을 4배로 늘렸다.
영업에서 금전적 보상 외에 업무 자체가 주는 즐거움, 성취감, 동료로부터의 인정 등 비(非)금전적 보상이 동시에 제공될 때 성과는 폭발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반대로 균형 잡히지 않은 보상에 치우치면, 개인별 차등 폭이 늘어날 뿐 아니라 직원들이 단기적·가시적 성과에만 치중해 결국 팀워크가 훼손되는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