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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잡종의식을 깨우자

구봉88 2011. 8. 23. 10:09

내 안의 잡종의식을 깨우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잡종이라고 하면

‘순수하지 못한 것’이나 ‘이도 저도 아닌 천한 것’으로

치부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잡종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순종을 고집하고 잡종을 배척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인식에서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한국인 대부로 통하는 재미 벤처 투자자 이종문씨는 “잡종 의식을 가지라”고 소리친다.

잡종 의식이야말로 21세기의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홍성욱 교수는 “잡종 의식은 창조적”이라고 ‘박쥐 뒤집어 보기’를 권한다.

박쥐에 대한 이미지가 날짐승과 길짐승 양쪽을 기웃거리다 모두에게 버림받는 부도덕한 존재로 굳어져있지만,

그것은 우화가 만든 편견일 뿐이라고 말한다.

 

날짐승과 길짐승이 서로 다툴 때 양쪽을 소통시킬 수 있는 유일한 중재자는 박쥐라는 것이다.

대립하는 양쪽의 경계를 허물어 투쟁과 전쟁, 혁명과 파괴 대신 대화와 번역,

공생과 공존을 유도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은 잡종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게 홍 교수의 지론이다.

잡종 의식은 변화의 물결이 거셀수록 빛을 발한다.

변화는 순종의 사고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생존 전략으로 잡종 의식이 강요되고 있다는 것은 21세기의 격변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디지털과 네트워크는 지구촌에 빛의 속도로 이종(異種)간의 접합을 강요하고 있다.

이 변혁의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는 변화의 속도만큼 빠르게 새로운 변종과 그 변종의 변종들이 생겨날 것이다.

 

순종의 미덕이 흐려지고 잡종성이 강조되는 변종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려면

자신의 내부에 잠자고 있는 잡종 의식부터

불러 깨우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유병선 지음 ‘밀레니엄 키워드.COM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