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기타

2011년 주식투자방향

구봉88 2011. 6. 14. 14:52

"지금은 주식을 사기도 팔기도 애매한 시점입니다. 최근 2년과 같은 단기 급등은 앞으로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주식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자산입니다"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기현 글로브너투자자문 대표이사(46·사진)는 지금의 주식시장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잠깐 고민하더니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우리나라 증시가 올해 하반기까지는 횡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큰 악재도 없지만 가파른 상승을 이끌만한 동력도 없다는 논리다.

다만 코스피가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비해 저평가됐기에 중장기적으로 주식의 매력도는 여전히 높다고 단언했다.

◇코스피 저평가 여전…2년후 3000은 무난

김 대표는 최근의 증시 조정으로 인해 고민이 많아졌다. 하지만 언젠가 찾아올 이벤트였기에 놀랍거나 당황스럽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3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의 한국 주식 보유고를 감안할 때 최근 두달간 빠져나간 금액이 차익실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는 보기 힘들다는 것.

이같은 해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여 만에 150% 이상 오른 코스피를 근거로 한다. 김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진국 증시에서는 100년에 한 번 있을 `엽기적 상승`이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거둔 외국인들이 차익을 실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반기 조정이 깊어져 더블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봤다. 국내 투자자들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20년 남짓하는 짧은 기간동안 외환위기, 카드사태, 금융위기 등의 풍파를 거쳤기에 이미 `엽기적` 상승과 하락에 익숙해져 있다는 설명이다. 2008년 코스피 1000이 무너질 때 주식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었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주위 사람들로부터 "어느 정도 빠졌을 때 주식을 사면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차익실현 움직임 만큼이나 저가매수 기회를 노리는 대기자금도 풍부하다는 의미다.

그는 "최근 증시는 차익실현과 저가매수 움직임이 힘겨루기를 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시점"이라며 "연말까지 코스피는 횡보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장기적인 코스피 방향성은 상승 쪽이다.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에 비해 코스피는 저평가됐기 때문.

코스피 기업들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대략 100조였고 코스피 시가총액을 약 1000조원이라고 할 때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얘기하는 코스피 적정 PER과 동일한 수치다. 이는 1000조 가치의 기업들이 100조를 번 것으로 연간 수익률로 따지면 10%다. 정기예금이나 채권, 부동산 등 주식시장과 관련없는 자산들에 비해 확실히 높은 수준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경제가 정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주식과 다른 자산들의 수익률 격차는 점차 줄어들면서 2013년에는 코스피 적정 PER이 7.5배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똑같이 100조원의 이익을 거둔다면 시가총액은 1333조원 수준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때쯤 코스피가 적어도 3000에는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목별 접근 필요…"이수화학·한국프랜지·KT 유망"

코스피는 꾸준히 오르겠지만 과거 엽기적 상승장처럼 아무 종목이나 사서 묵혀두는 전략으로 돈을 벌기는 힘들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렇기에 그가 추구하는 최선의 투자전략은 유망종목에 대한 선별투자다.

김 대표는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순이익 증가율을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순이익 증가율을 추정하기 위해 재무제표 분석, 증권사 보고서 등 기본적인 자료 외에 세율, 경영진 성향, 경쟁사 현황, 주요 주주들의 참여도 등 수십가지 항목을 체크한다.

김 대표는 장기간 투자하기에 적절한 종목으로 이수화학, 한국프랜지, KT 등을 꼽았다. 적정 투자기간으로는 이수화학이 1년, 한국프랜지는 3년, KT는 5년을 제시했다.

이들은 모두 현재 주식시장에서 순이익 대비 낮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수화학은 최근 몇 년 사이 화학주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그룹 리스크로 소외돼 온 탓에 아직까지 주가가 싼 편이며 한국프랜지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고성장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부품업체 중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KT는 금융위기때와 비교했을때도 오름폭이 10~20%에 불과하다. 계속 쥐고 있었다면 남들이 2~3배 수익을 거두는 모습을 보느라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이 매력적이라는 것이 김 대표 설명이다. 통신비 인하, 경쟁 과열 등 위협요소가 많아 보이지만 긴 관점에서 통신에 대한 인류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KT는 5년 후에도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저평가된 주가가 언젠가는 정상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양어선 탈 뻔…굴곡 많은 김 대표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다 그렇듯 김 대표의 인생도 굴곡이 많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SK증권 공채 1기로 입사한 후 주식투자로 꽤 많은 돈을 벌었지만 외환위기, 9.11 테러, 카드사태 등 역사적 대형악재가 터질때마다 직격타를 맞으며 좀처럼 돈을 모으지 못했다. 한때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원양어선에 탈 결심도 했다.

이같은 시련을 겪을때마다 그는 스스로를 가다듬었고 2000년대 중반부터 선별적 장기투자로 꾸준한 수익을 거둬오고 있다. 1천만원 투자원본으로 300억대의 자산을 모아 `3000배 수익률`의 사나이로 유명하다.

재산 중 생활에 필요한 일부 금액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식으로 보유할 정도로 주식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다. 현재 그의 가족은 분당 정자동의 한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고 있다.

월세 아파트에 대해 가족들의 불만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반발이 심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때에도 주식으로 돈을 벌어다줬더니 요즘은 잠잠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