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꿈꾸는 中 부자들 “脫중국 시작”

이민 꿈꾸는 中 부자들 “脫중국 시작”

높은 세금· 치열한 경쟁에 환멸, 빈부격차도 부담

| 2010.05.29 20:26 

 

4월 초 중국의 부호 조사기관인 후룬바이푸(胡潤百富)가 발표한 ‘2010년 후룬 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는 5억 5천만 명의 억만 장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일부는 이민 열풍을 타고 해외로 이주하고 있다. 베이징 출입국 개인중개 기관협회(北京因私出入境中介機構協會)는 지난해 해외 투자 이민 붐이 일면서 미국 투자이민(EB-5 비자) 수가 1년 만에 5백여 명 증가해 1천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중국의 고위 공무원들이 잇따라 도피성 해외 이주를 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자산가들도 이민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중국의 한 국제공항 출국장 모습. ⓒMIKE CLARKE/AFP/Getty Images

 

미국행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자녀 교육 목적이 크다. 새로운 세계를 갈구하는 이민자도 있다. 일부는 중국 내 만연한 부유층 혐오 정서를 피해서 중국을 떠난 사람도 있다.

 

중국 언론들은 고급 인력과 막대한 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유출 규모는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중국 외환관리국이 매년 발표하는 대차대조표에서 자본 유입과 유출 현황을 통해 투자이민으로 빠져 나가는 금액의 규모를 알 수 있었지만, 최근 중국으로 유입되는 핫머니가 증가하면서 통계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민 희망자들은 미국 외에도 캐나다와 호주도 선호한다. 두 나라의 이민 정책이 까다롭지 않고 이미 성숙한 중국인 커뮤니티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캐나다 토론토와 퀘벡, 호주 시드니 멜버른이 대표적인 정착지다.

 

중국인 리모씨(李·44)는 건축업으로 자수성가해 3억 위안(522억 원)이 넘는 재산을 모았다. 산둥에 레미콘 공장, 5천㎡짜리 대형 매장, 자그마한 소형 가전회사를 몇 개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이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것은 17살 큰 아들을 토론토의 한 고등학교에 보내면서다. 아들을 보기 위해 캐나다를 오가면서 캐나다 사람들의 여유있는 삶과 사회상에 반했다.

 

여기에 중국 내 투자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민 쪽으로 마음이 더욱 기울고 있다. 이씨는 중국에서 사업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투자하고 싶은 분야에는 투자할 수 없다. 투자할 수 있는 분야는 돈이 되지 않는 분야뿐이다. 세금이 너무 높은 것도 흠이다. (과거 중국의 유혈 혁명과 운동처럼) ‘평등’을 외치며 빈부 격차를 일순간에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든다.”

 

이씨는 이미 토론토에 별장 하나를 사뒀다. 그는 중국 내 사업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면 캐나다행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카리브해 소국인 세인트키츠네비스(Saint Kitts and Nevis)도 중국인이 선호하는 이민지다. 세금이 낮고 출입과 정착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35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집을 구매한 뒤, 신체검사를 받고 간편한 절차만 밟으면 곧바로 주민등록증이 발급된다. 영국 연방국인 세인트키츠네비스 여권을 받으면 상당수 선진국을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고, 각종 면세 혜택이 주어진다.

 

류칭산(劉靑山·48)씨는 상하이 근교에 직원 200명 규모의 유리 제품 공장을 가지고 있다. 재산도 수억 위안에 달한다. 류씨는 상하이의 스모그와 소음에 지쳐 있다. 그는 지금 카리브해 생활을 동경하며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세대는 사회와 국가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어릴 적부터 가난한 생활을 했다. 학생 때는 무거운 학과 수업에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사회로 나온 후에는 지도자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했다. 사장이 된 지금은 건강을 포기한 대신 돈을 벌었지만, 직원 수백 명 먹여 살릴 걱정, 세금, 접대, 음주에 지쳤다.”

 

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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