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심는 한국 축산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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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천달러선을 넘어섰다.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돈 많은 사람 수를 따지면 한국은 중국을 따라잡지 못한다. 중국 부자는 한국 인구보다 많다고 할 정도다. 이 때문인지 중국에서도 소비 패턴에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중국에서는 비싼 물건이 더 잘 팔린다. 이런 흐름을 타고 최고급 육류 생산을 앞세운 한국 축산산업이 상륙하고 있다.
산둥(山東)성의 빈저우(濱州)시. 이곳에는 성내 최대 규모의 소고기 집산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베이징(北京) 톈진(天津) 칭다오(靑島) 다롄(大連) 등 보하이(渤海)만 주변의 대도시는 물론 한국과 일본 시장을 겨냥해서다. 이 같은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것은 소비시장이 가깝기도 하지만 고급육 생산의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중남부로부터 산둥∼허베이(河北)∼산시(陝西)성을 잇는 지역은 맛있는 고기 생산에 가장 알맞은 기후와 토양을 갖추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동아시아의 축산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옌타이(煙臺) 유미식품의 윤병국 사장은 “동아시아 축산산업에 큰 변화가 몰아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잠잠했던 중국의 축산산업이 조만간 한국과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한국 축산산업은 이에 밀릴세라 이미 중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축산 사업자들은 최근 베이징과 산둥성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소고기 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베이징 교외의 화이러우(懷柔)와 순이(順義)구 지역에는 베이징중레이(北京中磊)사료유한공사( 중레이)의 축산기지가 있다. 이곳에는 무항생제 바이오사료를 만드는 공장과 이 사료를 먹여 키우는 닭 9만마리, 돼지 3천마리 규모의 축사가 들어서 있다. 중레이가 생산하는 돼지·닭고기와 계란은 최고급으로 인정받으며 힐튼호텔 등 주요 호텔과 궈마오(國貿)·타이핑양(太平洋) 등 주요 백화점에 공급되고 있다.
중레이를 일으킨 사람은 1999년부터 바이오사료 개발에 매달린 이석민 사장이다. 그는 ‘라이펙’(Lifech)이라는 이름의 무항생제 활성 미생물 발효 사료로 중국 축산시장을 석권하는 꿈을 꾸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육류 공급업체로 지정받기 위한 작업에도 들어갔다. 중레이는 이를 위해 최근 친황다오(秦皇島) 시정부와 라이펙을 이용한 돼지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장은 “베이징올림픽 육류 공급업체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베이징의 하루 돼지 소비 2만마리의 10%인 2천마리 이상을 공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라이펙 사료를 먹인 돼지 생산지역을 산둥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돼지 개척 싸움이 벌어지는 데 반해 산둥성에서는 소고기시장 개척전이 벌어지고 있다.
고급 소고기 시장 파고들기를 시작한 곳은 웨이하이(威海)의 해성농축산과 옌타이의 유미식품이다. 해성농축산은 남원 구례지역의 농축산 자본이 산둥성에 세운 축산기지다. 2001년에 건설된 이 목장에서는 현재 5백마리가 비육우로 키워지고 있다.
윤민호 사장은 “소 사육 규모를 앞으로 5천마리까지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규모가 커지는 중국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다. 유미식품은 지난해 10월 옌타이 공항 인근에서 소 사육을 시작한 이후 비육우 규모를 늘리고 있다. 칭다오에서도 한국 축산사업자들이 소 사육을 시작했다.
소 키우는 기술 하나로 중국 시장에 뛰어든 이들은 최고 육질로 승부를 걸고 있다. 중국 소는 풀을 먹고 자란다. 그런 만큼 고기 질도 떨어진다. 그러나 해성농축산과 유미식품에서는 최고 육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곡물 사료를 먹이며 키토산과 땅콩까지 먹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둥성 인근에서는 이들에게서 소고기를 사가려는 사람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축산산업은 위태롭기만 하다. 산둥성은 중국에서도 농축산물의 최대 수출기지다. 국내 최대 소비시장인 수도권과 산둥성의 거리는 4백㎞에도 미치지 못한다. 거리만 따지면 영호남∼수도권 거리와 비슷하다. 소·돼지를 기르는 환경이 국내에 뒤지는 것도 아닌데 국내에 비해 땅값은 10분의 1, 인건비는 6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동질의 고기로 맞붙으면 한국산 고기가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짜낸 생각이 ‘우수한 한우’를 기반으로 최고 품질의 고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지금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까. 소·돼지·닭고기를 비롯해 중국산 생육이 한국에 그대로 들어온 적이 거의 없다.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 온갖 이유를 들어 중국산 생육의 수입을 억제해온 결과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고 있다. 중국은 산둥성을 비롯한 일부 지역을 ‘청정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축산물 수출에 팔을 걷고 나서겠다는 뜻이다.
윤민호 해성농축산 사장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세계 최대의 소고기 수입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 축산업이 살아날 길은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 생존전략을 짜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축산업 살려면 中 고급육시장 뚫어야" 일반육과 30배이상 가격차:중국은 축산에 관한 한 한국에는 두려운 존재다. 워낙 싼 땅값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은 가격 경쟁에서 한국을 압도한다. 이 때문에 한국 쪽에서는 틈만 있으면 중국의 축산물 유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고 좌절할 일만은 아니다. 윤병국 유미식품 사장은 “한국 축산업은 중국 고급육 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중국에서도 돈 많은 사람은 고급육을 먹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에서도 고급육과 저급육의 가격 차이는 갈수록 벌어진다. 한국의 경우 햄버거에 쓰이는 하급 소고기 가격은 ㎏당 3천∼4천원. 그러나 최고급 소고기는 10만원을 웃돈다. 30배 정도의 가격차이다. 중국에서는 일반 소고기가 ㎏당 2천백원 정도인 데 반해 고급육은 2만8천원선이다. 그러나 베이징과 상하이 등 일부 지역에서는 7만∼8만원짜리 고급육도 쉽게 팔린다. 중국에서 이 같은 현상은 2∼3년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최고급 고기 가격은 어디까지 치솟을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해성농축산의 윤민호 사장은 “이미 중국시장에서는 고급육의 가격 한계가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사료에 쓰이는 곡물 가격은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오히려 싸다. 소고기 사료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옥수수의 중국 내 가격은 미국 시카고 곡물시장보다 비싸다. 국내 곡물사료로 쓰이는 옥수수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배합사료 가격은 한국이 중국보다 오히려 싼 것으로 전해진다. 윤민호 사장은 “그나마 싼 곡물사료 가격을 앞세워 고급육 시장 뚫기에 나서면 중국과 맞설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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