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R&D 지원사업 선정 온라인 평가로 공정성 강화_
한국일보
한국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4-09-22 04:50
중소기업청이 말 많고 탈 많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지원사업 선정 방식을 전면 뜯어 고친다.
중기청은 1997년부터 18년간 유지한 기술개발지원사업 선정 방식을 전면 수정해 내년부터 자체 개발한 ‘오아시스’ 시스템을 시범 도입한다고 21일 밝혔다. 오아시스 시스템은 지금까지 유지한 대면평가 방식 대신 평가 과정을 인터넷으로 처리한다. 평가를 온라인으로 하는 것은 정부 기관 중 처음이다.
중기청이 이처럼 온라인 방식을 도입한 것은 그동안 선정 절차를 둘러싸고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의 연간 기술개발지원사업 지원금은 8,000억원이 넘는다. 매년 중소기업 1만5,000여 곳이 도전하지만 혜택은 3분의 1인 5,000여 기업만 받는다. 그렇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 20분 발표 뒤 20분 질의응답으로 희비가 갈리는 대면평가 신뢰도에 대해 말이 많았다.
특히 전문 평가위원이 바쁜 일정에 쫓겨 참가하지 못하면 비전문가가 대신 참여해 문제로 지적됐다. 통신장비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정부의 중소기업 기술개발지원사업에 지원했다가 수 차례 떨어졌다”며 “관련 기술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엉뚱한 질문을 하면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중기청은 평가위원이 집과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오아시스를 개발했다. 유착 방지를 위해 평가위원과 신청기업 간 학연ㆍ지연 등 이해관계는 사전에 거를 예정이다.
평가 절차도 간소화된다. 신청 기업은 전국 지방중기청 등에 설치되는 스마트평가장을 한 차례 방문해 신원 확인을 하면 된다. 중기청은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특허청 협조를 받아 사업계획 시점을 입증하는 ‘영업비밀원본증명’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그만큼 현재 52일이 걸리는 평가 기간도 7일로 줄어든다. 또 전체 평가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면 평가위원이나 중소기업인의 이동 및 대기비용이 줄어 연간 54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도 발생한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정부 평가의 신뢰도가 대폭 높아질 것”이라며 “내년 4월 일부 사업에 적용해 성과를 보고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면 접촉에서 엿볼 수 있는 기업인의 진정성 등은 반영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한 중소기업 경영자는 “취지가 좋고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인의 의지나 열정까지 측정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