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소-희유금속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를 아시나요?

구봉88 2014. 2. 23. 10:34


2012/12/24 11:56










디 자이너인 오세미 씨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이메일을 확인합니다. 회사에 도착하면 컴퓨터를 켜 업무를 처리하고, 틈틈이 디지털 카메라로 디자인하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 촬영해놓습니다.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저녁식사를 하고 TV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 런데 만약 '이것'이 없다면 위와 같은 세미 씨의 일상은 존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것’이 없다면 세미 씨는 지하철 안에서 뉴스를 볼 수 없으며, 디자인 작업도 컴퓨터로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의 정체는 그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희토류입니다.

우 리 인류가 현재의 편리한 문명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석유와 희토류, 이 두 가지 자원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석유는 잘 알겠는데, 희토류는 대체 뭐지?'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란 말 그대로 희귀한 금속 자원을 뜻합니다. 그 이름만큼이나 희한한 희토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희 토류는 흙, 광석과 같은 자연 물질에서 추출된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란타넘(lanthanum)계 원소 15개와, 21번인 스칸듐(Sc), 그리고 39번인 이트륨(Y) 등 총 17개의 희귀 원소를 말합니다. 세륨(cerium)과 디스프로슘(dysprosium) 같은 원소들도 모두 희토류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 희토류는 이름처럼 그렇게 희귀한 자원은 아니라고 합니다.
희토류 중 하나인 세륨은 지각에서 25번째로 매장량이 풍부한 원소이며 희토류 중 매장량이 가장 적은 툴륨과 루테튬도 금보다 200배 이상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금속 원소들은 어째서 희토류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희토류가 발견된 18세기에는 희토류를 추출할 탐사장비와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자원이라 판단했던 것이지요. 





희 토류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금속 원소로 건조한 날씨에도 변화하지 않고 열을 잘 전도하며 상대적으로 탁월한 화학·전기·자성적 성질을 갖는 특징이 있습니다. 때문에 삼파장 램프, LCD 연마광택제, 가전제품, 광학렌즈, 전기차 배터리 합금의 제조 등에 두루 쓰입니다. 우리가 늘 쓰는 스마트폰, 카메라, 컴퓨터의 하드드라이브 등에도 희토류가 포함돼 있습니다. 또한 희토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발전, 태양열 발전 등 21세기 저탄소 녹색성장에 필수적인 영구 자석 제작에도 긴요하게 쓰이는 물질입니다.

<희토류별 용도 구분>




희토류 중 가장 먼저 발견된 원소는 이트륨입니다. 
이 원소는 컬러 TV와 모니터, 절전형 형광등의 붉은 빛을 내는 인광체로 주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액정 디스플레이(LCD)와 발광다이오드(LED) 브라운관을 사용하는 TV와 모니터가 늘고 있어 이 용도는 점점 줄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이트륨은 고온에서 내부식성과 내마모성이 있어 합금과 특수 유리, 전자파 필터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전 성과 연성이 좋은 란타넘은 주로 니켈수소 전지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니켈수소 전지는 재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로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안전하며, 높은 전기 출력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니켈수소 전지는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로 많이 쓰이고 있는데, 고연비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과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란타넘의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9월 생명공학기업인 미셀바이오는 희토류를 이용해 탈모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 구진에 따르면 희토류 원소인 세륨은 모발 성장과 발모의 힘이 되는 ATP(Adenosine Triphosphate) 성분 증가 및 단백질 발현 촉진에 큰 효능을 발휘합니다. 또한 세륨은 물질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뛰어나 체내에 있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의 지질과 산화를 방지해 세포 활성을 촉진한다고 합니다. 
즉 세륨이 탈모를 억제하고 머리카락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지요. 



탈모방지 제품 (출처: 란셀)

이뿐만 아닙니다. 희토류는 앞으로 뇌경색까지 치료할 수 있는 기적의 자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올 9월 서울대병원 연구진은 희토류에서 추출한 나노 입자로 뇌경색이 있는 동물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실험에선 희토류의 일종인 세리아 성분이 이용되었는데요, 세리아는 작은 크기의 나노입자로 항산화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연 구진은 뇌경색에 걸린 쥐에게 3나노미터(nm)크기로 제작한 세리아 입자를 주입한 결과 뇌경색의 크기가 50% 이상 감소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세리아 나노입자가 뇌경색 후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줄이고 뇌 조직 손상의 원인인 세포의 자멸을 감소시킨 것입니다. 앞으로 세리아를 이용한 뇌경색 치료법이 더욱 발전해 상용화된다면 뇌경색도 지금처럼 수술하지 않고 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 완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는 지금도 희토류를 이용한 다양한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희토류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희토류도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유한한 자원이며, 발굴 과정에 동반되는 환경 문제도 심각합니다. 

희 토류는 채굴-분리-정련-합금화 과정을 거쳐 공급되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파괴와 공해물질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또한 희토류를 얻기 위해 무분별한 채굴을 시행하면 자연이 파괴될 수도 있습니다. 또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희토류의 편중현상입니다. 

2011 년 미국지질조사소(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USGS)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 매장된 희토류의 양은 약 5,500만 톤이며,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중국이 희토류 생산량을 제한하고 수출량을 줄이자 일각에서는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 삼아 국제외교를 좌지우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국과 호주에서는 폐기된 희토류 광산을 재가동하고, 일본에서는 해저분지를 개척하는 등 희토류를 자체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우 리나라도 대부분의 희토류를 수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급해 사용하는 희토류는 필요량의 9%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희토류 수급 전망은 밝은 편입니다. 얼마 전 산화세륨을 재활용해 사용하는 기술이 개발되었고, 희토류 확보 차원에서 희토류 매장지역 탐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 년 엄청난 규모로 쏟아지는 폐 휴대폰과 가전제품에 포함된 희토류 금속을 재활용하는 것도 훌륭한 공급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폐금속 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46조4,000억이라 하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되시지요? 또, 얼마 전에 북한합영투자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 매장된 희토류는 약 4,800만 톤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라고 합니다.

이 러한 조건과 상황 아래 우리가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희토류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희토류는 흔히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노력이 큰 성과를 거두어 희토류가 우리나라 경제의 비타민으로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 넣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쓴이: 오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