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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 기업경영정보

구봉88 2014. 1. 5. 14:50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당국 "원·엔 환율 급격한 하락 우려"…대응책 부심(종합)

  2.[위클리 포커스] ‘테이퍼링’ 시작… 美 소비 회복 ‘맑음’·신흥국 자금 유출 ‘먹구름’

  3.다시 부각되는 ‘장기 정체’…‘탈성장의 길’ 모색해야

  4.지방정부 부채 ‘中 시한폭탄’…거품낀 부동산 메스댈까

  5. 기업업무에 들어온 스마트폰...정보화 기반 '탄탄'·업무혁신 '글쎄'

 

 

  6.‘1000조 가계부채’…한국경제 최대 ‘부실 뇌관’

  7.고용은 늘어난다는데… 고용의 질은 글쎄?

  8.중산층 20년새 7%P 하락…대한민국 ‘허리’ 가 얇아진다

  9.새만금에 '韓·中 경제특구' 생긴다

  10.섬진강 일대 '동서통합지대' 조성…2020년까지 8660억원 투입

 

 

기업경영

  1.'車·조선·항공+임베디드 SW', 주력산업 고부가 드라이브

  2.공기업 경쟁 체제 도입했더니…공항·항만 효율 높아지고 흑자전환

  3.‘게임중독법’ 논란, 어떻게 커지고 번졌나

  4.친근하게 익숙하게’ 차 이름 현지화해야 잘나간다

  5.STX그룹 구조조정 향방은 해체돼 각자도생…다롄조선소 ‘오리무중’

  6.[올해의 CEO] 2013년을 빛낸 `올해의 CEO`

  7.오뚝이 인생 좌절은 없다

  8.[식탁이 세상을 바꾼다]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 황금평, 인적 끊긴 '유령 경제구'

  2. [생생中國]장성택 처형을 보는 중국 시각…‘북한에 무시당했다’ 양국 관계 진짜 위기

  3.[김호기의 ‘우리 시대 사상의 풍경’](7) 종교사상, 평화와 구원으로 가는 길: 김수환과 법정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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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원·엔 환율 급격한 하락 우려"…대응책 부심(종합)



원· 엔 장중 1천선 붕괴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30일 원·엔 환율이 외환시장 개장 직후 100엔당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외환은행에서 관계자가 엔화 지폐뭉치를 정리하고 있다. 13.12.30 uwg806@na.co.kr
시장 감시 강화, 중기 수출 타격 대비책 마련키로

(세종=연합뉴스) 경수현 심재훈 박용주 기자 = 원·엔 환율이 5년여 만에 900원선으로 떨어지면서 외환 당국에 비상등이 켜졌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원·엔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 개장 전 100엔당 1,000원 선이 붕괴된 뒤 오전 9시 외환시장 개장 직후 100엔당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엔화값이 1,000원 선을 하향돌파한 것은 2008년 9월 9일(장중 저가 996.68원) 이후 5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원·엔 환율은 재정환율이므로 한국 정부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면서 "원·엔 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어려운 만큼 미시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 엔 5년여 만에 900원선 하락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30일 원·엔 환율이 외환시장 개장 직후 100엔당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 2013.12.30 uwg806@yna.co.kr

외환당국은 엔화 약세가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지만 일본은 계속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환율뿐 아니라 미일간 금리차도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외환당국은 엔화 약세가 계속될지는 불확실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이 구조조정 등 아베노믹스를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국제 금융시장에 잠재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원화 약세가 '엔캐리 트레이드'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상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원화 약세는 그동안 엔화 선물 매도에 따른 기대감이 현실에 반영된 것으로 국채나 주식 시장 등에서 엔화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지는데다 엔화대출 또한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 자금흐름에는 현재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 엔 날개없는 추락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30일 원·엔 환율이 외환시장 개장 직후 100엔당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 2013.12.30 uwg806@yna.co.kr

그는 "과거 엔케리트레이드가 문제되는 때는 전혀 양상이 다르다"면서 "엔화 약세보다는 원·달러 환율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엔화 약세의 영향이 아직 제한적이지만 해외시장에서 한일 수출품목간 경쟁이 심화하고 대일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일수출의 경우 올해 10월까지 철강제품이 24.6%, 휴대전화 22.2%, 반도체가 14.8%의 감소세를 기록한 바 있다.

정부는 이에따라 엔저로 큰 피해를 보는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미시 지원책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해 수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등 방향을 우선 모색하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 및 수출지원을 확대하는 정부 대책을 내년 중 마련할 예정이다.

원·엔 1천선 붕괴…산업계 여파는 '제한적'


현대자동차울산공장 자동차 선적부두 << 연합뉴스 DB >>

엔저 1년내 지속…기업들 결제통화 분산 등 위험대비

소재·부품 등 중간재 수입절감 긍정적 측면도

(서울=연합뉴스) 옥철 현윤경 안희 기자 = 30일 원·엔 환율이 5년여 만에 900원대로 떨어져 심리적 저지선인 1,000원 선이 붕괴됨에 따라 향후 수출 경쟁력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개장 직후 100엔당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전자·자동차·조선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그러나 엔저 현상이 이미 1년 가까이 지속된� ��다 대일 수입의존도가 큰 소재·부품 부문에선 수출 경쟁력에 유리한 측면도 없지 않아 전체적인 여파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직접적으로 경합하는 3대 부문인 전자·기계·자동차 업계가 다소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 등락에 따라 수출 가격 경쟁력과 수입 부품·설비·원자재 구매비용에서 플러스·마이너스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이어서 환율에 대한 단기적 대응보다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엔화 외에도 달러·유로·위안화 등 다양한 통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특정 통화가 오르면 다른 통화는 내리는 위험 분산 효과도 있다"며 "들어오고 나가는 통화 매칭을 통해 환율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계도 엔화 약세로 인해 경영실적이 급격히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완성차 메이커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에서는 엔저로 인해 일본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낳고 있는 만큼 적잖은 우려를 표시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은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제값 받기 정책'을 등을 적극 추진하면서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조선업계는 엔저의 영향을 사실상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저 현상이 두드러진 올해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일본 조선사들을 넉넉히 따돌리며 우위를 점한 점만 놓고 봐도 원·엔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국내와 일본 조선사들이 주력으로 수주하는 선종이 다른 점과 기술력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이 일본 조선사에 비해 앞서 있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도 기본적으로 원·엔 환율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 한건설협회 한창헌 정책지원본부장은 "건설업종은 기본적으로 내수 산업이기 때문에 원·엔 환율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자재의 경우도 대부분 중국·유럽 쪽에서 많이 들여오기 때문에 일본 변수는 작은 편"이라며 "다만 환율 하락으로 국민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으면 건설업종에도 좋을 것은 없다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KIET)의 강두용 동향분석실장은 "추가적인 엔 약세가 이어지면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현재로서는 여파가 크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최근 기업 설문조사에서도 엔저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는 업체의 비중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대일 수출의 경우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면서 "농수산식품 수출의 경우 일본 비중이 높지만 중국 등으로 점차 다변화하는 추세여서 엔저 여파를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은 지난 2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오히려 중간재 수입을 일본에 의존하는 일부 수출 기업의 경우 단기적으로 엔저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밀기기 등은 수입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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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포커스] ‘테이퍼링’ 시작… 美 소비 회복 ‘맑음’·신흥국 자금 유출 ‘먹구름’



[서울신문]

오 는 2014년 세계 경제는 ‘테이퍼링’(채권발행 점진적 축소)을 시작하는 미국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주요 경제권인 유럽과 중국·일본의 경기 회복은 내부 개혁 여부에 달렸으며, 신흥 개발도상국은 반정부 시위에 따른 정치적 불안으로 당분간 먹구름이 예상된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전문가의 새해 경기전망을 인용한 경제 기상도에 따르면 내년에 가장 주목할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지난 18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산소호흡기로 불렸던 ‘양적 완화’(무제한 돈 풀기) 조치를 내년부터 축소하기로 했다.

소비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 �어서고 우려했던 실업률도 주춤하면서 경제가 기지개를 켤 준비에 들어갔다는 방증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22일 “실업률이 낮아져 내년 경제 전망도 좋아질 것”이라며 새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로 휘청거렸던 유럽은 위기의 진원지인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개혁이 지지부진하고 유로화 강세에 따른 수출 감소가 예상돼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대국인 독일의 선전으로 내년 성장률이 플러스(1.1%)로 예상됐지만, 사상 최고치(12.1%)에 이른 실업률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FT는 국영기업의 민간 개방과 금리 자유화 조치 등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는 중국의 경제 정책에 대해 세계 투자자들의 전망은 밝다고 진단했다.

반 면 지방정부의 부채 축소라는 장애물을 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쉬운 개방’과 ‘어려운 개혁’ 중 어떤 방법을 택할지가 성장 속도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무제한 돈 찍어내기’ 정책으로 올해 두드러진 성장을 기록한 일본은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되는 내년 4월이 경제 성장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테이퍼링 우려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신흥국들은 본격적인 자금 유출이 시작될 경우 일부 개혁이 부진한 국가는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태 국과 터키, 우크라이나 등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면서 내부 불안이 가중되는 것도 경제 회복에는 악재다. FT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새해 잇달아 선거가 치러진다”면서 “신흥국의 정치적 불안이 세계 경제 회복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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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각되는 ‘장기 정체’…‘탈성장의 길’ 모색해야



[한겨레]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장기 정체’의 위험 다시 환기

공세적 수요 부양책 주문했지만

회귀 불가능한 신기루일 수도

기술발전 통한 생산성 혁신 쇠퇴

미국등 선도경제 성장한계에 직면

분노의 유럽…월가 점령 시위…

정치적 한계도 갈수록 확대

‘성장 신화’ 근본적 반성 제기


2013 년을 마감할 즈음, 세계경제가 이번에는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세계경제의 회복을 견인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출구전략에 시동이 걸릴 정도다. 하지만 2014년 새해 세계경제 향방에 대해 불안불안하다는 시각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상당수 선진국 경제가 잠재 국내총생산 수준을 밑돌고 있는데다, 각국의 고용 환경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경제 전반에 일본식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모습이다. 저성장의 굴레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지난 11월 국제통화기금이 주최한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와, ‘장기 정체’(secular stagnation)의 위험을 환기시킨 바 있다. 경기 변동의 관리에 초점을 맞추었던 현대 거시경제학의 전통에서 벗어나, 1930년대 세계 대공황기의 쟁점, 즉 과잉투자와 혁신의 쇠퇴, 수요 결핍의 일상화 등에 직면해 성장과 번영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과거의 아이디어’를 부활시킨 것이다. 서머스는 이 문제가 이미 1980년대 거품 붕괴 이후 일본의 장기불황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해 세계경제 전반의 행로에도 지대한 함의를 지닌다고 진단한다.

여기서 서머스는 현재의 경제 부진이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2000년대 초·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적 문제라고 평가한다. 이른바 골디락스(높은 성장을 이루면서 물가상승이 없는 상태)의 ‘좋았던 옛날’로 회고되던 그 시절부터, 이미 만성적인 수요 부진, 저성장과 과소 고용(불완전고용 및 실업) 문제가 뿌리내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저금리 등 각종 부양책은 대부분 과잉 차입과 부채 누적을 초래하여, 반복적인 거품으로 귀착됐던 셈이다.

이 렇게 보면 금융위기는 그 취약성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었고, 부진한 회복 역시 그 연장선상일 뿐이다. 서머스는 오늘날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자리잡은 수요 결핍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공세적인 수요 부양책을 주문한다. 자칫 위기를 극복했다는 환영에 휩싸여 긴축이나 거시 건전성 제고, 다시 말해 미래의 위기에 대한 사전 예방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반생산적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런 식의 대응이 또다른 거품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이 때문에라도 더더욱 새로운 정상의 고착화에 맞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경기변동 관리, 특히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관리에 치중하면서 중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육성을 등한시하고, 사실상 왜곡된 금융 혁신과 자산 가격의 부양에만 의존해 온 관행을 문제시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서머스의 문제의식은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동시에 몇가지 문제점을 수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 선, 서머스가 도모하는 경제의 새로운 방향이 실은 일종의 ‘비정상’(abnormal)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사실 그는 1990년대 후반 미국을 비롯해 세계경제의 ‘신경제 혁명’을 이끈 장본인 중 한명이다. 하지만 신경제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와 함께 일종의 신기루로 막을 내렸다. 이어 2000년대 초·중반 새로운 신경제로서 부동산 같은 자산 주도의 금융 혁신이 뒤를 이었지만, 그 결과는 참혹한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서머스가 어쩌면 경제 정상화라는 회귀 불가능한 신기루를 다시 좇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이는 두번째 문제인 ‘성장의 한계’로 연결된다. 사실 대공황기 미국의 경제학자인 앨빈 한센이 기초를 잡은 장기 정체라는 테마 자체가, 투자에 의존한 자본주의 성장 동학의 ‘내재적 한계’에 초점을 맞추고, 그 출구로서 기술 혁신과 정부의 능동적 개입에 주목한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로버트 고든 교수는 정보기술 혁신 등에 기반한 생산성 혁신(3차 산업혁명)의 쇠퇴에 주목하면서 미국과 같은 선도 경제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나아가 일종의 외재적 한계인 ‘생태적 한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최근 셰일가스나 바이오테크 등 생태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아직 그 승산은 불확실하며 생태 위기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그치질 않는다.

경제 성장의 또다른 외재적 한계는 ‘정치적 한계’다. 미국의 거듭된 재정 불안에서 보듯, 대공황 혹은 1970년대 인플레이션 이후 각국 정치를 지탱해 온 ‘성장 협정’(전후의 자유주의와 현대의 신자유주의)에 금이 가고 있다. 이런 양상은 ‘분노의 유럽’은 물론, ‘아랍의 봄’과 ‘월가를 점령하라’ 등으로 확산되어 왔다. 우리 사회의 ‘안녕들 하십니까’ 논쟁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런 맥락에서 볼 때, 서머스가 복원한 장기 정체 테마는 역설적으로 성장의 신화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내포한다. 다시 말해 이제는 주눅든 경제 성장의 재활보다는 그동안 성장에 치중해 부차적으로 여겼던 경제적 내실이나 분배적 형평 등에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크지 않은가? ‘탈성장’(degrowth)의 길에 대한 고민과 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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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부채 ‘中 시한폭탄’…거품낀 부동산 메스댈까

내 년 중국 경제의 키워드는 ‘개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롤러코스트처럼 요동쳤던 올 한 해 중국 경제를 되짚어 보며, 내년 집권 2년차를 맞는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성장 속도보다는 경제 구조 개혁을 우선시 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문은 지방정부 부채,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유동성 경색, 과잉생산, 부동산 거품 등 5가지를 내년 경제 개혁의 향방을 가르는 지표로 꼽으며, 개혁의 출발지로 ‘부동산 시장’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정부 부채=중 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2009년 이후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섰다.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차입금을 끌어다 쓰면서 지방정부의 부채가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부채 규모와 상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감사 당국이 지난 10월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악성부채 규모에 대한 중국정부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상하이자유무역지대=중국 정부는 올해 상하이 자유무역지대를 출범시켰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개방하고 탈규제의 시험 무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나, 최고 지도부에서조차 반대에 부딪히며 출범에 어려움을 겪었다.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중국 당국이 내년에 개정할 ‘금지 목록(negative list)’이다. 이 목록에 지정된 사항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허용된다.

▶유동성 경색=중국 지난 6월 신용 경색을 겪은 후 이번달에도 비슷한 사태가 발생했다.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개입을 보유하면서다. 전문가들은 런민은행이 은행 스스로 자금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산 과잉=중국의 올해 철강 생산량은 세계 최대다. 나머지 전 세계 국가들의 생산량을 모두 합한 것과 거의 같은 규모다. 과잉생산 우려와 함께 환경오염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거품=중 국 경제의 가장 큰 우려는 부동산 시장이다. 대규모 개발과 수년째 계속되는 두자릿수 가격 상승률로 많은 중국인이 주택 마련의 꿈을 포기했고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주택 가격 억제를 위해 올해 다주택 규제, 주택담보대출 기준 강화 등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선별적으로 시행돼 효과가 없었다. 부동산세 역시 재산 공개를 우려하는 부유층 관리들의 반발로 도입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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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업무에 들어온 스마트폰...정보화 기반 '탄탄'·업무혁신 '글쎄'

- '전국 사업체 2013년 정보화통계'...컴퓨터 보유·인터넷 접속 기업 급증
- ICT 활용 생산·업무혁신 '부진'..."사업체의 ICT 활성화 정체"

[이 데일리 이승현 기자]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난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증대로 업무용 컴퓨터 보급 및 인터넷 접속환경이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실제 업무현장에서 정보통신기술(ICT)를 이용한 생산혁신을 체감했다는 반응은 예전보다 낮아졌다.

30 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전국 사업체 대상 2013년 정보화 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2012년 기준 컴퓨터 보유 사업체는 전체의 70.3%인 244만여곳으로 2011년의 205만여곳(61.4%)에 비해 크게 늘었다. 컴퓨터 보유 사업체의 비율은 지난 2007년 42.7%, 2009년 55.3%, 2010년 58.1% 등 매년 오르고 있다.

지 난해 컴퓨터 보유 사업체가 급증한 것은 스마트폰 보유 증가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2011년 16만여대에서 2012년 70만여대로 급증하며 사업장에서 노트북(42만여대)를 제치고 데스크탑 컴퓨터(197만여대) 다음으로 많이 쓰는 기기가 됐다.

△컴퓨터 보유 사업체 현황. (단위 : 천개·%)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스 마트폰 사용에 따른 무선인터넷 확산으로 인터넷 접속 사업체의 비율도 2011년 57.2%(191만여곳)에서 2012년 68.5%(238만여곳)으로 많이 늘었다. 전체 사업체의 49.4%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모바일 기기로 업무를 보는 등 실제 업무에서의 활용도도 높은 편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모바일 기기 사용 확산이 업무 생산성 증대로 바로 연결되지는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 및 업무처리의 혁신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업체 중 ‘ICT를 통한 혁신’의 비율은 각각 22.3%와 40.8%로 나타났다. 생산혁신 부문은 전년에 비해 0.9%P, 업무혁신 부문은 9.0%P 낮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 정보화분야에 예산을 투자한 사업체 수는 2011년 192만여곳에서 2012년 240만여곳으로 크게 늘었지만 대부분 네트워크 관련 투자비용으로 조사됐다.

사업체 보안피해는 2010년 15.2%, 2011년 6.0%, 2012년 3.1% 등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박 재문 미래부 정보화전략국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사업체의 정보화 기반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정보 이용이나 ICT를 활용한 업무혁신 등 활성화 측면에선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사업체의 ICT 이용 활성화 정책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통계조사는 전국 347만여개 사업장(종사자수 1인 이상)에 대해 1만2901곳을 표본으로 정보화 기반과 정보 이용, 정보화 투자, 정보보호 등 4개 분야 53개 항목을 조사한 것이다.

△전국 사업체 대상 ‘2013년 정보화 통계조사’.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이승현 (lees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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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조 가계부채’…한국경제 최대 ‘부실 뇌관’

[한겨레] 박근혜 정부 출범 1년도 안돼

‘빚 권하는’ 부동산대책 4차례

부동산경기 ‘요지부동’ 빚만 증가

‘소득 40% 빚상환’ 가구 14%달해

빚내서 빚갚는 악순환 수렁 빠져


올 해 우리나라 경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하면 환율과 금리가 요동을 치면서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연쇄적으로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19일 미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1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지만 당장 큰 충격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외변수가 아니라 내부의 복병에 가슴을 졸여야 할 상황이 됐다. 바로 가계부채 문제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전문가와 일반 국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계부채는 내년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대내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카드결제 등 외상구매까지 포함한 가계의 금융부채(가계신용) 총액은 9월 말 현재 991조7000억원으로, 연말까지 1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1~9월 중 증가액은 27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증가액(24조5000억원)보다 13.9% 늘었다.

올해 가계부채 증가는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뒤 4차례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4월1일부터 시작해 7월24일, 8월28일, 그리고 12월3일 발표한 대책까지이다. 늘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민을 위한 집값 안정보다는 집을 사거나 셋집을 구할 때 돈을 쉽게 빌릴 수 있게 해준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고 무주택 가계에 빚을 권하는 정책을 편 것이다. 그러는 사이 가계는 빚에 짓눌려 지갑을 닫는 바람에 내수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부동산 시장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전셋값만 치솟아 서민 부담이 커졌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앞으로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는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애널리스트)는 “서울·수도권 지역의 주택 가격은 여전히 가계의 소득 수준 대비 높은 수준에 있다. 신규 주택 관련 대출이 대부분 원리금 상환방식으로 바뀌어 가계는 소득 수준에 맞춰 주택을 구입하는 추세여서 정부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증가하거나 주택가격이 수요자의 구매 능력에 맞게 더 떨어지지 않는 한, 부동산 경기는 당분간 바닥을 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부채의 총량이 증가하더라도 가계의 상환능력이 좋아지면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갈수록 가계의 빚 감당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올해 가계금융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평균 19.5%로 지난해보다 2.3%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소득 1·2분위(하위 40%)의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급등했다.

또 한국은행 추계로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 이상인 ‘과다채무가구’가 지난해 기준으로 약 150만으로 전체 가구의 14.2%에 이른다. 이들은 이미 빚으로 빚을 메워야 하는 수렁에 빠져 있다. 부채 상환능력이 한계에 이르면 가계수지 측면에서 소득으로 필수 지출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만성 적자 상태로 몰린다. 이런 계층에겐 대출 확대로 지원하기보다는 일자리 대책이나 공공부조로 악순환을 끊어줘야 한다. 채권 금융기관도 일부 손실을 떠앉는 방식으로 과감한 부채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전 문가들은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진행되는 단계에서 가계부채의 누적을 크게 우려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은 금융위기를 겪는 동안 부채축소(디레버리징)가 진행되었는데 우리는 거꾸로 부채확대 과정을 거쳤다. 이 때문에 자칫 금융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경기는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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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고용은 늘어난다는데… 고용의 질은 글쎄?

정 부와 연구기관들은 내년 취업자 수가 올해보다 40만∼45만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노동 현장과 구직 전선에서 체감하는 일자리의 질은 그다지 높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근로조건이 열악한 서비스업이 고용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고 은퇴자 중심의 자영업 과당 경쟁은 여전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도 일자리 늘리기와 고용 유연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고용 불안이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9일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이 올해(38만명 예상)보다 7만명 늘어난 45만명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 전망보다는 약간 낮지만 한국개발연구원(40만명), 한국노동연구원(41만4000명) 등 국책연구기관과 우리금융경영연구소(43만명) 등 민간연구기관들은 40만명 이상의 취업자 수 증가를 예상했다. 내년에도 완만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아래 일자리도 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뜯어보면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기재부는 “내수 회복과 사회서비스 수요 증대 등으로 음식·숙박 등 전통 서비스업과 보건·복지업 등을 중심으로 고용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분야들은 자영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하다. 게다가 기재부는 “제조업, 건설업은 업황 등을 고려할 때 큰 폭의 개선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 후 인생 2모작을 꿈꾸며 창업한 자영업도 고용 증대의 효자 노릇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기재부는 “자영업 과당경쟁에 따른 구조조정 등은 은퇴한 고령층의 고용 증가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부터 55세 이상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파견 허용 업종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어서 고령자의 고용불안을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늘어나는 연공급 체계를 지닌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령자들을 조기 퇴직시킨 뒤 파견 형태로 재고용하는 일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 등의 정책이 고용 창출로 이어지기를 기대하지만 노동계는 전반적인 근로조건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장시간 초과근로가 수당으로 이어졌던 기존 임금체계 아래에선 근로시간 단축은 곧 임금 삭감을 뜻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부채감축 과정에서 인적 구조조정에 돌입할 경우 공공분야의 고용불안도 심각해질 전망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5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자산매각이나 파업 등 정상화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사항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노동계는 극심한 노사 갈등에 이은 대량해고와 대체인력 모집으로 이어지는 수순이 부채감축 대상 공공기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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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20년새 7%P 하락…대한민국 ‘허리’ 가 얇아진다

대한민국을 버티게 해주는 허리, 중산층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1990년대 국민 100명 중 75명꼴이었던 중산층 규모는 해마다 줄어 2010년대 들어 100명 중 67명꼴로 감소했다.

30 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종옥 연구위원 등의 ‘중산층 구성의 변화와 소득공제에 의한 중산층 복원 정책의 효과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중산층 규모는 1990년 74.47%에 달했으나 2000년 70.87%, 2010년에는 67.33%로 줄었다. 20년 새 7.14%포인트가량 하락한 것이다. 줄어든 중산층의 상당부분은 저소득층으로 빠졌고, 소폭이 고소득층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소득층 규모는 1990년 7.34%에서 2010년 12.24%로 4.9%포인트 늘었고, 고소득층 규모도 같은 기간 18.2%에서 20.43%로 2.23%포인트 늘었다.

소득계층별 가구주 연령의 비중 변화를 보면 저소득층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에는 39.32%에 달했지만, 2000년 30.86%로, 2010년에는 15.91%로 줄었다. 이에 반해 저소득층에서 60대 이상의 비중은 1990년 7.95%에 불과했으나 2000년에 24.39%로 늘었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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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 '韓·中 경제특구' 생긴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전라북도 새만금에 경제특구를 공동개발한다.

기 획재정부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12차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고 2020년까지(1단계) 새만금에 25.8㎢ 규모의 '새만금 차이나밸리’를 함께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의는 양국의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개최하는 경제장관회의다.

새만금 경제특구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 공동 추진방식으로 건설된다.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은 매립-조성-분양 등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며 중국 독자 기업 혹은 한·중 합작기업이 선정될 예정이다. 새만금 특구에 중국 기업은 물론 우리나라의 첨단산업, 고부가가치 농생명산업 등 미래 성장산업 기업을 유치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새만금 경제특구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시 중국 고부가가치 농산물 시장 등 잠재력이 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산업기능 뿐만 아니라 교육·기술개발(R&D), 주거, 상업기능 모두를 갖춘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업을 관장하는 새만금개발청은 "우리나라에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 새만금이고 이 곳은 군산항, 새만금 신항 등 양국 간 물류운송 기반시설을 구비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진출사례를 만드는 것은 물론, 한·중 경제교류도 활성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날 회의에서 양국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신흥국의 경제 둔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해 양자ㆍ다자간 정책공조를 강화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특히 자본유출입 문제는 개별 국가가 단독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국가간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양국은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한·중 벤처캐피탈 포럼'을 열고, 중소기업청의 '해외수요 처 연계 기술개발사업'에 중국 기업이나 정부 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길도 터주기로 했다.

에 너지·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는 한·중 합작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 진단 시범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에너지 효율등급제도 등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또 국장급 회의인 '한·중 도시정책협력회의'를 신설, 도시계획과 도시재생정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기 재부 대외경제국과 NDRC의 외사사는 '국장급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고 내년 상반기에 제 1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는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한 실무적 조정, 이행 점검 등이 이뤄진다. 또 양국 싱크탱크인 한국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중국의 거시경제연구원(AMR)은 연례 세미나를 공동주최하고 연구결과를 경제장관회의 내용으로 올리는 등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현오석 부총리를 수석대표로 미래부, 산업부, 환경부 등 관련부처 담당국장을 포함한 16명이 참석했다. 중국측에서는 쉬 사오스 NDRC 주임을 비롯해 주요 국장 등 총 14명이 참석했다. 한·중 경제장관회의는 기재부와 중국 NDRC 간의 정례적인 장관급 회의로, 지난 1993년에 차관급 회의로 시작해서 1999년 12월 장관급 회의로 격상된 후 지난해까지 총 11차례 회의가 열렸다.

[윤성환 기자 itys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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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일대 '동서통합지대' 조성…2020년까지 8660억원 투입


국토부 제공

섬진강 일대를 '문화·관광지대, 신성장 산업 벨트' 등으로 조성하는 동서통합지대 조성 청사진이 마련됐다. 오는 2020년까지 기본 사업비로만 약 866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제3차 국토정책위원회에 '동서통합지대 조성 기본구상'을 보고하고,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동서통합지대 조성사업은 산업육성, 문화교류, 연계교통망 확충 등을 통해 섬진강 양안의 경남 서부와 전남 동부지역을 동서화합과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는 사업으로 대통령 지역공약 8대 핵심 정책이 포함돼 있다.

국토부는 경남 하동군·남해군·진주시·사천시와 전남 광양시·여수시·구례군·순천시 등 8개 시·군을 지역범위로 설정하고, 5개 분야 43개 대상사업을 선정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섬진강, 광양만 등 동서 간 공유지역을 문화·관광 중심지대로 조성하고, 글로벌 관광기반을 구축한다.

섬진강 꽃마중길 조성, 동서케이블카 설치, 뱃길 복원 등 섬진강의 수려한 자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광자원화하고, 양안의 연결을 강화해 동서교류협력의 상징지대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섬진강 양안에 지리산과 남도의 전통문화예술자원을 활용한 '문화예술회랑지대'(판소리전수관 등)를 조성, 이 지역을 문화관광 거점으로 육성한다.

또 여수 엑스포항에 크루즈 접안시설 보강 및 마리나항 조성, 민자 유치를 통한 각종 편의시설 확충과 종합 안내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여수를 중심(HUB)으로 광양만 일대를 국제수준의 해양관광지대로 육성한다.

한려수도길, 이순신해전길 등 도서지역을 연계한 해상관광루트를 개발하고, 남해 재일동포 귀향마을, 순천 생태관광공원 조성 등 내·외국인을 위한 체류형 관광지도 적극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동서 간 상호 연계를 통해 해양플랜트, 항공우주 등 지역에 집적된 기간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신산업 육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전남의 철강산업, 항만물류와 경남의 해양플랜트 산업의 경쟁력을 융합한 해양플랜트클러스터(대학원대학교 설립 등)를 구축하고, 진주·사천·고흥의 항공우주산업 육성을 지원한다.

대 일본 수입소재 무역수지 적자 해소 및 산업의 고도화를 위해 광양만권에 미래형 소재산업 거점 육성도 추진할 계획이다.

동서통합지대로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동서통합대교 건설 및 구 남해고� �도로 섬진강교 보수·재개통 등 다양한 교통인프라 확충도 기본구상에 포함됐다.

이밖에 사업의 실효성 있는 추진을 위해 지자체 주도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동서통합활성화 지원센터' 설치·운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이번 기본구상에 따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사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국 토부 관계자는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한 기본구상 마련을 위해 대국민 제안공모, 협의체 운영 등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왔다"며 "관계부처, 지자체 등과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조기에 사업의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참 기자 pumpkin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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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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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조선·항공+임베디드 SW', 주력산업 고부가 드라이브

[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산업부, 임베디드 SW 발전전략… 6대 주력산업 9대 융합과제 역량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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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정부가 자동차, 항공, 조선 등 SW(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성장잠재력이 큰 6대 주력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핵심 임베디드 SW, SoC(센서) 및 플랫폼의 통합 개발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판교세븐벤처밸리 마이다스아이티에서 김재홍 제1차관 주재로 간담회를 열고 '임베디드 SW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임베디드 SW는 자동차, 항공기 등에 내장돼 대상기기를 작동·제어하는 SW다.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며 제품의 가치경쟁력을 좌우하는 다품종 소량형 고부가가치 SW다.

산업부는 우선 동차, 항공, 조선, 전자, 의료기기, 기계·로봇 등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고성장이 예상되는 6대 주력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핵심 임베디드 SW, SoC 및 플랫폼의 통합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역 량을 집중할 9개 융합과제로 △자율주행 자동차 △고속-수직 이착륙 무인항공기 △지능형 선박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가상 훈련 플랫폼 △나노기반 생체모사 디바이스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시스템 △국민 안전·건강 로봇 △산업용 3D(3차원) 프린터를 선정하고 120개의 세부과제를 추진한다.

중소·중견 SW기업을 주관기관으로 하고 국책연구소 및 대학을 참여기관으로 해 중소 SW기업의 역량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대기업이 참여기관으로 참여해 수요를 제시하고 중소 SW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는 수요 연계형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중소 SW기업에 대한 지속적 지원 및 사업 추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민·관 공동의 '주력산업-임베디드 SW 융합 사업단'도 구성·운영한다.

산업부는 또 임베디드 SW 개발에 필수적인 고급인재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주요 공과대학에 전자, 기계, 항공, 자동차 등 HW(하드웨어)와 컴퓨터, 전산 등 SW간 통합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주요 대학원 내 확산 중인 ITRC(정보통신연구센터)에 임베디드 SW 분야의 확대를 검토한다.

삼 성전자, 비트컴퓨터 등 민간 기업의 SW 교육시설을 활용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SW 교육 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하는'민·관 협력형 SW 아카데미'을 신설·운영하고, 정부출연연구소에 중소기업의 중간 관리자급 SW 인력을 고급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심화형 재직자 SW 교육과정'을 신설한다.

중소 SW기업으� ��의 인재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대기업의 SW 관련 퇴직자가 중소 SW기업으로 취업할 때 정부가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밖에도 산업부는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산업 분야에 걸쳐 '100대 핵심 SW 플랫폼'을 개발해 중소 SW기업의 미래 먹거리 창출의 근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소 SW기업이 주관해 사업을 추진하고 개발된 IP(지식재산권)는 중소기업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의 소유로 관리한다.

세계일류상품 및 산업융합 선도제품에 SW를 결합하여 세계초일류상품화 추진시 지원하는 SW-플러스사업(가칭)을 신설하고, 혁신적 아이디어 및 기술을 보유한 중소 임베디드 SW기업의 창업 및 성장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도 개설한다.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 및 SW 제값받기 확산을 위해 임베디드 SW 맞춤형 표준계약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수요 대기업 및 중소 SW기업이 참여하는'수급기업 협의회'를 구성·운영하는 등 SW 생태계의 동반성장 문화 정착에도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김재홍 차관은 "이번 전략에는 정체 위기인 우리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임베디드 SW 등 소프트 역량을 집중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미래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신시장을 창출하고 임베디드 SW 산업을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핵심 분야로 집중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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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SUE INSIDE]공기업 경쟁 체제 도입했더니…공항·항만 효율 높아지고 흑자전환

최 근 철도파업의 핵심 쟁점은 민영화다. 하지만 이는 겉보기일 뿐, 실제로는 경쟁 체제 도입이 관건이다. 수서발 KTX를 운영하는 별도 법인이 만들어지면, 철도 사업에서도 부분적인 경쟁이 이뤄지기 때문. 사실상 철도노조 측은 민영화 반대를 명분으로 ‘경쟁 체제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철도노조 측의 논리는 “자회사에 총무 인사 등 중복된 인력을 둠으로써 고정비가 낭비된다. 자회사가 요금 등 주요 경영사항 결정 과정에서 모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등 부작용만 늘어난다”는 것. 경쟁 체제 도입이 실효성이 없는 만큼, 민영화를 염두에 둔 ‘꼼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노조 측 주장은 그러나 철도에 경쟁 체제를 도입한 해외 사례는 물론, 국내 다른 공기업들의 경우를 둘러봐도 설득력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독일은 독일철도주식회사(DB)라는 지주사 아래 주요 간선과 지선을 나눠, 자회사들이 운영하는 방식의 경쟁 체제를 도입했다. 2006년부터는 여객·화물열차 운영을 본격적으로 민간에 개방해 현재 385개 이상의 여객·화물열차 운영회사가 존재한다. 이 같은 경쟁 체제 도입을 통해 DB는 1994년 3억유로 흑자였던 영업실적이 2008년에는 27억유로 흑자로 9배나 뛰었다. 스웨덴도 철도공사(SJ)를 6개 회사로 분리하는 구조 변화를 통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여객 수송량을 60% 이상 끌어올렸고, 2003년부터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114년간 독점으로 운영된 코레일은 공사로 전환된 2005년부터 영업손실만 4조5461억원을 입었다. 해마다 7500억원가량의 정부 지원을 받고도 연평균 5700억원의 손실을 본 것. 영업적자가 누적되면서 현재 17조원이 넘는 부채가 2020년이 되기 전에 5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스웨덴 경쟁 체제 도입

경영 성과 좋아지고 사고도 줄어

코레일의 비효율은 인건비 비중에서도 잘 드러난다. 코레일은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48%에 이르지만 경쟁 체제를 도입한 독일철도주식회사와 스웨덴철도공사는 각각 27.6%와 27.5%에 불과하다. 강성 노조가 존재하는 프랑스철도공사(SNCF)도 39.1%에 그친다. 코레일 의 유지보수비도 유럽 평균에 비해 2.2~3.5배가량 높은 수준. 국토부 측은 “여객, 물류, 차량 정비, 시설 유지보수 등 다양한 기능이 뒤섞여 회계가 불투명하고 비교 대상이 없어 경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점 공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성공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99 년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의 분리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국제선은 인천공항에 내주고 나머지 국내 공항은 한국공항공사에서 맡도록 했다. 노조 측은 강하게 반대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인천공항공사는 2002년 1032억원 적자에서 2012년 4994억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한국공항공사 역시 2002년 3433억원 적자에서 2012년 1382억원의 흑자를 냈다.

항만 분야 역시 비슷하다. 2003년 항만공사법이 만들어지면서 부산, 인천, 울산, 여수광양만 항만공사가 출범했다. 이 중 부산과 인천은 해마다 상당한 흑자를 기록 중이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처럼 철도에 단일 운영자만 있는 나라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경쟁 체제를 도입하되, 그 과정에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39호(14.01.01~0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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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법’ 논란, 어떻게 커지고 번졌나

올해 약 10만 명의 국내 게임 종사자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가장 큰 사건은 바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즉 ‘게임중독법’이다.


지난 4월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신 신의진 의원이 입법 발의한 게임중독법은 연말까지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그 파장이 문화·예술계로까지 번졌다.

게임중독법을 지지하는 단체가 생겨나고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는가 하면, 이를 반대하는 대규모 서명운동과 문화·예술인들의 기자회견이 번갈아 열렸다.

이에 올해 국내 게임업계를 달군 게임중독법 관련 말들과 주요 사건 및 이슈들을 정리해봤다.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위)와 남경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 협회장.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법은 10월7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나온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말 한마디 때문에 뜨거운 감자가 됐다.

당 시 그는 “이 나라에 만연된 이른바 4대 중독, 즉 알콜, 마약 그리고 도박, 게임중독에서 괴로워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의 고통을 이해,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게임 때문에 ‘묻지마 호기심 살인’이 일어난다면서 이를 가리켜 ”게임중독의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게임개발자연대는 황우여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게임중독법 논란은 10월31일 신의진 의원실이 주최한 ‘4대 중독법’ 공청회를 통해 더욱 커졌다. 다양한 입장을 들어보고 조율해야할 공청회가 편파성 논란에 휩싸인 것. 참가 패널 자체부터가 게임중독법을 찬성하고 지지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 공청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왼쪽), 신의진 의원(가운데), 황우여 대표.

당시 지정토론 사회자인 기선완 인천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반대편의 목소리에 “말꼬리 잡지 마라”, “주제에서 벗어난다”, “근거가 부족하다”는 말로 편파적 진행을 해 업계의 질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보건복지부 측과 신의진 의원은 “4대 중독법에 게임이 들어간다고 해서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거나 추가적인 기금을 걷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실상이 달라 의구심을 갖게 했다.

게임중독법안에 ‘중독물질 등의 생산, 유통 및 판매를 관리하기 위한 시책 강구’, ‘중독물질 등에 대한 광고 및 판촉을 제한하는 시책 강구’ 등 규제를 뜻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또 신의진 의원은 “게임중독 예방 및 치 비용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게임사 매출 1%를 강제 징수하는 ‘손인춘법’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진정성에 의심을 받았다.

▲ 지난 1월 손인춘 의원 등 17명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 일명 손인춘법. 공동 발의자로 신의진 의원 이름이 올라 있다.

게임중독법 논란이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퍼지면서 신의진 의원 홈페이지와 블로그가 넘쳐나는 방문자들로 마비되는 사건도 화제가 됐다. 게시판에는 게임중독법을 비판하는 글들이 홍수를 이뤘으며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이 쏟아졌다.

이에 신의진 의원실은 게시판 글을 무더기로 삭제하고, 일부 누리꾼들과 언론사를 제소하기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해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한 과도한 조치였다는 것이 비판의 논거였다.

이 후 게임중독법은 온라인 서명과 지스타 오프라인 서명을 통해 30만 명 이상이 참여하면서 강력한 여론의 힘에 제동이 걸렸다.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사회단체들이 모여 게임중독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면서 추진력을 잃어갔다.

▲ 게임중독법안 주요 내용

이 에 맞서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가 게임중독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종교계 갈등에 불씨만 지폈을 뿐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진 못했다. 또 종교계의 정치 개입으로까지 문제가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만 키웠다.

나아가 게임중독법은 지난 11일 열린 ‘게임 마약법 반대 대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서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강박적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법안 중독 역시 사회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말로 과도한 법안 발의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지난 19일과 20일 게임중독법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음에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보류됐다.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고, 논란이 되는 만큼 공청회 등 더 많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게 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중독법 논란은 내년에도 또 앞으로도 게임관련 부정적인 사고와 이슈가 터질 때마다 다시 고개를 내밀 것”이라며 “게임중독법으로 학부모라는 든든한 후원군을 등에 업은 신의진 의원이 게임중독법을 쉽게 포기하거나 타협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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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하게 익숙하게’ 차 이름 현지화해야 잘나간다



ㆍ현대 그랜저는 미국서 아제라, 기아 카니발은 세도나

ㆍ낯설거나 부정적 의미의 모델명 바꿔 해외시장 공략

중 국 수도 베이징에서는 현대자동차 아반떼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베이징 택시의 65%가 아반떼XD이기 때문이다. 아반떼XD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6만7000대 규모의 베이징 택시 교체 사업의 표준모델로 채택됐다.

하지만 국내 차량과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호칭이다. 차량 뒷부분을 보면 아반떼XD가 아니라 ‘엘란트라(ELANTRA)’라고 표기돼 있다. 아반떼는 미국과 중국에선 엘란트라,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선 란트라, 이스라엘에선 i35라는 모델명을 사용한다.

국내에서 사용하던 차명을 수출지역에서 다르게 붙이는 것은 일종의 현지화 전략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낯설게 들리거나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면 이름을 바꾼다. 현지에 비슷한 이름의 차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기 아자동차의 카니발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세도나’라는 이름을 쓴다. 세도나는 미국 애리조나의 휴양도시다. 카니발은 인육을 먹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 카니발(cannibal)과 발음이 비슷해 이를 피한 것이다. 기아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는 미국 시장에 ‘보레고’라는 이름으로 수출된다. 모하비나 보레고는 미국 서부지역 사막 이름이지만 미국인은 보레고를 더욱 친근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모닝은 유럽 시장에서 영어 대신 프랑스어 피칸(야무지고 즐겁다)과 라틴어 칸토(노래)를 결합한 ‘피칸토’로 재탄생했다.

미국에서 현대차 그랜저는 ‘아제라’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아제라는 프랑스어로 푸른색을 뜻하는 ‘아주르(azure)’와 시대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Era’를 합성한 것이다. 미국인들이 발음하기 편해 미국 법인이 아제라를 희망했다고 한다. 지금은 단종됐지만 현대차 투스카니도 남미에서는 발음이 현지 욕설과 비슷해 ‘쿠페’라는 이름을 붙였다. 투싼ix는 유럽에서 ‘ix35’로 팔리고 있다. 북미와 달리 유럽 소비자들은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작명법에 익숙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YF쏘나타는 신흥 시장인 호주에서 ‘i45’로 팔리고 있다.

외래어를 한자로 바꿔쓰는 것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영문보다는 중문 브랜드를 편하게 받아들인다. 현지에서 만들어진 NF쏘나타는 ‘링샹’, 카니발은 ‘지아화’, 스포티지는 ‘스파오’란 이름을 사용한다. 링샹은 자유롭게 비상하는 진취적인 인생, 지아화는 아름답고 화려함, 스파오는 질주하는 사자를 뜻한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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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X그룹 구조조정 향방은 해체돼 각자도생…다롄조선소 ‘오리무중’


STX그룹 구조조정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n사진은 서울 STX남산타워.

수 차례 우여곡절을 겪어온 STX그룹 구조조정이 사실상 큰 고비를 넘었다. 주력 계열사들이 한때 부도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STX조선해양을 시작으로 STX중공업, STX엔진 등의 자율협약이 체결되면서 힘겹게 경영 정상화 절차에 들어갔다. 2001년 출범해 재계 13위까지 오른 STX그룹은 이제 사실상 해체돼 계열사별로 제 갈 길을 모색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에 추가 부실이 드러나면서 채권단 중심 구조조정이 지연되는가 하면 조업이 중단된 중국 STX 다롄조선소 앞길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 7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STX조선해양은 지난 11월 말 최대주주가 STX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STX에서 KDB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감자를 통해 ㈜STX 보유 지분은 1% 미만으로 떨어졌고 대신 산업은행 지분율이 25.51%로 높아졌다.

최근에는 수장도 교체됐다. 지난 12월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사장 출신인 정성립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공식 선임됐다. 정 사장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악성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신규 수주에 나서겠다. 장기적으로는 인재 양성, 생산성 향상 등에 더욱 힘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정 사장 포부대로 STX조선 경영 정상화가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을 실사한 결과 그동안 숨겨진 대규모 부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STX조선은 선박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당장 선수금을 확보하기 위해 원가보다 20% 이상 낮은 가격에 배를 수주해왔다. 그 과정에서 금융회사에 선수금환급보증을 끊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장부를 실제보다 부풀려 작성했다. 심지어 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의 2배까지 과다 수주한 사례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부실 요인을 반영해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한 결과 지난 1~9월 STX조선해양 영업손실은 무려 1조1900억원, 당기순손실은 3조2400억원에 달했다.

채권단은 당초 올해 2조500억원, 내년 6500억원 등 2조7000억원을 지원해 STX조선 경영 정상화를 도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선박 부실 수주, 취소로 인한 손해배상 예상액을 추정한 결과 최대 1조8000억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저가 수주 물량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해배상을 해줘야 해 추가 자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내년에 지원하려던 자금 중 2000억원을 조기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추가 지원 조건으로 STX조선해양이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채권 단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STX조선 나름대로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이미 조직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임원의 40%를 감축했고 지난 11월 서울사무소를 경남 진해로 옮겼다. 여기에 더해 진해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 중 최대 800명가량을 추가로 구조조정할 예정이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새 수장까지 선임됐지만 그동안 쌓인 부실이 워낙 많은 만큼 STX조선이 세계적인 조선업체로 이름값을 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TX조선의 또 다른 복병은 중국 다롄 조선소다. 2007년 STX그룹이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지었지만 조선 경기 악화와 STX그룹 자금난이 맞물리면서 올 3월부터 조업이 아예 중단된 상태다. 내년부터 인도돼야 할 선박들이 그대로 조선소에 방치된 실정이다.

STX다롄 채권단협의회에 따르면 다롄 조선소에 각종 부품, 자재를 납품해온 중국 현지 협력업체들이 지난 4년 동안 받지 못한 자금만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때문에 협력업체들이 줄도산하는가 하면 2~3차 협력업체로부터 각종 소송에 시달릴 정도다. STX 다롄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직원 임금, 납품대금 등을 지급하지 못해 한국 근로자뿐 아니라 중국 현지인들 감정까지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급기야 중국 현지 협력업체들은 청와대에 다롄조선소를 재가동해달라는 민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다롄조선소에서 근무했던 한국 근로자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STX조선은 다롄조선소 한국 직원 780여명 중 350명에게 지난해 말부터 한국 본사로 복귀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하지만 복귀한 350명 중 80% 이상이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롄조선소의 한국 근로자 중 80여명은 ‘한국행’ 대신 중국에 위치한 다른 한국 조선소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런 상황에서도 STX 다롄조선소 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재 중국 채권단과 다롄조선소 정상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 채권단이 확실한 정상화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다롄조선소는 청산 절차를 밟거나 중국 업체에 넘어갈 가능성도 높다. 다만 중국 업체에 매각하더라도 인수 조건으로 다롄조선소 부채를 떠안아야 하는 데다 중국 조선 경기도 좋지 않아 매각 과정에서 꽤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정관리 팬오션·건설, 경영 정상화 모색

STX 조선해양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들은 그나마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STX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STX는 에너지 사업(석탄·석유), 원자재 수출입(철강·비철금속), 기계엔진(기계플랜트·엔진영업), 해운물류 서비스 등 4대 비즈니스 중심의 전문 상사업체 변신을 꿈꾼다. 에너지 사업에서는 호주,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한편 원자재 수출입, 기계엔진 부문에서 아프리카 등 신규 시장 개발에 주력하기로 했다.

STX 관계자는 “비록 지금은 경영 사정이 어렵지만 전문상사로 거듭남과 동시에 채무 상환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통해 2017년 매출 2조200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을 달성한다는 포부다.

STX팬오션과 STX건설은 이미 법정관리를 통한 경영 정상화 과정에 돌입했다.

STX 팬오션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고 사명을 ‘팬오션’으로 바꾸기로 했다. STX 이름을 떼고 본격적으로 제 살길을 찾는다는 복안. 2004년 범양상선 시절 STX그룹에 인수돼 STX팬오션으로 사명을 바꾼 뒤 10년 만이다. 종전 STX팬오션 대표이사와 이사회 구성원들은 모두 퇴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STX 계열사와 강덕수 회장 지분은 10 대 1로 감자되고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STX건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4월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건설은 현재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체결하거나 이미 다른 회사에 매각됐다. STX중공업과 STX엔진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STX중공업은 산업은행, 농협이 출자전환으로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민자발전 사업을 해온 알짜회사 STX에너지는 일본 오릭스에 팔린 이후 다시 GS-LG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시스템통합(SI)업체인 포스텍은 자율협약 대신 워크아웃 과정을 걷고 있다. 당초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려 했지만 신용보증기금이 보증 만기연장을 거부하면서 지난 12월 10일 워크아웃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바꿔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STX그룹 계열사들이 각자 제 살길 찾기에 한창인 가운데 ‘샐러리맨 신화’를 만방에 떨치며 그룹을 이끌어온 강덕수 회장 행보가 어떻게 될지도 관심이다. 계열사들의 자율협약 신청으로 이미 강 회장은 대주주로서의 그룹 지배권을 상실한 상태다. 하지만 전문경영인 자격으로 그룹 회생 과정에서 얼마든지 경영권은 유지할 수 있다. 강 회장� �� STX조선 채권단이 새로운 경영진을 추천하자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STX중공업 대표이사직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STX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STX그룹 회생 과정에서 강덕수 회장 역할론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강덕수 회장이 채권단 자율협약 과정에서 ㈜STX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다 추후 유상증자에 참여해 그룹 경영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영에 실패한 오너가 채권단 지원으로 회생한 후 또다시 경영권을 되찾는 데 대한 비판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강 회장의 미래를 예상케 하는, 한 재계 관계자 얘기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38호(13.12.25~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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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CEO] 2013년을 빛낸 `올해의 CEO`

신 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사장이 매경이코노미가 선정한 2013년 ‘올해의 CEO’에서 종합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위를 차지한 이후 삼성전자 CEO가 2년 연속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신종균 사장은 재무평가에서는 3위를 기록했지만 경제발전기여, 혁신경영에서 1위를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모바일 부문에서 갤럭시폰 시리즈가 연달아 히트를 기록하며 삼성전자 실적 상승세를 견인한 덕분이다.

2 위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뒤를 이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위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재무 순위는 7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사회책임경영에서 신종균 사장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경제발전기여(2위), 혁신경영(5위) 등 전 분야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았다.

3위는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만 해도 50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올 초에 부임한 박성욱 사장이 매서운 실적 상승세를 이끌면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에만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올리며 SK그룹 실적 상승세를 견인했다. 덕분에 재무 순위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 내로라하는 기업을 제치고 전체 1위에 올랐다.

4위는 김상헌 네이버 사장이다. 김 사장은 2011년 16위, 지난해 5위로 순위가 오르더니 올해는 4위로 도약했다. 5위는 박용만 두산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49위에서 올해 5위로 도약한 건 전 분야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덕분이다. 박용만 회장은 재무 순위에서 6위에 올랐고 경제발전기여(7위), 사회책임경영(3위), 혁신경영(12위) 등 비재무 순위에서도 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 6위는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7위는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SK그룹 대표 CEO들이 두루 자존심을 세운 셈이다. 8위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9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공동 10위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차지했다. 박진수 부회장은 2014년 LG그룹 정기 인사에서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LG그룹 내에서도 인정받는 CEO로 꼽힌다. 2005년부터 LG생활건강을 이끌어온 ‘장수 CEO’ 차석용 부회장은 2011년 20위, 지난해 19위에 이어 올해도 10위에 오르면서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경배 회장은 지난해 7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9위에 오르면서 ‘올해의 CEO’에서 좋은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 ‘올해의 CEO’ 평가에서 10위 내 가장 많은 CEO를 배출한 그룹은 SK그룹이다. 10위 내에 3명(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진입했다. 비록 최태원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며 오너 부재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룹 대표 계열사들이 높은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이어 현대차그룹(정몽구 현대차 회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과 LG그룹(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각각 2명의 CEO를 배출했다.

20위권에서는 10대 그룹 주력 계열사 CEO들이 골고루 명함을 내밀었다.

김 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이 12위다. 김경배 사장은 2011년 21위,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12위에 오르는 등 매년 순위가 급상승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제치고 재무 순위가 전체 5위에 오른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13위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14위 신헌 롯데쇼핑 사장, 그리고 허일섭 녹십자 회장과 심경섭 ㈜한화 사장이 공동 15위순으로 이어진다.

롯 데그룹 대표 계열사인 롯데쇼핑 신헌 사장은 롯데그룹에선 유일하게 20위권에 들었� �. 지난해에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 대표이사로 전체 순위 16위에 올랐지만 올해 신 회장이 롯데쇼핑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신헌 사장이 대신 이름을 올렸다. 한화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 심경섭 사장도 한화그룹에서 홀로 ‘올해의 CEO’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허일섭 녹십자 회장은 지난해 50위권에도 들지 못했지만 올해 재무 순위 29위를 기록하는 한편 경제발전기여(19위), 사회책임경영(12위), 혁신경영(28위) 등 비재무 분야에서도 골고루 좋은 점수를 받으면서 일약 15위로 뛰어올랐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13위)은 게임업계에선 유일한 20위권 CEO다.

17위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차지했다. 이부진 사장은 2011년 올해의 CEO 50위로 턱걸이했지만 지난해 29위, 올해는 17위까지 오르며 매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부진·정지선 등 오너 일가 포진

이어 18위는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19위는 박기홍 포스코 사장, 20위는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는 지난해 정준양 회장이 전체 순위 4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회장직에서 사퇴하면서 박기홍 사장이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

20위 이하 순위권에는 대기업 오너 일가 경영인들이 대거 포진해 눈길을 끈다. 구본무 LG 회장이 22위에 올라 체면을 세웠고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24위다.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한국타이어 지주사) 회장은 33위에 올랐고 정몽진 KCC 회장은 46위를 기록해 50위권에 턱걸이했다.

건설사로는 유일하게 시공능력평가 1위 업체인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28위)이 이름을 올렸다. 건설업 침체가 심각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해만 해도 50위 내에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등 3명의 건설 CEO가 포함됐었다.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사장(42위)은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올해의 CEO에 올랐다.

어떻게 선정했나

재무 순위에 전문가 273명 정성평가 가미

2013년 올해의 CEO는 지난 2005년부터 매경이코노미가 적용한 평가 모델을 활용해 선발했다. 종합 순위는 재무지표로 평가한 재무 순위와 각계 전문가 투표로 뽑은 비재무 부문 순위를 합산해 도출했다.

재 무 부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1733개 기업을 대상으로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매출액,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 주당순이익, 시가총액 등 5가지 지표를 분석했다. 평가 기준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를 근거로 했다.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와 올 3분기를 기준으로 1년간 매출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비교했다. 4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아 평가 기준에서 제외했다. 또 IFRS를 적용하면 계열사가 많은 그룹은 자회사 지분법 이익이 반영되지 않아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순이익 대신 영업이익을 비교했다.

시가총액 순위는 올 1~9월까지 기록한 연간 시총의 일평균치를 기준으로 삼았다. 주당순이익 순위는 올 1~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을 9월 30일 기준 주식 수로 나눠서 비교했다. 주당순이익은 1주당 이익을 얼마나 창출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주당순이익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경영 실적이 양호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5가지 지표 순위를 합산한 점수가 가장 낮은 순으로 최종 재무 순위를 매겼다. 5개 지표에 대한 평가 비중은 동일하게 했다.

재무 부문 평가를 바탕으로 선정된 상위 100명 CEO를 대상으로 다시 비재무 부문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는 은행과 증권사의 기업금융 담당 임원과 지점장, 경제연구소 연구원, 교수와 컨설턴트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설문 응답자는 총 273명. 은행 105명, 증권사 138명, 경제연구소 연구원 11명, 교수와 컨설턴트 19명 등이었다.

비 재무 부문은 경제발전기여, 사회책임경영, 혁신경영 등 3가지로 나눠 평가했다. 설문 대상자들에게 분야별로 기여도가 높은 CEO 5명을 우선순위 없이 선정하게 했다. 부문별로 득표 순위만 반영하고 총 득표수에 대한 가중치는 두지 않았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38호(13.12.25~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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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인생 좌절은 없다

“바다에 빠져 죽을까 해서 들렀던 곳입니다. 지금은 실패를 맛봤지만 재기하겠다고 온 사람들의 성지처럼 됐지만 말이죠.”

경남 죽도에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을 만든 전원태 회장 얘기다.

전 회장은 창업 5년 만에 공장 화재로 빚만 남았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기어이 재기에 성공했다.

부도 후 다시 기업을 꾸리겠다고 준비하는 사람의 비율은 19%(부도기업인재기협회 자료)에 불과하다. 꼭 부도가 아닐지라도 실직이나 병마 등 다양한 인생의 고통을 모두 극복하고 다시 오뚝이처럼 선 사람은 그 리 많지 않다.

이를 단순히 본인 의지만의 문제로 몰아가기엔 한계가 있다. 제도, 사회 인식 등이 부족한 건 아닌지 점검해볼 시점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가 ‘다함께 잘 사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재기한 사람들 얘기로 매경이코노미는 한 해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패자부활 활성화 왜 안 되나

실패자 낙인 문화에 시스템도 미비

19%.

부도기업인재기협회가 조사한 ‘부도 후 기업인 생활유형’에서 재기 준비를 하는 사람 비율이다. 그나마 단순 일용, 노무직으로라도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사람이 60%. 나머지 20%는 폐인,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게 현실이다.

물론 사업하다 보면 어려울 때도 있다. 창업기업 생존율은 1년 차엔 84%지만, 10년 차엔 24%만 살아남는 것으로 조사(중소기업청 자료)됐다. 문제는 한 번 넘어졌다고 해서 쉽사리 툭툭 털고 일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진단한다.

배 영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인의 재기가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창업-성장-위기-퇴출-재도전-회생’이라는 생태계 주기가 막힘없이 선순환돼야 하는데 ‘실패기업인’이 용기를 갖고 재도전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업하다 망한 사람을 사회 안전망에서 받아줘야 하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김 대식 열린연구소장은 “인간의 잠재적 생산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의 과도하게 노동 소모적인 불안정한 일자리만 있다 보니 1차 노동시장에서 한 번 떨어지면 재진입이 어렵다. 이는 중산층의 재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임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에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사회 통념 역시 재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전 새누리당 비대위원)는 “사회적으로 실패의 낙인(Stigma of failure)을 찍고 재도전할 기회를 박탈하는 암묵적인 통념이 재기를 더욱 어렵게 한다. 연대보증 완화 등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2.8회 정도 벤처기업이 실패 후 제자리를 잡는다는, 즉 패자부활을 응원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 운영하는 죽도 연수원에서 중소기업인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매경DB>

사업 망하면 20%는 폐인

‘자기성찰과 준비’ 재기 첫걸음

실제 재기에 성공했거나 재기를 도모하고 있는 이들 역시 의견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들 입에선 ‘실패한 개개인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가 장 힘들었던 건 싸늘해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었습니다. 공장에 불이 나 사업이 쫄딱 망하고 보니 갈 데가 아무 데도 없더라고요. 그렇게 사람들을 피해 들어간 곳이 경남 통영 죽도였는데 한 2주 동안은 먹지도 말하지도 않고 텐트에서 지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화재 사고, 질시하던 주변 사람들, 채권자들 등 주변 환경 탓을 해서는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원인은 모두 나한테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재기원)을 설립한 전원태 MS코프 회장의 말이다. 전 회장은 30여년 전 창업했다가 두 번의 실패로 빈털터리가 된 적도 있지만 끝내 재기해 지금은 매출 1300억원대 중견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암 선고를 받고 실의에 빠졌다가 재기에 성공한 배우 강신일 씨도 ‘자기성찰’에 더 방점을 찍었다. 그는 “연기에만 몰입하느라 몸 돌볼 새 없었는데 이제 이름 좀 알리려 하니 암 선고를 받았다. 남 탓도 처음엔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진 몰라도 내가 아팠던 것 때문에 마음 아파했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무슨 일이든 건강하고 유쾌하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자 세상이 달리 보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지금 강신일 씨는 간암을 극복한 후 제2의 전성기라 할 정도로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긴 했다. 정부는 지난 10월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 재창업 성공률 제고, 기업 건강진단 기반 구조개선 지원시스템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중소기업 재도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해 외국처럼 민간 차원의 재기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내놔 사회 안전망을 두껍게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배 영임 연구위원은 “미국은 연방파산법이 개정되면서 회생이나 파산 절차에서 제3자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수 있다는 조항이 생겼다. 이 부분이 사업화가 되면서 회생 사업이 가능해지고 민간이 주도해 협회를 만들 수 있었다. 재도전 법령이 개선되면 민간이 자발적으로 컨설팅이나 멘토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한 기업인 이곳에서 도움을

중소기업청·재기중소기업개발원 긴급지원

중소기업청은 실패한 중소기업인들에게 신용회복과 창업자금을 동시에 지원해주는 ‘재창업지원제도’를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중소기업인 재창업지원제도란 총 채무가 30억원 이하인 실패한 중소기업 중 사업성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채무조정과 함께 재창업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기존 제도에서는 실패한 벤처기업만이 신청할 수 있었으나 재창업지원제도에서는 실패한 모든 중소기업인으로 지원 대상이 확대됐다. 일반자금의 지원 기준 등급은 C+ 이상이지만 재창업지원자금은 1단계 하향 조정된 C등급 이상이면 지원이 가능하다. 이자는 전액, 원금은 최대 50%까지 감면해주고 사업성 평가를 거쳐 소요자금을 최대 30억원 한도 내(운영자금은 10억원 이내)에서 지원해준다.

민간단체인 재기중소기업개발원에서는 중소기업 경영인을 대상으로 심리치료 후 중소기업연수원에서 기술·경영연수를 거쳐 재창업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교육과정은 총 4주. 심리학자 또는 의사의 강의를 통한 심리치료를 비롯해 전문가의 일대일 코칭, 멘토링 등을 통해 재기교육생의 잠재력 인식과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마지막 4주 차에는 비전 수립, 사업모델을 실행하는 프로그램도 병행된다 . 포스코에서는 졸업생 중 일부의 창업지원금을 보조하기도 한다.

개인이라면 3년에서 최대 5년 동안 일정한 채무액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는 개인회생제도를 활용해볼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회생제도는 신청자의 월소득 중 최저생계비를 뺀 후 나머지 소득을 최대 5년까지 상환하면 추후 정상적인 신용회복이 가능하다. 개인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있는 경우 금지명령을 통해 시중은행부터 사금융 개인 사채까지 빚 독촉에서도 해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미소금융재단은 미소금융 대출을 통해 자활 의지가 있는 저신용·저소득 서민층에 무담보·무보증으로 창업·사업운영자금을 대출해 경제적 재기를 지원한다. 소상공인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창업과 경영 컨설팅도 하며 채무 재조정이 필요한 경우 신용회복위원회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매월 점포를 방문해 컨설팅 등 사후관리도 지원하고 있다. 미소금융재단에는 삼성,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들과 KB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 등을 비롯한 여러 금융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 박수호(팀장)·배준희·강승태·정다운·서은내 기자 / 사진 : 류준희·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38호(13.12.25~12.31일자) 기사입니다].

 

[오뚝이 인생 좌절은 없다]재기 가능한 사회 만들려면…실패 존중하는 토양 키워야

50 대 자영업자 김 모 씨는 한 중소기업 임원을 끝으로 퇴직해 커피전문점을 차렸다. 차리기만 하면 떼돈을 번다는 말에 솔깃해 퇴직금 3억원을 덜컥 밀어넣었지만 길거리 곳곳에 크고 작은 커피전문점들이 잇달아 문을 열면서 대박은커녕 가게에 파리 날리는 날이 늘어갔다. 결국 1년 6개월 만에 가게 문을 닫았고 그의 손에는 2억원이 넘는 빚만 남았다.

김 씨는 “ ‘낙오자’라는 낙인이 마음을 짓누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경 기 침체로 김 씨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계 곤란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뿐 아니다. 부도율이 높아지면서 기업을 운영하다 망하거나 구조조정으로 일거에 소득이 끊겨 인생에 빨간불이 켜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이 다시 정상적인 시민으로 돌아와야 우리 사회도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 텐데 우리 사회는 이들이 하루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선순환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재기가 얼마나 활발하고 수월한가는 그 사회의 건강함을 평가하는 주된 잣대다. 재기 토양을 다지는 데는 제도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의식 전환도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얘기다.

1. 제도적 측면

회생·파산제도 활성화 중요 

실패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재기에 관한 처방도 다양하다.

이상은 숭실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고용보험제도의 강화를 주문한다. 직장인 실업자는 물론이고 폐업한 자영업자도 실업급여 도움을 받으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 난해 1월 ‘자영업자 고용보험’이 도입됐지만 가입조건 등이 까다로워 자영업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제도는 자영업자의 생계 안정을 돕자는 취지로 폐업 시 3~6개월 동안 월 77만원에서 115만5000원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 게 핵심이다. 이 교수는 “개업한 지 6개월 이내로 가입조건을 제한하는 등 현실을 충분히 반영치 못해 제도가 겉돌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실업급여의 수준과 기간을 확대해 최소한의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금융 전문가인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전 우리은행장)은 개인별 재무 상황에 맞는 채무자 구제 제도를 적극 이용하라고 처방한다. 현재 채무자 구제 제도로는 개인워크아웃, 개인회생, 개인파산 등이 있다. 개인워크아웃은 채무를 일부 탕감하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사전 구제 제도다. 개인회생은 법원이 채무를 조정해주는 제도이며 개인파산은 채무 자체를 탕감해준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개인 자영업자들은 본인의 재무 지식만으로 개별 상황에 딱 맞는 제도를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위원장은 “채무자 구제 제도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본인의 상황에 적합한 제도를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가 많다”며 “사전에 적극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신용상담기구를 설립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필요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배영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분야의 자발적인 시스템이 취약하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요하지만 그 방식은 직접적인 자금 지원보다는 재기 교육, 재창업에 대한 조세 지원, 컨설팅과 멘토링 지원 같은 간접지원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다만 절차를 간소화해 재기 프로세스가 신속히 가동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기컨설팅과 조세 지원 등 개별 사업들이 유기적으로 통합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재기지원 사업이 신용회복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부터 컨설팅 사업이 도입됐지만 아직 초기 단계로 실적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회생과 재기를 위해서는 관련 금융기관, 법원, 정부기관 등 여러 기관과 부처의 연계 협력 또한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소기업인들의 재기를 돕고 있는 한상하 원장(재기중소기업개발원)의 조언은 보다 구체적이다. 재기개발원은 MS코프를 설립한 전원태 회장이 사재를 털어 만든 연수원이다. 한 원장은 “실패한 기업들을 무조건 도와줄 수는 없다”고 꼬집는다.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퇴출시키는 게 오히려 기업 생태계를 튼튼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한 원장은 “재창업의 과정이 쉽지 않으니 회생이 필요한 기업에 대한 건강진단을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자금이 필요한 것인지, 기술이나 경영 노하우가 필요한 것인지 등 맞춤식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일� �의 컨설팅과 트레이닝 과정 없이 단순한 서류 몇 장에 의존해 돈을 퍼주니 재원이 낭비되는 것”이라며 “실패율을 줄이고 지원한 재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재도전 교육과 트레이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 사회·문화적 측면

‘실패자=낙오자’ 등식 바꿔야 

개 인과 기업의 재기 프로세스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인 인식 전환도 시급하다. 실패를 ‘낙오’와 동일시하는 문화 아래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온전히 뿌리내리기 힘들다는 얘기다. 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사업에 실패할 경우 사회적으로 실패의 낙인(Stigma of failure)을 찍고 재도전할 기회를 박탈하는 암묵적인 통념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실패자에 대한 강박관념을 언급한다.

“한국인들은 남들과 비교해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강하다. 인생의 시기마다 때에 맞는 과업을 달성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자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개 인이든 기업이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학습하고 성장한다.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들 역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고 괴로워하며 지낸 시간이 성공을 경험한 순간보다 훨씬 길다. 가난과 실패의 경험을 부끄러워하는 문화 속에서 제대로 된 재기가 가능한 사회가 자리 잡기는 불가능하다.

한상하 원장도 이 점을 꼬집는다. 그는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 한 번 위기에 봉착하면 빨리 다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데도 어려움의 순간을 부끄러워하며 조급하게 뭔가 결과물을 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다. 이럴 경우 다시 시도해도 백전백패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대개 3번 정도의 실패를 딛고 일어난다. 실패의 경험을 높이 사는 분위기 덕에 실패한 기업들에 재창업에 필요한 대출 금리를 더 낮춰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실패자=낙오자’라는 등식을 깨려면 스스로 실패의 원인을 꼼꼼히 분석하는 자기반성도 필수다. 실패를 존중하는 토양 가운데서도 스스로 재기하려는 의지가 바로 서야 정책 지원이 허투루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 상하 원장은 “실패를 높이 인정하는 문화 속에서 개인에게 잃어버린 용기와 희망을 되찾아 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패의 원인을 가족의 불신, 동업자의 배신, 자금 부족 등 외부 탓으로 돌린다. 이렇게 해서는 다시 일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일으키기 힘들다. 자신의 실패 원인을 스스로 성찰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수한 교수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 그는 “남들이 많이 택하거나 사회에서 높이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 자기 삶을 계획하기보다 무엇이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어려움도 극복해 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열정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배 연구위원은 ‘실패자=낙오자’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실패’의 종류를 보다 세분화할 필요성을 지적한다. 실패 중에서도 ‘성실 실패’를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성실하게 사업을 운영했음에도 외부 환경의 변화, 하도급 거래 관행 등 불가피한 원인으로 실패한 기업인들에게 이들의 경험을 사회 자산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실패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많아져야 한다. 서로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하며 나아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공간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서은내 기자 thank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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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2013.12.26 기사 ]

[식탁이 세상을 바꾼다] <상> 한국 농업, 식탁에 길을 묻다
식생활 교육 통해 우리 입맛의 '뿌리'를 찾는다
  •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경기 의정부시 떡체험교육관 담다헌에서 진행된 식생활교육에서 떡명장 박경애씨가 3~5세 아이들에게 떡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의정부=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일본정부 식육기본법 통해 식습관·식탁예절 교육이후
패스트푸드 소비는 줄고 자국 농산물 소비 비중 높아져
정부도 2009년부터 시범교육, 가족 밥상의 날 지정 등
자연스레 우리 농산물에 관심… 내년부터 교육대상·범위 확대


한국이 제조업 분야에서는 이제 일본과 대등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농업 분야에서는 여전히 뒤쳐진 분야가 많다.

우 선 한국은 농업분야 최대 과제인 쌀시장 개방을 2015년 결정해야 하지만 일본은 이미 14년 전에 개방했다. 1999년 쌀 조기 관세화를 단행했으나, 1,256%의 고율 관세율을 매기는 방법으로 일본 쌀 시장을 지켜냈다. 지난해 일부 저율관세 할당물량을 제외하고, 일본이 수입한 쌀은 50톤에 불과하다.

쌀 소비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일본인의 1인당 쌀 소비량은 70년 95㎏에서 2005년 61㎏까지 줄었으나, 이후에는 감소세가 확연히 둔화돼 2010년 59.5㎏ 을 유지했다. 한국의 경우 2005년 80.7㎏에서 2010년 72㎏로 크게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곡물 자급률(식용)도 일본이 우리를 앞선다. 2005년 61%, 2011년 59% 등으로 60%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기간 한국의 수치는 53.4%에서 45.3%로 악화됐다.

일 본 농업이 나름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섬세한 농정에서 그 원인을 찾는데, 대표 사례가 식생활교육(食育ㆍ식육)이다. 일본 정부는 2005년 7월 식육기본법을 만들고 이듬해 3월 관련 추진계획을 마련해 청소년은 물론이고 성인을 대상으로 올바른 식생활을 유도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그 효과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사업에는 농림수산성, 후생노동성, 문부과학성, 식품안전위원회 등이 모두 관여하고 있는데, ▦올바른 식습관 ▦식탁예절의 중요성을 배우는 과정에서 일본 국민 스스로 일본산 농산물을 소비하고 수입 농산물 비중이 높은 패스트푸드 소비를 줄이게 됐다는 것이다.

26 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우리 정부도 2009년부터 식생활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세부 시행계획은 aT가 현장을 누비며 채워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월 1, 3주 일요일은 '가족 밥상의 날', 매년 4월을 '식생활 교육의 달'로 지정해 가정에서의 식생활 교육을 집중적으로 벌이는 게 대표적이다.

아직 시범사업 수준이지만 교육 효과가 높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평가다. aT의 지원을 받아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경기 의정부시의 담다헌 떡 체험관의 박경애 관장은 "입소문을 타고 엄마들끼리 체험을 오는 숫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식습관교육을 통해 자연스레 쌀과 호박, 고구마 등 우리 농산물의 중요성이 강조된다"며 "은연중에 서양에 종속되어 가는 우리 입맛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꼬마 원생 70여명을 데리고 담다헌을 찾은 김영순(48) 아리솔 유치원장도 "식생활 교육을 실시한 뒤 급식에서 채소를 남기는 원생 비율이 크게 줄었다"고 소개했다.

식 생활 교육의 성과는 객관적 수치로도 확인된다. aT 식품기획팀 배민식 팀장은 "언론과 일선 교육을 통해 식생활교육의 중요성을 홍보한 결과, 아침밥 먹기 실천율(2011년ㆍ75.3%)과 친환경 농산물 소비량(6.7%) 등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내년에는 식생활교육 사업의 대상과 범위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남태헌 대변인은 "전문 교육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전통 식생활 체험기회를 넓혀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식생활교육기관 23개소, 우수체험공간 60개소를 추가로 지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2012년 말 현재 농식품부가 지정한 식생활교육기관 및 우수체험공간은 각각 26개와 77개인데, 내년에는 50개와 137개로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식탁이 세상을 바꾼다] <하> 지구촌에 번진 식탁 혁명


일본 오사카의 한 체험농장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이 텃밭체험을 하고 있다. 일본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재배한 작물로 직접 요리를 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올바른 식생활에서 올바른 품성이… 밥상머리 교육, 인격을 살찌운다

이탈리아, 학교서 먹거리 재배·요리… 미·프랑스선 정부가 직접나서 교육

일본 내년부터 '식생활 교육 스쿨'

"식생활 교육이 궤도에 오르면 환경보호·건강·배려문화 확산 효과"

고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일궈낸 정씨 가문, 미국 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배출한 케네디 가문. 두 집안은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자식들에게 올바른 식생활과 가풍을 전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 명예회장은 새벽 5시에 결혼한 자식들까지 집합시켜 아침을 함께 먹으며,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평등한 자본"이라며 근면과 성실의 철학을 전수했다. 케네디 대통령도 아버지 조셉 케네디가 주도하는 아침 식탁에서 형제들과의 토론을 통해, 특유의 유창한 언변을 길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잇는 식생활교육 운동도 1차적으로는 위기의 한국 농업을 살리는 길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생활교육이 제 궤도에 오르면 환경보호, 국민건강, 배려문화의 확산이라는 3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27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과다한 영양섭취 ▦과도한 음식 쓰레기 등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 1998년 26.3%이던 성인 비만율이 최근 31%까지 상승했고, 당뇨병 발병률도 96년 3.1%에서 2007년에는 9.5%까지 상승했다. 과도한 상차림으로 낭비되는 음식물이 연간 18조원에 달하며,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외국 농식품 수입액이 200억달러에 달한다.

영국의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요리수업을 받고 있다. 영국은 2008년부터 11~14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든 학교에서 요리수업을 의무화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제공

식생활교육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이런 막대한 사회ㆍ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정책수단이다. 선진국 가운데서� � 높은 농업 경쟁력을 갖춘 주요국들은 대부분 식생활 교육에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프랑스는 1971년부터 미각과 시각을 중요시하는 식생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입맛이 형성되기 이전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식생활을 체험하게 하면 풍부한 감성과 올바른 인격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농림부와 외교부, 환경부, 보건부 등 무려 14개 부처가 협력해 사업을 벌이는데, 모든 국민들에게 질 좋은 식품 공급망과 식품 정보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슬로푸드' 운동이 식생활 교육을 대표한다. 자국 음식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이탈리아 국민들은 1980년대 이탈리아 어린이들이 미국식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지는 걸 보고 슬로푸드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스쿨가든'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각 학교마다 마련된 학교 정원에서 스스로 먹을 거리를 재배해 직접 요리를 하기도 한다.

미국도 농무부와 연방 보건부가 직접 나서 1980년부터 5년마다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과일, 채소, 저지방 우제품, 정제를 덜한 곡물 등의 섭취를 유도하는 내용이다. 스위스의 식생활교육은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올바른 패스트푸드 이용방법과 전통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방법을 알리는 쪽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내년부터 식육교육(식생활 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까지는 교육의 저변을 넓히는데 주력했다면, 내년에는 교육 효과를 세부적으로 측정해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수퍼 식생활교육 스쿨'을 만들어 식생활 교육이 학생들의 건강과 학력에 실제로 어떤 변화를 정밀 검증할 계획인데, 50여개 학교를 시범학교로 지정됐다.

aT 식품기획팀 배민식 팀장은 "외국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식탁 혁명을 위해서는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향후 식생활교육 대책 입안 과정에서 부처간 협업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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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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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평, 인적 끊긴 '유령 경제구'

장성택의 ‘야심 사업’… 中 기업들 “돈 떼일라” 걱정

北, 거래기업 張비자금 조사… 국경경비대 경계 삼엄
“황금평요? 지금 아무것도 없습니다. 앞으로 잘될 것이란 기대감만 있을 뿐입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와 마주한 북·중 접경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한 윤달생 재중국단둥한국인회 명예회장의 탄식이다.

장 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단둥의 ‘황금평경제구’는 북·중 경제협력의 향방을 가름할 시험대로 떠올랐다. 28일 찾은 황금평은 영하 15도의 추위 탓인지 인적이 드물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황금평은 압록강 하구에 있는 섬이다. 작년 8월 장성택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은 이곳을 신흥경제지구로 육성하기로 합의했다.

단둥 압록강변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철조망 저편 황금평은 곡창지대였다. 황금평 중국 쪽 입구 철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초소 뒤로 ‘황금평경제구’란 글자와 함께 북한군 초병이 눈에 들어왔다. 말을 붙이려는 순간 초병은 “돌아가 시라요. 일없습네다”란 말과 함께 초소 안으로 사라졌다.

황금평 출입구 철문과 철조망 안에는 포클레인 등 중장비 몇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공사 인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황금평 입구를 나와 1950년 6·25전쟁 당시 미군 폭격으로 철교 절반이 끊긴 압록강철교에 이르렀다. 중국은 이 다리를 ‘압록강단교(斷橋)’라 부른다. 철교 옆으로 북한과 무역거래가 오가는 중조우의교 철로를 따라 신의주행 열차가 지나갔다. 철교 아래 한 상인은 “열차 통행은 여느 때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 러나 중국의 대북 교역 최대 거점인 단둥 내 사업가들 사이에서는 장성택 처형 후 사업 타격을 우려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윤 명예회장은 “장성택 처형 3∼4일 후쯤 평양에서 나온 조사원들이 북한과 거래하는 단둥 내 조선족 기업들의 자금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장성택 관련 비자금을 조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단둥 내 대북 사업이 재편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이들도 적잖다. 장성택 존재를 믿고 광산 등에 투자한 사업가들이 자금 회수불능 사태를 걱정한다는 것이다. 

굳게 닫힌 철문 28일 북한과 접경인 중국 단둥(丹東)시 신청(新城)구에 맞닿은 ‘황금평경제구’ 출입구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철문 넘어 북한군 초소 뒤로 왼쪽 흰색 건축물 상단에 ‘황금평경제구’란 붉은색 글자가 쓰여 있다.
단둥=신동주 특파원

중 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단둥발로 북한 경비대가 접경지역의 야간 순찰과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전에 없이 야간 순찰 병력을 늘리고 위장 처리된 모든 잠복 초소에 최소한 2명의 병사가 배치됐다. 북한이 접경 통제를 강화하면서 밀무역도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관광사업도 타격이 큰 듯했다. 압록강철교 부근에서 행인들을 향해 “북한 여행 찾습니까”라고 말을 붙이는 중국 여성들의 호객 행위도 자주 눈에 띄었다.

현지 대북 기업인들은 내년 1월8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생일 특수를 은근히 기대했다. 장성택 처형에 따른 파장을 차단하고 내부 결속을 위해 주민들에 물자를 더 많이 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윤 명예회장은 “북한행 물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당장 대북 교역이 활성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정상화할 것으로 보고 준비하는 사업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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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생中國]장성택 처형을 보는 중국 시각…‘북한에 무시당했다’ 양국 관계 진짜 위기

북한과 중국을 잇는 중국 단둥 시내 중조우의교 앞 차량 왕래가 뜸한 가운데 중국과 북한의 향후 관계 변화에 이목이 집중된다. <매경DB>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 이후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 각에서는 북한과 중국의 전통적인 우호, 혈맹 관계를 감안할 때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북·중 관계에는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오히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1인 지배 권력이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북한 통치 구조 안정 속에서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얼핏 들으면 말이 되는 주장인 것 같지만 중국 정부 측 인사들과 접촉한 소식통들 발언을 종합하면 그런 전망은 근거 없는 기대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은 내부적으로 몹시 당황하면서 불쾌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제대로 된 우방 대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 거 같았으면 북한 내부에 심각한 상황 변화가 발생한 경우 북한은 대외 발표 전에 핫라인을 통해 상황을 중국에 알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사망했을 당시에도 중국이 사전 통보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북한으로부터 철저히 무시를 당했다는 후문이다.

중국 정부 관계자와 교감을 나눈 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이 장성택에 대한 숙청 사실을 공식적으로 대외 공개하기 불과 30분 전에 비공식 라인을 통해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 외교라인에 대한 통보는 숙청 사실을 대외 공표한 이후에 이뤄졌다. 소식통은 “30분 전에 통보한 것은 사실 통보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중국 지도부에서는 북한이 중국을 우대한다는 시늉만 낸 것일 뿐 사실상 중국을 무시한 처사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北 장성택 숙청 사실 30분 전 통보

북한-중국 혈맹 관계 의심

장성택 숙청 사실을 발표 직전에 알려준 것도 문제였지만 통보한 내용이 껍데기뿐이었다는 것에 중국 지도부가 더 불쾌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선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된 대외 발표문 수준의 내용만을 중국에 알려줬을 뿐, 장성택을 처형하게 된 실제 배경 등 속사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에 대한 중국의 실망과 배신감을 감안할 때 이제 북·중 관계는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다리를 건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미 지난 2월 북한이 자신들의 강경한 반대를 외면하고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부터 북한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그나마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5월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고, 이어 7월에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이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북한을 자연스레 답방하면서 해빙 무드를 맞이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장성택 처형 파문을 계기로 더 이상 중국이 북한을 혈맹으로 대우하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물론 중국이 당장 북한을 무시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중국의 대북 지원이 끊기는 날에 북한은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에 급변사태라도 발생하는 날에는 1300㎞에 달하는 북·중 국경선을 탈북자들이 물밀듯이 넘어올 수 있는 상황을 중국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렇다고 중국이 과거처럼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에는 지도부의 불쾌한 감정을 떠나 국민적 감정이 용인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전문가는 “이번 장성택 처형 사건을 바라보는 중국 일반 국민들의 정서는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에 대해 국민들이 반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제 중국 지도부도 북한에 대한 지원 규모를 조금씩 줄여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 경협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북한과 중국 간 모든 경제 협력 계약을 도맡았던 장성택의 처형은 모든 계약의 실행 불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중 관계의 벌어진 틈 속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과제로 남게 됐다.

[베이징 = 정혁훈 특파원 moneyj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38호(13.12.25~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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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의 ‘우리 시대 사상의 풍경’](7) 종교사상, 평화와 구원으로 가는 길: 김수환과 법정



ㆍ“머리에서 가슴으로”…‘사랑’ 실천한 김수환

ㆍ“물질에서 영혼으로”…‘무소유’ 일깨운 법정

사 상의 가장 오랜 벗은 종교다. 아니 종교는 사상의 어머니다. 서양의 기독교든, 동양의 불교든 종교는 우리 인류가 갖게 된 최초의 본격적인 사상이다. 근대사회가 도래하면서 종교와 사상은 분리되기 시작하고, 사상은 다시 철학사상·사회사상·과학사상으로 나뉘어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런 사상의 발전과정에서 종교는 중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예를 들어, 기독교적 민주주의, 유교적 자본주의, 불교적 생태주의는 구체적인 사례들이다.

■종교사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사회학적으로 종교는 초자연적 관념의 현실을 창조해 절대적 의미와 목표를 제공하는 믿음과 의식(儀式)의 문화 제도라고 정의된다. 인간이라면 부딪치게 되는 근본적 질문들, 즉 왜 사느냐, 어떻게 사느냐, 무엇을 위해 사느냐에 종교는 믿음이 수반된 인식틀을 부여한다. 주목할 것은 종교에서 믿음의 가치판단과 인식의 사실판단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종교사상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안겨준다. 무엇인가를 믿는다는 것은 믿지 않는다는 것과 끝없이 구별하는 이분법을 작동시킴으로써 배타적 속성을 갖게 한다. 하지만 동시에 믿음과 인식이 긴밀히 결합돼 있는 종교사상은 그 어떤 사상보다 우리 인간의 삶에 근본적인 의미를 선사한다. 인간은 본디 연약하고 외로운 존재다. 삶의 위안과 평화와 구원은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사상이 가져야 할 가장 소중한 덕목 가운데 하나다.

우리 역사에서 주목할 종교사상가들은 결코 적지 않다. 원효·지눌·휴정·경허로 이어지는 불교사상은 물론 최제우와 최시형의 동학사상, 강일순의 증산교 및 박중빈의 원불교사상, 그리고 김교신과 함석헌의 기독교사상은 우리 사상의 모험을 풍요롭게 해왔다. 이제 나는 두 종교인의 삶과 사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두 사람은 기독교와 불교를 대표해 국민 다수에게, 무엇보다 영혼이 외로운 이들에게 위안과 평화를 안겨준 종교인들이다.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法頂) 스님이 그들이다.

▲김수환, 인간 불완전성 통찰

모든 이 위한 믿음의 사상가

▲법정, 삶을 보는 생각 틀 제공

분별력·실천 진정성 보여줘


■김수환, 사랑의 기독교사상

우 리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지식인들 가운데 한 사람은 다산 정약용이다. 정약용은 한때 천주교도였다. 안드레아가 그의 세례명이었다. 자찬묘지명에서 그는 천주교로 향한 마음을 끊었다고 말했지만, 천주교인 서학이 그의 사상의 한 원천을 이뤘던 것으로 보인다. 서학은 우리 사회 모더니티의 상징 가운데 하나였다. 천주교를 포함한 기독교는 개인적 신앙생활에서 대학과 민주주의를 포함한 사회제도에 이르기까지 � �대한 영향을 미쳤다.

해방 이후 가장 주목할 기독교인을 꼽으라면 나는 함석헌과 김수환을 들고 싶다. 함석헌은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구심점을 이뤘다. 김수환 역시 민주화운동에 기여했지만, 동시에 오랫동안 ‘국민적 멘토’의 역할을 맡았다. 김수환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의 벗, 무엇보다 마음이 가난한 이들의 정신적 스승이었다. 2009년 그의 선종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40만의 시민 행렬은 그가 우리 사회에 드리운 정신적 영향의 그늘을 새삼 돌아보게 했다.

김수환은 192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일본 조치대학, 성신대학(현 가톨릭대),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공부했다. 1951년 사제를, 1966년 주교를 서품 받았고,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해 서울대교구장에 올랐으며, 1969년 당시로는 최연소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이후 그의 활동은 눈부셨다. 그는 늘 감성과 이성을 포괄한 영성의 가치를 중시했고, 백 마리 양떼보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소중히 여기는 기독교적 사랑을 실천했다.

김수환이 남긴 글과 강론들은 2001년 팔순과 사제 서품 50주년을 기념하여 <김수환 추기경 전집> 18권으로 나왔다. 그가 남긴 말들을 엄선한 책이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2012)이다. 차동엽 신부가 엮은 이 책은 기독교의 사랑을 일생을 통해 증거해 온 그의 삶과 사상을 압축해 놓고 있다. ‘친전(親展)’은 편지를 받는 사람이 직접 펴 보라고 편지 겉봉에 적는 말이다. 이 책은 김수환이 우리에게 보내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년이 걸린’ 사랑의 편지다.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과 법정의 <무소유> 표지

그 의 종교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사회학 연구자로서 두 가지를 주목하고 싶다. 첫째, 그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누구보다 깊게 통찰하고, 사랑과 희망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믿음의 사상가였다. 둘째, 그는 마더 테레사가 말한 적이 있는 ‘한 번에 한 사람만을’ 껴안으려고 한 진정한 실천의 사상가였다.

그가 선종한 다음 우리 사회가 정신적 주인을 잃었다는 느낌을 가진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누구는 말년에 그가 남긴 정치적 발언을 아쉬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개인의 삶과 사상은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평가돼야 한다. “주님은 나의 목자 /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 그의 묘비명이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는 그의 추기경 문장(紋章)에 적힌 말이다. 우리와 모든 이들을 위한 우리 시대의 목자는 다름 아닌 스테파노 김수환이었다.

■법정, 무소유의 불교사상

한 때 불교를 공부한 적이 있다. <금강경>과 <벽암록>을 읽고, 경허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다. 동양에서 불교사상은 대승불교와 소승불교, 교종과 선종, 임제종과 조동종의 발전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랜 역사를 갖는다. 근대 이후 우리 불교를 돌아봐도, 경허를 위시해 만공, 한암, 동산, 효봉, 성철, 그리고 만해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이 들 가운데 사상의 측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은 경허와 성철이다. 경허가 휴정 이후 쇠락해온 우리 불교를 일대 중흥시켰다면, 성철은 ‘돈오점수냐, 돈오돈수냐’의 논쟁을 점화시켜 그 사상에 깊이를 더했다. 이들과 함께 내 시선을 끈 또 한 사람은 법정이다. 그는 책과 법문을 통해 우리 시민들과 늘 소통해 왔다. 불립문자(不立文字)는 선종의 핵심 교리다. 하지만 올바른 깨달음은 불립문자의 구속조차 벗어나는 ‘말 없는 말’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있다. 법정은 이 말 없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 탁월한 스승이었다.

그는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대학 재학 중인 1955년 효봉 스님을 만나 출가했고, 1959년 통도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한편으론 경전 편찬에, 다른 한편으론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그는 1975년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수행을 이어나갔다. 1994년 시민단체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어 이끌었고, 1997년 서울 성북동에 길상사를 열어 포교에 힘쓰다가 2010년에 입적했다.

법정이 성철과 함께 ‘스님의 대명사’가 된 까닭은 무엇보다 그의 책들에 있다. <영혼의 모음>(1972)과 <무소유>(1976)로 시작해 <아름다운 마무리>(2008)에 이르기까지 늘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그의 책들은 불교 교리를 쉽고 분명하게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삶과 사회를 돌아보는 데 커다란 마음의 평화와 통찰을 안겨줬다.

<무소유>는 법정의 대표작이다. 이 책이 ‘국민적 수필집’으로 널리 읽히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 책은 소소한 일상에 담긴 불교의 깨달음을 더없이 유려한 문체로 전달한다. 본래부터 한 물건도 없다는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에서 한겨울 눈이 쌓이면 꺾이는 깊은 산속 설해목(雪害木)에 이르기까지 그가 펼쳐 놓은 이야기들은 ‘영원한 영혼의 모음(母音)’, 다시 말해 어머니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이 책은 그의 무소유(無所有) 사상을 전달한다. 책 맨 앞에 놓인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이기와 탐욕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를 지배하는 최고의 신인 물신(物神)의 숭배가 강제하는 일체의 구속에서 벗어나 마음의 진정한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 실천이다. 법정의 삶이 빛났던 것은 언제나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들고 땔감을 구했던 더없이 청빈한 무소유의 실천에 있었다. 내가 법정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사상의 깨달음뿐만 아니라 실천의 모범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삶과 세상을 보는 생각의 틀을 잉태하게 했다는 데 있다. 그는 사상의 분별력과 실천의 진정성을 동시에 보여준, 동구 앞 누구나 쉬어갈 그늘을 드리운 고향의 오래된 느티나무와 같은 우리 시대의 보기 드문 종교사상가였다.

■종교사상의 미래

사 회학자들은 현대 종교의 이중적 경향을 지적한다. 종교의 비중은 전통 사회보다 분명 감소했다. 하지만 동시에 종교는 미국 등 선진국들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적 및 사회적 차원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 사회의 경우 국민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불교·개신교·천주교 등을 종교로 갖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계속 유지돼 왔다.

‘신은 죽었다’고 말한 이는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다. 그러나 구원에의 갈망이 더 커져 온 게 우리 시대가 보여주는 또 다른 자화상이다. 그 까닭은 정체성의 위기에 있다. 관료화� �� 가져온 소외든, 양극화가 가져온 절망이든 오늘날 넘치는 지상의 비명들은 정체성의 위기를 낳았고, 이는 기독교적 사랑이든 불교적 해탈이든 정체성의 존재론적 평화를 소망하게 만들어 왔다.

‘우 리 시대 사상의 풍경’에서 그 사상의 주체는 지식인들인 동시에 이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시민들이다. 종교사상은 이러한 시민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사회의 창을 열게 해야 한다. 물질문명이 아무리 고도화된다 하더라도 평화와 구원에의 갈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마음의 문을 열고 사회의 창을 열어 존재론적 평화와 구원으로 가는 길 위에서 우리 사회는 김수환과 법정을 언제나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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