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케팅 자료

한국 식품기업의 해외마케팅 사례

구봉88 2011. 9. 7. 13:51
호주선 신라면, 중국선 고래밥 …
해외서 식품 1위 줄잇는다

중앙일보 2011.03.23.

경쟁 치열한 중심상권서 젊은층 입맛 집중 공략
오토바이 주차 대행 등 철저한 서비스 현지화도




식품업계와 외식업계의 화두는 세계화다. 성장의 벽에 부닥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신시장을 찾자는 것이다. 성과도 있다. 가공식품 수출액은 2006년 8억4367만 달러에서 2010년 12억4529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외식업계들의 해외 진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식품업계 1위 업체인 네슬레(스위스)의 해외 매출이 900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갈 길이 멀다. 지난해 국내 업체들이 해외 식품기업에 지급한 로열티만도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CJ그룹 신동휘 부사장은 “인구감소 등으로 국내 식품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둔화됐다”면서 “앞으로 국내 ‘식산업’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1. 이달 3일 오후 뚜레쥬르 베트남 쯩흥다오점. 1층에서는 20여 명의 현지인이 쟁반을 들고 빵을 고르고 있었다. 카페 형태로 꾸며진 2층 매장에서는 젊은 손님들이 커피와 빵을 먹으며 이야기 중이었다. 베트남 번화가인 쯩흥다오 거리에 있다는 것만 빼면 한국 뚜레쥬르 매장과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매장 외부에 일렬로 주차된 오토바이 40여 대 정도가 그나마 베트남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빵을 고르던 우엥티후앙(23·여)은 “깔끔한 외관과 친절한 서비스 때문에 다소 비싸지만 뚜레쥬르 매장을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2. 이달 8일 오후 1시. 싱가포르 중심 지역에 있는 래플스 시티몰(Raffles City Mall)의 비빔밥 전문식당 비비고 매장. 지하 1층 70석 규모의 식당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손님 대부분은 싱가포르 현지인이었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돌솥비빔밥. 김진영 매니저는 “이웃한 음식점들보다 가격이 20% 이상 비싼데도 하루 평균 400여 명의 고객이 찾는다”고 말했다.

 한국 식(食)산업이 세계를 파고들고 있다. 오리온 의 초코파이는 러시아와 동유럽의 ‘국민 간식’이 된 지 오래다. 농심의 라면류는 아시아 지역의 인기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샘표식품의 간장은 러시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가공식품만이 아니다. 현지의 까다로운 기호에 맞춰야 성공하는 외식 시장 진출 업체도 늘고 있다. 그것도 철저히 한국의 맛으로, 한국식 경영으로 승부를 거는 정공법이다. 해외 각국의 심장부에 매장을 열고, 한국에서 사용하는 메뉴와 레시피를 그대로 쓰고 있다. 물론 현지화에 필사적인 공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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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 시내에서 브라질 젊은이들이 빙그레의 메로나를 먹고 있다. 메로나는 브라질에서 매달 수백만 개씩 팔리는 인기 아이스크림이다.

 뚜레쥬르가 베트남 매장에서 팔고 있는 빵 86가지의 재료와 맛은 한국산과 동일하다. 대신 서비스는 철저하게 현지화했다. 발레 파킹이 가능한 오토바이 주차장이 대표적이다. 현지인 대부분이 오토바이를 이용해 출퇴근한다는 점을 감안해 주거지로 가는 길목에 매장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이런 전략은 뚜레쥬르가 3년 만에 업계 3위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 회사 남명현 법인장은 “더운 날씨 때문에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기 어려웠지만 열에 약한 동물성 크림 대신 식물성 크림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며 “한국산 제품의 맛과 품질에 반한 현지인이 늘면서 우리 제품을 아주 큰 선물로 여긴다”고 소개했다.

 비빔밥 브랜드 비비고는 최근 래플스 시티몰에 입점했다. 로빈슨(Robinson) 백화점을 비롯한 싱가포르 대표 외식 브랜드들이 밀집돼 있는 최고의 중심 지역이다. 같은 층에만 30여 곳의 외식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곳이다.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부터 최고의 중심지에서 가장 센 경쟁 상대를 골라 치열하게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비고 매장 관계자는 “유행에 민감하고 기존 입맛에 길들여지지 않은 젊은 층을 먼저 공략해야 한다”며 “오피스가 한복판에 있는 만큼 이 매장 손님의 70%가량은 젊은 직장 여성으로 구전 마케팅 효과가 가장 큰 소비층”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에 80여 개가량의 매장을 둔 롯데리아도 핵심 상권 위주로 매장을 여는 전략을 구사한다. 몽골 현지 프리미엄 맥주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오비맥주의 ‘카스’는 도시 지역의 번화가를 돌며 각종 시음행사와 판촉 이벤트를 진행한다. 유럽풍 맥주 맛에 길들여진 몽골 소비자들에게 한국 맥주의 강점(알코올 도수가 낮고 목 넘김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적극 홍보한다.

 빙그레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자사 아이스크림 ‘메로나’로 대히트를 쳤다. 신세대 젊은이들이 메로나 맛에 빠지면서 메로나를 팔지 않는 상점은 ‘젊은 손님이 없고 장사가 안 되는 곳’으로 인식된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현지 가격이 2000원이 넘지만, 여름이 시작되는 2월부터 매달 수백만 개씩 팔려 나간다. 지난해 상반기 브라질 수출액만 50억원을 넘어섰다.


 
‘식산업’이 해외에서 뜨겁게 기세를 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이 그중 하나다. 이를 통해 물류 비용을 낮추고 외국산 제품이라는 거부감을 덜 수 있게 됐다. 오리온은 현재 중국(4곳)·러시아(2곳)·베트남(2곳) 등 총 8개의 해외 생산공장을 보유 중이다. 현지 공장들이 본격 가동하면서 오리온은 현재 중국 초코파이류 시장의 85%가량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비스킷 시장에서는 고래밥(중국명 ‘하오둬위(好多魚)’)이 단일 매출 1위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롯데제과는 지난해에만 베트남과 인도·러시아에 현지 공장을 세웠다. 초코파이와 빼빼로·자일리톨껌·가나초콜릿·코알라마찌 등 5개 브랜드를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만 4조원대 매출을 내기 위한 포석이다.



러시아에 온장고 주는 마케팅 … 캔커피 판매 대박

먹는 장사 해외 판촉 백태



음식은 한 문화의 결정판이다. 해외의 이름난 음식이 여간해선 현지인 입맛을 공략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몇몇 식품회사들의 해외 진출 성공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지난 2000년 러시아 간장 시장에 진출한 샘표식품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브랜드 관리였다. ‘기코만’ 같은 일본의 유명 브랜드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러시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에 못지않은 고급 이미지가 필요했다. 샘표식품은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의 유명 상점을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했다.

이 회사 심선애 과장은 “저가전략보다는 고급 이미지 구축에 힘쓴 덕에 진출 이후 누적 판매량이 1200만 병에 달하는 등 러시아 간장 시장 2위로 올라섰다”며 “수출 초기부터 중심상권에 진출하는 전략으로 일본 브랜드 등 10여 개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맷집을 키운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제품명인 라면 제품의 이름인 ‘도시락’을 러시아에서 다양하게 사용한다. 라면뿐 아니라 ‘카샤(귀리죽)’와 ‘감자 퓨레(으깬 감자)’등 10여 종의 제품명에 ‘도시락’을 넣었다. 현지에서 도시락 라면이 워낙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도시락 라면 한 제품으로 2009년 러시아에서만 1600억원의 매출(2009년 기준)을 올렸다. 이는 이 회사의 국내 라면 관련 매출 전체와 맞먹는 수준이다. 현지에선 공급이 달릴 정도다.

 1981년 해외 수출을 시작한 매일유업은 시행착오 끝에 해외 브랜드 전략을 수정했다. 애초엔 조제분유를 주문자상표생산(OEM) 방식으로 중동 지역에 수출했다. 하지만 현지 거래상의 무리한 거래조건 강요와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3년 만에 현지에서 철수했다. 이 회사 박경배 팀장은 “자사 브랜드가 아닌 OEM 브랜드로는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을 할 수 없어 실질적인 수출 기반을 마련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1987년 ‘매일맘마(Maeil Mamma)’라는 자체 브랜드로 중동 시장을 재공략했다. 사우디아라비아뿐 아니라 이집트· 요르단·예멘·시리아 등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2010년 현재 중동권 어린이 5명당 한 명꼴로 매일유업의 제품을 먹고 자랄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한국인의 따뜻한 입맛을 수출품에 적용해 러시아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다. 비결은 다름 아닌 온장고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따뜻한 온장고로 덥힌 캔커피(레쓰비)가 잘 팔린다는 점을 감안해 온장고를 해외 매장에 집중적으로 보급했다”며 “2005년 15만 달러 선이던 수출액이 온장고 약 2000여 대를 지원한 이후 2010년 210만 달러까지 늘었다”고 소개했다.

BBQ치킨, 56개국에 354개 매장 열어

본죽, 미·중·일에 9개 매장
매드포갈릭은 이탈리아 식당 수출

중견 프랜차이즈업체들도 해외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BBQ치킨’으로 유명한 제네시스BBQ치킨은 매장 수만 보면 삼성 뺨치는 글로벌 기업이다. 2003년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첫 매장을 연 이래 벌써 56개국에 354개 매장을 두고 있다. 진출 지역은 아시아와 유럽 중남미·중동을 망라한다. 한국 프라이드 치킨 맛에 현지의 소스 맛을 가미한 승부수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에서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도 여겨질 정도다.

 죽 전문 업체인 본죽은 미국(4개), 중국(4개), 일본(1개)에 진출했다. 역시 열쇠는 현지화다. 한국의 본죽과 같은 메뉴를 팔지만 현지 입맛에 맞게 메뉴를 개편하는 식이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호박죽과 쇠고기버섯죽·참치야채죽으로 세 가지 모두 담백한 맛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보쌈과 부대찌개로 유명한 놀부NBG는 중국과 싱가포르·태국에 6개 점포를 열었다. 이중 베이징1호점은 한식과 칵테일바가 결합된 퓨전레스토랑 형태다. 놀부NBG 측은 “중국 소비자조사 결과 서구 문물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소비패턴이 양극화돼 있어 비교적 고가인 갈비를 팔아도 수요층이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양 음식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사례도 있다. 국산 토종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매드 포 갈릭은 2009년 싱가포르에 첫 해외매장을 냈다. 올 상반기 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두 번째 해외 매장을 낼 계획이다. 이 회사는 해외 매장에서 일할 현지 스태프가 서울에 와서 3개월간 교육받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한국과 동일한 서비스를 현지에 제공하기 위해서다.

 
 
특별취재팀=자카르타(인도네시아)·싱가포르·호찌민(베트남)·상하이·항저우(중국) = 최지영·이수기·임미진·김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