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금속을 둘러싼 국가 간 ‘자원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도시광산업(urban mining)’이 급부상하고 있다.
희소금속 수급 불균형, 국제환경 규제 강화로 폐자원을 재활용해 비철, 희소금속을 뽑아내 재활용하는 도시광산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 이미 일본, 벨기에 등 도시광산 선진국들은 더 많은 폐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폐금속 수집 네트워크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 전자폐기물 시장 규모는 지난 2009년 57억달러에서 2014년 147억달러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 비철금속 업체들이 도시광산 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포스코 계열사인 철강소재 전문업체 삼정피앤에이가 희소금속 리사이클링 업체인 나인디지트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포스코 계열사가 희소금속 리사이클링 업체를 인수한 것은 포스코의 광범위한 자원확보 전략의 하나다. 포스코가 인수를 먼저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스코는 계열사인 삼정피앤에이를 철강소재 전문회사로 키워 포스코 패밀리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방침. 이곳에서 재활용해 생산한 희귀금속은 포스코가 일부 철강생산 부원료로 쓰고 나머지는 판매한다. 윤용원 포스코 성장투자사업부문장은 “두 회사가 높은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포스코가 지향하는 종합소재사업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비철금속기업인 LS니꼬동제련도 폐자원 재활용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100% 출자한 자회사인 지알엠의 희귀금속 재활용 생산시설을 충북 단양에 착공, 오는 2011년 5월부터 가동한다. 이곳에서 휴대폰, 반도체, PC, TV, 자동차 등 폐기물에서 구리, 금, 은, 슬래그(건축용재로 재활용되는 광물질) 등 연간 7만3300t의 금속자원을 재생산한다는 계획.
‘도시광산’은 도시인들이나 공장에서 버린 폐기물에서 금속자원을 얻는다는 점에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실제로 휴대폰 1t에서 금 400g(금광석 약 20t 규모), 은 3kg, 구리 100kg, 주석 13kg, 니켈 16kg, 리튬 5kg을 뽑을 수 있다. 보통 금광석 1t에서 5g의 금이 추출되는 것과 비교하면 생산성이 매우 높다.
기술집약형 네트워크 산업인 도시광산업은 일본이 한발 앞서 있다. 특히 일본은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폐자원을 수집한 후 일본으로 반입해 처리하는 ‘아시아 자원순환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내 도시광산 축적량은 금 6800t(전 세계 매장량의 16%), 은 6만t(23%), 인듐 1700t(38%)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다. 폐자원 재활용 업체도 영세한 수준. 문제는 원료(폐자원) 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상당수 재활용가치가 있는 산업 폐기물, 가정용 전자제품 등은 수거(확보)가 되지않고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실정이다. 또 구리 폐기물 등 상당수 폐자원은 국내에 유통되지 않고 중국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
김정훈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재활용업체의 대형화, 전문화가 필요하며 폐기물 분리·처리기술을 보유한 해외기업 인수합병(M&A)도 고려해야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도 폐금속자원 재활용 세부계획을 발표, 생산자와 판매자에게 폐가전 수거 의무를 부과하거나 폐자원 재활용 산업육성을 위한 지원책 등을 고심하고 있다. 국내 폐금속자원 보유량의 경제적 가치는 46조4000억원, 매년 발생하는 폐금속자원 규모는 4조원으로 추정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파이낸셜뉴스] 2010년 04월 21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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