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 주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자존심을 세운 영화 <인셉션>(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감독과 배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심심치 않게 한국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추격신을 장식한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덕분이다.
<인셉션>은 타인의 꿈 속으로 들어가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 주인공 코브(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꿈 속에서 자동차 추격신을 벌이는 장면에는 수십 대의 제네시스가 등장한다. 현대자동차가 <인셉션>의 공식 후원사이기 때문이다.
제네시스가 등장하는 장면은 10분 남짓.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의 로고도 선명히 드러난다. <인셉션>의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의 미국 현지법인과 <인셉션>의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가 공식 PPL 계약을 맺었다. 영화를 본 모든 이들이 제네시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정도로 대단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할리우드 영화를 이용한 자사 홍보를 가장 잘 하는 국내 기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2005년 개봉된 톰크루즈 주연의 <우주전쟁>에는 뉴EF소나타가 등장한다. 외계인이 쏜 레이저빔을 맞고 나뒹구는 차가 뉴EF소나타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영화 <본 슈프러머시>에도 현대자동차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상반기 개봉된 영화 <아이언맨2> 역시 한국 기업이 사랑한 작품이다. LG는 2008년 개봉된 전편에 이어 속편에도 PPL 계약을 맺었다. 1편에서는 주연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기네스 팰트로가 LG 휴대폰을 사용했다. 속편에서는 평면 TV 등 다양한 제품을 통해 LG의 브랜드가 노출됐다. 건물 외곽에 걸려 있는 옥외 광고에서도 LG 로고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트랜스포머2>에서도 LG휴대폰을 사용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한국 관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도 빼놓을 수 없는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손님이다. 특히 해외 휴대폰 시장의 맹주로 떠오른 삼성은 영화를 통해 홍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3년 개봉된 영화 <매트릭스 리로디드>. 극중 휴대폰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주요 매개물이다. 삼성의 매트릭스폰이 그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해 했다.
2007년 개봉된 영화 <오션스13>에서는 보다 노골적인 삼성 휴대폰 PPL의 포함됐다. 극중 전파가 차단된 지역에서 휴대폰이 울리자 주인공은 "이 휴대폰은 달라"라고 한 마디 던진다. '이 휴대폰'은 다름 아닌 삼성의 휴대폰이다. 휴대폰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그래 삼성에서 나온 거야"라는 문장이 여과없이 노출됐다. 이 외에도 2006년 개봉된 영화 <슈퍼맨 리턴즈>에는 무려 274종의 삼성 제품이 PPL로 배치됐다.
이러한 할리우드 영화 속 PPL은 국내 기업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외화 수입 관계자는 "유명 할리우드 영화에는 PPL 계약을 맺으려는 기업 관계자들이 줄을 선다. 제작사는 선택하는 입장이 된다. 이들이 충족하는 금액을 제시할 수 있고, 제작사들이 한국 제품을 자사 영화에 노출시킬 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화팬들의 이중적인 판단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07년 개봉된 설경구 김태희 주연의 영화 <싸움>은 LG 휴대폰을 비롯해 특정 기업의 우유, 음료 등이 노출되며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외에도 많은 영화들의 PPL이 관객의 표적이 되곤 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 속 한국 제품의 PPL을 지적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 영화 관계자는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 속 PPL은 애국이라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곤란하다. 문화 콘텐츠를 통해 홍보에 대한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향후 국내외 영화 속에서 심심치 않게 홍보 제품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작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과도한 PPL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