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엔 장중 1천선 붕괴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30일 원·엔 환율이 외환시장 개장 직후 100엔당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외환은행에서 관계자가 엔화 지폐뭉치를 정리하고 있다. 13.12.30 uwg806@na.co.kr |
(세종=연합뉴스) 경수현 심재훈 박용주 기자 = 원·엔 환율이 5년여 만에 900원선으로 떨어지면서 외환 당국에 비상등이 켜졌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원·엔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 개장 전 100엔당 1,000원 선이 붕괴된 뒤 오전 9시 외환시장 개장 직후 100엔당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엔화값이 1,000원 선을 하향돌파한 것은 2008년 9월 9일(장중 저가 996.68원) 이후 5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원·엔 환율은 재정환율이므로 한국 정부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면서 "원·엔 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어려운 만큼 미시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 엔 5년여 만에 900원선 하락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30일 원·엔 환율이 외환시장 개장 직후 100엔당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 2013.12.30 uwg806@yna.co.kr |
외환당국은 엔화 약세가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지만 일본은 계속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환율뿐 아니라 미일간 금리차도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외환당국은 엔화 약세가 계속될지는 불확실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이 구조조정 등 아베노믹스를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국제 금융시장에 잠재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원화 약세가 '엔캐리 트레이드'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상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원화 약세는 그동안 엔화 선물 매도에 따른 기대감이 현실에 반영된 것으로 국채나 주식 시장 등에서 엔화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지는데다 엔화대출 또한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 자금흐름에는 현재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 엔 날개없는 추락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30일 원·엔 환율이 외환시장 개장 직후 100엔당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 2013.12.30 uwg806@yna.co.kr |
그는 "과거 엔케리트레이드가 문제되는 때는 전혀 양상이 다르다"면서 "엔화 약세보다는 원·달러 환율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엔화 약세의 영향이 아직 제한적이지만 해외시장에서 한일 수출품목간 경쟁이 심화하고 대일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일수출의 경우 올해 10월까지 철강제품이 24.6%, 휴대전화 22.2%, 반도체가 14.8%의 감소세를 기록한 바 있다.
정부는 이에따라 엔저로 큰 피해를 보는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미시 지원책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해 수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등 방향을 우선 모색하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 및 수출지원을 확대하는 정부 대책을 내년 중 마련할 예정이다.
원·엔 1천선 붕괴…산업계 여파는 '제한적'
현대자동차울산공장 자동차 선적부두 << 연합뉴스 DB >> |
엔저 1년내 지속…기업들 결제통화 분산 등 위험대비
소재·부품 등 중간재 수입절감 긍정적 측면도
(서울=연합뉴스) 옥철 현윤경 안희 기자 = 30일 원·엔 환율이 5년여 만에 900원대로 떨어져 심리적 저지선인 1,000원 선이 붕괴됨에 따라 향후 수출 경쟁력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개장 직후 100엔당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전자·자동차·조선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그러나 엔저 현상이 이미 1년 가까이 지속된� ��다 대일 수입의존도가 큰 소재·부품 부문에선 수출 경쟁력에 유리한 측면도 없지 않아 전체적인 여파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직접적으로 경합하는 3대 부문인 전자·기계·자동차 업계가 다소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 등락에 따라 수출 가격 경쟁력과 수입 부품·설비·원자재 구매비용에서 플러스·마이너스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이어서 환율에 대한 단기적 대응보다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엔화 외에도 달러·유로·위안화 등 다양한 통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특정 통화가 오르면 다른 통화는 내리는 위험 분산 효과도 있다"며 "들어오고 나가는 통화 매칭을 통해 환율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계도 엔화 약세로 인해 경영실적이 급격히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완성차 메이커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에서는 엔저로 인해 일본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낳고 있는 만큼 적잖은 우려를 표시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은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제값 받기 정책'을 등을 적극 추진하면서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선업계는 엔저의 영향을 사실상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저 현상이 두드러진 올해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일본 조선사들을 넉넉히 따돌리며 우위를 점한 점만 놓고 봐도 원·엔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국내와 일본 조선사들이 주력으로 수주하는 선종이 다른 점과 기술력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이 일본 조선사에 비해 앞서 있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도 기본적으로 원·엔 환율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 한건설협회 한창헌 정책지원본부장은 "건설업종은 기본적으로 내수 산업이기 때문에 원·엔 환율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자재의 경우도 대부분 중국·유럽 쪽에서 많이 들여오기 때문에 일본 변수는 작은 편"이라며 "다만 환율 하락으로 국민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으면 건설업종에도 좋을 것은 없다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KIET)의 강두용 동향분석실장은 "추가적인 엔 약세가 이어지면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현재로서는 여파가 크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최근 기업 설문조사에서도 엔저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는 업체의 비중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대일 수출의 경우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면서 "농수산식품 수출의 경우 일본 비중이 높지만 중국 등으로 점차 다변화하는 추세여서 엔저 여파를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은 지난 2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오히려 중간재 수입을 일본에 의존하는 일부 수출 기업의 경우 단기적으로 엔저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밀기기 등은 수입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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