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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정책, 어디로 가야 ?

구봉88 2015. 8. 6. 07:52

전력산업정책,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문영현 연세대 교수
2015년 01월 05일 (월) 10:43:52 전력경제 epetimes@epetimes.com

 

   
문영현 연세대 교수
전력산업은 산업인프라로서 전체적인 경제추세와 산업동향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올바른 전력정책을 세울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지금은 전력정책을 논하기가 매우 어려운 시점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전환점에 서 있다. 지난 20년은 IT중심으로 경제발전을 구가해 왔다.

 

자유시장론의 경제논리로 무한경쟁을 추구해온 신자유주의가 휩쓸고 지나갔다. 개혁과 개방을 외치는 벤처기업들이 밀물을 타고 파도처럼 밀려 왔고 에너지 다소비의 재래산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구미를 강타한 몇 차례의 경제위기를 거치며 IT거품이 빠져 나갔고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유가는 하향의 급커브를 그리고 있다. 어제까지 원전퇴출을 외치던 국가들이 원전건설을 재추진하고 있다. 에너지문제의 유일한 탈출구로 지향해 오던 신재생에너지사업이 순식간에 탄력을 잃고 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어찌 감히 전력정책을 쉽게 논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정책수립을 위해서는 지금이 대단히 중요한 시기이다.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직하게 보이겠지만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전력정책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정책의 기본이란 ‘전력산업은 모든 산업의 인프라로서 안정적 수급체계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며 지나친 경제성 추구는 배제되어야 한다.’ 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충분한 전력설비에 안정적인 운전을 해 왔으나 최근에 대단히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시장시스템 도입과 더불어 지나친 경제성 추구가 주된 이유이다. 또한 시장시스템 도입은 공정거래 감시라는 명분하에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을 심화시켰고 전력수급의 책임소재가 불명확하게 되었다. 책임지는 곳이 없으니 문제가 생겨도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이 없다. 많은 정책이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는 회피성 임시방편이다. 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요한 몇 가지를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전력수급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고 싶다.    
지금 우리는 전력이 남는다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결코 남는 것이 아니고 전력부족을 겨우 면한 빠듯한 상황이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이 전기가 남을 것이라는 전망은 내놓고 있다. 또한 앞으로 해가 갈수록 수요증가가 둔화되어서 더 많은 전력이 남을 것이라고 걱정을 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들에게 전력이 남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 이것은 정책수립에 있어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지난해 년말 기준으로 전력이 남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이는 예기치 못한 12월 한파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12월 17일 전력피크치가 8000만kW를 돌파함으로써 설비예비율이 16.3%에 머물러 적정 수준에 크게 못 미쳤고, 운영예비율은 11.5%로 떨어져 겨우 마지노선을 지켰다. 이는 아직도 전력이 상당히 모자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전력이 남는 듯한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는가? 수급계획 상 금년 말의 설비예비율은 21.2%로서 다소 여유를 찾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값비싼 가스터빈 발전설비가 전체 설비의 30%정도로서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설비예비율이 20%를 넘으면 대부분의 가스발전기는 투입기회가 없는 과잉설비가 된다. 결국 가스발전기 퇴출대책을 미리 걱정하는 바람에 온 국민에게 현재도 전력이 남는 듯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 놓았다. 또한 금년 말에 설비예비율이 20%를 상회하게 된다고 하지만 그 내용을 따지고 보면 문제가 많다. 노후 설비가 너무 많다. 노후 화력발전소, 그리고 수명만료된 원전이 모두 계속 가동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폐기되어야 할 발전기가 수급계획에서 제외되지 않아 설비예비율이 과다하게 계산되고 있는 것이다. 노후발전기의 퇴출을 불허하는 정부 지침은 공급안전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송전선 설비 부족으로 수도권 전력공급이 지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감안한다면 금년 말의 실질적인 설비예비율은 20%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코 전력이 남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력설비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여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전력은 결코 남는 것이 아니고 전력 부족을 겨우 면한 빠듯한 상황이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이 전기가 남을 것이라는 전망은 내놓고 있다. 또한 앞으로 해가 갈수록 수요증가가 둔화되어서 더 많은 전력이 남을 것이라고 걱정을 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침체기를 맞고 있고 고유가,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전기료가 높게 형성되면 수요증가는 미미할 것이다. 이러한 예상을 따라간다면 전력이 남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대로 세계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찾는다면 그리고 값싼 에너지가 확보된다면 오히려 전력수요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전력설비가 빠듯한 상황이므로 전력이 크게 남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오히려 상황 변화에 따라 전력이 부족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전력수요는 산업정책에 따라 크게 변한다. 전력다소비 산업을 억제하는 정책을 쓰면 전기는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IT산업의 주축을 이루는 반도체 메모리, display산업은 제조업 기반 전력다소비 산업이다.

자동차, 철강, 밧테리 등도 결코 퇴출시킬 수 없는 산업이다. 값싼 전력을 확보하여 재래산업의 경쟁력을 지켜 준다면 전력은 모자랄 것이다. 지금 막 시작된 유가하락도 얼마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는 세계의 산업판도를 바꿀 수 있다.

중국이 호기를 맞아 경제성장을 계속한다면 재래산업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10여년 전에 겪은 산업자재난이 재현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여 전력설비를 확보해야 한다. 정부를 중심으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예비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있다. 물론 경비절감을 위한 노력이야 필요하지만 과도한 경제성추구는 곤란하다.

혹여 설비예비율을 16%선으로 낮춘다고 하면 이는 정말 곤란한 일이다. 그야말로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설비예비율은 20~25%선으로 유지하되 이에는 수명 만료된 원전과 노후발전설비는 완전히 제외시켜야 한다. 원전수명 연장은 전력이 부족할 경우 사용하는 비상수단으로 유보해 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유동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여력이 확보될 수 있다.

취약한 송전망 보강이 급선무이며 송전선 경유지확보를 위한 근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기는 수송할 수 있는 송전선이 확보되지 않으면 생산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나 송전선 건설이 난관에 부딪혀 있다. 밀양사태가 겨우 해결되어 발등의 불은 껐지만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

과거에는 정부나 전력회사는 국익을 내세워 갑의 위치에서 공사를 강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주민들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공사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지역의 불이익은 먼저 지자체가 반대하며 주민들의 반발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인 보상방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송전선 건설이 거의 불가능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널리 인식되어 있고 해결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에 송주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보상범위가 충분치 못하여 경유지확보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송전선 가치만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융통으로 수도권의 가스터빈 발전을 줄일 수 있다면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그 경비감소가 송전선로의 가치이며 적정투자비를 결정한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정공법을 써야 한다. 송전선 전자파의 유·무해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실제적인 지가 하락이 있다면 이를 주민들에게 강제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 송전선 부근의 땅은 어느 곳이든 시가의 80%에 정부가 매입한다는 등의 주민부담의 마지노선을 정해야 한다.

그러면 최소한 자살이라는 주민들의 극한행동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밀양주민의 자살이유 중의 하나가 농협이 대출담보(60%정도)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또한 수혜자인 대기업들도 경유지확보에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가 매입한 땅은 대기업들에게 재불하할 수 있고 또한 이를 통하여 기업영농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지가하락에 따른 손해를 주민들에게 강제로 부담지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주민도 살고 전력산업이 산다. 
 
마지막으로 제도개혁을 필요하다는 점을 들고 싶다. 
모든 제도는 실질적 효과를 일구어 낼 수 있도록 개편되어야 한다. 목적을 이루어낼 가능성이 없으면 과감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그야말로 실사구시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현재 제도상 가장 큰 문제점은 전력수급을 책임지는 사령탑이 없다는 것이다.

이 역할을 정부가 대신하고 있는데 이것이 전력산업에 관치를 불러들이고 있다. 정치논리에 휘둘린 전력산업이 결코 잘 될 수가 없으며 그 부작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많았다. 한편 전력산업은 공적인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에 공적인 감시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전기위원회가 그 감시역할을 맡고 있지만 기능과 권한, 위상과 규모 등의 면에서 임무수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전력시장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실질적 경쟁에 의한 효율성제고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조직을 방만하게 해서 오히려 비효율을 조장하고 있다. 전력산업 판매분할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는 의문투성이다. 또 다른 정치논리에 휘말려 들고 있는 느낌이다. 모든 일에는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실사구시, 이에 기초하여 전력산업의 전반적 제도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은 전력수급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기관을 만들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을 이루는 것, 그리고 명실상부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 전력수급 감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만 갖추어지면 두 기관에 의하여 나머지 제도들은 저절로 방향을 잡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끝으로 여담 하나 사족을 단다면, 전력산업을 통한 경기부양이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확대재정을 지향하고 있다. 이로 인한 ‘앤 대비 원고’로 우리나라 수출산업이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대응책으로 우리나라도 재정확대정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재정확대는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재정확대는 산업인프라 투자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새로 건설할 송전선의 경유지 매입에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봄직하다. 투자효과는 확실히 보장된다. 이 방법의 최대 장점은 매입한 땅을 대기업에 재불하한다면 풀어 놓은 재정의 회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불하 시기를 조절함으로써 전체 통화량 조절도 용이하다. 선하지 매입은 주민들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선로부터 시작하면 된다. 풀려 나간 돈은 시중에 유통되면서 경기를 부양하고 부동산도 활성화시킬 것이다. 또한 대기업이 선하지를 일괄 매입하여 기업영농의 기틀을 닦는다면 우리나라 농업 경쟁력 향상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전력산업을 통한 경기부양, 한번쯤 생각해볼만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