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산

경남 하동 토지의 길 탐방

구봉88 2010. 11. 24. 17:49

하동 '섬진강따라가는 박경리 토지길'

 

"지리산이 뻗어 내린 그 길 위를 파르티잔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걷다 보면 평사리 있다/하동 지나 꽃들이 속삭대는 그 길을 걷다 보면ㆍㆍㆍ강이 살아 숨 쉬는 거기 평사리 있다/봄이면 평사리엔 꽃들 피는데 그것도 무더기로 피어내는데ㆍㆍㆍ/(평사리 봄밤ㆍ최영욱시인)

지리산을 넘어온 아침 안개가 섬진강 강바람의 재주에 슬며시 숨소리를 죽인다. 늦잠에서 막 깨어난 악양 무딤이들판(평사리들)이 '토지'의 서희 아씨처럼 화사한 자태를 드러낸다. 파릇파릇 연둣빛 보리밭과 초록빛 밀밭, 질펀하게 물먹은 황토빛 논, 만석지기 두엇은 능히 낼만한 찰진 이 무딤이 들판은 네모 반듯 반듯 정갈하다. 형형색색 바둑판을 그리는 들판을 따라 한가운데로 나선다. 그곳엔 젊은 시절의 서희와 길상처럼 애틋한 그리움을 품은 소나무 두 그루가 그윽한 솔향을 날리고 있다.소나무를 둘러싼 악양 들판이 일으키는 달콤한 연두빛 지진에 흔들리다 파묻혀도 좋은 그런 풍요로운 아침이다.지리산 맑은물로 몸집 불린 섬진강이 하동포구 80리를 이루는 악양면 평사리. 고(故) 박경리 선생은 섬진강과 지리산이 어우러진 평사리를 무대로 대작 '토지'의 이야기를 실처럼 풀어냈다. '토지'는 평사리의 대지주 최씨 가문의 4대에 걸친 비극적 사건을 다루면서 개인사와 가족사뿐 아니라 우리의 역사, 풍속, 사회사를 모두 담고 있다.

문화생태탐방로인 '섬진강을 따라가는 박경리 토지길'은 '토지'의 무대를 밟아가는 도보길이다.

총 31km의 '토지길' 중 '토지'의 실제 배경이 되었던 평사리를 지나는 1코스(18km)와 19번 국도를 따라 꽃길을 걷는 2코스(13km)로 나눠진다. 지난 주말 드라이브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를 때까지 칭찬하는 섬진강 19번 국도를 따라 하동으로 향했다. 꽃이 마를 날이 없다는 길 위, 이곳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은 꽃만큼 아름답다. 볕을 받은 강물이 너울질 때마다 섬진강은 황금빛 실처럼 길게 몸을 튼다.하동읍에서 차로 10분여 달리면 평사리공원으로 불리는 개치나루터에 닿는다.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이 평사리를 떠나거나 혹 되돌아오던 길목의 개치나루터. '용이가 보고 싶어 견딜 수 없던 월선이는 하동장터나루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나룻배를 타고 평사리로 찾아든다. 이를 안 강청댁은 선걸음으로 장터로 내달려 월선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패악을 부리기도 한다.'(토지中) 개치나루터에서 시작하는 '토지길' 1코스는 평사리 들판∼고소산성∼최참판댁∼조씨고가∼취간림∼악양루∼섬진강변으로 이어진다.

평사리 공원을 들어서면 삐죽 고개를 내민 장승 한 무리가 반긴다. 입을 동그랗게 하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는다. 섬진강을 누볐을 소설 속 그 나룻배였는지도 모를 배가 모래톱에 걸터 앉아 강을 바라본다. 공원을 나선 토지길은 19번국도를 가로질러 곧장 '무딤이들'로 불리는 악양들판으로 휘적휘적 내려선다. '무딤이들'은 밀물 때 섬진강물이 역류하고 홍수가 나면 무시로 물이 드나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순 우리말 이름이다. 들판은 무려 83만평으로 소설 '토지'가 이곳에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이정표를 따라 반듯 반듯한 보리밭과 밀밭 사이로 빨랫줄처럼 뻗은 농로를 가다보면 들판 한가운데에 자리한 소나무 두 그루와 마주한다. 훤칠하고 단아하다. 사람들은 부부소나무라고 부른다. 용이와 월선이 소나무라고도 한다. 그러나 최영욱 하동 평사리문학관장은 '사랑송'이라고 말한다. 부부송이던 용이와 월선의 소나무이던 이 모두가 사랑을 매개체로 이뤄진 나무이기 때문이란다.소나무 둘레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그 옆으로 물꼬에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정겹다. 박경리 선생은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다고 했다. 맞다. 넉넉한 이 들판은 모든 생명을 거두고 자신이 키워낸 쌀과 보리로 뭇 생명들의 끈을 이어주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선생은 토지를 집필할때는 평사리에 한번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이토록 생생하게 평사리 너른 들과 강 개펄의 정취를 딱 들어맞게 묘사했을까. 그저 신비하기만 하다.

사랑송을 지나면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침략할 때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지나다 당나라 악양의 '동정호'와 흡사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동정호를 만날 수 있다. 동정호를 벗어나면 '최참판댁' 입구 삼거리다. 여기서 우선 한산사 방향으로 오른다. 평사리 최고 전망대인 고소산성을 들르기 위해서다. 한산사 뒤로 난 오솔길을 따라 40분쯤 오르면 고소산성에 닿는다. 삼국시대에 쌓은 해발 300m의 고소산성은 둘레 800m,높이 3.5∼4.5m의 석성으로 백제군과 나당연합군이 격돌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솔바람 부는 산성에 앉아 드넓은 악양들판과 화개에서 하동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산성에서 내려오면 바로 '최참판댁'이다. '최참판댁'은 악양 들판과 섬진강 물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당자리에 터를 잡고 있다. '최참판댁'에서 빗장을 열면 기름진 들판의 풍경이 한 폭의 병풍그림처럼 솟을대문에 걸린다."수동아~ 밖에 누가 오셨느냐!" 사랑채에서 칼칼한 목소리의 최치수가 나올 것만 같다. 윤씨 부인과 서희가 기거했던 안채에서는 금방이라도 치맛자락을 휘날리는 서희가 보일것 같다.

'최참판댁' 아래엔 용이네 집, 두만네, 월선네 등 초가집으로 이뤄진 동네가 있다. 토지 세트장이다. 실제 고추도 널려있고, 남새밭엔 부추와 상추가 자란다. 세트장이지만 실제 삶과 겉돌지 않는다. 옛 고향에 온 듯 소박하다. 돌담 고샅길엔 봄볕이 따뜻하다.최 관장은 "무동력의 원칙으로 옛날로 돌아가는 그런길이 토지길"이라며 "길 따라 스쳐 가는 돌 하나, 풀 한포기도 아끼며 문학과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이라고 말한다.'최참판댁'을 나와 돌담을 따라 마을길을 걸으면 조부잣집이라고 불리는 '조씨 고가'가 나온다. 길은 녹차밭과 매화밭 사이를 물결치듯 타고 돈다. 토지길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보석 같은 길이다. 실제 '최참판댁'의 모델이 되었다는 '조씨 고가'는 어마어마한 식솔과 넘쳐나는 손님들로 늘 밥 짓는 연기가 끊이지 않았단다. 쌀뜨물 때문에 섬진강이 뿌옇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금은 과거 만석꾼의 자취는 거의 남지 않아 쓸쓸한 느낌마저 준다. 17년 공을 들여 지었다던 기와집도 세월을 이기지 못한 듯하다.'조씨 고가'를 지나 걸음을 재촉하면 악양천 중간 즈음에 500년 나이를 자랑하는 향나무가 보인다. 물을 막는 역할을 하도록 나무를 심어 일군 '취간림'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숲에 몸을 맡긴다. 작은 숲을 헤치고 바람이 불어온다.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땀을 식히기에 충분하다. 바람결에 일어나 평사리 들판을 가로질러 악양루에 도착한다. 그리고 다시 강을 따라 굽이진 길을 걷는다. 넓게 펼쳐진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이 성큼 곁을 스쳐간다. ◇여행메모▲가는길=경부고속도로를 타고가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진주까지 간 다음, 남해고속도로 하동 나들목을 나온다. 19번 국도를 타고 섬진강을 따라 하동 방면으로 가다보면 하동읍, 평사리, 화개마을 등이 차례대로 나온다. 평사리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토지길'을 걸으면 된다.

▲먹거리=하동의 별미는 섬진강에서 갓 잡은 제첩으로 만든 제첩국과 제첩회. 화개면의 동백(055-883-2439)식당은 뽀얀 국물이 우러난 제첩국과 참게장을 잘한다.또 섬진강횟집(055-883-5527)은 참게에 몸에 좋은 찹쌀ㆍ들깨 등 8가지 곡식을 넣어 끓여낸 참게가리장국이 맛있다. 쌍계사입국의 단야식당(055-883-1667)은 사찰 들깨국수가 맛있다. 입적하신 법정 스님이 하동에 오면 즐기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토지길 2코스=쌍계사 십리벚꽃길을 아우른다. 화개장터∼십리벚꽃길∼차 시배지∼쌍계석문바위∼쌍계사∼불일폭포∼국사암의 13km 길이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는 4월 벚꽃 필 때와 5월 야생차 수확기가 절정이다. 하지만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아예 이른 새벽이나 한밤에 두 발로 걷는 게 상책이다. 쌍계사에서부터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불일폭포가 나타난다. 남명 조식 선생이 '열 걸음에 한 번 쉬고, 열 걸음에 아홉 번 돌아보면서' 불일암에 도착했다고 할 정도로 절경을 뽐내는 폭포다. 고즈넉한 불일암을 한 바퀴 둘러보면 토지길의 여정은 끝이난다. 최참판댁의 평사리문학관에서 '박경리 토지길' 안내를 해준다(055-880-2374)

 

 

 

 

 

 

 

 

토지길은 현대문학 100년 역사상 가장 훌륭한 소설로 손꼽히는 대작 ‘토지’의 무대를 밟아가는 길이다. ‘토지’는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의 대지주 최씨 가문의 4대에 걸친 비극적 사건을 다루면서 개인사와 가족사뿐 아니라 우리의 역사, 풍속, 사회사를 모두 담고 있다.

 

●향기로운 흙길·꽃길 따라 소설 속으로

 

토지길은 평사리 공원에서 시작해 평사리 들판~동정호~고소성~최참판댁~조씨 고택~취간림~악양루를 거쳐 다시 공원까지 돌아오는데, 약 10㎞로 4시간쯤 걸린다. 토지길이 시작되는 예전 개치나루터인 섬진강 평사리 공원은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 곳이고, 그 옆으로 이어진 19번 국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꼽힌다.

평사리 공원에서 사람들은 대개 반짝이는 강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백사장으로 내려간다. 섬진강에서 손을 씻고 올라와 도로를 건너면 길은 평사리 들판으로 이어진다. ‘무딤이들’로 불리는 들판은 무려 83만평으로 소설 ‘토지’가 이곳에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만석지기 두엇은 능히 낼 만한 이 넉넉한 들판이 4대에 걸친 만석지기 사대부 집안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모태가 된 것이다.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들판 가운데 소나무 두 그루가 다정하게 선 부부송이 보인다. 들판에는 푸릇푸릇한 보리가 쑥쑥 자랐다. 아직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보리는 싱그러운 연초록빛으로 봄기운을 듬뿍 전해준다. 부부송 주변은 매화밭이고, 그 가운데 무덤이 자리잡았다. 무덤 뒤로 성제봉(형제봉, 1115m)이 두 팔을 벌려 평사리와 악양면 일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부부송을 지나면 작은 호수인 동정호. 공사 중인 호수를 스쳐 지나면 평사리 최참판댁 입구 삼거리다. 여기서 우선 한산사 방향으로 오른다. 평사리 최고 전망대인 고소성을 들르기 위해서다.

 

●별당 아씨와 구천이의 야반도주

 

한산사 뒤로 난 오솔길을 따라 20분쯤 오르면 잘 복원된 고소성에 닿는다. 성벽에 올라서면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소나무 아래 배낭을 내려놓고 원없이 조망을 즐긴다. 고소성에서 계속 산길을 걸으면 성제봉을 거쳐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토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엮어 가는 사랑의 유형은 색동저고리처럼 각양각색이다. 최 참판댁 윤씨 부인과 동학 접주 김개주의 ‘증오의 사랑’, 용이와 월선네의 ‘불륜의 사랑’, 귀녀를 향한 강포수의 ‘지고지순한 사랑’, 구천이와 별당 아씨의 ‘근친의 사랑’ 등…. 그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것은 별당 아씨와 머슴이자 최치수의 이복동생인 구천이의 사랑이다.

 

두 사람은 달도 뜨지 않은 어느 밤 지리산으로 야반도주했다. 별당 아씨가 양반이라는 신분과 딸 서희를 모두 버리고 오직 사랑을 택한 것이 너무도 의외였다. 그들이 도주한 길이 고소성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진 길이다. 신분과 근친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 그들의 용기와 사랑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그들의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다.

 

●최참판댁 실제 모델 조씨 고택

 

고소성에서 성제봉 방향으로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최참판댁으로 내려가는 산길을 만난다. 슬슬 산비탈을 타고 내려오면 드라마 ‘토지’의 촬영지인 최 참판댁이다. “수동아~ 밖에 누가 오셨느냐!” 사랑채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의 최치수가 금방이라도 나올 것만 같고, 별당에서는 매화 꽃향기를 맡던 서희가 고개를 돌려 쳐다볼 것 같다. 주민들이 살던 초가집들을 둘러보면서 용이, 임이네, 월선, 김훈장, 두만네 등 드라마의 주인공을 떠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랑채 뒤로 세트장을 빠져나오면 길은 마을 농로로 이어진다. 이제는 최참판댁에서 조씨 고택(조부잣집)으로 가는 길이다. 조씨 고택은 최참판댁의 실제 모델로, 대대로 평사리의 만석꾼 집안이다. 길에서 꽃향기가 진동한다. 길은 녹차밭과 매화밭 사이를 물결치듯 타고 돈다. 토지길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보석 같은 길이다. 대촌마을에서 작은 고개를 넘어 정서마을, 다시 고샅길을 돌아 상신마을의 조씨 고택에 이른다. 10여년 전 뵈었던 고택 주인장 조한승 할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했고, 반갑다며 주전자에 끓인 녹차를 내왔다.

 

조씨 고택은 어마어마한 식솔과 넘쳐나는 손님들로 늘 밥 짓는 연기가 끊이지 않았고, 집에서 나오는 쌀뜨물 때문에 섬진강이 뿌옇게 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과거 만석꾼의 자취는 거의 남지 않았다. 어느덧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쓸쓸함이 검버섯처럼 피어 있었다.

 

조씨 고택을 나오면 500년 나이를 자랑하는 향나무가 선 취간림. 나무 아래서 쉬는 주민 틈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다. 취간림에서 내려와 평사리 들판을 가로지르면 다시 섬진강 평사리 공원이다. 토지길은 평사리 공원에서 다시 화개를 거쳐 쌍계사와 불일폭포까지 이어진다.

 

■가는 길&맛집

 

쌍계사 입구의 단야식당(055-883-1667)은 스님들이 1년에 한두 번씩 별미로 먹었다는 사찰국수(6000원)로 유명한 집이다.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들깻가루와 버섯 등을 재료로 하고 국수는 메밀로 만든다. 매화 고목이 있는 아담한 정원과 주인아주머니의 정갈함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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