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스타들의 부동산 빌딩

구봉88 2010. 1. 30. 10:01

◆ 스타들의 빌딩 ◆

"한 층을 높여 지을 수도 있었지만, 고소영 씨는 대신 각 층의 층고를 높여

좋은 건물을 짓겠다고 하더군요. 다른 건축주와 달리 결정하면 번복하지 않고,

시원시원했습니다." "(탤런트 원빈 씨의 집은)아버지가 나무를 땔 수 있는

아궁이와 쇠죽을 끓일 수 있는 큰 솥을 현대적으로 녹이느라 고민을 좀 했죠."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대표(44)는 '건축주의 기억과 건축가의 소망을 퍼즐처럼 맞추는

건축'에 대해 술술 풀어놨다.


    

 

 

    

 

 

 

그는 탤런트 고소영 씨 소유 빌딩으로 알려진 '테티스'(서울 강남구 청담동), 원빈 씨 소유 전원주택 '루트하우스'(강원도 정선)를 설계했다.

두 건축물은 2008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각각 우수상과 본상을 받으면서

안팎으로 인정받았다. 이른바 '고소영 빌딩'으로 불리는 테티스 빌딩은 연면적 445㎡에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 빌딩이다. 이 건물은 1층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공간이 그대로 노출돼 있고, 2층부터는 창문 없이 콘크리트로만

꾸며져 있는 등 외관이 독특하다.

건물을 짓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특별한 일이다.

건축주가 누구냐에 관계없이 한 건 한 건이 독특한 경험인 셈.

곽희수 대표는 "대부분의 건축주는 자신이 기대하는 추상적인 이미지나,

때로 아주 사소한 부분만을 이야기한다"며 "처음부터 스케치나 모형도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했다. 강원도에서 농사짓는 부모님과 함께 살 집을 원했던 원빈 씨는 '농사짓는 아버지가 발을 털고 들어올 수 있는 깔개'와 '종종 집을 찾는 팬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곽 대표는 이런 파편들에서 넓은 마당과 툇마루를 끌어냈다.

그는 "설계 바탕에는 건축주인 원빈 씨의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이 묻어 있다"며 "아마도 건축주는 노부모에게 새집의 편리함보다 아랫목의 따뜻한

온기를 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건축주와의 작업이 고되지는 않았을까.

곽 대표는 "신승훈 씨는 꼼꼼해 하루 8시간씩 사무실에 와서 토론하는, 아주 학구적인 건축주였다"며 웃었다. 평소 감미로운 발라드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그의 목소리처럼 건축과정에서 보이는 성격과 사고 등도 매우 섬세하고

인상적이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고소영 씨도 적극적으로 설계에 참여해 일이 수월했단다. 한 층을 더 높여 지을 수도 있었지만 몇억 원대 임대료를 포기하며 "대신 층고를 높이자"고

대범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원빈 씨는 집안에 들어가는 전구 하나하나를 챙길 정도로 꼼꼼했다.

 곽 대표는 탤런트나 배우, 가수라는 직업상 인테리어에 대한 감각이

확실한 사람이 많은 것이 공통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가끔씩은 건축주와 건축가 간 의견 충돌도 있지 않을까.

곽 대표는 자기 자신을 '실용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는 "건축가는 건축주 마음을 읽는 마인드 리더이자 건축주의 꿈에 목소리를 입히는 변사가 돼야 한다"며 "건축주가 원하는 컨셉트가 있고 나의 작업 방식이 엇갈린다면 중간의 접합점을 만들어 내는 그것이 바로 창조적 건축과정"이라고 말했다.

곽 대표는 지난해 말 현대카드 TV 광고에 등장하면서 더욱 얼굴을 알렸다.

CF에서 레드카펫을 밟으며 '운이 좋았다'는 말은 사실

거짓말이라고 이야기하던 바로 그 사람이다.

강변북로를 타고 난지캠핑장을 지나가면 눈길을 잡아끄는

 '한강가디언스' 2개동 건물도 곽 대표의 손에서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