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광업(U.M)

[르포/용인 재활용 공장]

구봉88 2010. 6. 3. 20:24

[르포/용인 재활용 공장]

 廢휴대폰서 하루 금 1kg 뽑아내…'도시광산'이 뜬다

2010년 05월 05일 (수) 18:33   한국경제


냉장고ㆍTVㆍ에어컨ㆍ세탁기, 1년에 280여만대 폐기

철 7만 t ㆍ플라스틱 4만 t 얻어




쾅! 쾅! 드드득~.지난 4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덕성리에 있는 재활용 공장(리사이클링 센터).

15m 높이의 공장 건물에 들어서자 둔탁한 파쇄음이 귀청을 때린다. 녹이 슬고 낡은 냉장고와 세탁기를 망치로 때려 부수는 소리다. 공장 한쪽에 있는 냉장고 해체 라인.50m 길이의 컨베이어 벨트에 폐냉장고가 올려지기가 무섭게 10여명의 직원들이 망치를 들고 달려든다. 냉장고가 플라스틱,고무,철,비철,인쇄회로기판 등 16가지 품목으로 완전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0분.유인성 센터 대표는 "하루 새 이렇게 해체되는 냉장고만 500대가 넘는다"고 귀띔했다. 바로 옆 세탁기 해체라인에서도 망치 소리는 요란하다.

이곳은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가 운영하는 전국 5개 폐전자제품 재활용센터 중 수도권 담당 공장.삼성전자 LG전자 등 110여개 전자업체들이 판매한 전자제품 가운데 수명을 다한 폐제품에서 철,비철,플라스틱 등을 뽑아내는 이른바 '도시광산'이다.

◆원자재값 오르면서 관심 높아져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도시광산'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광산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쓰다 버리는 폐전자제품에서 산업에 필요한 소재를 추출하는 산업.철이나 구리 등 금속을 비롯해 금 · 은 등 귀금속,첨단사업 소재로 쓰이는 인듐 · 갈륨 등 희소금속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광산이 각광받는 것은 부존자원이 부족한 국내 사정 때문이다. 해외에서 대부분의 원자재를 들여와야 하는데 작년과 올해처럼 원자재값이 급등하면 도시광산으로 수입 물량을 줄일 수 있어서다.

포스코와 LS 등 대기업도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이원영 전자산업환경협회 과장은 "작년까지 냉장고 한 대에서 뽑아내는 철,플라스틱,구리 등 재활용 소재 가격은 3만1400원,세탁기에선 2만6000원 정도였는데 올 들어 원자재값이 상승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폐전자제품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자원의 보고(寶庫)"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도시광산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에 따르면 냉장고 한 대에서 얻을 수 있는 재활용 품목은 철 30㎏,플라스틱 12㎏,알루미늄 0.1㎏,구리 0.7㎏ 등이다. 세탁기 한 대에선 철 20㎏을 얻을 수 있다. 전자산업환경협회 관계자는 "한 해 폐기되는 냉장고 에어컨 TV 세탁기 등 4대 가전제품이 약 280만대인데 여기에서 철 7만2000t,플라스틱 3만9000t,알루미늄 2000t,구리 1300t 등의 광물을 뽑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대폰도 자원의 보고다. 휴대폰 한 대에서는 금 0.02g,은 0.14g,니켈 0.27g,텅스텐 0.39g,팔라듐 0.005g 등을 추출할 수 있다. 연간 폐휴대폰이 1500만대가량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여기서만 금 8만돈(300㎏)을 얻을 수 있다. 금값이 이달 현재 돈당 15만41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폐휴대폰 재활용으로 123억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한국지질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폐전자제품(4대 가전,휴대폰,오디오,PC 등)은 약 2500만대로,여기에서 금 3500t,은 20t,팔라듐 1572㎏,탄탈륨 4000㎏ 등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도 진출 러시

대기업들도 도시광산의 성장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폐자원 재활용 · 처리 중소기업인 리싸이텍코리아와 토리콤을 잇따라 인수했다. 리싸이텍코리아는 폐전자제품을 1차 가공하는 업체이며 토리콤은 1차 가공된 소재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업체다.

포스코도 최근 자회사인 삼정피앤에이를 통해 도시광산업에 뛰어들었다. 삼정피앤에이는 93억8000만원을 들여 희소금속 추출 전문업체인 나인디지트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도시광산은 걸음마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지질연구원 손정수 박사는 "국내의 폐전자제품 회수율은 50%가량에 불과하고 국내 업체들도 영세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환경부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재활용업체는 4128곳인데 이 가운데 3700여곳은 폐제품을 수집하는 '고물상' 수준의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다. 전문 재활용업체는 363곳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60%가량은 절단 · 파쇄 등 단순 업무만 하고 있다.

폐전자제품 2차가공(철,비철 등 추출) 분야에서 국내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애강리메텍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워낙 영세한 업체들이 많고 기술 수준도 일본 등에 비해 떨어진다"며 "좀 더 전문화,규모화를 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용인=이태명/남윤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