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생활문화

중국인들의 접대문화와 선물 문화의 이해

구봉88 2010. 5. 10. 22:26

중국인은 ‘하오커(好客)’라 해서 손님을 접대하기 좋아하고 또 이를 즐긴다. 평상시 친분이 많지 않던 중국인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것은 서로간의 우의를 더욱 발전시키고자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중국인들은 손님접대에 소홀히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접대 준비에 무척이나 신경을 쓴다. 따라서 중국친구의 칭커(請客,초대)를 받았던 외국인이면 누구나 감동한다. 중국의 접대 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공적인 초대나 직장단위에서 정식으로 초청할때는 초청장을 사전에 보내는 것이 관례이며, 사적인 초대는 전화로 알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적이던 사적이던 초청은 하루나 이틀 전에 통보하는 것이 예의다. 또 기억해야 할 것은 중국인들은 연회에 참석할 때 복장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의상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필요는 없다.

일반 가정에서 손님을 초청할 때에도 집주인은 손님접대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우선 요리의 수가 중요한데 중국에서 홀수는 불길한 조짐을 의미하므로 짝수에

맞춘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요리를 준비하더라도 이에 대해서는 꼭 주의한다.

◈’상다리 부러질 듯’한 식탁=

손님을 초대한 주인은 풍성한 식사와 좋은 술을 대접하는데 우리속담에서처럼

‘상다리 부러지게’준비한다. 중국인들은 음식과 술을 적게 내놓을 경우 집주인은

손님들이 배부르게 먹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손님들은 손님을 맞이하는 중인의

성의가 부족하다고 여긴다. 따라서 손님을 초대한 주인은 질 좋은 음식과 술을

풍성하게 주비해 손님을 대접해야 한다.

식탁에서는 친절과 우의의 표시로 음식을 손수 집어 접시에 놔준다.

손님의 접시에 음식이 비었을 경우 주인은 음식을 더 권하는 것이 예의다. 또 중요한 것은 혼자 음식을 먹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실례이며,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또한 담배를 서로 권하는 것도 친밀함의 표시이므로 피우지 못하더라도 권하는 사람의 성의를 최대한 존중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다.

중국요리에서는 음식을 한번에 차려놓고 먹는 것이 아니라 순서에 맞게 끊임없이 나오므로 순서에 맞추어 안배해 가며 먹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요리의 순서가 냉채, 야채 볶음요리,고기 볶음요리 순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맛도 끝으로 갈수록 맛깔스럽고 고급의 경우가 많다. 주인은 손님과 함께 식사를 천천히 해야 한다. 손님과 함께 식사를 끝마치는 것이 예의지만 주인이 먼저 식사를 마치게 될 경우,

손님에게 “미안합니다. 저는 다했습니다. 천천히 많이 드세요”라고 말하며, 끝까지 동석한다. 중국의 일반적인 만찬시간은 3시간에 가깝기 때문에 시간을 안배해 천천히 먹는 것도 중요하다.

물고기 요리를 준비하게 되면 물고기의 머리는 항상 손님 쪽으로 향하게 한다. 또한 생선을 먹을 때는 생선을 절대로 뒤집지 않는다. 이는 배가 뒤집어진다는 의미와 같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연해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철칙처럼 통한다.

◈풍성한 요리와 술상은 主客관계 나타내=

손님을 접대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술과 음료다. 풍성한 요리와 술상을 차리는 것은 주객(主客)의사이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식사 전에 요리와 함께 술을 먼저 마신다. 술잔에 술이 조금만 줄어들어도 중국인들은 가득 찬 상태(滿)를 좋아하기 때문에 다시 따른다.

 

연회를 시작할 때 일반적으로 깐뻬이 (乾杯,잔을 비우는것)를 하며, 때로는 연회를 마치며 깐뻬이를 하기도 한다. 또한 남은 음식과 술을 가져가는 경우는 초대한

사람을 무시한다고 여겼으나, 최근에는 많이 바뀌는 경향이 있다.

◈술 피하면 ‘무시한다.’여겨=

중국에서는 손님을 초청한 경우 술을 많이 마시도록 권하고 초대한 손님이 술을

피하면 자신을 무시한다고 받아들인다. 식사할 때 반주형식으로 항상 술을 곁들이고 손님 접대시는  물론, 친구들과 어울릴 때에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만취할 때까지 마시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술을 스스로의 주량에

맞추어 조절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취객 10경(醉客十景)이라 해서 술 취한 사람의

 열 가지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앞의 5경(五景)은 ‘낙(樂, 즐거워하다.), 설(說, 이야기하다), 소(笑,웃다), 조 (조 확인요망), 창(唱, 노래하다.)’이고,

 

부정적 의미를 가진 나머지 5경은 ‘노(怒, 성내다) 매 (罵, 욕하다), 타(打, 때리다), 곡(哭, 울다), 토(吐, 토하다)’등의 다섯 가지다. 따라서 뒤의 5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술 주정을 혐오하는 중국인들은 술자리에서 ‘화취앤(劃拳)’이라는 가위바위보 놀이를 즐기며 과음을 삼가한다.

 

화취앤(劃拳)놀이는 말하자면 중국식 ‘묵찌빠’라고 할 수 있는데, 화취앤에서 지면 스스로 벌주 한 잔을 마시고, 잔에 술이 없으면 자기가 부어서 적당히 마시면서

계속 놀이를 하는 것이다. 이 화취앤 놀이는 중국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선물문화

선물이란 상대방에 대한 마음의 징표로서 주고 받는 것인데 개인의 성향에 따라 선물을 반드시 챙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선물을 주고 받는 일에 무관심하고 덜 신경을 쓰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후자 쪽에 속하는데 성격상 꼼꼼하지 못하고 의례적인 것을 싫어 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만일 저와 같은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국 사람들을 만나거나 그들과 사귈 때에는 그 성향을 바꿔야 합니다. 최근 우리도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가 일상화 되어 있어 크고 작은 일에 선물을 교환하고 있으나 중국 사람들의 선물에 대한 인식은 저희들 보다 훨씬 각별합니다. 중국 사람들과의 만남은 선물 교환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시면 되고, 선물을 어떻게 잘 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중국 비즈니스와 인간 관계 형성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선물에는 상담 후 여러 사람들 앞에서 양측 대표에 의해 교환되는 형식적이고 공식적인 선물이 있고 극히 개인적으로 전해지는 은밀한 선물이 있을 수 있는데 누구와 어떤 형식으로 만나던지 선물은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일상적인 만남이라는 이유로 선물을 챙기지 않았다가 상대방에게 선물을 받고 몸 둘 바를 몰랐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서구 문화가 도입되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미신에 대한 개념이 많이 희석된 것은 사실이나 중국 사람들에게 선물을 할 때에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중국어에는 서로 뜻은 다르나 발음이 같거나 비슷해 하나를 얘기하면서 또 다른 하나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해음현상(諧音現象)이 있는데 이는 중국 사람들의 일상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하여 그들의 호불호(好不好)를 좌우하고 있습니다. 죽을 사(死)자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숫자 4를 몹시 싫어 한다거나 돈을 번다는 발(發)자와 비슷하여 숫자 8을 좋아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요. 이와 같은 맥락으로 죽음을 뜻하는 종(終)과 발음이 비슷한 종(鐘),즉 탁상 시계나 궤종시계를 선물해서는 안되고 ‘흩어지다,분산하다’라는 뜻의 산(散:san)과 발음이 같은 우산(雨傘:yusan)도 중국 사람들이 꺼리는 선물 중의 하나입니다. 과일을 선물할 때 사과는 좋은데 배는 가급적 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는 중국어로 ‘리(梨:li:이)라고 하는데 이는 이별이나 분리를 뜻하는 리(離:li:이)와 발음이 같고, 반면에 사과는 ‘핑구어(萍果:pingguo:평과)’라고 하는데 이는 평안하다는 뜻의 ‘핑안(平安:pingan:평안)’이 연상되는 과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병문안을 갈 때 꽃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중국 사람들은 꽃을 선물하지 않습니다. 꽃은 ‘생명의 짧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선물은 짝수로 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는 아름답거나 경사스런 일은 한 번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따라서 장례식등에 하는 물건은 한 번으로 끝나라는 뜻에서 홀수로 하는 것이 보통인데, 물론 아주 귀한 물건이나 고가의 선물은 어느 경우에나 홀수로 해도 무방합니다.


가장 좋은 선물은 주는 사람의 정성과 진심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받는 사람은 정확하게 그 사람의 마음 씀씀이를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같은 값이면 상대방이 식상하지 않고 받아서 좋은 물건을 고른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문제입니다. 더욱이 우리와 문화를 달리 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더 말할 나위도 없지요. 저의 경험 상 중국 사람들에게 가장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선물은 우리 고유의 특산품입니다. 최근 우리의 제품이 우수하다는 것을 중국 사람들이 잘 알고 있고 또한 그들에게 우리의 것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의미를 부여 할 수도 있기 때문인데 인삼 제품이나 김등 해산물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류 연예인의 CD나 관련 상품들도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지요.


거듭 강조하거니와 중국 사람들을 사귀거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한 선물을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주는 것 만큼 받는’ 곳이 중국이라는 말들을 합니다. 일제 사관에 의해서 호도된 바 있는, 과거 중국에 대한 ‘조공’은 큰 나라에 무조건 받치는 상납이 아니라 외교 관계에 의한 정상적인 선물로 보면 되고, 여기에 대해서 중국은 더 많은 선물로 화답했다는 얘기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기수/세계화전략연구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