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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강신문=하얼빈)
재한 조선족이 힘들게 번 돈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한국에서 쓰는 돈은 얼마나 되며, 얼마나 송금하는가? 희로애락은 무엇인가? 본의 아니게 떨어져 지내야 하는 부부의 심정은 어떠한가? 재한 조선족이 생각하는 진정한 정착지는 또 어디인가?
한국에서의 '재한 조선족 삶의 현장에서' 취재를 통해 조선족 9명을 만나고 32명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현재 조선족들의 생활상이 어떤지,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성별, 연령 따른 소비경향
취재 도중 재한 조선족들이 거주하는 집 3곳을 방문했는데, 이들의 생활수준이 중국에서보다 많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냉동실에 고기 한 덩어리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야채값이 비싸 마음대로 사먹지도 못한다.
밥을 물에 말아 김치와 함께 마시듯 끼니를 때우고 일터로 향한다. 한국에 간지 몇년이 되도록 물건을 살 때 환율을 따지는 습관은 버리지 못했다. 중국에서 그렇게 좋아하던 술 담배는 줄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쓰는 돈을 아껴 한푼이라도 더 중국으로 보내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나 여성 재한 조선족들이 돈을 잘 아끼고, 부부가 함께 있는 이들도 절약을 생활화하며 돈을 모으고 있다. 남성의 경우 40~50대 대부분은 술자리를 절제했고, 손님이 오면 시장에서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술자리를 마련해 회포를 푼다. 식재료도 마트는 비싸기 때문에 재래시장을 찾는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한국 술은 비싸다며 도수가 높고 저렴한 중국술을 사 집에서 술 한잔을 하며 피곤한 몸과 향수를 달랜다. 남성 40대의 경우 한국 생활이 오래됐거나 재입국을 한 사람일수록 돈을 더 아끼고 있었다.
보통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에 오기 위해 진 빚을 갚기 위해 돈을 아낀다. 그러나 빚을 다 갚게 되면 씀씀이가 헤퍼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2~3년을 지내다 어느 순간 모아둔 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차싶어 다시 돈을 아끼는 사람이 많다.
미혼이거나 나이가 젊으면 젊음을 믿고 쓰고 또 벌면 된다는 생각에 절약을 잘 못하게 된다. 그러나 40대 중반부터는 자식 대학 등록금도 마련하고 결혼도 시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더불어, 나이가 들어 건강도 조금씩 나빠지고 하니 정신을 차리고 돈을 모으게 된다.
돈 벌면 어디로?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하는 것은 각자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조사결과, 50~60대 남성들의 경우 집세, 교통비, 식비, 전화비 등 최저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부쳐주고 있다.
연변 출신의 51세 조선족 남성은 농장일을 하면서 그곳에서 생활을 하는데, 의료보험비 등을 제한 나머지를 전부 중국에 있는 아내에게 보낸다.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는 한 50세 남성은, 월급 150만원 중 자신이 쓸 돈 20만원을 남기고 모두 중국으로 보내고 있다. 중국에 있는 가족의 생활은 물론 아들의 대학 학비도 이 돈으로 해결한다.
조선족 여성들과 40대 이상의 조선족 남성들은 이렇게 많은 액수를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다.
한편, 장춘 출신의 한 40대 조선족도 월급 100만원 중 자신이 쓸 용돈 정도는 남기고 중국으로 보낸다.
한국에 온지 3년이 됐다는 한 40대 남성은 음식점 주방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한달에 150만원을 번다. 그는 집세 등 생활비와 용돈을 제외하고 월급의 절반을 가족에게 송금한다.
한국 생활 1년 8개월째인 40대 여성은 월 120만원을 받는데, 함께 한국에 왔던 남편이 몸이 아파 귀국하고, 딸은 이미 중국에서 취업을 해 돈을 벌고 있어 매달 30만원씩만 남편에게 보낸다.
식당일을 하는 한국생활 8년차의 여성은 중국에 있는 남편이 병으로 일을 하지 못해 월 50만원씩 남편에게 보내준다. 아들이 일을 하고 있어서 50만원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에 돈을 보내면서 따로 저축을 하는 이들도 많다. 한 조선족 남성은 건설현장에서 하루 10만원을 번다. 그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면서 한국에 사는 부모님에게 돈을 맡겨 저축을 한다. 2년전 한국에 온 한 여성도 중국의 남편에게 돈을 보내는 한편 한국으로 시집온 친언니에게 돈을 맡겨 저금을 한다.
중국에 있는 친지들에게 따로 돈을 보내는 조선족들도 있다. 한 여성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면서 친정어머니에게 따로 돈을 송금해 저축토록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 사람 됨됨이를 잘 살펴야 한다. 중국에 있는 한 조선족 여성은 한국에서 일하는 친구 셋으로부터 "보관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송금을 받아 이를 밑천으로 투자를 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 물론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그 내막을 전혀 모른다.
중국으로 돈을 보내지 않는 재한 조선족도 있다. 한 남성은 6년 전 사이판에 갔다가 3년만에 중국으로 돌아왔지만 아내가 그 사이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혼 후 한국으로 간 남자는 그러나 다른 재한 조선족들처럼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다.
50대 여성은 남편이 한중 수교 이전 한국에 와 돈을 벌어 자식 둘을 유학까지 보냈다고 한다. 15년간 남편이 번 돈을 받아 생활했으니, 이제는 자신이 한국에 와 힘들게 돈을 버는 그녀는 "한국에 온 사람들이 바보라서 번돈을 죄다 중국에 보내겠느냐"며 중국의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 하는 조선족들의 마음을 나타냈다.
한국에 온지 10년인 40대 중반의 한 여성, 그동안 고된 식당 주방일을 쭉 하다보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어 아침마다 겨우 몸을 일으켜 일을
나간다.
그녀는 "귀국을 했다가 다시 한국으로 온 친구들은 나를 보고 '악착같이 돈 벌어서 가족에게 보내봐야 소용없다. 이제 치료도 받고 쉬엄쉬엄 일해라'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힘들게 벌어 보낸 돈으로 술마시고 좋은옷 사입고 흥청망청 잘도 쓰더라"는 말을 그녀에게 전했고, 그녀는 충격이 꽤 컸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중국에서 생활하는 많은 조선족들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한다. 한국에서 고생하는 그들에 비해 중국에서 조선족들은 그야말로 사치임을 절감케 하는 말이었다.
재한 조선족의 가계부
부엌까지 합쳐 10평방미터 될가말가 한 옥탑방에 사는 40대 후반 조선족 여성은, 한달 수입과 지출에 대해 묻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력사무소에 회원으로 등록을 하고 일당으로 식당일을 하면서 하루 13시간 이상 일을 해 일당 5만원 정도로 한달에 25일 일해 127만원 정도를 번다.
그 가운데 집세 한달에 15만원, 전기세와 물세 한달에 1만 5000원, 가스비는
여름에는 많이 안 나오지만 겨울에는 7만원 정도, 평균적으로 월 5만원 정도가 나온다.
여기에 교통비가 4만원, 전화비가 5만원, 인력사무소 회비 3만원, 그외 기타 생활비까지 해서 월 평균 40만원 정도 지출된다.
거기에 중국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에게 1년 학비와 생활비 200만원을 보내고, 1년에 한번 중국 집에 가면서 드는 돈을 빼고 나면 결국 1년에 500만원 정도밖에 모으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농촌 출신으로 한국 생활 1년이 됐다는 40대 조선족 남성, 아내도 한국에 있지만 일터가 달라 따로 살고 있다. 건설현장 일당 로동자로 일하며 하루 5만원을 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저녁 8시에 집에 들어온다. 담배는 조금 피우지만 술은 다음날 몸이 힘들어 마시지 않는다고.
중국에는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데 모두 장춘에 있는 누나에게 부탁했다. 큰 아이는 일주일 식비만 100 위안을 쓴다. 아이 둘의 생활비, 학비 등으로 모두 1년에 한화 500만원을 중국으로 부치고 장춘에서 아이들이 사는 집 월세, 아이들 돌봐주는 수고비로 누나에게 1년 한화 25만원, 몸 편찮으신 어머니에게 생활비, 이렇게 보내면 수중에 남는 돈은 얼마 없다.
한국 생활이 길지 않는 조선족의 경우 힘들게 일해 번 돈은 최저 생계비만을 남기고 중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낸다. 한국에 올 때 들었던 7만 원 정도의 빚까지 갚아야 해 마음놓고 무엇 하나 사입을 수도, 사먹을 수도 없다.
재한 조선족들과의 전화 인터뷰는 대부분 저녁 퇴근 후에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지친 목소리에서 한국에서 고생하는 우리들의 남편, 안해, 자식, 친구, 친척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 중 많은 조선족들이 "돈이 잘 모아지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우리가 돈을 많이 벌어서 많이 모은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힘들게 돈을 벌고는 있지만 생각같이 돈이 모아지지 않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부부의 한국 취업
자진출국, 재입국 제도 실시 전까지 한국과 중국, 양국으로 떨어져 살며 그리움에 울었던, 불신과 배신, 동거로 얼룩졌던 조선족 부부들. 그러나 자진출국, 재입국 정책으로 중국으로 귀국했다 재출국을 하면서 조선족 부부들의 감정이 많이 돈독해졌다.
본격적으로 방문취업제가 실시되면서 한국에서 부부가 함께 사는 조선족들이 많아졌다.
한국에 있기는 하나 서로 일하는 곳이 달라 한 집에 함께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로 살면서 일주일 혹은 열흘에 한 번 만난다. 오랜만에 한 번씩 만나 회포를 풀고 밥을 먹고 빨래를 해주는 그 시간은, 일로 지친 그들에게는 소중하고 행복한 한때가 된다.
한국에 함께 나와 일하는 부부가 많아짐에 따라 중국에서 홀로 자라는 자녀와의 교류, 그리고 가정교육의 문제는 앞으로 조선족 사회가 더욱 관심을 갖고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다.
자녀는 타향살이의 희망
재한 조선족들이 고단한 하루를 보낸 후에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중국에 있는 자녀들이 공부도 잘 하고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때다.
그 소식은 고된 몸에 힘을 불어넣어 주고 지친 마음에 삶에 대한 의지를 심어준다.
"우리 딸이 작년에 길림신문에서 주최한 학생작문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대요. 그 소식 듣고 얼마나 기쁘던지요." 전화로 인터뷰한 재한 조선족 중 한 명이 밝은 목소리로 자식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는 "우리에게 있어 "자식이 잘 하고 있다"는 소식보다 기쁜 일이 없어요. 그런 소리 들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 줄을 모릅니다. 그런 자식놈들 위해 타국에서 이 고생을 하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자녀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딸이 장춘 모 조선족소학교에 다닌다는 한 여성은 중국에 있는 가족 중 누가 가장 보고싶냐는 질문에 "말해 뭐합니까? 3년 전 어린 딸아이 두고 한국에 왔는데 항상 눈에 밟혀요. 많이 컸을텐데 어떨 땐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요"라며 눈물 어린 목소리로 그리움을 나타냈다.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방학 시즌에 여행사들이 부모가 한국에 있는 아이들이 모여 싼 값에 한국으로 가는 상품이 있다는 정보를 들려주자 모두 반색하며 기대에 차는 모습에서 이들의 삶의 이유가 자식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재한 조선족 사회의 기반, 친척과 친구
재한 조선족의 절대다수가 한국에 가족이나 친구, 친지가 있다. 이들은 명절이나 생일이 되면 함께 모여 술을 마시고 노래를 하며 시간을 보내 특별한 날의 즐거움을 함께 나눈다. 또는 동창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평소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명절을 어떻게 보냈느냐는 질문을 받은 재한 조선족의 대부분은 친척 혹은 형제끼리 한국으로 시집을 간 딸, 여동생, 조카 등의 집에 모이거나 다른 친척의 집에 모여 명절을 쇴다고 답했다.
모임에 드는 돈은 각출한다는 대답이 많았다. 보통 1인당 2~3만원씩 내며, 생일같은 경우 축의금으로 친척이나 친한 친구는 5만원, 한국에서 알게 된 사이는 2~3만원 정도 낸다는 의견이 많았다. 친척 어르신, 돈을 잘 못 버는 친구나 친척에게는 생일때 10만원씩 내는 경우도 있다.
조사 결과, 한국에 친척이 없는 재한 조선족은 거의 없었다. 이처럼 친척, 친구, 동향 사람들의 끈끈한 유대가 재한 조선족 사회 형성에 튼튼한 기초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어디에 살고 싶으세요?"
전화 인터뷰 및 설문을 진행한 32명, 직접 만난 9명 등 총 41명의 재한 조선족 중 친척 혹은 한국인과의 결혼으로 한국 영주권을 얻은 사람이 9명이며, 나머지는 비자 체류 혹은 불법체류자였다.
이들 재한 조선족들에게 "한국에 계속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 중 한국인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계속 살겠다"는 정착 의사를 밝혔다. 부모나 친척 관계를 이용해 영주권을 얻은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살겠다"고 답했다. 그외 재한 조선족들은 모두 비자가 허용되는 한 한국에 머물면서 돈을 벌고 귀국하겠다고 대답했다.
한 조선족 근로자는 "솔직히 한국에서 식당엘 가도 먹을만한 것도 없다. 한국에서 번 돈 중국에 가서 쓰겠다"고 말했고,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가 귀국 후 다시 재입국을 했다는 한 조선족은 "5년 동안 한국에서 돈 벌고 귀국하겠다.
집에서 사는 게 맘 편하다"고 귀국 의사를 밝혔다.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한 여성은 "뭐니뭐니 해도 중국이 제일 좋다. 여기 온 조선족들 모두 "사람 살기에는 중국이 미국보다도 낫다"고 한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돈은 외국에서 벌고 중국으로 귀국해서 마음 편히 살겠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제조회사에 다니는 한국생활 13년째인 한 조선족 남성은 "중국이 내 고향이니 당연히 귀국할 것"이라고 답했다.
TV 부품 제조회사에 다니는 35세의 조선족 여성, 한국 영주권을 갖고 있는 남편이 중국에서 홀로 8살 짜리 아들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남편이 곧 한국으로 나오는데 남편과 두어 달 한국에서 지내다가 아들을 돌보기
위해 내년 초 귀국하겠다고 말했다.
남편을 따라 부인과 자녀도 국적을 바꿀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남편 따라 국적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들은 중국에서 살게 하고 싶다.
아들 국적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나와 남편이 중국과 한국을 자주 오가면서 생활하면 된다"고 말했다.
취재기자/한정일
[출처:조글로미디어 www.zogl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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