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광업(U.M)

"휴대폰에서 '금쪽' 캡니다"

구봉88 2010. 6. 3. 20:51
 

"휴대폰에서 '금쪽' 캡니다"

'도시속 광산' 日 도와 에코리사이클링
휴대폰, 냉장고·TV 등 폐가전제품에서
年 금 2.4t, 은 50t 뽑아내는 '우량 광산'
"분해하면 모두 자원… 쓰레기란 없다"

도쿄=이인열 기자

 

 

매년 금 2.4t, 은 50t이 도시광산(키워드) 한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LCD(액정화면)나 리튬전지·원자로 등에 없으면 안 되는 희소금속인 팔라듐(Pd) 60kg, 로듐(Rh) 등 희소금속도 연간 30kg씩 쏟아진다. 남아공이나 안데스 산맥의 깊은 산속 탄광이 아니다. 일본 사이타마현 혼조(本庄)시 소재 '도와(DOWA) 에코리사이클링'이라는 기업이 그 현장이다.

순도 높은 우량광산

혼조 시청 인근, 한 고등학교 건물과 담을 맞댄 공장 입구에는 옥색 작업복 차림의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트럭 등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공장 구석에는 냉장고·TV며 휴대폰이 산처럼 쌓인 야적장이 보인다.

노란색 지게차가 부지런히 실어 나르는 철제박스 안은 온통 금빛, 은빛이다. 휴대폰이나 냉장고 같은 가전에서 빼낸 도금한 얇은 금속이다. 그 옆엔 컴퓨터의 두뇌인 중앙연산처리장치(CPU)도 쌓여 있다. 여기에도 금 회선들이 가득하다.

 

옆쪽으로 가자 폐(廢)휴대폰 등 폐부품 10t을 녹여 추출한 금물을 틀에 넣어 3㎏짜리 금덩어리를 만드는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치야 겐지 공장장은 막 만들어진 금괴를 들고선 "이게 바로 도시광산에서 캐낸 금덩어리"라며 웃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휴대폰이나 폐가전 등에서 금속을 얻는 것이 경제성이 있을까. 하지만 수치로 명료하게 설명되는 도시광산의 경제성 앞에서 의문은 금세 사라진다.

휴대폰 1t에서 금 400g, 은 2.3kg, 구리 172g 등이 나온다. 보통 금광에서 1t을 채굴하면 5g 안팎의 금이 나온다니, 엄청 순도 높은 우량 광산인 셈이다. 중고 PC도 1t에서 금이 300g, 은1~2kg, 구리가 150g 정도 나온다. 또 부수적으로 쏟아지는 팔라듐·비소·납·아연 등 희소금속도 소량이지만 첨단 전자제품에 필수품으로 사용된다.

일본에선 연간 2100만대의 중고 휴대폰이 쏟아진다. 금으로만 따지면 146kg이다. 도와그룹 가마쿠라 야스코 홍보 담당 과장은 "폐전자제품들로부터 순도 99.99%의 금괴를 한 해 200∼300㎏씩 생산해 낸다"면서 "도시광산은 환경보호 차원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시광산업은 미래산업이다. 희소금속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휴대폰 등 첨단제품의 원가부담이 급증해 기업 입장에선 그만큼 경쟁력을 잃게 된다. 한국의 경우 갈륨(Ga), 인듐(In), 리튬(Li), 니켈(Ni) 등 14종의 핵심 희소금속을 전량 해외수입에 의존한다. 반면 도시광산업을 활용한 희소금속 회수에 대한 대책은 일본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해외 도시광산을 찾아라

일본의 도시광산업은 이젠 해외 진출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도쿄 오타(大田)구에 있는 '리템'이란 회사다. 1909년 히타치의 비철금속 쓰레기를 처리하는 업체로 시작했지만 17년 전 폐기물 재활용 전문업체로 변신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도쿄만의 바다가 보이는 공장 앞 마당엔 도쿄 일대에서 모여든 중고 TV·냉장고·에어컨 등 각종 폐가전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 회사의 사훈은 3가지다. 첫째가 분해하면 자원이다. 둘째, 버리는 것은 없다. 셋째는 주변의 모든 것이 도시광산이다….

일본 내 32개 지역에 51개 영업소를 운영하면서 각종 폐기물을 모아 연간 플라스틱 3만5000t, 철은 944.6t을 처리해 낸다. 또 니켈 등 20가지 정도의 희소성 금속도 얻는다. 일본 내 최대 수준의 도시광산업체이다. 리템은 올해 들어 중국 상하이에도 8000평짜리 도시광산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산업화에 성공한 중국에서도 이제 대량의 폐기물이 쏟아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도쿄 환경국 다니카미 유타카(谷上裕) 계획과장은 "천연 자원이 부족한 일본으로서는 도시광산업이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길"이라고 말했다.

도시광산업(Urban Mining)

전자제품 쓰레기나 각종 폐기물에서 희귀한 금속 자원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신종 산업. 도시 한복판에서 광물을 캐낸다는 뜻으로 '도시광산'이란 낭만적인 이름이 붙었다. 일본의 도시광산에 쌓인 금은 전세계 금 매장량의 16%(6800t)에 달해, 세계 최대 금광 국가인 남아공(14%)을 능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