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사업

아르데코디자인

구봉88 2009. 12. 11. 08:32


아르데코 스타일은 1900~1930년,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에서 아주 잠깐 존재했다. 그런데 이 짧은 순간 속에 모든 현대적인 양식의 시초가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공예 시대에서 산업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등장한 이 사조는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과 같은 건축에서부터 비롯되어 가구, 생활 소품, 패션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장식미와 기능성, 화려함과 단순함이 공존하는 이 매혹의 스타일은 올해 초반부터 파리를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리지널 아르데코 가구가 파리 현지 갤러리와 옥션을 통해 고가에 거래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벌써 몇몇 트렌드 세터들은 그 매력에 빠져 있는 상태다. 고급스럽지만 기계적이고, 화려하지만 모던한, 이 실험적인 스타일에서 새로운 인테리어에 대한 갈증을 풀어본다.


아르데코의 정수는 장식보다 재료에 있다
미술사가들은 시대마다 그 특징에 따라 별명처럼 이름을 붙이는 습관이 있다. 그들은 1900~1930년대까지 아르데코 스타일이 나타났던 30년을 ‘미친 시대 an? folle ’라고 부른다. 아르누보가 탄생한 시기인 1890~1900년대를 일컫는 ‘벨 에포크 bell ?oque (아름다운 시대)’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명칭이다. 이 시기는 왜 ‘미친 시대’였을까?
기나긴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났다. 파리에는 다시 재즈와 탱고의 선율이 흘렀다. 전쟁 동안 남자들을 대신해 산업 전선에 나가 나라를 지탱했던 것은 강인한 여인들이었다. 덕택에 담뱃대를 길게 잡고 밤새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추는, 두려움 없고 자유로운 여성상이 새 시대의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물랭루주에서 샴페인을 들이켜며 밤새도록 춤을 추고,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를 들었다. 그뿐이 아니다. 발전한 군수품 산업은 일반 대중에게도 생활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고, 비행기를 이용하는 부자도 있었다. 거리에는 하수도 시설이 미비한 옛날식 건물이 철거되고, 엘리베이터와 중앙난방, 욕조와 같은 신문물을 갖춘 건물이 들어섰다. 이들은 휘어진 곡선과 조각 장식 대신 네모반듯하며 완벽한 대칭 구도에 격자무늬를 장식하고 있었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와 말레 스티븐 Mallet Steven, 훌만Rulhmann 같은 인물이 새 시대의 건축가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런 건축계의 바람은 필연적으로 실내장식 디자인의 변화를 가져왔다. 전환기의 가능성과 혼돈이 함께 일렁이는 이 변화의 시절을 후대의 사람들은 ‘아르데코’라 부르고 ‘미친 시대’라 별명 지었다. 그러나 아무리 혁신적인 디자인이라 해도 사람들이 그것을 익숙하게 느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기능이 형태를 앞선다는 이론을 펼치며 전통 장식 요소를 깡그리 없애버린 기능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옛날식 장식을 좋아했다. 때문에 제아무리 야심만만한 아르데코의 디자이너라도 장식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다만 이전 시대인 아르누보의 가녀리고 아름다운 꽃 조각, 유연하게 흐르는 나무 기둥 장식 대신 동일하게 반복되는 꽃 패턴과 원, 삼각형, 사각형의 기하학적 모티프로 변했을 뿐이다.
아르데코의 가장 큰 특징은 사실 장식보다는 재료에 있다. 군수 산업으로 돈을 번 부자들은 유행에 따라 단순하고 직선적인 디자인을 탐했다. 그러나 나무를 네모반듯하게 잘라 고작 동그라미 몇 개를 새긴 서랍장을 주문하고 보면 역시나 초라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무언가 이 현기증 나게 매혹적인 시대를, 도처에 새로운 것들이 출현하는 감각의 시대를 표현해줄 요소가 있어야 했다. 이런 생각이 바로 역사상 가장 화려한 재료를 아낌없이 썼다고 평가받는 아르데코의 특징을 만들었다. 식민지 인도에서 티크를 접하고 남아메리카의 거대한 고무 농장에서 사방에 널린 흑단을 본 사람들은 이를 유럽으로 실어왔다. 디자이너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인도산 티크, 쿠바산 흑단, 일본산 오쿠메 등의 목재와 귀갑, 조가비, 상아, 상어 가죽,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칠기까지 온갖 귀한 소재를 실내장식과 가구를 위해서 아낌없이 써댔다. 패션 디자이너 잔 랑방Jeanne Lanvin은 이 시대의 총아나 다름없었다. 파리의 가난한 모자 가게 점원이었던 그가 만든 ‘랑방’이라는 브랜드는 1925년 파리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데 자르 데코라티브International des Arts Decoratifs 만국 박람회에서 샤넬과 비오네Vionnet, 파투Patou와 나란히 쇼룸을 선보였다. ‘아르데코Art Deco’라는 용어는 바로 이 박람회의 명칭에서 비롯된 것. 박람회의 전시장이었던 그랑 팔레Grand Palais는 당시 세계의 유행을 휩쓸던 디자이너들의 쇼룸으로 가득 찼다. 옷뿐이 아니다. 카르티에나 모브상, 쇼메 같은 고급 보석상들, 세브르나 리모주, 바카라, 생루이 같은 도자기와 크리스털 업체까지. 복도를 지나가기만 해도 눈이 부실 만큼 현란한 이 전시장을 디자인한 인물들은 또 누구였던가? 이리브Iribe, 그루트Groult, 하토Rateau 등 당대를 주름잡던 실내 디자이너들이 지상에서 가장 귀한 소재들을 아낌없이 활용해 전시장을 단장했다.

 건축부터 실내장식, 패션까지 하나의 스타일로 이 시대의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옷만 잘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일본에서 가져온 칠기 가구를 자신의 숍에 아낌없이 펼쳐놓았던 샤넬처럼 유명 디자이너라면 실내장식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져야 했다. 잔 랑방의 실내 디자인을 위한 파트너는 하토였다. 청동으로 조각한 거대한 문, 티크로 만든 벽 장식 등 랑방의 숍이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포진한 생 토노레 거리에서 단연 최고였던 데에는 하토의 공이 컸다. 하토는 아르데코의 실내 디자이너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을 고루 지니고 있었다. 그는 전통 가구 제작법을 가르치는 학교인 에콜 드 불Ecole de Boulle 출신. 아르데코 디자이너들은 형태에서는 모던함을 추구하되 소재의 가공에서는 고전 시대의 정밀함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이런 하토와 잔 랑방이 만나 만들어낸 실내 장식의 정점이 바로 파리의 아르데코라티브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 잔 랑방의 아파트. 하토는 이곳을 폼페이 유적과 클래식한 소재에서 영감을 받아 사슴, 새, 물고기, 꽃등의 온갖 자연물 모티프를 가구와 벽, 천장에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시절은 오래지 않아 막을 내린다. 다시금 전운이 깃들기 시작하고 1929의 대공황과 나치즘의 바람이 불면서 아르데코는 사라져 갔다. 그러나 사진 속 랑방의 아파트처럼 모든 현대 디자인의 근원을 품고 있는 아르데코는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창조적인 영감을 건네고 있다.


1 기하학적 패턴의 묘미 기본 형태의 반복, 동심원, 지그재그 등 기하학적인 패턴의 사용은 아르데코 스타일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아르누보가 수공예적인 방식으로 완성되는 연속적인 곡선을 강조하며 공업과의 타협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데 비해, 아르데코는 공업적 생산 방식과 미술을 결합시켰다. 기하학적 패턴이 등장했고 화려한 꽃문양을 쓰더라도 형태를 단순화시켰으며 반복 가능한 규칙적인 모양을 사용했다. 자주 등장하는 특징적 모티프로는 여성의 누드, 사슴이나 양, 식물 덩굴, 태양광선, 뾰족탑 등이 있다.
뒤로 보이는 사진 프린트는 1904년 완성된 독일 뒤셀도르프의 레스토랑 내부 인테리어. 테이블과 의자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존타Zonta의 제품으로 네오필에서 판매. 테이블 위의 촛대는 하우스 오브 스칸디나비아, 접시는 장식가게 고리 제품. 사진 실사 출력은 이프앤애드(02-2277-5963).
2 짙고 도드라지는 원색 색채 아르데코는 이국적 정서가 넘치는 러시아 발레단에서 영감을 받아 뚜렷한 색채 대비를 즐겨 사용했다. 이는 아르데코의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를 표현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토파즈 블루, 그린, 오렌지 같은 선명한 색을 많이 쓰고 동시에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받아 담회색, 청회색, 노란색, 군청색도 즐겨 사용했다. 실내 인테리어에서 색채를 마치 칸딘스키 그림처럼 분할 구도로 활용한 점도 특이하다.
왼쪽의 투피스와 모자는 아르데코 시대에 여성 패션의 혁신을 몰고 왔던 샤넬 제품. 책상 위 왼쪽에 놓인 볼은 하우스 오브 스칸디나비아, 토파즈 블루 화병은 네오필, 탁상시계는 제인 인터내셔널, 사각형 스탠드는 햄튼 제품. 책상과 의자는 네오필에서 판매.

대칭 구도가 만드는 완결성 아르데코는 새로운 건축에 어울리는 실내 인테리어를 고민하면서부터 비롯된 양식이었다.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 로에 등 아르데코 시대 건축가들이 새롭게 보여준 건축물은 대부분 직선적이며 장식이 없는 간결한 디자인이었고,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이는 실내장식과 가구 디자인으로도 이어졌다. 기계적인 추상 형태나 직선을 대칭으로 배열해 공간을 장식하고, 전체 틀을 이루는 형태 자체도 대칭을 이루도록 했다. 이러한 대칭 구도는 직선, 기하학적 패턴과 함께 기능적이면서도 완결되고 안정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호화로운 소재, 고급스러운 질감 아르데코는 단순화된 디자인에 화려함을 줄 수 있도록 마호가니, 티크, 흑단, 자개, 진주, 상아 등 귀한 소재를 아낌없이 썼다. 당시 인도, 남아메리카 등 식민지에서 새롭게 접한 고급 소재가 사용되었음은 당연하다. 또한 산업화되기 시작한 시대를 반영하여 유리, 알루미늄, 크롬, 니켈 등 현대적인 소재를 동시에 사용했다. 고급스러운 자연 재료와 신문물의 산업 재료가 만들어내는 조화는 아르데코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든다.
왼쪽에 놓인 과감한 스틸 프레임 거울은 장식가게 고리 제품. 기하학적 디자인의 장식장은 네오필에서 판매한다. 유리로 만든 새 오브제는 뮤지엄 컴퍼니, 자개함은 더원, 진주가 장식된 체인 목걸이와 녹색 대리석 라이터는 샤넬, 별 오브제는 아르마니 까사 제품.


1 건축 사진으로 파티션을
아르데코 스타일은 강렬하고 멋있지만 막상 집안에 적용하려면 막연하게만 느껴진다. 또한 고급 소재로 만든 아르데코 가구를 구입하기도 만만치 않다. 아르데코 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었던 분야인 건축 사진을 실사 프린트해 장식해보자. 직선적이고 기능적인 특징이 살아 있는 건축물 사진을 파티션이나 이미지월로 연출하면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파티션으로 실사 프린트한 사진은 1926년 완성된 뉴욕 파라마운트 빌딩. 1918년에 디자인된 헤리트 리트펠트의 레드 ?블루 체어 리프러덕션 제품은 네오필에서 판매한다. 쿠션은 동현 D.H인터내셔널, 크리스털 체스판은 스와로브스키, 화이트 기둥은 더 클래식, 카펫은 렉슈어, 깃털 조명갓은 세컨드 호텔 제품이다.
2 블랙 컬러를 과감하게
아르데코 느낌을 분명하게 살리기에 좋은 컬러는 블랙. 특히 굵게 수직으로 떨어지는 블랙 스트라이프는 강렬하고 모던한 아르데코 스타일을 표현하기에 효과적이다. 커튼, 벽지 등으로 블랙 스트라이프를 과감하게 연출해보자. 벨벳, 새틴 등 광택 있는 패브릭을 사용하면 화려함을 더할 수 있다.
벽에 늘어뜨린 블랙 스프라이트 패브릭과 의자, 왼쪽에 놓인 철제 프레임 샹들리에는 모두 로빈힐 제품. 반짝이는 금빛 문양이 화려한 보라색 벨벳 쿠션은 데코 다이브 제품.
3 장식 프레임을 활용하라
아르데코 특유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프레임 하나, 오브제 하나만 잘 매치해도 한결 스타일이 살아날 것이다. 장식적인 모티프의 반복이나 기하학적인 형태가 확실한 소품을 골라 데커레이션 해보자. 석고, 유리, 대리석, 스틸 등 소재 자체의 느낌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고르도록 한다.
석고 프레임 거울이 앞에 놓인 유리병과 소재의 대비를 이루어 이색적이다. 거울과 유리 오브제, 왼쪽의 석고상은 모두 로빈힐 제품.


4 직선, 마름모 패턴의 벽지
아르데코 스타일에 어울리는 벽지 패턴은 역시 기하학적인 문양. 굵은 수직 스트라이프나 사각형, 마름모형, 단순화된 곡선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고르도록 한다. 컬러는 모노톤을 선택하는 것이 가구와 소품의 소재감을 살리기에 알맞다.
벽지는 왼쪽부터 차례로 그랜드 데코, did벽지, 새생활벽지에서 판매한다. 루이고스트 의자는 제인 인터내셔널, 의자 위의 블랙 쿠션은 유앤어스 제품. 바닥에 놓인 쿠션은 미쏘니홈 제품으로 웰즈에서 판매하며, 카펫은 렉슈어 제품.
5 아르데코 디자인 가구 하나로 승부하라
제대로 된 아르데코 가구 하나 장만해두면 공간에 훨씬 힘이 생긴다. 고가의 오리지널 제품이 부담스럽다면 리프러덕션 가구나 아르데코 스타일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최근 디자인의 가구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 기하학적인 개성이 있는지, 소재감이 돋보이는지, 대칭을 이루는지 등 아르데코의 특징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서랍장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존타의 디자인으로 네오필에서 판매. 서랍장 위 검은 두상 오브제는 뮤지엄컴퍼니, 오른쪽 유리병과 인체 조각, 조명은 네오필에서 판매.
6 광택 있는 소재를 선택하라
영롱하게 빛나는 광채는 아르데코의 화려함을 제대로 완성시켜 주는 요소. 특히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화병, 베네치안 거울, 골드 액자 등은 당시 즐겨 사용되던 아이템이다. 형태는 단순하지만 유리, 아크릴, 자개, 벨벳, 새틴 등 광택이 있는 소재를 선택하도록 한다.
스탠드는 제인 인터내셔널, 스탠드 옆의 이집트풍 오브제는 뮤지엄 컴퍼니, 자개 접시 보드는 더원, 컵받침은 웰즈에서 판매한다. 패브릭은 동현 DH인터내셔널, 매킨토시 의자와 테이블은 네오필 제품.

아르데코 스타일은 1900~1930년,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에서 아주 잠깐 존재했다. 그런데 이 짧은 순간 속에 모든 현대적인 양식의 시초가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공예 시대에서 산업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등장한 이 사조는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과 같은 건축에서부터 비롯되어 가구, 생활 소품, 패션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장식미와 기능성, 화려함과 단순함이 공존하는 이 매혹의 스타일은 올해 초반부터 파리를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리지널 아르데코 가구가 파리 현지 갤러리와 옥션을 통해 고가에 거래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벌써 몇몇 트렌드 세터들은 그 매력에 빠져 있는 상태다. 고급스럽지만 기계적이고, 화려하지만 모던한, 이 실험적인 스타일에서 새로운 인테리어에 대한 갈증을 풀어본다.


아르데코의 정수는 장식보다 재료에 있다
미술사가들은 시대마다 그 특징에 따라 별명처럼 이름을 붙이는 습관이 있다. 그들은 1900~1930년대까지 아르데코 스타일이 나타났던 30년을 ‘미친 시대 an? folle ’라고 부른다. 아르누보가 탄생한 시기인 1890~1900년대를 일컫는 ‘벨 에포크 bell ?oque (아름다운 시대)’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명칭이다. 이 시기는 왜 ‘미친 시대’였을까?
기나긴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났다. 파리에는 다시 재즈와 탱고의 선율이 흘렀다. 전쟁 동안 남자들을 대신해 산업 전선에 나가 나라를 지탱했던 것은 강인한 여인들이었다. 덕택에 담뱃대를 길게 잡고 밤새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추는, 두려움 없고 자유로운 여성상이 새 시대의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물랭루주에서 샴페인을 들이켜며 밤새도록 춤을 추고,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를 들었다. 그뿐이 아니다. 발전한 군수품 산업은 일반 대중에게도 생활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고, 비행기를 이용하는 부자도 있었다. 거리에는 하수도 시설이 미비한 옛날식 건물이 철거되고, 엘리베이터와 중앙난방, 욕조와 같은 신문물을 갖춘 건물이 들어섰다. 이들은 휘어진 곡선과 조각 장식 대신 네모반듯하며 완벽한 대칭 구도에 격자무늬를 장식하고 있었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와 말레 스티븐 Mallet Steven, 훌만Rulhmann 같은 인물이 새 시대의 건축가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런 건축계의 바람은 필연적으로 실내장식 디자인의 변화를 가져왔다. 전환기의 가능성과 혼돈이 함께 일렁이는 이 변화의 시절을 후대의 사람들은 ‘아르데코’라 부르고 ‘미친 시대’라 별명 지었다. 그러나 아무리 혁신적인 디자인이라 해도 사람들이 그것을 익숙하게 느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기능이 형태를 앞선다는 이론을 펼치며 전통 장식 요소를 깡그리 없애버린 기능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옛날식 장식을 좋아했다. 때문에 제아무리 야심만만한 아르데코의 디자이너라도 장식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다만 이전 시대인 아르누보의 가녀리고 아름다운 꽃 조각, 유연하게 흐르는 나무 기둥 장식 대신 동일하게 반복되는 꽃 패턴과 원, 삼각형, 사각형의 기하학적 모티프로 변했을 뿐이다.
아르데코의 가장 큰 특징은 사실 장식보다는 재료에 있다. 군수 산업으로 돈을 번 부자들은 유행에 따라 단순하고 직선적인 디자인을 탐했다. 그러나 나무를 네모반듯하게 잘라 고작 동그라미 몇 개를 새긴 서랍장을 주문하고 보면 역시나 초라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무언가 이 현기증 나게 매혹적인 시대를, 도처에 새로운 것들이 출현하는 감각의 시대를 표현해줄 요소가 있어야 했다. 이런 생각이 바로 역사상 가장 화려한 재료를 아낌없이 썼다고 평가받는 아르데코의 특징을 만들었다. 식민지 인도에서 티크를 접하고 남아메리카의 거대한 고무 농장에서 사방에 널린 흑단을 본 사람들은 이를 유럽으로 실어왔다. 디자이너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인도산 티크, 쿠바산 흑단, 일본산 오쿠메 등의 목재와 귀갑, 조가비, 상아, 상어 가죽,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칠기까지 온갖 귀한 소재를 실내장식과 가구를 위해서 아낌없이 써댔다. 패션 디자이너 잔 랑방Jeanne Lanvin은 이 시대의 총아나 다름없었다. 파리의 가난한 모자 가게 점원이었던 그가 만든 ‘랑방’이라는 브랜드는 1925년 파리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데 자르 데코라티브International des Arts Decoratifs 만국 박람회에서 샤넬과 비오네Vionnet, 파투Patou와 나란히 쇼룸을 선보였다. ‘아르데코Art Deco’라는 용어는 바로 이 박람회의 명칭에서 비롯된 것. 박람회의 전시장이었던 그랑 팔레Grand Palais는 당시 세계의 유행을 휩쓸던 디자이너들의 쇼룸으로 가득 찼다. 옷뿐이 아니다. 카르티에나 모브상, 쇼메 같은 고급 보석상들, 세브르나 리모주, 바카라, 생루이 같은 도자기와 크리스털 업체까지. 복도를 지나가기만 해도 눈이 부실 만큼 현란한 이 전시장을 디자인한 인물들은 또 누구였던가? 이리브Iribe, 그루트Groult, 하토Rateau 등 당대를 주름잡던 실내 디자이너들이 지상에서 가장 귀한 소재들을 아낌없이 활용해 전시장을 단장했다.

 건축부터 실내장식, 패션까지 하나의 스타일로 이 시대의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옷만 잘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일본에서 가져온 칠기 가구를 자신의 숍에 아낌없이 펼쳐놓았던 샤넬처럼 유명 디자이너라면 실내장식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져야 했다. 잔 랑방의 실내 디자인을 위한 파트너는 하토였다. 청동으로 조각한 거대한 문, 티크로 만든 벽 장식 등 랑방의 숍이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포진한 생 토노레 거리에서 단연 최고였던 데에는 하토의 공이 컸다. 하토는 아르데코의 실내 디자이너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을 고루 지니고 있었다. 그는 전통 가구 제작법을 가르치는 학교인 에콜 드 불Ecole de Boulle 출신. 아르데코 디자이너들은 형태에서는 모던함을 추구하되 소재의 가공에서는 고전 시대의 정밀함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이런 하토와 잔 랑방이 만나 만들어낸 실내 장식의 정점이 바로 파리의 아르데코라티브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 잔 랑방의 아파트. 하토는 이곳을 폼페이 유적과 클래식한 소재에서 영감을 받아 사슴, 새, 물고기, 꽃등의 온갖 자연물 모티프를 가구와 벽, 천장에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시절은 오래지 않아 막을 내린다. 다시금 전운이 깃들기 시작하고 1929의 대공황과 나치즘의 바람이 불면서 아르데코는 사라져 갔다. 그러나 사진 속 랑방의 아파트처럼 모든 현대 디자인의 근원을 품고 있는 아르데코는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창조적인 영감을 건네고 있다.


1 기하학적 패턴의 묘미 기본 형태의 반복, 동심원, 지그재그 등 기하학적인 패턴의 사용은 아르데코 스타일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아르누보가 수공예적인 방식으로 완성되는 연속적인 곡선을 강조하며 공업과의 타협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데 비해, 아르데코는 공업적 생산 방식과 미술을 결합시켰다. 기하학적 패턴이 등장했고 화려한 꽃문양을 쓰더라도 형태를 단순화시켰으며 반복 가능한 규칙적인 모양을 사용했다. 자주 등장하는 특징적 모티프로는 여성의 누드, 사슴이나 양, 식물 덩굴, 태양광선, 뾰족탑 등이 있다.
뒤로 보이는 사진 프린트는 1904년 완성된 독일 뒤셀도르프의 레스토랑 내부 인테리어. 테이블과 의자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존타Zonta의 제품으로 네오필에서 판매. 테이블 위의 촛대는 하우스 오브 스칸디나비아, 접시는 장식가게 고리 제품. 사진 실사 출력은 이프앤애드(02-2277-5963).
2 짙고 도드라지는 원색 색채 아르데코는 이국적 정서가 넘치는 러시아 발레단에서 영감을 받아 뚜렷한 색채 대비를 즐겨 사용했다. 이는 아르데코의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를 표현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토파즈 블루, 그린, 오렌지 같은 선명한 색을 많이 쓰고 동시에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받아 담회색, 청회색, 노란색, 군청색도 즐겨 사용했다. 실내 인테리어에서 색채를 마치 칸딘스키 그림처럼 분할 구도로 활용한 점도 특이하다.
왼쪽의 투피스와 모자는 아르데코 시대에 여성 패션의 혁신을 몰고 왔던 샤넬 제품. 책상 위 왼쪽에 놓인 볼은 하우스 오브 스칸디나비아, 토파즈 블루 화병은 네오필, 탁상시계는 제인 인터내셔널, 사각형 스탠드는 햄튼 제품. 책상과 의자는 네오필에서 판매.

대칭 구도가 만드는 완결성 아르데코는 새로운 건축에 어울리는 실내 인테리어를 고민하면서부터 비롯된 양식이었다.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 로에 등 아르데코 시대 건축가들이 새롭게 보여준 건축물은 대부분 직선적이며 장식이 없는 간결한 디자인이었고,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이는 실내장식과 가구 디자인으로도 이어졌다. 기계적인 추상 형태나 직선을 대칭으로 배열해 공간을 장식하고, 전체 틀을 이루는 형태 자체도 대칭을 이루도록 했다. 이러한 대칭 구도는 직선, 기하학적 패턴과 함께 기능적이면서도 완결되고 안정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호화로운 소재, 고급스러운 질감 아르데코는 단순화된 디자인에 화려함을 줄 수 있도록 마호가니, 티크, 흑단, 자개, 진주, 상아 등 귀한 소재를 아낌없이 썼다. 당시 인도, 남아메리카 등 식민지에서 새롭게 접한 고급 소재가 사용되었음은 당연하다. 또한 산업화되기 시작한 시대를 반영하여 유리, 알루미늄, 크롬, 니켈 등 현대적인 소재를 동시에 사용했다. 고급스러운 자연 재료와 신문물의 산업 재료가 만들어내는 조화는 아르데코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든다.
왼쪽에 놓인 과감한 스틸 프레임 거울은 장식가게 고리 제품. 기하학적 디자인의 장식장은 네오필에서 판매한다. 유리로 만든 새 오브제는 뮤지엄 컴퍼니, 자개함은 더원, 진주가 장식된 체인 목걸이와 녹색 대리석 라이터는 샤넬, 별 오브제는 아르마니 까사 제품.


1 건축 사진으로 파티션을
아르데코 스타일은 강렬하고 멋있지만 막상 집안에 적용하려면 막연하게만 느껴진다. 또한 고급 소재로 만든 아르데코 가구를 구입하기도 만만치 않다. 아르데코 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었던 분야인 건축 사진을 실사 프린트해 장식해보자. 직선적이고 기능적인 특징이 살아 있는 건축물 사진을 파티션이나 이미지월로 연출하면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파티션으로 실사 프린트한 사진은 1926년 완성된 뉴욕 파라마운트 빌딩. 1918년에 디자인된 헤리트 리트펠트의 레드 ?블루 체어 리프러덕션 제품은 네오필에서 판매한다. 쿠션은 동현 D.H인터내셔널, 크리스털 체스판은 스와로브스키, 화이트 기둥은 더 클래식, 카펫은 렉슈어, 깃털 조명갓은 세컨드 호텔 제품이다.
2 블랙 컬러를 과감하게
아르데코 느낌을 분명하게 살리기에 좋은 컬러는 블랙. 특히 굵게 수직으로 떨어지는 블랙 스트라이프는 강렬하고 모던한 아르데코 스타일을 표현하기에 효과적이다. 커튼, 벽지 등으로 블랙 스트라이프를 과감하게 연출해보자. 벨벳, 새틴 등 광택 있는 패브릭을 사용하면 화려함을 더할 수 있다.
벽에 늘어뜨린 블랙 스프라이트 패브릭과 의자, 왼쪽에 놓인 철제 프레임 샹들리에는 모두 로빈힐 제품. 반짝이는 금빛 문양이 화려한 보라색 벨벳 쿠션은 데코 다이브 제품.
3 장식 프레임을 활용하라
아르데코 특유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프레임 하나, 오브제 하나만 잘 매치해도 한결 스타일이 살아날 것이다. 장식적인 모티프의 반복이나 기하학적인 형태가 확실한 소품을 골라 데커레이션 해보자. 석고, 유리, 대리석, 스틸 등 소재 자체의 느낌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고르도록 한다.
석고 프레임 거울이 앞에 놓인 유리병과 소재의 대비를 이루어 이색적이다. 거울과 유리 오브제, 왼쪽의 석고상은 모두 로빈힐 제품.


4 직선, 마름모 패턴의 벽지
아르데코 스타일에 어울리는 벽지 패턴은 역시 기하학적인 문양. 굵은 수직 스트라이프나 사각형, 마름모형, 단순화된 곡선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고르도록 한다. 컬러는 모노톤을 선택하는 것이 가구와 소품의 소재감을 살리기에 알맞다.
벽지는 왼쪽부터 차례로 그랜드 데코, did벽지, 새생활벽지에서 판매한다. 루이고스트 의자는 제인 인터내셔널, 의자 위의 블랙 쿠션은 유앤어스 제품. 바닥에 놓인 쿠션은 미쏘니홈 제품으로 웰즈에서 판매하며, 카펫은 렉슈어 제품.
5 아르데코 디자인 가구 하나로 승부하라
제대로 된 아르데코 가구 하나 장만해두면 공간에 훨씬 힘이 생긴다. 고가의 오리지널 제품이 부담스럽다면 리프러덕션 가구나 아르데코 스타일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최근 디자인의 가구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 기하학적인 개성이 있는지, 소재감이 돋보이는지, 대칭을 이루는지 등 아르데코의 특징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서랍장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존타의 디자인으로 네오필에서 판매. 서랍장 위 검은 두상 오브제는 뮤지엄컴퍼니, 오른쪽 유리병과 인체 조각, 조명은 네오필에서 판매.
6 광택 있는 소재를 선택하라
영롱하게 빛나는 광채는 아르데코의 화려함을 제대로 완성시켜 주는 요소. 특히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화병, 베네치안 거울, 골드 액자 등은 당시 즐겨 사용되던 아이템이다. 형태는 단순하지만 유리, 아크릴, 자개, 벨벳, 새틴 등 광택이 있는 소재를 선택하도록 한다.
스탠드는 제인 인터내셔널, 스탠드 옆의 이집트풍 오브제는 뮤지엄 컴퍼니, 자개 접시 보드는 더원, 컵받침은 웰즈에서 판매한다. 패브릭은 동현 DH인터내셔널, 매킨토시 의자와 테이블은 네오필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