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낀 전기 발전자원과 동등하게 전력시장에 판매 중소·중견기업 참여 확대…네가와트 시장 ‘초읽기’ 2017년까지 190만kW 확보 전망…시장 설계 주목
흔히 전력수요관리사업이란 고객이 전력피크를 억제해 전기요금을 절감할 목적으로 최대전력관리장치를 설치할 경우 제어장치 설치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전통적인 전력수요관리사업은 말그대로 보조금 성격이었다.
정부가 신산업으로 표방한 부분은 수요관리시장, 즉 아낀 전기를 거래하는 방식이다. 현재 전력판매사업자는 한전이 유일하다.
하지만 내달 수요관리시장이 개설되면 협의의 판매사업자가 출범하게 되는
셈이다.
아낀 전기를 거래할 수 있는 수요관리 시장이 내달 개설되면 건물·사무실·마트·공장 등에서도 아낀 전기를 실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4월 전기사업법을 개정, 수요자원과 발전자원이 동등하게 전력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소비자가 전기를 아낀 것(수요자원)을 발전자원과 동등하게 전력시장에서 되팔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른바 지능형 수요반응(Demand Response) 시장이 개설되는 셈이다.
최근 몇 년 간 계속된 전력난으로 국내에서도 에너지 효율화와 전력 수요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 상반기 ‘수요자원 전력시장 거래’를 골자로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네가와트 시장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 전력 수요관리시장 어떻게 열리나
= 현재 전력시장은 발전사들이 전력생산단가와 공급가능 전력을 전력거래소에 제시하면 한전은 가격이 싼 전기부터 사들여 일반 국민, 기업 등에 공급하고 있다. 전력시장 개설이후 13년 동안이나 CBP(Cost Based Pool)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의 전력수요관리사업은 피크전력 당시 아낀 전력량만큼의 보조금을 주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DR시장이 열리면 피동적인 성격이 능동적으로 바뀌게 된다. 즉 전기를 아낀 건물·사무실·마트·공장 등이 아낀 실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수요관리사업자의 참여로 과거 정부재원으로 감축했던 수요자원을 시장기능을 통해 감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발전사들이 전력 생산비용·공급량을 입찰해 거래하는 전력시장에서 수요관리사업자들도 소비감축비용·김축량 등을 제시해 동등하게 경쟁토록 함으로써 소비감축과 함께 생산된 전기처럼 자원으로 인정할 수 있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건물 공장 등은 수요관리사업자에게 아낀 전력을 팔아 수익을 얻고, 수요관리사업자는 아낀 실적을 모두 모아 전력시장에 판매해 감축정산금을 받을 수 있다. 전력 생산비용 보다 소비감축비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전기요금 부담도 줄고 소비가 줄어든 만큼 전기를 생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DR시장이 본격 가동되면 2017년까지 전력피크(2013년 7652만㎾)의 2.5%에 해당하는 190만㎾의 소비감축자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는 정부예산(전력기반기금)을 통해 수요 감축량을 보상하고 있으나, 전력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수요관리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강화하는 한편, 전력 공급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전력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하며 새로운 전력서비스시장을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시장참여 확대를 위해 대기업의 참여 비중을 30% 이하로 제한하고,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소비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수요관리사업자 ‘꿈틀’ =
그간 지능형 DR 사업을 추진해 온 부하관리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지난 4월 한국수요관리협회가 창설됐다. 초대회장으로는 강혜정 아이디알서비스 대표가 선임됐다. 수요관리사업자협회에는 KT, IDRS, 벽산파워, LS산전 등 기존 부하관리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수요관리협회 발족은 전기사업법 개정이후 새롭게 열린 지능형 DR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8월에는 세계 1위 수요반응 기업인 미국의 에너녹(EnerNOC)이 한국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에너녹코리아는 지난 2001년부터 쌓아온 에너녹의 수요반응 경험과 솔루션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세계에서 자동화 DR 분야의 기술을 선도해 온 기업인 만큼 급전지시 후 즉시 반응해야 하는 지능형 DR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게 에너녹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에너녹코리아는 새로 열릴 수요관리 시장에서 신뢰성 수요반응 분야의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달들어서는 수요관리사업을 표방하는 기업간 협력과 진출도 눈에 띈다. 최근에는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대표 김경록)가 국내 최대 수요관리사업자 벽산파워(대표 최중인)와 13일 업무 협약식을 갖고, 양사 사업기회 확대를 위한 전략적 업무 제휴 협약서(MOU)를 체결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벽산파워는 양사의 역량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시멘트, 철강, 금속, 화학 등 에너지 소모가 큰 분야에 중점을 두고 국내 전력 수요관리 전반에 대한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R&D 사업에도 공동 참여하는 등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며 수용가의 전력수요 및 에너지 효율 관리 등의 부가서비스를 발굴하고 적용할 예정이다.
다양한 산업군에 걸쳐 통합적인 에너지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에너지 관리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글로벌 수요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1위 수요관리 회사인 에너지풀(Energy Pool)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에너지풀 그리고 일본의 소지츠로 구성된 컨소시움이 도쿄전력과 손을 잡고 에너지 수요 관리 실증사업을 시행 중이다.
국내 최대 수요관리사업자인 벽산파워는 절약한 전기를 거래하는 수요관리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의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친환경 에너지 사업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수요관리 분야에서 올해 215개 사이트에 41㎿ 규모의 지능형 수요관리서비스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에너지효율화의 경우에는 ESCO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5개 사이트에 16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행했다. 또한 유럽 최대 전력 수요관리(DR)사업자인 에너지풀이 한국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에너지풀은 프랑스를 본사로 둔 수요관리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2000만유로, 전력 거래량은 6억유로에 달한다. 확보한 수요 자원은 원자력발전소 1기 설비 용량과 비슷한 1.2GW에 달한다. 최근 해외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모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함께 일본 시장에 진입해 아시아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 지능형 DR시장 어떻게 설계될까 =
전력거래소측이 마련중인 ‘수요반응자원의 시장참여를 위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에 반응하는 신뢰성 DR과 하루 전 시장에서 발전자원과 마찬가지로 가격입찰을 하는 경제성 DR이 개설될 예정이다.
하지만 신뢰성 DR을 우선 실시해 약 2년간의 검증과정을 거칠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자원을 모아 전력거래소와 거래할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담당할 부하관리사업자의 자격 요건도 초안보다 완화시킬 계획이다. 전력거래소는 당초 부하관리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는 최소 용량을 20㎿로 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뢰성 DR은 전력수급 위기 대응 등 사실상 발전소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발전설비 투자를 줄이고 노후발전기 폐쇄 대응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에 반드시 수요자원을 가동시켜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그만큼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신뢰성 DR은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를 따라야 하는 만큼 의무감축용량과 전력부하감축량이 거래대상이 된다. 반면 경제성 DR 전력부하감축량만이 거래된다.
◆ DR시장 넘어야 할 벽 많다 =
과거 몇 년동안 전력예비력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절전보조금, 강제절감,
수요자원관리 등 다양한 피크억제책이 사용됐다.
전력거래소를 통해 DR시장도 운영됐다. 하지만 이제는 좀더 진화된 DR시장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장개설 방향이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넘어야 산도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게에서는 한전의 시장 참가, 사업자 참여제한, 적정 요금제, 발전소 수준의 신뢰도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초기 DR시장이 열리는 만큼 제도 설계가 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전의 경우 우리나라 최대 판매사업자이자 수요관리사업자다. 한전은 1974년 주택용·일반용 전력에 누진세 적용을 시작으로 비상절전제도, 최대전력관리장치 지원제도, 지정기간 수요조정제도, 주간예고 수요조정제도, 긴급절전 수요조정제도 등 다양한 수요관리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렇다보니 막 태동하게 될 DR시장에서 한전의 참여가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초기 시장형성이라는 점에서 찬성이 있는 반면, 신규 사업자와의 형평성으로 인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또한 정부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시장참여 확대를 위해 대기업의 참여 비중을 30% 이하로 제한하기로 발표한 만큼 사업자의 신규 진출이 얼마만큼 이뤄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국내 수요관리 빅3는 KT, IDRS, 벽산파워 등으로 꼽히고 있다. 대기업 비중이 30% 이하지만 과거 수요관리에 참여했거나 참여하고자 하는 대기업도 여럿이라는 후문이다.
특히 적정 요금제의 경우 현재 전력거래시장과의 연동이냐, 과거 수요관리 요금제를 준하냐도 중요 이슈며 사업자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다.
아울러 초기에 신뢰성 DR시장이 열리는 만큼 발전소 수준의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도 사업자들의 고민거리다.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를 따라야 하는 만큼 그 만큼의 신뢰성을 발전소 수준만큼 가져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막 DR시장이 열리는 만큼 초기 시장이 충분히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또한 DR시장의 개설은 경직된 현재 전력거래시스템 그리고 전력시장에 새바람을 불어오기에는 충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소위 소규모 판매사업자의 출현은 국내 전력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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