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관광객 1000만 시대 게스트하우스 투자법..
노후주택 리모델링해 연 10% 너끈
매경이코노미입력 2013.06.19 09:17
베이비부머인 박 모 씨(55)는 지난해 은퇴 후 홍익대 부근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다 팔고 최근 상가건물 한 개 층을 매입해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했다. 주변에 원룸과 오피스텔이 많다 보니 공실이 생기고 수익률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박 씨가 방 9개, 침대 20개를 갖춘 게스트하우스로 바꾸는 데 들어간 투자비용은 총 7억원 정도. 현재 한 달 평균 140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박 씨는 "대출이자와 관리비, 인건비 등으로 나가는 월 700만원 안팎의 고정비용을 빼도 한 달에 700만원 정도 손에 쥔다"고 전했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12%에 이른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 게스트하우스가 틈새 주택 임대사업으로 각광받는다.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중저가형의 민박집. 보통 한 방에 2층 침대를 여러 개 놓고 주방과 화장실 등은 공용으로 쓴다. 숙박비는 방이 아닌 침대를 기준으로 1인당 하루 3만~5만원 선. 호텔보다 저렴해 주로 외국인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높은 수익성. 1인당 숙박료는 낮지만 방 1개에 2층 침대를 촘촘하게 넣어 수익률을 끌어올린다.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종로, 홍익대 앞, 신촌 등지의 게스트하우스는 객실 점유율이 80%를 넘고 연평균 수익률도 10%가 넘는다. 요즘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이 공급과잉으로 수익률이 연 4~5%대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높다.
투자 전망도 괜찮다.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숙박업소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00여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2015년 1380여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서울에 한 해 3600여실의 객실이 공급돼도 2017년엔 3만여실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한다.
싸이 효과로 강남도 게스트하우스 열풍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숙박업소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고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지정 제도(이하 도시민박업)'를 시행해 게스트하우스 전환을 적극 유도 중이다. 총면적 230㎡ 미만(70평) 단독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에 거주하는 사람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소로 지정받아 외국인 숙박객을 받을 수 있다. 도시민박업은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가 까다롭지 않다. 세대주가 도시민박으로 구청에 신고해 임대 영업이 가능하다.
기존 집을 활용하는 만큼 투자비도 비교적 적게 든다. 살던 집을 개조하거나 단독·다가구주택 등을 임차한 뒤 리모델링해서 운영하기도 한다. 올 3월 강남역 부근에 게스트하우스 케이(GUEST HOUSE K)를 오픈한 조한아 씨가 그런 케이스다. 조 씨는 허름한 연립주택(전용 189㎡)을 임차해 침대 18개(방 8개)가 구비된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했다. 여기에 들어간 총 투자비는 약 3억원(보증금 1억원, 리모델링비 2억원, 월세 450만원). 이렇게 해서 월 800여만원을 순수입으로 가져간다. 조 씨는 "싸이 열풍 이후 강남역을 찾는 외국 배낭여행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고종옥 코쿤하우스 사장은 "토지를 사서 신축하는 것보다 기존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면 수익률을 약 5%포인트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뿐 아니라 상가건물을 임차해 게스트하우스로 바꾸는 경우도 많다. 이때도 통(일반건축물)으로 빌리기보다 한 층(집합건축물)으로 임차하면 수익률을 5~10%포인트 더 높일 수 있다는 게 고 사장 설명이다. 현재 게스트하우스(관광진흥법상 도시민박업)는 주택만 가능하게 돼 있으나 실상 상가건물을 임대해 용도 변경한 경우도 많다.
이뿐 아니다. 기존 모텔이나 여관, 여인숙을 인수해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들 숙박업소는 도시민박업이 아닌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한 규제를 받는다. 공중위생관리법 규제를 받고 숙박업으로 분류된 게스트하우스는 내국인 이용이 가능하지만 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된 민박형 게스트하우스는 원칙적으로 내국인 이용이 불가하다. 때문에 모텔이나 여관을 인수해 리모델링할 경우 상대적으로 고객층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주택, 상가, 숙박업소를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게스트하우스 숫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 시내 게스트하우스는 5월 말 기준 235개소(711실)나 된다. 실제 등록하지 않고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곳까지 포함하면 최소 두 배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게스트하우스를 연내 350곳(1000실)까지 확충할 예정이다.
게스트하우스가 인기를 끌자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도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설립된 공간이노베이션의 '24게스트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가맹비를 받고 기존 숙박시설(모텔, 여관 등)이나 주택임대사업자(원룸, 고시원)를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해주거나 개인 사업자가 어려워하는 예약 관리, 홍보 등을 대신 해준다. 김보라 공간이노베이션 과장은 "게스트하우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공동 브랜드와 예약 사이트를 통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홍보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가맹점 모집 두 달여 만에 8건의 계약이 체결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게스트하우스 투자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임대 수익만 노리고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하기 십상이다. 가령 방 4개짜리 연립주택에서 안방을 제외한 방 3곳(침대 6개)을 민박으로 활용한다고 하자. 침대 하나당 5만원을 받고, 예약률이 50% 정도 된다면 한 달 매출은 450만원이다. 여기에 예약 대행 사이트 수수료(20%), 관리비, 인건비, 아침식사 제공비 등을 빼고 나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월 200만~250만원 남짓에 그치기도 한다.
노동 강도도 세고 문화가 다른 외국인을 상대하는 만큼 언어와 운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은 분양받거나 사서 1~2년 주기로 임대 계약하면 유지·관리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수시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객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홍보를 꾸준히 해야 하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안인수 공간이노베이션 가맹사업 팀장은 "게스트하우스를 하다가 포기하는 사람의 90%는 언어장벽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주인이 24시간 상주해 청소나 자잘한 일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만 보고 뛰어들면 실패하기 쉽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초기 비용을 꼼꼼하게 따져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주택 매입 또는 임차 비용이나 시설 인테리어 비용이 과할 경우 투자 대비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인수 팀장은 "지방이나 수도권 등에서 모텔이나 원룸 임대를 하는 사람들이 게스트하우스로 바꿔볼까 한다는 문의를 많이 해오는데 사실상 서울 4대문 안이나 강남, 이태원 등 핵심 상권이 아니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뜨는 강남역 부근은 임대료가 강북보다 2배 이상 높아 무턱대고 투자했다간 손해를 보기 쉽다"고 경고했다.
[김범진 기자 loyalkim@mk.co.kr / 사진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12호(13.06.19~06.25 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근 서울 강남역 부근에 문을 연 게스트하우스 케이 외관.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높은 수익성. 1인당 숙박료는 낮지만 방 1개에 2층 침대를 촘촘하게 넣어 수익률을 끌어올린다.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종로, 홍익대 앞, 신촌 등지의 게스트하우스는 객실 점유율이 80%를 넘고 연평균 수익률도 10%가 넘는다. 요즘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이 공급과잉으로 수익률이 연 4~5%대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높다.
투자 전망도 괜찮다.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숙박업소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00여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2015년 1380여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서울에 한 해 3600여실의 객실이 공급돼도 2017년엔 3만여실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한다.
싸이 효과로 강남도 게스트하우스 열풍
↑ 게스트하우스의 숙박료는 낮지만 2층 침대를 넣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기존 집을 활용하는 만큼 투자비도 비교적 적게 든다. 살던 집을 개조하거나 단독·다가구주택 등을 임차한 뒤 리모델링해서 운영하기도 한다. 올 3월 강남역 부근에 게스트하우스 케이(GUEST HOUSE K)를 오픈한 조한아 씨가 그런 케이스다. 조 씨는 허름한 연립주택(전용 189㎡)을 임차해 침대 18개(방 8개)가 구비된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했다. 여기에 들어간 총 투자비는 약 3억원(보증금 1억원, 리모델링비 2억원, 월세 450만원). 이렇게 해서 월 800여만원을 순수입으로 가져간다. 조 씨는 "싸이 열풍 이후 강남역을 찾는 외국 배낭여행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고종옥 코쿤하우스 사장은 "토지를 사서 신축하는 것보다 기존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면 수익률을 약 5%포인트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뿐 아니라 상가건물을 임차해 게스트하우스로 바꾸는 경우도 많다. 이때도 통(일반건축물)으로 빌리기보다 한 층(집합건축물)으로 임차하면 수익률을 5~10%포인트 더 높일 수 있다는 게 고 사장 설명이다. 현재 게스트하우스(관광진흥법상 도시민박업)는 주택만 가능하게 돼 있으나 실상 상가건물을 임대해 용도 변경한 경우도 많다.
이뿐 아니다. 기존 모텔이나 여관, 여인숙을 인수해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들 숙박업소는 도시민박업이 아닌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한 규제를 받는다. 공중위생관리법 규제를 받고 숙박업으로 분류된 게스트하우스는 내국인 이용이 가능하지만 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된 민박형 게스트하우스는 원칙적으로 내국인 이용이 불가하다. 때문에 모텔이나 여관을 인수해 리모델링할 경우 상대적으로 고객층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주택, 상가, 숙박업소를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게스트하우스 숫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 시내 게스트하우스는 5월 말 기준 235개소(711실)나 된다. 실제 등록하지 않고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곳까지 포함하면 최소 두 배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게스트하우스를 연내 350곳(1000실)까지 확충할 예정이다.
게스트하우스가 인기를 끌자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도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설립된 공간이노베이션의 '24게스트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가맹비를 받고 기존 숙박시설(모텔, 여관 등)이나 주택임대사업자(원룸, 고시원)를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해주거나 개인 사업자가 어려워하는 예약 관리, 홍보 등을 대신 해준다. 김보라 공간이노베이션 과장은 "게스트하우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공동 브랜드와 예약 사이트를 통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홍보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가맹점 모집 두 달여 만에 8건의 계약이 체결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게스트하우스 투자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임대 수익만 노리고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하기 십상이다. 가령 방 4개짜리 연립주택에서 안방을 제외한 방 3곳(침대 6개)을 민박으로 활용한다고 하자. 침대 하나당 5만원을 받고, 예약률이 50% 정도 된다면 한 달 매출은 450만원이다. 여기에 예약 대행 사이트 수수료(20%), 관리비, 인건비, 아침식사 제공비 등을 빼고 나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월 200만~250만원 남짓에 그치기도 한다.
노동 강도도 세고 문화가 다른 외국인을 상대하는 만큼 언어와 운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은 분양받거나 사서 1~2년 주기로 임대 계약하면 유지·관리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수시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객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홍보를 꾸준히 해야 하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안인수 공간이노베이션 가맹사업 팀장은 "게스트하우스를 하다가 포기하는 사람의 90%는 언어장벽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주인이 24시간 상주해 청소나 자잘한 일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만 보고 뛰어들면 실패하기 쉽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초기 비용을 꼼꼼하게 따져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주택 매입 또는 임차 비용이나 시설 인테리어 비용이 과할 경우 투자 대비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인수 팀장은 "지방이나 수도권 등에서 모텔이나 원룸 임대를 하는 사람들이 게스트하우스로 바꿔볼까 한다는 문의를 많이 해오는데 사실상 서울 4대문 안이나 강남, 이태원 등 핵심 상권이 아니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뜨는 강남역 부근은 임대료가 강북보다 2배 이상 높아 무턱대고 투자했다간 손해를 보기 쉽다"고 경고했다.
[김범진 기자 loyalkim@mk.co.kr / 사진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12호(13.06.19~06.25 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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