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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의 원인과 대응방안

구봉88 2014. 10. 24. 21:31

특 집 :전력, 무엇이 문제인가

블랙아웃의 원인과 대응방안

김 창 
가천대학교 교수

 

전력수급의 어려움과 블랙아웃 위기

 

계속되는 무더위로 인해 우리나라의 전력수급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전문가들이 블랙아웃(Blackout)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 블랙아웃이란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대규모의 정전사태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전력망은 전국 단일 망으로 조그마한 사고가 전국단위의 정전으로 번질 수 있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고, 게다가 주변국과 전력계통이 연계되지 않은 고립 망으로서 전력연계가 이루어진 미국 유럽 등의 나라에 비하여 취약한 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블랙아웃 방지를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블랙아웃이 왜 발생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블랙아웃은 전력 수요가 전력 공급을 초과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여름철 혹은 겨울철 수요가 갑작스럽게 증가하거나 혹은 발전소 나 송전시스템의 고장과 같이 공급이 갑작스럽게 감소할 때 발생한다.

만약 수요 증가 혹은 공급 감소로 인해 특정 지역의 전력망 내에서 전기 공급량이 부족해지면, 전력망 내의 전압과 주파수의 변화가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송전 능력의 저하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연결된 주변 전력망으로 확대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발전기 혹은 전력망 관리 시스템에 이르게 되면 발전기 및 관련 시스템이 정지하게 되고 결국에는 모든 발전기에서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와 같이 전력 생산과 송전, 배전으로 연결된 전체 전력망이 멈추는 상황을 일반적으로 블랙아웃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미국 동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은 초고압 송전선 로에서 발생한 누전으로 인해 처음에는 작은 지역의 정전으로 시작하였 으나, 이 지역의 전력망을 전체 전력망에서 차단하지 못함으로 인해 정전이 확산되어 미국 동부 지역 전체의 블랙아웃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 결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치안부재 상태가 몇 일간 지속되 는 위험천만의 상태에 놓여있게 된 바 있다.

 

또한 20127, 인도는 이틀 동안 인도 인구의 절반인 6억 명이 블랙 아웃으로 인해 전기 없는 생활이라는 고통을 경험하였다.

 

반면 지난 2011915일 한국이 경험한 정전은 블랙아웃의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부가 수요를 강제로 감소시키기 위한 순환단전이라는 측면에 서 미국과 인도의 블랙아웃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전에 통지받지 못한 상태에서 당한 것이므로 블랙아웃으로 인지할 수는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력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정전의 가능성이 높아 지면 전력비상경보를 발령하는데, 전력 수요가 증가하여 예비 전력이 400 내지 500kW 미만으로 떨어지면 전력비상경보가 발령된다.

 

이때 예비 전력이 5분 이상 100kW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면 지역별 순환단전의 조치를 통해 사전에 정해놓은 매뉴얼에 따라 전력 공급을 순차적으로 차단하여 예비 전력의 회복을 꾀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에서 발생한 20119월의 정전은 당시의 과도한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전 국토의 블랙아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아직 우리나라는 블랙 아웃을 경험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블랙아웃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정부의 예방 조치에도 불구하고, 만약 국가 전체적으로 블랙아웃이 발생한다면 이로 인해 피해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20111월 여수 산업단지에서 20분간 발생한 정전은 약 707억 원 규모 의 경제적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201112월에 울산 화학단지에서 발생한 16분 동안 정전은 약 500억원 이상의 피해를 가져왔었다.

 

앞서 언급한 2003년 미국 동부 지역에 서 발생한 3일 동안의 대규모 정전은 약 60~100억 달러로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약 66천억 에서 11조 정도의 손해를 가져온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전국적인 차원의 블랙아웃이 발생하지 않아 그 경제적 피해를 구체적으로 산출하기 어렵지만, 과거 경험한 20분 내외 의 특정 지역 정전과 국내외 사례를 생각해볼 때 그 피해 규모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아웃이 가져 올 피해

 

전국단위의 블랙아웃은 산업계의 생산 차질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피 해뿐만 아니라, 통신, 가스 및 수도 등과 같은 기본 인프라의 공급 중단 으로 인해 일반인들이 느끼는 일상생활의 피해까지를 고려하면, 그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크다.

 

전국단위의 정전에서 전기 공급을 안정화시키는 과정을 블랙스타트라고 하는데,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스타트에 소요되는 시간을 일주일 정 도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블랙아웃이 실제로 발생하였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사회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상상해 본다면 그 피해를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상수도 가 단절되고, 당연히 수돗물이 끊어지고 화장실 이용도 불가능해지며, 냉장고가 작동하지 않으므로 음식물 저장이 어려워진다.

 

주유소에서 펌프가 작동하지 않으므로 자동차 주유가 불가능하다. 통신은 하루정도 지나면 작동을 멈춘다. 전기나 휴대폰, 컴퓨터 등이 끊어진다.

 

전철과 기차는 멈춘다. 물론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당 연히 카드는 사용 불능이 된다.

 

이러한 대규모 중단은 우리나라 경제를 중단시킨다. 112 신고도 불가능 하다.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이처럼 전기에너지는 이미 현대 문명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이며 생명력 그 자체이다.

 

이와 같은 전기에너지의 사용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OECD국가 중 가장 가파르게 전기화 속도가 높았던 나라이고, 앞으로도 그 전기소비증대가 언제 멈출지 아무 도 모른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깊게 전기에너지에 중독되어 가는 것이다. 전기가 무너지면 우리 사회는 어느 나라보다 더 빠르게 붕괴할 수 있는 것이다. 일주일간의 블랙스타트도 대학 보고서의 의견일 뿐 사실 해보지 못한 미지의 일이다. 아무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전력대란, 왜 발생하게 되었나

전기에너지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바로 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일치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만큼 발전량이 보장되어야 하고 발전된 전기는 송전선을 통하여 실시 간으로 수요지에 공급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발전소도 충분하고 송전선도 충분해야 한다. 지난 2년여 간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전력대란은 발전소 부족에 의한 것이다. 늘어나는 수요에 비하여 발전소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미 5년 전에 발전소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그 수급 격차가 예상을 훨씬 넘어 선 것이었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였을까. 먼저 에너지 수요를 늘리는 여건 변화가 있었다. 우선 4계절이 여름과 겨울의 두 계절로 바뀌는 기후변화를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일 년 내내 난방과 냉방이 필요해지고, 그 에너지가 모두 전기에너지로 쏠린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덕션 히팅의 보급 확대로 취사용 에너지 또한 가스 에 너지에서 전기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고, 게다가 최근에는 제습기 보급 도 급속히 늘고 있다.

 

여기에 공장과 농촌에서 열에너지도 전기를 사용함으로서 막대한 에너지 가 전기로 전환되고 있다. 산업 부문의 경우 모터 비중보다 전열 비중이 높게 나오는 기막힌 일이 발생하고 있고,

 

농업 부문에서도 비닐하우스의 냉·난방이 전기로 바뀌는 일들이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가장 고급에너지가 펑펑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전력망 포화 문제도 점점 커지고 있어

그러나 발전소 부족 문제는 내년 즈음에는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므로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현재의 전기화가 더욱 진행될 경우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전력망 포화의 문제이다.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력망 포화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전력망의 운영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 위협은 발전소 부족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사전 예측이 되지 않는 쓰나미같은 위험이기 때문이다. 최근 밀양사태를 보는 전문가와 정부가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발전소 입지는 동해안 이지만, 여기서 전기를 수송하려면 백두대간을 뚫고 송전탑을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해당 지역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10년 전에 미리 1 내지 2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은행권이 믿고 투자할 지 알 수 없다. 한 마디로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전력수급은 어려운 상황 인 것이다.

 

 

이러한 과도한 전기화는 대단히 위험한 현상으로서, 향후 우리나라를 한 순간에 블랙아웃시킬 수 있는 중대한 위험 요소이다. 에너지 중심으로의 에너지시스템 개편은 전기요금 및 에너지세제의 왜곡에 의한 것인데,

 

국가 에너지통계 종합시스템에 따르면 최종 에너지 소비 중 석유가 차지 하는 비중은 199161.9%에서 201049.5%로 줄어든 반면,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110.7%에서 201019%로 증가하였다. 더욱이 지난 10여년 간 OECD 유럽 국가들의 전력소비는 거의 일정하게 포화상태에 도달한데 반해 우리나라는 동 기간 동안 전력 소비량이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하였으며, 그 결과 GDP 대비 전력소비량은 2009년에 이미 OECD 평균의 약 1.7배 수준에 이르렀다.

 

이렇게 최근 우리나라 에너지 수요의 많은 부분들이 짧은 시간 동안 전력으로 급격하게 전환되면서,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불안정성이 증가하 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탈석유와 총전기화를 이룩하고 있는 가장 선도적이고 유일한 나라이다. 이는 고급 에너지인 전기가 1차 에너지인 석유·가스보다 싼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낮은 산업용 전력 가격 및 수요 증가 시정해야

낮은 전기요금으로 전기화는 계속 되고 밀양과 같이 공급은 계속 지연된 다면 중장기적으로 수급불일치에 의한 대규모 블랙아웃은 불가피하다.

 

전기에너지는 10분의 1초만 수요공급이 불일치하여도 블랙아웃으로 내달 아 버리는 의외로 섬세한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블랙아웃은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 혹은 공급 중단과 같은 예기치 못한 이유로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상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현재 우리나라는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한다면 충분히 블랙아웃을 방지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우리나라 전력수급 불안의 가장 큰 이유는

 

 

전력 수요의 꾸준한 증가이며,

이 중에서도 산업의 전력 수요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것에 기인하고 있고,

 

그 이유는 산업용 전력 가격이 다른 에너 지원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많은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블랙아웃의 우려를 제거하기 위 해서는 전력가격, 특히 산업용 전력 가격의 인상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가격과 세제 체계의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력 가격 인상은 산업계에 일정 정도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과거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 시행한 것이 같이 유류세나 법인세 인하를 함께 시행하면 이러한 부담 역시 결코 크지 않을 것이다.

 

블랙아웃의 진짜 원인인 낮은 산업용 전력 가격과 이로 인한 산업용 전력 수요 증가를 시정하지 않은 채, 가정의 전력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캠페인은 그 실효성이 낮을 뿐더러 그 효과 역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현재의 전력수급 불안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전력난이 심해지는 올 겨울과 내년 여름 이후에 도 전력 불안은 지속될 것이고,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그 위험은 쓰나미 처럼 나타나서 우리나라를 순간에 블랙아웃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