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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책을 한 권 냈는데 이것이 베스트셀러가 돼서 짭짤한 인세도 벌고, 그 돈으로 집도 사고, 전국에서 강의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책 제목이 뭐냐고? 여기서 책장사 할 맘은 없으니까 '유머가 이긴다'라고 절대 말하지 않겠다...
전국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강의를 하다 보니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됐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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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가장 열정적으로 듣는 조직이 어디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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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기업체 간부들이다. 두 번째가 보통 직원들과 공무원, 세 번째는 일반인과 학생들. 그리고 가장 건성으로 듣는 조직은 바로 선생님들이다. 특히 교감, 교장선생님들.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교육받는 태도는 0점이란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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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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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매번 강의가 다르다. 왜? 강의를 듣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난 머리가 나빠서 외울 수도 없다. 시작을 오프닝 조크로 한다. 반응을 보고 방향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모든 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입니다. 그래서 목운동이 중요하죠. 왼쪽으로 돌려보세요. 목에서 뚝뚝 소리 나는 분들 손들어 보세요. 간이 안 좋으신 겁니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돌려보세요. 목에서 소리 나는 분? 네, 임신입니다."
이런 농담에도 빵 터지는 조직은 열린 조직이다. 이럴 경우 본론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피식거리는 썩소만 나온다면 20분 정도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고 본론에 들어간다. 효과적인 강의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벽에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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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벽이 이미 존재하는 조직이 있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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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조크를 듣고도 기업체 임원들이나 일반인들은 크게 웃어 주는데 선생님들은 항상 벽을 느낀다.
한 번은 퇴직을 앞둔 교장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여러분 유명한 사람들은 호가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호가 뭐죠? 그렇죠. 충무공. 어디 갔더니 불멸이라고 하시는 분이 있더군요. 그러면 안중근의사의 호는 뭐죠? 도산? 도산이 뭐예요 도마죠. 그럼 다산은 누굽니까? 정약용. 다행이네요. 난 김지선이라고 할까 봐 걱정했어요. ^^
이때, 한 여자 선생이 손을 들더니 "안중근의 호가 도마가 아니예요. 그건 세례명이고 안중근은 호가 없어요." 순간 당황했다. "아 네... 저도 알지만 그냥 재미있게 하느라고 도산 도마 이렇게 한 겁니다." 그러자 정색을 하면서 "그래도 역사를 왜곡하면 안되죠. 도마는 호가 아닌데!"
뭐 그 여자선생의 말이 맞다. 웃기려고 역사를 왜곡하면 안 된다. 그러나 꼭 그 때 그 얘기를 했어야 할까? 강의 후에 따로 불러 예기해주면 안됐을까? 강의 내내 그 여선생은 단 한 번도 웃지 않더라.
코미디에도 수준이 있다. 저질은 상대방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 사람, 고급은 자기를 웃음의 소재로 삼는 사람, 최고급은 남들이 자기를 웃음의 소재로 삼아도 웃는 사람. 상대방 약점을 헐뜯어 웃기는 코미디언들을 왜 저질이라고 하고 자기를 비웃어도 껄껄 웃어 주는 강호동, 유재석이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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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면에서 기업인들의 유머감각은 최고 수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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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교의 동창모임에 초대연사로 갔는데 모그룹 회장이 자기소개를 이렇게 하더라.
"안녕하십니까? 조폭 회장 아무갭니다." 아들 문제로 주먹을 썼다가 사회면 뉴스로 오르내린 회장이 그렇게 본인을 망가뜨리면서 소개하더라. 유머감각은 이런 것이다. 공무원들도 유머감각이 많이 좋아졌다. G20 준비 위원회에 강의를 갔을 때 사공일 위원장을 가리키며, '저분 하는 일이 맨 날 노 젓는 일이죠?" 했더니 빵 터지더라.
이렇게 자기가 웃음거리가 되더라도 웃을 수 있어야 유머감각이 뛰어난 것이다. 자기가 코미디의 소재가 됐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은 그 조크의 내용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렇다. 진실은 가슴에 닿는 법이니까.
한 번은 교장 연수에서 이런 조크를 했다.
"우리나라 교육이 잘 되려면 교장선생님들을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나 이스라엘 같은 곳에 연수를 보내 드려야 합니다." 박수가 나오더라.
"그런데 그 비행기가 돌아오다가 인도양 상공에 쳐 박혀야 합니다."
일반인들에게 이 조크를 하면 대박 웃음이 터진다. 그런데 그 날은 전혀 웃음이 안 나왔다. 그 후 계획되었던 다음 강의가 최소됐다. 유머는 창의력과 직결된다. 결론적으로 유머감각이 살아 있는 기업은 희망이 보이지만 유머감각이 사라진 정치나 학교, 기업의 미래는 깜깜한 미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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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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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학교의 미래에 투자를 해야 한다. 어느 학교처럼 기업이 직접 경영하라는 뜻이 아니다. 학교를 너무 기업마인드로 바꾸는 것도 옳지 않다. 당장 취직되는 과만 살려 두고 '문사철'을 소홀히 한다면 미래가 사라지는 것이다. 기업이 우수한 교사들을 시상하고 박수 쳐주는 일을 하면 어떨까? 미국의 월트 디즈니처럼 말이다. 디즈니는 매년 올해의 교사상을 수여하여 음지에서 일하는 교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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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을 수상한 레이프 에스케쉬(Rafe Esquith)는 LA 빈민가의 초등학교 선생으로 학생들은 주로 저소득 흑인들과 한인들이다. 이들을 가르쳐서 상위 1% 학생으로 만들고 아이비리그에 입학시켰다. 그의 교습방법은 재미있는 학급활동을 만들어서 잘못했을 때는 거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수학도 재미있는 게임과 퀴즈로 만들어서 가르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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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런 창의적 선생님을 기업에서 조명하여 격려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눠 먹기식의 교사상이 아니라 진짜 감동적이고 훌륭한 선생님들을 찾아내서 박수 쳐주는 기업이 나왔으면 좋겠다.
초중고등학교 생활을 통 털어 기억 나는 선생님이 몇 명이나 있는가? 있다면 왜 생각이 나겠는가? 바로 당신을 변화시켜줬기 때문이다. 그런 선생님께 이제 보답을 하자. 월트 디즈니는 꽃을 그리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꽃 가운데 사람 얼굴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고 선생님이 칭찬해주고 격려해 주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디즈니가 있는 것이다. 만약에 그가 한국서 태어 났다면 어땠을까?
"내가 꽃을 그리라고 했잖아. 왜 사람얼굴을 그린 거니. 너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미국과 이스라엘의 영재학교들은 정식으로 유머교육을 하다는데 우리는 점점 교실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있다. 웃음이 교실에서 사라진다면 창의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미로가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