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요리는 천직…요리처럼 놀면서 돈 벌 수 있는 직업 있나요?”
12饌 점심 6000원으로 직장인 부르고 ‘차돌삼합’으로 승부수
<차돌박이 키조개 여수 돌산 갓김치>
[그린경제=노정용기자] 차돌박이와 신선한 키조개의 관자와 여수 돌산 갓김치의 ‘차돌삼합’ 전문점인 ‘진대감’은 특이하다. 메뉴뿐만 아니라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이 모두 조리장 출신인데다가 친형제가 아니면서도 마치 형제같이 오순도순 식당을 경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현 진대감에서 시작해 서초와 역삼에 이어 최근 신사점까지 오픈, 홍어삼합이 아닌 차돌삼합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주방 최고 책임자로서 진대감 신사점을 경영하고 있는 박재근 조리장(36)은 요리를 하나의 즐거운 놀이로 생각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한식요리사로서 외국에 진출, 우리 한식을 알리는 첨병이 되기를 소원하며 외국어 공부와 함께 식당 경영을 통해 자본금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얀 가운의 조리사복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박재근 조리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진대감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지난 2009년 강남구 논현동에서 백반집으로 출발한 진대감은 차돌삼합이라는 메뉴를 개발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했어요. 만일 신선한 키조개를 빼고 차돌박이 고기만 내놓았더라면 효과를 못 봤겠지만 차돌박이만의 쫄깃쫄깃한 맛과 키조개의 상큼한 맛, 그리고 여수 돌산 갓김치의 알싸한 맛과 향 등이 어우러져 서초와 역삼에서도 인기를 끌었어요. 2개월 전 신사점을 오픈했는데, 진대감의 차돌삼합은 이웃 식당가로 확산되어 똑같은 메뉴가 등장했는가 하면, 홍익대와 강변에서도 유행하고 있어요. 손님이 먹어본 후 남녀노소 90%가 만족하는 것을 볼 때 삼겹살에 비해 단가가 비싸지만 만족도가 높아 신사점도 곧 성공하리라 확신합니다.”
-홍어삼합이 아니라 차돌삼합을 간판에 내걸었는데, 원래 있는 겁니까?
“세 가지를 합함을 뜻하는 삼합(三合)하면 대표적으로 홍어삼합을 떠올리는데, 전통음식에서 삼합이 많습니다. 홍합, 전복, 해삼으로 요리한 삼합초를 비롯해 삼합장과 삼합탕 등 삼합이 적잖이 있어요. 여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한우 차돌박이, 키조개의 관자, 여수 돌산 갓김치로 차돌박이삼합을 만들었지요. 손님들이 홍어삼합이 아니고 차돌삼합이라는데 흥미를 끌었고 세 가지 어우러진 음식이 각기 다른 맛을 내는데 매료되는 것 같습니다.”
-맛의 비결이 있다면?
“차돌박이 특유의 고소함, 키조개 관자의 부드럽게 씹히는 맛, 여기에 천연의 맛이라 할 수 있는 여수 돌산 갓김치의 알싸한 맛과 향이 어우러져 새로운 맛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겨자가 갓의 씨앗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 가지 맛이 아니라 고소하고, 부드럽고, 알싸하고 매콤한 맛을 한데 어우러지게 한 게 비결입니다.”
-기본찬 12찬(饌)이 6000원으로 저렴한 것 같습니다.
“진대감 경영자들이 다함께 모여 ‘우리는 사회사업을 하는 거다’고 농담을 하곤 합니다. 돈 없는 직장인을 위해 저렴하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의미도 있고, 홍어삼합 아닌 차돌삼합을 돈을 들여 광고로 알리기보다는 손님들이 자주 식당을 찾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차돌삼합을 알리는데 큰 목적이 있어요. 사업방편으로 시작한 저가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뿌듯합니다.”
-음식의 맛은 신선한 재료에 있습니다. 항상 신선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십니까?
“여수 돌산 갓김치가 유명하다보니 사실 비싸요. 그렇다고 일반 갓김치를 내놓을 수도 없고, 일반 묵은지로는 알싸한 갓김치를 대체할 수도 없다는 생각에서 오랫동안 거래해온 여수 분(삼촌)과 똑같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지요. 또 차돌박이는 지방이 군데군데 박혀 있어 약간 질긴 부위이기 때문에 냉동보관을 하고, 키조개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밤이나 새벽을 이용해 항상 신선한 상태로 구입해와 사용합니다. 주말의 경우 신선한 키조개가 없을 경우에는 한정판매를 하여 나름대로 최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7~8월에는 키조개를 잡을 수 없는 금어기(禁漁期)여서 물량확보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활용합니다.”
-어떻게 요리에 입문하게 되었습니까?
“청소년 시절 제게는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 삼성그룹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삼성에서 요리사를 구한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요리를 잘하면 저도 삼성맨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요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또 사주팔자로 인생을 예측하는 역술가에게 물어보면 ‘하얀 가운을 입는다’고 해요. 어떤 분은 의사가 되겠구나, 했지만 저는 하얀 조리복을 입은 요리사가 되었지요. 요리사가 천직이어서 그런지 요리사가 된 후 한 번도 직업에 회의를 느껴본 적이 없어요. 물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요리사로서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니 어찌 즐겁고 행복하지 않겠어요? 요리사에 입문한 후 인천 로얄호텔에서 근무할 때인데, 제가 주차장에서 감자 돌려깎기를 열심히 할 동안 국민타자 이승엽은 갓 프로야구선수가 되어 야구배트를 휘둘렀어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저도, 이승엽 선수도 성공하고 있잖아요.”
-국내에 고기집이 많습니다. 다른 고기집과 차별화되는 전략이 있다면?
“저희는 가능한 다양한 메뉴를 배제하려고 합니다. 확실한 매출 루트가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메뉴를 단순화 하고 차돌박이삼합과 매운 갈비찜으로 차별화 하고 있어요. 숯불로 차돌박이를 구워주는 다른 식당과는 달리, 저희는 사각 철판에 예술 날치알 볶음밥을 해주고 있어요.”
-한식의 맛을 내기 위한 박 조리장만의 비결이 알고 싶습니다.
“한식은 처음과 끝이 없어 무궁무진해요. 선배들에게 정말 많은 걸 배웠는데, 그중 삼청각에 있을 때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 대신에 젓갈을 이용하는 걸 배웠어요. 이 젓갈을 이용해 못 내는 맛이 없었어요. 예컨대 낙지볶음을 하기 전 까나리액젓이 들어간 다데기로 낙지를 양념하면 조미료가 전혀 안 들어가도 아주 훌륭한 맛을 냅니다. 그 후 고급 식당에서는 전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대중 식당에서는 손님들이 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최소한의 조미료를 사용하지요. 손님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고급 식당처럼 조미료를 완전히 배제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대중 식당의 경우 아쉽게도 저만의 고집을 내세울 수가 없어 약간 타협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습니다.”
-요리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요리가 즐겁고 좋아서 시작했을 뿐 처음에는 감흥이 없었어요. 그런데 한우전문점인 우가우가에서 냉면 반죽을 한참 배우던 시절, 설거지를 하는 동안 창틀을 통해 제가 만든 냉면을 온 가족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때 전 깨달았어요. ‘예쁜 여자는 남자에게 기쁨을 주어 천국에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조리사도 요리로 손님에게 감흥을 준다면 천국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고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도 이 같은 메시지를 주고 있어요. 의사는 병을 낫게 하고 조리사는 병들기 전 예방하는 직업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는 셈이지요.”
박재근 조리장은 “요리란 자녀가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자녀가 자라서도 우리 아버지가 요리사였기 때문에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고백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요리인생을 돌아보면 요리를 통해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 이외에도 너무 얻은 게 많다는 고백이다.
“요리를 하면서 잃은 게 없어요. 요리는 제 직업이자 즐거운 놀이에요. 솔직히 말해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있어요? 전 요리를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가도 배웠어요. 학창시절에 잘못된 비뚤어진 사고도 요리를 하면서 바뀌었어요. 1994년부터 요리를 시작했는데, 선배들이 저에게 ‘조리사는 둥글둥글하고, 유해야 한다. 사람에게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강조했어요. 정말 피부에 와 닿는 교육을 많이 받았지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해외로 나가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는 첨병이 되고 싶어요. 노르웨이의 라면왕 이철호 대표가 제가 만든 음식을 드시고 저를 찾은 적이 있어요. 그 분은 ‘젊은 사람이 주방장이냐’고 물으시고는 ‘왜 젊은이가 한국에만 있는지 모르겠다, 외국에 나가서 큰 우물에서 놀아보라’고 조언을 하셨어요. 그때 젊은 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틈만나면 외국에 나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실제 한 달 후(2008년)에 캄보디아로 갔어요. 프놈펜에서 한식당 ‘비원’을 오픈, 1년 동안 근무했는데,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해외에 나가 다양한 외국의 식재료를 가지고 한식을 요리하고 싶습니다.”
박재근 조리장의 최종 목표는 ‘색깔있는 요리사’가 되어 외국에서 한식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일이다. 그래서 요즘 매일 영어를 공부하고, 조리책도 원서를 사서 보며, 해외진출 자금 마련을 위해 열심히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 따라해 보는 박재근 조리장의 비법 2제(題)
♠ 차돌삼합(2인분)
■ 박재근 조리장의 차돌삼합 레시피
차돌박이 180g, 키조개 2마리, 부추 70g, 식초 2큰술, 설탕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참기름 1큰술, 양념깻잎 7장, 천일염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가시오가피순장아찌 70g, 양파 1/4개, 새송이버섯 1/2개
(여기에 동치미, 생야채, 겨자소스, 무쌈을 곁들여 먹으면 좋다.)
■ 차돌삼합 조리법
① 차돌박이를 얇게 슬라이스 한다.
② 키조개를 잡아서 내장과 관자를 분리한 후 관자를 얇게 썬다.
③ 설탕, 식초, 고춧가루, 참기름을 넣고 부추겉절이를 한다.
④ 갓김치, 깻잎, 무쌈, 부추겉절이 등과 함께 내놓는다.
⑤ 키조개 관자와 내장, 차돌박이, 버섯, 양파를 함께 제공한다.
♠ 매운갈비찜(2인분)
■ 박재근 조리장의 매운갈비찜 레시피
찜갈비 250g, 청양고추 50g, 홍고추 25g, 배 40g, 양파 100g, 무 100g, 대파 50g, 생강 20g, 마늘 40g, 간장 80㎖, 청양고춧가루 15g, 굵은고춧가루 10g, 물엿 40㎖, 설탕 50g, 팽이버섯 1/4개, 새송이버섯 1/4개, 대추 1개, 수삼 1/4개, 낙지 1마리, 대게다리 1개, 절단꽃게 2개, 참치알 100g, 중하 2마리, 한약제 약간
■ 매운갈비찜 조리법
① 핏물을 뺀 찜갈비를 한번 끓여낸다.
② 기름을 제거한 찜갈비에 한약제와 양념을 넣고 끓인다.
③ 1시간 20분 후에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양파, 대파, 무, 배 등을 갈아서 넣는다.
④ 맥반석 접시에 담고 해물과 버섯, 야채를 올려서 제공한다.
12饌 점심 6000원으로 직장인 부르고 ‘차돌삼합’으로 승부수
<차돌박이 키조개 여수 돌산 갓김치>
▲ 진대감 신사점 박재근 조리장은 “한식요리사로서 외국의 다양한 식재료를 가지고 한식을 요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홍정수 기자
[그린경제=노정용기자] 차돌박이와 신선한 키조개의 관자와 여수 돌산 갓김치의 ‘차돌삼합’ 전문점인 ‘진대감’은 특이하다. 메뉴뿐만 아니라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이 모두 조리장 출신인데다가 친형제가 아니면서도 마치 형제같이 오순도순 식당을 경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현 진대감에서 시작해 서초와 역삼에 이어 최근 신사점까지 오픈, 홍어삼합이 아닌 차돌삼합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주방 최고 책임자로서 진대감 신사점을 경영하고 있는 박재근 조리장(36)은 요리를 하나의 즐거운 놀이로 생각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한식요리사로서 외국에 진출, 우리 한식을 알리는 첨병이 되기를 소원하며 외국어 공부와 함께 식당 경영을 통해 자본금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얀 가운의 조리사복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박재근 조리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진대감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지난 2009년 강남구 논현동에서 백반집으로 출발한 진대감은 차돌삼합이라는 메뉴를 개발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했어요. 만일 신선한 키조개를 빼고 차돌박이 고기만 내놓았더라면 효과를 못 봤겠지만 차돌박이만의 쫄깃쫄깃한 맛과 키조개의 상큼한 맛, 그리고 여수 돌산 갓김치의 알싸한 맛과 향 등이 어우러져 서초와 역삼에서도 인기를 끌었어요. 2개월 전 신사점을 오픈했는데, 진대감의 차돌삼합은 이웃 식당가로 확산되어 똑같은 메뉴가 등장했는가 하면, 홍익대와 강변에서도 유행하고 있어요. 손님이 먹어본 후 남녀노소 90%가 만족하는 것을 볼 때 삼겹살에 비해 단가가 비싸지만 만족도가 높아 신사점도 곧 성공하리라 확신합니다.”
-홍어삼합이 아니라 차돌삼합을 간판에 내걸었는데, 원래 있는 겁니까?
“세 가지를 합함을 뜻하는 삼합(三合)하면 대표적으로 홍어삼합을 떠올리는데, 전통음식에서 삼합이 많습니다. 홍합, 전복, 해삼으로 요리한 삼합초를 비롯해 삼합장과 삼합탕 등 삼합이 적잖이 있어요. 여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한우 차돌박이, 키조개의 관자, 여수 돌산 갓김치로 차돌박이삼합을 만들었지요. 손님들이 홍어삼합이 아니고 차돌삼합이라는데 흥미를 끌었고 세 가지 어우러진 음식이 각기 다른 맛을 내는데 매료되는 것 같습니다.”
-맛의 비결이 있다면?
“차돌박이 특유의 고소함, 키조개 관자의 부드럽게 씹히는 맛, 여기에 천연의 맛이라 할 수 있는 여수 돌산 갓김치의 알싸한 맛과 향이 어우러져 새로운 맛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겨자가 갓의 씨앗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 가지 맛이 아니라 고소하고, 부드럽고, 알싸하고 매콤한 맛을 한데 어우러지게 한 게 비결입니다.”
-기본찬 12찬(饌)이 6000원으로 저렴한 것 같습니다.
“진대감 경영자들이 다함께 모여 ‘우리는 사회사업을 하는 거다’고 농담을 하곤 합니다. 돈 없는 직장인을 위해 저렴하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의미도 있고, 홍어삼합 아닌 차돌삼합을 돈을 들여 광고로 알리기보다는 손님들이 자주 식당을 찾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차돌삼합을 알리는데 큰 목적이 있어요. 사업방편으로 시작한 저가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뿌듯합니다.”
-음식의 맛은 신선한 재료에 있습니다. 항상 신선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십니까?
“여수 돌산 갓김치가 유명하다보니 사실 비싸요. 그렇다고 일반 갓김치를 내놓을 수도 없고, 일반 묵은지로는 알싸한 갓김치를 대체할 수도 없다는 생각에서 오랫동안 거래해온 여수 분(삼촌)과 똑같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지요. 또 차돌박이는 지방이 군데군데 박혀 있어 약간 질긴 부위이기 때문에 냉동보관을 하고, 키조개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밤이나 새벽을 이용해 항상 신선한 상태로 구입해와 사용합니다. 주말의 경우 신선한 키조개가 없을 경우에는 한정판매를 하여 나름대로 최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7~8월에는 키조개를 잡을 수 없는 금어기(禁漁期)여서 물량확보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활용합니다.”
-어떻게 요리에 입문하게 되었습니까?
“청소년 시절 제게는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 삼성그룹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삼성에서 요리사를 구한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요리를 잘하면 저도 삼성맨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요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또 사주팔자로 인생을 예측하는 역술가에게 물어보면 ‘하얀 가운을 입는다’고 해요. 어떤 분은 의사가 되겠구나, 했지만 저는 하얀 조리복을 입은 요리사가 되었지요. 요리사가 천직이어서 그런지 요리사가 된 후 한 번도 직업에 회의를 느껴본 적이 없어요. 물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요리사로서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니 어찌 즐겁고 행복하지 않겠어요? 요리사에 입문한 후 인천 로얄호텔에서 근무할 때인데, 제가 주차장에서 감자 돌려깎기를 열심히 할 동안 국민타자 이승엽은 갓 프로야구선수가 되어 야구배트를 휘둘렀어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저도, 이승엽 선수도 성공하고 있잖아요.”
-국내에 고기집이 많습니다. 다른 고기집과 차별화되는 전략이 있다면?
“저희는 가능한 다양한 메뉴를 배제하려고 합니다. 확실한 매출 루트가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메뉴를 단순화 하고 차돌박이삼합과 매운 갈비찜으로 차별화 하고 있어요. 숯불로 차돌박이를 구워주는 다른 식당과는 달리, 저희는 사각 철판에 예술 날치알 볶음밥을 해주고 있어요.”
-한식의 맛을 내기 위한 박 조리장만의 비결이 알고 싶습니다.
“한식은 처음과 끝이 없어 무궁무진해요. 선배들에게 정말 많은 걸 배웠는데, 그중 삼청각에 있을 때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 대신에 젓갈을 이용하는 걸 배웠어요. 이 젓갈을 이용해 못 내는 맛이 없었어요. 예컨대 낙지볶음을 하기 전 까나리액젓이 들어간 다데기로 낙지를 양념하면 조미료가 전혀 안 들어가도 아주 훌륭한 맛을 냅니다. 그 후 고급 식당에서는 전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대중 식당에서는 손님들이 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최소한의 조미료를 사용하지요. 손님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고급 식당처럼 조미료를 완전히 배제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대중 식당의 경우 아쉽게도 저만의 고집을 내세울 수가 없어 약간 타협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습니다.”
-요리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요리가 즐겁고 좋아서 시작했을 뿐 처음에는 감흥이 없었어요. 그런데 한우전문점인 우가우가에서 냉면 반죽을 한참 배우던 시절, 설거지를 하는 동안 창틀을 통해 제가 만든 냉면을 온 가족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때 전 깨달았어요. ‘예쁜 여자는 남자에게 기쁨을 주어 천국에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조리사도 요리로 손님에게 감흥을 준다면 천국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고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도 이 같은 메시지를 주고 있어요. 의사는 병을 낫게 하고 조리사는 병들기 전 예방하는 직업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는 셈이지요.”
박재근 조리장은 “요리란 자녀가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자녀가 자라서도 우리 아버지가 요리사였기 때문에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고백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요리인생을 돌아보면 요리를 통해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 이외에도 너무 얻은 게 많다는 고백이다.
“요리를 하면서 잃은 게 없어요. 요리는 제 직업이자 즐거운 놀이에요. 솔직히 말해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있어요? 전 요리를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가도 배웠어요. 학창시절에 잘못된 비뚤어진 사고도 요리를 하면서 바뀌었어요. 1994년부터 요리를 시작했는데, 선배들이 저에게 ‘조리사는 둥글둥글하고, 유해야 한다. 사람에게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강조했어요. 정말 피부에 와 닿는 교육을 많이 받았지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해외로 나가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는 첨병이 되고 싶어요. 노르웨이의 라면왕 이철호 대표가 제가 만든 음식을 드시고 저를 찾은 적이 있어요. 그 분은 ‘젊은 사람이 주방장이냐’고 물으시고는 ‘왜 젊은이가 한국에만 있는지 모르겠다, 외국에 나가서 큰 우물에서 놀아보라’고 조언을 하셨어요. 그때 젊은 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틈만나면 외국에 나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실제 한 달 후(2008년)에 캄보디아로 갔어요. 프놈펜에서 한식당 ‘비원’을 오픈, 1년 동안 근무했는데,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해외에 나가 다양한 외국의 식재료를 가지고 한식을 요리하고 싶습니다.”
박재근 조리장의 최종 목표는 ‘색깔있는 요리사’가 되어 외국에서 한식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일이다. 그래서 요즘 매일 영어를 공부하고, 조리책도 원서를 사서 보며, 해외진출 자금 마련을 위해 열심히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 따라해 보는 박재근 조리장의 비법 2제(題)
♠ 차돌삼합(2인분)
■ 박재근 조리장의 차돌삼합 레시피
차돌박이 180g, 키조개 2마리, 부추 70g, 식초 2큰술, 설탕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참기름 1큰술, 양념깻잎 7장, 천일염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가시오가피순장아찌 70g, 양파 1/4개, 새송이버섯 1/2개
(여기에 동치미, 생야채, 겨자소스, 무쌈을 곁들여 먹으면 좋다.)
■ 차돌삼합 조리법
① 차돌박이를 얇게 슬라이스 한다.
② 키조개를 잡아서 내장과 관자를 분리한 후 관자를 얇게 썬다.
③ 설탕, 식초, 고춧가루, 참기름을 넣고 부추겉절이를 한다.
④ 갓김치, 깻잎, 무쌈, 부추겉절이 등과 함께 내놓는다.
⑤ 키조개 관자와 내장, 차돌박이, 버섯, 양파를 함께 제공한다.
♠ 매운갈비찜(2인분)
■ 박재근 조리장의 매운갈비찜 레시피
찜갈비 250g, 청양고추 50g, 홍고추 25g, 배 40g, 양파 100g, 무 100g, 대파 50g, 생강 20g, 마늘 40g, 간장 80㎖, 청양고춧가루 15g, 굵은고춧가루 10g, 물엿 40㎖, 설탕 50g, 팽이버섯 1/4개, 새송이버섯 1/4개, 대추 1개, 수삼 1/4개, 낙지 1마리, 대게다리 1개, 절단꽃게 2개, 참치알 100g, 중하 2마리, 한약제 약간
■ 매운갈비찜 조리법
① 핏물을 뺀 찜갈비를 한번 끓여낸다.
② 기름을 제거한 찜갈비에 한약제와 양념을 넣고 끓인다.
③ 1시간 20분 후에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양파, 대파, 무, 배 등을 갈아서 넣는다.
④ 맥반석 접시에 담고 해물과 버섯, 야채를 올려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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