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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업장서 아낀 전기 11월부터 한전에 판다

구봉88 2014. 11. 12. 19:25

가정·사업장서 아낀 전기 11월부터 한전에 판다

[중앙일보] 입력 2014.09.24 00:38 / 수정 2014.09.24 08:11

산자부, 에너지 신사업 본격화
피크타임 때 절약하면 더 비싸져
가정용 태양광설비 서비스도 확대
화력발전 온수, 농어업 용수 재활용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애플망고 농가. 이곳은 인근 남제주화력발전소의 온수를 이용해 비닐하우스 재배를 한다. [사진 한국남부발전]

#11월 어느날 저녁.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 휴대전화에 ‘전력 수급 경보. 3시간 동안 6000㎾ 감축 요망’이란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때이른 추위로 난방수요가 크게 늘자 전력 거래상(수요관리사업자)이 약정대로 전력 감축을 요청한 것이다. 관리소장은 곧바로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작동해 절전에 들어갔다. 단지 내 공원 가로등과 복도 전등을 절반 정도 끄고, 각 동마다 두 대인 엘리베이터도 한 대만 가동했다. 며칠 뒤 관리사무소 통장으로 전력감축정산금 120만원이 입금됐다. 이렇게 모인 돈은 아파트 공동 관리비로 사용된다. 절전 덕분에 아파트 주민들이 얻게 된 관리비 할인 효과다.

 이는 올해 11월 전력 수요관리시장 개설 이후의 상황을 상상한 장면이다. 전통적인 여름·겨울철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제도다. 전력 거래상들이 한국전력에게 전기를 파는 시장이다. 구조는 이렇다. 전력이 부족하면 한전이 마치 주식 사듯이 거래상들에게 전력 매수를 신청한다. 신청을 접수한 거래상들은 미리 약정한 소비자들(아파트·빌딩·마트·공장)에게 전력사용 감축을 요청하고 소비자들은 바로 절전에 들어간다. 한전이 원한 만큼의 전력 사용을 줄이는 것으로, 결과적으로는 한전에 전력을 판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이후 한전은 거래상을 통해 전기요금 체계에 따라 아낀 전기만큼의 현금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6대 에너지 신산업의 핵심이다. 에너지 신산업이란 에너지 유통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산업을 말한다. 전력 수요관리시장 말고도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 전력 거래 ▶가정용 태양광설비 임대 ▶화력발전 온배수 활용 ▶친환경에너지타운 ▶에너지자립섬 사업이 있다. 에너지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낭비를 최소화하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에너지 시설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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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전력 거래 허용은 앞으로 전기차와 ESS가 많이 보급될 경우를 대비한 조치다. 전기차 운전자나 ESS 보유 빌딩이 요금이 싼 밤시간대에 전기를 충전을 해 쓴 뒤 남은 전기를 요금이 비싼 낮시간대에 한전에 되팔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소비자는 전기를 팔아 차익을 낼 수 있고, 한전은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가정용 태양광설비 렌털(임대) 서비스도 확대된다. 값비싼 태양광설비를 살 필요없이 정수기나 비데처럼 임대해서 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임대비용은 월 7만원 이하로 책정했다. 예를 들어 전기요금이 월 평균 10만원(450) 가량 나오는 가정의 경우 태양광설비를 쓰면 전기요금을 20%(2만원) 줄일 수 있다. 우선 태양광설비를 통해 300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1만원어치(150)만 일반 전력을 사용하면 된다. 임대료(7만원)을 합쳐도 한 달에 나가는 돈은 8만원으로 예전(10만원)보다 적다.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던 화력발전도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화력발전에 쓴 온수를 농·어업에 재활용하는 사업이 그것이다. 한국동서발전은 지난해 9월부터 충남 당진 화력발전소의 배수로에 가두리를 설치해 전복 양식을 시작해 성공했다. 올해 5월에는 전복 4500개를 인근 해역에 방류하기도 했다. 한국남부발전도 제주도 서귀포시의 남제주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온수를 인근에서 감귤·애플망고를 비닐하우스 재배하는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농가들은 싼 값에 온수를 공급받은 덕분에 난방비를 과거의 6분의 1로 줄였다. 산업부 박기영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은 “에너지 신산업이 전력 부족 문제 해결은 물론 한국의 미래를 이끌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