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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시사정보

구봉88 2013. 12. 15. 23:00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3-557호,   2013.  10.  20.)

무역협회 제공.

 

 

 

 

1."엔저 1년만에 日 수출 탄력…韓日 경쟁 격화"

2.美 경제전문가들 "양적완화 축소, 내년 3월 시작"

3.朴대통령 "새마을운동,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켜야"

4.美 셰일 원유 생산 정점 시기 논란

5."10년 후 집이 남아돈다"…'주택정책' 어떻게되나?

6.안전한 에너지정책 강조한 ‘대구 선언문’ 채택 … 89년 역사상 최대 규모

7.[테크&스타트업]<1> 왜 글로벌 창업인가

8.지난해 33만쌍 결혼하고 11만쌍 이혼했다

 

 

9. 기업경영

  -스마트폰 시장 위축…이통사 '2차 성장한계' 우려

  -작년 이어 올 상반기까지 기업 성장성 지표 곤두박질

  -글로벌 IT통신업계, 생존위한 'M&A 전쟁'

  -조중동이 아무리 때려도, 네이버에겐 '라인'이 있다

  -다이슨, 무소음 헤어드라이어 만든다

  -블랙베리, 누가 노리나…레노버 뿐만 아니라?

  -소프트뱅크, 공격행보..이번엔 美최대 휴대폰 유통사 인수

  -한국도 난리난 '아이폰5S' 얼마나 더 팔릴까?

  -정부 IT는 기업보다 왜 비효율적인가?

  -떠오르는 '차세대 IT 여성 리더' 8인은?

  -만사 귀찮고 이유없이 짜증…남자도 괴롭다, 갱년기

  -국보 1호 불태운 것도 모자라 복원도 제대로 못한 대한민국

  

 

 

10.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월드컵 톱시드 확정 "죽음의 조 피할 가능성은 얼마나?"

   -5년만에 정치무대 선 힐러리 '워싱턴정치' 정면비판

   - 미국의 창의 정신과 개인주의 정립한 에세이;에머슨(1803~1882)의 『자기신뢰론(Self-reliance·1841)』

   -태양열·지열로 가동 친환경 박물관서 오감 총동원해 탐험

   -글쟁이 고수가 평생 터득한 비법 “생생한 입말로 착착 감기듯 써라”

   -함양에서 '스승'을 만나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사이코패스는 사람을 도구로 생각”

   -“기업들 소프트웨어 강해지려면 전문인력 5만 명 더 필요”

   -“통일은 휴먼 어젠다 … 사람에 대한 배려 필요”

   -여성 파워로 눈길 잡고, 준비된 외교로 마음 잡고

   -[국감]3조 넘는 예산, 한국연구재단 4년 간 이사장만 4명?

   -`가을 절정'…억새 명소 어디가 좋을까

   - 대강 MB 책임 어디까지 물을까

   -김종인 "박정희 콤플렉스 걸린 대통령들 때문에..."

   -“4대강 특위, 대통령 결심 필요”(이상돈)

   -재탕에 삼탕은 기본 ‘민망한 창조경제’

   -딕 모리스의 말이 한국에 먹히지 않는 이유

   -[유인경이 만난 사람] “질 낮은 정치평론 종편 등 방송 탓”(이철희)


"엔저 1년만에 日 수출 탄력…韓日 경쟁 격화"

승용차·반도체·화학제품 등 경합품목 수출증가세 반전

무협 "향후 엔저 영향 예의주시해야"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작년 9월 엔저가 시작된 이후에도 감소세를 지속하던 일본의 수출이 올 7월부터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경합품목의 수출이 대거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한-일 간 경쟁이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올 1월 일본 수출(엔화 기준)은 작년 동월 대비 6.3%의 반짝 성장세를 보인 뒤 2월 -2.9%, 3월 1.1%, 4월 3.8% 등으로 줄곧 저조했다.

이 때까지만해도 엔저 현상이 한국 경제에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일본 수출은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5월 10.1%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한데 이어 6월 7.4%, 7월 12.2%, 8월 14.6% 등으로 매달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 기준 역시 엔저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물량이 줄면서 수출증가율이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수출물량 확대로 감소폭이 둔화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우리나라와 경합관계에 있는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했고 철강, 자동차 부품 등도 감소세가 크게 둔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협은 엔화 평가절하→달러 기준 수출단가 하락→수출물량 증가→달러 기준 수출금액 회복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8월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HS 6단위 기준) 가운데 중복되는 품목 수는 55개로 작년(49개)에 비해 6개 증가했다. 이들 품목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달한다.

무협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의 대(對)일본 수출에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엔저 현상이 앞으로 세계시장에서의 한-일 간 경쟁관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ucho@yna.co.kr

  

"엔저, 이제는 우리나라 對세계 수출 위협"


【서울=뉴시스】정의진 기자 = "엔저(円低)로 우리나라 대(對)세계 수출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수출물량이 지난 7월부터 증가세로 반전됐다. 그 중에서도 우리 기업과 수출 경합관계에 있는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물량이 늘면서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지난해 9월 엔저가 시작된 이후 '엔화 평가절하→달러기준 수출단가 하락→수출물량 증가→달러기준 수출금액 회복'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20일 진단했다.

실제로 엔화 평가절하 후 엔화기준 수출은 지난 5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4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증가했으나, 5월에는 10.1%, 7월은 12.2%, 8월 14.6%로 급증했다. 달러기준 수출증가율도 감소세는 유지하고 있으나, 그 폭은 둔화됐다.

품목별로는 우리나라와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수출물량이 증가세로 전환됐고, 철강제품, 자동차 부품, 내연엔진 등 품목도 감소세가 크게 줄었다.

무협은 "이미 올해 1~8월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HS 6단위 기준) 중 중복 품목의 숫자가 지난해 49개에서 55개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품목들은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무려 54%나 차지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달러표시 수출단가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면서 조만간 엔저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엔저로 대일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나, 대세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된 적은 처음"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양국 간 경합관계에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경쟁 심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jeenjung@newsis.com

엔저 1년, 韓·日 수출 경쟁에 '경고등'

- 일본 엔달러 환율 상승효과 가시화
- 자동차 등 경합품목, 악영향 '우려'

무역협회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일본의 수출물량이 올해 7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엔·달러 환율 상승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특히 우리와 수출 경합관계에 있는 일본의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수출물량이 7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과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엔화 평가절하 후 엔화기준 수출은 5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8% 증가에 그쳤지만 5월 10.1%, 7월 12.2% 확대된데 이어 8월에는 14.6% 늘어났다.

달러기준 수출단가의 하락에도 수출물량은 감소세가 지속돼 달러기준 수출 증가율도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최근 수출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감소폭이 둔화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우리와 경합관계에 있는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수출물량이 7월부터 증가세로 바뀌었고, 철강제품, 자동차 부품, 내연엔진 등 여타 품목들도 감소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엔저가 시작된 지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엔화 평가절하 → 달러기준 수출단가 하락 → 수출물량 증가 → 달러기준 수출금액 회복’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엔저가 우리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올 1∼8월간 우리와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 중복되는 품목의 숫자가 작년 49개에서 55개로 늘었으며 이들 품목이 우리 전체수출에서 54%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일본기업들이 달러표시 수출단가를 공격적으로 인하해 최근 수출물량이 증가하고 있고 머지않아 엔저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엔저현상이 현재까지는 우리의 대일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반면 대세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승용차 등 한일간 경합관계에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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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전문가들 "양적완화 축소, 내년 3월 시작"

- 경제전문가 40명 설문..한달만에 6개월 늦춰져
- "내년 10월 QE 중단..셧다운에 4Q 성장률 0.3%P 하락"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에 따른 성장 둔화와 경제지표 발표 연기 등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내년 3월에 시작될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40명의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답변들의 중간값을 계산한 결과, 전문가들은 연준이 내년 3월 18~19일에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현행 850억달러에서 700억달러로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전망은 지난달초 실시한 설문조사 당시의 올 9월 축소 전망보다 6개월이나 늦춰진 것이다.

또 3월에 처음으로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하는 연준이 7월까지 자산매입 규모를 250억달러까지 줄인 뒤 그 해 10월이 돼서야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내년 중반을 양적완화 중단 시점으로 언급했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전망보다 훨씬 늦어지는 것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16일간 지속된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포인트 가까이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3월에 양적완화 규모가 처음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 로라 로스너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지표에 의존해 양적완화 규모 축소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연준으로서는 셧다운으로 인해 경제지표 발표가 줄줄이 연기되면서 판단이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경제가 전망대로 가는지를 확신하기 위해 연준으로서는 몇 개월 더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준이 이달 29~30일에 열리는 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진 못하더라도 12월 17~18일에 열리는 FOMC에서는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은 있다.

조셉 라보그나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10월에는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지 않을 것이지만, 12월에 축소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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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새마을운동,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켜야"


새마을지도자대회 축사서 강조…"새마을운동, 현대사 바꾼 정신혁명"

"정부의 주요 국제협력 프로그램으로 추진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새마을운동과 관련, "미래지향적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키고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전남 순천에서 열린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 이같이 언급하고 "새마을운동은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이었고, 그 국민운동은 우리 국민의식을 변화시키며 나라를 새롭게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살려서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를 또다시 마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마을 운동의 내용과 실천방식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서 미래지향적인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이 세 가지 방향으로 새롭게 나아갔으면 한다"며 "제2의 새마을운동은 나눔, 봉사, 배려의 실천덕목을 더해 국민통합을 이끄는 공동체 운동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공동체 운동을 통해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고 세대·지역·계층간 갈등의 골을 메워나가는 것이 제2의 새마을운동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새마을운동은 국민의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창조운동, 문화적 역량을 키워내는 문화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도시와 농촌의 풀뿌리 문화운동, 지역의 특성에 맞는 현장중심의 창조경제를 실천하는 의식개혁 운동이 새마을 운동을 통해 구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의 행복에 기여하는 글로벌 운동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희망을 일으켰던 새마을운동이 지금은 세계의 많은 나라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는 지구촌새마을운동을 국제협력 프로그램의 중요 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온 주역"이라며 "국민과 더 넓게 소통하면서 새마을운동을 다시 한 번 범국민 운동으로 승화시켜 국민들이 다시 한마음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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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셰일 원유 생산 정점 시기 논란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지금 미국에서는 하루 280만배럴의 원유가 셰일 암반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덕분에 미국은 지난 89년 이후 처음 에너지 독립국이 될 전망이다. 세계에너지 기구는 미국이 2020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꾸준히 셰일에서 원유(Light Tight OiL)를 뽑아낼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최근 보도했다.

셰일층에 대해 연구하는 지구과학자인 데이비드 휴즈는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량이 계속 줄어들 것이란 입장이다. 생산량이 늘어날 수 록 말라버리는 셰일 시추공이 늘어나고 결국 많은 시추공을 뚫어야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석유 시추 컨설팅 회사인 드릴링인포의 앨런 길머 CEO는 생산에 들어간 셰일 시추공들은 첫해에 생산량이 70% 가량 줄어든다고 말한다.

노스 다코타 주의 배켄 셰일에서는 2004년 5월 한 달간 시추량이 2358배럴에 달했지만 그 해에 바로 생산량이 69%나 쪼그라 들었다. 이곳은 황무지나 다름없던 오지로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셰일 오일 지대로 평가받고 있다.

휴즈는 미국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셰일원유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매년 350억달러를 들여 6000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개발이 시작된 셰일 유전들은 기존 유전들 보다 생산량이 떨어진다는 정보도 우려를 이런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휴즈는 미국 내 셰일 원유 개발이 2017년 정점을 찍은 후 2년 내에 2012년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셰일 개발에 대한 보다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압둘라 엘-바드리 OPEC 사무총장의 발언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엘-바드리 사무통장은 지난달 쿠웨이트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량이 이미 정점에 진입했고 2018년 이후에는 감소세로 접어들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물론 이런 주장에 반대에 서는 이들도 있다. 미국 2위 가스업체 체사피크의 CEO를 역임한 오브리 맥클렌던은 셰일 원유 생산량 감소를 우려하는 학자들의 실력을 폄하하고 그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석유재벌인 해럴드 햄 콘티넨탈 CEO도 노스다코다의 윌리스턴 분지 내에 위치한 배켄과 다른 셰일의 원유 매장량이 240억배럴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기술 발달에 따라 450억배럴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입장이다. 그는 "셰일 개발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단언한다.

실제 콘티넨탈이 노스다코타에서 셰일 원유 개발을 시작한 이후 생산량은 10배나 늘어나 하루 87만4000배럴에 달한다. 이는 석유개발기구(OECE) 회원국 중 생산량이 가장 적은 에콰도르나 카타르와 비슷한 수준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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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집이 남아돈다"…'주택정책' 어떻게되나?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지난해 102.7%를 기록했던 주택보급률이 오는 2022년에는 선진국 수준에 거의 근접한 10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것은 가구 수에 비해 주택이 많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집을 더 짓지 않아도 이제는 주택 공급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는 110% 수준으로 올라설 때까지는 공급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지만, 주택 전문가들은 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어선 이후 공급 위주의 주택정책 패러다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택보급률 110%까지 공급이 우선이다=17일 경기도 평촌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제2차 장기주택종합계획 공청회'에서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사실 과거 10년보다 앞으로의 10년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급이 중요하고 주택보급률이 110% 정도는 돼야 어느 정도 주택시장이 안정화 되지 않을까 싶다"고 운을 뗐다.

김재정 주택정책관은 "아직까지 주택 재고량이 충분치는 않다"면서 "지금은 수요가 별로 없다고 얘기를 하지만 수요는 수시로 변한다"고 언급했다. 지금은 집값이 낮아진 상황이라 수요가 없다고 판단을 하지만, 가격이 조금만 올라가도 투자수요가 생기고 더 상향 조정되면 투기수요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상황에 따른 맞춤 공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택보급률 110% 달성은 주택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른 수요와 속도조절을 전제한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제2차 주택장기종합계획(2013~2022)안을 통해 향후 10년간 주택 수요를 연평균 39만가구로 보고 이 수요와 같은 수준으로 연평균 39만가구, 10년간 390만 가구를 공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난 2003년에 수립한 1차 계획에서는 연평균 주택수요가 44만가구로 예측됐으나 주택보급률 확대를 위해 이보다 많은 50만가구가 공급된 것에 비하면 앞으로는 연평균 11만가구의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다.

◆"변하는 주택점유형태"…정책의 로드맵 필요=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일변도의 정책에서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질적인 향상을 위한 주거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세종대학교 교수는 "자가보다 임차를 선호하는 시장의 추세를 봤을 때 그대로 두면 2022년이 됐을 때 자가 점유율이 줄어든다"면서 "그렇다면 정부는 다양한 대안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변 교수는 "주택이 부족하던 시절의 지표인 주택보급률, 인구 천인당 주택수 등은 목표가 거의 달성된 상태"라면서 "질적인 측면에서 주거안정을 정부가 보장해주는 비율은 얼마를 하겠다, 임차인의 거주기간을 4년을 보장을 해주겠다 이런 질적인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택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국민들이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는 주택정책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역시 "고령화 사회,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자가를 갖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임차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장기화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자가주의'로 갈 것인지, '차가주의'로 갈 것인지 입장을 정하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고주택관리·민간의 역할 강화 등=주택보급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된 주택들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이사 건수가 많이 줄었다. 한 번 주택을 사면 평균 거주기간이 8년 이상"이라면서 "주택의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돼 5개 신도시에 15년 이상된 가구 수가 500만 가구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재고주택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부분이 수직증축 리모델링, 층간소음절감, 에너지효율성과 맞물려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동주택의 경우 장기수선충당금이 적립되고 있지만 단독주택의 노후화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향후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들도 쏟아졌다.

서종균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공공과 민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기존에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구분하자는 말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는 민간에서 공적인 성격을 가진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인센티브 부여를 통한 기업형 민간 임대 사업자 육성, 임대주택 통합관리 시스템 개선을 통한 민간 임대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함께했다.

한편 국토연구원은 향후 10년간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주거안전망을 구축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바우처 도입으로 연간 97만가구를 지원하고 고령자·장애인의 자립생활기반 마련을 위해 재가복지서비스와 주택이 결합된 '서포티드 하우징' 등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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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에너지정책 강조한 ‘대구 선언문’ 채택 … 89년 역사상 최대 규모

세 계에너지총회가 한창이던 지난 15일 오전 대구 엑스코 전시장 옆 인터불고 호텔 커피숍. 신재생에너지 전문 중소기업 한성고주파의 임연형 이사가 미국의 열병합발전설비 제조사 누터에릭슨에서 온 바이어와 미팅 중이었다. 2시간 넘게 노트북으로 동영상 등을 보여주며 즉석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폐열회수처리장치(HRSG) 부품에 대한 설명을 마친 임 이사의 표정은 밝았다. 설명을 들은 바이어가 “미리 못 만난 게 한스러울 정도”라며 “곧 좋은 소식을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틀 뒤 임 이사는 누터에릭슨 측 실무진을 서울에서 만나 협상에 들어갔다. 임 이사는 “생산품의 80%를 유럽·중동에 수출하기 때문에 출장이 잦다. 지난주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왔는데 이렇게 대구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게 될지 몰랐다”고 기뻐했다.

120여 개국에서 7500여 명의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대구 세계에너지총회가 우리 기업들에 실질적 성과를 안겨준 사례다.

세계에너지협회(WEC)가 1924년 이후 3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에너지총회는 규모와 내실 면에서 ‘에너지 올림픽’으로 불린다. ‘내일의 에너지를 위한 오늘의 행동(Securing Tomorrow’s Energy Today)’을 주제로 13~17일 개최된 이번 제22차 총회는 89년 역사상 최다 참가자(7500여 명, 일반 참관객 3만여 명), 최다 국가 장·차관급 인사 참석(42개국 54명) 등의 기록을 남겼다.

13일 대구에서 개막한 세계에너지총회에서 피에르 가도닉스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도 16일 오전 세션에 참석, 특별 연설을 통해 올해 WEC가 정의한 에너지 3중고(energy trilemma)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한국의 경험을 소개하고 에너지 시장 변화에 따른 국내외 에너지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에너지 3중고란 ▶에너지 수급 불균형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를 일컫는다.

박 대통령은 또 창의적 아이디어와 과학기술, IT를 접목하는 ‘창조형 에너지경제’ 모델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깨끗하고 안전하며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근혜정부의 주요 국정 화두인 창조경제와 관련, 박 대통령은 “에너지 산업은 창조경제 패러다임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로 에너지 저장장치(ESS), 에너지 관리시스템(EMS)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이렇게 해서 절약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너지총회는 대회 마지막 날인 17일 ‘대구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서는 ▶스마트 그리드 등 에너지 시스템 개선과 안전한 에너지 정책 수립을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선·후진국 간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에너지 형평 달성 ▶국가별 사정에 맞는 지속가능한 성장 추진 등의 내용을 담았다.

대구=전수진기자

 

“블랙아웃 공포는 에너지 위기 미리 알리는 모닝콜”


한국이 초강대국 미국·중국을 앞섰다고 평가받는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에너지 분야다. 매년 세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스위스에서 여는 ‘다보스 포럼’으로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은 매년 105개국을 대상으로 에너지 구축·성과 지수(Energy Architecture Performance Index)를 산출한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3년 지표에서 한국은 105개국 중 38위로 미국(55위), 중국(74위)을 앞섰다. 1위는 에너지 자급능력과 안정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노르웨이가 차지했다. WEF는 ‘에너지 삼각형(energy triangle)’이라 규정한 ▶친환경적 지속가능성 ▶에너지 접근성과 안전성 ▶에너지와 경제 성장의 연관성 세 가지 분야 관련 자료에서 16개의 지수를 도출해 수치화했다. 이 지표를 직접 만든 에스펜 멜럼(40·사진) WEF 에너지산업 지식경영통합 담당 국장을 중앙SUNDAY가 지난 15일 대구에서 만났다.

“에너지는 신뢰가 생명 … 원전 비리 유감”

멜럼 국장은 “세계 에너지 산업이 최근 대전환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 원자력뿐 아니라 재생 에너지기술 분야에서 ‘혁신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에너지 구축·성과지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이 친환경적 지속가능성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데 이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13~17일 대구에서 열린 제22차 세계에너지총회(World Energy Congress·WEC) 참석차 처음으로 방한한 멜럼 국장은 “총회 내용이 알차 복제인간이 돼서 모든 세션을 듣고 싶을 정도”라고 소감을 말했다.

노르웨이 외교관 출신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근무하다 2006년 WEF에 합류한 멜럼 국장은 아시아 지역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동안 중국·태국·미얀마 등 아시아 각국에 체류하며 에너지 보고서를 냈다.

멜럼 국장은 한국 에너지 사정에도 밝았다. 올해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원전 불량 부품 비리와 관련, 그는 “에너지 분야에서 소비자의 신뢰는 생명과도 같다”며 “우리 모두의 일상에서 필수적인 요소인 에너지를 믿고 쓸 수 없게 되면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국에선 지난 한여름 무더위 속에 블랙아웃(대정전) 우려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에너지를 다루는 기업은 공기업이냐, 사기업이냐 여부를 떠나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게 먼저다. 블랙아웃 우려는 일반 국민들에게 전기가 공기처럼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는 의식을 일깨워준 ‘모닝콜’이 아니었을까 한다.

일본에선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 이후 일기예보를 하듯 ‘에너지 예보’를 실시하고 있다.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기 쉬운 아이콘으로 바꿔서 누구나 전력 수급 상황을 쉽게 알 수 있게 만들어 신문·방송을 통해 알려준다. 에너지 절약을 생활 습관이 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한국도 도입하면 어떨까 싶다. 앞으론 전 세계 많은 신문에서 날씨 예보 옆에 ‘에너지 예보’를 싣게 되지 않을까.”

-산업용 전기가 상대적으로 너무 저렴한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는데.

“개인적으론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고국인 노르웨이 역시 에너지 집중도가 높은 산업국가이다 보니 산업용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낮다. 에너지와 경제성장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 단, 상업용·가정용 전기와의 차이를 사정에 따라 세밀하게 조절할 필요는 있다.

에너지는 과거엔 ‘무조건 많이 만들어내면 된다’는 단순한 산업이었으나 이젠 국내외의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분야로 바뀌는 중이다.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듯 에너지는 이제 글로벌한 문제가 됐다. 각국의 이해관계도 얽히고 설켜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한창 경제성장 중인 중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라는 국제사회 압력에 반발하는 것이 좋은 예다.”

-중국은 WEF의 에너지 지수에서 105개 국가 중 74위다.

“중국의 석탄 의존비율은 68%에 달한다. 이와 함께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고, 이를 개선하고자 여러 가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좋은 신호다. 미국의 경우 55위인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내에서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다음 평가에선 순위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는 ‘방 안의 코끼리’같은 문제”

대구 세계에너지총회에서 멜럼 국장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세션은 14일 열린 ‘후쿠시마 사태가 남긴 과제’세션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TEPCO)의 아이자와 젠고(相沢善吾) 부사장 겸 원자력 수석책임자가 직접 나와 “원전 사고 이후에도 일본은 에너지 상당 부분을 여전히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비중을 줄일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멜럼 국장은 이와 관련, “점점 고갈되고 있는 화석연료와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원자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후쿠시마 사태를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에 대해 되돌아보는 아주 쓴 약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고 표현했다. 모두가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애써 해결책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전 세계가 이제부터라도 화석연료에 대한 대안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독일은 2022년까지, 스위스는 2034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키로 했다. 세계적으로 탈핵(脫核)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각국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어느 정부이건 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자인 국민의 이해를 먼저 구해야 한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독일처럼 원전 폐기 선언을 한 나라도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여전히 원전 의존도가 상당한 실정이다. 원자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우선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한국, 에너지 수출대국 되려면 IT 활용을”

-이웃 나라인 한국에도 후쿠시마 사태의 여파가 상당하다.

“안타깝지만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는 화석연료도 마찬가지다. 원유 유출 사고는 한국도 (2008년 충남 태안에서) 당하지 않았나. 문제는 원자력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를 공론화해서 원자력을 선택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이제 각국의 중대 과제가 됐다.”

멜럼 국장은 한국에서도 이제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서로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이다. 그는 “제주도에 이미 스마트 그리드 단지가 조성돼 있을 정도로 한국은 이 분야에서 앞서고 있다”며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다는 한국이지만 앞으로 뛰어난 IT 기술을 활용하면 에너지 수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멜럼 국장의 페이스북엔 자전거를 타는 사진이 있다.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평소 생각을 담은 것이다. 그에게 “그렇다면 기름을 쓰는 비행기를 타고 에너지총회에 오는 건 모순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자전거 타고 올까도 아주 잠깐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사실 차도 몬다. 어린 딸이 둘이나 있어 차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영상 회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얼굴을 맞대는 만남만이 줄 수 있는 소통의 힘이 있다”며 “이번 대구 총회는 에너지 관계자들이 직접 만나 이야기하면서 에너지 관련 대안을 도출해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대구=전수진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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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스타트업]<1> 왜 글로벌 창업인가


창업이 미래다.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성장 동력은 새 정부의 최대 현안이다. 이들은 모두 창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좀체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모두 세계무대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 코너 `테크&스타트업`에서는 창업의 `본 글로벌(Born Global)`을 주제로 글로벌 창업 흐름과 전망 등을 파헤쳐 본다. 저자인 오덕환 대표는 삼성전자·IDC코리아·IDC 북아시아 총괄 대표를 지냈으며 지금은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를 맡고 있다.오덕환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 대표(doh@born2global.com)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과 국가 성장 엔진을 위한 청년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 젊은이는 창업을 기피하고 대기업을 선호해 대조를 이룬다. 반대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 청년창업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각종 기관과 민간 업체까지 가세해 창업을 위한 기반 조성에 나서고 있다.

상반된 두 현상을 바라보는 제3자는 패러다임이 산업 시대에서 정보 지식사회로 이미 바뀐 상황에서 제한된 인력을 수용하는 기업보다는 창업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창업을 한다면 국내 보다 글로벌에 초점을 맞추는 게 현명하다.

우리 뿐 아니라 창업은 세계적인 실업 해결 대안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스타트업 아메리카(Start-Up America)와 스타트업 위캔드(Start-Up Weekend) 프로그램이 포함된 업 글로벌 (Up-Global) 정책을 추진하고 저개발국 대상의 GEP (Global Entrepreneurship Program) 프로그램을 개발해 확산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왜 글로벌 창업이 필요한가? 먼저 우리 산업은 대기업 구조로 발전해 대다수 대졸 인력을 대기업이 흡수하고 다음으로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순이었다. 그러나 대기업 생산성 향상과 IT도입으로 예전과 같이 많은 인력이 필요치 않아 일자리면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이를 해소하고자 창업을 통한 일자리 확대가 주요 수단으로 등장해 협소한 국내 보다는 글로벌 시장이 창업의 화두가 되었다.

둘째로 시장 규모에서 5000만 인구의 내수시장은 너무 작다. 창업 후 죽음의 계곡을 지나 안정 상태로 진입까지 별 영향이 없으나 성장이 점차 둔화 되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되는데 돌파구는 오로지 글로벌 시장 뿐이다. 따라서 창업초기부터 70억 인구 대상의 글로벌화를 계획하고 창업을 한다면 작은 시장규모로 발생되는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셋째로 우리는 전쟁의 폐허로부터 빠른 성장을 이룩한 유일한 국가다. 우리가 가진 세계적인 제품은 전자,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이다. 그러나 우리를 추격하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급속히 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생산성 위주의 하드웨어 산업보다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경쟁력 확보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한 세계적 기업(구글, 페이스북, 애플, MS, 오라클 등)이 산업을 주도하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세계를 주무르듯이, 앞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리더만이 국가 생존을 책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원이 부족해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해 국내로 재화를 들여와야 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을 국내에 두고 생산된 제품을 수출해 수익을 창출했지만, 지식정보화 사회 아래서는 글로벌화 학습이 많이 이루어졌고 해외거래가 증가하면서 현지창업이 과거에 비해 수월해졌다. 가급적이면 많은 젊은이가 해외로 나가야 한다.

글로벌 창업은 말이 쉽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우선 글로벌 창업에 요구되는 것은 세계적인 마인드와 시야다. 자부하건대 한국 사람처럼 명석함, 일에 대한 열정, 추진력을 가진 민족이 없다. 문제는 다양성 부족과 문제 해결 능력이다. 따라서 다양성 확보를 위한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며, 외국인과 교류가 적은 우리에게는 외국문화 이해와 비즈니스 태도, 대화능력 향상이 시급히 향상되어야 한다. 이런 토대에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있다면 글로벌 창업은 시도할 만하다.

미래부가 설립한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는 창업 분위기 확산과 글로벌 창업기업 육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전문가가 센터에 상주하면서 애로사항이나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창업을 원하는 젊은이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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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3만쌍 결혼하고 11만쌍 이혼했다


이혼 4쌍 중 1쌍은 황혼이혼…절반은 미성년 자녀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지난해 33만쌍이 새롭게 가정을 꾸린 반면 11만쌍은 파경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 4쌍 중 1쌍은 동거기간이 20년이 넘는 황혼 이혼이었고 2쌍 중 1쌍은 미성년 자녀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대법원이 펴낸 2013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결혼건수는 32만9천220건으로 전년(33만1천543건) 대비 0.7% 감소했다.

이혼건수는 2011년 11만4천707건에서 지난해 11만4천781건으로 0.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혼을 결혼생활 기간별로 보면 양 극단인 황혼 이혼과 신혼 이혼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작년 전체 이혼 중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와 4년차 미만 부부의 비율은 각각 26.4%와 24.6%로, 이를 더하면 전체 이혼 사건의 반을 넘는다.

이어 5~9년차(18.9%), 10~14년차(15.5%), 15~19년차(14.6%) 부부의 순이었다.

황혼 이혼의 비중은 2006년 19.1%에서 2007년 20.1%로 20%대에 올라섰다. 이후 2008년 23.1%, 2009년 22.8%, 2010년 23.8%, 2011년 24.8%, 2012년 26.4%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이혼 부부 가운데 미성년 자녀가 없는 부부의 비율은 47.1%로 절반에 육박했다.

한 자녀를 둔 이혼 부부의 비율은 26.3%, 두 자녀 이혼 부부는 23%, 세 자녀 이상 이혼 부부는 3.6%로 집계됐다.

이혼 사유로는 성격차이를 꼽은 부부가 47.3%로 가장 많았고, 기타 20.9%, 경제문제 12.8%, 배우자 부정 7.6%, 가족 간 불화 6.5%, 정신적·육체적 학대 4.2%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가사소송사건에 관련된 외국인은 7천397명으로 이중 80.7%가 이혼사건에 관계됐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3천486명(47.1%)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1천819명(24.6%), 필리핀 326명(4.4%) 등의 순이었다.

이혼을 포함해 지난해 접수된 전체 가사사건은 14만1천179건이었다.

pdhis959@yna.co.kr
 

"20년 참았지만 더는 못 살아"…이혼 4쌍 중 1쌍은 '황혼이혼'

지난 해 33만쌍이 결혼한 반면, 11만쌍은 이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혼 4쌍 중 1쌍은 함께 산 기간이 20년이 넘는 황혼이혼으로 조사됐다.

20일 대법원이 펴낸 2013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결혼건수는 32만9220건으로 전년(33만1543건) 대비 0.7% 감소했다.

이혼건수는 2011년 11만4707건에서 지난해 11만4781건으로 0.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혼을 결혼생활 기간별로 보면 양 극단인 황혼 이혼과 신혼 이혼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작년 전체 이혼 중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와 4년차 미만 부부의 비율은 각각 26.4%와 24.6%로, 이를 더하면 전체 이혼 사건의 반을 넘는다. 이어 5~9년차(18.9%), 10~14년차(15.5%), 15~19년차(14.6%) 부부의 순이었다.

황혼 이혼의 비중은 2006년 19.1%에서 2007년 20.1%로 20%대에 올라섰다. 이후 2008년 23.1%, 2009년 22.8%, 2010년 23.8%, 2011년 24.8%, 2012년 26.4%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이혼 부부 가운데 미성년 자녀가 없는 부부의 비율은 47.1%로 절반에 육박했다. 한 자녀를 둔 이혼 부부의 비율은 26.3%, 두 자녀 이혼 부부는 23%, 세 자녀 이상 이혼 부부는 3.6%로 집계됐다.

이혼 사유로는 성격차이를 꼽은 부부가 47.3%로 가장 많았고, 기타 20.9%, 경제문제 12.8%, 배우자 부정 7.6%, 가족 간 불화 6.5%, 정신적·육체적 학대 4.2% 등의 순이었다.

한경닷컴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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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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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 위축…이통사 '2차 성장한계' 우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성장일로를 달리던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 기미가 감지되면서 이동통신사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데 이어 20일 통신업계와 미래창조과학부의 통계에서도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폭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동통신 산업 전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것은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이동통신 보급률은 이미 100% 넘어선 지 오래다. 지난 8월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지난 8월 기준 약 5천416만명으로 통계청 추계 인구 5천22만명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런 '성장의 한계' 상황에서 이통사들은 스마트폰으로의 시장 전환과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통한 무선 데이터 트래픽 증가를 통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유지·개선해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마저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2차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LTE 상용화와 이에 따른 전국망 구축에 따라 설비투자를 위한 이동통신 3사의 자본지출(CAPEX)은 매년 1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LTE 망 구축 경쟁에 따라 무려 8조원이라는 투자 비용이 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동통신 요금은 가격경쟁과 정부 규제 등으로 조금씩 인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3사의 부채 비율은 2010년 연간 86.4∼137.3%에서 올해 상반기 90.2∼184%까지 치솟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음성 위주 시장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수익 구조 개선을 시도하며 시장 포화 문제를 타개하려 했으나 스마트폰 가입자 포화로 성장 정체의 벽에 부딪힌 셈"이라며 "네트워크 투자비만 급증하고 이에 따른 ARPU 확대나 부가 서비스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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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어 올 상반기까지 기업 성장성 지표 곤두박질

지난 2012년 국내 법인기업의 성장성 지표 증가폭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2012년 국내 법인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은 2011년 12.2%에 비해 7.1% 하락한 5.1%를 기록했다.

2011년 매출증가율은 2010년 매출 증가율(15.3%)에서 3.1% 소폭 하락했지만 2012년의 매출증가율은 급락했다.

전기전자업종을 제외한 대다수 제조업의 증가폭이 축소되거나 감소로 반전됐고 내수부진으로 도·소매 업종을 중심으로 비제조업도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자산 증가율도 2010년 9.3%에서 2011년 9.6% 소폭 상승했다가 2012년 5.1%로 급락했다. 유형자산 증가율도 2010년 9.1%에서 2011년 9.2%로 상승했다가 2012년 6.5%로 떨어졌다. 석유·화학 등 대다수 제조업과 전기가스 등 비제조업 모두 증가폭이 축소됐다.

이와 관련 김경학 한국은행 기업통계 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과 2011년은 회복추세였지만 2012년에는 일본경기가 좋지 않았고 유럽발 경제 위기도 있었다”면서 “2012년 기업들의 성장성 지표가 크게 떨어진 것은 이같은 여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팀장은 “2012년에는 모든 지표가 하락했다”면서 “석유화학이나 철강, 금속 등이 국제시장에서 가격이 떨어져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한은에 따르면 2012년의 여파는 2013년 1, 2분기에도 이어져 2013년 성장성 지표 상승률은 2012년에 비해 더욱 떨어졌다. 김 팀장은 “2013년 상반기에도 2012년의 여파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국내법인 기업들의 매출영업 이익률도 2010년부터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2010년 5.3%였던 수치가 2011년에는 4.5%로 0.8% 하락했으며 지난해에는 4.1%를 기록, 소폭 하락했다.

기업규모별 성장성 및 수익성 지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더 큰 폭으로 축소된 양상을 보였고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대기업과의 수익성 격차도 어느정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2011년 13.1%에서 2012년 5.0%로 8.1% 하락했으며 중소기업의 경우 2011년 10.6%에서 5.3%로 5.3% 하락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에서도 대기업은 4.7%로 2011년 대비 0.5% 하락했지만 중소기업은 2011년 수준인 3.1%를 유지했다.

데일리안 목용재 기자 

 

작년 국내기업 1천원 팔아 41원 남겨..전년대비 4원↓


(자료제공=한국은행) News1

[2013 기업경영분석]매출액 증가율 반토막..부채비율은 개선

(서울=뉴스1) 이현아 기자 = 경기침체와 원자재값 상승등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실적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20일 결산일이 6~12월인 국내 영리 법인기업 46만4425개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발표한 '201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1%를 기록, 전년에 비해 0.4%포인트(p) 떨어졌다.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매출원가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업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이 3.1%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보인 반면 대기업은 2011년 5.3%에서 4.7%로 1년새 0.6%p 줄었다.

경기부진으로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도 수치의 절반이하로 뚝 떨어졌다.

기업들의 매출액증가율은 지난 2011년 12.2%보다 7.1%포인트 낮은 5.1%를 기록했다. 이중 제조업의 경우 같은 기간 13.6%에서 4.2%로 증가율이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출액대비 세전순이익 비중은 지난 2011년 3.7%에서 3.4%로 전년대비 0.3%p떨어졌다. 덩달아 총자산(9.6%→5.1%)과 유형자산(9.2%→6.5%) 증가율도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부진으로 전기전자업종을 제외한 대다수 제조업의 매출액증가세가 축소되거나 감소로 반전됐으며 내수부진으로 도·소매업종을 중심으로 비제조업도 크게 축소됐다"고 밝혔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데 대응해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빌린 빚도 같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기업들의 경영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147.6%로 2010년 152.7%보다 5.1%p 떨어졌다. 부채비율은 석유·화학, 기계·전기전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제조업, 비제조업 모두 하락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31.9%로 전년(32.2%)대비 소폭 하락했다. 석유·화학, 조선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상승했지만 도소매, 운수 등 비제조업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2011년 144.9%에서 지난해 140.1%로 줄었으며 차입금의존도 역시 31.7%에서 31.3%로 소폭 하락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같은기간 179.2%에서 174.3%로 줄었고 차입금의존도는 33.8%로 전년과 동일했다.

기업 영업이익률 4.1%…10년만에 최저 수준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지난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결산일이 6~12월인 46만4425개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1%로 나타났다.

이는 2002년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4.6%)보다도 악화된 것이다.

매출액 대비 세전순이익률은 3.4%로 전년(3.7%)보다 0.3%포인트 낮았다.

신은미 기업통계팀 과장은 "국내외 경기 부진 여파로 기업들의 성장세가 축소된 탓"이라면서 "특히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매출원가 비중이 커졌다"고 전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전년(12.2%)보다 7.1%포인트 줄어든 5.1%였다. 이는 2009년의 2.6% 이후 가장 낮다.

전기전자(2.3%→11.7%)와 비금속광물(1.7%→2.6%) 제외한 13개 제조업의 매출액증가율이 모두 둔화됐다.금속제품(18.2%→-2.6%)과 조선(4.5%→-2.2%)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섬유·의복(13.3%→2.8%)과 석유·화학(25.5%→3.2%), 자동차(19.8%→3.5%) 등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판매관리비 비중은 2011년 95.5%에서 95.9%로 0.04%포인트 높아졌다.

기업의 총자산증가율도 9.6%에서 5.1%로 내렸다. 통계가 작성된 2002년(4.2%)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유형자산증가율은 6.5%로 전년도(9.2%)보다 2.7%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의 현금 흐름은 다소 개선됐다. 지난해 부채비율이 147.6%로 전년도(152.7%)보다 낮아졌다. 차입금의존도도 32.2%에서 31.9%로 떨어졌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보다는 대기업의 지표가 더 악화됐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대기업이 2011년 5.3%에서 4.7%로 0.6%포인트 떨어졌다. 매출액 대비 세전순이익률(4.6%→4.0%)의 하락폭은 0.6%포인트였다. 반면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전년도와 같은 3.1%였고, 세전순이익률(2.2%→2.4%)은 오히려 0.2%포인트 나아졌다.

성장성의 경우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13.1%→5.0%)과 총자산증가율(10.0%→4.5%)은 각각 8.1%포인트, 5.5%포인트 축소됐다. 반면 중소기업의 매출액증가율(10.6%→5.3%)과 총자산증가율(8.5%→7.0%)은 대기업 보다 낮은 5.3%포인트, 1.5%포인트에 그쳤다.

신 과장은 "중소기업의 사정이 나아졌다기 보다는 대기업이 경기 부진의 타격을 더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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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통신업계, 생존위한 'M&A 전쟁'



(서울=뉴스1) 허재경 기자 =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한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세계 정보기술(IT) 통신업계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3분기 IT와 통신업계의 인수 거래규모는 약 2400억달러(약 260조원)로,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세계 IT통신업계의 판도변화는 인수합병(M&A) 성공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도 통큰 배팅과 함께 M&A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미국 최대 휴대폰 유통업체인 브라이트 스타를 전격 인수했다. 12억6000만달러(약 1조3400억원)를 들여 57%의 지분을 매입키로 한 소프트뱅크는 향후 5년간 이 업체의 지분을 70%까지 늘릴 예정이다. 세계 125개국의 200여개 이동통신업체에 연간 8000만대 단말기를 공급 중인 브라이트 스타의 지난해 매출은 약 63억달러 규모다.

소프트뱅크는 앞서 지난 6월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 넥스텔 지분 80%를 인수하는데 약 216억달러(약 24조9000억원)를 쏟아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의 이같은 광폭 행보를 두고 "손 회장이 삼성전자와 애플 중심으로 재편 중인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회오리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는 업체들도 쟁쟁하다. 중국 IT업계에 돌풍의 주역으로 성장한 레노보는 사실상 스마트폰 원조업체로 불렸던 블랙베리 인수전에 가세한 상태다. WSJ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레노보가 블랙베리의 회계장부를 보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비밀엄수'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레노보가 지난 2005년 5월 IBM 컴퓨터(PC)사업부를 12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전례로 볼 때, 블랙베리의 M&A 가능성에도 적지 않은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왕 와이밍 레노보 최고재무책임자도 최근 "신성장 사업을 확대하는 데 큰 관심이 있다"며 "충분한 자금 조달 능력을 활용해 기회만 온다면 인수대상업체의 덩치에 관계없이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공언, 이같은 추측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세계 IT업계의 '큰 손'으로 통하고 있다. 지난 9월 세계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문을 무려 54억4000만유로(약 7조8000억원)에 집어삼켰던 MS는 레노보와 더불어 블랙베리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MS는 지난 2011년 노키아와 더불어 블랙베리 인수를 위한 공동 입찰도 검토한 바 있다. M&A에 힘입어 더불어 현재 글로벌 IT업계를 좌우하는 애플과 구글, 삼성전자 등에 강력한 대항마로 올라서겠다는 게 MS의 복안이다.

이밖에 미국 1위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은 지난 9월 약 1300억달러(약 144조원)이란 천문학적인 비용을 영국 보다폰 소유의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전체 지분 인수에 투입키로 결정하면서 세계 IT업계의 세력 확장에 합류했다.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지난 2000년 버라이즌과 보다폰이 합작투자(55:45)로 설립됐다.

업계에선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목마른 IT 통신업계의 M&A는 갈수록 활발해질 것이란 진단이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의 리처드 로이드 오웬 M&A 팀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많은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라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IT업계를 중심으로 대규모 M&A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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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아무리 때려도, 네이버에겐 '라인'이 있다


네이버의 주요 사업 부문 매출액 추이. 광고 매출이 주춤한 가운데 라인의 매출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KDB투자증권 자료.

[뉴스분석] "노는 물이 다르다, 페이스북과 비교해야"… "주가 100만원도 가능" 낙관적 전망 쏟아져

네이버가 언론에서는 연일 두들겨 맞고 있지만 요즘 주식시장에서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다. 지난 8월29일 NHN이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할 상장했을 때만 해도 주가가 46만원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한 달 반이 지난 18일 종가는 64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시가총액이 20조961억원, 순식간에 SK텔레콤과 한국전력을 따라잡고 11위에 올랐다. 10위 삼성생명 20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라인의 가입자 증가 추이. 삼성증권 자료.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네이버의 목표 주가는 43만~45만원 수준이었다. 그때는 40만원만 해도 꽤 높은 주가처럼 보였다. 그런데 8월29일, 분할 상장 기준가가 네이버는 29만1500원, NHN엔터테인먼트는 29만8500원에서 시작했는데 시초가가 네이버는 46만원까지 치솟았고 NHN엔터테인먼트는 14만9500원으로 고꾸라졌다. 네이버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네이버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게 된 건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폭발적인 성장 속도 때문이다. 분할 상장 이후 한 달 반, 지금은 100만원까지도 볼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진다. 국내 언론보다 외국 언론들이 먼저 라인의 가치를 알아봤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9일 일본에서 라인이 페이스북과 구글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2015년 라인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시가총액이 30조원에 이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를 합리화하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는 시가총액이 110조원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40조원 정도가 메신저 서비스 위챗의 가치로 평가된다. 위챗의 가입자는 3억명 정도로 라인과 비슷하다. 네이버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비교하는 분석도 나온다. 페이스북 가입자는 12억명, 시가총액은 130조원에 이른다. 트위터는 가입자가 5억명, 기업 가치는 12조원 정도로 평가된다.

노는 물이 다르다? 네이버의 적정 주가를 따지려면 글로벌 인터넷 기업과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투자증권 자료.

라인은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톡에 밀려 지지부진하지만 일본과 태국, 대만 등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도 진출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라인의 누적 다운로드는 17일 기준으로 2억7000만명, 최근에는 하루 100만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연말까지는 3억3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인 사업부문만 놓고 보면 3분기 매출은 1780억원, 2분기 대비 59.5% 늘어났다. 전체 네이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8%나 된다. 최찬석 KTB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라인과 비슷한)카카오는 가입자가 1억2000만명, 매출은 2500억원 수준인데 최근 우리사주 청약 결과 기업가치가 2조400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면서 "주당순매출(PSR)은 10배 정도로, 한국 시장에 한정된 사업모델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라인의 올해 매출을 4500억원으로 잡고 PSR 12배를 적용하면 기업 가치는 5조원, 2015년이면 20조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2015년 예상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주당순이익(PER) 34.8배를 적용하는 게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미 적정 PER를 분석하는 게 무의미한 상황"이라면서 "라인의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장기 잠재가치에 대한 시장 기대수준이 밸류 논란에 대한 정답에 가장 가깝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성 연구원은 네이버의 목표 주가를 73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이종원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고 및 행정 규제 등 사업 외적 이슈 보다는 신규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 본연의 가치가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언급되는 모든 규제를 적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매출액 감소 폭은 3~5% 정도에 그치겠지만 라인 덕분에 올해와 내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성장이 규제를 넘어설 거라는 분석이다.

네이버 라인 일본판.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도 "매출의 약 80% 이상이 규제와는 관련이 거의 없는 검색광고 및 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는 데다 여당에서 추진 중인 포털 규제법도 야당에서 반대하고 있어 법제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최훈 KB투자증권 연구원도 "각종 정부 규제로 사회적 책임 비용 증가가 예상돼 목표주가를 평균 PER 대비 28.5% 정도 할인 적용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네이버의 기업 가치는 라인의 성장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에 대한 최근 주식시장의 반응은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우호적이고 낙관적이다. 3분기에 마케팅 비용이 급증했지만 그것도 공격적인 성장을 위한 것이니 문제될 게 없다는 투다. 이제 노는 물이 다르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네이버 주가를 페이스북에 비교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높은 주가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000년 초반 닷컴 버블을 연상케 하는 들뜬 분위기다. "합리적 거품"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라인의 매출 가운데 80%가 일본에서 발생하지만 전체 가입자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라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아직 스마트폰 보급률이 50%가 안 되기 때문에 그만큼 성장 여력이 높다는 이야기도 되고 일본 이외 지역에서는 당장 매출 보다는 가입자 수 확대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장을 확보한 뒤 본격적으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될 거라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로 최근 네이버의 행보를 보면 지난 몇 달 전과 다른 자신감이 엿보인다. 조중동 등의 공격에 납작 엎드려 온갖 상생 대책을 쏟아내면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던 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국정감사에서도 당초 예상과 달리 네이버 독과점 이슈가 크게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다소 김이 빠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정치권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모바일과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독과점 이슈가 발목을 잡겠지만 그동안 핵심 매출 기반이었던 검색 광고 시장은 이미 내리막길이다. 이런 추세라면 빠르면 2015년, 라인의 영업이익이 포털 사업부문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쫓기는 듯 했던 네이버가 최근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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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무소음 헤어드라이어 만든다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 등 혁신 상품으로 유명한  영국의 제조업체 다이슨이 이번엔 소음 없는 헤어드라이어를 만든다.

주요 외신은 18일(현지시간) 다이슨이 영국 특허청에 '방음 흡입구를 탑재한 헤어드라이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했다고 보도했다.

다이슨은 이 특허 기술을 통해 기존 헤어드라이어 보다 소음을 훨씬 줄인 제품을 만들고자 하며, 이미 제품의 이름을 '헤어블레이드'로 지었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일반 적인 헤어드라이어가 75dB(데시벨)의 소음을 발생시키는데 귀 바로 옆에서 사용하기엔 상당히 큰 소음"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번 주 초 공개된 이 특허 도안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헤어드라이어의 흡입구를 통해 유입된 공기가 손잡이 부분에 위치한 튜브를 통해 흐르도록 만들면 작은 팬을 사용해도 공기의 흐름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다이슨이 영국 특허청에 무소음 헤어드라이어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 공개된 특허에 따르면 다이슨은 헤어드라이어의 손잡이 부분을 두개의 관형태로 만들어 공기를 흐름을 증폭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이슨은 56페이지에 이르는 첨부 문서를 통해 소음방지를 위한 다양한 재료와, 팬에 의해 발생하는 진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장치들을 설명했다.

보도는 "다이슨이 예상대로 이 새로운 특허에 대해 비밀을 유지중이며 무소음 헤어드라이어 개발 여부도 확인해 주지 않았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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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 누가 노리나…레노버 뿐만 아니라?



블랙베리 인수전이 점입가경이다. 페어팩스컨소시엄 외 5~6개 업체가 잠재적 인수업체로 거론되는 가운데 레노버가 블랙베리 인수를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사업을 준비하는 아마존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저널과 포브스 등 주요 외신은 레노버가 최근 블랙베리 인수 사전작업으로 회계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비공개 약정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장부 내용이 외부에 누출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장부 검토 후 문제점이 없다면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의미다.

양사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스마트폰 사업 강화를 노리는 레노버는 일찍부터 블랙베리에 관심을 보여 왔다. 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블랙베리 인수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블랙베리 주가가 14%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레노버는 세계 PC시장 1위 업체다. PC시장 침체와 함께 신성장동력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강화한다. 중국에서는 2위까지 올라섰지만 세계무대에서는 아직 삼성과 애플과 격차가 크다. 인도와 러시아 등 신흥 시장으로 스마트폰 사업 확대를 추진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과 유럽이다.

외신은 블랙베리 인수로 레노버가 스마트폰 사업 규모를 키우고 블랙베리를 PC와 동시에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레노버가 블랙베리 인수에 성공하면 중국의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 전했다.

블랙베리는 레노버 외에도 미국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와 시스코, 인텔, 구글, SAP에도 인수를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보안업체 소스파이어를 인수한 시스코가 모바일 보안 강화를 위해 블랙베리마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블랙베리 공동 창업자인 마이크 라자리디스와 더글러스 프레긴도 공동 인수 제안을 준비 중이다. 포브스는 아마존도 잠재적 인수 업체 중 한 곳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은 지난 6월부터 HTC와 다양한 스마트폰 모델 개발을 추진해왔다. 문제는 구글이 HTC를 압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구글은 지난해 대만 휴대전화 제조업체 에이서를 압박해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철회하도록 했다. 에이서가 알리바바가 개발한 `알리윈` 운용체계(OS) 기반 스마트폰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관련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HTC 역시 이런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아마존이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파이어OS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블랙베리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앞서 블랙베리는 지난 8월 47억달러(약 5조원)에 캐나다 보험사 패어팩스파이낸셜홀딩스에 회사를 매각하는 사전계약을 체결했다. 내달 4일까지 실사작업이 진행되지만 블랙베리는 이 기간 다른 기업과 접촉할 수 있다. 페어팩스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블랙베리 인수전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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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공격행보..이번엔 美최대 휴대폰 유통사 인수

- 브라이트스타 지분 57% 1.3조원에 인수
- 휴대폰 독점 공급키로..스프린트-슈퍼셀과 시너지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일본 소프트뱅크가 이번에는 미국 최대 휴대폰 유통사인 브라이트스타(Brightstar)를 전격 인수했다. 지난 6월 스프린트 넥스텔 인수에 이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3위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 지분 80%를 인수한 소프트뱅크는 19일(현지시간) 브라이트스타 지분 57%를 12억6000만달러(1조34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또 앞으로 5년간 지분을 70%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12억6000만달러 전액을 보유 현금으로 충당할 예정인 소프트뱅크는 브라이트스타의 2016년 만기 무보증사채 3억5000만달러와 2018년 만기인 2억5000만달러 사채 등을 대신 상환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브라이트스타를 통해 소프트뱅크 계열사들의 휴대폰을 독점적으로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브라이트스타는 현재 전세계 50여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번 브라이트스타 인수는 이미 소프트뱅크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고, 앞으로 규제당국 승인 이후 올해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스프린트를 인수를 계기로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지배하고 있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로 올라설 기회를 모색해왔다.

이에 따라 스프린트 인수 이후 지난 15일에는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업체인 슈퍼셀(Supercell) 지분 51%를 1500억엔(1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슈퍼셀은 액션전략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즈’(Clash of Clans), 농장경영게임 ‘헤이 데이’(Hay Day) 등을 출시하면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유럽계 모바일 게임 개발회사다.

거대 도매상 인수한 소프트뱅크, 스마트폰 얼마나 싸게?



지난 6월 미 스프린트를 인수해 단숨에 미국 3위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로 이름을 올린 소프트뱅크가 이번에는 미국의 대형 휴대폰 판매업체의 지분 57%를 전격 인수했다. 전 세계 이동통신업체 및 유통업체를 고객으로 거느린 거대 휴대폰 도매업체를 인수함에 따라 소프트뱅크가 대주주로 있는 미국, 일본 이동통신 계열사들은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대에 모바일 단말기를 공급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 포브스 등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브라이트스타의 지분 57%를 12억6000만달러(한화 약 1조3382억원)에 인수하기로 양사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의 브라이트스타 인수 사실은 이틀 전 일본 니혼게자이가 먼저 전했으며 이번에 양사의 계약 내용이 공표됐다.

소프트뱅크는 브라이트스타의 가치를 22억달러로 평가했으며 이번에 우선 57%의 지분을 인수하고 향후 5년에 걸쳐 70%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브라이트스타는 휴대폰, 태블릿PC, 액세서리 등을 제조사로부터 대량 구매해 전 세계 통신사, 유통업체에 판매하고 있는 B2B 도매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창업자는 스프린트 인수 당시 “애플, 삼성전자 등이 장악하고 있는 모바일 업계에서 보다 대량의 모바일기기 구매와 할인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브라이트스타 지분 인수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인수에 대해 소프트뱅크는 “브라이트스타 내 구매&혁신 사업부가 소프트뱅크, 스프린트, 그리고 브라이트스타 모두에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실현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다. 브라이트스타는 이번 인수로 소프트뱅크 계열사들에 휴대폰을 독점 공급하게 된다. 50여개국에 포진해 있는 브라이트스타의 기업 고객들과 소프트뱅크의 다양한 이동통신 계열사들의 시너지로 브라이트스타는 연간 200억달러어치(한화 약 21조2400억원)의 모바일 기기를 사들이는 막강한 구매파워를 보유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존 고객인 AT&T, 버라이즌, T모바일 등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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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난리난 '아이폰5S' 얼마나 더 팔릴까?



애플 아이폰의 3분기 판매량이 3700만대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공급량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각) 애플인사이더는 모건스탠리의 스마트폰 판매량 추적(Smartphone Tracker) 보고서를 인용해 올 3분기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이 3700만대 규모일 것으로 전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공급 문제 때문에 실제 선적된 아이폰은 이보다 적은 3450만대일 것으로 추정했다.

버라이즌의 경우 9월 말 아이폰 재고가 동났다고 밝힌 바 있다. 버라이즌이 3분기 개통한 아이폰은 390만대다. 애플인사이더는 이 숫자로 미뤄보아 애플의 3분기 아이폰 선적량이 3200만대일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3분기 애플의 매출이 370억달러(한화 약 39조3000억원), 매출총이익은 37%, 주당 수익은 8달러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4분기에는 5500만대의 아이폰이 선적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의 5300만대 전망과 유사한 수치다. 관건은 홀리데이쇼핑시즌에 아이폰5S가 얼마나 공급될 수 있느냐다.

케이티 허버티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4분기 선적될 아이폰 중 45%가 아이폰5S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플의 4분기 매출총이익을 38.7%로까지 끌어올려주고 매출 556억달러(한화 약 59조470억원), 주당 수익 13.3달러를 가능케 한다.

모건스탠리는 애플의 목표주가를 540달러로 보고 있다. 케이티 허버티 애널리스트는 내년 애플 주가가 686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애플 아이폰5S 생산량 75%↑...5C는 35%↓

애플이 물량 조절에 나섰다. 페가트론과 폭스콘에 최신 아이폰5S의 주문량은 75% 늘리고, 아이폰5C물량은 35% 줄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씽스디지털은 18일(현지시간) NPD디스플레이서치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아이폰5C생산량 감소는 앞서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의 보도내용과 맞아 떨어지는 내용이다.

하지만 NPD는이 보도는 앞서의 보도에서 더 나아가 아이폰5S의 주문량을 75%까지 늘렸다고 전했다.
▲ 애플이 최신 아이폰 주문량을 조절했다. 5S모델은 75 늘린 반면, 5C모델은 35 줄였다.
보도는 아이폰5C의 판매가 잘될지는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프레미엄폰인 아이폰5S는 아주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아이폰5의 생산은 올 4분기를 마지막으로 생산이 중단된다. 아이폰4S는 아작 월 100만~200만대가 생산되고 있고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되기 시작하고 있어 단종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이폰5S는 수요가 넘치는 가운데 물량부족을 겪으면서 애플 온라인스토어에서 주문한 지 2~3주나 지나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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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IT는 기업보다 왜 비효율적인가?


미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건강보험개혁법`에 따라 36개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건강보험 거래소 웹사이트를 이달 열었지만 오류가 빈번해 비난이 빗발쳤다.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18세 이상 미국인들은 이 사이트에서 내년 3월까지 의무가입해야 한다.

미국 IT매체 와이어드 기고가 프레드 보겔스타인의 저서에 따르면 애플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이끈 아이폰 개발비는 1억5000만달러(약 1592억5500만원)다. 문을 연 직후 다운되더니 2주가 지났지만 온갖 기능이 말썽인 미국 건강보험 거래소 사이트(HealthCare.gov)에는 최소 3억6000만달러(약 3822억 원)에서 최대 6억달러(약 6370억원)가 쓰였다고 전해진다. 민간과 공공의 IT 효율성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월스트리트저널은 `왜 정부 시스템은 형편없나`라는 기사에서 관료를 비롯한 모든 전문가가 실패작으로 꼽는 건강보험 거래소 사이트를 계기로 미국 정부의 IT가 기업보다 못한 이유를 파헤쳤다. 전문가가 꼽은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구매` 과정이다.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비전문가가 너무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비벡 쿤드라 전 백악관 최고정보책임자(CIO)가 “국가 기관의 IT 리더십이 부족하면 무능한 방향으로 실행을 이끈다”고 비판한 취지와 같다. 쿤드라는 건강보험 거래소 사이트를 두고 “최신 기술이 어떻게 설치돼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관리자가 여러 결정을 했다고 보인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부분 정부 IT 프로젝트처럼 건강보험 거래소 사이트도 IT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끌었다”고 꼬집었다.

더 근본적 문제는 기술을 사들이는 과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 입을 빌어 `구매`가 모든 실패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정부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장애 요소를 넘고 구시대적 규제와 난잡한 요구들을 처리해야 하는가를 두고 이른 말이다. 예를 들어 IT업체는 정부 납품을 하려면 `Y2K 컴플라이언트`를 통과해야 한다. Y2K는 2000년에 나왔던 케케묵은 오류다.

한정된 구매 인력과 제한된 공급업체에 의존하는 문제도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너무 적은 수의 내부 인력이 대규모 IT 계약을 처리한다”며 “정부는 애플, 구글, 아마존처럼 시장에 완전히 문을 열고 마치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 IT업체를 운영하는 클레이 존슨은 “작년의 기술과 올해의 기술에 엄청난 격차가 존재하는 오늘날 정부가 구시대적 기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아이폰을 든 당신이 정부 부처에 걸어 들어갔는데 그들은 CRT 모니터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낮은 IT 효율성은 기술직 비중이 적고 소수 비전문 내부 인력이 외부 IT서비스 기업에 의존하는 한국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정부의 IT 개발 성과가 부족한 가장 큰 두 가지 문제

자료:월스트리트저널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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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차세대 IT 여성 리더' 8인은?

신디 홀랜드 넷플릭스 부사장.<사진출처:홈미디어매거진>
여 전히 세계 곳곳, 다양한 분야에서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앞선 분야인 IT도 크게 다르지 않다. IT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들은 큰 찬사를 받는다. 맥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은 이미 세계적 명사다. 그 뒤를 잇는 `포스트 IT 여성 리더` 8인을 CNN머니가 선정했다.◇신디 홀랜드 넷플릭스 부사장=그는 동영상 스트리밍의 강자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반을 총괄한다. 그가 지난해 5월 콘텐츠 전략을 총괄한 후부터 넷플릭스 고공비행이 시작됐다. 특히 자체 제작한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하우스오브카드`는 큰 화제를 모으며 에미상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이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는 300만명이나 늘었다. 올해 선보인 코미디 드라마 `오렌지 이즈 뉴 블랙`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밀리 화이트 인스타그램 비즈니스운영 이사=화이트 이사는 페이스북의 모바일 안착을 이끈 인물이다. 웹 기반 서비스의 모바일 전환을 총괄했다. 2010년 페이스북에 합류하기 전 그는 초기 구글러였다. 직원 200명 시절에 구글에 입사해 광고 플랫폼 `구글애드워즈` 개발했다. 인스타그램 COO를 겸하고 있는 그는 서비스 수익화 전략을 이끌고 있다. 이달 초 선보인 인스타드램 비디오·이미지 광고가 그의 작품이다.

◇줄리 라르손 그린 마이크로소프트(MS) 부사장=그린 부사장은 프로그램 개발자로 입사해 20년간 MS에서 일하며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MS 윈도 전략을 총괄한 그는 윈도7의 성공을 이끌었다. 현재는 디바이스&스튜디오 수석부사장직을 수행하며 X박스와 서피스 시리즈 등 MS의 하드웨어 전략을 총괄한다. 스티브 발머의 유력한 후임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클로이 슬래든 트위터 미디어담당 부사장=슬래든 부사장은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케이블 TV 채널인 `커런트TV`에 대선 관련 트위터를 실시간 중계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로 트위터는 대중에게 비로소 제대로 이름을 알렸고 기업 운명이 바뀌었다. 그녀는 현재 파워 트위터리안 지원과 유대 강화 임무를 맡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의 통합 실험도 그녀 몫이다.

이밖에 마고 조지아디스 구글 아메리카 대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KPCB의 마리 미커 수석심사역, 파드마스리 워리어 시스코 최고기술책임자(CTO), 캐티 코튼 애플 기업홍보 부사장이 꼽혔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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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 귀찮고 이유없이 짜증…남자도 괴롭다, 갱년기

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40대 중반부터 서서히 진행…극도의 피로감·성욕도 사라져

보양식 챙겨먹는 것보다 남성호르몬 주사가 효과 있어


50대 중반의 중소기업 영업부 이모 부장은 요즘 기력이 많이 떨어지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 오후만 되면 찾아오는 피로감에 모든 일이 귀찮다. 무기력감이나 의욕상실에 빠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 염려가 될 정도다. 성에 대한 욕구도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 부부관계를 마지막으로 가진 지가 언젠지 까마득하다. 가을을 타나 싶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보양식’으로 사라져버린 기운을 되찾으려 노력 중이다.

전문의들은 가을 타는 중년 남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갱년기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이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중단되면서 갱년기 증상(폐경증후군)을 겪듯이 남성도 40대 후반~50대에 체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분비량이 줄어 갱년기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무기력? 짜증? 갱년기 탓일 수도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을 거치며 기력이 떨어지고 바쁜 일상에 지친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갱년기에 들어선 것이 더 큰 탓일 수 있다. 갱년기는 인체가 성숙기를 지나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다. 대개 쉰 살 전후 몸에 이 부장 같은 이상 신호가 나타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력감과 우울증이 찾아오며 자신감도 상실한다.

몸은 항상 피로한 듯하고, 실제로 업무에까지 지장을 준다. 근력도 떨어지고 성욕도 일어나지 않는다. 평소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보다 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은 몸이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한남성갱년기학회 자료에 따르면 50대의 12%, 60대의 19%가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 이 시기 몸의 이상 증세는 보양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금주·금연하는 등 생활습관을 바꾼다고 해서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원인을 바로 알고 잡아야 한다. 노화라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원인을 제대로 알면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다.

◆남성호르몬 부족, 직접 보충하면 효과

남성의 갱년기 증상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을 제대로 생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40대 중반부터 서서히 진행된다. 여성은 폐경이라는 눈에 보이는 기준이 있지만 남성은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도 제대로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 시기에 보통 “정력이 떨어졌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보양식 같은 음식으로는 남성호르몬이 보충되지 않는다. 이윤수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원장은 “오히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너무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과잉으로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호르몬에 이상이 있다면 보양식보다는 호르몬 보충요법을 받는 것이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주기적으로 혈중 남성호르몬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원장은 “호르몬 보충제를 통해 성기능이 개선되고 근육 증가, 골다공증 등의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르몬 보충요법은 여러 형태가 있다. 예전에는 남성호르몬을 근육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을 많이 썼다. 통상 5~6회(1회당 5만~10만원) 정도 주사를 맞는다.

그러나 2~3주마다 병원을 찾아야 하고 주사 직후와 다음 주사 직전까지 혈중 남성호르몬 농도 변화가 심해진다. 그렇게 되면 감정이나 성욕 기복도 심해져 일관된 효과를 얻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요즘에는 한번 복용하면 3개월간 효과가 지속되는 근육주사(바이엘 네비도)도 나왔다. 가격은 30만원대로 다소 비싸다. 젤이나 패치제처럼 피부에 바르거나 붙이는 방법도 있는데 피부를 자극하고 다른 사람에게 묻히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근래에는 영양제처럼 매일 먹는 알약 형태로 개발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제제가 나와 안전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식사 때 복용하면 흡수율 높아져

남성호르몬 보충제는 음식과 함께 복용할 경우 더 좋은 효과를 낸다. 남성호르몬은 지방과 함께 복용하면 흡수율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식사 중, 여의치 않다면 식사 직후에 보충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 오메가3 등 지방 제제와 함께 복용하면 더 도움이 된다. 남성호르몬 보충제는 복용 후 2~3시간 내 효과가 나타나며, 6~8시간 효과가 지속된다.

하지만 남성호르몬 보충제는 혈전증(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져 혈관을 막는 질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이나 울혈성 심부전증 환자, 심혈관질환을 가진 사람은 남성호르몬 보충제 사용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 원장은 “의료계에선 남성호르몬제가 전립선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쟁도 있는데, 전립선암 보유 환자나 전립선비대증이 심한 환자는 일단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무조건 정력에 좋은 음식이라고 열량 높은 보양식을 과식하지 말고 전문가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자도 자도 졸리면 혹시 계절성 우울증?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이지현의 헬스&웰빙]일반인 10% 계절성 우울증 경험, 심장질환·알레르기 비염도 조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이른바 '가을을 타는'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급증한다. 동시에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부쩍 많아진다. 또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은 가을마다 줄줄 흐르는 콧물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쌀쌀한 날씨에 혈관이 수축되면서 압력이 높아져 각종 심혈관 질환도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환절기인 가을에는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단 것 먹고 싶고 자도 자도 졸리면 계절성 우울증=가을에 가장 흔한 증상은 계절성 우울증이다. 홍진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계절성 우울증은 특정 계절, 특히 가을이나 겨울동안 반복적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이다. 봄이나 여름에는 거의 볼 수 없는 질환이다.

일반인의 10% 정도가 일생동안 1번 이상 계절성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다른 주요 우울증 역시 11%는 계절적인 패턴을 보인다. 북반구 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하다.

계절성 우울증은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서 나타난다.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발생한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가 계절 변화에 맞게 적응하지 못하거나 멜라토닌 분비에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 일조시간이 변해 햇볕을 받는 시간이 바뀌면 계절성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대표 증상은 과도하게 피곤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계속 잠이 오는 것이다. 유달리 단 음식이 당기고, 체중이 불어나며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통상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일반인들도 식욕이나 수면에 변화를 겪는다. 이 때문에 우울증이 생활에 큰 지장을 줄 때만 질환으로 정의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가정집 조명의 25배에 달하는 밝은 빛을 쓴다. 환자에게 빛을 쪼여 몸속 생체시계를 조정하면 깨진 리듬이 회복된다. 이 같은 빛을 하루 30분~2시간 정도 쬐는 방식인데 광원 치료를 하는 동안 읽고, 쓰고, 먹으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대개 3~4주 정도 지속하면 우울증은 상당히 호전된다. 단 이 치료는 빛에 유난히 예민하거나 건선 약, 항생제, 항 정신병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받을 수 없다.

증상이 좀 더 심한 사람에게는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 홍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광선치료나 약물치료 부작용으로 조증 상태가 나오기도 한다"며 "충분한 상담을 통해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찬바람 불면 심장 질환 조심해야=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 벽이 수축해 혈압이 높아질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심근경색 같은 돌연사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고혈압은 피가 혈관 벽을 너무 세게 미는 것을 말한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 고혈압으로 본다.

정상 혈압인 경우에도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은 1.3mmHg, 확장기 혈압은 0.6mmHg 정도 높아진다. 기온이 10도만 내려간다고 가정하면 혈압은 13mmHg나 올라가는 셈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피부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에 심장이 더 센 압력으로 피를 보낸다. 이 경우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도 강해져 동맥경화증으로 약해진 혈관이 쉽게 손상된다. 이 때문에 혈관 속에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기 쉽다.

혈압이 높아져 문제가 생긴 혈관이 만약 뇌혈관이라면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문제의 혈관이 심장 부분 관상동맥이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등으로 확대된다.

고혈압으로 대동맥이 늘어나거나 터지기도 하며 심부전이 와 숨이 찬 증상이 자주 나타나기도 한다. 신장 기능도 망가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반대로 추운 곳에서 오래 머물다 갑자기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떨어져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심할 경우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기도 한다.

서홍석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외출 전후 기온 차이가 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고혈압 약을 먹는다면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며 "약 복용을 중단할 경우 중풍 등 뇌손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맑은 콧물 흐르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 비타민D 합성 중요=맑은 콧물이 계속 흐르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 역시 찬바람이 부는 가을을 조심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와 집 먼지 진드기, 곰팡이, 동물 털 등 항원물질 때문에 콧살이 과민 반응을 일으켜 재채기나 코 막힘, 맑은 콧물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알레르기 비염이 비타민D 합성과 연관이 깊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에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하는 이유다.

강혜련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교수는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많이 바를 경우 비타민 D 합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가을에는 적절한 야외 활동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알레르기비염 증상의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매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 하루 20분 정도 햇빛을 받으면 적정량의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으므로 걷기 같은 야외활동을 충분히 해줄 필요가 있다.

[생생칼럼] 가을 우울증 최고의 약은 햇볕


우 울증은 대표적으로 계절에 영향을 받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계절적인 성향을 가진 우울증을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이라고 분류한다. 계절이 기분에 영향을 주는 기전은 일조량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을에는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줄고 뇌 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등의 불균형이 나타난다. 자연히 기분도 가라앉는다. 우울증의 11%가 계절성 패턴을 보이는데, 특히 일조량이 적은 가을·겨울에 계절성 우울증이 많이 나타난다.

전형적인 증상은 우울감과 흥미 저하, 과도한 피곤함, 동기 저하, 과다 수면, 체중 증가, 예민함 등이다. 단맛도 자주 찾게 된다. 추위가 다가오면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비전형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우울 증상이 주로 밤에 심해지고 불면증이 아닌 과수면증, 식욕 감소가 아닌 식욕 증가 등을 보인다. 전형적인 우울증 환자들이 불면증과 식욕 감소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천고마비’라는 사자성어와 특별한 관련성은 없지만 비전형적 우울 증상을 보이는 우울증 환자는 식욕과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좋은 수면 습관을 가지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또 건강식을 하는 것이 좋다. 야외에서 규칙적으로 밝은 햇빛을 쐬고 운동을 통해 신체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는 것이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계절과 기분 증상이 연관되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자신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스스로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증상이 점점 나빠진다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 감소가 주된 원인이므로 광선을 반복적으로 쪼여주는 광선치료가 효과적이다. 이 시기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24시간 신체 주기가 늦춰져 있다. 따라서 강력한 광선을 이용해 내부 시계를 당겨 파괴된 리듬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환자들이 광선치료에 충분한 효과를 보이지 않거나 광선 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심하다면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임산부와 같이 약물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항우울제 대체요법으로 운동요법, 이완요법, 스트레스 관리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홍진표 <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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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불태운 것도 모자라 복원도 제대로 못한 대한민국


숭례문 서북쪽 문루 1층 서까래에 있는 연꽃 모양 단청이 오래된 절의 단청마냥 삭았다. 꽃의 물감이 켜켜이 벗겨지고 있다. 조용철 기자

‘대한민국 국보 1호’인 숭례문 단청이 복원된 지 5개월여 만에 부실이 드러나 그 상태가 갈수록 악화돼 가고 있다. 이에 따라 5년간의 단청 복원공사가 총체적 부실이며 하루빨리 전면 보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SUNDAY는 18일 오후 국내 언론으론 처음 숭례문 내부의 단청 훼손 상황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1·2층 누각 전체에서 100여 개가 넘는 균열, 박리(剝離: 나무에 새긴 그림·글씨가 갈라져 일어남), 박락(剝落: 깎여 떨어짐), 변색 현상이 발견됐다. 붉은색·살구색·흰색 안료로 그린 서까래의 주화문(연꽃 모양) 단청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져 안료가 부풀어 말리거나 터져 밑바탕이 드러나는 ‘층상(層上) 박락’ 현상이 뚜렷했다. 바탕의 녹색 단청도 들뜨고 갈라졌으며 안료가 기포처럼 부풀어 조만간 떨어져 나갈 부분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떨어진 안료가 누각 바닥에 날리기도 했다. 기둥과 공포(栱包: 전통 건축물의 기둥머리에 맞춘 나무 부재)의 틈을 부실하게 색칠해 많은 곳에서 안료가 너덜거렸다. 균열과 박리를 일일이 헤아리면 수천 개에 이른다. ‘국보 1호’를 불태운 후손이 복원조차 제대로 못했음을 말해주는 부끄러운 현장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8일 “숭례문 현판의 왼쪽·오른쪽과 뒤편 서까래 부분 등 20여 곳에서 박락 현상이 발견됐다”고만 밝혔었다. 이 때문에 문화재청이 그동안 현장 감시를 소홀히 했거나 부실 실태를 축소·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숭례문 복원 공사는 2008년 5월부터 진행됐다.

본지의 현장 조사는 18일 오후에 1시간30분간 이뤄졌다. 조사에는 김호석 전통문화대학교 교수, 최명윤 명지대 명예교수, 조춘자 수간채색전문 화가 3명이 참가했다.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 숭례문 통로 천장의 청룡 구름무늬 단청에서부터 균열이 발견됐다. 입구로 올라가는 성벽에는 흰색 줄이 흘러내렸다. 최명윤 교수는 “축성 때 사용된 석회가 흐른 것이라는데 부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1층 누각 입구 정면부터 서까래의 박리와 함께, 송진이 흘러내리거나 누런 이물질이 폭 10㎝, 높이 3㎝로 고여 있었다. 전문가들은 “송진은 목재 처리가 잘못돼 흐르는 것이고, 누런 이물질은 단청그림이 완성된 뒤 뭔가 흘러나오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누각 입구의 우측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문제가 발견됐다. 새로 만든 공포인데 가운데가 도끼로 맞은 듯 쪼개진 곳도 있었다.

공포와 기둥을 연결하는 부위의 단청은 더 심각했다. 이음매 부분이 부풀거나 균열하거나 박리됐다. 심한 곳은 퇴락한 절의 단청처럼 안료가 터지고 뒤집혔다. 익명을 원한 전문가 A씨는 “중앙SUNDAY가 찍은 사진을 보니 부실 정도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고 말했다. 바탕의 흰색 호분(조개가루)이 회색으로 변한 곳도 몇 군데 있었다. 조 화백은 “젖어서 그런 것인데 이는 숭례문 지붕이 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층 누각도 상황은 비슷했다. 빛이 들지 않는 천장은 어두워서 정확히 살피기 어려웠다.

최 교수는 “올겨울 단청이 얼었다 내년 봄에 녹으면 안료가 뜨고 훼손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안료의 접착제인 아교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단청장(匠)이 단청 안료인 수간채색을 아교에 풀 때 농도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교 전문가 A씨는 “연꽃무늬 뿐 아니라 바닥과 초벌층 모두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청 작업을 책임졌던 홍창원 단청장(58·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은 “나는 아교 전문가가 아니지만 지정품을 문화재청에 보고된 방법으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8일 “전통안료와 아교를 사용하다 생긴 일로 보인다. 선명하게 하기 위해 조개가루로 만든 흰색 호분을 덧칠하고 그 위에 주색 안료를 칠하다 보니 무게가 더해져 박락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조만간 종합점검단을 구성해 철저히 원인을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기사 4~5p

특별취재팀=안성규 기자, 김종록 객원기자, 사진: 조용철 기자, 자문: 김호석 전통문화대학 교수, 최명윤 명지대 명예교수, 조춘자 수간채색전문 화가

전통 재료 사용법 모르는 단청 장인에게 책임 맡긴 게 화근


숭례문의 단청 훼손 실태가 드러나면서 복원작업 전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엉망이 된 단청과 함께 전체 분위기도 이상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분위기가 이상해진 이유는 무엇이며 단청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4대 쟁점으로 나눠 알아본다.

“남쪽 광장에서 숭례문 단청의 느낌을 보라. 초상집 분위기다. 희망적이지 않다. 색상 선택이 잘못돼서 발색(發色)이 제대로 안 된 거다. 단청의 색이 떨어지고 안 되고는 나중 문제고 전체 색감이 우중충하다.”

숭례문 조사에 참가한 최명륜(66) 명지대 명예교수, 전통채색 전문가 조춘자(57) 화가와 김호석(56) 교수 3인이 모두 같은 평을 했다.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였다. 새 이념으로 새 시대를 열고자 했던 조선왕조는 숭례문에 나라의 찬란한 빛과 당당함을 담으려 했다. 그래서 위용 어린 문루를 세우고 화려하게 단청했다. 조정은 자신감을 표현했고 백성에겐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였다. 화려한 단청의 배경색인 청록색은 푸르고 싱싱한 봄빛이다. 그런 상징성을 지닌 숭례문이 어처구니없이 불탄 뒤 복원됐지만 더 우중충해진 것이다.

불타지 않은 예전 단청과 새 단청의 발색을 비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았다. 옛 단청은 퇴색했어도 맑고 투명한 녹색인데 새 단청은 거무튀튀한 녹색이다. 전통채색화가 조춘자 화가는 “색을 칠할 때는 달래가며 해야 한다.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탕이 색을 받아낼 준비가 안 됐는데 자꾸 덧칠만 한 걸 알 수 있다. 답답하다. 전통 천연색채는 맑고 투명해서 사람 마음을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안료를 공급한 업체의 사장 A씨는 “단청 색상이 갈수록 어둡고 탁해져 어린이들마저 단청을 무섭게 여기는 실정이 됐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의 박왕희 수리기술 과장은 그러나 “그런 얘기를 알고 있다”며 “처마 부분에 들이치는 습기를 막기 위해 동백기름을 칠했는데 이 때문에 어두워졌다. 그러나 이는 문헌에 근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 안료는 어떻게 된 것일까. 일단 일본제품이라는 부분이 분노를 일으킨다. 이번 단청 작업에는 일본산 안료 12종이 수입됐다. 군청·삼청·양록·뇌록·주홍·장단·황·하엽·황토·연백·호분·먹물이 있다. 수입처는 나카가와(中川)사다. 김호석 교수는 “이들은 흰 흙이나 조개가루에 화학 염료를 물들인 것으로 천연물감이 아니다”며 “1900년대 일본인의 미감에 맞게 명도 채도를 조절해 개발한 60가지의 색 가운데 일부인데 질이 안 좋고 퇴색·변색되며 칙칙해진다”고 비판했다. 천연 색채를 써야 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맥이 끊겼다지만 실제로 국내에서 찾을 수 있는 색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적색은 제주도 용암 현무암에서 나오는 붉은 현무암이나 울릉도산 붉은색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녹청색은 놋그릇을 소금물에 담가 놓으면 나오는 비소 녹물로 만들거나 식물에서 추출할 수 있다. 노란색은 황토나 꽃가루, 금 가루를, 검은색은 그을음으로 만들면 된다.

A씨는 “문화재청이 아교를 사용할 수 있는 전통 색채를 사용하기로 결정해 일본산 수간채를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6개월 정도 기다렸다면 안료 값이 5배 이상 늘어 6억원은 들지만 국산 천연 색채를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재청 박왕희 과장은 “석간주(石間朱)만 국내에서 구입하고 다른 안료는 옛날에도 일본이나 중국에서 수입했다. 수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 제는 최대 쟁점인 아교다. 아교는 안료를 화면에 접착시키는 중요한 보조 재료다. 동물 뼈나 가죽을 가공해 추출한다. 안료의 고유색상을 보호하고 안정감 있는 덧칠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물 아교, 알 아교, 막대 아교로 나뉜다. 안료에 아교를 섞어 쓸 때, 초벌 채색 때는 농도를 약하게 하고 덧칠할 때 강하게 하면 단청이 둥둥 뜨게 마련이다. 돈도 별로 안 든다. 1억1300만원의 안료 예산 가운데 아주 일부다. 질 자체도 문제로 등장하지 않는다.

문제는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부분이 복잡하다.

한국은 60년대까지 아교를 썼다. 소가죽을 가공해 만들었는데 그 이후 생산이 안 됐다. 그러다 보니 기술이 단절됐다. 문화재청도 아교 생산을 위해 연구 용역을 줬지만 실패했다.

사용도 까다롭다. 아교의 주성분은 콜리겐이란 단백질인데 수분이 들어가면 쉽게 썩는다. 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유지해야 하고 필요할 때만 물에 풀어야 한다. 그냥 둬도 1~2일 사이에 상할 수 있다. 그런데 공사가 숭례문 급으로 큰 공사에선 그 같은 정밀한 작업과 세심한 보관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교를 만들려면 고약한 악취를 감수해야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마을에 아교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대안으로 일본제를 수입하거나 화학약품을 쓴다. 주된 품목은 폴리젤이다. 이런 접착제는 뜨거나 균열, 박리가 생기지 않는다. 대신 10여 년 정도 지나면 문제가 생긴다.

아교를 만들자면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한국의 전통 재료 시장에는 경제 논리가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이름 공개를 꺼리는 한 아교 전문가는 “아교 농도가 바탕은 약하고 안료 표면이 강하면 물감이 뜬다”고 지적했다. 물에 녹여 사용하는 아교는 습하면 늘어나고 건조하면 줄어든다. 바탕재인 나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교를 제대로 처리하면 100년을 간다고 한다. 이런 원칙을 어기면 균열·박리·박락 같은 현상이 생긴다. 특히 물감이 떨어지는 박락 현상에는 군상박락과 층상박락이 있다. 군상박락은 아교가 약해 안료가 묻어나오는 현상이다. 층상박락은 아교가 표면층에 강해 색이 완전히 뒤집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아교 전문가는 사진 자료를 보고 층상박락이라고 지적하면서 단청장은 아교를 다뤄본 경험이 적거나 없을 것으로 봤다. 최 교수는 “장인이 자기 기법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적어도 실험실 상태에서의 농도는 가능했지만 숙달되지 않은 더 큰 현장으로 가면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숙달되지 않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으며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단계에선 떨어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조 화백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한 솜씨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문제도 지적된다. 공포와 기둥의 연결점에 단청을 덧칠한 곳이 있다. 최 교수는 “준공검사 전에 미리 알아 덧칠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이 나온 것은 바탕 처리를 잘못한 것으로 지적된다. 또 동백기름을 사용해 단청에 얼룩이 지게 한 것과 관련해 조 교수는 “수간채의 특성은 기름이 들어가면 균열이 발생하는데 미리 실험해 봤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 모든 비판과 의문을 해소하려면 문화재청이 작업 일지를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통의 맥 끊긴 현실 무시한 전문가ㆍ정부가 서둘러 만든 합작품

숭례문 단청 훼손은 ‘전통의 맥이 끊긴 현실을 무시한 전문가와 정부가 서둘러 결과를 만들어내려 한’ 한국적 자화상을 보여준다.

우선 단청 작업은 돈으로 따지면 비중은 ‘사소하다’. 총 270억원 예산 가운데 단청 예산은 2.4%인 6억5000만원이다. 거기에 안료와 접착제인 아교 구입비는 1억1300만원이고 나머지는 인건비다. 문화재청 박왕희 과장은 “정부 노임 단가를 기준으로 많이 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료나 아교로 ‘돈 빼먹기’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단청 작업의 시작은 진지했다. 이명박정부는 ‘숭례문 단청을 전통 방식으로 복원하는 첫 사례’로 삼았다. 곧 뭐가 전통 단청이며 어떤 안료와 접착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과학적 작업이 시작됐다. 2009년8월 홍창원 단청장을 책임연구원으로 하는 단청 문양 고증 작업이 시작됐다. 보고서가 마무리된 뒤 개최된 자문위원회 회의는 조선 초기 문양으로 하기로 결정됐다.

이어 2011~2012년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안료를 실험했다. 예를 들어 바탕에 쓸 호분(흰색 안료, 대합조개를 말려 소금기를 제거하고 가루를 내 만든다)은 산성도와 입도(가루의 크기) 분석을 했다. 2011년 2~11월엔 천연 안료와 합성 안료의 내구성을 알아보는 풍화 실험, 가스 부식 실험을 했다. 2011년 3월~2012년 12월까지는 한국·중국·일본산 안료와 합성 안료를 실험했다. 단청을 다 칠한 다음 마무리에 사용할 재료로 동백기름, 들기름도 검사했다. 안료 후보지를 멀리 네팔·부탄까지로 넓혀 연구했다.

그와 병행해 한국전통문화학교 주관으로 2011년 8월3일~12월20일 사이 5개월간 접착제 연구를 했다. 예산 3150만원이 투입됐다. 아교·젤라틴과 아크릴산 에스테르 수지를 수분 반응성, 내후성 검사를 했다. 해야 할 것은 다 했다.

문제는 이런 실험 결과가 현장에 직접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국산 전통 안료는 맥이 끊겨 국내에 없었다. 그래서 일본산을 구입해야 했다. 문화재청 직원과 자문위원들이 일본에 출장을 갔지만 안료와 단청 전문가의 참여는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결정이 됐다. 안료 업체의 A사장은 “당시 국산 안료와 접착제를 구하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안료 국산화를 위해 작업을 늦추는 분위기도 아니었다”며 “결국 일본 수간채(백토와 호분을 염색해 만든 안료)를 납품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납품업체인 나카가와의 사장은 “숭례문의 의미가 크니 천연물감을 사용하는 게 좋겠다. 물감 작업이 까다로우니 기술자를 보내겠다”고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메아리가 없었다.

기와공사가 끝나고 공사 진척률 94%인 시점에 홍 단청장을 비롯해 20여 명의 장인이 연 1500명 투입됐다. 안료는 12종, 1330㎏이 사용됐다. 작업은 6개월 정도 진행됐다. 단청장은 현장에서 날씨와 필요한 양을 고려해 안료와 아교를 배합해 칠할 곳을 지정했다. 감독은 감리사인 금성종합건축이 했다. 감리사는 공정의 인력 계획도 세우고 과정을 기록했다. 이를 문화재청의 직원 5명이 분야별로 감독했다. 그러나 ‘단청 작업-감리-문화재청 감독’의 연결망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박 과장은 “연구 과정에선 배합이 정확히 계산되지만 현장에서 여러 사람이 칠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할 수도 없었다. 전통 안료와 아교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맥이 끊긴 지 40년이 넘어 축적된 경험이 없고 따라서 잘잘못을 가릴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업은 계속됐다.

A사장은 “현장에 문제가 많았지만 그렇다고 외부 의견을 일일이 받아들이면 일이 진행되지 않아 소통은 없었다”며 “문자로 아교 사용에 대한 주의를 전달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결국 복원 5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본지가 확보한 10월15일자 나카가와사의 편지는 “아교는 전문가의 노련한 테크닉과 판단력이 필요합니다.…나카가와사의 사장은 아교와 물감을 적절하게 쓰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진상 철저히 파악해 해결책 찾겠다”

변영섭(사진) 문화재청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지난 3월 18일 임명됐다.

-본지가 살펴보니 훼손된 단청이 100여 곳이 넘었다. 알고 있었나.

“먼저 참담하고 송구한 마음이다. 단청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날로 숭례문으로 달려갔다. 수를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많다는 점은 알았다. 그날부터 전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곧 문화재연구소를 위주로 한 조사단을 꾸려 다각적으로 철저하게 진상파악을 할 것이다”

-그 이후엔 어떻게 할 것인가.

“단청을 당장 벗겨내고 다른 색으로 칠하려면 또 화학 접착제와 안료를 써야 한다. 전통의 맥이 단절돼 수십 년간 화학 접착제를 사용한 장인들이 사용한 방법을 다시 동원해야 한다. 그러면 또 실패한다. 우린 지금 전통 안료를 복원할 기술도 사용할 실력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지금 방식대로 하면 숭례문은 또 망가진다. 과거를 원망하지는 않지만 다시 철저히 연구해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이번엔 가림막을 치지 않고 전 국민이 볼 수 있는 투명한 창을 만들어 작업 과정을 공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전문가들과 그런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단청을 어떻게 바르느냐보다 전통 부활을 더 연구해야 하지 않겠나.

“취임하고 나니 우리의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뇌록이라는 안료도 포항에 있는 광산이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돼 채굴이 안 된다. 그래서 숭례문 단청 작업에는 일본 것을 수입했다. 그러나 일본은 기후가 습해서 외부 단청을 않고 내부 위주로 하기 때문에 외부 단청을 많이 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일본에 더 이상 의존해선 안 된다. 그래서 벌써 몇 개월째 자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 가서라도 광산을 찾으라고 했다. 고려·조선시대에도 우리나라에 없는 것은 외국에서 수입해 썼다. 정부 산하기관과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단청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에 명맥을 유지하는 안료가 있으면 그것도 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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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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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톱시드 확정 "죽음의 조 피할 가능성은 얼마나?"


월드컵 톱시드 확정/출처=FIFA 월드컵 홈페이지

2014 브라질월드컵 톱시드가 정해져서 누리꾼들에게 화제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10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기준으로 상위 7개팀에 톱시드를 부여하는데 FIFA는 17일(한국시간) 10월 랭킹을 발표했다.

FIFA 10월 랭킹에 따라 스페인(1위), 독일(2위), 아르헨티나(3위), 콜롬비아(4위), 벨기에(5위), 스위스(7위)가 톱시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6위인 우루과이는 요르단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야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루과이가 승리할 경우 톱시드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되고, 패할 경우 본선행이 좌절되면서 8위인 네덜란드가 톱시드를 받게된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에서는 '죽음의 조' 탄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이다. 월드컵 톱시드에서 밀려난 이탈리아 잉글랜드 네덜란드 등 강호 팀들이 톱시드 국가와 함께 같은 조에 편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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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정치무대 선 힐러리 '워싱턴정치' 정면비판

"상식과 공감의 정치 만들어야"…대권행보 '조심스러운 시동'

맥컬리프 지원유세서 "힐러리" 연호·환호성…대선유세장 방불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돌아온 힐러리?'.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5년만에 정치무대에 다시 섰다.

19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의 '스테이트 씨어터'에서 열린 테리 맥컬리프 민주당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 현장에서다.

오랜 정치적 동지인 맥컬리프 후보를 돕기 위해 연단에 선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단순히 '지지연설'을 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톤은 낮았지만 셧다운 사태를 거론하며 '워싱턴 정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번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워싱턴의 분열정치가 상식과 공감(common sense and common ground)의 정치로 대체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진보하고 있음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이 위대한 실험을 '납치'(hijack)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린턴 전 장관이 일반대중 앞에 다시 선 것은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패배이후 처음이다. 특히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최소 6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해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의 이날 발언은 대권행보를 향해 기지캐를 켠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특히 '테리를 지지하는 여성들'로 명명된 이번 행사는 클린턴 전 장관의 열성팬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여성지지자들이 1천명 가까이 몰려들어 그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했다. 맥컬리프 후보가 클린턴 전 장관을 소개할 때에는 청중들이 "힐러리, 힐러리"를 연호하고 환호성을 지르는 등 대선 유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가 느껴졌다.

붉은색 상의와 검정색 바지 차림을 한 클린턴 전 장관은 "수년간 정치에서 떠나있었다"고 소회를 털어놓은 뒤 "국무장관으로 활동할 당시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무엇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고, 어떤 종류의 리더십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가를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청중에서는 "바로 당신의 리더십(Yours!)"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클린턴 전 장관은 "최근 버지니아주를 강타한 셧다운 사태는 잘못된 리더십의 대표 격"이라며 "정치인들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다는 상대를 '초토화'하려는 전략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클린턴 전 장관의 이날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날 행사는 맥컬리프 후보가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선거를 앞두고 막판 승기 굳히기 차원에서 기획한 행사라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공화당의 켄 쿠치넬리 후보에게 5% 포인트차(46% 대 41%)로 뒤지던 맥컬리프 후보는 지난달 조사에서 9% 포인트차(47% 대 38%)로 역전했다.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도 맥컬리프 후보는 8~9% 포인트의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맥컬리프 후보의 상승세가 바로 여성들의 지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여성유권자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맥컬리프 후보는 쿠치넬리 후보를 25% 포인트차(55% 대 30%)로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젊은 여성들의 경우 지지의사를 갖고 있더라도 투표장에 직접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맥컬리프 캠프는 클린턴 전 장관이라는 '빅카드'를 활용해 여성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도록 독려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는게 행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연설에서 "공화당이 여성들의 건강 선택권을 제한하고 피임의 일반적 방법을 금지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버지니아주 민주당의 아시안계 의장인 제니퍼 오는 "맥컬리프 후보는 여성의 권리신장과 세력화를 돕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클린턴 전장관의 오늘 행사 참석은 여기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날 행사를 계기로 클린턴 전 장관이 대권을 향한 수순 밟기를 시작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CNN은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자신이 강점인 '여성'을 주제로 한데다 정치적 동지의 지원유세를 하는 행사여서 자연스럽게 정치무대에 재진입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맥컬리프 후보가 주지사로 출마한 버지니아 주는 대선때 대표적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는 전략적 요충지여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날 정치무대 등장은 그 상징성과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클린턴 전 장관이 5년전의 역동적이었던 연설스타일과는 달리 편안하면서도 자신있고 권위있는 웅변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준비된 힐러리" 구호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오전 일찍부터 나와 몇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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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창의 정신과 개인주의 정립한 에세이;에머슨(1803~1882)의 『자기신뢰론(Self-reliance·1841)』


벤 저민 애너스터스라는 작가는 뉴욕타임스(NYT)에 실은 칼럼(2011년 12월 4일)에서 지나친 개인주의가 미국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그 뿌리는 랠프 월도 에머슨(1803~1882)의 『자기신뢰론(Self-reliance·1841)』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셧다운, 국가부도 위기의 배경에도 공동체의 이익을 무력화시키는 개인주의가 도사리고 있는지 모른다.

에머슨이라는 인물, 『자기신뢰론』이라는 책이 무엇이기에 오늘날의 미국 정치 상황에 일정한 책임이 있는 것일까. 에머슨은 1837년 하버드대에서 행한 연설 ‘미국의 학자(The American Scholar)’에서 유럽에 대한 미국의 사상적 독립을 선언했다. 『자기신뢰론』은 미국의 개인주의를 정립한 책이다. 에머슨은 유럽의 지성들과 ‘맞짱 뜰 수 있는’ 19세기 미국 최초의 철학자, 공공지식인(public intellectual)이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딴말하는 사람은 없다.

“네 자신을 믿으라”

개인주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에토스(ethos·氣風)에 각인됐다. 에머슨의 개인주의는 초강대국 미국의 건설에 기여한 정신적 원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모든 공(功)에는 과(過)가 따라붙는다. 학자들은 미국식 개인주의에서 발견되는 독선·공격성·자기도취, 지나친 낙관 성향의 뿌리 또한 『자기신뢰론』의 과(過)라고 지적한다.

에머슨의 식각판화(engraving·1878년).

우리 국어사전에도 나오는 미국 작가 올리버 웬델 홈스(1809~1894)가 ‘미국 헌법의 비공식 부속 문서’라고 일컬은 『자기신뢰론』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소크라테스가 “네 자신을 알라”라고 했다면, 에머슨은 “네 자신을 믿으라(Trust thyself)”라고 역설했다. 무슨 근거에서 나 자신을 믿은 것일까. 플라톤, 페르시아의 시인들, 동양 종교와 철학의 영향을 받은 에머슨은, 인간 내부에 신성(神性)이 있다고 봤다. 에머슨의 자기신뢰는 그리스도교의 신(神)이 아니라 우리 인간 내부에 있는 신을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에머슨은 1829~1832년 유니테리언주의(Unitarianism)를 표방하는 교회의 목사였다. 삼위일체 신앙에 대해 회의적인 교파였다. 예수가 훌륭한 사람이며 ‘하나님의 아들’일 수도 있지만 하나님은 아니라고 믿는 교단이었다. (※이처럼 우리의 ‘선입견’과는 달리 미국 개인주의의 종교문화적 원천에는 정통파 삼위일체 기독교(Orthodox Trinitarian Christianity), 청교도주의뿐만 아니라 유니테리언주의라는 ‘이단적’ 교의가 포함된다.)

첫 번째 아내 앨런이 폐결핵으로 사망한 충격의 여파로 신앙적 회의가 가속화돼 1832년 목사직을 그만둔 에머슨은 더욱 래디컬(radical)하게 됐다. ‘신(神)은 있어도 사후세계란 없다’며 오직 이 순간 지금 이곳밖에 없다고 믿게 됐다. 『자기신뢰론』은 기독교·성경·예수가 특별할 게 없다고 주장한다. 궁극적인 진리를 추구해 온 거대한 인류의 여정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리스·이집트의 종교와 마찬가지로 기독교는 한 지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측면에서 보면 에머슨은 특정 문화의 우월성을 부인하는 문화적 상대주의, 문화적 다원주의의 원조 중 한 명이다.

『자기신뢰론』은 또 이렇게 설파한다. 말 바꾸기, 생각 바꾸기는 정상적인 것이다. 사회의 압력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자기신뢰론』은 미국 창의 정신의 기초 문헌이기도 하다. 에머슨은 ‘앵무새’를 혐오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물과 사건을 자기 자신의 고유한 이해가 아니라 사회의 기존 지식에 대한 기억으로 논한다는 말이다. 『자기신뢰론』에 따르면 내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에 천재성창의성이 있다. 내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그 아이디어를 구현해야 한다. 그 작업을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른 사람은 천재라는 칭송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내 생각을 말로 뱉어내고 글로 쓰고, 특허를 내어 저작권을 주장하라는 말이다.

『자기신뢰론』의 한글판(왼쪽)과 영문판 표지.

니체가 읽으며 ‘차라투스트라’ 구상

에머슨은 동정심이나 자선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에머슨은 동정심의 이면에 사실은 이기주의가 도사리고 있으며, 동정심은 그 대상을 연약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고통을 증대시킬 뿐이라고 생각했다.

중국인의 과장이 심하다고 하지만 영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영어 속담에 “한계가 되는 것은 하늘밖에 없다(The sky is the limit)”라고 했다. 하늘에는 테두리가 없으니 애초에 한계라는 것은 없다. 『자기신뢰론』에서 에머슨은 같은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차를 매달 때에는 별을 말뚝으로 삼는 게 딱이다(Hitch your wagon to a star).” ‘우주(宇宙)가 네 집이요, 지구 전체가 네 주차장이다’라는 식의 인식이다. 에머슨은 ‘허풍쟁이’였던 것이다. 에머슨은 또 이렇게 말했다. “우주의 풍성함은 곧 나를 위한 것이다(The wealth of the universe is for me).”

에머슨 팬클럽 회원에는 마하트마 간디, 마이클 잭슨, 버락 오바마가 포함된다. 잭슨은 노랫말로 에머슨 사상을 구현했다. 에머슨은 특히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여행 다닐 때마다 에머슨의 저작물을 지참한 니체는 일기와 서신에서 에머슨을 찬양했다. 그는 1881년 여름 『자기신뢰론』을 읽으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85)를 구상했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超人·bermensch)의 뿌리는 『자기신뢰론』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에머슨은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인간이었다. 하버드대를 다닐 때에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형제 넷이 모두 하버드를 다녔는데 그중에서 공부를 제일 못했다. 수월(秀越)보다는 평범에 가까웠다. 에머슨은 1838년 하버드대 신학대 연설에서 과격한 주장을 펼쳐 한동안 ‘기피 동문’이 됐다.

세월은 계속 흘렀다. 에머슨은 40여 년간 1500회 이상의 강연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남녀평등과 노예제 폐지를 주창했다. 이윽고 에머슨은 하버드대에서 복권됐다. 가장 자랑스러운 동문 중 한 명이 됐다. 하버드대 철학과는 그의 이름을 딴 에머슨 홀(1900년 건립)에 자리 잡고 있다. 에머슨 홀 현관에 새겨진 문구는 다음과 같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님은 사람을 이토록 생각해 주십니까(What is man that thou art mindful of him)?”(시편 8:4)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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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열·지열로 가동 친환경 박물관서 오감 총동원해 탐험


3 산의 슬로프를 닮은 신관 외관

지난 7월 27일 이탈리아 북부 산간도시 트렌토(Trento)에 자연과학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무제(MUSE, www.muse.it). 기존 과학 박물관을 최첨단 친환경 기술을 이용해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과학 박물관으로 확 바꿔 보자며 10년 전 시작된 프로젝트가 드디어 빛을 봤다. 미셸랑 공장부지를 재개발한 이 박물관은 지상 5층, 지하 1층에 야외 열대 식물원까지 총 1만2600㎡ 규모를 자랑한다. 외형적으로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람이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76)라는 점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지구의 취약성’에 초점을 맞추고 친환경적인 건물들을 선보여 왔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2020년까지 기후와 에너지 분야에서 지속가능하고 똑똑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정책에 맞춰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활용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 형태도 역시 첨단 기기를 활용해 관람객이 쉽고 재미있게 지식 습득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2 박물관에 디스플레이 된 전시물들

덕분에 개관 두 달 만인 9월 말 현재 전 유럽에서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이 박물관을 찾았다. 하루 평균 2400명이 입장하고 주말에는 3000명이 넘는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기에 한적했던 알프스 산자락으로 인파가 모여들고 있는 것일까. 중앙SUNDAY가 그 현장을 다녀왔다.

지붕엔 태양열 집열판, 빗물 모아 연못물로

1 ‘무제 박물관’ 신관 외관

밀라노에서 직행 기차가 없어 베로나에서 갈아타고 한 시간 뒤 이탈리아 최북부 트렌티노 주에서 가장 큰 도시 트렌토에 도착했다. 박물관 주변의 주차구역은 미처 공사가 끝나지 않아 아직 자갈로 덮여 있었지만 녹색 산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멋진 현대식 건물은 우둘투둘한 자갈밭을 순식간에 시야에서 내쫓아버릴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건물 외관은 마치 산의 슬로프처럼 경사졌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자연스럽게 배열돼 있었다. 또 지열 활용을 위해 트렌토 지역에서 균일하게 에너지를 분배하는 중앙 삼중 열병합 발전 시스템을 지원받았다. 이와 함께 온도 및 빛 센서에 의해 작동하는 제어 커튼과 조명, 자연 환기 시스템의 사용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빗물을 모아 수조에 저장해 두었다가 온실 열대 수족관과 화장실, 박물관 주변을 둘러싼 연못을 위해 사용하는 등 재생 에너지 사용 역시 최대화했다.

4 박물관에 디스플레이 된 전시물

박물관 건물은 교통에 의한 오염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현지 및 인근에서 재료를 조달받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친환경 건축 자재를 분석해온 렌조 피아노 워크숍 연구결과에 근거한 것이다(실제로 이탈리아가 원산지인 이 재료들은 지구 온실 효과 억제와 Co²생산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면서 이탈리아 내에서 빠른 속도로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덕분에 트렌티노주 기술 지구 건물 프로젝트팀과 공동으로 미국 녹색건축위원회(USGBC)가 인증하는 친환경 건축 인증 프로그램 LEED(Leadership in Energy Environmental Design)의 GOLD 레벨 인증을 받았다. 천연자원 보존을 위한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자극제가 되겠다는 무제 박물관이 전 세계에 녹색 비전의 바람직한 사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박제 동물들이 공중에 두둥실

5 ‘무제 박물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중정과 공중에 매달린 동물박제들

역시 줄은 길었다. 한참 만에 로비에 들어서자 안내원은 5층(1층을 0층으로 표현하는 이탈리아에서는 4층)에서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일러준다. 이렇게 봐야 알프스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변화하는 서식지들의 특성과 그곳에서 사는 생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알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입장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천장까지 확 트인 거대한 중앙 공간이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이 살아 있는 듯한 수많은 동물박제와 거대한 공룡 뼈들이 얇은 케이블에 연결돼 공중에 매달려 있다. 동물들은 마치 투명한 노아의 우주선에 탑승해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 여행 중인 동물들 같다.

6 터치스크린으로 기계를 작동하며 체험하는 아이, 사진 Carlotta Rizzolli

무제 박물관은 기존 박물관의 전통적인 개념을 깨고 상호 작용과 관찰을 통해 즐기면서 학습하는 공간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혁신적 기술로 설치된 모든 전시물은 방문객이 직접 참여해 실험하고 만지고 놀 수 있게 했다. 아이건 어른이건 설치물을 조작하고 태블릿 화면을 손가락으로 찍으며 설명을 읽는 사이 과학적 이론은 이미 머릿속에 쏙쏙 들어가는 듯했다.

애플리케이션 가이드 ‘엑스플로라 무제(eXplora MUSE)’는 트렌티노 주에서 자치적으로 만든 혁신적 프로그램으로 에듀테인먼트와 소셜네트워크를 넘나드는 확실한 개인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트렌토 라이즈(Trento RISE: 트렌토의 리서치 연구소)가 실행하고 그라피티(Graffiti) 홍보회사,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최초의 이탈리아 회사인 몹팜(MobFarm), 그리고 트렌토의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자 조르조 자노니(Giorgio Zanoni)가 공동개발했다. 여행객이나 가족, 연구원이나 학생 등 연령이나 문화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 영상과 함께 말로 읽어주는 오디오 가이드도 첨가돼 오감을 총동원한 박물관 탐험이 가능하다.

7 대형 지구본

첨단 태블릿 조작하며 신나게 관람

안내원이 일러준 대로 먼저 5층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박물관에서 가장 좁은 장소로 알프스 정상의 자연환경과 지리적 생물학의 관계를 잘 설명해 놓았다. 고지대 식물과 동물의 박제 및 사진,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을 접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급변하는 알프스 만년설의 3분짜리 디지털 영상도 볼 수 있다. 모든 설명은 태블릿과 터치 스크린으로 돼 있어 아이들은 아예 엄지와 검지를 쭉 펴고 다니다가 화면만 나타나면 비벼댔는데 직접 뭔가를 작동시킨다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듯했다.

8 ‘무제 박물관’ 식물원 9 박물관 내부 10 얼음과 자연의 관계를 설명해 놓은 섹션. 얼음에는 관광객들이 만져 깊이 파인 손바닥 자국이 가득하다 11 자연과 동물의 관계를 설명하는 섹션. 동물 박제와 자연환경이 실제처럼 잘 어울린다

만년설과 고지대 동물을 설명해 놓은 곳에는 실제 얼음으로 산봉우리를 만들어 놓았다. 방문객들이 진짜 얼음인지 확인해 보려 하도 만져서 얼음 이곳저곳에 벌써 손 형태의 구멍도 나 있었다. 이곳에서는 아래로 뻥 뚫린 가운데 빈 공간과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알프스 산 때문에 실제로 산 꼭대기에 올라온 듯 아찔한 현기증마저 느껴졌다.

나머지 수평면(각 층)의 넓은 공간은 과학 및 자연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4층은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알프스의 자연을 보여주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과의 관계를 설명한 곳이다. 4세에서 9세의 아동들이 부모, 혹은 각 층의 안내원들과 함께 과학적으로 자연을 학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3층에서는 유네스코에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돌로미티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화석과 지구의 나이를 알 수 있는 지층 구조 등을 볼 수 있다. 보석을 비롯한 각종 광물의 실물을 보고 터치 스크린을 통해 궁금한 원석에 대한 보다 상세한 자료를 얻을 수도 있다. 지진·화산·홍수·눈사태 등 각종 자연재해를 TV로 설명한 코너와 댐처럼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커뮤니케이션 코너에서는 이탈리아 통신사가 통신망의 중요성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홍보까지 겸했다.

2층의 전시품들은 인간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한눈에 보여주었다. 도구를 사용하며 불을 발견하고 문화를 발전시킨 인류의 역사를 조명하면서 지구와 인간의 관계,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한 인류의 노력 등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피부나 표정, 머리카락 하나하나까지 살아 있는 것처럼 만든 원시인 인형은 너무 잘 만들어 놓아서 넋 놓고 바라보다 보면 영혼을 빼앗겨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층은 어린이들의 과학 천국 ‘맥시 오(Maxi Ooh!)’였다. 박물관의 가장 어린 방문객(0~5세)들을 위해 만든 이 넓은 공간은 놀이터를 방불케 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설치물들을 타보고, 쳐보고, 만져보고, 눌러보며 자연과 환경과 역사와 친해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하층에는 알프스 주변 지역에서 가장 큰 공룡 전시장이 들어서 있었다. 3300㎡에 이르는 상설 전시장으로, 이 중 500㎡는 기획전을 위해 사용한다. 이 공간은 자연스럽게 1층의 선사시대관과 연결돼 최초의 사회적 인간이 어떤 도구를 사용하며 생존했는지 보여준다. 박물관에서 가장 흥미로운 섹션 중 하나인 이곳은 인간의 손을 집중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손을 자유롭게 사용한 덕분이라는 의미에서 손이 어떤 마술을 부리며 사용되는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어 위주로 설명돼 있다는 사실은 옥에 티였다.

미켈레 란징거(Michele Lanzinger) 박물관장은 “알프스산이나 트렌토 주에서 휴가를 즐기는 가족들이 박물관 오픈 소식을 접하고 온 경우도 있었지만 박물관 방문을 위해 일부러 먼 길을 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또 관람객의 80%가 이탈리아가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며 “방문객들이 박물관에서 미지의 세계로 여행하는 탐험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토(이탈리아) 글·사진 김성희 중앙SUNDAY 유럽통신원 sunghee@stella-b.com, 사진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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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고수가 평생 터득한 비법 “생생한 입말로 착착 감기듯 써라”

저자: 이윤기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가격: 1만3800원
물 론 안다. 제아무리 재테크 책을 본들 부자가 될 수 없고, 전교 1등 공부법을 정독한들 내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걸. 더구나 ‘회사에서 캐릭터 잡는 법’이나 ‘괜찮은 남자에게 차이지 않는 법’ 같은 건 결코 책으로 배워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그럼에도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펼쳐든 건 순전히 ‘네임 밸류’ 때문이다. 저자가 누구인가. 소설가이자 신화전문가, 뭣보다 한국 최고의 번역가였던 이윤기가 글쓰기에 대한 얘기를 하겠다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거다. 창작도 창작이지만 번역의 세계, 그것도 보통 해박한 전문지식 없이는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신화와 철학에 관한 얘기들을 우리말로 옮겼으니 그 내공을 믿을 수밖에.

이미 3년 전 세상을 떠난 저자에게 웬 신간인가 싶었는데 과거 역자 서문이나 기고문에서 밝혔던 단편 에세이들 중 ‘글쓰기’에 관한 것만 따로 모은 것이란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글을 쓰고, 어떤 언어로 표현하려 하는지를 밝힌 생각의 단상이다. 감탄스러운 건 글마다 쓴 시기가 다르고 처한 상황이 제 각각일 텐데도 생각과 주장은 한결같다는 점이다. ‘자유롭게, 살아 있는 단어로, 입에 착착 감기듯’ 쓰라는 것. 말하자면 ‘생생한 입말’이 고수의 비법이다. 유난히 생생하고 펄떡이는 말에 집착했던 그와 자유로운 인간의 상징이었던 조르바가 중첩되는 부분이다.

이 책이 여느 ‘지침서’들과 다른 건 여기서부터다. 원론 말고 각론이 들어 있다. 한마디로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면 되는 이 쉬운 걸 왜 사람들이 못하는지 저자는 정곡을 꿰뚫고 있다. “유식해 보이고 싶어서 폼 나는 어휘를 고르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제 생각을 비틀다 제 글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생각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운 한자나 전문용어(공사판 노동자들의 일본어도 물론이다!)를 쓰면서 은근히 배타성을 드러내는 이들에겐 꾸짖듯이 묻는다. ‘과시’를 하고 싶은가, ‘소통’을 하고 싶은가라고. 차라리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꾸벅’과 ‘두구두구’는 짓시늉말·소리시늉말의 좋은 예라면서 치켜세운다.

‘초단’들을 위한 가르침이 이 정도라면 번역가들을 위한 충고는 좀 더 진지하다. 컴퓨터가 다 해주는 ‘초벌 번역’을 벗어나 ‘나의 말’을 찾으라는 것. 그러기 위해선 특정 단어의 어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수고스러움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치 원작의 문장과 번역의 문장을 천칭에 달고, 어떻게든 균형에 맞춰보려고 했던 자신처럼 말이다. 미동 하나 없이 정지하는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테지만 그것이야말로 번역의 운명이라는 거다. “번역이나 하는 사람으로는 안 된다, 번역까지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그래서 업에 대한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읽다 보면 몇 번씩 나오는 말이 있다. 문학은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에다 이름을 붙이는 행위’요, 번역은 ‘원어 텍스트라고 하는 원의 한 점을 살짝 건드리고 지나가는 직선’이란 표현이다.

결국 두 세계를 넘나든 저자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불완전한 것을 완전하게 만들려 평생을 고군분투한 셈이다. 이 책 한 권을 독파한들 넘볼 수 없는 건 그런 글쟁이의 투혼일 터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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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에서 '스승'을 만나다



사람의 지혜와 자연, 시간이 만든 곳

함양은 자꾸 헷갈린다. 함안도 아니고 함평도 아니다. 그런데 이곳에 결코 착각할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최치원, 박지원, 정여창…. 당대의 학자요 문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선비들이 지금 여행자를 부르고 있다.



◆‘사람이 만들고 자연이 완성한’ 상림

상림은 9세기에 조성한 최초의 인공림이다. 신라 진성여왕 때 태수였던 고운 최치원 선생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둑 옆에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인공’의 느낌을 찾아보기 어렵다. 천년을 이어 오며 쌓았던 둑이며, 바꿔 놓은 물길, 심은 나무가 모두 자연으로 돌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곳은 ‘보물’이 아닌 천연기념물 제154호 지정돼 있다. 짧게는 1.6㎞를, 길게는 14㎞를 걸어 볼 수 있는 상림 산책로에는 공원이 커다란 호미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에 120여 종의 수목 2만여 그루가 인공이 아닌 자연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상림은 계절을 따질 수가 없다. 봄의 산록을 시작으로 연꽃, 꽃무릇, 은행나무와 단풍, 설경 등 절경이 1년 내내 차례를 기다린다. 새벽에는 물안개가 환상적이어서 어르신들의 아침 산책에 좋고, 주변 학교의 소풍 장소와 생태학습장, 데이트 코스로도 그만이다.

공원의 역사만큼이나 곳곳에 유물도 많다. 최치원 선생의 업적을 기린 ‘문창후 최선생신도비’는 말할 것도 없고, 대원군의 ‘척화비’와 ‘이은리 석불’까지 걷다가 만나는 보물들이 잠시 쉬어갈 거리를 제공한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다 왼쪽 길로 들어서면 ‘역사인물공원’이다. 이곳에서는 함양을 빛낸 인물들을 기념하고 있다. 상림의 주인공인 최치원 선생 흉상을 중심으로 10명의 위인들이 줄을 섰다. 면면을 살펴보니 역사 공부에 게을렀던 여행자도 몇 분은 낯이 익다. 고운 최치원, 점필재 김종직, 일두 정여창, 연암 박지원…. 예부터 ‘좌안동 우함양’이라 해서 영남의 대표적 선비고장이라더니 헛말이 아니다. 한쪽에는 임술증의 아내 밀양 박씨의 열녀비가 있는데, 이는 박지원이 쓴 <열녀함양박씨전>의 실제 인물이라 한다. 이밖에도 함양군수, 경상도관찰사선정 비석군이 있어 시대마다 다양한 비석의 모양을 보고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 재미가 있다.



◆실용·실천적 스승의 고장

함양의 대표 인물 최치원, 정여창, 박지원. 이 세분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하나같이 실천하는 학자였다. 한문학의 대가이자 문장가였고 동국 18현이라 불렸던 최치원은 중앙을 떠나 이곳으로 와 호미로 숲을 일구었다.

일두 정여창은 실천 유학의 선구자였다. 선생 역시 동국 18현이자 동방오현으로 자신의 재능으로 공을 쌓기보다는 겸손하게 본질에 충실했던 학자다.

박지원은 실학 중에서도 북학의 선두주자다. 그 실천의 한 예가 바로 함양의 물레방아다. 이것은 박지원 선생이 1780년 중국에 다녀온 후 쓴 열하일기에서 소개한 것인데, 이후 1792년 함양군 안의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용추계곡 입구인 안심마을에 최초의 물레방아를 만들었다. 덕분에 함양은 물레방아의 고장이 됐다. 전통 마을에 갈 때마다 물레방아가 하나쯤 있는데 그 유래가 박지원 선생과 함양이라는 게 재미있다. 게다가 그 역사가 겨우 200년 조금 넘었다는 것은 의외의 사실이다.

◆주인을 닮은 집 ‘일두고택’

‘일두고택’이라….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두 정여창과 관계 있다. 이 집은 선생을 기리기 위해 1570년 생가지에 중건됐다. 그런데 일두 선생이 타계한지 1세기 후에 지어진 집이니 정작 이름의 주인은 살아보지 못한 집이다.

고택은 대문부터가 남다르다. 솟을대문에는 충·효 정려 편액 5점이 마치 문패처럼 걸려 있다. 이 때문인지, 집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문은 키가 크고 당당하다. 이곳을 들어서면 대문만큼이나 높이 자리 잡은 사랑채가 있다. 마치 2층집을 보는 것 같다. 오른쪽으로는 석가산이 있고 연못 또한 있었다는데 지금은 메웠다. 그런데 기대보다 소박하다. 자료를 보니 3000여평 대지에 12동 건물이 있다는데 그 정도 규모로는 보이지 않는다.

왼쪽 일각문을 따라 들어가 본다. 오른쪽으로는 사랑채의 옆면이, 왼쪽으로는 곳간이 있고 안쪽으로 다시 계단이 있고 중문이 있다. 보통 대문으로 들어서서 넓게 트인 마당에 ‘一’자형이나 ‘ㄱ’자형, ‘ㅁ’자형 집들을 많이 보았는데 이곳은 가려진 듯 새로운 공간이 자꾸 열린다. 문을 지나니 드디어 안채다. 바로 보이는 것이 안채, 왼쪽으로 아래채가 있고, 우물이 있다. 오른쪽의 건물은 먼저 보고 온 사랑채의 뒤편이다.

비로소 이 집의 규모를 알겠다. 상당히 크고 짜임새 있다. 높이 솟은 듯 보였던 사랑채는 지형을 그대로 살려 지었기 때문에 앞에서는 2층처럼, 안채 쪽에서는 1층처럼 보이는 것이고, 안채 뒤로는 객사와 곡간·사당이 있는데 곡간의 크기만 보아도 이 집이 어떤 영광을 누렸는지 알듯하다. 한 때 식솔이 200명이었다니 지금 이 고택이 주는 고즈넉함으로는 상상이 안 된다.

이곳 개평마을에선 시간을 조금 더 지체해도 좋겠다. 일두고택 말고도 ‘오담고택’, ‘노참판댁 고가’ 등 종가와 고택 60여 채가 남아 있고 오래된 돌담을 걷는 맛이 남다른 곳이다. ‘개평리 소나무’, ‘일두선생 산책로’ 등을 거닐며 하루쯤 묵어가기도 좋은 마을이다.

함양에는 정여창 선생과 관련된 장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정여창 선생을 모신 9개의 서원 중 하나인 남계서원이다. 소수서원 다음으로 창건했지만 정유재란 때 소실됐다가 광해군 2년에 재건했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킨 유서 깊은 서원이다.

그렇다. 그들을 ‘위대하다’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들이 남긴 사상, 업적은 물론이요, 그 존재 자체가 당대와 후세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여행을 통해 누린 숲과 길과 집…. 이것들이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닌, 앞서 가신 분들의 행동이자 노력이고 실천이었기에 또 한번의 감사를 배운다.


[여행 정보]

● 함양 상림공원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 88올림픽고속도로 - 본백삼거리에서 ‘남원, 함양’ 방면으로 우측 1시 방향 - 고운로 - 주차장사거리에서 ‘거창, 지곡’ 방면으로 우회전 - 한들로 - 함양배움길 - 대맛길

[대중교통]
서울남부터미널 - 함양시외버스터미널 - 농어촌(백전, 대안, 신촌, 중기) 버스 승차 - 아주택배정류장 하차

● 함양 일두고택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 지곡IC에서 ‘함양, 지곡’방면으로 우측 - 함양로 - ‘백전, 병곡’ 방면으로 우회전 - 병곡지곡로

[대중교통]
서울남부터미널 - 함양시외버스터미널 - 농어촌(지곡, 안의, 서상, 상남) 버스 승차 - 오평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상림공원: 검색어 ‘상림공원’ /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운림리 349-1
일두고택: 검색어 ‘일두고택’ / 경상남도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 262-1

< 여행 주요정보 >
함양 문화관광
http://tour.hygn.go.kr

2014년 지리산권 방문의 해
http://www.jirisantour.go.kr

2014년은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함양, 산청, 하동, 구례, 곡성, 장수, 남원 방문의 해다. 이를 위해 설립된 ‘지리산권 관광개발조합’이 다양한 여행 코스를 개발하고 축제와 볼거리, 즐길 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문의전화: 063-620-5900

함양 상림공원
개방시간: 상시개방
입장료: 무료
상림숲 관광안내소: 055-960-5756

일두고택
문의: 055-960-5163

< 주변 여행지 >
용추폭포: 장수사 일주문을 보고 폭포로 향하는데 물소리만 들어도 폭포의 물을 짐작할 수 있다. 폭포의 높이는 15m, 수심은 수십 미터라 한다. 폭포뿐 아니라 용추사 옆길로 나 있는 계곡이 아름답다.

화림동 계곡: 6㎞ 탐방로에는 농월정, 거연정, 군자정 등의 정자가 많다. 이들은 기암괴석을 흐르는 물과 소나무 숲이 어울려 뛰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 음식 >
늘봄가든: 이 집의 대표음식은 밥이다. 찰밥, 팥밥, 조밥, 흑미밥 등 한 바구니에 예쁘게 담아 나오는 일명 ‘지리산 꽃바구니 오곡밥’에 보쌈과 산나물을 곁들여 먹는다.
오곡정식 1만~1만5000원 / 더덕구이 1만원 / 오곡밥(포장) 3000원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교산리 946-3 / 055-963-7722

안의원조갈비집: 양파, 당근, 오이를 듬뿍 넣어 깔끔한 전통의 맛을 선보인다.
갈비찜 4만~5만원 / 갈비탕 9000원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 당본리 12-1 / 055-962-0666

< 숙소 >
정일품명가: 일두 정여창 선생의 16대손이 운영하는 한옥 호텔로, 일두고택이 있는 개평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문화마당, 바비큐장, 명상쉼터 등의 부대시설과 식당이 있다.
객실 이용료: 3만~26만원
http://www.jung1poom.kr / 경상남도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 234-5 / 1577-8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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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권일용 “사이코패스는 사람을 도구로 생각”


“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내 직업적인 명성의 기반도 죽음이다. 나는 죽음으로 이윤을 올렸다.”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 <시인>의 첫 문장을 읽다가, 나는 어둠을 응시하는 한 사내의 사진을 떠올렸다. 권일용, 이 남자의 얼굴이었다.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을 만났다.

-만약에 한 명이라도 내 인터뷰를 보고 범죄에 도움을 얻는다면 그 죄책감은 씻을 수 없을 것이란 얘길 했습니다.

“아이가 토막 나 죽었던 현장이 있었어요. 손가락으로 하수도까지 긁고 팠는데도 결국 발가락을 못 찾았어요. 아이의 몸이라도 다 찾아야 부모에게 보여줄 텐데 다 덮어놓고 얼굴만 확인하게 한 적도 있습니다. 다만 사건의 피해자만큼은 제 기사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고, 말하는 게 점점 조심스러워져요. 어떤 것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자라나지 않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경감님은 인간의 ‘악’에 대해 하실 얘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성악설을 믿으세요?

“제가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강호순, 유영철, 정남규 등 한국 연쇄살인범들의 공통점이에요. 이들은 1970년생으로 동갑입니다. 어떻게 같은 시대에 성장한 이들이 지금의 연쇄살인범으로 동기화되었느냐 학문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다면, 환경이 영향을 줬을 수 있죠. 그건 성선설이에요. 하지만 많은 악조건 속에서도 훌륭하게 자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개인적이거나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겁니다. 이건 성악설에 가깝죠.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진짜로 미워해본 경험이 있다면, 마음속으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보복을 했을 거예요. 악이라는 건, 우리 중 누가 그것을 실행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복잡한 문제인 거죠.”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이제 일반적인 명사가 되어 있어요. 사이코패스로 분류된 정남규는 살인충동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담배는 끊어도 살인은 끊을 수 없다고 말한 게 정남규예요. 정남규는 자살한 게 아닙니다. 살인욕망을 참을 수 없어 자기 자신까지 살해했어요. 살인의 궁극적인 끝을 본 겁니다. 보통 사람들은 상식을 통해 인간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이해해선 안 돼요.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프로파일러들이 그들을 보는 건 사물을 보는 방식과 같습니다. 커피포트면 그냥 커피포트로만 보는 겁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파 추리소설작가인 미야베 미유키가 <모방범>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오해를 각오하고 말하자면, 범죄란 사회가 갈구하는 형태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추리소설은 읽으세요?

“읽습니다. 뭘 읽는지는 얘기할 수 없구요. 1980년대엔 생계형 범죄나 원한, 치정 문제가 많았어요. 그런데 9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지존파, 막가파 같은 부류들이 ‘부자는 다 죽어야 한다,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이런 투사 같은 얼굴로 사회저항적인 얘길 하면서 등장하죠. 그러다 2000년 초반에 유영철, 정남규 같은 연쇄살인범들이 나타납니다. 지금은 분노하는 범죄가 가장 많아요. 외국에선 그걸 ‘hate crime’이라고 하고, 한국에선 무동기 범죄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어요. 이 배경에는 경제적인 요인이 있어요. 미국의 연쇄살인범들이 나타났던 시기도 신자유주의의 영향이 있습니다. 정부가 축소되고 자유경쟁에 맡기자는 정책으로 경제발전을 했지만 그 이면에 엄청난 대가가 있었고, 그게 연쇄살인이에요. 제가 800명의 범죄자들을 만나보면 엄청난 분노가 있어요. 사회적으로 배제되었고, 노력해도 잉여인간이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사실 이건 인류 전체가 겪고 있는 현상이에요. 하지만 그들은 이 문제를 왜곡된 형태로 내면화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사람을 시기합니다. 빼앗고 파괴하는 것으로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거죠. 범죄자들에게 왜 죽였어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해요. 나는 불행한데 너무 행복하게 웃길래 화가 나서 그랬다고.”

-높이 올라가 있는 사람을 끌어내림으로써 내가 높아지는 것 같은 착시현상 같은 건가요?

“그렇죠. 인터넷에선 주로 유명한 연예인이 타깃이 되지만 평범한 사람도 언제든 노출될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이 뭔 줄 아세요? 공감하는 능력이 없다는 거예요. 사이코패스가 되는 순간 연쇄살인범이 되는 게 아니라, 언제든 필요하면 사람 목숨을 도구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사이코패스인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연쇄살인 범죄가 아니라 경제범죄에 훨씬 더 많아요. 나주의 성폭행범이나 올레길 사건의 범인들을 만나면 묻습니다. 너도 그렇지만 그 아이도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떡밥을 물어요. 맞아요! 걔네가 재수가 없었던 거죠! 이건 일반 사람들이 하는 자기 합리화가 아니에요. 이들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나주 성폭행범의 말이 이래요. 원래 언니를 납치하려고 했는데 걔가 거기 자고 있었으니까 그 아이 문제다.”

-강호순이 “나가면 또 범죄를 저지를 거다. 이번엔 절대로 걸리지 않을 거다”라는 말을 한 걸 본 기억이 나는데요. 프로파일러는 이해되지 않는 악인을 끝내 이해해서 그 사람의 내면을 끌어내는 일 아닌가요?

“말을 끄집어내는 것까지가 저의 역할이고, 그 실체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강호순이니 유영철이니 하는 사건에 대한 부담은 언론의 비난 같은 게 아니에요. 내 무능 때문에, 내가 멈칫거리고 있는 순간 누군가 죽는단 생각을 하면 그 비극이 전부 내 책임 같아요. 제게 기억나는 범죄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다 기억 못합니다. 하지만 2000건의 현장들은 단 한 건도 잊지 못해요.”

-살인범의 얼굴은 잊어도 범죄현장은 잊을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이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장면도 아니고, 안 보고 살면 더 좋은 장면들을 저는 늘 봅니다. 처음에 신입직원들이 왔을 때 아파트 10층에서 살인사건이 났어요. 현장에 도착해서 제가 범인이 곧 잡힐 거란 얘길 신입에게 해준 적이 있어요. 30분도 안 돼서 형사들이 범인을 잡았단 소식이 들리더군요. 현장의 메커니즘은 경험으로 쌓이는 겁니다. 살인사건이 나면 강력계 형사들이 출동해 감식하고 사진을 찍는데 그날은 CSI만 있었어요. 형사가 한 명도 없다는 게 뭐겠어요? 범인 잡으러 갔단 거죠. 또 프로파일러들에겐 형사들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 하는 과제가 있어요. 아무리 분석을 잘해도 수사관이 움직이지 않거나 동기화가 되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인 겁니다. 방화사건 하나에 나타난 세 개의 행동만으로 그것이 단순 방화인지, 성폭행인지, 강도인지를 분석하고 범행의 주목적을 밝혀야 해요. 프로파일러라고 해서 범인이 누구야, 이럼 형사들한테 맞아 죽습니다. 한국은 미국처럼 영화나 책에 나오는 그런 프로파일러가 아니라 범죄행동분석가예요. 용의자가 있을 때 수사관이 어떻게 심문해야 하냐는 전략까지 수립해야 돼요. 미국 같은 곳에선 범인이 반경 3킬로미터 안에 있다는 프로파일링이 나오면, 그 안에 집이 5개밖에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마포 지하철역에서 반경 3킬로미터 안에 범인이 있다고 하면 형사들이 난리가 나는 거죠. 그 안에 유동 인구가 몇이에요, 대체.”

-한국의 범죄자 검거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게 주민등록증과 지문 날인 때문이란 얘기도 있던데요.

“문제는 주민등록이 없는 사람도 있고, 지문이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심지어 옛날엔 동생이 대신 찍는다거나 하는 일도 있어서 지문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학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언제든 오류와 오차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해요. 그게 진짜 용기인 겁니다. 미국의 콜드케이스(미제사건전담팀)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심지어 법의학적 단서들도 무시할 수 있어야 미제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 수사라는 건 지향점을 갖고 돌진하다보면 거기서 벗어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일부에선 지문 날인 등의 수사편의나 인권침해 요소를 지적하기도 하는데….

“그런 요소가 있겠죠. 하지만 그것의 다른 효용성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최근 영국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화시키고 있어요. 이유가 있어요. 사람이 대량으로 사망하는 사건들, 그러니까 비행기 사고나 대형재난, 아동 실종 사고 등이 생겼을 때, 나를 찾을 수 있는 ‘단서’로 DNA를 쓰길 바라는 거죠. 자기 보호를 위한 예방 차원에서 사용하는 겁니다.”

-전문적인 프로파일링은 결국 범인 쪽이 아닌 피해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CSI>를 보는데 지문을 남기고 가는 범죄자는 극히 희박해요. 그래도 지문을 연구하는 이유가 있어요. 단 한 건이라도 범인을 잡을 수 있으니까 하는 겁니다. 가끔 프로파일링의 적중률이나 통계를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무의미한 질문이에요. 해결된 한 건의 사건은 100%인 겁니다. 대한민국에 UDT가 6·25 이후에 출동한 적이 몇 번일까요? 제대할 때까지 한 번도 출동을 안 하는 UDT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센 훈련을 받는 이유는 언젠가 필요할 때 그 사람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들의 존재 이유가 있는 거기 있는 거예요.”

-살인사건을 다룰 때, 매체가 사건의 본질보다 사건의 감정에 집중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살인마에게 별명을 지어준다거나, 유명 여대 미모의 여대생이란 선정적 표제를 붙이기도 하구요.

“미국에서 교수시험에 계속 떨어진 중국 학생이 학생을 쏴죽이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어요. 근데 중국에서는 얘가 오죽하면 그랬겠냐, 이민자니까 인종차별도 있었을 거고, 이런 보도가 나와요. 그런데 한 미국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만약 그 사람이 교수시험에 합격했다면 이 일이 안 벌어졌겠냐는 설문을 했어요.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미국은 그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봅니다. 그건 사건의 팩트를 본 것이고, 중국은 사건의 감정을 본 것이겠죠. 그런 가치판단의 기준들이 감정에 따라 이동을 하는데 서구에서는 잘 안 그렇거든요.”

-오원춘 토막살해사건이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인육괴담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 전체에 대한 혐오감으로 번지던 일이 떠오릅니다. 전문가 집단에선 다문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될 거란 얘길 하시는 분이 많더군요.

“괴담 부분은 그 사건의 본질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어요. 정확한 팩트를 모르니 언론 보도의 한계가 있기도 하구요. 저도 몇 년 전부터 다문화 문제를 제기했는데, 잘못해서 그들이 잠재적 범죄자라고 오해될까봐 조심스러운 부분이에요. 미국의 전철을 따라가면 그런 친구들이 사회에 저항하기 위해서 만든 게 갱들입니다. 갱 정도의 개념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그런 일들이 소소하게 벌어지고 있어요. 우리 사회는 불특정 다수에 분노가 표출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지금 16~18세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공교육 탈락률이 60~70%가 넘었어요. 더 우려되는 건, 시골 조부모 밑에서 크는 케어받지 못한 아이들이에요.”

-세계 경찰의 트렌드가 범죄 예방 쪽에 맞춰져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환경이나 도시 구조를 바꾸는 ‘셉테드’ 연구가 활발하다고 들었어요. 가령 골목의 구조를 바꾸거나,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담장을 허문다거나, 적절한 곳에 철망을 설치하고, 아이가 입구에서부터 집에 도착할 때까지의 환경을 오픈하게 해서 공간의 구조를 바꾼다거나 말이죠. 좀 다른 얘기긴 하지만 프로파일러들은 공간을 분석해내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걸 전문적으로 ‘스누핑’이라고도 말하는데요. 하지만 일부러 범인이 범죄현장을 왜곡시키는 경우도 많지 않나요?

“인간의 경험이 다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목적을 갖고 행동을 해도 사람마다 길을 가는 방법들이 다릅니다. 그게 시그니처예요. 커피를 조금씩 남긴다던지, 피해자 얼굴을 가린다든지, 성범죄를 저지를 때 항상 옷을 입힌 채로 폭행한다든지 하는 고유의 행동이죠. 책을 보면 이렇게 정의되어 있어요. 성폭행 범죄자가 미장원 같은 공공장소에서 성폭행을 하는데 거기 있던 사람들 옷을 다 벗게 하고 사진을 찍어요. 그건 다른 피해자들에게 수치심을 줘서 신고를 못하게 하거나, 피해자들이 자기 신체를 가리기 위해서 전환하는 의식 때문에 범인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할 거란 계산이 깔린 거죠. 그게 바로 범행 수법입니다. 그런데 범인이 옷 벗은 사람들을 촬영해요. 특정 자세, 가령 무릎을 꿇게 한다든지 하는 게 개입이 되면 그건 시그니처가 돼요. 수법은 범행 현장이 바뀌면 계속 바뀌지만, 현장에는 범행을 완성하기 위해 범인이 남기는 불필요한 행동들이 있어요. 과거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사건이 있었어요. 남자가 저지른 것처럼 성폭행 범죄로 위장했지만 우리는 범인이 여자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위장하고 은폐할수록 역설적으로 단서들이 남아요.”

-심문 전략을 형사들이랑 함께 짠다고 했는데….

“분석을 바탕으로 정보를 줍니다. 혼자 조사를 받아야 한다거나, 비슷한 연령대의 수사관을 배치하거나, 어떤 얘기를 할 때 자유로워지는지를 얘기하죠. 가령 어머니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좋은 형사와 나쁜 형사의 배치, 듣는 형사와 말하는 형사 전략을 쓰기도 합니다. 범인의 성향에 따라 일부러 말할 때까지 한 마디도 안 하고 기다리는 비언어적인 전략을 구사하기도 해요. 자백을 안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해줍니다. 연쇄살인범들은 수사관들의 압박에는 영향을 잘 안 받아요. 그러니까 속임수가 아니라, 자백을 하게끔 판단하는 데 영향을 주는 전략을 쓰는 겁니다. 처음에 DNA가 나왔을 때 김길태가 그랬어요. 증거물 나왔다면서 왜 나한테 자백하라는 거냐. 난 하지 않았다!”

-증거물이 나와도 범인이 자백을 안 하면 범죄가 성립이 되지 않나요?

“수사의 목적은 자백을 통해 왜 이 일이 벌어졌는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거예요. 물론 DNA가 나오면 법정에 갈 수 있죠. 하지만 경우의 수들이 많습니다. 과학수사가 발전하는 이유는 한 범인을 특정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모든 상황과 정황이 이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과학이 그것이 아니라는 걸 밝혀줄 수 있을 때 더 큰 의미가 있는 겁니다. 하지만 자백 없는 상태에서 시체도 안 나오고, 오직 DNA만 김길태 것이라고 하면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를 신의 영역이에요. 인간이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닌 겁니다.”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원혼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공소시효 폐지는 인간에 대한 국가의 철학문제라는 생각을 했어요. 공소시효가 끝난 화성연쇄살인사건 때문에 프로파일러가 됐단 얘기를 읽었구요.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진행 중입니다. 그놈이 길거리에 침이라도 뱉으면 그걸 채취해서라도 잡을 겁니다. 미국에 BKT(묶고 고문한 뒤 살해하는 수법) 범인이 30년 만에 잡혔어요. 연쇄살인이 지속되다가 30년의 공백이 있었어요. 근데 미국경찰이 그때의 정보를 보관하고 있다가 30년 만에 범인을 잡은 거예요. 작년부터 경찰청에서 각 지방청 형사과에 미제사건전담팀을 2~3명씩 배치했어요. 최초로 시작한 대전청에선 실제 성과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법 논리를 가진 사람들이 자꾸 이상한 걸 만들어내서 반대하는데 저는 공소시효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신을 다해 살인마를 연기한 배우, 살인귀가 등장하는 소설을 쓴 작가의 입장이란 게 있습니다. 흔히 감정이입이란 말을 쓰는데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혼란을 느끼게 돼요. 정신과적인 질환을 앓거나 극단적인 경우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경감님은 직업적 고충을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눌 수 없는 프로파일러예요.

“후배들에겐 이런 말을 해요. 죽은 이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아줘라. 그 사람이 죽기 전, 마지막까지 기다린 사람이 우리일 수 있다. 그걸 생각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집니다.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는 피해자들과의 약속이에요. 이건 불타는 정의감이 아니라 죽은 피해자들과의 공감이에요. 범죄자들이 날 가르치는 선생님이란 심정으로 그들의 얘길 경청합니다. 면담을 통해 유사한 놈들이 나타나면 정리하고 적용합니다. 그놈을 통해 제2의 살인마가 나왔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을 거라고 결심해요. 증거물 확보나 자백이 끝나면 본격적인 범죄자 면담이 이어져요. 심정을 물으면 처음에는 죽고 싶단 얘길 해요. 면담이 계속 이어지고, 여전히 죽고 싶냐고 물으면 자기가 몇 년 정도 구형을 받을지 물어요. 그리고 자기 얘길 들어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설혹 자기 얘길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공감해주질 못하니까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제2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겠단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범죄자에게 화를 낼 이유가 없어집니다.”

-프로파일러에게 공감능력이란 철저히 피해자를 막기 위한 전문적인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걸로 이해했습니다. 그래도 이해가지 않는 인간을 이해하고 공감되지 않는 자들을 공감하면서 자료화하고, 철저히 공무상 수단으로만 이용해야 하는 일을 상상하는 건 힘든 일 같습니다.

“가끔은 머릿속에서 판이 튀기도 해요. 어떻게 나로 돌아오는지, 내가 악마인지, 내가 악마가 된 꿈을 꾸고 사는 건지, 내가 악마를 만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말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려고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강호순, 유영철 같은 사람들을 면담하면서도 언제든 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건 그들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살인범들은 사람의 가치를 알고 있어요. 사람이 중요한지 알면서 파괴하기 때문에 나쁘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율신경계 문제들이 교란을 일으킬 때가 있어요. 질병이 생겨 병원에 갈 일이 생깁니다. 정말 웃긴 건 그 많은 시체들을 봤는데, 정작 제가 주사 맞는 건 못 봅니다. 아무렇지 않게 피를 쭉 뽑고 주사를 팍 놓고 가는 간호사들을 보면 무서워요. 그냥 주사만 그래요. 특히 아동과 관련된 사건이 힘이 듭니다. 일주일 동안 브리핑을 다 하고 바닷가에 혼자 앉아 있는데, 저도 모르게 뛰어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어요.”

-경감님에게 아름다움은 뭔가요?

“인간이 아름답지 않으면 뭐가 아름답겠습니까. 인간이기 때문에 꽃이 아름다워 보이지, 꽃이 아름답게 피려고 했겠어요? 그걸 보는 인간이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죠. 노래방 18번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예요.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 인간이 당연히 아름다워야죠. 제 시간은 각각의 사건에 멈춰져 있어요. 10년 전에 겪은 사건이 있으면 항상 그 시간에 머물러 있어요. 3년 전에 투입된 사건, 김길태를 만나서 눈을 마주치던 시간, 지금도 그때에 멈춰 있는 거죠. 인간이 많은 걸 잊어버리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데 사건은 잊으려고 해본 적도 없고, 절대 잊혀지지도 않아요. 그 시간들이 점들로 박혀 있는 거예요. 언제든지 나는 그 시간으로 갈 수 있어요.”

“직업이란 본질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남에게 필요한 일이어야 한다. 그래야 남이 내 직업에 돈을 지불하고, 나는 그 돈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라는 말을 한 건 정신과의사 서천석이다. 나는 직업을 꿈과 연결시켜 ‘가슴 뛰는 일’을 하지 않으면 마치 실패자처럼 느끼게 되는 요즘의 세태를 떠올렸다. 직장이 과연 자아를 실현하는 장이 될 수 있을까. 직업에 대한 정의를 새삼스레 숙고하자, 그것이 ‘내’가 아닌 ‘남’에게 맞춰져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권일용에게 프로파일러가 요즘 젊은이들이 꼽는 가장 핫한 직업 중 하나라는 얘길 꺼냈을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눈 먼 맹인이 등불을 들고 다녀요. 보이지도 않으면서 왜 저런 걸 들고 다니나 싶어 사람들이 비웃습니다. 하지만 맹인의 마음은 그런 게 아니에요. 나를 못 보면 사람들이 내게 부딪칠까봐, 그래서 들고 다니는 등불이라고 말이죠.” 이 남자의 꿈은 애초 경찰이 아니었다. 먹고살 길이 막막한 가난한 집 장남이 선택한 밥벌이가 경찰이었다. KTX를 타고 아산역에 도착해 경찰교육원으로 가는 택시를 탔을 때, 기사는 내게 “경찰이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그에게 내가 경찰처럼 생겼느냐고 되물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자꾸 그 장면이 떠올랐다. 그토록 많은 악을 보았고, 살인범을 대했지만 권일용의 얼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순해 보였다. 피해자에 대한 얘기를 꺼낼 때, 나는 뜨거워지는 그의 눈빛을 봤다. “이 일은 저 말고도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제가 이 일을 하는 건 소명감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도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가족에게조차 직업적 고충을 털어놓을 수 없는 이 일을 ‘이 짓’이라고 말할 때, 나는 가정을 지키고, 시민을 보호하는 사내의 밥벌이의 숭고함을 느꼈다. 나이 어린 여자지만 문득 그에게 술 한 잔 사고 싶었다.

<백영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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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소프트웨어 강해지려면 전문인력 5만 명 더 필요”


김기영 1937년 서울 출생. 양정고와 연세대 상학과· 동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와 미국 남가주대, MIT대, 보스턴대에서 가르쳤다. 1996년 연세대 대외부총장을 거쳐 98년 연세대의 첫 석좌교수에 임명됐다. 2009년 광운대 제8대 총장에 취임했다. 취임 뒤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과 1대1 맞춤형 취업컨설팅 약정을 맺어 기업이 원하는 인재 발굴에 집중했다.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기업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황조 근정훈장을 받았다.

이공계 전국 9위, 매년 200여 명의 졸업생이 대기업 취업… 김기영(76·사진) 전 총장이 이끈 광운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이공계 전국 9위(2010년)와 종합 전국 28위(2011·2012년)를 차지했다. 2010년·2011년 연속으로 재학생이 ‘대한민국인재상’을 타는 경사도 맞았다.

약진의 중심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교육혁명’을 밀어붙인 김 전 총장이 있다. 2009년부터 4년간 총장으로 재임하다 지난 14일 물러난 그는 전체 학과 가운데 45%를 IT산업 학과로 육성해 취업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경영학자 가운데 세 명뿐인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인 그는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교육열이 아니라 입시욕이다. 학생들에게 지식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야 창조경제가 실현된다”고 말했다.

“명문대 못 간 학생들은 평생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해…이런 학생들은 자기 발전이 없지. 자기가 최고라는 자긍심부터 길러야 해. 대학 간판이 아니라 자기를 믿는 훈련을 할 때 훌륭한 인간이 되지. 광운대 학생들이 약진한 이유야. 창조경제도 마찬가지지. 생각하는 능력을 갖춘 국민이 있을 때 창조경제도 실현되는 거야.”

-‘창조경제’가 여기저기서 강조되고 있다.

“창조경제는 전문용어가 아니라서 한마디로 뭐라고 규정할 수 없다. 다만 지향하는 목표를 보면 세 가지다. 첫째, 경제성장을 한다. 둘째, 일자리를 만든다. 셋째, 사회복지를 추진한다는 거다. 이를 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창조경제를 정리하면 된다. 그러면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선진국을 모방해 성장하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혁신을 통해 도약하는 나라가 있지만 그러지 못해 쇠퇴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는 후자가 아닐까.

“우리나라는 모방을 통해 성장해 온 모델인데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크게 달라졌다. 기업이 살아남아 국제화되는 길을 배웠다. 이제는 한발 더 나가야 한다. 기존의 지식, 경험, 기술에서 탈출해야 미래가 있다. 그게 창조경제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세 가지다. 하드웨어, 휴먼웨어, 소프트웨어다. 우선 국가가 주도하는 하드웨어, 즉 도로망, 통신시스템, 기간산업 등은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과잉 투자돼 있다. 반면 휴먼웨어(생산성)는 부족하다. 시간당 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0%를 밑돈다. 현대자동차가 차 1대 만드는 데 28시간 걸린다. 그러나 도요타는 22시간, 미국 앨라배마주의 현대차 공장은 23시간이다. 소프트웨어도 크게 부족하다.”

-소프트웨어 문제를 좀 더 얘기해 달라.

“예를 들면 서울 시내에 교통인프라는 잘되어 있다. 일요일에는 차가 없어 거리가 한산하다. 그런데 교통신호 체계는 평일과 같다. 신호대기로 인해 버리는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큰가. 바로 이런 걸 개선하는 게 소프트웨어다.”

-기업에서 소프트웨어를 개선할 방법은?

“삼성전자가 막대한 이익을 내지만 소프트웨어 부문은 취약하다.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려면 5만 명가량이 추가로 필요하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내비게이션 등 차 내부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는 거의 다 독일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투자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국가가 할 일은?

“규제를 없애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낸 연구를 보면 우리 정부 규제 가운데 타파할 게 5000개에 달했다. 1960년대 산업화 시절에 나온 규제가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다.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휴먼웨어를 개선하려면?

“교육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교육 소프트웨어가 잘못돼 휴먼웨어가 발전하지 못하는 거다. 무슨 문제건 해결하려면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려고만 하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지 못한다. 사람에게는 좌뇌와 우뇌가 있는데 우리 교육은 좌뇌 중심의 교육에 집중한다. 즉 답이 한 개인 것을 찾는 데만 힘을 기울이는 거다. 미국 아이들은 수업시간의 70%를 질문을 주고받는 것으로 메운다. 기억력은 타고난다. 그러나 창의력은 훈련되는 것이다. 많이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고 써봐야 창의적 인재가 탄생한다.”

-가정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이려면?

“소수의 유대인이 세계를 움직인다. 그들에겐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있는 게, 어머니가 일터에 나가는 것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미국 하와이에선 부모 중 한 명은 아이가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같이 있어야 하도록 의무화했다. 유대인은 가족들이 저녁식사를 늘 함께 한다. 이 자리에서 부모들은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무얼 배웠느냐고 묻지 않는다. 무슨 질문을 했느냐고 묻는다.”

-논술을 배제하는 입시제도가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정부가 논술시험을 없애는데 그건 절대 안 된다. 영어로 논술을 쓰게 하면 영어 능력 테스트는 쉽게 할 수 있다. 중·고교 수업현장에 가보면 아이들의 반은 자고 있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학교에선 진도를 먼저 나가는 게 의미가 없다. 생각하고 토론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술시험을 보면 학생들이 예문을 외워 쓰는 폐단이 있지 않나.

“나는 책을 펴놓고 시험을 보는 ‘오픈북 테스트’를 실시해왔다. 예를 들어 기업인이 자금 500억원을 조달하려고 하는데 어떤 방법이 있겠느냐는 문제를 낸다. 또는 성수대교의 붕괴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은 무엇이냐? 지구상에 바퀴벌레가 몇 마리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가? 호랑이는 왜 줄무늬이고, 표범은 점 무늬인가?(이는 영국 수학자들이 밝힘) 이런 문제들을 낸다. 답은 다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야 한다. 세상엔 하나의 정답, 하나의 진실이 있는 게 아니다. 진실처럼 보이는 것들이 경합하는 것이다. 논술시험을 없앨 게 아니라 논술시험이 진화돼야 한다.”

-고교 과정에서 문과·이과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렇다. 벽을 허물고 통섭을 해야 창의성이 생긴다. 문과·이과 분리는 한국ㆍ중국ㆍ일본에만 있는 제도다.”

-우리 교육법에 따르면 서울대 교수가 초·중·고 교사가 될 수 없다.

“교원 충원 구조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교사가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외 유수한 대학의 박사학위 소지자나 대학교수들이 초·중·고 교사를 하고, 역으로 교사들이 교수도 할 수 있도록 돼야 한다. 미국의 초·중·고 교장 중에는 박사가 많다. 우리도 장·차관이나 대기업 CEO를 역임한 인재들이 교장이 돼야 창의적인 교육이 일어난다.”

-일본은 도쿄대가 아니라 교토대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왔다.

“노벨상 위원회에서 왜 교토대가 일본 1위인 도쿄대를 제치고 노벨상 수상자를 줄줄이 배출했는지 연구했다. 교토대 학생들은 2학년까지 학과를 정하지 않고 역사ㆍ철학ㆍ수학 등 다양한 교양 과목을 이수한다. 학부 교육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거다. 여기서 발견한 자아를 바탕으로 전공을 정하고 대학원에서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이런 통섭적인 교육 시스템이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동력이 된 거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석사를 마치고 나서도 박사학위를 무슨 주제로 할 것인지 지도교수에게 물어 온다.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하는 제자는 혼난다.(웃음)”

-교학사 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이념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교과서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미국에는 여러 가지 교과서가 있다. 저자들 간에 이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생각이 다른 책을 읽고, 토론하고, 국익을 위해 무엇이 더 좋은지 또 어떤 이념을 갖고 살아갈 것인지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교육 아닌가? 선진국 학교들은 도서관이 크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서로 다른 관점의 책을 2~3권 읽도록 추천한 뒤 서로 다른 관점에서 토론하도록 유도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진화할 것 아닌가? 흑백논리 대신 다양한 생각을 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흑백논리는 페르시아의 종교였던 조로아스터교에서 나왔는데.

“낮과 밤, 선과 악을 대조하면서 흑백논리가 나왔다. 그런데 태양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낮과 밤이 만나는 석양 무렵, 밤과 아침이 만나는 일출 무렵 아닌가? 이처럼 뭐든지 서로 만날 때 아름다운 것이다. 특히 인문·사회과학에서 하나의 정답, 하나의 진실은 없다.”

-한국 대학교수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 미국 대학 교수는 업적에 따라 매년 봉급이 달라진다. 그러나 우리는 호봉제다. 서울대 정교수 중 43%가 논문이 없다는 보고도 있었다. 미국은 종신교수 자격을 받아도 매년 논문심사를 받고 논문이 없으면 월급이 깎인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다. 60대 초반이 되면 50~60%는 학교를 떠난다. 실적이 적으면 월급이 적어지므로 월급보다 연금 혜택이 더 커지는 순간 은퇴하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는 새 교수를 충원하기 쉬워진다.”

-2000년대 중반 삼성이 소니를 앞지른 이유를 연구했는데.

“한·일 학술원에서 이 문제를 연구했다. 우선 삼성은 3각 편대, 다시 말해 오너와 사장, 그리고 시니어 부장 등 엘리트로 구성돼 있다. 인재를 영입한 뒤 철저히 경쟁을 시켰다. 이런 과정에서 시니어 부장의 실천 능력은 강해진다. 둘째, 오너와 사장으로 연결된 의사결정구조가 신속하게 돌아갔다. 삼성은 지난 20년 동안 1조원 넘는 큰 프로젝트 때 공장 건설에서 제품 생산까지 18개월 넘게 걸린 적이 없다. 반면 소니는 이사가 43명이나 됐다. 공장 건설에서 제품 생산까지 36개월 안에 이뤄낸 적이 없다. 셋째, 소니는 기술을 중시했고 삼성은 고객이 무슨 상품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뒀다.”

-창의성이 중요한 사례를 든다면?

“삼성에서 LCD와 LED가 결합된 TV를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니는 LED와 OLED 기술을 보유했지만 두 가지를 결합하는 시도를 하지 못했다. 뒤늦게 공장을 만들었지만 제품을 내는 데 2년 넘게 걸렸다. 핀란드 휴대전화 기업 노키아가 최고로 앞서 나갈 때, 스마트폰 제작을 건의한 인물들을 전부 내쫓았다. 이는 결국 노키아의 몰락을 초래했다.”

-불황에 시달리던 우리 조선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36%로 올라섰다.

“우리 조선업은 얼마 전까지 중국의 저임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어떻게 하면 선주들에게 비싼 배를 사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배 한 척에 탐색과 시추, 가스압축, 저장, 운반, 쇄빙 기능을 모두 갖춘 고급 선박이 해답으로 제시됐다. 한 척의 가격이 1조원을 넘는 ‘융합 선박’이었다. 여기에 IT기술을 접목해 세계 최적의 항로를 선택해 운항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수주 물량의 80%를 한국이 차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기업 오너십에 대해 비판적인 주장이 많다.

“삼성과 소니의 비교에서 보듯이 아직은 오너십이 필요하다. 미국도 기업이 5세대를 거친 뒤에야 전문경영인 체제로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우리도 시간이 필요하다. 정치를 보자. 우리는 민주주의가 본격화된 지 27년이다. 원숙한 민주주의가 되려면 서양처럼 100년 정도는 걸려야 하는 것과 같다. 호흡을 길게 봐야 한다. 이병철·정주영 회장을 가까이서 많이 봤다. 당시엔 가장 창의적인 인물들이었다. 이 회장은 신년초면 늘 일본에 가서 본인이 볼 책과 삼성 간부들에게 줄 책을 샀다. 정 회장도 직원들이 ‘어렵다’고 얘기하면 ‘해 봤어?’라고 반문했다. 그만큼 창의력과 도전의식이 넘쳤다.”

-우리 경제에서 이제 브랜드 가치도 중요한 창조물 아닌가?

“당연하다. 이젠 빌딩이나 자본이 아니라 사람과 브랜드의 시대다. 그래서 정부도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통한 국가 브랜드 향상에 힘을 쏟는 것 아닌가. 특히 스포츠 선수는 국가 자원이다. 올림픽을 잘 치르면 국격이 높아지고 투자가 늘어난다. 국가 브랜드와 사람, 스포츠 산업, 관광자원의 결합을 통해 융합적 일자리가 창출된다. 창조경제의 좋은 예다.”

-정부와 청와대가 창의적이 되려면?

“우선 부처와 과(課)의 칸막이를 없애고 과제 중심으로 조직을 만든다. 그 뒤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선 공신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자리를 준다면 창의력 확보는 어려워진다. 둘째, 정부와 청와대 조직을 백악관처럼 수평적으로 만드는 거다. 요즘은 지휘관의 역할도 바뀌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걸 갖고 끌고 가는 게 아니다. 아랫사람이 가진 새로운 것을 융합해 더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창조경제 얘기만 하겠다. 우선 5000개가 넘는 규제를 혁파하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국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다. 둘째, 경제민주화의 주된 동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실리도록 힘을 모아줘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자꾸 법을 만들면 창조경제와 모순되는 길로 갈 수 있다.”

-3·1 문화재단을 맡고 있다. 어떤 단체인가?

“이정림ㆍ이정호씨 등 개성 상인 출신 기업가들이 1959년 국내 최초로 만든 학술문화재단이다. 학자나 예술가는 물론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구두닦이나 철도 운전사에게도 상을 줬다. 윤보선 대통령이 시상식에 나와 상을 수여했다. 지금 기업인들도 이런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 기업인이 존경받아야 선진국이 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즐겁다. 즐거움의 원천이다. 즐거움을 유지하는 수단은 창의력을 갖고 도전하는 거다. 늙어감을 무서워하지 말고, 낡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난 항상 즐겁다. 걱정하면 뭐 하나?(웃음)”

대담·글=이광재 객원 칼럼니스트·전 강원도지사

 

 

“운동부 만드는 기업엔 특소세 깎아주고 애써 키운 국가대표 출신에 교직 개방을”


김기영 전 광운대 총장이 창조경제를 실현할 방안의 하나로 스포츠산업 진흥을 역설했다. 탁구 스타 출신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이에리사(59·사진) 의원을 만나 구체적인 방법론을 들어봤다. 그는 “운동부를 만드는 기업들에 특소세를 절반으로 깎아주고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 브랜드와 스포츠의 관련성은?

“대한민국 체육이 세계 5~10위권에 진입해 있다. 스포츠는 국민 마음을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88 올림픽과 2002 월드컵을 치르며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크게 높아졌다. 훌륭한 스포츠 선수는 국가의 자산이다. 기업의 가치도 재산의 시대에서 사람과 브랜드의 시대로 변했다.”

-우리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성공한 이유는?

“엘리트 체육이다. 소년체전을 통해 인재를 조기 발굴하는 꿈나무 육성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꿈나무 이후에는 국가대표 후보 선수, 그 다음은 국가대표 선수가 돼 국가의 지원을 받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

-문제점은?

“실업팀이나 직장 운동부가 부족해 최고 선수들을 제외하곤 갈 곳이 없다.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 외국에선 선수가 시합을 하고 오면 보충수업을 해준다. 학습을 병행할 수 있어 선수생활을 마친 뒤 다른 직업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운동하는 학생들의 공부 기회가 원천 봉쇄돼 있다. 이걸 바꿔야 한다. 또 운동부를 만드는 기업에 특소세 50%를 감해줘야 한다고 본다. 재계와 협의가 필요하다.”

-올림픽과 세계 대회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학교 교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가대표 선수를 육성한다. 그런 선수들은 국가의 자랑이고 자산이다. 그런 자산의 하나인 장미란 선수는 심하게 말하면 실업자다. 이들이 사회에 또 다른 기여가 되도록 교직을 개방해줘야 한다.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한국 선수는 1년에 100명도 안 된다. 이들을 초등학교 체육 전담 교사로 진출시키려 했는데 ‘교대 출신이 돼야 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래서 우선 시범적으로 국가대표 출신들이 2급 경기지도사나 생활체육지도사가 될 길을 열어주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체육 전담 교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장미란 선수 같은 이들의 처우를 어떻게 해줘야 하나.

“스포츠 스타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 공부를 시켜야 한다. 국가 브랜드나 국산 스포츠 브랜드에 기여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84년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체조 스타 리닝(李寧)의 스포츠용품 사업 진출은 좋은 사례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잘 치르려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잘 치르면 국가 브랜드는 확연히 올라간다. 대회의 성공 여부가 곧 국력 평가의 잣대가 된다. 겨울올림픽으로 성공한 도시도 있고 파산한 도시도 있다. 평창이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좋은 선수층을 육성해야 한다. 또 겨울 종목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 2018년을 기점으로 겨울스포츠에서도 선두국가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겨울스포츠 선수층은 어떤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진을 보면 미국이 214명, 독일이 151명이었다. 선진국의 경우 대략 150명 선인데 우리는 46명만 출전했다. 또 아이스하키나 컬링은 역대 겨울올림픽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또 스키 등 설상 종목에 걸린 메달이 68개로 전체 메달의 71%를 차지하는데, 우리는 이들 종목에서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투자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내년 2월 열릴 소치 겨울올림픽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대적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보니까 올림픽 수준이더라. 소치의 성공을 위해 러시아가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소치 올림픽 준비를 직접 진두지휘한다고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겨울올림픽의 모든 종목 협회장들을 재력가로 교체했다. 국가와 민간이 똘똘 뭉쳐 총력 지원하는 것이다. 또 세계 대회마다 종목별로 수십 명의 선수들을 출전시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올림픽을 마친 뒤 국가가 그 유산을 활용하는 전략이 있어야 할 텐데.

“이젠 대회만 잘 치르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올림픽을 마친 결과물을 미래 자산으로 만드는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러시아는 소치를 유럽 최대의 휴양지로 만들려 한다. 이런 프로젝트를 연구하기 위해 대학까지 세웠다. 우리도 2018년 평창올림픽을 마친 뒤 그 유산으로 무엇을 만들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스포츠가 나날이 산업화되고 있다.

“스포츠는 수백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다. 점점 더 커지고 고급화될 것이다. 아디다스, 나이키, 미즈노, 요넥스 등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는 전부 외국산이다. 한국도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배출했고 제조업과 의류 디자인 강국임에도 스포츠산업은 미약하다. 세계 대회를 유치하는 데 수천억원, 대회를 치르는 데 수조원을 쓴 나라다. 이만하면 스포츠산업 진흥에 나설 충분한 조건이다. 이런 분야가 창조경제 아닐까 싶다.”

-체육부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생활체육예산에 들이는 돈만 2000억원이다. 그런데 체육을 관장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 학교 체육은 교육부, 엘리트 체육은 문화체육관광부로 담당 부처가 나뉘어 있다. 또 실무단체는 대한체육회, 장애인체육회, 생활체육회, 학교체육회 등 네 갈래로 나뉘어 있다. 이제는 체육부를 만들 때가 됐다.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건.

“체육인 복지법과 체육 유공자 제도 신설이 시급하다. 또 국립체육박물관을 지을 때가 됐고 체육 관련 공정위원회도 만들어 체육계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생은 핑퐁이다. 주고받는 것이다. 공이 안 오면 이기는 것이 된다. 그러나 늘 주고받아야 아름다운 인생이 되는 것 아닌가? 인생도 핑퐁도 항상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이광재 객원 칼럼니스트·전 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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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휴먼 어젠다 … 사람에 대한 배려 필요”


“도덕적인 수준을 높이고,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 ‘로맨티시스트’란 별명을 갖고 있는 라종일(73) 한양대 석좌교수가 ‘남북 관계의 근본적 개선방안’을 묻는 기자에게 들려준 뜻밖의 답변이다. 그는 김대중(DJ)·노무현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제1차장과 주영대사·주일대사를 지냈다. 최근에는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을 조명하는 책을 냈다. 책 속에서 그는 ‘이 책이, 이용당하고 버려지고 잊힌 젊은 생명들에 관한 하나의 증언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라 석좌교수는 2011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3회에 걸쳐 중앙SUNDAY에 ‘북한이 버린 테러리스트 강민철’을 연재한 바 있다. 18일 오후 1시간30분가량 그를 만나 ‘강민철’과 남북관계의 발전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강민철 스토리를 처음 접한 건 언제인가.

“국정원 해외담당 차장으로 있을 때다. 1998년 무렵인데 버마와 정보 교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 강민철 관련 보고를 챙겨봤다. 당시 (건강이) 아주 좋지 않다고 하더라.”

-아웅산 테러 당시 두 명이 생포돼 한 명은 사형당하고, 강민철은 수감됐다. 그를 주목하게 된 계기는.

“버마에 가보니 생활환경이 형편없었다. 감옥 생활은 더했을 텐데 25살에 들어갔다고 하니 안타까웠다. 북한은 모른 척했고 우리는 외면했다. 이후에 전두환과 김일성은 2년도 지나지 않아 친해졌다. 아웅산 테러의 직·간접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끼리 친해진 거다. 그 틈새에서 하수인 노릇을 한 강민철에 대해선 아무 얘기가 없었다. 나라도 그를 챙기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2008년 강민철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책으로라도 살려내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만났을 때 상황은 어땠나.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당시 버마에 있던 (국정원) 파견원이 그를 만났다. 15년 만에 한국 사람을 만난 거였다. 처음에 갔을 땐 적의가 많았다. 남한이고 북한이고 왜 자기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느냐며 억울하게 느꼈던 모양이다. 그런데 파견원과 얘기하며 적대감이 풀렸다. 자기 나이가 27살(사건 당시)로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25살이라며 파견원에게 “형님”이라고까지 했다더라.”

-강민철이 한국행을 원했지만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DJ정부와 노무현정부 둘 다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정보 가치가 없다는 이유도 있었고, 데려오면 북한에서 ‘저건 남한사람이다’라고 주장할 거라는 얘기도 있었다. 제일 중요한 이유는 남북관계가 우호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옛 상처를 다시 끄집어 낼 필요가 있겠느냐는 점이었다고 본다. 남북관계의 걸림돌로 여겼던 것 같다.”

-책에서 ‘기억의 투쟁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강민철에 대한 기억이 왜 중요한가.

“그는 자기 죄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국가가 정의의 이름으로 시키는 걸 따라서 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강민철만 엄청난 고통을 받아야 하나. 우리는 그저 ‘못된 북한 놈이 테러를 한 거다. 북한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면 안 된다. 되돌릴 수 없을지라도 나쁜 일이 있었다면 기억을 해야 한다. 과거는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게 아니다.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과거는 죽거나 땅에 묻히지 않는다. 사실, 그것은 아직 지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역사교과서 논쟁을 보면 ‘무조건 기억하는 것’보다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기억에 대한 이견(異見)은 통일할 수 없다. 문제는 갈등을 관리하는 거다. 리얼리티(reality)란 건 굉장히 복잡하고 규모가 크다. 어느 한쪽의 이해만 갖고선 설명이 안 된다. 다만 이견 때문에 사회가 무정부 상태에 빠지거나 붕괴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또 갈등을 통해서만 진보한다. 기억에 대한 갈등에도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기억하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강민철과 같은 희생자가 계속 나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아웅산 사건도 정치적으로 해결돼 강민철이란 개인을 잊어버렸다. 북한 쪽도 ‘정치적인 목표를 달성하라’고 했을 뿐 무사히 데려간다는 배려 자체가 없었다. 정치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족의 앞날이 밝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명의 사람에겐 한 시대가 담겨 있다. 그 시대의 문제점, 아픔, 희망이 모두 담겨 있다.”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남북한 모두 도덕적인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통일을 정치적인 어젠다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그렇게 성공한 건 19세기 말 프러시아의 독일 통일이나 일본의 메이지유신뿐이다. 그 결과 강대한 근대국가가 됐지만 결과적으론 국민들이 불행했다. 통일은 휴먼 어젠다(human agenda)다. 통일 이후 생활의 질과 자기실현 기회를 지표로 삼아 통일을 하려고 해야 한다. ”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나는 햇볕정책의 방식을 ‘마태복음 햇볕정책’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이솝우화 식 햇볕정책은 상대방 외투를 벗기는 거다. 한마디로 전략 개념이다. 마태복음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훌륭한 사람, 못난 사람 가리지 않고 골고루 혜택을 주는 것이 햇빛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굶주린 사람에겐 주체사상이나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쌀밥 한 그릇이 필요하다. 그런 걸 주는 게 햇볕정책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연설을 통해 “공산주의 정권은 교류를 시작하면 허물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도 (대한민국의) 안보 의식을 없애고, 친북세력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햇볕정책을 역이용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노진호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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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파워로 눈길 잡고, 준비된 외교로 마음 잡고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6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전 내 독일 숙소 빌라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2~9일 영국·프랑스·벨기에를 방문한다. 취임 후 네 차례의 ‘세일즈 외교’와 ‘다자 외교’에 뒤이은 유럽 순방이다. 백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영국 국빈방문이다. 박 대통령은 영국 방문 때 버킹엄궁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국빈방문 의전에 따라 의장대 사열 같은 공식 환영식을 갖고 버킹엄궁까지는 황금색 왕실마차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시절 ‘퍼스트 레이디’ 경험이 있는 박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나 차원 높은 ‘품격 외교’를 선보일 것이란 기대도 크다. 박 대통령은 유럽 순방 때 ‘세일즈 외교’와 함께 문화계 인사들도 다양하게 만날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준 네 차례의 외교 행보엔 늘 ‘성공적’이란 평가가 따라붙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자 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베트남에선 ‘세일즈 외교’ 성과를 거뒀다. 이달 초에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로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끌어냈다. 지난 5~6월 미국·중국 방문에서도 동북아 균형외교란 성과를 거두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 중국이 한국에 품었던 서운한 감정을 다독였다.

여성 대통령의 남다른 외교 감각

박 대통령의 외교 감각은 남다르다. 여기에 ‘여성 대통령의 힘’이 가미된다.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수행해 온 외교부 관계자는 “여성 대통령이라는 그 자체로 방문국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다 박 대통령 특유의 감각을 발휘해 상대국 국민과의 교감에 성공한 것 같다. 여성 지도자라는 강점은 우리 외교의 큰 자산이 됐다”고 자평했다.

 박 대통령의 다자 외교와 세일즈 외교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마음을 얻는 외교’다. 지난 12일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한 박 대통령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한국에서의 로맨스가 행복했나요?”라고 물었다. 영부인 아니 밤방 유도요노 여사와의 러브 스토리 무대가 한국이란 사실을 미리 알고 건넨 질문이었다. 아니 여사의 아버지 에디 위보어 장군은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뒤인 1974년부터 4년간 초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냈다. 그래서 아니 여사는 젊은 시절 2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연인이던 아니 여사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낮 대통령궁에서 기념식수를 할 때 만난 아니 여사에게 “대통령의 어디에 반했느냐”고 물었다. 아니 여사는 “생도 때 만났는데 키도 크고 잘생겨 한눈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국빈만찬 자리에서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마음이 따뜻하고 작은 것에도 배려하는 마음이 고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올해 안에 매듭짓는 데 합의했다. 또 올해 300억 달러 수준인 교역액을 2020년까지 1000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데 합의했다.

 박 대통령의 감성 외교는 인도네시아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한국에선 영화 ‘설국열차’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그 영화의 원작이 프랑스 만화지요”라며 프랑스 문화를 치켜세웠다. 정상회의장에 가선 옆자리에 앉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를 만났다. 박 대통령은 “주최 측이 한국전에 참전한 터키와 한국이 형제의 나라라는 점을 알고 나란히 자리를 배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방문국의 언어나 문화·역사·속담을 활용하는 친화력을 발휘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한다.

 ‘세일즈 외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한국 기업의 ‘손톱 밑 가시 뽑기’다. 남성 대통령들이 큰 이슈에만 집중하는 성향이 있는 데 비해 박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을 상대국 정상에게 자세히 설명하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요청해 왔다. 지난달 9일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지난 6년 동안 하나은행이 (베트남에) 지점을 신청해 왔지만 지연되고 있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즉석에서 지점 허가 약속을 받아낸 게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중국 방문 땐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회담에서 예정 시간을 넘기면서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을 설명했다. 리커창 총리가 “그만 하시고 식사하면서 얘기를 나누자”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얘기를 계속했다고 한다. 한 배석자는 “가슴이 조마조마할 정도였다. 북핵 문제와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간절하고 절절하게 호소하더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기 감안한 의상 색 선택

박근혜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엔 남다른 패션 감각도 한몫한다. 베트남 방문 땐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에서 직접 한복 모델로 나섰다. 여성 대통령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은박이 박힌 미색 저고리와 연노란색 치마를 입은 박 대통령은 패션쇼 말미에 런웨이에서 10m쯤 걸어나가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특히 옷 색깔을 고르는 데 신경을 쓴다. 러시아 방문 때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할 땐 흰색 옷을 입었다. 다음 날은 파란색 재킷, 그 다음 날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선 빨간 재킷을 골랐다. 이 세 가지 옷 색깔을 모으면 러시아 국기 색이 된다.

 상대국 정상이 여성인 경우에는 스킨십이 남다르다. 13년 지기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G20 정상회의장에서 만나자마자 서로를 껴안았다. 터키 총리를 사이에 두고 자리를 배정받았지만 두 여성 정상은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잘 있었느냐”고 인사를 나누며 포옹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콘스탄틴 궁전 내 독일 숙소 빌라에서 양자회담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숙소 바깥까지 나와 박 대통령을 환대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메르켈은 다시 숙소 입구까지 배웅하며 “대통령이 된 소감이 어떠냐(How do you like your new job?)”고 물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매우 보람 있다(It’s very rewarding)”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땐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를 만났다. 아세안에 속한 10개 회원국 중 여성 정상은 잉락 총리뿐이었다. 행사장 이동 시 두 정상은 여러 차례 환담을 나눴다. 그때 박 대통령은 잉락 총리에게 직접 양산을 씌워주며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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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3조 넘는 예산, 한국연구재단 4년 간 이사장만 4명?

- 선임비상임이사가 세 번째 직무대행 진기록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승종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9월 12일자로 사표를 제출하면서 2009년 6월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이 통합돼 설립된 한국연구재단이 출범 4년 4개월 만에 네 번째 이사장을 선임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재천 의원(민주당)은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지난 4년여 동안 임기를 채운 이사장은 한 명도 없었다”며 “세 이사장의 재임기간은 평균 1년 5개월로 절반의 임기도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출처: 최재천 의원실
◇이승종 3대 이사장 돌연 사표

지난 해 1월 취임한 이승종 이사장은 임기가 1년 4개월이 남아있지만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연구재단 안팎에선 정부의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3대 이승종 이사장은 학자로서의 인품과 덕성이 뛰어나 연구재단 내 직원들에게도 높은 신임을 얻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구재단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평가에서도 2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이 이사장은 연구재단 취임 후 조직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국연구재단은 우리나라의 모든 학문 연구분야의 기초·원천연구를 종합 지원하는 기초연구지원 전문기관이다. 국가 연구개발(R&D) 지원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데, 2013년 예산은 3조 1642억 원에 이른다.

◇ 선임이사가 세 번째 직무대행 진기록

한해 3조가 넘는 국가 R&D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연구재단은 기관장 공석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2조제3항 및 <재단 정관> 제9조제3항에 따라 선임비상임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최재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선임비상임이사인 김병국 원광대 교수는 세 번째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년 4개월 동안 직무대행 체제만 세 차례, 현재까지 180여 일, 6개월 이상 직무대행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 잦은 기관장 교체 조직 안정화에 도움 되지 못해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이사장 선임은 정관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에서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제청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정부 출연연구기관장들의 임기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이승종 이사장의 사표에 어떤 식으로 관여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최재천 의원은 “잦은 기관장 교체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등 조직 안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이사장 선임은 주무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4년 동안 세 명의 이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이 장관의 추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니면 정권교체에 따른 기관장 교체는 아니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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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절정'…억새 명소 어디가 좋을까


은빛 유혹…오서산 억새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가을이 절정에 점차 접어들고 있다. 새빨간 단풍과 함께 고고하게 흔들리는 은빛 억새도 가을날에만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억새로 유명한 전국 등산 코스와 축제장소로 어디가 있을까.

◇ 수도권 = 포천 명성산

해발 923m의 명성상 정상에는 억새 군락이 20만㎡나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명성산 등산의 장점은 아래쪽에서는 단풍을 즐기며 산을 오르면 정상 부근에서는 장관을 이룬 억새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등산로를 따라 비선폭포, 등룡폭포 등도 볼 수 있으며 2시간여를 천천히 걸어도 오를 수 있는 그리 어렵지도 않은 산행길이다.

정상부근의 억새는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는데 바가지 모양의 지형이라 한눈에 억새밭들을 모두 볼 수 있다.

이달 초 은회색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억새는 이번 주부터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압도적인 영남알프스 억새

지난 9일 시작된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가 오는 27일까지 명성산과 산정호수 일대에서 열린다.

축제기간 주말마다 명성산 팔각정에서 산상음악회가, 산정호수 무대에서는 노래자랑 한마당이 각각 펼쳐진다.

◇ 강원권 = 정선 민둥산

강원 정선군 남면 민둥산의 은빛 향연은 벌써 시작됐다. 이번 주말과 다음 주말 억새꽃이 모두 피며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8부 능선부터 해발 1천119m까지 펼쳐진 민둥산 억새밭은 60만㎡에 이른다.

정상 부근에 이렇게 나무가 없이 억새밭이 군락을 이루는 것은 불을 놓아 나무를 태우고서 밭을 일구는 화전(火田) 영향이다.

덕분에 매년 가을 은빛 억새 군락지를 감상하려는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다만 민둥산 코스를 결코 만만히 보면 안된다.

가장 쉬운 억새 관람법... 밀양 케이블카

흔히 2.6㎞ 가량의 급경사코스와 3.2㎞의 완경사코스가 있는데 완경사라도 가파른 구간들이 곳곳에 있어 보통 구두를 신고 오르다 중도에서 포기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한다.

민둥산 억새꽃축제가 다음 달 3일까지 남면 민둥산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18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산신제, 등반대회, 산악 승마체험, 산상 엽서 보내기, 달집 소원 성취문 달기, 음악회 등 다채로운 행사로 진행된다.

◇ 중부권 = 오서산

충남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은 해발 791m로 서해안에서 가장 높은 명산이다.

지난달 말부터 피기 시작한 오서산 억새는 이달 중순부터 최고 절정을 이루며 능선에 은빛 물결의 수채화를 펼쳐놓고 있다.

전국 5대 억새 명소에 속한다는 오서산 억새밭은 완만한 능선에 넓게 퍼져 있어 한눈에 풍경이 들어온다.

특히 서해를 배경으로 한 낙조에 따라 억새들이 은빛 물결에서 금빛 물결로 바뀌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환상적인 곳이다.

천관산 억새

오서산과 가까운 보령시 청라면 장현리의 `청라은행마을'에서는 단풍축제가 열려 오서산을 들렀다 가보면 좋다.

청라은행마을은 수령 100년이 넘는 토종 은행나무 3천여 그루가 있는 곳으로 가을이면 마을 전체가 노란 은행나무 단풍으로 황금빛 물결을 이룬다.

◇ 영남권 = 영남알프스

알프스는 유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도 남·중·북 알프스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해발 1천m 이상의 높은 산들이 모여있는 영남지역에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남알프스는 울산을 비롯 양산, 밀양, 청도, 경주 등에 맞닿은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천m 이상의 산이 7개 모여있는 곳이다.

영남 알프스 전체면적이 약 255㎢로 가을에는 은색을 넘어 순백에 가까운 억새들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특히 봉우리들을 한꺼번에 연결해 거대한 원 모양의 순환 코스로 만든 29.7㎞ 길이의 `하늘억새길'이 조성돼 등산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지난 7일 시작된 `영남알프스 억새축제'가 오는 28일까지 울주군 신불산과 간월산 일대에서 열린다. 특히 간월재 특설무대에서는 억새물결을 배경으로 산상 음악제도 마련된다.

민둥산 억새 이번주 절정

◇ 전라권 = 천관산

전남 장흥의 천관산은 해발 723m의 정상에 억새평원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물결처럼 일렁이는 은빛 억새 물결 위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호남 5대 명산으로 꼽히고 있는 천관산은 1998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수십 개의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것이 마치 천자의 면류관 같다고 해서 천관산이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특히 천관산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억새가 장관을 연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 등산이 힘들다면 = 밀양얼음골 케이블카

산 위에 피는 억새를 보고 싶지만 등산이 힘든 사람들을 위한 명소가 있다. 경남 밀양 얼음골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긴 1.8km의 케이블이 정상 가까운 곳까지 옮겨준다.

한번에 승선 인원도 많다. 50명까지 태울 수 있고 한번 타면 10분만에 정상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러나 억새철인 요즘에는 줄 서는 데만 1시간 이상씩 기다려야 한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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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강 MB 책임 어디까지 물을까


10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올렸다./이명박 페이스북

·시민단체 “직접 책임져라” 검찰 고발·구상권 청구 움직임

·손해배상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국민소송제 공론화 계기될 듯

4대강 사업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4대강 사업이 감사원 감사 결과 입찰담합과 정경유착, 부실공사 등 총체적 부실사업으로 드러난 데 이어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감사원을 동원해 공무원들이 4대강 관련 일을 하다 실수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문건까지 공개되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법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사법처리는 물론 소송을 통해 이 전 대통령 등 4대강 사업과 관련된 고위 인사들에게 직접 사업비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손해배상을 이끌어내기 어려워 국민소송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소송법은 정책결정자들의 잘못으로 예산이 낭비되거나 권한의 남용 등으로 국가나 개인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국민이 소송의 당사자가 돼 직접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제도다.

예산낭비 방지를 위한 국민소송법 제정 네트워크(국민소송네트워크)의 최재홍 변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소송네트워크는 10월 22일 회의를 통해 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실제로 진행할지 여부와 구체적인 소장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범대위)는 이 전 대통령 및 4대강 사업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전·현직 공무원들을 22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지난 7월에는 통합진보당에서 이 전 대통령과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 등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4대강범대위와 통합진보당이 피고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업무상 배임, 입찰방해 방조,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이다.

4대강범대위측은 “전직 대통령, 장관뿐만 아니라 실무자급으로까지 피고발인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피고발인이 확정되면 그 인원이 수십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설령 이 전 대통령이 사법처리가 된다 해도 4대강 사업에 들어간 22조원의 세금을 환수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4대강범대위, 통합진보당의 고발에도 4대강 관련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국민이 직접 이 전 대통령이나 4대강 관련 공무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국민소송네트워크의 소송은 현실적으로 이길 수가 없다”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을 주장할 순 있지만 법정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현행법의 틀 안에서 4대강 사업 핵심 인사들에게 예산을 환수받으려면 4대강 사업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이 손해배상 청구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면 보 설치로 인해 지하수 수위가 예상보다 높아져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이 자신의 피해액을 국가에 청구하는 경우다. 피해 농민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받아낼 경우, 국가는 다시 이 전 대통령 등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민소송네트워크도 현재로선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손해배상을 받아내기 어렵다는 점은 알고 있다. 최재홍 변호사는 “현행법을 볼 때 시민단체의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 하남국제환경박람회 주민소송 운동을 예로 들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손영채 하남시장이 박람회 운영을 방만하게 하는 과정에서 186억여원의 세금을 낭비했다며 이를 환수하겠다는 취지의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듬해 수원지법은 주민소송의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최 변호사는 “하남시 주민소송 운동이 훗날 주민소송제 제도화의 기반이 되었다”며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국민소송네트워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승·패소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소송제 제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으로 직접 피해를 본 사람들은 보상 등의 문제가 걸려 있어 실제 소송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국민소송제가 도입돼야 잘못된 예산낭비를 바로잡는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국책사업 국민감시 제도 필요

현행법으로는 공무원의 위법이나 과실로 재정에 손해가 난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 해당 공무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 2006년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법상 주민소송제는 국가나 지자체가 손해배상을 진행하지 않으면 국민 세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주민소송제를 통해 지역주민들은 지자체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때 주민들은 지자체장으로 하여금 위법한 행위를 한 공무원이나 관련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 등을 진행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2006년 당시 정부 사법제도개혁추진위도 주민소송제를 국민소송제로 확대하는 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소송 남발 등을 우려하는 정부측 위원들의 입장이 관철돼 결국 국민소송제는 없던 일이 됐다.

경기도 용인시민들의 용인 경전철 사업 예산 환수운동은 주민소송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 10일 용인 경전철 소송단 400여명은 김학규 용인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단은 소송을 통해 김 시장이 사업 결정에 책임이 있는 전·현직 공무원들에게 1조127억원에 달하는 전체 사업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요구했다.

소송단의 공동대표 현근택 변호사는 주민소송제가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에 국민소송네트워크에 참여했다. 현 변호사는 “용인 경전철과 같은 지방재정사업뿐만 아니라 국책사업에도 국민들이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국민소송제가 도입되면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소속 변호사는 “친일재산환수법만 해도 재산권을 둘러싼 위헌 논란이 있었는데, 공무원이 소신을 갖고 한 일로 개인재산을 빼앗으면 큰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일단 4대강 사업에 대한 형사고발 결과를 보고 난 뒤 국가가 나서서 이 전 대통령 등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고 요구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소송제 법안은 민주당 김현미·이상민 의원실에서 준비하고 있다. 김현미 의원실 관계자는 “22일 정도 법안 최종 검토가 끝나면 바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소송제는 기존 주민소송제와 달리 직접적 소송방식을 채택할 전망이다. 국민소송제 법안 준비에 참여하고 있는 조수진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지금의 주민소송제처럼 똑같은 취지의 소송을 두 번씩이나 할 필요가 없다. 국민소송제는 일정 요건을 갖춘 납세자 본인이 행정기관이나 공무원에게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27일 김현미·이상민 의원실 주관으로 열린 입법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국민소송제로 환수된 예산은 200억 달러(약 21조2000억원)가 조금 넘는다. 같은 기간 중 총 7843건의 소송이 진행됐다.

조 위원은 “복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예산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번 정부도 재정낭비를 막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국민소송제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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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박정희 콤플렉스 걸린 대통령들 때문에..."

[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모든 대통령들이 성장률을 최고 가치라고 본다. 나는 그래서,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모든 역대 대통령이 박정희 콤플렉스에 걸렸다고 한다. 그 이후에 대통령 모두 "성장률", "성장률" 하지 않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17일 저녁 서울 종로 YMCA 종로포럼의 강연자로 나서 "이런 식의 경제구조로 요새 말하는 창조경제를 이룩할 수 있겠나"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 없는 창조경제는 없다고 했듯이 경제와 관련한 제반제도를 조화로운 시스템으로 갖추지 않고서는 경제효율이 절대로 나올 수 없다"고 일갈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역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그가 정부·여당의 경제민주화 후퇴 움직임에 대해 일침을 놓은 셈이다.

"경제민주화 때문에 투자 안 한다? 수익 있다면 규제 있어도 투자하는 게 기업"

김 전 수석은 '박정희 콤플렉스'에 걸린 역대 정부의 경제성장률 집착이 대기업집단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을 우려하며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으로 읽혔다.

그는 "1997년 IMF 사태의 원인은 문민정부"라며 "문민정부는 출범 후 '신(新) 경제 100일 계획'을 내놓았다, 새로 된 대통령께서 성장률에 집착하니 '성장은 재벌 밖에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재벌들은 각종 규제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고 '영토 확장'을 위해 은행에다 마구 돈을 끌어다 썼다"며 "이 때문에 과잉투자가 발생하고 은행은 부실화되면서 IMF 사태가 터진 것이다, 기업의 탐욕이 경제 파탄을 이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발생한 미국 금융위기에 대한 진단 역시 같았다. 그는 "클린턴 정부에서 1930년 대공황 당시 만들었던 금융 관련 규제를 1999년 모두 철폐하면서 탐욕스러운 금융인들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뿌렸다"면서 "그러다 2007년 서브 프라임 사태가 발생하고 리먼 브러더스가 부도나면서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모두 침체국면으로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수석은 "(재계의 주장대로) 시장경제원리대로 했다면 우리나라 대기업이고 금융기관 모두 존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세금을 갖고 도와준 것"이라며 "이윤이 날 때는 개인이 갖고 손실이 나면 세금으로 메꿔줘야 하는데 막연하게 시장경제원리만 강조할 수 있나, 시장경제원리도 진화의 법칙에 맞춰 시대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무기삼아 경제민주화를 막아서고 나선 재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오늘날의 재벌은 국가의 시혜를 받고 탄생했다"면서 "그 때는 정부가 그들을 위해 시장의 자유를 엄격히 제한했는데, 이제 기업이 크니깐 왜 시장의 자유를 막냐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사회를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소액주주를 참석시키고 감사위원회를 강화시키자는 상법개정안이 투자와 무슨 상관이냐"며 "(우리 사회가) 법을 지키면서 최대 이윤을 내라고 하지 법 안 지키면서 이윤을 내라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제도를 바꾸면 기업이 과연 투자를 안 하겠느냐, 기업은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떤 규제가 있더라도 투자를 할 것"이라며 "지금 (재계는) 돈을 넣어도 수익이 안 나오기 때문에 투자를 안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양극화 해소 방안 전혀 안 나와... '경제민주화' 없던 일로 못할 것"

김 전 수석은 "최근에 와서 의아하게 느끼고 있는 것은 그동안 강조해서 말했던 '양극화'란 말이 없어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안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가면 일본 젊은이들이 희망이 없고 의기소침해져 활기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처럼 우리도 점점 그런 방향으로 닮아갈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최근 공약 후퇴 논란을 야기한 기초연금안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놨다. 그는 "최근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연계하느냐, 연계하지 않느냐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인데 근본적으로 인구구조가 급변해 역삼각형 구조(초고령화)로 변하면 지금 우리나라의 제도는 모두 움직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기초연금뿐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복지설계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최근 경제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인구가 경제에 얼마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터득하는 것 같다"면서 "미래를 짊어갈 세대의 인구수가 줄어들면 (기존의 복지제도가) 작동할 수 없다, 보육시설, 교육시설 등에 투자하는 것을 복지가 아니라 미래라고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것이라는 신뢰는 철회하지 않았다. 김 전 수석은 "최근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가 의심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지금 경제민주화가 입법과정에 있어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 예단하긴 힘든 일"이라면서도 "박 대통령은 지난 1년 내내 강도 높게 경제민주화를 부르짖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칙과 신의를 강조하는 박 대통령이 이를 저버리라곤 생각치 않는다"면서 "현재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대 논리가 전개되니 (박 대통령이) 심사숙고하는 상황이 될런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없던 일이라고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국민들의 '역동성'에 대한 신뢰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는 "최근 조사한 여론조사를 봐도 국민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민이 (경제민주화를) 방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이 제대로 못하면 국민의 역동성이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박근혜 정부에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단언했다. 김 전 수석은 "누구 말마따나 '토사구팽(兎死狗烹)' 얘기를 듣고 하지만 박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그 밑에서 일하겠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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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특위, 대통령 결심 필요”(이상돈)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 인터뷰

·“4대강은 묻힐 수가 없습니다. 시간은 걸릴 수 있어도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납득할 수 있는 사람들이 특별위원회 같은 것을 구성해 실질적인 수사권도 갖고, 과거사규명위처럼 활동을….”

‘보수적 환경주의자’ 이상돈 전 중앙대 법대 교수의 위치는 독특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그는 ‘4대강 사업 위헌·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이 일을 맡기 전부터 ‘보수주의자’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다. 새누리당에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자 참여해 위원을 맡았다. 대선 때는 선대위 정치쇄신특위 위원도 역임했다.

“4대강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졌다. 궁금했다. 이 전 교수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볼까. 마침, 기자가 인터뷰하기 이틀 전 이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직이라면 탄핵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0월 17일 <경향신문>에서 이 전 교수를 만났다.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취재를 했습니다. 언론 보도야 김영호 사무총장이 “MB 책임이 있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벌어진 공방 중심이었지만, 많은 자료가 쏟아졌어요. 이를테면 4대강 건설사 담합과 관련, 나눠먹기에 불만을 가진 한 건설사의 반발이 있자, 2009년 6월 29일 새벽에 주요 토목회사들이 호텔에 모여 담합 백지화 논의를 했다는 것도 있더군요.

“아, 그런 것까지 국감에서 나왔어요. 아주 막장이었다는 게 드러났네요.”

또 하나, 이런 것도 있어요. 처음 MB가 한반도 대운하를 한다고 했을 때는 민자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세금으로 안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촛불시위를 핑계로 4대강 살리기로 바꾸겠다면서, 슬며시 제정사업으로 바꾼 겁니다. 다시 말해 국민 세금으로 하게 된 것인데요.

“제가 두 달 전 경향 칼럼을 통해 지적했던 겁니다. 상식적인 문제제기가 가능해요. 4대강 살리기는 운하보다 공정이 적습니다. 원래 몇 조가 남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사업이 진행될 때도 저건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언론들이 침묵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애초의 균형위 안은 1~2m로 하는 것이었는데, MB가 더 깊게 파라고 고집했다는 것도 나왔어요.

“저는 MB 혼자 그렇게 주장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재오 의원도 계속 운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추부길이나 곽승준도 대운하팀에 있었잖아요.”

어쨌든 그때 정재용 행정관, 그리고 안시권 총괄팀장, 이런 사람들이 감사원 조사를 받으면서 이야기한 내용이 그렇습니다. 그게 이번에 공개된 것이고요. 4대강 본부장을 했던 김희국 의원의 문답내용도 공개되었습니다.

“수자원 국장을 했던 노○○가 6m까지 굴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하다가 밀려났다는 이야기가 파다했어요. 저는 노○○를 압니다. 중앙하천위원회 위원을 같이했기 때문에 나도 그 바닥을 잘 압니다.”

그 다음에 4대강사업추진단이 4m안을 들고 갔대요. 그런데 그것도 또 MB가 안 된다고 한 것이에요. 물그릇이 중요하고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하니 6m를 굴착해야 한다고….

“그래서 준비한 게 역으로 계산해서 물을 얼마를 담을 것이 아니라, 6m 굴착으로 거꾸로 계산해보니 얼마가 나오더라는 거예요. 그게 4대강 마스터플랜을 총괄한 김○○의 말입니다. 추가로 물이 얼마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심 6m로 파면 그 물의 양이 나온다고.”

그런데 사실 앞에 거론된 사람들은 MB 정권 당시 4대강 취재하면서 다 통화해봤던 사람들이거든요. 당시에는 “봐라, 이게 왜 운하냐. 4대강 사업인데”라고 반박하던데, 감사원 조사에선 “MB가 운하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위에서 지시하니 우리는 왜 그런지 몰랐다”는 식으로 바뀝니다.

“거론하신 분들 중 아까운 사람도 있어요. 원래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참 많은 사람들이 망가졌어요. 우리가 듣기로는 4대강 사업본부에 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모 국장의 경우 승진시켜주겠다고 해서 간 걸로 들었습니다.”

최고위직을 맡은 사람의 이야기도 대동소이합니다.
“공무원이 상명하복 문화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원래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는 것이 맞는데, 거부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렇다고 그런 공무원들을 다 면책한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현직에서 책임질 만한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완전히 떠나도록 해야 합니다. 인적쇄신이 필요해요. 이 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내가 다 알던 사람들인데….”

환경단체 대표 하던 교수도 들어갔잖아요.

“사실 학계 문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리나라 수자원학회에 양대 원로가 있습니다. 서울대 총장을 했던 선우중호 교수와 고려대 윤용남 교수예요. 두 사람 인터뷰를 해보세요. 이게(4대강 사업) 과연 잘한 거냐고. 당신들이 학계 원로인데 이렇게 침묵한 것이 잘한 것인지 물어보세요. 제가 보기에 그 두 사람이 안 된다고 했으면 이 사업, 못했어요. 제가 경향신문 9월 칼럼에 쓴 이야기가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그 이야기였어요. 당시 막을 수 있었다고. 중앙하천위원회에서 막지 못하면 못한다고 생각했고, 최종적으로 수자원학회 학자들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었어요. 거기서 무너져버리니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이전에 수자원학회에서 4대강 보고서 낸 것과 관련해 취재를 했는데, 의외로 비판적인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연락해보니 ‘4대강 관련 용역을 맡아 말할 수 없다’는 분도 있었고.

“그 알량한 연구비 때문에 침묵한 거예요. 동조하고 적극적으로 찬성한 사람들 말고 침묵한 사람도 문제입니다. 솔직히 일제시대에 살았다고 보통 민초를 다 친일파라고 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을사늑약을 맺을 때 한 소리를 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던 사람들이 침묵했다면…. 원로학자들의 침묵, 지난달 칼럼에서 제가 비판한 게 그거였어요. 실명은 안 밝혔지만.”

그런데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MB 입장에서 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거짓말한 게 아니라고도 할 수 있어요. 처음에 대운하를 안 하겠다고 했을 때 ‘국민이 반대하면’이라는 조건을 걸었어요. 둘째로 ‘임기 내에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국민이 앞으로 찬성하게 된다면’, 그리고 ‘자신의 후임 대통령이 추진한다면’이라고 전제조건을 뒤집으면 대운하 추진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 돼요. 실제로 MB는 임기 말에 4대강 사업 관련자들 모아놓은 자리에서 “내 임기 뒤에 현명한 대통령이 나와서 이제 운하만 만들면 성공”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아니 그러면 현명하지 않은 대통령이 나온 건가. 그러니까 MB는 김문수나 오세훈, 정운찬 중 4대강 사업을 계승해줄 사람을 생각했겠지. 그게 2010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로 끝난 것이고. 청와대로서는 문재인이나 야권이 대통령이 되면 더 큰일이 나니까 하는 수 없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주고 뭔가 기대할지는 모르는데, 그것은 전혀 아닙니다. 보세요. 2009년 4대강 예산 날치기 통과를 할 때 박근혜 후보나 홍사덕, 유승민 의원은 기권하고 안 들어갔습니다. 나는 그때 유심히 봤단 말이에요. 그때 친박의 핵심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4대강에 대한 의견을 안 냅니다. 그리고 박 대통령 자체가 2011년 11월에 김호기 교수와 내가 진행한 경향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원칙적 재검토 이야기를 하잖아요. 문재인 후보와 대선토론 과정에서도 그 입장을 재천명했고. 언론 보도도 조금 나왔지만, 제가 비상대책위원회 가니까 한나라당 당사에 있던 커다란 4대강 플래카드를 창고로 치웠다는 것 아닙니까. 저는 확신합니다. 이 상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칼로 두부 자르듯 할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과정을 통해 진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야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도 4대강 날치기 예산 통과 등에서 공동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거래한 것이 있기 때문에 소위 친이(親李)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4대강 담합사건 등에서도 결국 수사권을 가진 것은 검찰인데, 4대강을 파헤치면 친이·친박을 가리지 않고 연루된 정치권 인사들이 상당히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결국 덮어버리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4대강은 묻힐 수가 없습니다. 시간은 걸릴 수 있어도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친이가 MB를 두둔하기 위해 필사적인 것은 맞아요. 정치적으로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해 있잖아요. 만약 여기서 한 15명 정도만 여권에서 이탈하면 예산이고 뭐고 어려워집니다. 대통령 입장에서 곤란해질 수 있어요. 저는 대통령의 뜻은 자연스럽게 그 진상이 밝혀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식으로 가는 것이 옳고.”

그러다가 실기하는 것 아닙니까. 전직 대통령이 얽힌 문제예요. 어떤 식으로든 제대로 된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일 아닐까요.

“이렇게 논란이 심해지면 대통령이 결심할 필요가 있겠죠. 결론을 내린다기보다도. 4대강 문제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떤 특별위원회 같은 것을 구성하고, 국회에서 입법화되어 조사위원회가 실질적인 수사권도 갖고, 기한도 2년 정도 잡아서 이전의 과거사 규명위원회처럼 활동하게 한다든가 그런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할 걸로 봅니다.”

청와대나 이런 쪽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자문 요청 같은 건 없습니까.

“그건 내가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지. 요즘은 그런 게 없긴 없는데….”

있기는 있었군요.

“나중에 임기 끝나고 저도 회고록 쓰고 돈 좀 법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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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에 삼탕은 기본 ‘민망한 창조경제’


·축산분뇨 처리사업 등 이름만 갖다 붙인 ‘창조 사업’ 수두룩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창조경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을 헤매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내년부터 추진하겠다고 국회에 제출한 창조경제 실현 사업들 중 상당수가 기존 사업의 재탕 삼탕으로 이름만 창조경제를 갖다 붙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의원(민주당)이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로부터 제출받은 ‘창조경제 실현계획 관련 사업 2014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가 창조경제 사업이라고 제출한 사업들은 대부분 과거 정부부터 진행돼 왔던 사업들로 ‘무늬만 창조경제’ 사업이었다.

이전부터 해오던 사업 포장만 바꿔

중소기업청(중기청)은 중소 지식서비스 기업 육성, 창업 선도대학 육성을 창조경제 사업으로 내세웠다. 중소 지식서비스 기업 육성 사업과 창업 선도대학 육성 사업은 내년 예산으로 각각 75억원과 508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해마다 중기청이 해왔던 사업들이다. 중소 지식서비스 기업 육성 사업과 창업 선도대학 육성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도 정부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벤처·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 및 글로벌 진출 강화’라는 전략목표 아래 중소·중견기업 수출경쟁력 강화 사업과 산업기술 국제협력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사업 역시 기존 사업을 창조경제로 그럴 듯하게 포장을 한 데 불과하다. 우리 경제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중소·중견기업을 키운다는 중소·중견기업 수출경쟁력 강화는 올해에도 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내년에는 창조경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명목으로 91억55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기술 공동개발 등을 지원하는 산업기술 국제협력 사업 역시 과거부터 이어져온 사업이다. 산업기술 국제협력 사업은 내년에 505억52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해양수산부(해수부)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도 ‘창조경제 사업’ 리스트에 이미 하고 있던 사업을 올렸다. 해수부는 해양장비 개발 및 인프라 구축 사업(60억원)을, 농식품부는 축산분뇨 처리시설 사업(45억원)을 창조경제 사업이라고 미래부에 보고했다. 심지어 정부 때마다 하고 있는 정부조직 진단사업도 창조경제 사업으로 둔갑했다. 정부는 안전행정부(안행부) 소관인 정부조직 진단관리사업이 ‘국민과 정부가 함께하는 창조경제 문화 조성’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창조경제 사업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직이름·직위에도 ‘창조’ 덕지덕지

미래부가 국회에 제출한 창조경제 실현계획과 관련한 세부 사업을 보면 총 340개 중 각 부처의 창조경제 관련 신규 사업은 40개로 11.7%에 불과했다. 예산규모로 보면 더욱 미미하다. 전체 340개의 총 예산이 6조4900여억원인 데 비해 신규 사업 예산은 3406억원(5.2%)에 그쳤다. 창조경제를 외치면서도 정작 새로운 사업은 창조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부처가 박근혜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기존의 사업을 창조경제 사업이라고 부풀려 제출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각 부처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창조경제와 관련해 무엇인가 내놔야 한다는 압박감이 매우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은 “창조경제 실현 사업 중에서 순수하게 창조경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10%대에 머문다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아닌 기존 사업에 이름만 바꾼 ‘무늬만 창조경제’라는 것을 방증한다”며 “박근혜 정부는 뜬구름 잡기식 창조경제가 아닌 서민경제를 살리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창조경제 사업이라고 해서 기존에 없었던 사업을 새로운 사업으로 예산안에 편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하지만 기존의 사업이더라도 실제 사업 방향과 내용에서는 과거와 전혀 다를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미로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정부는 창조경제와 관련해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88개의 세부과제를 발표했다. 매달 15개 꼴이다. 그러나 정작 계획대로 실현된 것은 거의 없다. 미래부는 지난 4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①상상도전창업 국민운동 전개 ②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 수립 ③SW혁신전략 수립 ④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기능지구 육성계획 수립 ⑤이용자 선택형 요금제 출시 등을 100일 안에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중 계획대로 시행된 것은 상상도전창업 국민운동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실행이 늦었거나 아직까지 이행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유성엽 의원(민주당)은 “박근혜 정부는 아직도 창조경제의 대표 사례로 싸이와 개콘(개그콘서트)을 언급하고 있다”면서 “창조경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차분한 계획 없이 모양새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각 부처가 조직과 직위에 ‘창조’ 또는 ‘창의’라는 단어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최재천 의원(민주당)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모든 부처에 창조행정담당관, 창조기획재정담당관, 창조행정인사담당관이 생겨나는 등 70여개에 이르는 정부부처 조직과 직위에 ‘창조’, ‘창의’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다. 기존의 행정담당관, 기획재정담당관, 행정인사담당관에 ‘창조’라는 단어만 붙인 것이다. 최재천 의원은 “이번에 조사된 중앙 정부부처 외에 자방자치단체를 포함한다면 ‘창조’, ‘창의’가 붙은 조직과 직위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며 “조직에 ‘창조’, ‘창의’란 단어만 덧붙인다고 창조경제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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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모리스의 말이 한국에 먹히지 않는 이유

[오마이뉴스 최요한 기자]

내년 6월이면 제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립니다. 민의를 대변하고 봉사자로서 소양을 갖춰 국민들에게 선택을 받는 선량(選良)들이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실제 현실정치권은 권모술수, 마타도어, 흑색선전과 네거티브에 충실한, 그야말로 '개판'인 선거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할까? 저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정치컨설턴트로 활동을 하면서 참 많이 아쉬웠습니다. 동시에 고민도 되었지요. 그래서 그런 부정한 선거방법이 아닌, 정직하게 선거운동을 해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선거전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몇 회나 연재하게 될지 모르지만, 예비후보자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기자말

Triangulation? 중간층 다가서기? 헤겔의 정반합? 뭐야?

딕 모리스가 '파워게임의 법칙'에 소개할 때는 번역 상 '이슈의 선점?해결'의 법칙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삼각주의(Triangulation)라고도 하고 중간층 다가서기, 헤겔의 삼각형 등으로도 이야기 할 수 있지요. 그림으로 설명해 드릴게요.

중도층 다가서기(Triangulation)란?
▲ 트라이앵글레이션 중 간층다가서기 전략이란 득표의 극대화를 위해 중간층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갖는 양 극단(골수 좌파와 골수 우파)의 가운데 위치(중도층)해서 양쪽의 아젠다를 버무려 중간의 입장을 취하는 전략을 말한다. 삼각형 밑변의 양 꼭지점을 좌우로 보고, 위쪽 꼭지점처럼 양쪽의 장점만 취하는 노선이라고 해서 ‘삼각주의(triangulation)’이라고도 한다.
ⓒ 최요한

딕 모리스는 이슈의 선점과 해결을 위해서 세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 상대측의 문제를 해결한다.
 2. 그렇게 하기 위해 양쪽의 해결방안을 활용한다.
 3. 자신의 이슈 아젠다에 계속 포커스를 맞춘다.

딕 모리스는 후보자의 득표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간층에 있는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갖는 양 극단, 보통 우리가 골수 좌파와 골수 우파라고 부르는(때로는 가슴 아프게도 종북좌빨이니 수구꼴통이니 하면서 '딱지 붙이기'를 하죠), 양 극단의 가운데에 후보자의 노선을 위치시켜서 양쪽의 아젠다를 버무려서 중간의 입장을 취하는 전략을 의미한다고 주장합니다. 삼각형 밑변의 양 꼭지점을 좌우로 보고, 위쪽 꼭지점처럼 양쪽의 장점만 취하는 노선이라고 해서 '삼각주의(Triangulation)'라고도 부른다는 것이죠. 잘 보니까 헤겔이 변증법에서 이야기 했던 정반합(正反合)의 원리와 같잖아요?

정리해 보면, 삼각주의라고도 불리고 중도층 다가서기라고도 불리는 이 강력한 전략은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왼쪽과 오른쪽의 극단의 주장을 지양하고 양쪽의 장점만 취해서 적당하게 얼버무리는, 그래서 썩 흡족하지는 않으나 양쪽의 유권자를 적당히 무마하면서 가운데 많이 포진되어 있는 유권자를 자신의 지지로 돌리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례를 하나 들어보죠. 지난 대선에 그렇게 많이 이야기 되었지만 지금은 어디에 꼭꼭 숨었는지 알 수 없는, 네! 경제민주화 이야깁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경제민주화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경제민주화가 아젠다가 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한국경제는 민주화가 되지 않았다는 소리죠. 따라서 정치의 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의 민주화도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고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할 것 없이 열을 올렸습니다.

이참에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사항을 한 번 살펴볼까요?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상대적으로 문재인 후보보다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였다.
ⓒ 최요한

경제민주화 카테고리에 다섯 개 항목이 배치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세부사항으로 23개의 작은 항목이 줄줄이 매달려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는 별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경제민주화 공약 20개를 발표한 바 있지요.

 문제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그동안 야당을 비롯한 민주진보진영이 계속 주장했던 것이다. 20개의 공약을 원칙대로 적시했다.
ⓒ 최요한

사실 박근혜 후보 측이나 문재인 후보 측이나 공약사항에 대한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박근혜 후보 측에서 일반 유권자들이 보기 좋게 분류해서 세세하게 묶어 설명한 차이만 있을 뿐이죠.

자신의 언어?자신의 정체성으로 승부한다

다시 딕 모리스의 이슈 선점·해결의 원칙을 상기해서 생각해 봅시다. 

1. 상대측의 문제를 해결한다.
: 위의 경제민주화 이슈들은 그동안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안들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에 대해 박근혜 후보 측은 신규순환 출자를 금지한다는 약속을 했고 문재인 후보 측은 순환출자를 금지하되 기존의 출자도 3년 내에 해소한다는 약속을 한 것이죠. 어찌 되었든 박근혜 후보 측이 '순환출자'라는, 기존에 계속 야당이나 시민단체에 의해 요구되었던(상대 측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2. 그렇게 하기 위해 양쪽의 해결방안을 활용한다.
: 양쪽의 해결방안을 활용한다는 것은 포지션을 가운데로 맞춘다는 것입니다. 완전하게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것도 아니고 순환출자 금지를 포기하는 것도 아닌,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닌,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지만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 대기업의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수준으로 정리를 하는 것입니다. 절묘한 것이죠.

3. 자신의 이슈 아젠다에 계속 포커스를 맞춘다.
: 그런데 여기에서 '자신의 이슈 아젠다'에 계속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은 좀 설명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은 두 가지로 이야기 할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상대방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더라도 자기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고 승부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더라도 자신의 아이덴티티(색깔?정체성)를 벗어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주의주장을 한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위에 보신 표에 나타난 것만으로는 '경제민주화'에 관한 한 박근혜 후보 측이 내세운 언명은 이 두 가지(자신의 언어, Identity) 모두 맞지 않다는 것이죠. 문재인 후보 측의 주장이나 박근혜 후보 측의 주장이나 대동소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선점과 해결 전략은 이렇게 적용이 되었고 선거에서 톡톡히 효자노릇을 했습니다. 물론 선거 끝나고 나서 김종인 전 국민행복특위위원장과 함께 사라진 것이 안타깝지만 말이죠.

이에 대한 언급을 조지레이코프 교수는 그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나 <프레임전쟁>에서 아들 부시가 '감세'를 '세금구제'로, '상속세'를 '사망세'로, '유전발굴'을 '에너지 탐사'로, '범죄퇴치'를 '공공안전'으로 표현한 점을 승리의 이유로도 꼽습니다. 보수적 가치가 중도적 유권자들에게 쉽게 이해되고 다가가도록 했다는 것이죠. (조지레이코프 교수의 '중도층은 중도에 있지 않다'라는 주장이 미국에서는 충분히 이유 있는 설명이 되지만, 한국에서는 합리적인 설명이 되지 않는 이유도 보수적 언명과 진보적 언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한국 특유의 정서와 정치적 환경의 탓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딕 모리스말은 한국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

딕 모리스는 지난 2000년 10월 7일, ㈜이프레지던트의 초청으로 고려대학교에서 '미국대선과 전자정치(E-politics)'를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딕 모리스는 '인터넷 통해 글로벌 민주주의 실현'이라든지 '미래에는 인간 DNA 완전 해독'이라든지 하는 정치컨설턴트가 아닌 미래학자와 같은 이야길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서두에 꺼낸 이른바 'Triangulation'이었지요.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북한의 문제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좀 길더라도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있는 삼각형은 헤겔의 삼각형 또는 "트라이앵글레이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제가 미국 정치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것입니다만, 제 이론은 아닙니다. 헤겔의 이론이죠. 정말 민주주의는 이 이론처럼 발전해왔습니다. 한국이 새 문제에 직면했다고 가정할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어떻게 반대할 것인지를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문제를 해결할 때 창의력을 발휘하거나 자신만의 의견을 개진해 나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정치적 의사를 결정할 때 이미지나 인기, 슬로건에 휩쓸리지 마십시오. 오로지 토론이나 논쟁을 통해서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해보십시오. 모든 토론이 끝나고, 한국인들이 결론에 도달한 게 분명해 보일 때 "합"이 도출되는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 이런 상황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을 폐쇄사회에서 끌어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북한도 변화를 원하고 새로운 국가로 거듭나고 싶어한다고 말합니다. 가난하고 굶주린 북한을 원조하고 우호관계를 맺어나가면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한 형제 자매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북한은 남한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 주장에 따르면, 북한은 군사력을 계속 유지하고, 핵무기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이며, 남한에서 받은 재정원조금을 남한을 배신하는 데 사용할 것입니다.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약속도 받아내지 않고 북한과 협력하는 김대중 대통령은 한마디로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거죠.

이 상반된 두 견해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오고갈 것입니다. 이것은 건전하고도 참 좋은 현상입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이기 때문입니다. 6개월이나 1~2년 동안 이에 대한 논쟁이 이뤄진 뒤, 결론에 도달할 것입니다. 아마도 우파는 북한으로부터 안전에 대한 확약을 받고 싶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동포임을 감안해 북한이 원조를 계속 받길 바랄 것입니다. 그렇게 합의점에 도달하면,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제가 감히 딕 모리스와 같은 세계적인 정치컨설턴트의 말이 한국사회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는 한국적 상황을 모르는 딕 모리스의 순진함 때문입니다. 상반된 두 견해를 두고 뜨겁게 논쟁이 되고 이 건전하고 좋은 현상은 결국 결론으로 수렴된다는... 참 어이없고 허무한 결론인데요, 이 강연을 한 것이 2000년이니까 13년이 지난 2013년,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논쟁의 장은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딕 모리스는 경악을 할 것입니다. 건전하고 뜨거운 논쟁의 장이 아니라 일방을 죽이고 제거하고 없애려는 음모의 장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지금의 공안정국까지 이어지는 것이죠.

총정리 : 이슈삭감?해결 전략은 매우 강력한 전략이나 깊이 숙고해야 한다

앞선 글에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꾸 외국에 나가는 까닭은?'이라는 글을 통해 프랑수아 미테랑의 이슈삭감을 설명했고 오늘 글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이슈삭감과 해결전략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이 전략은 매우 공격적이고 강력한 전략이기는 하나 깊이 숙고해야 합니다. 왜냐면 한국의 정치상황은 상대방의 이슈를 삭감하고 해결한다는 단순한 이 전략이 치명적으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와 관련이 되면 곧 못 지킬 약속이 된다는 것이죠. 지지그룹으로부터의 이탈 혹은 내부붕괴가 되기 쉬운 이념적 '유리잔'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쨍'하고 깨지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아마 많은 한국의 정치인들이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면서 약속을 어기거나(경제민주화?기초노령연금) 다음에 설명드릴 '갈라치기 전략'을 자주 구사하나봅니다.

어머나! 다음 주제를 벌써 공개했네요? 네! 맞습니다. 이슈삭감?해결전략과 맞먹는 파급력을 가진 갈라치기 전략입니다. 맛보기만 선보입니다.

▲ 갈라치기 전략 민 감한 이슈(쟁점)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취해서 지지자들이 이슈(쟁점)에 대해 극렬하게 대립하도록 하며, 지지자들을 흥분시켜 더 많이 투표장에 끌어내도록 하는 전략이다. 칼 로브는 공화당 지지자가 민주당 지지자보다 결집도가 더 높다고 판단했기에 이 전략을 사용했다고 한다.
ⓒ 최요한

이 전략은 아주 민감한 쟁점에 대해서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는 이슈삭감·해결전략과는 정 반대로 아예 후보자가 일방의 편을 들는 것입니다. 왜 이것이 강력한 전략일까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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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경이 만난 사람] “질 낮은 정치평론 종편 등 방송 탓”(이철희)


·‘가장 바쁜’ 정치평론가 이철희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은 진영 논리에 포획되지 않고 그 논리에서 자유로울 때 나와 정치가 대중의 삶과 멀어지니 자꾸 코미디·예능화되는 것”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자 정치평론가인 이철희씨가 10월 14일부터 TBS 교통방송 <생방송 퇴근길 이철희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나섰다. 방송에 등장한 지 1년여 만에 자기 이름을 건 매일 2시간짜리 프로를 맡다니 엄청난 고속 출세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는 아줌마들도, 보수 성향의 어르신들도 각 프로그램에서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날카롭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전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한다. 최근엔 “귀엽다”며 사인을 요청하는 아줌마들도 있고, 아이돌도 아닌데 팬카페까지 생겼단다. 정치판은 여야가 모두 한숨만 나오는데 그를 비롯한 정치평론가들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대선 직전에 종편에 자주 등장해 정치평론을 하던 윤창중·김행씨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입성한 후 어떻게 해서든 정치평론가란 타이틀을 달려는 이들도 늘어났다. 요즘 jtbc <썰전>, 교통방송 <생방송 퇴근길 이철희입니다>, 하니TV <시사게이트>,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쑤시개> 등의 프로에 고정 출연하고, 경향신문을 비롯한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며, 서울디지털대학교 강의와 각종 강연들까지 유명 연예인 수준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이철희씨를 만나 대한민국에서 정치평론가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소감은 어떤가.

“부담스러우면서도 재미있다. 현재 라디오는 아침 시간대가 시사프로그램의 전쟁터다. 주제도 무겁고 유명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발언이 핫이슈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저녁 시간에는 부대끼는 시사뉴스보다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식을 전하려고 한다. 패널로 출연할 때는 내 이야기를 주로 말했지만 진행자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이라 신경이 쓰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한다.”

현재 가장 바쁜 정치평론가인데 정치평론가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우선 현실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또 정당의 내부 사정을 알아야 공허한 평론을 하지 않는다. 또 내부 사정을 아는 만큼 객관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특정한 편을 들어 진영논리에 갇히면 안 된다. 가끔 정치평론가들이 방송에서 마치 정당 대표처럼 대리전을 치르는 경우도 많은데, 평론가는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정치평론은 일반 분야와 다르다. 음악이나 영화 등은 작품이 만들어진 후에 그 작품을 놓고 평하지만 정치는 현재 이뤄지는 일에 대한 논평을 해야 해서 매우 조심스럽다. 행위자로서의 자세를 가지면 위험하다.”

그런데 요즘 왜 그리 ‘정치평론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많은가. 특히 종편에서는 교수, 치과의사, 스피치학원장, 시인, 심리학자는 물론 정체불명의 사람들까지 정치평론을 한다.

“종편이 가장 쉽고 싸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정치평론가 몇 명이 등장하는 시사토크인데, 수요가 늘어서 그렇다. 종편의 주시청자들이 50~60대인데 얼마 전까지 총선에 대선 등 정치 시즌이 이어지고, 시장이 커지면서 옥석을 가리지 않고 평론가들이 등장했다. 또 정치 지망생들이 너도나도 평론가로 나서 자기 이름 알리기에 바쁜 것도 한 요인이다. 정치평론가가 자격증이나 특별한 잣대가 있는 것도 아니니 누구나 나설 수 있다.”

평론이라고 하기엔 너무 독선적이거나 공허한 말만 하는 이들도 많다.
“종편의 시사프로 범람과 수준 낮은 정치평론가 양산에는 공중파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공중파에서 정치 뉴스가 의도적으로 퇴출되면서 객관적 근거를 갖고 말하는 정치 토론 프로도 거의 사라졌다. 종편은 MSG 등 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자극적인 프로를 만들다 보니 객관적이거나 점잖게 말하는 정치평론가는 설 자리가 없다. 금방 퇴출된다. 반면 매스컴을 통해 자신을 알리려는 이들은 독설이나 객관적이지 못한 말로 존재감을 보이려 하는데 이게 자극을 원하는 종편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교수들이 정치평론가로 나서는 것도 문제다. 얼마 전에는 각 정당의 이 캠프 저 캠프를 기웃거리던 폴리페서가 문제였다면 요즘은 정치를 근거없이 매도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독설 교수들이 더 문제다. 정치를 매도하고 비난하는 것이 가장 쉽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아무리 한심한 정치인들도 나름 조국과 민족을 생각하고 관료들도 그 자리가 요구하는 책임의식이 있는데, 무조건 정치인을 욕하고 정치를 폄하하면 안 된다.”

그 많은 정치평론가 중 가장 맹활약하는 비결은 뭔가.

“대통령비서실 정책행정관,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 원내대표 비서실 부실장 등을 두루 거친 현실정치 경험 덕분에 합리적인 정치평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은 진영논리에 포획된 사람이 아니라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몇 가지 원칙을 갖고 방송한다. 가장 중요한 게 진영논리를 대변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 말은 내가 진영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것이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건 아니다. 또 같은 진영이라고 해서 편들어줄 생각은 없다. 이런 내 원칙이 방송 프로에서 온건하거나 합리적으로 보여서 새로운 형식의 시사프로에 많이 출연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치나 정치인의 예능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국감에선 서슬퍼렇게 장관을 지적하던 국회의원들이 어떤 방송 프로에선 초등학교 운동회처럼 서로 가슴에 풍선을 넣고 터뜨리는 게임도 하던데.

“정치는 이미 예능화가 됐고 정치인이 따라온 셈이다. 박근혜·문재인 등 대선주자들이 ‘힐링캠프’ 등에 나온 이유도 미디어 말고는 정치인들이 소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청중민주주의 시대에 미디어의 힘이 너무 커졌고, 진보진영이 주도한 정치개혁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치인의 예능화가 대세가 됐다. 진보정치가 민주화 이후 현실정치에 대한 적응을 못하고 답도 내지 못하면서 시대담론이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부유초처럼 뿌리없이 흘러 미디어에 의존하는 것이다. 요즘 정치인의 활동은 내 기사나 사진이 미디어에 얼마나 많이 나왔느냐로 점수 매겨지고 보좌관의 능력이 평가된다. 큰 방향에서 보면 정치가 스스로 혼자 설 힘이 없어져 예능화되어 가는 것이다.”

정치가 너무 엄숙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코미디가 되는 것도 문제 아닌가.

“정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정치의 주체가 보통사람들의 생활과 관련되어 대중들이 주시하면 정치인도, 정치평론가도 무모한 언행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정치 주체가 보통사람들의 삶과 관련한 주제를 다루지 않는다. 복지정책도 이상주의가 아니라 복지정치의 메커니즘을 통해 나와야 한다. 정책은 과잉인데 복지정치를 잘 하는 사람이 드물다. 대중들에게 쉽고 편안한 말로 복지정치를 설명해줄 전문 정치인이 없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니 정치가 코미디로 비치는 것이다.”

대중에게 쉽게 말하는 정치인이 유능한 정치인인가.

“자기 철학과 어젠다가 있어야 쉬운 말로 전달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장한 지역주의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은 그가 10여년 넘게 천착해 본인의 소신과 확신이 있는 분야였다. 그걸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할 수 없다. 그런데 안철수·문재인의 어젠다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새정치’가 어젠다는 아니다. 정치인은 온몸으로 부딪쳐 자기 정책이나 어젠다를 만들어야 한다. 인기도나 지지율이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방송에서 안철수 의원이 하지 말아야 할 말 세 가지를 충고해 화제가 됐다.

“애매한 태도보다는 뚜벅뚜벅 나아가는 모습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에 ‘아니다’ ‘모르겠다’ ‘생각해본 바 없다’란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안 의원은 아무도 모르는 ‘새정치’란 말을 ‘이런저런 것이 새정치’란 식의 개념 정의로 승부해선 안 된다. 쿠데타도 다 새정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새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한다.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정치다. 당을 만든다는데, 그가 요구하는 깨끗하고 유능한 사람을 현 정치판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도자의 몫은 깃발 들고 끌고가는 힘이다. 특히 초창기에는 무조건 저질러야 한다. 정치는 머리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온몸으로 부딪쳐 깨닫는 행위예술이다. 그런데 안 의원은 착한 정치인, 괜찮은 국회의원인지는 모르지만 난세에 새로운 지도자상의 결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선의만으로 정치를 할 수 없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안 의원은 지금도 ‘대선에 내가 나갔으면 이겼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건 착각이다.”

그럼 문재인 의원은 어떤가.
“안 의원과 비슷하다. 참 착한 분이지만, 착한 후보가 좋은 후보는 아니다. 정치의 본질은 폭력적이다. 빼앗아 쟁취해야 한다. 내가 보기엔 안 의원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속도가 너무 더디다. 정치인, 특히 지도자는 대중의 삶을 책임지는 대리인이다. 그들을 위해 어떻게 싸우고 희생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고, 무모한 도전도 해야 하고,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DJ가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쓸쓸히 영국으로 떠났을 때, MB가 금배지 하나 달아보려고 이회창 총재에게 굽신거리다 미국으로 갔을 때, 노무현이 종로·부산에서 계속 떨어졌을 때 그들에게서 차기 대통령의 그림자를 누가 봤는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승부근성이 필요하다. 특히 대통령의 자질은 정치적 과정에서 숙성되고 훈련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 의원 역시 정파의 수장을 못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여의도에 잘 알려진 전략가 출신이다. 지난 총·대선 때 민주당의 필승전략을 내놓았지만 빛을 보지 못해 화가 나서 민주당을 나왔다고 했다.

“총선 때의 민간인 불법사찰이나 대선 때의 과거사 논쟁은 이기는 프레임이 아니라 그저 날리는 잽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들은 과거사나 정치구호보다 내 삶이 얼마나 더 좋아지는지를 강조해야 한다. 이젠 민주논쟁이 아니라 복지, 삶의 질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념논쟁하는 사이에 박근혜 후보가 민주당 정책을 다 가져갔다. 무상급식도 오세훈 전 시장 때문에 불이 붙었는데 새누리당이 해주겠다고 하고, 경제민주화도 김종인씨를 옆에 둬서 무게감을 더했다. 지금 논쟁 중인 NLL이나 국정원도 국민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민주당의 복지정책은 대중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복지를 감당할 사람을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데, 인적 쇄신이 전혀 안 되고 있다. 복지시대에 맞는 정치인, 새로운 사람들이 새 목소리로 설명해야 한다. 나 같으면 교육복지를 내세워 서울대 폐지론 등으로 논쟁에 불을 붙이겠다.”

인적 쇄신은 쉬운가.

“어렵다. 항상 물갈이를 강조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과거 인물들인 이해찬·한명숙·김한길이 이끈다. 386들은 대권은커녕 당권주자도 못만들었다. 그런데 그들도 50대에 진입했다. 항상 수혈해오던 운동권이나 시민운동가도 이제 고갈된 상태다. 복지나 노동분야 정책통도 안 보인다. 당도 스타를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왜 우리는 정치는 물론 언론까지 양극화가 심할까. 진보와 보수의 덕목이 있는데.

“우리의 보수는 깝깝한 꼴통이고, 진보는 시끄러운 깡통이다. 보수의 정체는 친기업이고, 진보는 그 반대인 친노동이다. 각자 대립하면서도 윈·윈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진보는 친북, 심지어 종북으로 규정된다.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데 이념만 강조한다. 아무리 순환출자가 어떻다 등등의 이야기를 해도 대중들에게 와닿지 않는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돈이 도는 경제민주화’란 쉬운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제라도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이 국민들의 일상 삶을 화두로 한 정책을 쉽고 간결한 슬로건으로 내세우지 않으면 차기에도 정권을 되찾기 힘들다.”

이제 지명도도 높아졌는데 다음 국회의원에 도전할 생각인가.

“방송에서 얻은 인기로 공천을 얻을 욕심은 없다. 국회의원이란 직업도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내 지향은 최고의 전략가다. 정권교체에 나름대로 전략적 구상을 갖고 움직이고픈 기대는 크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국회의원이 아니면 그런 기회를 안 준다. 그래서 그 전략을 실천할 도구로 국회의원이 되려고 했을 뿐이다. 정치평론가로서의 효용도가 얼마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국회의원에 도전할지 말지는 2년 정도 더 고민해봐야겠다.”

2008년에야 국회에서 나올 때 받은 퇴직금으로 첫 해외여행을 가족과 다녀왔다는 이철희씨는 요즘 방송출연료 덕분에 고2·3학년인 아이들에게 아버지로서 경제적 책임을 다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정치평론가에게도 행복은 ‘내 가족이 돈 걱정 없이 여유롭게 사는 것’이었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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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1년만에 日 수출 탄력…韓日 경쟁 격화"

승용차·반도체·화학제품 등 경합품목 수출증가세 반전

무협 "향후 엔저 영향 예의주시해야"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작년 9월 엔저가 시작된 이후에도 감소세를 지속하던 일본의 수출이 올 7월부터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경합품목의 수출이 대거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한-일 간 경쟁이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올 1월 일본 수출(엔화 기준)은 작년 동월 대비 6.3%의 반짝 성장세를 보인 뒤 2월 -2.9%, 3월 1.1%, 4월 3.8% 등으로 줄곧 저조했다.

이 때까지만해도 엔저 현상이 한국 경제에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일본 수출은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5월 10.1%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한데 이어 6월 7.4%, 7월 12.2%, 8월 14.6% 등으로 매달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 기준 역시 엔저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물량이 줄면서 수출증가율이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수출물량 확대로 감소폭이 둔화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우리나라와 경합관계에 있는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했고 철강, 자동차 부품 등도 감소세가 크게 둔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협은 엔화 평가절하→달러 기준 수출단가 하락→수출물량 증가→달러 기준 수출금액 회복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8월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HS 6단위 기준) 가운데 중복되는 품목 수는 55개로 작년(49개)에 비해 6개 증가했다. 이들 품목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달한다.

무협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의 대(對)일본 수출에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엔저 현상이 앞으로 세계시장에서의 한-일 간 경쟁관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ucho@yna.co.kr

  

"엔저, 이제는 우리나라 對세계 수출 위협"


【서울=뉴시스】정의진 기자 = "엔저(円低)로 우리나라 대(對)세계 수출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수출물량이 지난 7월부터 증가세로 반전됐다. 그 중에서도 우리 기업과 수출 경합관계에 있는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물량이 늘면서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지난해 9월 엔저가 시작된 이후 '엔화 평가절하→달러기준 수출단가 하락→수출물량 증가→달러기준 수출금액 회복'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20일 진단했다.

실제로 엔화 평가절하 후 엔화기준 수출은 지난 5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4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증가했으나, 5월에는 10.1%, 7월은 12.2%, 8월 14.6%로 급증했다. 달러기준 수출증가율도 감소세는 유지하고 있으나, 그 폭은 둔화됐다.

품목별로는 우리나라와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수출물량이 증가세로 전환됐고, 철강제품, 자동차 부품, 내연엔진 등 품목도 감소세가 크게 줄었다.

무협은 "이미 올해 1~8월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HS 6단위 기준) 중 중복 품목의 숫자가 지난해 49개에서 55개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품목들은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무려 54%나 차지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달러표시 수출단가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면서 조만간 엔저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엔저로 대일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나, 대세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된 적은 처음"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양국 간 경합관계에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경쟁 심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jeenjung@newsis.com

엔저 1년, 韓·日 수출 경쟁에 '경고등'

- 일본 엔달러 환율 상승효과 가시화
- 자동차 등 경합품목, 악영향 '우려'

무역협회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일본의 수출물량이 올해 7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엔·달러 환율 상승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특히 우리와 수출 경합관계에 있는 일본의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수출물량이 7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과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엔화 평가절하 후 엔화기준 수출은 5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8% 증가에 그쳤지만 5월 10.1%, 7월 12.2% 확대된데 이어 8월에는 14.6% 늘어났다.

달러기준 수출단가의 하락에도 수출물량은 감소세가 지속돼 달러기준 수출 증가율도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최근 수출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감소폭이 둔화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우리와 경합관계에 있는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수출물량이 7월부터 증가세로 바뀌었고, 철강제품, 자동차 부품, 내연엔진 등 여타 품목들도 감소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엔저가 시작된 지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엔화 평가절하 → 달러기준 수출단가 하락 → 수출물량 증가 → 달러기준 수출금액 회복’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엔저가 우리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올 1∼8월간 우리와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 중복되는 품목의 숫자가 작년 49개에서 55개로 늘었으며 이들 품목이 우리 전체수출에서 54%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일본기업들이 달러표시 수출단가를 공격적으로 인하해 최근 수출물량이 증가하고 있고 머지않아 엔저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엔저현상이 현재까지는 우리의 대일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반면 대세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승용차 등 한일간 경합관계에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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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전문가들 "양적완화 축소, 내년 3월 시작"

- 경제전문가 40명 설문..한달만에 6개월 늦춰져
- "내년 10월 QE 중단..셧다운에 4Q 성장률 0.3%P 하락"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에 따른 성장 둔화와 경제지표 발표 연기 등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내년 3월에 시작될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40명의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답변들의 중간값을 계산한 결과, 전문가들은 연준이 내년 3월 18~19일에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현행 850억달러에서 700억달러로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전망은 지난달초 실시한 설문조사 당시의 올 9월 축소 전망보다 6개월이나 늦춰진 것이다.

또 3월에 처음으로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하는 연준이 7월까지 자산매입 규모를 250억달러까지 줄인 뒤 그 해 10월이 돼서야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내년 중반을 양적완화 중단 시점으로 언급했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전망보다 훨씬 늦어지는 것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16일간 지속된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포인트 가까이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3월에 양적완화 규모가 처음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 로라 로스너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지표에 의존해 양적완화 규모 축소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연준으로서는 셧다운으로 인해 경제지표 발표가 줄줄이 연기되면서 판단이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경제가 전망대로 가는지를 확신하기 위해 연준으로서는 몇 개월 더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준이 이달 29~30일에 열리는 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진 못하더라도 12월 17~18일에 열리는 FOMC에서는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은 있다.

조셉 라보그나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10월에는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지 않을 것이지만, 12월에 축소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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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새마을운동,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켜야"


새마을지도자대회 축사서 강조…"새마을운동, 현대사 바꾼 정신혁명"

"정부의 주요 국제협력 프로그램으로 추진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새마을운동과 관련, "미래지향적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키고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전남 순천에서 열린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 이같이 언급하고 "새마을운동은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이었고, 그 국민운동은 우리 국민의식을 변화시키며 나라를 새롭게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살려서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를 또다시 마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마을 운동의 내용과 실천방식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서 미래지향적인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이 세 가지 방향으로 새롭게 나아갔으면 한다"며 "제2의 새마을운동은 나눔, 봉사, 배려의 실천덕목을 더해 국민통합을 이끄는 공동체 운동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공동체 운동을 통해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고 세대·지역·계층간 갈등의 골을 메워나가는 것이 제2의 새마을운동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새마을운동은 국민의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창조운동, 문화적 역량을 키워내는 문화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도시와 농촌의 풀뿌리 문화운동, 지역의 특성에 맞는 현장중심의 창조경제를 실천하는 의식개혁 운동이 새마을 운동을 통해 구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의 행복에 기여하는 글로벌 운동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희망을 일으켰던 새마을운동이 지금은 세계의 많은 나라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는 지구촌새마을운동을 국제협력 프로그램의 중요 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온 주역"이라며 "국민과 더 넓게 소통하면서 새마을운동을 다시 한 번 범국민 운동으로 승화시켜 국민들이 다시 한마음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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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셰일 원유 생산 정점 시기 논란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지금 미국에서는 하루 280만배럴의 원유가 셰일 암반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덕분에 미국은 지난 89년 이후 처음 에너지 독립국이 될 전망이다. 세계에너지 기구는 미국이 2020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꾸준히 셰일에서 원유(Light Tight OiL)를 뽑아낼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최근 보도했다.

셰일층에 대해 연구하는 지구과학자인 데이비드 휴즈는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량이 계속 줄어들 것이란 입장이다. 생산량이 늘어날 수 록 말라버리는 셰일 시추공이 늘어나고 결국 많은 시추공을 뚫어야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석유 시추 컨설팅 회사인 드릴링인포의 앨런 길머 CEO는 생산에 들어간 셰일 시추공들은 첫해에 생산량이 70% 가량 줄어든다고 말한다.

노스 다코타 주의 배켄 셰일에서는 2004년 5월 한 달간 시추량이 2358배럴에 달했지만 그 해에 바로 생산량이 69%나 쪼그라 들었다. 이곳은 황무지나 다름없던 오지로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셰일 오일 지대로 평가받고 있다.

휴즈는 미국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셰일원유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매년 350억달러를 들여 6000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개발이 시작된 셰일 유전들은 기존 유전들 보다 생산량이 떨어진다는 정보도 우려를 이런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휴즈는 미국 내 셰일 원유 개발이 2017년 정점을 찍은 후 2년 내에 2012년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셰일 개발에 대한 보다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압둘라 엘-바드리 OPEC 사무총장의 발언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엘-바드리 사무통장은 지난달 쿠웨이트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량이 이미 정점에 진입했고 2018년 이후에는 감소세로 접어들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물론 이런 주장에 반대에 서는 이들도 있다. 미국 2위 가스업체 체사피크의 CEO를 역임한 오브리 맥클렌던은 셰일 원유 생산량 감소를 우려하는 학자들의 실력을 폄하하고 그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석유재벌인 해럴드 햄 콘티넨탈 CEO도 노스다코다의 윌리스턴 분지 내에 위치한 배켄과 다른 셰일의 원유 매장량이 240억배럴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기술 발달에 따라 450억배럴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입장이다. 그는 "셰일 개발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단언한다.

실제 콘티넨탈이 노스다코타에서 셰일 원유 개발을 시작한 이후 생산량은 10배나 늘어나 하루 87만4000배럴에 달한다. 이는 석유개발기구(OECE) 회원국 중 생산량이 가장 적은 에콰도르나 카타르와 비슷한 수준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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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집이 남아돈다"…'주택정책' 어떻게되나?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지난해 102.7%를 기록했던 주택보급률이 오는 2022년에는 선진국 수준에 거의 근접한 10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것은 가구 수에 비해 주택이 많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집을 더 짓지 않아도 이제는 주택 공급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는 110% 수준으로 올라설 때까지는 공급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지만, 주택 전문가들은 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어선 이후 공급 위주의 주택정책 패러다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택보급률 110%까지 공급이 우선이다=17일 경기도 평촌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제2차 장기주택종합계획 공청회'에서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사실 과거 10년보다 앞으로의 10년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급이 중요하고 주택보급률이 110% 정도는 돼야 어느 정도 주택시장이 안정화 되지 않을까 싶다"고 운을 뗐다.

김재정 주택정책관은 "아직까지 주택 재고량이 충분치는 않다"면서 "지금은 수요가 별로 없다고 얘기를 하지만 수요는 수시로 변한다"고 언급했다. 지금은 집값이 낮아진 상황이라 수요가 없다고 판단을 하지만, 가격이 조금만 올라가도 투자수요가 생기고 더 상향 조정되면 투기수요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상황에 따른 맞춤 공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택보급률 110% 달성은 주택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른 수요와 속도조절을 전제한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제2차 주택장기종합계획(2013~2022)안을 통해 향후 10년간 주택 수요를 연평균 39만가구로 보고 이 수요와 같은 수준으로 연평균 39만가구, 10년간 390만 가구를 공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난 2003년에 수립한 1차 계획에서는 연평균 주택수요가 44만가구로 예측됐으나 주택보급률 확대를 위해 이보다 많은 50만가구가 공급된 것에 비하면 앞으로는 연평균 11만가구의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다.

◆"변하는 주택점유형태"…정책의 로드맵 필요=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일변도의 정책에서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질적인 향상을 위한 주거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세종대학교 교수는 "자가보다 임차를 선호하는 시장의 추세를 봤을 때 그대로 두면 2022년이 됐을 때 자가 점유율이 줄어든다"면서 "그렇다면 정부는 다양한 대안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변 교수는 "주택이 부족하던 시절의 지표인 주택보급률, 인구 천인당 주택수 등은 목표가 거의 달성된 상태"라면서 "질적인 측면에서 주거안정을 정부가 보장해주는 비율은 얼마를 하겠다, 임차인의 거주기간을 4년을 보장을 해주겠다 이런 질적인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택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국민들이 가시적으로 느낄 수 있는 주택정책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역시 "고령화 사회,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자가를 갖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임차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장기화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자가주의'로 갈 것인지, '차가주의'로 갈 것인지 입장을 정하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고주택관리·민간의 역할 강화 등=주택보급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된 주택들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이사 건수가 많이 줄었다. 한 번 주택을 사면 평균 거주기간이 8년 이상"이라면서 "주택의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돼 5개 신도시에 15년 이상된 가구 수가 500만 가구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재고주택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부분이 수직증축 리모델링, 층간소음절감, 에너지효율성과 맞물려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동주택의 경우 장기수선충당금이 적립되고 있지만 단독주택의 노후화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향후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들도 쏟아졌다.

서종균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공공과 민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기존에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구분하자는 말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는 민간에서 공적인 성격을 가진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인센티브 부여를 통한 기업형 민간 임대 사업자 육성, 임대주택 통합관리 시스템 개선을 통한 민간 임대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함께했다.

한편 국토연구원은 향후 10년간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주거안전망을 구축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바우처 도입으로 연간 97만가구를 지원하고 고령자·장애인의 자립생활기반 마련을 위해 재가복지서비스와 주택이 결합된 '서포티드 하우징' 등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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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에너지정책 강조한 ‘대구 선언문’ 채택 … 89년 역사상 최대 규모

세 계에너지총회가 한창이던 지난 15일 오전 대구 엑스코 전시장 옆 인터불고 호텔 커피숍. 신재생에너지 전문 중소기업 한성고주파의 임연형 이사가 미국의 열병합발전설비 제조사 누터에릭슨에서 온 바이어와 미팅 중이었다. 2시간 넘게 노트북으로 동영상 등을 보여주며 즉석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폐열회수처리장치(HRSG) 부품에 대한 설명을 마친 임 이사의 표정은 밝았다. 설명을 들은 바이어가 “미리 못 만난 게 한스러울 정도”라며 “곧 좋은 소식을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틀 뒤 임 이사는 누터에릭슨 측 실무진을 서울에서 만나 협상에 들어갔다. 임 이사는 “생산품의 80%를 유럽·중동에 수출하기 때문에 출장이 잦다. 지난주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왔는데 이렇게 대구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게 될지 몰랐다”고 기뻐했다.

120여 개국에서 7500여 명의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대구 세계에너지총회가 우리 기업들에 실질적 성과를 안겨준 사례다.

세계에너지협회(WEC)가 1924년 이후 3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에너지총회는 규모와 내실 면에서 ‘에너지 올림픽’으로 불린다. ‘내일의 에너지를 위한 오늘의 행동(Securing Tomorrow’s Energy Today)’을 주제로 13~17일 개최된 이번 제22차 총회는 89년 역사상 최다 참가자(7500여 명, 일반 참관객 3만여 명), 최다 국가 장·차관급 인사 참석(42개국 54명) 등의 기록을 남겼다.

13일 대구에서 개막한 세계에너지총회에서 피에르 가도닉스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도 16일 오전 세션에 참석, 특별 연설을 통해 올해 WEC가 정의한 에너지 3중고(energy trilemma)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한국의 경험을 소개하고 에너지 시장 변화에 따른 국내외 에너지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에너지 3중고란 ▶에너지 수급 불균형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를 일컫는다.

박 대통령은 또 창의적 아이디어와 과학기술, IT를 접목하는 ‘창조형 에너지경제’ 모델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깨끗하고 안전하며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근혜정부의 주요 국정 화두인 창조경제와 관련, 박 대통령은 “에너지 산업은 창조경제 패러다임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로 에너지 저장장치(ESS), 에너지 관리시스템(EMS)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이렇게 해서 절약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너지총회는 대회 마지막 날인 17일 ‘대구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서는 ▶스마트 그리드 등 에너지 시스템 개선과 안전한 에너지 정책 수립을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선·후진국 간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에너지 형평 달성 ▶국가별 사정에 맞는 지속가능한 성장 추진 등의 내용을 담았다.

대구=전수진기자

 

“블랙아웃 공포는 에너지 위기 미리 알리는 모닝콜”


한국이 초강대국 미국·중국을 앞섰다고 평가받는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에너지 분야다. 매년 세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스위스에서 여는 ‘다보스 포럼’으로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은 매년 105개국을 대상으로 에너지 구축·성과 지수(Energy Architecture Performance Index)를 산출한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3년 지표에서 한국은 105개국 중 38위로 미국(55위), 중국(74위)을 앞섰다. 1위는 에너지 자급능력과 안정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노르웨이가 차지했다. WEF는 ‘에너지 삼각형(energy triangle)’이라 규정한 ▶친환경적 지속가능성 ▶에너지 접근성과 안전성 ▶에너지와 경제 성장의 연관성 세 가지 분야 관련 자료에서 16개의 지수를 도출해 수치화했다. 이 지표를 직접 만든 에스펜 멜럼(40·사진) WEF 에너지산업 지식경영통합 담당 국장을 중앙SUNDAY가 지난 15일 대구에서 만났다.

“에너지는 신뢰가 생명 … 원전 비리 유감”

멜럼 국장은 “세계 에너지 산업이 최근 대전환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 원자력뿐 아니라 재생 에너지기술 분야에서 ‘혁신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에너지 구축·성과지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이 친환경적 지속가능성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데 이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13~17일 대구에서 열린 제22차 세계에너지총회(World Energy Congress·WEC) 참석차 처음으로 방한한 멜럼 국장은 “총회 내용이 알차 복제인간이 돼서 모든 세션을 듣고 싶을 정도”라고 소감을 말했다.

노르웨이 외교관 출신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근무하다 2006년 WEF에 합류한 멜럼 국장은 아시아 지역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동안 중국·태국·미얀마 등 아시아 각국에 체류하며 에너지 보고서를 냈다.

멜럼 국장은 한국 에너지 사정에도 밝았다. 올해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원전 불량 부품 비리와 관련, 그는 “에너지 분야에서 소비자의 신뢰는 생명과도 같다”며 “우리 모두의 일상에서 필수적인 요소인 에너지를 믿고 쓸 수 없게 되면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국에선 지난 한여름 무더위 속에 블랙아웃(대정전) 우려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에너지를 다루는 기업은 공기업이냐, 사기업이냐 여부를 떠나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게 먼저다. 블랙아웃 우려는 일반 국민들에게 전기가 공기처럼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는 의식을 일깨워준 ‘모닝콜’이 아니었을까 한다.

일본에선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 이후 일기예보를 하듯 ‘에너지 예보’를 실시하고 있다.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기 쉬운 아이콘으로 바꿔서 누구나 전력 수급 상황을 쉽게 알 수 있게 만들어 신문·방송을 통해 알려준다. 에너지 절약을 생활 습관이 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한국도 도입하면 어떨까 싶다. 앞으론 전 세계 많은 신문에서 날씨 예보 옆에 ‘에너지 예보’를 싣게 되지 않을까.”

-산업용 전기가 상대적으로 너무 저렴한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는데.

“개인적으론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고국인 노르웨이 역시 에너지 집중도가 높은 산업국가이다 보니 산업용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낮다. 에너지와 경제성장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 단, 상업용·가정용 전기와의 차이를 사정에 따라 세밀하게 조절할 필요는 있다.

에너지는 과거엔 ‘무조건 많이 만들어내면 된다’는 단순한 산업이었으나 이젠 국내외의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분야로 바뀌는 중이다.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듯 에너지는 이제 글로벌한 문제가 됐다. 각국의 이해관계도 얽히고 설켜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한창 경제성장 중인 중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라는 국제사회 압력에 반발하는 것이 좋은 예다.”

-중국은 WEF의 에너지 지수에서 105개 국가 중 74위다.

“중국의 석탄 의존비율은 68%에 달한다. 이와 함께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고, 이를 개선하고자 여러 가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좋은 신호다. 미국의 경우 55위인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내에서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다음 평가에선 순위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는 ‘방 안의 코끼리’같은 문제”

대구 세계에너지총회에서 멜럼 국장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세션은 14일 열린 ‘후쿠시마 사태가 남긴 과제’세션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TEPCO)의 아이자와 젠고(相沢善吾) 부사장 겸 원자력 수석책임자가 직접 나와 “원전 사고 이후에도 일본은 에너지 상당 부분을 여전히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비중을 줄일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멜럼 국장은 이와 관련, “점점 고갈되고 있는 화석연료와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원자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후쿠시마 사태를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에 대해 되돌아보는 아주 쓴 약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고 표현했다. 모두가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애써 해결책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전 세계가 이제부터라도 화석연료에 대한 대안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독일은 2022년까지, 스위스는 2034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키로 했다. 세계적으로 탈핵(脫核)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각국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어느 정부이건 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자인 국민의 이해를 먼저 구해야 한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독일처럼 원전 폐기 선언을 한 나라도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여전히 원전 의존도가 상당한 실정이다. 원자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우선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한국, 에너지 수출대국 되려면 IT 활용을”

-이웃 나라인 한국에도 후쿠시마 사태의 여파가 상당하다.

“안타깝지만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는 화석연료도 마찬가지다. 원유 유출 사고는 한국도 (2008년 충남 태안에서) 당하지 않았나. 문제는 원자력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를 공론화해서 원자력을 선택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이제 각국의 중대 과제가 됐다.”

멜럼 국장은 한국에서도 이제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서로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이다. 그는 “제주도에 이미 스마트 그리드 단지가 조성돼 있을 정도로 한국은 이 분야에서 앞서고 있다”며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다는 한국이지만 앞으로 뛰어난 IT 기술을 활용하면 에너지 수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멜럼 국장의 페이스북엔 자전거를 타는 사진이 있다.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평소 생각을 담은 것이다. 그에게 “그렇다면 기름을 쓰는 비행기를 타고 에너지총회에 오는 건 모순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자전거 타고 올까도 아주 잠깐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사실 차도 몬다. 어린 딸이 둘이나 있어 차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영상 회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얼굴을 맞대는 만남만이 줄 수 있는 소통의 힘이 있다”며 “이번 대구 총회는 에너지 관계자들이 직접 만나 이야기하면서 에너지 관련 대안을 도출해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대구=전수진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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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스타트업]<1> 왜 글로벌 창업인가


창업이 미래다.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성장 동력은 새 정부의 최대 현안이다. 이들은 모두 창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좀체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모두 세계무대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 코너 `테크&스타트업`에서는 창업의 `본 글로벌(Born Global)`을 주제로 글로벌 창업 흐름과 전망 등을 파헤쳐 본다. 저자인 오덕환 대표는 삼성전자·IDC코리아·IDC 북아시아 총괄 대표를 지냈으며 지금은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를 맡고 있다.오덕환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 대표(doh@born2global.com)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과 국가 성장 엔진을 위한 청년 창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 젊은이는 창업을 기피하고 대기업을 선호해 대조를 이룬다. 반대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 청년창업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각종 기관과 민간 업체까지 가세해 창업을 위한 기반 조성에 나서고 있다.

상반된 두 현상을 바라보는 제3자는 패러다임이 산업 시대에서 정보 지식사회로 이미 바뀐 상황에서 제한된 인력을 수용하는 기업보다는 창업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창업을 한다면 국내 보다 글로벌에 초점을 맞추는 게 현명하다.

우리 뿐 아니라 창업은 세계적인 실업 해결 대안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스타트업 아메리카(Start-Up America)와 스타트업 위캔드(Start-Up Weekend) 프로그램이 포함된 업 글로벌 (Up-Global) 정책을 추진하고 저개발국 대상의 GEP (Global Entrepreneurship Program) 프로그램을 개발해 확산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왜 글로벌 창업이 필요한가? 먼저 우리 산업은 대기업 구조로 발전해 대다수 대졸 인력을 대기업이 흡수하고 다음으로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순이었다. 그러나 대기업 생산성 향상과 IT도입으로 예전과 같이 많은 인력이 필요치 않아 일자리면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이를 해소하고자 창업을 통한 일자리 확대가 주요 수단으로 등장해 협소한 국내 보다는 글로벌 시장이 창업의 화두가 되었다.

둘째로 시장 규모에서 5000만 인구의 내수시장은 너무 작다. 창업 후 죽음의 계곡을 지나 안정 상태로 진입까지 별 영향이 없으나 성장이 점차 둔화 되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되는데 돌파구는 오로지 글로벌 시장 뿐이다. 따라서 창업초기부터 70억 인구 대상의 글로벌화를 계획하고 창업을 한다면 작은 시장규모로 발생되는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셋째로 우리는 전쟁의 폐허로부터 빠른 성장을 이룩한 유일한 국가다. 우리가 가진 세계적인 제품은 전자,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이다. 그러나 우리를 추격하는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급속히 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생산성 위주의 하드웨어 산업보다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경쟁력 확보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한 세계적 기업(구글, 페이스북, 애플, MS, 오라클 등)이 산업을 주도하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세계를 주무르듯이, 앞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리더만이 국가 생존을 책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원이 부족해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해 국내로 재화를 들여와야 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을 국내에 두고 생산된 제품을 수출해 수익을 창출했지만, 지식정보화 사회 아래서는 글로벌화 학습이 많이 이루어졌고 해외거래가 증가하면서 현지창업이 과거에 비해 수월해졌다. 가급적이면 많은 젊은이가 해외로 나가야 한다.

글로벌 창업은 말이 쉽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우선 글로벌 창업에 요구되는 것은 세계적인 마인드와 시야다. 자부하건대 한국 사람처럼 명석함, 일에 대한 열정, 추진력을 가진 민족이 없다. 문제는 다양성 부족과 문제 해결 능력이다. 따라서 다양성 확보를 위한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며, 외국인과 교류가 적은 우리에게는 외국문화 이해와 비즈니스 태도, 대화능력 향상이 시급히 향상되어야 한다. 이런 토대에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있다면 글로벌 창업은 시도할 만하다.

미래부가 설립한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는 창업 분위기 확산과 글로벌 창업기업 육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전문가가 센터에 상주하면서 애로사항이나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창업을 원하는 젊은이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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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3만쌍 결혼하고 11만쌍 이혼했다


이혼 4쌍 중 1쌍은 황혼이혼…절반은 미성년 자녀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지난해 33만쌍이 새롭게 가정을 꾸린 반면 11만쌍은 파경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 4쌍 중 1쌍은 동거기간이 20년이 넘는 황혼 이혼이었고 2쌍 중 1쌍은 미성년 자녀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대법원이 펴낸 2013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결혼건수는 32만9천220건으로 전년(33만1천543건) 대비 0.7% 감소했다.

이혼건수는 2011년 11만4천707건에서 지난해 11만4천781건으로 0.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혼을 결혼생활 기간별로 보면 양 극단인 황혼 이혼과 신혼 이혼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작년 전체 이혼 중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와 4년차 미만 부부의 비율은 각각 26.4%와 24.6%로, 이를 더하면 전체 이혼 사건의 반을 넘는다.

이어 5~9년차(18.9%), 10~14년차(15.5%), 15~19년차(14.6%) 부부의 순이었다.

황혼 이혼의 비중은 2006년 19.1%에서 2007년 20.1%로 20%대에 올라섰다. 이후 2008년 23.1%, 2009년 22.8%, 2010년 23.8%, 2011년 24.8%, 2012년 26.4%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이혼 부부 가운데 미성년 자녀가 없는 부부의 비율은 47.1%로 절반에 육박했다.

한 자녀를 둔 이혼 부부의 비율은 26.3%, 두 자녀 이혼 부부는 23%, 세 자녀 이상 이혼 부부는 3.6%로 집계됐다.

이혼 사유로는 성격차이를 꼽은 부부가 47.3%로 가장 많았고, 기타 20.9%, 경제문제 12.8%, 배우자 부정 7.6%, 가족 간 불화 6.5%, 정신적·육체적 학대 4.2%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가사소송사건에 관련된 외국인은 7천397명으로 이중 80.7%가 이혼사건에 관계됐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3천486명(47.1%)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1천819명(24.6%), 필리핀 326명(4.4%) 등의 순이었다.

이혼을 포함해 지난해 접수된 전체 가사사건은 14만1천179건이었다.

pdhis959@yna.co.kr
 

"20년 참았지만 더는 못 살아"…이혼 4쌍 중 1쌍은 '황혼이혼'

지난 해 33만쌍이 결혼한 반면, 11만쌍은 이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혼 4쌍 중 1쌍은 함께 산 기간이 20년이 넘는 황혼이혼으로 조사됐다.

20일 대법원이 펴낸 2013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결혼건수는 32만9220건으로 전년(33만1543건) 대비 0.7% 감소했다.

이혼건수는 2011년 11만4707건에서 지난해 11만4781건으로 0.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혼을 결혼생활 기간별로 보면 양 극단인 황혼 이혼과 신혼 이혼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작년 전체 이혼 중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와 4년차 미만 부부의 비율은 각각 26.4%와 24.6%로, 이를 더하면 전체 이혼 사건의 반을 넘는다. 이어 5~9년차(18.9%), 10~14년차(15.5%), 15~19년차(14.6%) 부부의 순이었다.

황혼 이혼의 비중은 2006년 19.1%에서 2007년 20.1%로 20%대에 올라섰다. 이후 2008년 23.1%, 2009년 22.8%, 2010년 23.8%, 2011년 24.8%, 2012년 26.4%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체 이혼 부부 가운데 미성년 자녀가 없는 부부의 비율은 47.1%로 절반에 육박했다. 한 자녀를 둔 이혼 부부의 비율은 26.3%, 두 자녀 이혼 부부는 23%, 세 자녀 이상 이혼 부부는 3.6%로 집계됐다.

이혼 사유로는 성격차이를 꼽은 부부가 47.3%로 가장 많았고, 기타 20.9%, 경제문제 12.8%, 배우자 부정 7.6%, 가족 간 불화 6.5%, 정신적·육체적 학대 4.2% 등의 순이었다.

한경닷컴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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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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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 위축…이통사 '2차 성장한계' 우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성장일로를 달리던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 기미가 감지되면서 이동통신사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데 이어 20일 통신업계와 미래창조과학부의 통계에서도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폭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동통신 산업 전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것은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이동통신 보급률은 이미 100% 넘어선 지 오래다. 지난 8월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지난 8월 기준 약 5천416만명으로 통계청 추계 인구 5천22만명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런 '성장의 한계' 상황에서 이통사들은 스마트폰으로의 시장 전환과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통한 무선 데이터 트래픽 증가를 통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유지·개선해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마저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2차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LTE 상용화와 이에 따른 전국망 구축에 따라 설비투자를 위한 이동통신 3사의 자본지출(CAPEX)은 매년 1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LTE 망 구축 경쟁에 따라 무려 8조원이라는 투자 비용이 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동통신 요금은 가격경쟁과 정부 규제 등으로 조금씩 인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3사의 부채 비율은 2010년 연간 86.4∼137.3%에서 올해 상반기 90.2∼184%까지 치솟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음성 위주 시장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수익 구조 개선을 시도하며 시장 포화 문제를 타개하려 했으나 스마트폰 가입자 포화로 성장 정체의 벽에 부딪힌 셈"이라며 "네트워크 투자비만 급증하고 이에 따른 ARPU 확대나 부가 서비스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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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어 올 상반기까지 기업 성장성 지표 곤두박질

지난 2012년 국내 법인기업의 성장성 지표 증가폭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2012년 국내 법인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은 2011년 12.2%에 비해 7.1% 하락한 5.1%를 기록했다.

2011년 매출증가율은 2010년 매출 증가율(15.3%)에서 3.1% 소폭 하락했지만 2012년의 매출증가율은 급락했다.

전기전자업종을 제외한 대다수 제조업의 증가폭이 축소되거나 감소로 반전됐고 내수부진으로 도·소매 업종을 중심으로 비제조업도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자산 증가율도 2010년 9.3%에서 2011년 9.6% 소폭 상승했다가 2012년 5.1%로 급락했다. 유형자산 증가율도 2010년 9.1%에서 2011년 9.2%로 상승했다가 2012년 6.5%로 떨어졌다. 석유·화학 등 대다수 제조업과 전기가스 등 비제조업 모두 증가폭이 축소됐다.

이와 관련 김경학 한국은행 기업통계 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과 2011년은 회복추세였지만 2012년에는 일본경기가 좋지 않았고 유럽발 경제 위기도 있었다”면서 “2012년 기업들의 성장성 지표가 크게 떨어진 것은 이같은 여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팀장은 “2012년에는 모든 지표가 하락했다”면서 “석유화학이나 철강, 금속 등이 국제시장에서 가격이 떨어져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한은에 따르면 2012년의 여파는 2013년 1, 2분기에도 이어져 2013년 성장성 지표 상승률은 2012년에 비해 더욱 떨어졌다. 김 팀장은 “2013년 상반기에도 2012년의 여파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국내법인 기업들의 매출영업 이익률도 2010년부터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2010년 5.3%였던 수치가 2011년에는 4.5%로 0.8% 하락했으며 지난해에는 4.1%를 기록, 소폭 하락했다.

기업규모별 성장성 및 수익성 지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더 큰 폭으로 축소된 양상을 보였고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대기업과의 수익성 격차도 어느정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2011년 13.1%에서 2012년 5.0%로 8.1% 하락했으며 중소기업의 경우 2011년 10.6%에서 5.3%로 5.3% 하락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에서도 대기업은 4.7%로 2011년 대비 0.5% 하락했지만 중소기업은 2011년 수준인 3.1%를 유지했다.

데일리안 목용재 기자 

 

작년 국내기업 1천원 팔아 41원 남겨..전년대비 4원↓


(자료제공=한국은행) News1

[2013 기업경영분석]매출액 증가율 반토막..부채비율은 개선

(서울=뉴스1) 이현아 기자 = 경기침체와 원자재값 상승등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실적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20일 결산일이 6~12월인 국내 영리 법인기업 46만4425개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발표한 '201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1%를 기록, 전년에 비해 0.4%포인트(p) 떨어졌다.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매출원가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업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이 3.1%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보인 반면 대기업은 2011년 5.3%에서 4.7%로 1년새 0.6%p 줄었다.

경기부진으로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도 수치의 절반이하로 뚝 떨어졌다.

기업들의 매출액증가율은 지난 2011년 12.2%보다 7.1%포인트 낮은 5.1%를 기록했다. 이중 제조업의 경우 같은 기간 13.6%에서 4.2%로 증가율이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출액대비 세전순이익 비중은 지난 2011년 3.7%에서 3.4%로 전년대비 0.3%p떨어졌다. 덩달아 총자산(9.6%→5.1%)과 유형자산(9.2%→6.5%) 증가율도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부진으로 전기전자업종을 제외한 대다수 제조업의 매출액증가세가 축소되거나 감소로 반전됐으며 내수부진으로 도·소매업종을 중심으로 비제조업도 크게 축소됐다"고 밝혔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데 대응해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빌린 빚도 같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기업들의 경영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147.6%로 2010년 152.7%보다 5.1%p 떨어졌다. 부채비율은 석유·화학, 기계·전기전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제조업, 비제조업 모두 하락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31.9%로 전년(32.2%)대비 소폭 하락했다. 석유·화학, 조선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상승했지만 도소매, 운수 등 비제조업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2011년 144.9%에서 지난해 140.1%로 줄었으며 차입금의존도 역시 31.7%에서 31.3%로 소폭 하락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같은기간 179.2%에서 174.3%로 줄었고 차입금의존도는 33.8%로 전년과 동일했다.

기업 영업이익률 4.1%…10년만에 최저 수준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지난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결산일이 6~12월인 46만4425개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1%로 나타났다.

이는 2002년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4.6%)보다도 악화된 것이다.

매출액 대비 세전순이익률은 3.4%로 전년(3.7%)보다 0.3%포인트 낮았다.

신은미 기업통계팀 과장은 "국내외 경기 부진 여파로 기업들의 성장세가 축소된 탓"이라면서 "특히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매출원가 비중이 커졌다"고 전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전년(12.2%)보다 7.1%포인트 줄어든 5.1%였다. 이는 2009년의 2.6% 이후 가장 낮다.

전기전자(2.3%→11.7%)와 비금속광물(1.7%→2.6%) 제외한 13개 제조업의 매출액증가율이 모두 둔화됐다.금속제품(18.2%→-2.6%)과 조선(4.5%→-2.2%)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섬유·의복(13.3%→2.8%)과 석유·화학(25.5%→3.2%), 자동차(19.8%→3.5%) 등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판매관리비 비중은 2011년 95.5%에서 95.9%로 0.04%포인트 높아졌다.

기업의 총자산증가율도 9.6%에서 5.1%로 내렸다. 통계가 작성된 2002년(4.2%)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유형자산증가율은 6.5%로 전년도(9.2%)보다 2.7%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의 현금 흐름은 다소 개선됐다. 지난해 부채비율이 147.6%로 전년도(152.7%)보다 낮아졌다. 차입금의존도도 32.2%에서 31.9%로 떨어졌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보다는 대기업의 지표가 더 악화됐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대기업이 2011년 5.3%에서 4.7%로 0.6%포인트 떨어졌다. 매출액 대비 세전순이익률(4.6%→4.0%)의 하락폭은 0.6%포인트였다. 반면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전년도와 같은 3.1%였고, 세전순이익률(2.2%→2.4%)은 오히려 0.2%포인트 나아졌다.

성장성의 경우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13.1%→5.0%)과 총자산증가율(10.0%→4.5%)은 각각 8.1%포인트, 5.5%포인트 축소됐다. 반면 중소기업의 매출액증가율(10.6%→5.3%)과 총자산증가율(8.5%→7.0%)은 대기업 보다 낮은 5.3%포인트, 1.5%포인트에 그쳤다.

신 과장은 "중소기업의 사정이 나아졌다기 보다는 대기업이 경기 부진의 타격을 더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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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통신업계, 생존위한 'M&A 전쟁'



(서울=뉴스1) 허재경 기자 =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한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세계 정보기술(IT) 통신업계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3분기 IT와 통신업계의 인수 거래규모는 약 2400억달러(약 260조원)로,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세계 IT통신업계의 판도변화는 인수합병(M&A) 성공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도 통큰 배팅과 함께 M&A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미국 최대 휴대폰 유통업체인 브라이트 스타를 전격 인수했다. 12억6000만달러(약 1조3400억원)를 들여 57%의 지분을 매입키로 한 소프트뱅크는 향후 5년간 이 업체의 지분을 70%까지 늘릴 예정이다. 세계 125개국의 200여개 이동통신업체에 연간 8000만대 단말기를 공급 중인 브라이트 스타의 지난해 매출은 약 63억달러 규모다.

소프트뱅크는 앞서 지난 6월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 넥스텔 지분 80%를 인수하는데 약 216억달러(약 24조9000억원)를 쏟아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의 이같은 광폭 행보를 두고 "손 회장이 삼성전자와 애플 중심으로 재편 중인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회오리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는 업체들도 쟁쟁하다. 중국 IT업계에 돌풍의 주역으로 성장한 레노보는 사실상 스마트폰 원조업체로 불렸던 블랙베리 인수전에 가세한 상태다. WSJ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레노보가 블랙베리의 회계장부를 보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비밀엄수'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레노보가 지난 2005년 5월 IBM 컴퓨터(PC)사업부를 12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전례로 볼 때, 블랙베리의 M&A 가능성에도 적지 않은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왕 와이밍 레노보 최고재무책임자도 최근 "신성장 사업을 확대하는 데 큰 관심이 있다"며 "충분한 자금 조달 능력을 활용해 기회만 온다면 인수대상업체의 덩치에 관계없이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공언, 이같은 추측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세계 IT업계의 '큰 손'으로 통하고 있다. 지난 9월 세계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문을 무려 54억4000만유로(약 7조8000억원)에 집어삼켰던 MS는 레노보와 더불어 블랙베리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MS는 지난 2011년 노키아와 더불어 블랙베리 인수를 위한 공동 입찰도 검토한 바 있다. M&A에 힘입어 더불어 현재 글로벌 IT업계를 좌우하는 애플과 구글, 삼성전자 등에 강력한 대항마로 올라서겠다는 게 MS의 복안이다.

이밖에 미국 1위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은 지난 9월 약 1300억달러(약 144조원)이란 천문학적인 비용을 영국 보다폰 소유의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전체 지분 인수에 투입키로 결정하면서 세계 IT업계의 세력 확장에 합류했다.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지난 2000년 버라이즌과 보다폰이 합작투자(55:45)로 설립됐다.

업계에선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목마른 IT 통신업계의 M&A는 갈수록 활발해질 것이란 진단이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의 리처드 로이드 오웬 M&A 팀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많은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라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IT업계를 중심으로 대규모 M&A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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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아무리 때려도, 네이버에겐 '라인'이 있다


네이버의 주요 사업 부문 매출액 추이. 광고 매출이 주춤한 가운데 라인의 매출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KDB투자증권 자료.

[뉴스분석] "노는 물이 다르다, 페이스북과 비교해야"… "주가 100만원도 가능" 낙관적 전망 쏟아져

네이버가 언론에서는 연일 두들겨 맞고 있지만 요즘 주식시장에서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다. 지난 8월29일 NHN이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할 상장했을 때만 해도 주가가 46만원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한 달 반이 지난 18일 종가는 64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시가총액이 20조961억원, 순식간에 SK텔레콤과 한국전력을 따라잡고 11위에 올랐다. 10위 삼성생명 20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라인의 가입자 증가 추이. 삼성증권 자료.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네이버의 목표 주가는 43만~45만원 수준이었다. 그때는 40만원만 해도 꽤 높은 주가처럼 보였다. 그런데 8월29일, 분할 상장 기준가가 네이버는 29만1500원, NHN엔터테인먼트는 29만8500원에서 시작했는데 시초가가 네이버는 46만원까지 치솟았고 NHN엔터테인먼트는 14만9500원으로 고꾸라졌다. 네이버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네이버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게 된 건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폭발적인 성장 속도 때문이다. 분할 상장 이후 한 달 반, 지금은 100만원까지도 볼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쏟아진다. 국내 언론보다 외국 언론들이 먼저 라인의 가치를 알아봤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9일 일본에서 라인이 페이스북과 구글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2015년 라인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시가총액이 30조원에 이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를 합리화하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는 시가총액이 110조원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40조원 정도가 메신저 서비스 위챗의 가치로 평가된다. 위챗의 가입자는 3억명 정도로 라인과 비슷하다. 네이버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비교하는 분석도 나온다. 페이스북 가입자는 12억명, 시가총액은 130조원에 이른다. 트위터는 가입자가 5억명, 기업 가치는 12조원 정도로 평가된다.

노는 물이 다르다? 네이버의 적정 주가를 따지려면 글로벌 인터넷 기업과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투자증권 자료.

라인은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톡에 밀려 지지부진하지만 일본과 태국, 대만 등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도 진출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라인의 누적 다운로드는 17일 기준으로 2억7000만명, 최근에는 하루 100만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연말까지는 3억3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인 사업부문만 놓고 보면 3분기 매출은 1780억원, 2분기 대비 59.5% 늘어났다. 전체 네이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8%나 된다. 최찬석 KTB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라인과 비슷한)카카오는 가입자가 1억2000만명, 매출은 2500억원 수준인데 최근 우리사주 청약 결과 기업가치가 2조400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면서 "주당순매출(PSR)은 10배 정도로, 한국 시장에 한정된 사업모델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라인의 올해 매출을 4500억원으로 잡고 PSR 12배를 적용하면 기업 가치는 5조원, 2015년이면 20조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2015년 예상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주당순이익(PER) 34.8배를 적용하는 게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미 적정 PER를 분석하는 게 무의미한 상황"이라면서 "라인의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장기 잠재가치에 대한 시장 기대수준이 밸류 논란에 대한 정답에 가장 가깝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성 연구원은 네이버의 목표 주가를 73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이종원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고 및 행정 규제 등 사업 외적 이슈 보다는 신규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 본연의 가치가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언급되는 모든 규제를 적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매출액 감소 폭은 3~5% 정도에 그치겠지만 라인 덕분에 올해와 내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성장이 규제를 넘어설 거라는 분석이다.

네이버 라인 일본판.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도 "매출의 약 80% 이상이 규제와는 관련이 거의 없는 검색광고 및 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는 데다 여당에서 추진 중인 포털 규제법도 야당에서 반대하고 있어 법제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최훈 KB투자증권 연구원도 "각종 정부 규제로 사회적 책임 비용 증가가 예상돼 목표주가를 평균 PER 대비 28.5% 정도 할인 적용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네이버의 기업 가치는 라인의 성장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에 대한 최근 주식시장의 반응은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우호적이고 낙관적이다. 3분기에 마케팅 비용이 급증했지만 그것도 공격적인 성장을 위한 것이니 문제될 게 없다는 투다. 이제 노는 물이 다르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네이버 주가를 페이스북에 비교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높은 주가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000년 초반 닷컴 버블을 연상케 하는 들뜬 분위기다. "합리적 거품"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라인의 매출 가운데 80%가 일본에서 발생하지만 전체 가입자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라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아직 스마트폰 보급률이 50%가 안 되기 때문에 그만큼 성장 여력이 높다는 이야기도 되고 일본 이외 지역에서는 당장 매출 보다는 가입자 수 확대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장을 확보한 뒤 본격적으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될 거라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로 최근 네이버의 행보를 보면 지난 몇 달 전과 다른 자신감이 엿보인다. 조중동 등의 공격에 납작 엎드려 온갖 상생 대책을 쏟아내면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던 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국정감사에서도 당초 예상과 달리 네이버 독과점 이슈가 크게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다소 김이 빠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정치권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모바일과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독과점 이슈가 발목을 잡겠지만 그동안 핵심 매출 기반이었던 검색 광고 시장은 이미 내리막길이다. 이런 추세라면 빠르면 2015년, 라인의 영업이익이 포털 사업부문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쫓기는 듯 했던 네이버가 최근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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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무소음 헤어드라이어 만든다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 등 혁신 상품으로 유명한  영국의 제조업체 다이슨이 이번엔 소음 없는 헤어드라이어를 만든다.

주요 외신은 18일(현지시간) 다이슨이 영국 특허청에 '방음 흡입구를 탑재한 헤어드라이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했다고 보도했다.

다이슨은 이 특허 기술을 통해 기존 헤어드라이어 보다 소음을 훨씬 줄인 제품을 만들고자 하며, 이미 제품의 이름을 '헤어블레이드'로 지었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일반 적인 헤어드라이어가 75dB(데시벨)의 소음을 발생시키는데 귀 바로 옆에서 사용하기엔 상당히 큰 소음"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번 주 초 공개된 이 특허 도안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헤어드라이어의 흡입구를 통해 유입된 공기가 손잡이 부분에 위치한 튜브를 통해 흐르도록 만들면 작은 팬을 사용해도 공기의 흐름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다이슨이 영국 특허청에 무소음 헤어드라이어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 공개된 특허에 따르면 다이슨은 헤어드라이어의 손잡이 부분을 두개의 관형태로 만들어 공기를 흐름을 증폭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이슨은 56페이지에 이르는 첨부 문서를 통해 소음방지를 위한 다양한 재료와, 팬에 의해 발생하는 진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장치들을 설명했다.

보도는 "다이슨이 예상대로 이 새로운 특허에 대해 비밀을 유지중이며 무소음 헤어드라이어 개발 여부도 확인해 주지 않았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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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 누가 노리나…레노버 뿐만 아니라?



블랙베리 인수전이 점입가경이다. 페어팩스컨소시엄 외 5~6개 업체가 잠재적 인수업체로 거론되는 가운데 레노버가 블랙베리 인수를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사업을 준비하는 아마존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저널과 포브스 등 주요 외신은 레노버가 최근 블랙베리 인수 사전작업으로 회계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비공개 약정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장부 내용이 외부에 누출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장부 검토 후 문제점이 없다면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의미다.

양사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스마트폰 사업 강화를 노리는 레노버는 일찍부터 블랙베리에 관심을 보여 왔다. 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블랙베리 인수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블랙베리 주가가 14%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레노버는 세계 PC시장 1위 업체다. PC시장 침체와 함께 신성장동력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강화한다. 중국에서는 2위까지 올라섰지만 세계무대에서는 아직 삼성과 애플과 격차가 크다. 인도와 러시아 등 신흥 시장으로 스마트폰 사업 확대를 추진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과 유럽이다.

외신은 블랙베리 인수로 레노버가 스마트폰 사업 규모를 키우고 블랙베리를 PC와 동시에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레노버가 블랙베리 인수에 성공하면 중국의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 전했다.

블랙베리는 레노버 외에도 미국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와 시스코, 인텔, 구글, SAP에도 인수를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보안업체 소스파이어를 인수한 시스코가 모바일 보안 강화를 위해 블랙베리마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블랙베리 공동 창업자인 마이크 라자리디스와 더글러스 프레긴도 공동 인수 제안을 준비 중이다. 포브스는 아마존도 잠재적 인수 업체 중 한 곳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은 지난 6월부터 HTC와 다양한 스마트폰 모델 개발을 추진해왔다. 문제는 구글이 HTC를 압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구글은 지난해 대만 휴대전화 제조업체 에이서를 압박해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철회하도록 했다. 에이서가 알리바바가 개발한 `알리윈` 운용체계(OS) 기반 스마트폰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관련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HTC 역시 이런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아마존이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파이어OS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블랙베리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앞서 블랙베리는 지난 8월 47억달러(약 5조원)에 캐나다 보험사 패어팩스파이낸셜홀딩스에 회사를 매각하는 사전계약을 체결했다. 내달 4일까지 실사작업이 진행되지만 블랙베리는 이 기간 다른 기업과 접촉할 수 있다. 페어팩스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블랙베리 인수전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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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공격행보..이번엔 美최대 휴대폰 유통사 인수

- 브라이트스타 지분 57% 1.3조원에 인수
- 휴대폰 독점 공급키로..스프린트-슈퍼셀과 시너지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일본 소프트뱅크가 이번에는 미국 최대 휴대폰 유통사인 브라이트스타(Brightstar)를 전격 인수했다. 지난 6월 스프린트 넥스텔 인수에 이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3위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 지분 80%를 인수한 소프트뱅크는 19일(현지시간) 브라이트스타 지분 57%를 12억6000만달러(1조34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또 앞으로 5년간 지분을 70%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12억6000만달러 전액을 보유 현금으로 충당할 예정인 소프트뱅크는 브라이트스타의 2016년 만기 무보증사채 3억5000만달러와 2018년 만기인 2억5000만달러 사채 등을 대신 상환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브라이트스타를 통해 소프트뱅크 계열사들의 휴대폰을 독점적으로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브라이트스타는 현재 전세계 50여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번 브라이트스타 인수는 이미 소프트뱅크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고, 앞으로 규제당국 승인 이후 올해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스프린트를 인수를 계기로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지배하고 있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로 올라설 기회를 모색해왔다.

이에 따라 스프린트 인수 이후 지난 15일에는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업체인 슈퍼셀(Supercell) 지분 51%를 1500억엔(1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슈퍼셀은 액션전략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즈’(Clash of Clans), 농장경영게임 ‘헤이 데이’(Hay Day) 등을 출시하면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유럽계 모바일 게임 개발회사다.

거대 도매상 인수한 소프트뱅크, 스마트폰 얼마나 싸게?



지난 6월 미 스프린트를 인수해 단숨에 미국 3위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로 이름을 올린 소프트뱅크가 이번에는 미국의 대형 휴대폰 판매업체의 지분 57%를 전격 인수했다. 전 세계 이동통신업체 및 유통업체를 고객으로 거느린 거대 휴대폰 도매업체를 인수함에 따라 소프트뱅크가 대주주로 있는 미국, 일본 이동통신 계열사들은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대에 모바일 단말기를 공급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 포브스 등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브라이트스타의 지분 57%를 12억6000만달러(한화 약 1조3382억원)에 인수하기로 양사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의 브라이트스타 인수 사실은 이틀 전 일본 니혼게자이가 먼저 전했으며 이번에 양사의 계약 내용이 공표됐다.

소프트뱅크는 브라이트스타의 가치를 22억달러로 평가했으며 이번에 우선 57%의 지분을 인수하고 향후 5년에 걸쳐 70%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브라이트스타는 휴대폰, 태블릿PC, 액세서리 등을 제조사로부터 대량 구매해 전 세계 통신사, 유통업체에 판매하고 있는 B2B 도매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창업자는 스프린트 인수 당시 “애플, 삼성전자 등이 장악하고 있는 모바일 업계에서 보다 대량의 모바일기기 구매와 할인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브라이트스타 지분 인수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인수에 대해 소프트뱅크는 “브라이트스타 내 구매&혁신 사업부가 소프트뱅크, 스프린트, 그리고 브라이트스타 모두에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실현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다. 브라이트스타는 이번 인수로 소프트뱅크 계열사들에 휴대폰을 독점 공급하게 된다. 50여개국에 포진해 있는 브라이트스타의 기업 고객들과 소프트뱅크의 다양한 이동통신 계열사들의 시너지로 브라이트스타는 연간 200억달러어치(한화 약 21조2400억원)의 모바일 기기를 사들이는 막강한 구매파워를 보유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존 고객인 AT&T, 버라이즌, T모바일 등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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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난리난 '아이폰5S' 얼마나 더 팔릴까?



애플 아이폰의 3분기 판매량이 3700만대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공급량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각) 애플인사이더는 모건스탠리의 스마트폰 판매량 추적(Smartphone Tracker) 보고서를 인용해 올 3분기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이 3700만대 규모일 것으로 전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공급 문제 때문에 실제 선적된 아이폰은 이보다 적은 3450만대일 것으로 추정했다.

버라이즌의 경우 9월 말 아이폰 재고가 동났다고 밝힌 바 있다. 버라이즌이 3분기 개통한 아이폰은 390만대다. 애플인사이더는 이 숫자로 미뤄보아 애플의 3분기 아이폰 선적량이 3200만대일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3분기 애플의 매출이 370억달러(한화 약 39조3000억원), 매출총이익은 37%, 주당 수익은 8달러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4분기에는 5500만대의 아이폰이 선적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의 5300만대 전망과 유사한 수치다. 관건은 홀리데이쇼핑시즌에 아이폰5S가 얼마나 공급될 수 있느냐다.

케이티 허버티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4분기 선적될 아이폰 중 45%가 아이폰5S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플의 4분기 매출총이익을 38.7%로까지 끌어올려주고 매출 556억달러(한화 약 59조470억원), 주당 수익 13.3달러를 가능케 한다.

모건스탠리는 애플의 목표주가를 540달러로 보고 있다. 케이티 허버티 애널리스트는 내년 애플 주가가 686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애플 아이폰5S 생산량 75%↑...5C는 35%↓

애플이 물량 조절에 나섰다. 페가트론과 폭스콘에 최신 아이폰5S의 주문량은 75% 늘리고, 아이폰5C물량은 35% 줄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씽스디지털은 18일(현지시간) NPD디스플레이서치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아이폰5C생산량 감소는 앞서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의 보도내용과 맞아 떨어지는 내용이다.

하지만 NPD는이 보도는 앞서의 보도에서 더 나아가 아이폰5S의 주문량을 75%까지 늘렸다고 전했다.
▲ 애플이 최신 아이폰 주문량을 조절했다. 5S모델은 75 늘린 반면, 5C모델은 35 줄였다.
보도는 아이폰5C의 판매가 잘될지는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프레미엄폰인 아이폰5S는 아주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아이폰5의 생산은 올 4분기를 마지막으로 생산이 중단된다. 아이폰4S는 아작 월 100만~200만대가 생산되고 있고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되기 시작하고 있어 단종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이폰5S는 수요가 넘치는 가운데 물량부족을 겪으면서 애플 온라인스토어에서 주문한 지 2~3주나 지나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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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IT는 기업보다 왜 비효율적인가?


미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건강보험개혁법`에 따라 36개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건강보험 거래소 웹사이트를 이달 열었지만 오류가 빈번해 비난이 빗발쳤다.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18세 이상 미국인들은 이 사이트에서 내년 3월까지 의무가입해야 한다.

미국 IT매체 와이어드 기고가 프레드 보겔스타인의 저서에 따르면 애플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이끈 아이폰 개발비는 1억5000만달러(약 1592억5500만원)다. 문을 연 직후 다운되더니 2주가 지났지만 온갖 기능이 말썽인 미국 건강보험 거래소 사이트(HealthCare.gov)에는 최소 3억6000만달러(약 3822억 원)에서 최대 6억달러(약 6370억원)가 쓰였다고 전해진다. 민간과 공공의 IT 효율성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월스트리트저널은 `왜 정부 시스템은 형편없나`라는 기사에서 관료를 비롯한 모든 전문가가 실패작으로 꼽는 건강보험 거래소 사이트를 계기로 미국 정부의 IT가 기업보다 못한 이유를 파헤쳤다. 전문가가 꼽은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구매` 과정이다.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비전문가가 너무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비벡 쿤드라 전 백악관 최고정보책임자(CIO)가 “국가 기관의 IT 리더십이 부족하면 무능한 방향으로 실행을 이끈다”고 비판한 취지와 같다. 쿤드라는 건강보험 거래소 사이트를 두고 “최신 기술이 어떻게 설치돼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관리자가 여러 결정을 했다고 보인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부분 정부 IT 프로젝트처럼 건강보험 거래소 사이트도 IT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끌었다”고 꼬집었다.

더 근본적 문제는 기술을 사들이는 과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 입을 빌어 `구매`가 모든 실패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정부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장애 요소를 넘고 구시대적 규제와 난잡한 요구들을 처리해야 하는가를 두고 이른 말이다. 예를 들어 IT업체는 정부 납품을 하려면 `Y2K 컴플라이언트`를 통과해야 한다. Y2K는 2000년에 나왔던 케케묵은 오류다.

한정된 구매 인력과 제한된 공급업체에 의존하는 문제도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너무 적은 수의 내부 인력이 대규모 IT 계약을 처리한다”며 “정부는 애플, 구글, 아마존처럼 시장에 완전히 문을 열고 마치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 IT업체를 운영하는 클레이 존슨은 “작년의 기술과 올해의 기술에 엄청난 격차가 존재하는 오늘날 정부가 구시대적 기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아이폰을 든 당신이 정부 부처에 걸어 들어갔는데 그들은 CRT 모니터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낮은 IT 효율성은 기술직 비중이 적고 소수 비전문 내부 인력이 외부 IT서비스 기업에 의존하는 한국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정부의 IT 개발 성과가 부족한 가장 큰 두 가지 문제

자료:월스트리트저널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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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차세대 IT 여성 리더' 8인은?

신디 홀랜드 넷플릭스 부사장.<사진출처:홈미디어매거진>
여 전히 세계 곳곳, 다양한 분야에서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앞선 분야인 IT도 크게 다르지 않다. IT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들은 큰 찬사를 받는다. 맥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은 이미 세계적 명사다. 그 뒤를 잇는 `포스트 IT 여성 리더` 8인을 CNN머니가 선정했다.◇신디 홀랜드 넷플릭스 부사장=그는 동영상 스트리밍의 강자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반을 총괄한다. 그가 지난해 5월 콘텐츠 전략을 총괄한 후부터 넷플릭스 고공비행이 시작됐다. 특히 자체 제작한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하우스오브카드`는 큰 화제를 모으며 에미상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이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는 300만명이나 늘었다. 올해 선보인 코미디 드라마 `오렌지 이즈 뉴 블랙`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밀리 화이트 인스타그램 비즈니스운영 이사=화이트 이사는 페이스북의 모바일 안착을 이끈 인물이다. 웹 기반 서비스의 모바일 전환을 총괄했다. 2010년 페이스북에 합류하기 전 그는 초기 구글러였다. 직원 200명 시절에 구글에 입사해 광고 플랫폼 `구글애드워즈` 개발했다. 인스타그램 COO를 겸하고 있는 그는 서비스 수익화 전략을 이끌고 있다. 이달 초 선보인 인스타드램 비디오·이미지 광고가 그의 작품이다.

◇줄리 라르손 그린 마이크로소프트(MS) 부사장=그린 부사장은 프로그램 개발자로 입사해 20년간 MS에서 일하며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MS 윈도 전략을 총괄한 그는 윈도7의 성공을 이끌었다. 현재는 디바이스&스튜디오 수석부사장직을 수행하며 X박스와 서피스 시리즈 등 MS의 하드웨어 전략을 총괄한다. 스티브 발머의 유력한 후임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클로이 슬래든 트위터 미디어담당 부사장=슬래든 부사장은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케이블 TV 채널인 `커런트TV`에 대선 관련 트위터를 실시간 중계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로 트위터는 대중에게 비로소 제대로 이름을 알렸고 기업 운명이 바뀌었다. 그녀는 현재 파워 트위터리안 지원과 유대 강화 임무를 맡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의 통합 실험도 그녀 몫이다.

이밖에 마고 조지아디스 구글 아메리카 대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KPCB의 마리 미커 수석심사역, 파드마스리 워리어 시스코 최고기술책임자(CTO), 캐티 코튼 애플 기업홍보 부사장이 꼽혔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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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 귀찮고 이유없이 짜증…남자도 괴롭다, 갱년기

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40대 중반부터 서서히 진행…극도의 피로감·성욕도 사라져

보양식 챙겨먹는 것보다 남성호르몬 주사가 효과 있어


50대 중반의 중소기업 영업부 이모 부장은 요즘 기력이 많이 떨어지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 오후만 되면 찾아오는 피로감에 모든 일이 귀찮다. 무기력감이나 의욕상실에 빠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 염려가 될 정도다. 성에 대한 욕구도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 부부관계를 마지막으로 가진 지가 언젠지 까마득하다. 가을을 타나 싶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보양식’으로 사라져버린 기운을 되찾으려 노력 중이다.

전문의들은 가을 타는 중년 남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갱년기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이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중단되면서 갱년기 증상(폐경증후군)을 겪듯이 남성도 40대 후반~50대에 체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분비량이 줄어 갱년기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무기력? 짜증? 갱년기 탓일 수도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을 거치며 기력이 떨어지고 바쁜 일상에 지친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갱년기에 들어선 것이 더 큰 탓일 수 있다. 갱년기는 인체가 성숙기를 지나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다. 대개 쉰 살 전후 몸에 이 부장 같은 이상 신호가 나타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력감과 우울증이 찾아오며 자신감도 상실한다.

몸은 항상 피로한 듯하고, 실제로 업무에까지 지장을 준다. 근력도 떨어지고 성욕도 일어나지 않는다. 평소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보다 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은 몸이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한남성갱년기학회 자료에 따르면 50대의 12%, 60대의 19%가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 이 시기 몸의 이상 증세는 보양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금주·금연하는 등 생활습관을 바꾼다고 해서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원인을 바로 알고 잡아야 한다. 노화라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원인을 제대로 알면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다.

◆남성호르몬 부족, 직접 보충하면 효과

남성의 갱년기 증상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을 제대로 생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40대 중반부터 서서히 진행된다. 여성은 폐경이라는 눈에 보이는 기준이 있지만 남성은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도 제대로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 시기에 보통 “정력이 떨어졌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보양식 같은 음식으로는 남성호르몬이 보충되지 않는다. 이윤수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원장은 “오히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너무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과잉으로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호르몬에 이상이 있다면 보양식보다는 호르몬 보충요법을 받는 것이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주기적으로 혈중 남성호르몬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원장은 “호르몬 보충제를 통해 성기능이 개선되고 근육 증가, 골다공증 등의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르몬 보충요법은 여러 형태가 있다. 예전에는 남성호르몬을 근육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을 많이 썼다. 통상 5~6회(1회당 5만~10만원) 정도 주사를 맞는다.

그러나 2~3주마다 병원을 찾아야 하고 주사 직후와 다음 주사 직전까지 혈중 남성호르몬 농도 변화가 심해진다. 그렇게 되면 감정이나 성욕 기복도 심해져 일관된 효과를 얻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요즘에는 한번 복용하면 3개월간 효과가 지속되는 근육주사(바이엘 네비도)도 나왔다. 가격은 30만원대로 다소 비싸다. 젤이나 패치제처럼 피부에 바르거나 붙이는 방법도 있는데 피부를 자극하고 다른 사람에게 묻히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근래에는 영양제처럼 매일 먹는 알약 형태로 개발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제제가 나와 안전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식사 때 복용하면 흡수율 높아져

남성호르몬 보충제는 음식과 함께 복용할 경우 더 좋은 효과를 낸다. 남성호르몬은 지방과 함께 복용하면 흡수율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식사 중, 여의치 않다면 식사 직후에 보충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 오메가3 등 지방 제제와 함께 복용하면 더 도움이 된다. 남성호르몬 보충제는 복용 후 2~3시간 내 효과가 나타나며, 6~8시간 효과가 지속된다.

하지만 남성호르몬 보충제는 혈전증(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져 혈관을 막는 질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이나 울혈성 심부전증 환자, 심혈관질환을 가진 사람은 남성호르몬 보충제 사용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 원장은 “의료계에선 남성호르몬제가 전립선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쟁도 있는데, 전립선암 보유 환자나 전립선비대증이 심한 환자는 일단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무조건 정력에 좋은 음식이라고 열량 높은 보양식을 과식하지 말고 전문가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자도 자도 졸리면 혹시 계절성 우울증?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이지현의 헬스&웰빙]일반인 10% 계절성 우울증 경험, 심장질환·알레르기 비염도 조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이른바 '가을을 타는'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급증한다. 동시에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부쩍 많아진다. 또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은 가을마다 줄줄 흐르는 콧물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쌀쌀한 날씨에 혈관이 수축되면서 압력이 높아져 각종 심혈관 질환도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환절기인 가을에는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단 것 먹고 싶고 자도 자도 졸리면 계절성 우울증=가을에 가장 흔한 증상은 계절성 우울증이다. 홍진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계절성 우울증은 특정 계절, 특히 가을이나 겨울동안 반복적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이다. 봄이나 여름에는 거의 볼 수 없는 질환이다.

일반인의 10% 정도가 일생동안 1번 이상 계절성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다른 주요 우울증 역시 11%는 계절적인 패턴을 보인다. 북반구 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하다.

계절성 우울증은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서 나타난다.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발생한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가 계절 변화에 맞게 적응하지 못하거나 멜라토닌 분비에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 일조시간이 변해 햇볕을 받는 시간이 바뀌면 계절성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대표 증상은 과도하게 피곤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계속 잠이 오는 것이다. 유달리 단 음식이 당기고, 체중이 불어나며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통상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일반인들도 식욕이나 수면에 변화를 겪는다. 이 때문에 우울증이 생활에 큰 지장을 줄 때만 질환으로 정의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가정집 조명의 25배에 달하는 밝은 빛을 쓴다. 환자에게 빛을 쪼여 몸속 생체시계를 조정하면 깨진 리듬이 회복된다. 이 같은 빛을 하루 30분~2시간 정도 쬐는 방식인데 광원 치료를 하는 동안 읽고, 쓰고, 먹으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대개 3~4주 정도 지속하면 우울증은 상당히 호전된다. 단 이 치료는 빛에 유난히 예민하거나 건선 약, 항생제, 항 정신병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받을 수 없다.

증상이 좀 더 심한 사람에게는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 홍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광선치료나 약물치료 부작용으로 조증 상태가 나오기도 한다"며 "충분한 상담을 통해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찬바람 불면 심장 질환 조심해야=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 벽이 수축해 혈압이 높아질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심근경색 같은 돌연사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고혈압은 피가 혈관 벽을 너무 세게 미는 것을 말한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 고혈압으로 본다.

정상 혈압인 경우에도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은 1.3mmHg, 확장기 혈압은 0.6mmHg 정도 높아진다. 기온이 10도만 내려간다고 가정하면 혈압은 13mmHg나 올라가는 셈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피부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에 심장이 더 센 압력으로 피를 보낸다. 이 경우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도 강해져 동맥경화증으로 약해진 혈관이 쉽게 손상된다. 이 때문에 혈관 속에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기 쉽다.

혈압이 높아져 문제가 생긴 혈관이 만약 뇌혈관이라면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문제의 혈관이 심장 부분 관상동맥이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등으로 확대된다.

고혈압으로 대동맥이 늘어나거나 터지기도 하며 심부전이 와 숨이 찬 증상이 자주 나타나기도 한다. 신장 기능도 망가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반대로 추운 곳에서 오래 머물다 갑자기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떨어져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심할 경우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기도 한다.

서홍석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외출 전후 기온 차이가 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고혈압 약을 먹는다면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며 "약 복용을 중단할 경우 중풍 등 뇌손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맑은 콧물 흐르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 비타민D 합성 중요=맑은 콧물이 계속 흐르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 역시 찬바람이 부는 가을을 조심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와 집 먼지 진드기, 곰팡이, 동물 털 등 항원물질 때문에 콧살이 과민 반응을 일으켜 재채기나 코 막힘, 맑은 콧물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알레르기 비염이 비타민D 합성과 연관이 깊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에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하는 이유다.

강혜련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교수는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많이 바를 경우 비타민 D 합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가을에는 적절한 야외 활동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알레르기비염 증상의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매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 하루 20분 정도 햇빛을 받으면 적정량의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으므로 걷기 같은 야외활동을 충분히 해줄 필요가 있다.

[생생칼럼] 가을 우울증 최고의 약은 햇볕


우 울증은 대표적으로 계절에 영향을 받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계절적인 성향을 가진 우울증을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이라고 분류한다. 계절이 기분에 영향을 주는 기전은 일조량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을에는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줄고 뇌 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등의 불균형이 나타난다. 자연히 기분도 가라앉는다. 우울증의 11%가 계절성 패턴을 보이는데, 특히 일조량이 적은 가을·겨울에 계절성 우울증이 많이 나타난다.

전형적인 증상은 우울감과 흥미 저하, 과도한 피곤함, 동기 저하, 과다 수면, 체중 증가, 예민함 등이다. 단맛도 자주 찾게 된다. 추위가 다가오면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비전형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우울 증상이 주로 밤에 심해지고 불면증이 아닌 과수면증, 식욕 감소가 아닌 식욕 증가 등을 보인다. 전형적인 우울증 환자들이 불면증과 식욕 감소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천고마비’라는 사자성어와 특별한 관련성은 없지만 비전형적 우울 증상을 보이는 우울증 환자는 식욕과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좋은 수면 습관을 가지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또 건강식을 하는 것이 좋다. 야외에서 규칙적으로 밝은 햇빛을 쐬고 운동을 통해 신체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는 것이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계절과 기분 증상이 연관되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자신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스스로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증상이 점점 나빠진다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 감소가 주된 원인이므로 광선을 반복적으로 쪼여주는 광선치료가 효과적이다. 이 시기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24시간 신체 주기가 늦춰져 있다. 따라서 강력한 광선을 이용해 내부 시계를 당겨 파괴된 리듬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환자들이 광선치료에 충분한 효과를 보이지 않거나 광선 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심하다면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임산부와 같이 약물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항우울제 대체요법으로 운동요법, 이완요법, 스트레스 관리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홍진표 <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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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불태운 것도 모자라 복원도 제대로 못한 대한민국


숭례문 서북쪽 문루 1층 서까래에 있는 연꽃 모양 단청이 오래된 절의 단청마냥 삭았다. 꽃의 물감이 켜켜이 벗겨지고 있다. 조용철 기자

‘대한민국 국보 1호’인 숭례문 단청이 복원된 지 5개월여 만에 부실이 드러나 그 상태가 갈수록 악화돼 가고 있다. 이에 따라 5년간의 단청 복원공사가 총체적 부실이며 하루빨리 전면 보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SUNDAY는 18일 오후 국내 언론으론 처음 숭례문 내부의 단청 훼손 상황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1·2층 누각 전체에서 100여 개가 넘는 균열, 박리(剝離: 나무에 새긴 그림·글씨가 갈라져 일어남), 박락(剝落: 깎여 떨어짐), 변색 현상이 발견됐다. 붉은색·살구색·흰색 안료로 그린 서까래의 주화문(연꽃 모양) 단청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져 안료가 부풀어 말리거나 터져 밑바탕이 드러나는 ‘층상(層上) 박락’ 현상이 뚜렷했다. 바탕의 녹색 단청도 들뜨고 갈라졌으며 안료가 기포처럼 부풀어 조만간 떨어져 나갈 부분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떨어진 안료가 누각 바닥에 날리기도 했다. 기둥과 공포(栱包: 전통 건축물의 기둥머리에 맞춘 나무 부재)의 틈을 부실하게 색칠해 많은 곳에서 안료가 너덜거렸다. 균열과 박리를 일일이 헤아리면 수천 개에 이른다. ‘국보 1호’를 불태운 후손이 복원조차 제대로 못했음을 말해주는 부끄러운 현장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8일 “숭례문 현판의 왼쪽·오른쪽과 뒤편 서까래 부분 등 20여 곳에서 박락 현상이 발견됐다”고만 밝혔었다. 이 때문에 문화재청이 그동안 현장 감시를 소홀히 했거나 부실 실태를 축소·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숭례문 복원 공사는 2008년 5월부터 진행됐다.

본지의 현장 조사는 18일 오후에 1시간30분간 이뤄졌다. 조사에는 김호석 전통문화대학교 교수, 최명윤 명지대 명예교수, 조춘자 수간채색전문 화가 3명이 참가했다.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 숭례문 통로 천장의 청룡 구름무늬 단청에서부터 균열이 발견됐다. 입구로 올라가는 성벽에는 흰색 줄이 흘러내렸다. 최명윤 교수는 “축성 때 사용된 석회가 흐른 것이라는데 부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1층 누각 입구 정면부터 서까래의 박리와 함께, 송진이 흘러내리거나 누런 이물질이 폭 10㎝, 높이 3㎝로 고여 있었다. 전문가들은 “송진은 목재 처리가 잘못돼 흐르는 것이고, 누런 이물질은 단청그림이 완성된 뒤 뭔가 흘러나오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누각 입구의 우측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문제가 발견됐다. 새로 만든 공포인데 가운데가 도끼로 맞은 듯 쪼개진 곳도 있었다.

공포와 기둥을 연결하는 부위의 단청은 더 심각했다. 이음매 부분이 부풀거나 균열하거나 박리됐다. 심한 곳은 퇴락한 절의 단청처럼 안료가 터지고 뒤집혔다. 익명을 원한 전문가 A씨는 “중앙SUNDAY가 찍은 사진을 보니 부실 정도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고 말했다. 바탕의 흰색 호분(조개가루)이 회색으로 변한 곳도 몇 군데 있었다. 조 화백은 “젖어서 그런 것인데 이는 숭례문 지붕이 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층 누각도 상황은 비슷했다. 빛이 들지 않는 천장은 어두워서 정확히 살피기 어려웠다.

최 교수는 “올겨울 단청이 얼었다 내년 봄에 녹으면 안료가 뜨고 훼손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안료의 접착제인 아교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단청장(匠)이 단청 안료인 수간채색을 아교에 풀 때 농도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교 전문가 A씨는 “연꽃무늬 뿐 아니라 바닥과 초벌층 모두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청 작업을 책임졌던 홍창원 단청장(58·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은 “나는 아교 전문가가 아니지만 지정품을 문화재청에 보고된 방법으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8일 “전통안료와 아교를 사용하다 생긴 일로 보인다. 선명하게 하기 위해 조개가루로 만든 흰색 호분을 덧칠하고 그 위에 주색 안료를 칠하다 보니 무게가 더해져 박락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조만간 종합점검단을 구성해 철저히 원인을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기사 4~5p

특별취재팀=안성규 기자, 김종록 객원기자, 사진: 조용철 기자, 자문: 김호석 전통문화대학 교수, 최명윤 명지대 명예교수, 조춘자 수간채색전문 화가

전통 재료 사용법 모르는 단청 장인에게 책임 맡긴 게 화근


숭례문의 단청 훼손 실태가 드러나면서 복원작업 전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엉망이 된 단청과 함께 전체 분위기도 이상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분위기가 이상해진 이유는 무엇이며 단청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4대 쟁점으로 나눠 알아본다.

“남쪽 광장에서 숭례문 단청의 느낌을 보라. 초상집 분위기다. 희망적이지 않다. 색상 선택이 잘못돼서 발색(發色)이 제대로 안 된 거다. 단청의 색이 떨어지고 안 되고는 나중 문제고 전체 색감이 우중충하다.”

숭례문 조사에 참가한 최명륜(66) 명지대 명예교수, 전통채색 전문가 조춘자(57) 화가와 김호석(56) 교수 3인이 모두 같은 평을 했다.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였다. 새 이념으로 새 시대를 열고자 했던 조선왕조는 숭례문에 나라의 찬란한 빛과 당당함을 담으려 했다. 그래서 위용 어린 문루를 세우고 화려하게 단청했다. 조정은 자신감을 표현했고 백성에겐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였다. 화려한 단청의 배경색인 청록색은 푸르고 싱싱한 봄빛이다. 그런 상징성을 지닌 숭례문이 어처구니없이 불탄 뒤 복원됐지만 더 우중충해진 것이다.

불타지 않은 예전 단청과 새 단청의 발색을 비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았다. 옛 단청은 퇴색했어도 맑고 투명한 녹색인데 새 단청은 거무튀튀한 녹색이다. 전통채색화가 조춘자 화가는 “색을 칠할 때는 달래가며 해야 한다.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탕이 색을 받아낼 준비가 안 됐는데 자꾸 덧칠만 한 걸 알 수 있다. 답답하다. 전통 천연색채는 맑고 투명해서 사람 마음을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안료를 공급한 업체의 사장 A씨는 “단청 색상이 갈수록 어둡고 탁해져 어린이들마저 단청을 무섭게 여기는 실정이 됐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의 박왕희 수리기술 과장은 그러나 “그런 얘기를 알고 있다”며 “처마 부분에 들이치는 습기를 막기 위해 동백기름을 칠했는데 이 때문에 어두워졌다. 그러나 이는 문헌에 근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 안료는 어떻게 된 것일까. 일단 일본제품이라는 부분이 분노를 일으킨다. 이번 단청 작업에는 일본산 안료 12종이 수입됐다. 군청·삼청·양록·뇌록·주홍·장단·황·하엽·황토·연백·호분·먹물이 있다. 수입처는 나카가와(中川)사다. 김호석 교수는 “이들은 흰 흙이나 조개가루에 화학 염료를 물들인 것으로 천연물감이 아니다”며 “1900년대 일본인의 미감에 맞게 명도 채도를 조절해 개발한 60가지의 색 가운데 일부인데 질이 안 좋고 퇴색·변색되며 칙칙해진다”고 비판했다. 천연 색채를 써야 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맥이 끊겼다지만 실제로 국내에서 찾을 수 있는 색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적색은 제주도 용암 현무암에서 나오는 붉은 현무암이나 울릉도산 붉은색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녹청색은 놋그릇을 소금물에 담가 놓으면 나오는 비소 녹물로 만들거나 식물에서 추출할 수 있다. 노란색은 황토나 꽃가루, 금 가루를, 검은색은 그을음으로 만들면 된다.

A씨는 “문화재청이 아교를 사용할 수 있는 전통 색채를 사용하기로 결정해 일본산 수간채를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6개월 정도 기다렸다면 안료 값이 5배 이상 늘어 6억원은 들지만 국산 천연 색채를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재청 박왕희 과장은 “석간주(石間朱)만 국내에서 구입하고 다른 안료는 옛날에도 일본이나 중국에서 수입했다. 수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 제는 최대 쟁점인 아교다. 아교는 안료를 화면에 접착시키는 중요한 보조 재료다. 동물 뼈나 가죽을 가공해 추출한다. 안료의 고유색상을 보호하고 안정감 있는 덧칠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물 아교, 알 아교, 막대 아교로 나뉜다. 안료에 아교를 섞어 쓸 때, 초벌 채색 때는 농도를 약하게 하고 덧칠할 때 강하게 하면 단청이 둥둥 뜨게 마련이다. 돈도 별로 안 든다. 1억1300만원의 안료 예산 가운데 아주 일부다. 질 자체도 문제로 등장하지 않는다.

문제는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부분이 복잡하다.

한국은 60년대까지 아교를 썼다. 소가죽을 가공해 만들었는데 그 이후 생산이 안 됐다. 그러다 보니 기술이 단절됐다. 문화재청도 아교 생산을 위해 연구 용역을 줬지만 실패했다.

사용도 까다롭다. 아교의 주성분은 콜리겐이란 단백질인데 수분이 들어가면 쉽게 썩는다. 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유지해야 하고 필요할 때만 물에 풀어야 한다. 그냥 둬도 1~2일 사이에 상할 수 있다. 그런데 공사가 숭례문 급으로 큰 공사에선 그 같은 정밀한 작업과 세심한 보관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교를 만들려면 고약한 악취를 감수해야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마을에 아교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대안으로 일본제를 수입하거나 화학약품을 쓴다. 주된 품목은 폴리젤이다. 이런 접착제는 뜨거나 균열, 박리가 생기지 않는다. 대신 10여 년 정도 지나면 문제가 생긴다.

아교를 만들자면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한국의 전통 재료 시장에는 경제 논리가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이름 공개를 꺼리는 한 아교 전문가는 “아교 농도가 바탕은 약하고 안료 표면이 강하면 물감이 뜬다”고 지적했다. 물에 녹여 사용하는 아교는 습하면 늘어나고 건조하면 줄어든다. 바탕재인 나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교를 제대로 처리하면 100년을 간다고 한다. 이런 원칙을 어기면 균열·박리·박락 같은 현상이 생긴다. 특히 물감이 떨어지는 박락 현상에는 군상박락과 층상박락이 있다. 군상박락은 아교가 약해 안료가 묻어나오는 현상이다. 층상박락은 아교가 표면층에 강해 색이 완전히 뒤집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아교 전문가는 사진 자료를 보고 층상박락이라고 지적하면서 단청장은 아교를 다뤄본 경험이 적거나 없을 것으로 봤다. 최 교수는 “장인이 자기 기법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적어도 실험실 상태에서의 농도는 가능했지만 숙달되지 않은 더 큰 현장으로 가면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숙달되지 않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으며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단계에선 떨어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조 화백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한 솜씨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문제도 지적된다. 공포와 기둥의 연결점에 단청을 덧칠한 곳이 있다. 최 교수는 “준공검사 전에 미리 알아 덧칠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이 나온 것은 바탕 처리를 잘못한 것으로 지적된다. 또 동백기름을 사용해 단청에 얼룩이 지게 한 것과 관련해 조 교수는 “수간채의 특성은 기름이 들어가면 균열이 발생하는데 미리 실험해 봤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 모든 비판과 의문을 해소하려면 문화재청이 작업 일지를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통의 맥 끊긴 현실 무시한 전문가ㆍ정부가 서둘러 만든 합작품

숭례문 단청 훼손은 ‘전통의 맥이 끊긴 현실을 무시한 전문가와 정부가 서둘러 결과를 만들어내려 한’ 한국적 자화상을 보여준다.

우선 단청 작업은 돈으로 따지면 비중은 ‘사소하다’. 총 270억원 예산 가운데 단청 예산은 2.4%인 6억5000만원이다. 거기에 안료와 접착제인 아교 구입비는 1억1300만원이고 나머지는 인건비다. 문화재청 박왕희 과장은 “정부 노임 단가를 기준으로 많이 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료나 아교로 ‘돈 빼먹기’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단청 작업의 시작은 진지했다. 이명박정부는 ‘숭례문 단청을 전통 방식으로 복원하는 첫 사례’로 삼았다. 곧 뭐가 전통 단청이며 어떤 안료와 접착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과학적 작업이 시작됐다. 2009년8월 홍창원 단청장을 책임연구원으로 하는 단청 문양 고증 작업이 시작됐다. 보고서가 마무리된 뒤 개최된 자문위원회 회의는 조선 초기 문양으로 하기로 결정됐다.

이어 2011~2012년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안료를 실험했다. 예를 들어 바탕에 쓸 호분(흰색 안료, 대합조개를 말려 소금기를 제거하고 가루를 내 만든다)은 산성도와 입도(가루의 크기) 분석을 했다. 2011년 2~11월엔 천연 안료와 합성 안료의 내구성을 알아보는 풍화 실험, 가스 부식 실험을 했다. 2011년 3월~2012년 12월까지는 한국·중국·일본산 안료와 합성 안료를 실험했다. 단청을 다 칠한 다음 마무리에 사용할 재료로 동백기름, 들기름도 검사했다. 안료 후보지를 멀리 네팔·부탄까지로 넓혀 연구했다.

그와 병행해 한국전통문화학교 주관으로 2011년 8월3일~12월20일 사이 5개월간 접착제 연구를 했다. 예산 3150만원이 투입됐다. 아교·젤라틴과 아크릴산 에스테르 수지를 수분 반응성, 내후성 검사를 했다. 해야 할 것은 다 했다.

문제는 이런 실험 결과가 현장에 직접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국산 전통 안료는 맥이 끊겨 국내에 없었다. 그래서 일본산을 구입해야 했다. 문화재청 직원과 자문위원들이 일본에 출장을 갔지만 안료와 단청 전문가의 참여는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결정이 됐다. 안료 업체의 A사장은 “당시 국산 안료와 접착제를 구하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안료 국산화를 위해 작업을 늦추는 분위기도 아니었다”며 “결국 일본 수간채(백토와 호분을 염색해 만든 안료)를 납품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납품업체인 나카가와의 사장은 “숭례문의 의미가 크니 천연물감을 사용하는 게 좋겠다. 물감 작업이 까다로우니 기술자를 보내겠다”고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메아리가 없었다.

기와공사가 끝나고 공사 진척률 94%인 시점에 홍 단청장을 비롯해 20여 명의 장인이 연 1500명 투입됐다. 안료는 12종, 1330㎏이 사용됐다. 작업은 6개월 정도 진행됐다. 단청장은 현장에서 날씨와 필요한 양을 고려해 안료와 아교를 배합해 칠할 곳을 지정했다. 감독은 감리사인 금성종합건축이 했다. 감리사는 공정의 인력 계획도 세우고 과정을 기록했다. 이를 문화재청의 직원 5명이 분야별로 감독했다. 그러나 ‘단청 작업-감리-문화재청 감독’의 연결망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박 과장은 “연구 과정에선 배합이 정확히 계산되지만 현장에서 여러 사람이 칠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할 수도 없었다. 전통 안료와 아교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맥이 끊긴 지 40년이 넘어 축적된 경험이 없고 따라서 잘잘못을 가릴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업은 계속됐다.

A사장은 “현장에 문제가 많았지만 그렇다고 외부 의견을 일일이 받아들이면 일이 진행되지 않아 소통은 없었다”며 “문자로 아교 사용에 대한 주의를 전달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결국 복원 5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본지가 확보한 10월15일자 나카가와사의 편지는 “아교는 전문가의 노련한 테크닉과 판단력이 필요합니다.…나카가와사의 사장은 아교와 물감을 적절하게 쓰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진상 철저히 파악해 해결책 찾겠다”

변영섭(사진) 문화재청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지난 3월 18일 임명됐다.

-본지가 살펴보니 훼손된 단청이 100여 곳이 넘었다. 알고 있었나.

“먼저 참담하고 송구한 마음이다. 단청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날로 숭례문으로 달려갔다. 수를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많다는 점은 알았다. 그날부터 전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곧 문화재연구소를 위주로 한 조사단을 꾸려 다각적으로 철저하게 진상파악을 할 것이다”

-그 이후엔 어떻게 할 것인가.

“단청을 당장 벗겨내고 다른 색으로 칠하려면 또 화학 접착제와 안료를 써야 한다. 전통의 맥이 단절돼 수십 년간 화학 접착제를 사용한 장인들이 사용한 방법을 다시 동원해야 한다. 그러면 또 실패한다. 우린 지금 전통 안료를 복원할 기술도 사용할 실력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지금 방식대로 하면 숭례문은 또 망가진다. 과거를 원망하지는 않지만 다시 철저히 연구해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이번엔 가림막을 치지 않고 전 국민이 볼 수 있는 투명한 창을 만들어 작업 과정을 공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전문가들과 그런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단청을 어떻게 바르느냐보다 전통 부활을 더 연구해야 하지 않겠나.

“취임하고 나니 우리의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뇌록이라는 안료도 포항에 있는 광산이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돼 채굴이 안 된다. 그래서 숭례문 단청 작업에는 일본 것을 수입했다. 그러나 일본은 기후가 습해서 외부 단청을 않고 내부 위주로 하기 때문에 외부 단청을 많이 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일본에 더 이상 의존해선 안 된다. 그래서 벌써 몇 개월째 자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 가서라도 광산을 찾으라고 했다. 고려·조선시대에도 우리나라에 없는 것은 외국에서 수입해 썼다. 정부 산하기관과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단청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에 명맥을 유지하는 안료가 있으면 그것도 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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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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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톱시드 확정 "죽음의 조 피할 가능성은 얼마나?"


월드컵 톱시드 확정/출처=FIFA 월드컵 홈페이지

2014 브라질월드컵 톱시드가 정해져서 누리꾼들에게 화제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10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기준으로 상위 7개팀에 톱시드를 부여하는데 FIFA는 17일(한국시간) 10월 랭킹을 발표했다.

FIFA 10월 랭킹에 따라 스페인(1위), 독일(2위), 아르헨티나(3위), 콜롬비아(4위), 벨기에(5위), 스위스(7위)가 톱시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6위인 우루과이는 요르단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야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루과이가 승리할 경우 톱시드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되고, 패할 경우 본선행이 좌절되면서 8위인 네덜란드가 톱시드를 받게된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에서는 '죽음의 조' 탄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이다. 월드컵 톱시드에서 밀려난 이탈리아 잉글랜드 네덜란드 등 강호 팀들이 톱시드 국가와 함께 같은 조에 편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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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정치무대 선 힐러리 '워싱턴정치' 정면비판

"상식과 공감의 정치 만들어야"…대권행보 '조심스러운 시동'

맥컬리프 지원유세서 "힐러리" 연호·환호성…대선유세장 방불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돌아온 힐러리?'.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5년만에 정치무대에 다시 섰다.

19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의 '스테이트 씨어터'에서 열린 테리 맥컬리프 민주당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 현장에서다.

오랜 정치적 동지인 맥컬리프 후보를 돕기 위해 연단에 선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단순히 '지지연설'을 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톤은 낮았지만 셧다운 사태를 거론하며 '워싱턴 정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번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워싱턴의 분열정치가 상식과 공감(common sense and common ground)의 정치로 대체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진보하고 있음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이 위대한 실험을 '납치'(hijack)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린턴 전 장관이 일반대중 앞에 다시 선 것은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패배이후 처음이다. 특히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최소 6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해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의 이날 발언은 대권행보를 향해 기지캐를 켠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특히 '테리를 지지하는 여성들'로 명명된 이번 행사는 클린턴 전 장관의 열성팬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여성지지자들이 1천명 가까이 몰려들어 그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했다. 맥컬리프 후보가 클린턴 전 장관을 소개할 때에는 청중들이 "힐러리, 힐러리"를 연호하고 환호성을 지르는 등 대선 유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가 느껴졌다.

붉은색 상의와 검정색 바지 차림을 한 클린턴 전 장관은 "수년간 정치에서 떠나있었다"고 소회를 털어놓은 뒤 "국무장관으로 활동할 당시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무엇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고, 어떤 종류의 리더십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가를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청중에서는 "바로 당신의 리더십(Yours!)"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클린턴 전 장관은 "최근 버지니아주를 강타한 셧다운 사태는 잘못된 리더십의 대표 격"이라며 "정치인들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다는 상대를 '초토화'하려는 전략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클린턴 전 장관의 이날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날 행사는 맥컬리프 후보가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선거를 앞두고 막판 승기 굳히기 차원에서 기획한 행사라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공화당의 켄 쿠치넬리 후보에게 5% 포인트차(46% 대 41%)로 뒤지던 맥컬리프 후보는 지난달 조사에서 9% 포인트차(47% 대 38%)로 역전했다.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도 맥컬리프 후보는 8~9% 포인트의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맥컬리프 후보의 상승세가 바로 여성들의 지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여성유권자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맥컬리프 후보는 쿠치넬리 후보를 25% 포인트차(55% 대 30%)로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젊은 여성들의 경우 지지의사를 갖고 있더라도 투표장에 직접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맥컬리프 캠프는 클린턴 전 장관이라는 '빅카드'를 활용해 여성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도록 독려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는게 행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연설에서 "공화당이 여성들의 건강 선택권을 제한하고 피임의 일반적 방법을 금지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버지니아주 민주당의 아시안계 의장인 제니퍼 오는 "맥컬리프 후보는 여성의 권리신장과 세력화를 돕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클린턴 전장관의 오늘 행사 참석은 여기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날 행사를 계기로 클린턴 전 장관이 대권을 향한 수순 밟기를 시작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CNN은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자신이 강점인 '여성'을 주제로 한데다 정치적 동지의 지원유세를 하는 행사여서 자연스럽게 정치무대에 재진입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맥컬리프 후보가 주지사로 출마한 버지니아 주는 대선때 대표적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는 전략적 요충지여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날 정치무대 등장은 그 상징성과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클린턴 전 장관이 5년전의 역동적이었던 연설스타일과는 달리 편안하면서도 자신있고 권위있는 웅변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준비된 힐러리" 구호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오전 일찍부터 나와 몇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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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창의 정신과 개인주의 정립한 에세이;에머슨(1803~1882)의 『자기신뢰론(Self-reliance·1841)』


벤 저민 애너스터스라는 작가는 뉴욕타임스(NYT)에 실은 칼럼(2011년 12월 4일)에서 지나친 개인주의가 미국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그 뿌리는 랠프 월도 에머슨(1803~1882)의 『자기신뢰론(Self-reliance·1841)』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셧다운, 국가부도 위기의 배경에도 공동체의 이익을 무력화시키는 개인주의가 도사리고 있는지 모른다.

에머슨이라는 인물, 『자기신뢰론』이라는 책이 무엇이기에 오늘날의 미국 정치 상황에 일정한 책임이 있는 것일까. 에머슨은 1837년 하버드대에서 행한 연설 ‘미국의 학자(The American Scholar)’에서 유럽에 대한 미국의 사상적 독립을 선언했다. 『자기신뢰론』은 미국의 개인주의를 정립한 책이다. 에머슨은 유럽의 지성들과 ‘맞짱 뜰 수 있는’ 19세기 미국 최초의 철학자, 공공지식인(public intellectual)이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딴말하는 사람은 없다.

“네 자신을 믿으라”

개인주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에토스(ethos·氣風)에 각인됐다. 에머슨의 개인주의는 초강대국 미국의 건설에 기여한 정신적 원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모든 공(功)에는 과(過)가 따라붙는다. 학자들은 미국식 개인주의에서 발견되는 독선·공격성·자기도취, 지나친 낙관 성향의 뿌리 또한 『자기신뢰론』의 과(過)라고 지적한다.

에머슨의 식각판화(engraving·1878년).

우리 국어사전에도 나오는 미국 작가 올리버 웬델 홈스(1809~1894)가 ‘미국 헌법의 비공식 부속 문서’라고 일컬은 『자기신뢰론』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소크라테스가 “네 자신을 알라”라고 했다면, 에머슨은 “네 자신을 믿으라(Trust thyself)”라고 역설했다. 무슨 근거에서 나 자신을 믿은 것일까. 플라톤, 페르시아의 시인들, 동양 종교와 철학의 영향을 받은 에머슨은, 인간 내부에 신성(神性)이 있다고 봤다. 에머슨의 자기신뢰는 그리스도교의 신(神)이 아니라 우리 인간 내부에 있는 신을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에머슨은 1829~1832년 유니테리언주의(Unitarianism)를 표방하는 교회의 목사였다. 삼위일체 신앙에 대해 회의적인 교파였다. 예수가 훌륭한 사람이며 ‘하나님의 아들’일 수도 있지만 하나님은 아니라고 믿는 교단이었다. (※이처럼 우리의 ‘선입견’과는 달리 미국 개인주의의 종교문화적 원천에는 정통파 삼위일체 기독교(Orthodox Trinitarian Christianity), 청교도주의뿐만 아니라 유니테리언주의라는 ‘이단적’ 교의가 포함된다.)

첫 번째 아내 앨런이 폐결핵으로 사망한 충격의 여파로 신앙적 회의가 가속화돼 1832년 목사직을 그만둔 에머슨은 더욱 래디컬(radical)하게 됐다. ‘신(神)은 있어도 사후세계란 없다’며 오직 이 순간 지금 이곳밖에 없다고 믿게 됐다. 『자기신뢰론』은 기독교·성경·예수가 특별할 게 없다고 주장한다. 궁극적인 진리를 추구해 온 거대한 인류의 여정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리스·이집트의 종교와 마찬가지로 기독교는 한 지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측면에서 보면 에머슨은 특정 문화의 우월성을 부인하는 문화적 상대주의, 문화적 다원주의의 원조 중 한 명이다.

『자기신뢰론』은 또 이렇게 설파한다. 말 바꾸기, 생각 바꾸기는 정상적인 것이다. 사회의 압력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자기신뢰론』은 미국 창의 정신의 기초 문헌이기도 하다. 에머슨은 ‘앵무새’를 혐오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물과 사건을 자기 자신의 고유한 이해가 아니라 사회의 기존 지식에 대한 기억으로 논한다는 말이다. 『자기신뢰론』에 따르면 내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에 천재성창의성이 있다. 내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그 아이디어를 구현해야 한다. 그 작업을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른 사람은 천재라는 칭송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내 생각을 말로 뱉어내고 글로 쓰고, 특허를 내어 저작권을 주장하라는 말이다.

『자기신뢰론』의 한글판(왼쪽)과 영문판 표지.

니체가 읽으며 ‘차라투스트라’ 구상

에머슨은 동정심이나 자선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에머슨은 동정심의 이면에 사실은 이기주의가 도사리고 있으며, 동정심은 그 대상을 연약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고통을 증대시킬 뿐이라고 생각했다.

중국인의 과장이 심하다고 하지만 영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영어 속담에 “한계가 되는 것은 하늘밖에 없다(The sky is the limit)”라고 했다. 하늘에는 테두리가 없으니 애초에 한계라는 것은 없다. 『자기신뢰론』에서 에머슨은 같은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차를 매달 때에는 별을 말뚝으로 삼는 게 딱이다(Hitch your wagon to a star).” ‘우주(宇宙)가 네 집이요, 지구 전체가 네 주차장이다’라는 식의 인식이다. 에머슨은 ‘허풍쟁이’였던 것이다. 에머슨은 또 이렇게 말했다. “우주의 풍성함은 곧 나를 위한 것이다(The wealth of the universe is for me).”

에머슨 팬클럽 회원에는 마하트마 간디, 마이클 잭슨, 버락 오바마가 포함된다. 잭슨은 노랫말로 에머슨 사상을 구현했다. 에머슨은 특히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여행 다닐 때마다 에머슨의 저작물을 지참한 니체는 일기와 서신에서 에머슨을 찬양했다. 그는 1881년 여름 『자기신뢰론』을 읽으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85)를 구상했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超人·bermensch)의 뿌리는 『자기신뢰론』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에머슨은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인간이었다. 하버드대를 다닐 때에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형제 넷이 모두 하버드를 다녔는데 그중에서 공부를 제일 못했다. 수월(秀越)보다는 평범에 가까웠다. 에머슨은 1838년 하버드대 신학대 연설에서 과격한 주장을 펼쳐 한동안 ‘기피 동문’이 됐다.

세월은 계속 흘렀다. 에머슨은 40여 년간 1500회 이상의 강연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남녀평등과 노예제 폐지를 주창했다. 이윽고 에머슨은 하버드대에서 복권됐다. 가장 자랑스러운 동문 중 한 명이 됐다. 하버드대 철학과는 그의 이름을 딴 에머슨 홀(1900년 건립)에 자리 잡고 있다. 에머슨 홀 현관에 새겨진 문구는 다음과 같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님은 사람을 이토록 생각해 주십니까(What is man that thou art mindful of him)?”(시편 8:4)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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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열·지열로 가동 친환경 박물관서 오감 총동원해 탐험


3 산의 슬로프를 닮은 신관 외관

지난 7월 27일 이탈리아 북부 산간도시 트렌토(Trento)에 자연과학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무제(MUSE, www.muse.it). 기존 과학 박물관을 최첨단 친환경 기술을 이용해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과학 박물관으로 확 바꿔 보자며 10년 전 시작된 프로젝트가 드디어 빛을 봤다. 미셸랑 공장부지를 재개발한 이 박물관은 지상 5층, 지하 1층에 야외 열대 식물원까지 총 1만2600㎡ 규모를 자랑한다. 외형적으로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람이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76)라는 점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지구의 취약성’에 초점을 맞추고 친환경적인 건물들을 선보여 왔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2020년까지 기후와 에너지 분야에서 지속가능하고 똑똑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정책에 맞춰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활용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 형태도 역시 첨단 기기를 활용해 관람객이 쉽고 재미있게 지식 습득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2 박물관에 디스플레이 된 전시물들

덕분에 개관 두 달 만인 9월 말 현재 전 유럽에서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이 박물관을 찾았다. 하루 평균 2400명이 입장하고 주말에는 3000명이 넘는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기에 한적했던 알프스 산자락으로 인파가 모여들고 있는 것일까. 중앙SUNDAY가 그 현장을 다녀왔다.

지붕엔 태양열 집열판, 빗물 모아 연못물로

1 ‘무제 박물관’ 신관 외관

밀라노에서 직행 기차가 없어 베로나에서 갈아타고 한 시간 뒤 이탈리아 최북부 트렌티노 주에서 가장 큰 도시 트렌토에 도착했다. 박물관 주변의 주차구역은 미처 공사가 끝나지 않아 아직 자갈로 덮여 있었지만 녹색 산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멋진 현대식 건물은 우둘투둘한 자갈밭을 순식간에 시야에서 내쫓아버릴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건물 외관은 마치 산의 슬로프처럼 경사졌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자연스럽게 배열돼 있었다. 또 지열 활용을 위해 트렌토 지역에서 균일하게 에너지를 분배하는 중앙 삼중 열병합 발전 시스템을 지원받았다. 이와 함께 온도 및 빛 센서에 의해 작동하는 제어 커튼과 조명, 자연 환기 시스템의 사용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빗물을 모아 수조에 저장해 두었다가 온실 열대 수족관과 화장실, 박물관 주변을 둘러싼 연못을 위해 사용하는 등 재생 에너지 사용 역시 최대화했다.

4 박물관에 디스플레이 된 전시물

박물관 건물은 교통에 의한 오염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현지 및 인근에서 재료를 조달받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친환경 건축 자재를 분석해온 렌조 피아노 워크숍 연구결과에 근거한 것이다(실제로 이탈리아가 원산지인 이 재료들은 지구 온실 효과 억제와 Co²생산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면서 이탈리아 내에서 빠른 속도로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덕분에 트렌티노주 기술 지구 건물 프로젝트팀과 공동으로 미국 녹색건축위원회(USGBC)가 인증하는 친환경 건축 인증 프로그램 LEED(Leadership in Energy Environmental Design)의 GOLD 레벨 인증을 받았다. 천연자원 보존을 위한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자극제가 되겠다는 무제 박물관이 전 세계에 녹색 비전의 바람직한 사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박제 동물들이 공중에 두둥실

5 ‘무제 박물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중정과 공중에 매달린 동물박제들

역시 줄은 길었다. 한참 만에 로비에 들어서자 안내원은 5층(1층을 0층으로 표현하는 이탈리아에서는 4층)에서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일러준다. 이렇게 봐야 알프스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변화하는 서식지들의 특성과 그곳에서 사는 생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알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입장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천장까지 확 트인 거대한 중앙 공간이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이 살아 있는 듯한 수많은 동물박제와 거대한 공룡 뼈들이 얇은 케이블에 연결돼 공중에 매달려 있다. 동물들은 마치 투명한 노아의 우주선에 탑승해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 여행 중인 동물들 같다.

6 터치스크린으로 기계를 작동하며 체험하는 아이, 사진 Carlotta Rizzolli

무제 박물관은 기존 박물관의 전통적인 개념을 깨고 상호 작용과 관찰을 통해 즐기면서 학습하는 공간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혁신적 기술로 설치된 모든 전시물은 방문객이 직접 참여해 실험하고 만지고 놀 수 있게 했다. 아이건 어른이건 설치물을 조작하고 태블릿 화면을 손가락으로 찍으며 설명을 읽는 사이 과학적 이론은 이미 머릿속에 쏙쏙 들어가는 듯했다.

애플리케이션 가이드 ‘엑스플로라 무제(eXplora MUSE)’는 트렌티노 주에서 자치적으로 만든 혁신적 프로그램으로 에듀테인먼트와 소셜네트워크를 넘나드는 확실한 개인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트렌토 라이즈(Trento RISE: 트렌토의 리서치 연구소)가 실행하고 그라피티(Graffiti) 홍보회사,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최초의 이탈리아 회사인 몹팜(MobFarm), 그리고 트렌토의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자 조르조 자노니(Giorgio Zanoni)가 공동개발했다. 여행객이나 가족, 연구원이나 학생 등 연령이나 문화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 영상과 함께 말로 읽어주는 오디오 가이드도 첨가돼 오감을 총동원한 박물관 탐험이 가능하다.

7 대형 지구본

첨단 태블릿 조작하며 신나게 관람

안내원이 일러준 대로 먼저 5층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박물관에서 가장 좁은 장소로 알프스 정상의 자연환경과 지리적 생물학의 관계를 잘 설명해 놓았다. 고지대 식물과 동물의 박제 및 사진,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을 접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급변하는 알프스 만년설의 3분짜리 디지털 영상도 볼 수 있다. 모든 설명은 태블릿과 터치 스크린으로 돼 있어 아이들은 아예 엄지와 검지를 쭉 펴고 다니다가 화면만 나타나면 비벼댔는데 직접 뭔가를 작동시킨다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듯했다.

8 ‘무제 박물관’ 식물원 9 박물관 내부 10 얼음과 자연의 관계를 설명해 놓은 섹션. 얼음에는 관광객들이 만져 깊이 파인 손바닥 자국이 가득하다 11 자연과 동물의 관계를 설명하는 섹션. 동물 박제와 자연환경이 실제처럼 잘 어울린다

만년설과 고지대 동물을 설명해 놓은 곳에는 실제 얼음으로 산봉우리를 만들어 놓았다. 방문객들이 진짜 얼음인지 확인해 보려 하도 만져서 얼음 이곳저곳에 벌써 손 형태의 구멍도 나 있었다. 이곳에서는 아래로 뻥 뚫린 가운데 빈 공간과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알프스 산 때문에 실제로 산 꼭대기에 올라온 듯 아찔한 현기증마저 느껴졌다.

나머지 수평면(각 층)의 넓은 공간은 과학 및 자연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4층은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알프스의 자연을 보여주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과의 관계를 설명한 곳이다. 4세에서 9세의 아동들이 부모, 혹은 각 층의 안내원들과 함께 과학적으로 자연을 학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3층에서는 유네스코에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돌로미티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화석과 지구의 나이를 알 수 있는 지층 구조 등을 볼 수 있다. 보석을 비롯한 각종 광물의 실물을 보고 터치 스크린을 통해 궁금한 원석에 대한 보다 상세한 자료를 얻을 수도 있다. 지진·화산·홍수·눈사태 등 각종 자연재해를 TV로 설명한 코너와 댐처럼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커뮤니케이션 코너에서는 이탈리아 통신사가 통신망의 중요성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홍보까지 겸했다.

2층의 전시품들은 인간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한눈에 보여주었다. 도구를 사용하며 불을 발견하고 문화를 발전시킨 인류의 역사를 조명하면서 지구와 인간의 관계,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한 인류의 노력 등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피부나 표정, 머리카락 하나하나까지 살아 있는 것처럼 만든 원시인 인형은 너무 잘 만들어 놓아서 넋 놓고 바라보다 보면 영혼을 빼앗겨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층은 어린이들의 과학 천국 ‘맥시 오(Maxi Ooh!)’였다. 박물관의 가장 어린 방문객(0~5세)들을 위해 만든 이 넓은 공간은 놀이터를 방불케 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설치물들을 타보고, 쳐보고, 만져보고, 눌러보며 자연과 환경과 역사와 친해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하층에는 알프스 주변 지역에서 가장 큰 공룡 전시장이 들어서 있었다. 3300㎡에 이르는 상설 전시장으로, 이 중 500㎡는 기획전을 위해 사용한다. 이 공간은 자연스럽게 1층의 선사시대관과 연결돼 최초의 사회적 인간이 어떤 도구를 사용하며 생존했는지 보여준다. 박물관에서 가장 흥미로운 섹션 중 하나인 이곳은 인간의 손을 집중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손을 자유롭게 사용한 덕분이라는 의미에서 손이 어떤 마술을 부리며 사용되는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어 위주로 설명돼 있다는 사실은 옥에 티였다.

미켈레 란징거(Michele Lanzinger) 박물관장은 “알프스산이나 트렌토 주에서 휴가를 즐기는 가족들이 박물관 오픈 소식을 접하고 온 경우도 있었지만 박물관 방문을 위해 일부러 먼 길을 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또 관람객의 80%가 이탈리아가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며 “방문객들이 박물관에서 미지의 세계로 여행하는 탐험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토(이탈리아) 글·사진 김성희 중앙SUNDAY 유럽통신원 sunghee@stella-b.com, 사진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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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고수가 평생 터득한 비법 “생생한 입말로 착착 감기듯 써라”

저자: 이윤기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가격: 1만3800원
물 론 안다. 제아무리 재테크 책을 본들 부자가 될 수 없고, 전교 1등 공부법을 정독한들 내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걸. 더구나 ‘회사에서 캐릭터 잡는 법’이나 ‘괜찮은 남자에게 차이지 않는 법’ 같은 건 결코 책으로 배워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그럼에도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펼쳐든 건 순전히 ‘네임 밸류’ 때문이다. 저자가 누구인가. 소설가이자 신화전문가, 뭣보다 한국 최고의 번역가였던 이윤기가 글쓰기에 대한 얘기를 하겠다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거다. 창작도 창작이지만 번역의 세계, 그것도 보통 해박한 전문지식 없이는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신화와 철학에 관한 얘기들을 우리말로 옮겼으니 그 내공을 믿을 수밖에.

이미 3년 전 세상을 떠난 저자에게 웬 신간인가 싶었는데 과거 역자 서문이나 기고문에서 밝혔던 단편 에세이들 중 ‘글쓰기’에 관한 것만 따로 모은 것이란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글을 쓰고, 어떤 언어로 표현하려 하는지를 밝힌 생각의 단상이다. 감탄스러운 건 글마다 쓴 시기가 다르고 처한 상황이 제 각각일 텐데도 생각과 주장은 한결같다는 점이다. ‘자유롭게, 살아 있는 단어로, 입에 착착 감기듯’ 쓰라는 것. 말하자면 ‘생생한 입말’이 고수의 비법이다. 유난히 생생하고 펄떡이는 말에 집착했던 그와 자유로운 인간의 상징이었던 조르바가 중첩되는 부분이다.

이 책이 여느 ‘지침서’들과 다른 건 여기서부터다. 원론 말고 각론이 들어 있다. 한마디로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면 되는 이 쉬운 걸 왜 사람들이 못하는지 저자는 정곡을 꿰뚫고 있다. “유식해 보이고 싶어서 폼 나는 어휘를 고르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제 생각을 비틀다 제 글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생각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운 한자나 전문용어(공사판 노동자들의 일본어도 물론이다!)를 쓰면서 은근히 배타성을 드러내는 이들에겐 꾸짖듯이 묻는다. ‘과시’를 하고 싶은가, ‘소통’을 하고 싶은가라고. 차라리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꾸벅’과 ‘두구두구’는 짓시늉말·소리시늉말의 좋은 예라면서 치켜세운다.

‘초단’들을 위한 가르침이 이 정도라면 번역가들을 위한 충고는 좀 더 진지하다. 컴퓨터가 다 해주는 ‘초벌 번역’을 벗어나 ‘나의 말’을 찾으라는 것. 그러기 위해선 특정 단어의 어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수고스러움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치 원작의 문장과 번역의 문장을 천칭에 달고, 어떻게든 균형에 맞춰보려고 했던 자신처럼 말이다. 미동 하나 없이 정지하는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테지만 그것이야말로 번역의 운명이라는 거다. “번역이나 하는 사람으로는 안 된다, 번역까지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그래서 업에 대한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읽다 보면 몇 번씩 나오는 말이 있다. 문학은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에다 이름을 붙이는 행위’요, 번역은 ‘원어 텍스트라고 하는 원의 한 점을 살짝 건드리고 지나가는 직선’이란 표현이다.

결국 두 세계를 넘나든 저자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불완전한 것을 완전하게 만들려 평생을 고군분투한 셈이다. 이 책 한 권을 독파한들 넘볼 수 없는 건 그런 글쟁이의 투혼일 터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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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에서 '스승'을 만나다



사람의 지혜와 자연, 시간이 만든 곳

함양은 자꾸 헷갈린다. 함안도 아니고 함평도 아니다. 그런데 이곳에 결코 착각할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최치원, 박지원, 정여창…. 당대의 학자요 문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선비들이 지금 여행자를 부르고 있다.



◆‘사람이 만들고 자연이 완성한’ 상림

상림은 9세기에 조성한 최초의 인공림이다. 신라 진성여왕 때 태수였던 고운 최치원 선생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둑 옆에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인공’의 느낌을 찾아보기 어렵다. 천년을 이어 오며 쌓았던 둑이며, 바꿔 놓은 물길, 심은 나무가 모두 자연으로 돌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곳은 ‘보물’이 아닌 천연기념물 제154호 지정돼 있다. 짧게는 1.6㎞를, 길게는 14㎞를 걸어 볼 수 있는 상림 산책로에는 공원이 커다란 호미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에 120여 종의 수목 2만여 그루가 인공이 아닌 자연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상림은 계절을 따질 수가 없다. 봄의 산록을 시작으로 연꽃, 꽃무릇, 은행나무와 단풍, 설경 등 절경이 1년 내내 차례를 기다린다. 새벽에는 물안개가 환상적이어서 어르신들의 아침 산책에 좋고, 주변 학교의 소풍 장소와 생태학습장, 데이트 코스로도 그만이다.

공원의 역사만큼이나 곳곳에 유물도 많다. 최치원 선생의 업적을 기린 ‘문창후 최선생신도비’는 말할 것도 없고, 대원군의 ‘척화비’와 ‘이은리 석불’까지 걷다가 만나는 보물들이 잠시 쉬어갈 거리를 제공한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다 왼쪽 길로 들어서면 ‘역사인물공원’이다. 이곳에서는 함양을 빛낸 인물들을 기념하고 있다. 상림의 주인공인 최치원 선생 흉상을 중심으로 10명의 위인들이 줄을 섰다. 면면을 살펴보니 역사 공부에 게을렀던 여행자도 몇 분은 낯이 익다. 고운 최치원, 점필재 김종직, 일두 정여창, 연암 박지원…. 예부터 ‘좌안동 우함양’이라 해서 영남의 대표적 선비고장이라더니 헛말이 아니다. 한쪽에는 임술증의 아내 밀양 박씨의 열녀비가 있는데, 이는 박지원이 쓴 <열녀함양박씨전>의 실제 인물이라 한다. 이밖에도 함양군수, 경상도관찰사선정 비석군이 있어 시대마다 다양한 비석의 모양을 보고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 재미가 있다.



◆실용·실천적 스승의 고장

함양의 대표 인물 최치원, 정여창, 박지원. 이 세분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하나같이 실천하는 학자였다. 한문학의 대가이자 문장가였고 동국 18현이라 불렸던 최치원은 중앙을 떠나 이곳으로 와 호미로 숲을 일구었다.

일두 정여창은 실천 유학의 선구자였다. 선생 역시 동국 18현이자 동방오현으로 자신의 재능으로 공을 쌓기보다는 겸손하게 본질에 충실했던 학자다.

박지원은 실학 중에서도 북학의 선두주자다. 그 실천의 한 예가 바로 함양의 물레방아다. 이것은 박지원 선생이 1780년 중국에 다녀온 후 쓴 열하일기에서 소개한 것인데, 이후 1792년 함양군 안의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용추계곡 입구인 안심마을에 최초의 물레방아를 만들었다. 덕분에 함양은 물레방아의 고장이 됐다. 전통 마을에 갈 때마다 물레방아가 하나쯤 있는데 그 유래가 박지원 선생과 함양이라는 게 재미있다. 게다가 그 역사가 겨우 200년 조금 넘었다는 것은 의외의 사실이다.

◆주인을 닮은 집 ‘일두고택’

‘일두고택’이라….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두 정여창과 관계 있다. 이 집은 선생을 기리기 위해 1570년 생가지에 중건됐다. 그런데 일두 선생이 타계한지 1세기 후에 지어진 집이니 정작 이름의 주인은 살아보지 못한 집이다.

고택은 대문부터가 남다르다. 솟을대문에는 충·효 정려 편액 5점이 마치 문패처럼 걸려 있다. 이 때문인지, 집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문은 키가 크고 당당하다. 이곳을 들어서면 대문만큼이나 높이 자리 잡은 사랑채가 있다. 마치 2층집을 보는 것 같다. 오른쪽으로는 석가산이 있고 연못 또한 있었다는데 지금은 메웠다. 그런데 기대보다 소박하다. 자료를 보니 3000여평 대지에 12동 건물이 있다는데 그 정도 규모로는 보이지 않는다.

왼쪽 일각문을 따라 들어가 본다. 오른쪽으로는 사랑채의 옆면이, 왼쪽으로는 곳간이 있고 안쪽으로 다시 계단이 있고 중문이 있다. 보통 대문으로 들어서서 넓게 트인 마당에 ‘一’자형이나 ‘ㄱ’자형, ‘ㅁ’자형 집들을 많이 보았는데 이곳은 가려진 듯 새로운 공간이 자꾸 열린다. 문을 지나니 드디어 안채다. 바로 보이는 것이 안채, 왼쪽으로 아래채가 있고, 우물이 있다. 오른쪽의 건물은 먼저 보고 온 사랑채의 뒤편이다.

비로소 이 집의 규모를 알겠다. 상당히 크고 짜임새 있다. 높이 솟은 듯 보였던 사랑채는 지형을 그대로 살려 지었기 때문에 앞에서는 2층처럼, 안채 쪽에서는 1층처럼 보이는 것이고, 안채 뒤로는 객사와 곡간·사당이 있는데 곡간의 크기만 보아도 이 집이 어떤 영광을 누렸는지 알듯하다. 한 때 식솔이 200명이었다니 지금 이 고택이 주는 고즈넉함으로는 상상이 안 된다.

이곳 개평마을에선 시간을 조금 더 지체해도 좋겠다. 일두고택 말고도 ‘오담고택’, ‘노참판댁 고가’ 등 종가와 고택 60여 채가 남아 있고 오래된 돌담을 걷는 맛이 남다른 곳이다. ‘개평리 소나무’, ‘일두선생 산책로’ 등을 거닐며 하루쯤 묵어가기도 좋은 마을이다.

함양에는 정여창 선생과 관련된 장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정여창 선생을 모신 9개의 서원 중 하나인 남계서원이다. 소수서원 다음으로 창건했지만 정유재란 때 소실됐다가 광해군 2년에 재건했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킨 유서 깊은 서원이다.

그렇다. 그들을 ‘위대하다’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들이 남긴 사상, 업적은 물론이요, 그 존재 자체가 당대와 후세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여행을 통해 누린 숲과 길과 집…. 이것들이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닌, 앞서 가신 분들의 행동이자 노력이고 실천이었기에 또 한번의 감사를 배운다.


[여행 정보]

● 함양 상림공원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 88올림픽고속도로 - 본백삼거리에서 ‘남원, 함양’ 방면으로 우측 1시 방향 - 고운로 - 주차장사거리에서 ‘거창, 지곡’ 방면으로 우회전 - 한들로 - 함양배움길 - 대맛길

[대중교통]
서울남부터미널 - 함양시외버스터미널 - 농어촌(백전, 대안, 신촌, 중기) 버스 승차 - 아주택배정류장 하차

● 함양 일두고택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 지곡IC에서 ‘함양, 지곡’방면으로 우측 - 함양로 - ‘백전, 병곡’ 방면으로 우회전 - 병곡지곡로

[대중교통]
서울남부터미널 - 함양시외버스터미널 - 농어촌(지곡, 안의, 서상, 상남) 버스 승차 - 오평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상림공원: 검색어 ‘상림공원’ /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운림리 349-1
일두고택: 검색어 ‘일두고택’ / 경상남도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 262-1

< 여행 주요정보 >
함양 문화관광
http://tour.hygn.go.kr

2014년 지리산권 방문의 해
http://www.jirisantour.go.kr

2014년은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함양, 산청, 하동, 구례, 곡성, 장수, 남원 방문의 해다. 이를 위해 설립된 ‘지리산권 관광개발조합’이 다양한 여행 코스를 개발하고 축제와 볼거리, 즐길 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문의전화: 063-620-5900

함양 상림공원
개방시간: 상시개방
입장료: 무료
상림숲 관광안내소: 055-960-5756

일두고택
문의: 055-960-5163

< 주변 여행지 >
용추폭포: 장수사 일주문을 보고 폭포로 향하는데 물소리만 들어도 폭포의 물을 짐작할 수 있다. 폭포의 높이는 15m, 수심은 수십 미터라 한다. 폭포뿐 아니라 용추사 옆길로 나 있는 계곡이 아름답다.

화림동 계곡: 6㎞ 탐방로에는 농월정, 거연정, 군자정 등의 정자가 많다. 이들은 기암괴석을 흐르는 물과 소나무 숲이 어울려 뛰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 음식 >
늘봄가든: 이 집의 대표음식은 밥이다. 찰밥, 팥밥, 조밥, 흑미밥 등 한 바구니에 예쁘게 담아 나오는 일명 ‘지리산 꽃바구니 오곡밥’에 보쌈과 산나물을 곁들여 먹는다.
오곡정식 1만~1만5000원 / 더덕구이 1만원 / 오곡밥(포장) 3000원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교산리 946-3 / 055-963-7722

안의원조갈비집: 양파, 당근, 오이를 듬뿍 넣어 깔끔한 전통의 맛을 선보인다.
갈비찜 4만~5만원 / 갈비탕 9000원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 당본리 12-1 / 055-962-0666

< 숙소 >
정일품명가: 일두 정여창 선생의 16대손이 운영하는 한옥 호텔로, 일두고택이 있는 개평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문화마당, 바비큐장, 명상쉼터 등의 부대시설과 식당이 있다.
객실 이용료: 3만~26만원
http://www.jung1poom.kr / 경상남도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 234-5 / 1577-8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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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권일용 “사이코패스는 사람을 도구로 생각”


“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내 직업적인 명성의 기반도 죽음이다. 나는 죽음으로 이윤을 올렸다.”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 <시인>의 첫 문장을 읽다가, 나는 어둠을 응시하는 한 사내의 사진을 떠올렸다. 권일용, 이 남자의 얼굴이었다.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을 만났다.

-만약에 한 명이라도 내 인터뷰를 보고 범죄에 도움을 얻는다면 그 죄책감은 씻을 수 없을 것이란 얘길 했습니다.

“아이가 토막 나 죽었던 현장이 있었어요. 손가락으로 하수도까지 긁고 팠는데도 결국 발가락을 못 찾았어요. 아이의 몸이라도 다 찾아야 부모에게 보여줄 텐데 다 덮어놓고 얼굴만 확인하게 한 적도 있습니다. 다만 사건의 피해자만큼은 제 기사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고, 말하는 게 점점 조심스러워져요. 어떤 것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자라나지 않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경감님은 인간의 ‘악’에 대해 하실 얘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성악설을 믿으세요?

“제가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강호순, 유영철, 정남규 등 한국 연쇄살인범들의 공통점이에요. 이들은 1970년생으로 동갑입니다. 어떻게 같은 시대에 성장한 이들이 지금의 연쇄살인범으로 동기화되었느냐 학문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다면, 환경이 영향을 줬을 수 있죠. 그건 성선설이에요. 하지만 많은 악조건 속에서도 훌륭하게 자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개인적이거나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겁니다. 이건 성악설에 가깝죠.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진짜로 미워해본 경험이 있다면, 마음속으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보복을 했을 거예요. 악이라는 건, 우리 중 누가 그것을 실행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복잡한 문제인 거죠.”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이제 일반적인 명사가 되어 있어요. 사이코패스로 분류된 정남규는 살인충동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담배는 끊어도 살인은 끊을 수 없다고 말한 게 정남규예요. 정남규는 자살한 게 아닙니다. 살인욕망을 참을 수 없어 자기 자신까지 살해했어요. 살인의 궁극적인 끝을 본 겁니다. 보통 사람들은 상식을 통해 인간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이해해선 안 돼요.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프로파일러들이 그들을 보는 건 사물을 보는 방식과 같습니다. 커피포트면 그냥 커피포트로만 보는 겁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파 추리소설작가인 미야베 미유키가 <모방범>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오해를 각오하고 말하자면, 범죄란 사회가 갈구하는 형태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추리소설은 읽으세요?

“읽습니다. 뭘 읽는지는 얘기할 수 없구요. 1980년대엔 생계형 범죄나 원한, 치정 문제가 많았어요. 그런데 9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지존파, 막가파 같은 부류들이 ‘부자는 다 죽어야 한다,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이런 투사 같은 얼굴로 사회저항적인 얘길 하면서 등장하죠. 그러다 2000년 초반에 유영철, 정남규 같은 연쇄살인범들이 나타납니다. 지금은 분노하는 범죄가 가장 많아요. 외국에선 그걸 ‘hate crime’이라고 하고, 한국에선 무동기 범죄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어요. 이 배경에는 경제적인 요인이 있어요. 미국의 연쇄살인범들이 나타났던 시기도 신자유주의의 영향이 있습니다. 정부가 축소되고 자유경쟁에 맡기자는 정책으로 경제발전을 했지만 그 이면에 엄청난 대가가 있었고, 그게 연쇄살인이에요. 제가 800명의 범죄자들을 만나보면 엄청난 분노가 있어요. 사회적으로 배제되었고, 노력해도 잉여인간이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사실 이건 인류 전체가 겪고 있는 현상이에요. 하지만 그들은 이 문제를 왜곡된 형태로 내면화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사람을 시기합니다. 빼앗고 파괴하는 것으로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거죠. 범죄자들에게 왜 죽였어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해요. 나는 불행한데 너무 행복하게 웃길래 화가 나서 그랬다고.”

-높이 올라가 있는 사람을 끌어내림으로써 내가 높아지는 것 같은 착시현상 같은 건가요?

“그렇죠. 인터넷에선 주로 유명한 연예인이 타깃이 되지만 평범한 사람도 언제든 노출될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이 뭔 줄 아세요? 공감하는 능력이 없다는 거예요. 사이코패스가 되는 순간 연쇄살인범이 되는 게 아니라, 언제든 필요하면 사람 목숨을 도구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사이코패스인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연쇄살인 범죄가 아니라 경제범죄에 훨씬 더 많아요. 나주의 성폭행범이나 올레길 사건의 범인들을 만나면 묻습니다. 너도 그렇지만 그 아이도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떡밥을 물어요. 맞아요! 걔네가 재수가 없었던 거죠! 이건 일반 사람들이 하는 자기 합리화가 아니에요. 이들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나주 성폭행범의 말이 이래요. 원래 언니를 납치하려고 했는데 걔가 거기 자고 있었으니까 그 아이 문제다.”

-강호순이 “나가면 또 범죄를 저지를 거다. 이번엔 절대로 걸리지 않을 거다”라는 말을 한 걸 본 기억이 나는데요. 프로파일러는 이해되지 않는 악인을 끝내 이해해서 그 사람의 내면을 끌어내는 일 아닌가요?

“말을 끄집어내는 것까지가 저의 역할이고, 그 실체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강호순이니 유영철이니 하는 사건에 대한 부담은 언론의 비난 같은 게 아니에요. 내 무능 때문에, 내가 멈칫거리고 있는 순간 누군가 죽는단 생각을 하면 그 비극이 전부 내 책임 같아요. 제게 기억나는 범죄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다 기억 못합니다. 하지만 2000건의 현장들은 단 한 건도 잊지 못해요.”

-살인범의 얼굴은 잊어도 범죄현장은 잊을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이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장면도 아니고, 안 보고 살면 더 좋은 장면들을 저는 늘 봅니다. 처음에 신입직원들이 왔을 때 아파트 10층에서 살인사건이 났어요. 현장에 도착해서 제가 범인이 곧 잡힐 거란 얘길 신입에게 해준 적이 있어요. 30분도 안 돼서 형사들이 범인을 잡았단 소식이 들리더군요. 현장의 메커니즘은 경험으로 쌓이는 겁니다. 살인사건이 나면 강력계 형사들이 출동해 감식하고 사진을 찍는데 그날은 CSI만 있었어요. 형사가 한 명도 없다는 게 뭐겠어요? 범인 잡으러 갔단 거죠. 또 프로파일러들에겐 형사들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 하는 과제가 있어요. 아무리 분석을 잘해도 수사관이 움직이지 않거나 동기화가 되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인 겁니다. 방화사건 하나에 나타난 세 개의 행동만으로 그것이 단순 방화인지, 성폭행인지, 강도인지를 분석하고 범행의 주목적을 밝혀야 해요. 프로파일러라고 해서 범인이 누구야, 이럼 형사들한테 맞아 죽습니다. 한국은 미국처럼 영화나 책에 나오는 그런 프로파일러가 아니라 범죄행동분석가예요. 용의자가 있을 때 수사관이 어떻게 심문해야 하냐는 전략까지 수립해야 돼요. 미국 같은 곳에선 범인이 반경 3킬로미터 안에 있다는 프로파일링이 나오면, 그 안에 집이 5개밖에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마포 지하철역에서 반경 3킬로미터 안에 범인이 있다고 하면 형사들이 난리가 나는 거죠. 그 안에 유동 인구가 몇이에요, 대체.”

-한국의 범죄자 검거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게 주민등록증과 지문 날인 때문이란 얘기도 있던데요.

“문제는 주민등록이 없는 사람도 있고, 지문이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심지어 옛날엔 동생이 대신 찍는다거나 하는 일도 있어서 지문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학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언제든 오류와 오차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해요. 그게 진짜 용기인 겁니다. 미국의 콜드케이스(미제사건전담팀)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심지어 법의학적 단서들도 무시할 수 있어야 미제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 수사라는 건 지향점을 갖고 돌진하다보면 거기서 벗어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일부에선 지문 날인 등의 수사편의나 인권침해 요소를 지적하기도 하는데….

“그런 요소가 있겠죠. 하지만 그것의 다른 효용성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최근 영국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화시키고 있어요. 이유가 있어요. 사람이 대량으로 사망하는 사건들, 그러니까 비행기 사고나 대형재난, 아동 실종 사고 등이 생겼을 때, 나를 찾을 수 있는 ‘단서’로 DNA를 쓰길 바라는 거죠. 자기 보호를 위한 예방 차원에서 사용하는 겁니다.”

-전문적인 프로파일링은 결국 범인 쪽이 아닌 피해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CSI>를 보는데 지문을 남기고 가는 범죄자는 극히 희박해요. 그래도 지문을 연구하는 이유가 있어요. 단 한 건이라도 범인을 잡을 수 있으니까 하는 겁니다. 가끔 프로파일링의 적중률이나 통계를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무의미한 질문이에요. 해결된 한 건의 사건은 100%인 겁니다. 대한민국에 UDT가 6·25 이후에 출동한 적이 몇 번일까요? 제대할 때까지 한 번도 출동을 안 하는 UDT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센 훈련을 받는 이유는 언젠가 필요할 때 그 사람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들의 존재 이유가 있는 거기 있는 거예요.”

-살인사건을 다룰 때, 매체가 사건의 본질보다 사건의 감정에 집중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살인마에게 별명을 지어준다거나, 유명 여대 미모의 여대생이란 선정적 표제를 붙이기도 하구요.

“미국에서 교수시험에 계속 떨어진 중국 학생이 학생을 쏴죽이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어요. 근데 중국에서는 얘가 오죽하면 그랬겠냐, 이민자니까 인종차별도 있었을 거고, 이런 보도가 나와요. 그런데 한 미국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만약 그 사람이 교수시험에 합격했다면 이 일이 안 벌어졌겠냐는 설문을 했어요.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미국은 그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봅니다. 그건 사건의 팩트를 본 것이고, 중국은 사건의 감정을 본 것이겠죠. 그런 가치판단의 기준들이 감정에 따라 이동을 하는데 서구에서는 잘 안 그렇거든요.”

-오원춘 토막살해사건이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인육괴담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 전체에 대한 혐오감으로 번지던 일이 떠오릅니다. 전문가 집단에선 다문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될 거란 얘길 하시는 분이 많더군요.

“괴담 부분은 그 사건의 본질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어요. 정확한 팩트를 모르니 언론 보도의 한계가 있기도 하구요. 저도 몇 년 전부터 다문화 문제를 제기했는데, 잘못해서 그들이 잠재적 범죄자라고 오해될까봐 조심스러운 부분이에요. 미국의 전철을 따라가면 그런 친구들이 사회에 저항하기 위해서 만든 게 갱들입니다. 갱 정도의 개념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그런 일들이 소소하게 벌어지고 있어요. 우리 사회는 불특정 다수에 분노가 표출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지금 16~18세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공교육 탈락률이 60~70%가 넘었어요. 더 우려되는 건, 시골 조부모 밑에서 크는 케어받지 못한 아이들이에요.”

-세계 경찰의 트렌드가 범죄 예방 쪽에 맞춰져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환경이나 도시 구조를 바꾸는 ‘셉테드’ 연구가 활발하다고 들었어요. 가령 골목의 구조를 바꾸거나,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담장을 허문다거나, 적절한 곳에 철망을 설치하고, 아이가 입구에서부터 집에 도착할 때까지의 환경을 오픈하게 해서 공간의 구조를 바꾼다거나 말이죠. 좀 다른 얘기긴 하지만 프로파일러들은 공간을 분석해내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걸 전문적으로 ‘스누핑’이라고도 말하는데요. 하지만 일부러 범인이 범죄현장을 왜곡시키는 경우도 많지 않나요?

“인간의 경험이 다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목적을 갖고 행동을 해도 사람마다 길을 가는 방법들이 다릅니다. 그게 시그니처예요. 커피를 조금씩 남긴다던지, 피해자 얼굴을 가린다든지, 성범죄를 저지를 때 항상 옷을 입힌 채로 폭행한다든지 하는 고유의 행동이죠. 책을 보면 이렇게 정의되어 있어요. 성폭행 범죄자가 미장원 같은 공공장소에서 성폭행을 하는데 거기 있던 사람들 옷을 다 벗게 하고 사진을 찍어요. 그건 다른 피해자들에게 수치심을 줘서 신고를 못하게 하거나, 피해자들이 자기 신체를 가리기 위해서 전환하는 의식 때문에 범인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할 거란 계산이 깔린 거죠. 그게 바로 범행 수법입니다. 그런데 범인이 옷 벗은 사람들을 촬영해요. 특정 자세, 가령 무릎을 꿇게 한다든지 하는 게 개입이 되면 그건 시그니처가 돼요. 수법은 범행 현장이 바뀌면 계속 바뀌지만, 현장에는 범행을 완성하기 위해 범인이 남기는 불필요한 행동들이 있어요. 과거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사건이 있었어요. 남자가 저지른 것처럼 성폭행 범죄로 위장했지만 우리는 범인이 여자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위장하고 은폐할수록 역설적으로 단서들이 남아요.”

-심문 전략을 형사들이랑 함께 짠다고 했는데….

“분석을 바탕으로 정보를 줍니다. 혼자 조사를 받아야 한다거나, 비슷한 연령대의 수사관을 배치하거나, 어떤 얘기를 할 때 자유로워지는지를 얘기하죠. 가령 어머니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좋은 형사와 나쁜 형사의 배치, 듣는 형사와 말하는 형사 전략을 쓰기도 합니다. 범인의 성향에 따라 일부러 말할 때까지 한 마디도 안 하고 기다리는 비언어적인 전략을 구사하기도 해요. 자백을 안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해줍니다. 연쇄살인범들은 수사관들의 압박에는 영향을 잘 안 받아요. 그러니까 속임수가 아니라, 자백을 하게끔 판단하는 데 영향을 주는 전략을 쓰는 겁니다. 처음에 DNA가 나왔을 때 김길태가 그랬어요. 증거물 나왔다면서 왜 나한테 자백하라는 거냐. 난 하지 않았다!”

-증거물이 나와도 범인이 자백을 안 하면 범죄가 성립이 되지 않나요?

“수사의 목적은 자백을 통해 왜 이 일이 벌어졌는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거예요. 물론 DNA가 나오면 법정에 갈 수 있죠. 하지만 경우의 수들이 많습니다. 과학수사가 발전하는 이유는 한 범인을 특정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모든 상황과 정황이 이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과학이 그것이 아니라는 걸 밝혀줄 수 있을 때 더 큰 의미가 있는 겁니다. 하지만 자백 없는 상태에서 시체도 안 나오고, 오직 DNA만 김길태 것이라고 하면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를 신의 영역이에요. 인간이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닌 겁니다.”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원혼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공소시효 폐지는 인간에 대한 국가의 철학문제라는 생각을 했어요. 공소시효가 끝난 화성연쇄살인사건 때문에 프로파일러가 됐단 얘기를 읽었구요.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진행 중입니다. 그놈이 길거리에 침이라도 뱉으면 그걸 채취해서라도 잡을 겁니다. 미국에 BKT(묶고 고문한 뒤 살해하는 수법) 범인이 30년 만에 잡혔어요. 연쇄살인이 지속되다가 30년의 공백이 있었어요. 근데 미국경찰이 그때의 정보를 보관하고 있다가 30년 만에 범인을 잡은 거예요. 작년부터 경찰청에서 각 지방청 형사과에 미제사건전담팀을 2~3명씩 배치했어요. 최초로 시작한 대전청에선 실제 성과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법 논리를 가진 사람들이 자꾸 이상한 걸 만들어내서 반대하는데 저는 공소시효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신을 다해 살인마를 연기한 배우, 살인귀가 등장하는 소설을 쓴 작가의 입장이란 게 있습니다. 흔히 감정이입이란 말을 쓰는데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혼란을 느끼게 돼요. 정신과적인 질환을 앓거나 극단적인 경우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경감님은 직업적 고충을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눌 수 없는 프로파일러예요.

“후배들에겐 이런 말을 해요. 죽은 이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아줘라. 그 사람이 죽기 전, 마지막까지 기다린 사람이 우리일 수 있다. 그걸 생각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집니다.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는 피해자들과의 약속이에요. 이건 불타는 정의감이 아니라 죽은 피해자들과의 공감이에요. 범죄자들이 날 가르치는 선생님이란 심정으로 그들의 얘길 경청합니다. 면담을 통해 유사한 놈들이 나타나면 정리하고 적용합니다. 그놈을 통해 제2의 살인마가 나왔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을 거라고 결심해요. 증거물 확보나 자백이 끝나면 본격적인 범죄자 면담이 이어져요. 심정을 물으면 처음에는 죽고 싶단 얘길 해요. 면담이 계속 이어지고, 여전히 죽고 싶냐고 물으면 자기가 몇 년 정도 구형을 받을지 물어요. 그리고 자기 얘길 들어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설혹 자기 얘길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공감해주질 못하니까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제2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겠단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범죄자에게 화를 낼 이유가 없어집니다.”

-프로파일러에게 공감능력이란 철저히 피해자를 막기 위한 전문적인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걸로 이해했습니다. 그래도 이해가지 않는 인간을 이해하고 공감되지 않는 자들을 공감하면서 자료화하고, 철저히 공무상 수단으로만 이용해야 하는 일을 상상하는 건 힘든 일 같습니다.

“가끔은 머릿속에서 판이 튀기도 해요. 어떻게 나로 돌아오는지, 내가 악마인지, 내가 악마가 된 꿈을 꾸고 사는 건지, 내가 악마를 만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말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려고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강호순, 유영철 같은 사람들을 면담하면서도 언제든 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건 그들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살인범들은 사람의 가치를 알고 있어요. 사람이 중요한지 알면서 파괴하기 때문에 나쁘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율신경계 문제들이 교란을 일으킬 때가 있어요. 질병이 생겨 병원에 갈 일이 생깁니다. 정말 웃긴 건 그 많은 시체들을 봤는데, 정작 제가 주사 맞는 건 못 봅니다. 아무렇지 않게 피를 쭉 뽑고 주사를 팍 놓고 가는 간호사들을 보면 무서워요. 그냥 주사만 그래요. 특히 아동과 관련된 사건이 힘이 듭니다. 일주일 동안 브리핑을 다 하고 바닷가에 혼자 앉아 있는데, 저도 모르게 뛰어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어요.”

-경감님에게 아름다움은 뭔가요?

“인간이 아름답지 않으면 뭐가 아름답겠습니까. 인간이기 때문에 꽃이 아름다워 보이지, 꽃이 아름답게 피려고 했겠어요? 그걸 보는 인간이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죠. 노래방 18번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예요.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 인간이 당연히 아름다워야죠. 제 시간은 각각의 사건에 멈춰져 있어요. 10년 전에 겪은 사건이 있으면 항상 그 시간에 머물러 있어요. 3년 전에 투입된 사건, 김길태를 만나서 눈을 마주치던 시간, 지금도 그때에 멈춰 있는 거죠. 인간이 많은 걸 잊어버리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데 사건은 잊으려고 해본 적도 없고, 절대 잊혀지지도 않아요. 그 시간들이 점들로 박혀 있는 거예요. 언제든지 나는 그 시간으로 갈 수 있어요.”

“직업이란 본질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남에게 필요한 일이어야 한다. 그래야 남이 내 직업에 돈을 지불하고, 나는 그 돈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라는 말을 한 건 정신과의사 서천석이다. 나는 직업을 꿈과 연결시켜 ‘가슴 뛰는 일’을 하지 않으면 마치 실패자처럼 느끼게 되는 요즘의 세태를 떠올렸다. 직장이 과연 자아를 실현하는 장이 될 수 있을까. 직업에 대한 정의를 새삼스레 숙고하자, 그것이 ‘내’가 아닌 ‘남’에게 맞춰져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권일용에게 프로파일러가 요즘 젊은이들이 꼽는 가장 핫한 직업 중 하나라는 얘길 꺼냈을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눈 먼 맹인이 등불을 들고 다녀요. 보이지도 않으면서 왜 저런 걸 들고 다니나 싶어 사람들이 비웃습니다. 하지만 맹인의 마음은 그런 게 아니에요. 나를 못 보면 사람들이 내게 부딪칠까봐, 그래서 들고 다니는 등불이라고 말이죠.” 이 남자의 꿈은 애초 경찰이 아니었다. 먹고살 길이 막막한 가난한 집 장남이 선택한 밥벌이가 경찰이었다. KTX를 타고 아산역에 도착해 경찰교육원으로 가는 택시를 탔을 때, 기사는 내게 “경찰이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그에게 내가 경찰처럼 생겼느냐고 되물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자꾸 그 장면이 떠올랐다. 그토록 많은 악을 보았고, 살인범을 대했지만 권일용의 얼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순해 보였다. 피해자에 대한 얘기를 꺼낼 때, 나는 뜨거워지는 그의 눈빛을 봤다. “이 일은 저 말고도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제가 이 일을 하는 건 소명감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도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가족에게조차 직업적 고충을 털어놓을 수 없는 이 일을 ‘이 짓’이라고 말할 때, 나는 가정을 지키고, 시민을 보호하는 사내의 밥벌이의 숭고함을 느꼈다. 나이 어린 여자지만 문득 그에게 술 한 잔 사고 싶었다.

<백영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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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소프트웨어 강해지려면 전문인력 5만 명 더 필요”


김기영 1937년 서울 출생. 양정고와 연세대 상학과· 동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와 미국 남가주대, MIT대, 보스턴대에서 가르쳤다. 1996년 연세대 대외부총장을 거쳐 98년 연세대의 첫 석좌교수에 임명됐다. 2009년 광운대 제8대 총장에 취임했다. 취임 뒤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과 1대1 맞춤형 취업컨설팅 약정을 맺어 기업이 원하는 인재 발굴에 집중했다.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기업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황조 근정훈장을 받았다.

이공계 전국 9위, 매년 200여 명의 졸업생이 대기업 취업… 김기영(76·사진) 전 총장이 이끈 광운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이공계 전국 9위(2010년)와 종합 전국 28위(2011·2012년)를 차지했다. 2010년·2011년 연속으로 재학생이 ‘대한민국인재상’을 타는 경사도 맞았다.

약진의 중심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교육혁명’을 밀어붙인 김 전 총장이 있다. 2009년부터 4년간 총장으로 재임하다 지난 14일 물러난 그는 전체 학과 가운데 45%를 IT산업 학과로 육성해 취업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경영학자 가운데 세 명뿐인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인 그는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교육열이 아니라 입시욕이다. 학생들에게 지식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야 창조경제가 실현된다”고 말했다.

“명문대 못 간 학생들은 평생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해…이런 학생들은 자기 발전이 없지. 자기가 최고라는 자긍심부터 길러야 해. 대학 간판이 아니라 자기를 믿는 훈련을 할 때 훌륭한 인간이 되지. 광운대 학생들이 약진한 이유야. 창조경제도 마찬가지지. 생각하는 능력을 갖춘 국민이 있을 때 창조경제도 실현되는 거야.”

-‘창조경제’가 여기저기서 강조되고 있다.

“창조경제는 전문용어가 아니라서 한마디로 뭐라고 규정할 수 없다. 다만 지향하는 목표를 보면 세 가지다. 첫째, 경제성장을 한다. 둘째, 일자리를 만든다. 셋째, 사회복지를 추진한다는 거다. 이를 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창조경제를 정리하면 된다. 그러면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선진국을 모방해 성장하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혁신을 통해 도약하는 나라가 있지만 그러지 못해 쇠퇴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는 후자가 아닐까.

“우리나라는 모방을 통해 성장해 온 모델인데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크게 달라졌다. 기업이 살아남아 국제화되는 길을 배웠다. 이제는 한발 더 나가야 한다. 기존의 지식, 경험, 기술에서 탈출해야 미래가 있다. 그게 창조경제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세 가지다. 하드웨어, 휴먼웨어, 소프트웨어다. 우선 국가가 주도하는 하드웨어, 즉 도로망, 통신시스템, 기간산업 등은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과잉 투자돼 있다. 반면 휴먼웨어(생산성)는 부족하다. 시간당 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0%를 밑돈다. 현대자동차가 차 1대 만드는 데 28시간 걸린다. 그러나 도요타는 22시간, 미국 앨라배마주의 현대차 공장은 23시간이다. 소프트웨어도 크게 부족하다.”

-소프트웨어 문제를 좀 더 얘기해 달라.

“예를 들면 서울 시내에 교통인프라는 잘되어 있다. 일요일에는 차가 없어 거리가 한산하다. 그런데 교통신호 체계는 평일과 같다. 신호대기로 인해 버리는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큰가. 바로 이런 걸 개선하는 게 소프트웨어다.”

-기업에서 소프트웨어를 개선할 방법은?

“삼성전자가 막대한 이익을 내지만 소프트웨어 부문은 취약하다.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려면 5만 명가량이 추가로 필요하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내비게이션 등 차 내부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는 거의 다 독일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투자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국가가 할 일은?

“규제를 없애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낸 연구를 보면 우리 정부 규제 가운데 타파할 게 5000개에 달했다. 1960년대 산업화 시절에 나온 규제가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다.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휴먼웨어를 개선하려면?

“교육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교육 소프트웨어가 잘못돼 휴먼웨어가 발전하지 못하는 거다. 무슨 문제건 해결하려면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려고만 하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지 못한다. 사람에게는 좌뇌와 우뇌가 있는데 우리 교육은 좌뇌 중심의 교육에 집중한다. 즉 답이 한 개인 것을 찾는 데만 힘을 기울이는 거다. 미국 아이들은 수업시간의 70%를 질문을 주고받는 것으로 메운다. 기억력은 타고난다. 그러나 창의력은 훈련되는 것이다. 많이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고 써봐야 창의적 인재가 탄생한다.”

-가정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이려면?

“소수의 유대인이 세계를 움직인다. 그들에겐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있는 게, 어머니가 일터에 나가는 것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미국 하와이에선 부모 중 한 명은 아이가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같이 있어야 하도록 의무화했다. 유대인은 가족들이 저녁식사를 늘 함께 한다. 이 자리에서 부모들은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무얼 배웠느냐고 묻지 않는다. 무슨 질문을 했느냐고 묻는다.”

-논술을 배제하는 입시제도가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정부가 논술시험을 없애는데 그건 절대 안 된다. 영어로 논술을 쓰게 하면 영어 능력 테스트는 쉽게 할 수 있다. 중·고교 수업현장에 가보면 아이들의 반은 자고 있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학교에선 진도를 먼저 나가는 게 의미가 없다. 생각하고 토론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술시험을 보면 학생들이 예문을 외워 쓰는 폐단이 있지 않나.

“나는 책을 펴놓고 시험을 보는 ‘오픈북 테스트’를 실시해왔다. 예를 들어 기업인이 자금 500억원을 조달하려고 하는데 어떤 방법이 있겠느냐는 문제를 낸다. 또는 성수대교의 붕괴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은 무엇이냐? 지구상에 바퀴벌레가 몇 마리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가? 호랑이는 왜 줄무늬이고, 표범은 점 무늬인가?(이는 영국 수학자들이 밝힘) 이런 문제들을 낸다. 답은 다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야 한다. 세상엔 하나의 정답, 하나의 진실이 있는 게 아니다. 진실처럼 보이는 것들이 경합하는 것이다. 논술시험을 없앨 게 아니라 논술시험이 진화돼야 한다.”

-고교 과정에서 문과·이과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렇다. 벽을 허물고 통섭을 해야 창의성이 생긴다. 문과·이과 분리는 한국ㆍ중국ㆍ일본에만 있는 제도다.”

-우리 교육법에 따르면 서울대 교수가 초·중·고 교사가 될 수 없다.

“교원 충원 구조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교사가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외 유수한 대학의 박사학위 소지자나 대학교수들이 초·중·고 교사를 하고, 역으로 교사들이 교수도 할 수 있도록 돼야 한다. 미국의 초·중·고 교장 중에는 박사가 많다. 우리도 장·차관이나 대기업 CEO를 역임한 인재들이 교장이 돼야 창의적인 교육이 일어난다.”

-일본은 도쿄대가 아니라 교토대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왔다.

“노벨상 위원회에서 왜 교토대가 일본 1위인 도쿄대를 제치고 노벨상 수상자를 줄줄이 배출했는지 연구했다. 교토대 학생들은 2학년까지 학과를 정하지 않고 역사ㆍ철학ㆍ수학 등 다양한 교양 과목을 이수한다. 학부 교육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거다. 여기서 발견한 자아를 바탕으로 전공을 정하고 대학원에서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이런 통섭적인 교육 시스템이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동력이 된 거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석사를 마치고 나서도 박사학위를 무슨 주제로 할 것인지 지도교수에게 물어 온다.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하는 제자는 혼난다.(웃음)”

-교학사 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이념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교과서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미국에는 여러 가지 교과서가 있다. 저자들 간에 이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생각이 다른 책을 읽고, 토론하고, 국익을 위해 무엇이 더 좋은지 또 어떤 이념을 갖고 살아갈 것인지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교육 아닌가? 선진국 학교들은 도서관이 크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서로 다른 관점의 책을 2~3권 읽도록 추천한 뒤 서로 다른 관점에서 토론하도록 유도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진화할 것 아닌가? 흑백논리 대신 다양한 생각을 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흑백논리는 페르시아의 종교였던 조로아스터교에서 나왔는데.

“낮과 밤, 선과 악을 대조하면서 흑백논리가 나왔다. 그런데 태양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낮과 밤이 만나는 석양 무렵, 밤과 아침이 만나는 일출 무렵 아닌가? 이처럼 뭐든지 서로 만날 때 아름다운 것이다. 특히 인문·사회과학에서 하나의 정답, 하나의 진실은 없다.”

-한국 대학교수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 미국 대학 교수는 업적에 따라 매년 봉급이 달라진다. 그러나 우리는 호봉제다. 서울대 정교수 중 43%가 논문이 없다는 보고도 있었다. 미국은 종신교수 자격을 받아도 매년 논문심사를 받고 논문이 없으면 월급이 깎인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다. 60대 초반이 되면 50~60%는 학교를 떠난다. 실적이 적으면 월급이 적어지므로 월급보다 연금 혜택이 더 커지는 순간 은퇴하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는 새 교수를 충원하기 쉬워진다.”

-2000년대 중반 삼성이 소니를 앞지른 이유를 연구했는데.

“한·일 학술원에서 이 문제를 연구했다. 우선 삼성은 3각 편대, 다시 말해 오너와 사장, 그리고 시니어 부장 등 엘리트로 구성돼 있다. 인재를 영입한 뒤 철저히 경쟁을 시켰다. 이런 과정에서 시니어 부장의 실천 능력은 강해진다. 둘째, 오너와 사장으로 연결된 의사결정구조가 신속하게 돌아갔다. 삼성은 지난 20년 동안 1조원 넘는 큰 프로젝트 때 공장 건설에서 제품 생산까지 18개월 넘게 걸린 적이 없다. 반면 소니는 이사가 43명이나 됐다. 공장 건설에서 제품 생산까지 36개월 안에 이뤄낸 적이 없다. 셋째, 소니는 기술을 중시했고 삼성은 고객이 무슨 상품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뒀다.”

-창의성이 중요한 사례를 든다면?

“삼성에서 LCD와 LED가 결합된 TV를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니는 LED와 OLED 기술을 보유했지만 두 가지를 결합하는 시도를 하지 못했다. 뒤늦게 공장을 만들었지만 제품을 내는 데 2년 넘게 걸렸다. 핀란드 휴대전화 기업 노키아가 최고로 앞서 나갈 때, 스마트폰 제작을 건의한 인물들을 전부 내쫓았다. 이는 결국 노키아의 몰락을 초래했다.”

-불황에 시달리던 우리 조선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36%로 올라섰다.

“우리 조선업은 얼마 전까지 중국의 저임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어떻게 하면 선주들에게 비싼 배를 사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배 한 척에 탐색과 시추, 가스압축, 저장, 운반, 쇄빙 기능을 모두 갖춘 고급 선박이 해답으로 제시됐다. 한 척의 가격이 1조원을 넘는 ‘융합 선박’이었다. 여기에 IT기술을 접목해 세계 최적의 항로를 선택해 운항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수주 물량의 80%를 한국이 차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기업 오너십에 대해 비판적인 주장이 많다.

“삼성과 소니의 비교에서 보듯이 아직은 오너십이 필요하다. 미국도 기업이 5세대를 거친 뒤에야 전문경영인 체제로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우리도 시간이 필요하다. 정치를 보자. 우리는 민주주의가 본격화된 지 27년이다. 원숙한 민주주의가 되려면 서양처럼 100년 정도는 걸려야 하는 것과 같다. 호흡을 길게 봐야 한다. 이병철·정주영 회장을 가까이서 많이 봤다. 당시엔 가장 창의적인 인물들이었다. 이 회장은 신년초면 늘 일본에 가서 본인이 볼 책과 삼성 간부들에게 줄 책을 샀다. 정 회장도 직원들이 ‘어렵다’고 얘기하면 ‘해 봤어?’라고 반문했다. 그만큼 창의력과 도전의식이 넘쳤다.”

-우리 경제에서 이제 브랜드 가치도 중요한 창조물 아닌가?

“당연하다. 이젠 빌딩이나 자본이 아니라 사람과 브랜드의 시대다. 그래서 정부도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통한 국가 브랜드 향상에 힘을 쏟는 것 아닌가. 특히 스포츠 선수는 국가 자원이다. 올림픽을 잘 치르면 국격이 높아지고 투자가 늘어난다. 국가 브랜드와 사람, 스포츠 산업, 관광자원의 결합을 통해 융합적 일자리가 창출된다. 창조경제의 좋은 예다.”

-정부와 청와대가 창의적이 되려면?

“우선 부처와 과(課)의 칸막이를 없애고 과제 중심으로 조직을 만든다. 그 뒤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선 공신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자리를 준다면 창의력 확보는 어려워진다. 둘째, 정부와 청와대 조직을 백악관처럼 수평적으로 만드는 거다. 요즘은 지휘관의 역할도 바뀌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걸 갖고 끌고 가는 게 아니다. 아랫사람이 가진 새로운 것을 융합해 더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창조경제 얘기만 하겠다. 우선 5000개가 넘는 규제를 혁파하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국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다. 둘째, 경제민주화의 주된 동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실리도록 힘을 모아줘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자꾸 법을 만들면 창조경제와 모순되는 길로 갈 수 있다.”

-3·1 문화재단을 맡고 있다. 어떤 단체인가?

“이정림ㆍ이정호씨 등 개성 상인 출신 기업가들이 1959년 국내 최초로 만든 학술문화재단이다. 학자나 예술가는 물론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구두닦이나 철도 운전사에게도 상을 줬다. 윤보선 대통령이 시상식에 나와 상을 수여했다. 지금 기업인들도 이런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 기업인이 존경받아야 선진국이 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즐겁다. 즐거움의 원천이다. 즐거움을 유지하는 수단은 창의력을 갖고 도전하는 거다. 늙어감을 무서워하지 말고, 낡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난 항상 즐겁다. 걱정하면 뭐 하나?(웃음)”

대담·글=이광재 객원 칼럼니스트·전 강원도지사

 

 

“운동부 만드는 기업엔 특소세 깎아주고 애써 키운 국가대표 출신에 교직 개방을”


김기영 전 광운대 총장이 창조경제를 실현할 방안의 하나로 스포츠산업 진흥을 역설했다. 탁구 스타 출신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이에리사(59·사진) 의원을 만나 구체적인 방법론을 들어봤다. 그는 “운동부를 만드는 기업들에 특소세를 절반으로 깎아주고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 브랜드와 스포츠의 관련성은?

“대한민국 체육이 세계 5~10위권에 진입해 있다. 스포츠는 국민 마음을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88 올림픽과 2002 월드컵을 치르며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크게 높아졌다. 훌륭한 스포츠 선수는 국가의 자산이다. 기업의 가치도 재산의 시대에서 사람과 브랜드의 시대로 변했다.”

-우리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성공한 이유는?

“엘리트 체육이다. 소년체전을 통해 인재를 조기 발굴하는 꿈나무 육성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꿈나무 이후에는 국가대표 후보 선수, 그 다음은 국가대표 선수가 돼 국가의 지원을 받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

-문제점은?

“실업팀이나 직장 운동부가 부족해 최고 선수들을 제외하곤 갈 곳이 없다.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 외국에선 선수가 시합을 하고 오면 보충수업을 해준다. 학습을 병행할 수 있어 선수생활을 마친 뒤 다른 직업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운동하는 학생들의 공부 기회가 원천 봉쇄돼 있다. 이걸 바꿔야 한다. 또 운동부를 만드는 기업에 특소세 50%를 감해줘야 한다고 본다. 재계와 협의가 필요하다.”

-올림픽과 세계 대회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학교 교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가대표 선수를 육성한다. 그런 선수들은 국가의 자랑이고 자산이다. 그런 자산의 하나인 장미란 선수는 심하게 말하면 실업자다. 이들이 사회에 또 다른 기여가 되도록 교직을 개방해줘야 한다.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한국 선수는 1년에 100명도 안 된다. 이들을 초등학교 체육 전담 교사로 진출시키려 했는데 ‘교대 출신이 돼야 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래서 우선 시범적으로 국가대표 출신들이 2급 경기지도사나 생활체육지도사가 될 길을 열어주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체육 전담 교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장미란 선수 같은 이들의 처우를 어떻게 해줘야 하나.

“스포츠 스타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 공부를 시켜야 한다. 국가 브랜드나 국산 스포츠 브랜드에 기여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84년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체조 스타 리닝(李寧)의 스포츠용품 사업 진출은 좋은 사례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잘 치르려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잘 치르면 국가 브랜드는 확연히 올라간다. 대회의 성공 여부가 곧 국력 평가의 잣대가 된다. 겨울올림픽으로 성공한 도시도 있고 파산한 도시도 있다. 평창이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좋은 선수층을 육성해야 한다. 또 겨울 종목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 2018년을 기점으로 겨울스포츠에서도 선두국가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겨울스포츠 선수층은 어떤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진을 보면 미국이 214명, 독일이 151명이었다. 선진국의 경우 대략 150명 선인데 우리는 46명만 출전했다. 또 아이스하키나 컬링은 역대 겨울올림픽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또 스키 등 설상 종목에 걸린 메달이 68개로 전체 메달의 71%를 차지하는데, 우리는 이들 종목에서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투자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내년 2월 열릴 소치 겨울올림픽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대적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보니까 올림픽 수준이더라. 소치의 성공을 위해 러시아가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소치 올림픽 준비를 직접 진두지휘한다고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겨울올림픽의 모든 종목 협회장들을 재력가로 교체했다. 국가와 민간이 똘똘 뭉쳐 총력 지원하는 것이다. 또 세계 대회마다 종목별로 수십 명의 선수들을 출전시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올림픽을 마친 뒤 국가가 그 유산을 활용하는 전략이 있어야 할 텐데.

“이젠 대회만 잘 치르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올림픽을 마친 결과물을 미래 자산으로 만드는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러시아는 소치를 유럽 최대의 휴양지로 만들려 한다. 이런 프로젝트를 연구하기 위해 대학까지 세웠다. 우리도 2018년 평창올림픽을 마친 뒤 그 유산으로 무엇을 만들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스포츠가 나날이 산업화되고 있다.

“스포츠는 수백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다. 점점 더 커지고 고급화될 것이다. 아디다스, 나이키, 미즈노, 요넥스 등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는 전부 외국산이다. 한국도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배출했고 제조업과 의류 디자인 강국임에도 스포츠산업은 미약하다. 세계 대회를 유치하는 데 수천억원, 대회를 치르는 데 수조원을 쓴 나라다. 이만하면 스포츠산업 진흥에 나설 충분한 조건이다. 이런 분야가 창조경제 아닐까 싶다.”

-체육부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생활체육예산에 들이는 돈만 2000억원이다. 그런데 체육을 관장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 학교 체육은 교육부, 엘리트 체육은 문화체육관광부로 담당 부처가 나뉘어 있다. 또 실무단체는 대한체육회, 장애인체육회, 생활체육회, 학교체육회 등 네 갈래로 나뉘어 있다. 이제는 체육부를 만들 때가 됐다.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건.

“체육인 복지법과 체육 유공자 제도 신설이 시급하다. 또 국립체육박물관을 지을 때가 됐고 체육 관련 공정위원회도 만들어 체육계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생은 핑퐁이다. 주고받는 것이다. 공이 안 오면 이기는 것이 된다. 그러나 늘 주고받아야 아름다운 인생이 되는 것 아닌가? 인생도 핑퐁도 항상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이광재 객원 칼럼니스트·전 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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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휴먼 어젠다 … 사람에 대한 배려 필요”


“도덕적인 수준을 높이고,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 ‘로맨티시스트’란 별명을 갖고 있는 라종일(73) 한양대 석좌교수가 ‘남북 관계의 근본적 개선방안’을 묻는 기자에게 들려준 뜻밖의 답변이다. 그는 김대중(DJ)·노무현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제1차장과 주영대사·주일대사를 지냈다. 최근에는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을 조명하는 책을 냈다. 책 속에서 그는 ‘이 책이, 이용당하고 버려지고 잊힌 젊은 생명들에 관한 하나의 증언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라 석좌교수는 2011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3회에 걸쳐 중앙SUNDAY에 ‘북한이 버린 테러리스트 강민철’을 연재한 바 있다. 18일 오후 1시간30분가량 그를 만나 ‘강민철’과 남북관계의 발전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강민철 스토리를 처음 접한 건 언제인가.

“국정원 해외담당 차장으로 있을 때다. 1998년 무렵인데 버마와 정보 교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 강민철 관련 보고를 챙겨봤다. 당시 (건강이) 아주 좋지 않다고 하더라.”

-아웅산 테러 당시 두 명이 생포돼 한 명은 사형당하고, 강민철은 수감됐다. 그를 주목하게 된 계기는.

“버마에 가보니 생활환경이 형편없었다. 감옥 생활은 더했을 텐데 25살에 들어갔다고 하니 안타까웠다. 북한은 모른 척했고 우리는 외면했다. 이후에 전두환과 김일성은 2년도 지나지 않아 친해졌다. 아웅산 테러의 직·간접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끼리 친해진 거다. 그 틈새에서 하수인 노릇을 한 강민철에 대해선 아무 얘기가 없었다. 나라도 그를 챙기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2008년 강민철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책으로라도 살려내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만났을 때 상황은 어땠나.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당시 버마에 있던 (국정원) 파견원이 그를 만났다. 15년 만에 한국 사람을 만난 거였다. 처음에 갔을 땐 적의가 많았다. 남한이고 북한이고 왜 자기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느냐며 억울하게 느꼈던 모양이다. 그런데 파견원과 얘기하며 적대감이 풀렸다. 자기 나이가 27살(사건 당시)로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25살이라며 파견원에게 “형님”이라고까지 했다더라.”

-강민철이 한국행을 원했지만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DJ정부와 노무현정부 둘 다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정보 가치가 없다는 이유도 있었고, 데려오면 북한에서 ‘저건 남한사람이다’라고 주장할 거라는 얘기도 있었다. 제일 중요한 이유는 남북관계가 우호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옛 상처를 다시 끄집어 낼 필요가 있겠느냐는 점이었다고 본다. 남북관계의 걸림돌로 여겼던 것 같다.”

-책에서 ‘기억의 투쟁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강민철에 대한 기억이 왜 중요한가.

“그는 자기 죄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국가가 정의의 이름으로 시키는 걸 따라서 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강민철만 엄청난 고통을 받아야 하나. 우리는 그저 ‘못된 북한 놈이 테러를 한 거다. 북한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면 안 된다. 되돌릴 수 없을지라도 나쁜 일이 있었다면 기억을 해야 한다. 과거는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게 아니다.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과거는 죽거나 땅에 묻히지 않는다. 사실, 그것은 아직 지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역사교과서 논쟁을 보면 ‘무조건 기억하는 것’보다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기억에 대한 이견(異見)은 통일할 수 없다. 문제는 갈등을 관리하는 거다. 리얼리티(reality)란 건 굉장히 복잡하고 규모가 크다. 어느 한쪽의 이해만 갖고선 설명이 안 된다. 다만 이견 때문에 사회가 무정부 상태에 빠지거나 붕괴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또 갈등을 통해서만 진보한다. 기억에 대한 갈등에도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기억하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강민철과 같은 희생자가 계속 나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아웅산 사건도 정치적으로 해결돼 강민철이란 개인을 잊어버렸다. 북한 쪽도 ‘정치적인 목표를 달성하라’고 했을 뿐 무사히 데려간다는 배려 자체가 없었다. 정치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족의 앞날이 밝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명의 사람에겐 한 시대가 담겨 있다. 그 시대의 문제점, 아픔, 희망이 모두 담겨 있다.”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남북한 모두 도덕적인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통일을 정치적인 어젠다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그렇게 성공한 건 19세기 말 프러시아의 독일 통일이나 일본의 메이지유신뿐이다. 그 결과 강대한 근대국가가 됐지만 결과적으론 국민들이 불행했다. 통일은 휴먼 어젠다(human agenda)다. 통일 이후 생활의 질과 자기실현 기회를 지표로 삼아 통일을 하려고 해야 한다. ”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나는 햇볕정책의 방식을 ‘마태복음 햇볕정책’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이솝우화 식 햇볕정책은 상대방 외투를 벗기는 거다. 한마디로 전략 개념이다. 마태복음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훌륭한 사람, 못난 사람 가리지 않고 골고루 혜택을 주는 것이 햇빛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굶주린 사람에겐 주체사상이나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쌀밥 한 그릇이 필요하다. 그런 걸 주는 게 햇볕정책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연설을 통해 “공산주의 정권은 교류를 시작하면 허물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도 (대한민국의) 안보 의식을 없애고, 친북세력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햇볕정책을 역이용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노진호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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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파워로 눈길 잡고, 준비된 외교로 마음 잡고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6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전 내 독일 숙소 빌라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2~9일 영국·프랑스·벨기에를 방문한다. 취임 후 네 차례의 ‘세일즈 외교’와 ‘다자 외교’에 뒤이은 유럽 순방이다. 백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영국 국빈방문이다. 박 대통령은 영국 방문 때 버킹엄궁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국빈방문 의전에 따라 의장대 사열 같은 공식 환영식을 갖고 버킹엄궁까지는 황금색 왕실마차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시절 ‘퍼스트 레이디’ 경험이 있는 박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나 차원 높은 ‘품격 외교’를 선보일 것이란 기대도 크다. 박 대통령은 유럽 순방 때 ‘세일즈 외교’와 함께 문화계 인사들도 다양하게 만날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준 네 차례의 외교 행보엔 늘 ‘성공적’이란 평가가 따라붙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자 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베트남에선 ‘세일즈 외교’ 성과를 거뒀다. 이달 초에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로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끌어냈다. 지난 5~6월 미국·중국 방문에서도 동북아 균형외교란 성과를 거두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 중국이 한국에 품었던 서운한 감정을 다독였다.

여성 대통령의 남다른 외교 감각

박 대통령의 외교 감각은 남다르다. 여기에 ‘여성 대통령의 힘’이 가미된다.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수행해 온 외교부 관계자는 “여성 대통령이라는 그 자체로 방문국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다 박 대통령 특유의 감각을 발휘해 상대국 국민과의 교감에 성공한 것 같다. 여성 지도자라는 강점은 우리 외교의 큰 자산이 됐다”고 자평했다.

 박 대통령의 다자 외교와 세일즈 외교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마음을 얻는 외교’다. 지난 12일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한 박 대통령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한국에서의 로맨스가 행복했나요?”라고 물었다. 영부인 아니 밤방 유도요노 여사와의 러브 스토리 무대가 한국이란 사실을 미리 알고 건넨 질문이었다. 아니 여사의 아버지 에디 위보어 장군은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뒤인 1974년부터 4년간 초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냈다. 그래서 아니 여사는 젊은 시절 2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연인이던 아니 여사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낮 대통령궁에서 기념식수를 할 때 만난 아니 여사에게 “대통령의 어디에 반했느냐”고 물었다. 아니 여사는 “생도 때 만났는데 키도 크고 잘생겨 한눈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국빈만찬 자리에서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마음이 따뜻하고 작은 것에도 배려하는 마음이 고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올해 안에 매듭짓는 데 합의했다. 또 올해 300억 달러 수준인 교역액을 2020년까지 1000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데 합의했다.

 박 대통령의 감성 외교는 인도네시아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한국에선 영화 ‘설국열차’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그 영화의 원작이 프랑스 만화지요”라며 프랑스 문화를 치켜세웠다. 정상회의장에 가선 옆자리에 앉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를 만났다. 박 대통령은 “주최 측이 한국전에 참전한 터키와 한국이 형제의 나라라는 점을 알고 나란히 자리를 배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방문국의 언어나 문화·역사·속담을 활용하는 친화력을 발휘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한다.

 ‘세일즈 외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한국 기업의 ‘손톱 밑 가시 뽑기’다. 남성 대통령들이 큰 이슈에만 집중하는 성향이 있는 데 비해 박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을 상대국 정상에게 자세히 설명하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요청해 왔다. 지난달 9일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지난 6년 동안 하나은행이 (베트남에) 지점을 신청해 왔지만 지연되고 있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즉석에서 지점 허가 약속을 받아낸 게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중국 방문 땐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회담에서 예정 시간을 넘기면서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을 설명했다. 리커창 총리가 “그만 하시고 식사하면서 얘기를 나누자”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얘기를 계속했다고 한다. 한 배석자는 “가슴이 조마조마할 정도였다. 북핵 문제와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간절하고 절절하게 호소하더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기 감안한 의상 색 선택

박근혜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엔 남다른 패션 감각도 한몫한다. 베트남 방문 땐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에서 직접 한복 모델로 나섰다. 여성 대통령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은박이 박힌 미색 저고리와 연노란색 치마를 입은 박 대통령은 패션쇼 말미에 런웨이에서 10m쯤 걸어나가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특히 옷 색깔을 고르는 데 신경을 쓴다. 러시아 방문 때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할 땐 흰색 옷을 입었다. 다음 날은 파란색 재킷, 그 다음 날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선 빨간 재킷을 골랐다. 이 세 가지 옷 색깔을 모으면 러시아 국기 색이 된다.

 상대국 정상이 여성인 경우에는 스킨십이 남다르다. 13년 지기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G20 정상회의장에서 만나자마자 서로를 껴안았다. 터키 총리를 사이에 두고 자리를 배정받았지만 두 여성 정상은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잘 있었느냐”고 인사를 나누며 포옹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콘스탄틴 궁전 내 독일 숙소 빌라에서 양자회담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숙소 바깥까지 나와 박 대통령을 환대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 메르켈은 다시 숙소 입구까지 배웅하며 “대통령이 된 소감이 어떠냐(How do you like your new job?)”고 물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매우 보람 있다(It’s very rewarding)”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땐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를 만났다. 아세안에 속한 10개 회원국 중 여성 정상은 잉락 총리뿐이었다. 행사장 이동 시 두 정상은 여러 차례 환담을 나눴다. 그때 박 대통령은 잉락 총리에게 직접 양산을 씌워주며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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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3조 넘는 예산, 한국연구재단 4년 간 이사장만 4명?

- 선임비상임이사가 세 번째 직무대행 진기록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승종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9월 12일자로 사표를 제출하면서 2009년 6월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이 통합돼 설립된 한국연구재단이 출범 4년 4개월 만에 네 번째 이사장을 선임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재천 의원(민주당)은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지난 4년여 동안 임기를 채운 이사장은 한 명도 없었다”며 “세 이사장의 재임기간은 평균 1년 5개월로 절반의 임기도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출처: 최재천 의원실
◇이승종 3대 이사장 돌연 사표

지난 해 1월 취임한 이승종 이사장은 임기가 1년 4개월이 남아있지만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연구재단 안팎에선 정부의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3대 이승종 이사장은 학자로서의 인품과 덕성이 뛰어나 연구재단 내 직원들에게도 높은 신임을 얻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구재단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평가에서도 2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이 이사장은 연구재단 취임 후 조직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국연구재단은 우리나라의 모든 학문 연구분야의 기초·원천연구를 종합 지원하는 기초연구지원 전문기관이다. 국가 연구개발(R&D) 지원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데, 2013년 예산은 3조 1642억 원에 이른다.

◇ 선임이사가 세 번째 직무대행 진기록

한해 3조가 넘는 국가 R&D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연구재단은 기관장 공석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2조제3항 및 <재단 정관> 제9조제3항에 따라 선임비상임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최재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선임비상임이사인 김병국 원광대 교수는 세 번째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년 4개월 동안 직무대행 체제만 세 차례, 현재까지 180여 일, 6개월 이상 직무대행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 잦은 기관장 교체 조직 안정화에 도움 되지 못해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이사장 선임은 정관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에서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제청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정부 출연연구기관장들의 임기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이승종 이사장의 사표에 어떤 식으로 관여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최재천 의원은 “잦은 기관장 교체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등 조직 안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이사장 선임은 주무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4년 동안 세 명의 이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이 장관의 추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니면 정권교체에 따른 기관장 교체는 아니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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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절정'…억새 명소 어디가 좋을까


은빛 유혹…오서산 억새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가을이 절정에 점차 접어들고 있다. 새빨간 단풍과 함께 고고하게 흔들리는 은빛 억새도 가을날에만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억새로 유명한 전국 등산 코스와 축제장소로 어디가 있을까.

◇ 수도권 = 포천 명성산

해발 923m의 명성상 정상에는 억새 군락이 20만㎡나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명성산 등산의 장점은 아래쪽에서는 단풍을 즐기며 산을 오르면 정상 부근에서는 장관을 이룬 억새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등산로를 따라 비선폭포, 등룡폭포 등도 볼 수 있으며 2시간여를 천천히 걸어도 오를 수 있는 그리 어렵지도 않은 산행길이다.

정상부근의 억새는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는데 바가지 모양의 지형이라 한눈에 억새밭들을 모두 볼 수 있다.

이달 초 은회색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억새는 이번 주부터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압도적인 영남알프스 억새

지난 9일 시작된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가 오는 27일까지 명성산과 산정호수 일대에서 열린다.

축제기간 주말마다 명성산 팔각정에서 산상음악회가, 산정호수 무대에서는 노래자랑 한마당이 각각 펼쳐진다.

◇ 강원권 = 정선 민둥산

강원 정선군 남면 민둥산의 은빛 향연은 벌써 시작됐다. 이번 주말과 다음 주말 억새꽃이 모두 피며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8부 능선부터 해발 1천119m까지 펼쳐진 민둥산 억새밭은 60만㎡에 이른다.

정상 부근에 이렇게 나무가 없이 억새밭이 군락을 이루는 것은 불을 놓아 나무를 태우고서 밭을 일구는 화전(火田) 영향이다.

덕분에 매년 가을 은빛 억새 군락지를 감상하려는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다만 민둥산 코스를 결코 만만히 보면 안된다.

가장 쉬운 억새 관람법... 밀양 케이블카

흔히 2.6㎞ 가량의 급경사코스와 3.2㎞의 완경사코스가 있는데 완경사라도 가파른 구간들이 곳곳에 있어 보통 구두를 신고 오르다 중도에서 포기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한다.

민둥산 억새꽃축제가 다음 달 3일까지 남면 민둥산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18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산신제, 등반대회, 산악 승마체험, 산상 엽서 보내기, 달집 소원 성취문 달기, 음악회 등 다채로운 행사로 진행된다.

◇ 중부권 = 오서산

충남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은 해발 791m로 서해안에서 가장 높은 명산이다.

지난달 말부터 피기 시작한 오서산 억새는 이달 중순부터 최고 절정을 이루며 능선에 은빛 물결의 수채화를 펼쳐놓고 있다.

전국 5대 억새 명소에 속한다는 오서산 억새밭은 완만한 능선에 넓게 퍼져 있어 한눈에 풍경이 들어온다.

특히 서해를 배경으로 한 낙조에 따라 억새들이 은빛 물결에서 금빛 물결로 바뀌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환상적인 곳이다.

천관산 억새

오서산과 가까운 보령시 청라면 장현리의 `청라은행마을'에서는 단풍축제가 열려 오서산을 들렀다 가보면 좋다.

청라은행마을은 수령 100년이 넘는 토종 은행나무 3천여 그루가 있는 곳으로 가을이면 마을 전체가 노란 은행나무 단풍으로 황금빛 물결을 이룬다.

◇ 영남권 = 영남알프스

알프스는 유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도 남·중·북 알프스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해발 1천m 이상의 높은 산들이 모여있는 영남지역에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남알프스는 울산을 비롯 양산, 밀양, 청도, 경주 등에 맞닿은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천m 이상의 산이 7개 모여있는 곳이다.

영남 알프스 전체면적이 약 255㎢로 가을에는 은색을 넘어 순백에 가까운 억새들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특히 봉우리들을 한꺼번에 연결해 거대한 원 모양의 순환 코스로 만든 29.7㎞ 길이의 `하늘억새길'이 조성돼 등산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지난 7일 시작된 `영남알프스 억새축제'가 오는 28일까지 울주군 신불산과 간월산 일대에서 열린다. 특히 간월재 특설무대에서는 억새물결을 배경으로 산상 음악제도 마련된다.

민둥산 억새 이번주 절정

◇ 전라권 = 천관산

전남 장흥의 천관산은 해발 723m의 정상에 억새평원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물결처럼 일렁이는 은빛 억새 물결 위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호남 5대 명산으로 꼽히고 있는 천관산은 1998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수십 개의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것이 마치 천자의 면류관 같다고 해서 천관산이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특히 천관산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억새가 장관을 연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 등산이 힘들다면 = 밀양얼음골 케이블카

산 위에 피는 억새를 보고 싶지만 등산이 힘든 사람들을 위한 명소가 있다. 경남 밀양 얼음골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긴 1.8km의 케이블이 정상 가까운 곳까지 옮겨준다.

한번에 승선 인원도 많다. 50명까지 태울 수 있고 한번 타면 10분만에 정상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러나 억새철인 요즘에는 줄 서는 데만 1시간 이상씩 기다려야 한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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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강 MB 책임 어디까지 물을까


10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올렸다./이명박 페이스북

·시민단체 “직접 책임져라” 검찰 고발·구상권 청구 움직임

·손해배상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국민소송제 공론화 계기될 듯

4대강 사업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4대강 사업이 감사원 감사 결과 입찰담합과 정경유착, 부실공사 등 총체적 부실사업으로 드러난 데 이어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감사원을 동원해 공무원들이 4대강 관련 일을 하다 실수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문건까지 공개되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법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사법처리는 물론 소송을 통해 이 전 대통령 등 4대강 사업과 관련된 고위 인사들에게 직접 사업비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손해배상을 이끌어내기 어려워 국민소송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소송법은 정책결정자들의 잘못으로 예산이 낭비되거나 권한의 남용 등으로 국가나 개인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국민이 소송의 당사자가 돼 직접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제도다.

예산낭비 방지를 위한 국민소송법 제정 네트워크(국민소송네트워크)의 최재홍 변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소송네트워크는 10월 22일 회의를 통해 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실제로 진행할지 여부와 구체적인 소장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범대위)는 이 전 대통령 및 4대강 사업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전·현직 공무원들을 22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지난 7월에는 통합진보당에서 이 전 대통령과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 등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4대강범대위와 통합진보당이 피고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업무상 배임, 입찰방해 방조,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이다.

4대강범대위측은 “전직 대통령, 장관뿐만 아니라 실무자급으로까지 피고발인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피고발인이 확정되면 그 인원이 수십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설령 이 전 대통령이 사법처리가 된다 해도 4대강 사업에 들어간 22조원의 세금을 환수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4대강범대위, 통합진보당의 고발에도 4대강 관련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국민이 직접 이 전 대통령이나 4대강 관련 공무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국민소송네트워크의 소송은 현실적으로 이길 수가 없다”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을 주장할 순 있지만 법정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현행법의 틀 안에서 4대강 사업 핵심 인사들에게 예산을 환수받으려면 4대강 사업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이 손해배상 청구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면 보 설치로 인해 지하수 수위가 예상보다 높아져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이 자신의 피해액을 국가에 청구하는 경우다. 피해 농민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받아낼 경우, 국가는 다시 이 전 대통령 등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민소송네트워크도 현재로선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손해배상을 받아내기 어렵다는 점은 알고 있다. 최재홍 변호사는 “현행법을 볼 때 시민단체의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 하남국제환경박람회 주민소송 운동을 예로 들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손영채 하남시장이 박람회 운영을 방만하게 하는 과정에서 186억여원의 세금을 낭비했다며 이를 환수하겠다는 취지의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듬해 수원지법은 주민소송의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최 변호사는 “하남시 주민소송 운동이 훗날 주민소송제 제도화의 기반이 되었다”며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국민소송네트워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승·패소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소송제 제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으로 직접 피해를 본 사람들은 보상 등의 문제가 걸려 있어 실제 소송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국민소송제가 도입돼야 잘못된 예산낭비를 바로잡는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국책사업 국민감시 제도 필요

현행법으로는 공무원의 위법이나 과실로 재정에 손해가 난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 해당 공무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 2006년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법상 주민소송제는 국가나 지자체가 손해배상을 진행하지 않으면 국민 세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주민소송제를 통해 지역주민들은 지자체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때 주민들은 지자체장으로 하여금 위법한 행위를 한 공무원이나 관련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 등을 진행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2006년 당시 정부 사법제도개혁추진위도 주민소송제를 국민소송제로 확대하는 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소송 남발 등을 우려하는 정부측 위원들의 입장이 관철돼 결국 국민소송제는 없던 일이 됐다.

경기도 용인시민들의 용인 경전철 사업 예산 환수운동은 주민소송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 10일 용인 경전철 소송단 400여명은 김학규 용인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단은 소송을 통해 김 시장이 사업 결정에 책임이 있는 전·현직 공무원들에게 1조127억원에 달하는 전체 사업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요구했다.

소송단의 공동대표 현근택 변호사는 주민소송제가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에 국민소송네트워크에 참여했다. 현 변호사는 “용인 경전철과 같은 지방재정사업뿐만 아니라 국책사업에도 국민들이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국민소송제가 도입되면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소속 변호사는 “친일재산환수법만 해도 재산권을 둘러싼 위헌 논란이 있었는데, 공무원이 소신을 갖고 한 일로 개인재산을 빼앗으면 큰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일단 4대강 사업에 대한 형사고발 결과를 보고 난 뒤 국가가 나서서 이 전 대통령 등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고 요구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소송제 법안은 민주당 김현미·이상민 의원실에서 준비하고 있다. 김현미 의원실 관계자는 “22일 정도 법안 최종 검토가 끝나면 바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소송제는 기존 주민소송제와 달리 직접적 소송방식을 채택할 전망이다. 국민소송제 법안 준비에 참여하고 있는 조수진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지금의 주민소송제처럼 똑같은 취지의 소송을 두 번씩이나 할 필요가 없다. 국민소송제는 일정 요건을 갖춘 납세자 본인이 행정기관이나 공무원에게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27일 김현미·이상민 의원실 주관으로 열린 입법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국민소송제로 환수된 예산은 200억 달러(약 21조2000억원)가 조금 넘는다. 같은 기간 중 총 7843건의 소송이 진행됐다.

조 위원은 “복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예산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번 정부도 재정낭비를 막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국민소송제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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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박정희 콤플렉스 걸린 대통령들 때문에..."

[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모든 대통령들이 성장률을 최고 가치라고 본다. 나는 그래서,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모든 역대 대통령이 박정희 콤플렉스에 걸렸다고 한다. 그 이후에 대통령 모두 "성장률", "성장률" 하지 않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17일 저녁 서울 종로 YMCA 종로포럼의 강연자로 나서 "이런 식의 경제구조로 요새 말하는 창조경제를 이룩할 수 있겠나"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 없는 창조경제는 없다고 했듯이 경제와 관련한 제반제도를 조화로운 시스템으로 갖추지 않고서는 경제효율이 절대로 나올 수 없다"고 일갈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역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그가 정부·여당의 경제민주화 후퇴 움직임에 대해 일침을 놓은 셈이다.

"경제민주화 때문에 투자 안 한다? 수익 있다면 규제 있어도 투자하는 게 기업"

김 전 수석은 '박정희 콤플렉스'에 걸린 역대 정부의 경제성장률 집착이 대기업집단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을 우려하며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으로 읽혔다.

그는 "1997년 IMF 사태의 원인은 문민정부"라며 "문민정부는 출범 후 '신(新) 경제 100일 계획'을 내놓았다, 새로 된 대통령께서 성장률에 집착하니 '성장은 재벌 밖에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재벌들은 각종 규제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고 '영토 확장'을 위해 은행에다 마구 돈을 끌어다 썼다"며 "이 때문에 과잉투자가 발생하고 은행은 부실화되면서 IMF 사태가 터진 것이다, 기업의 탐욕이 경제 파탄을 이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발생한 미국 금융위기에 대한 진단 역시 같았다. 그는 "클린턴 정부에서 1930년 대공황 당시 만들었던 금융 관련 규제를 1999년 모두 철폐하면서 탐욕스러운 금융인들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뿌렸다"면서 "그러다 2007년 서브 프라임 사태가 발생하고 리먼 브러더스가 부도나면서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모두 침체국면으로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수석은 "(재계의 주장대로) 시장경제원리대로 했다면 우리나라 대기업이고 금융기관 모두 존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세금을 갖고 도와준 것"이라며 "이윤이 날 때는 개인이 갖고 손실이 나면 세금으로 메꿔줘야 하는데 막연하게 시장경제원리만 강조할 수 있나, 시장경제원리도 진화의 법칙에 맞춰 시대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무기삼아 경제민주화를 막아서고 나선 재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오늘날의 재벌은 국가의 시혜를 받고 탄생했다"면서 "그 때는 정부가 그들을 위해 시장의 자유를 엄격히 제한했는데, 이제 기업이 크니깐 왜 시장의 자유를 막냐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사회를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소액주주를 참석시키고 감사위원회를 강화시키자는 상법개정안이 투자와 무슨 상관이냐"며 "(우리 사회가) 법을 지키면서 최대 이윤을 내라고 하지 법 안 지키면서 이윤을 내라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제도를 바꾸면 기업이 과연 투자를 안 하겠느냐, 기업은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떤 규제가 있더라도 투자를 할 것"이라며 "지금 (재계는) 돈을 넣어도 수익이 안 나오기 때문에 투자를 안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양극화 해소 방안 전혀 안 나와... '경제민주화' 없던 일로 못할 것"

김 전 수석은 "최근에 와서 의아하게 느끼고 있는 것은 그동안 강조해서 말했던 '양극화'란 말이 없어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안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가면 일본 젊은이들이 희망이 없고 의기소침해져 활기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처럼 우리도 점점 그런 방향으로 닮아갈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최근 공약 후퇴 논란을 야기한 기초연금안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놨다. 그는 "최근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연계하느냐, 연계하지 않느냐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인데 근본적으로 인구구조가 급변해 역삼각형 구조(초고령화)로 변하면 지금 우리나라의 제도는 모두 움직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기초연금뿐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복지설계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최근 경제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인구가 경제에 얼마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터득하는 것 같다"면서 "미래를 짊어갈 세대의 인구수가 줄어들면 (기존의 복지제도가) 작동할 수 없다, 보육시설, 교육시설 등에 투자하는 것을 복지가 아니라 미래라고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것이라는 신뢰는 철회하지 않았다. 김 전 수석은 "최근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가 의심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지금 경제민주화가 입법과정에 있어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 예단하긴 힘든 일"이라면서도 "박 대통령은 지난 1년 내내 강도 높게 경제민주화를 부르짖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칙과 신의를 강조하는 박 대통령이 이를 저버리라곤 생각치 않는다"면서 "현재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대 논리가 전개되니 (박 대통령이) 심사숙고하는 상황이 될런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없던 일이라고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국민들의 '역동성'에 대한 신뢰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는 "최근 조사한 여론조사를 봐도 국민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민이 (경제민주화를) 방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이 제대로 못하면 국민의 역동성이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박근혜 정부에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단언했다. 김 전 수석은 "누구 말마따나 '토사구팽(兎死狗烹)' 얘기를 듣고 하지만 박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그 밑에서 일하겠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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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특위, 대통령 결심 필요”(이상돈)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 인터뷰

·“4대강은 묻힐 수가 없습니다. 시간은 걸릴 수 있어도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납득할 수 있는 사람들이 특별위원회 같은 것을 구성해 실질적인 수사권도 갖고, 과거사규명위처럼 활동을….”

‘보수적 환경주의자’ 이상돈 전 중앙대 법대 교수의 위치는 독특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그는 ‘4대강 사업 위헌·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이 일을 맡기 전부터 ‘보수주의자’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다. 새누리당에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자 참여해 위원을 맡았다. 대선 때는 선대위 정치쇄신특위 위원도 역임했다.

“4대강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졌다. 궁금했다. 이 전 교수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볼까. 마침, 기자가 인터뷰하기 이틀 전 이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직이라면 탄핵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0월 17일 <경향신문>에서 이 전 교수를 만났다.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취재를 했습니다. 언론 보도야 김영호 사무총장이 “MB 책임이 있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벌어진 공방 중심이었지만, 많은 자료가 쏟아졌어요. 이를테면 4대강 건설사 담합과 관련, 나눠먹기에 불만을 가진 한 건설사의 반발이 있자, 2009년 6월 29일 새벽에 주요 토목회사들이 호텔에 모여 담합 백지화 논의를 했다는 것도 있더군요.

“아, 그런 것까지 국감에서 나왔어요. 아주 막장이었다는 게 드러났네요.”

또 하나, 이런 것도 있어요. 처음 MB가 한반도 대운하를 한다고 했을 때는 민자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세금으로 안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촛불시위를 핑계로 4대강 살리기로 바꾸겠다면서, 슬며시 제정사업으로 바꾼 겁니다. 다시 말해 국민 세금으로 하게 된 것인데요.

“제가 두 달 전 경향 칼럼을 통해 지적했던 겁니다. 상식적인 문제제기가 가능해요. 4대강 살리기는 운하보다 공정이 적습니다. 원래 몇 조가 남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사업이 진행될 때도 저건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언론들이 침묵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애초의 균형위 안은 1~2m로 하는 것이었는데, MB가 더 깊게 파라고 고집했다는 것도 나왔어요.

“저는 MB 혼자 그렇게 주장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재오 의원도 계속 운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추부길이나 곽승준도 대운하팀에 있었잖아요.”

어쨌든 그때 정재용 행정관, 그리고 안시권 총괄팀장, 이런 사람들이 감사원 조사를 받으면서 이야기한 내용이 그렇습니다. 그게 이번에 공개된 것이고요. 4대강 본부장을 했던 김희국 의원의 문답내용도 공개되었습니다.

“수자원 국장을 했던 노○○가 6m까지 굴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하다가 밀려났다는 이야기가 파다했어요. 저는 노○○를 압니다. 중앙하천위원회 위원을 같이했기 때문에 나도 그 바닥을 잘 압니다.”

그 다음에 4대강사업추진단이 4m안을 들고 갔대요. 그런데 그것도 또 MB가 안 된다고 한 것이에요. 물그릇이 중요하고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하니 6m를 굴착해야 한다고….

“그래서 준비한 게 역으로 계산해서 물을 얼마를 담을 것이 아니라, 6m 굴착으로 거꾸로 계산해보니 얼마가 나오더라는 거예요. 그게 4대강 마스터플랜을 총괄한 김○○의 말입니다. 추가로 물이 얼마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심 6m로 파면 그 물의 양이 나온다고.”

그런데 사실 앞에 거론된 사람들은 MB 정권 당시 4대강 취재하면서 다 통화해봤던 사람들이거든요. 당시에는 “봐라, 이게 왜 운하냐. 4대강 사업인데”라고 반박하던데, 감사원 조사에선 “MB가 운하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위에서 지시하니 우리는 왜 그런지 몰랐다”는 식으로 바뀝니다.

“거론하신 분들 중 아까운 사람도 있어요. 원래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참 많은 사람들이 망가졌어요. 우리가 듣기로는 4대강 사업본부에 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모 국장의 경우 승진시켜주겠다고 해서 간 걸로 들었습니다.”

최고위직을 맡은 사람의 이야기도 대동소이합니다.
“공무원이 상명하복 문화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원래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는 것이 맞는데, 거부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렇다고 그런 공무원들을 다 면책한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현직에서 책임질 만한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완전히 떠나도록 해야 합니다. 인적쇄신이 필요해요. 이 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내가 다 알던 사람들인데….”

환경단체 대표 하던 교수도 들어갔잖아요.

“사실 학계 문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리나라 수자원학회에 양대 원로가 있습니다. 서울대 총장을 했던 선우중호 교수와 고려대 윤용남 교수예요. 두 사람 인터뷰를 해보세요. 이게(4대강 사업) 과연 잘한 거냐고. 당신들이 학계 원로인데 이렇게 침묵한 것이 잘한 것인지 물어보세요. 제가 보기에 그 두 사람이 안 된다고 했으면 이 사업, 못했어요. 제가 경향신문 9월 칼럼에 쓴 이야기가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그 이야기였어요. 당시 막을 수 있었다고. 중앙하천위원회에서 막지 못하면 못한다고 생각했고, 최종적으로 수자원학회 학자들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었어요. 거기서 무너져버리니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이전에 수자원학회에서 4대강 보고서 낸 것과 관련해 취재를 했는데, 의외로 비판적인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연락해보니 ‘4대강 관련 용역을 맡아 말할 수 없다’는 분도 있었고.

“그 알량한 연구비 때문에 침묵한 거예요. 동조하고 적극적으로 찬성한 사람들 말고 침묵한 사람도 문제입니다. 솔직히 일제시대에 살았다고 보통 민초를 다 친일파라고 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을사늑약을 맺을 때 한 소리를 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던 사람들이 침묵했다면…. 원로학자들의 침묵, 지난달 칼럼에서 제가 비판한 게 그거였어요. 실명은 안 밝혔지만.”

그런데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MB 입장에서 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거짓말한 게 아니라고도 할 수 있어요. 처음에 대운하를 안 하겠다고 했을 때 ‘국민이 반대하면’이라는 조건을 걸었어요. 둘째로 ‘임기 내에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국민이 앞으로 찬성하게 된다면’, 그리고 ‘자신의 후임 대통령이 추진한다면’이라고 전제조건을 뒤집으면 대운하 추진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 돼요. 실제로 MB는 임기 말에 4대강 사업 관련자들 모아놓은 자리에서 “내 임기 뒤에 현명한 대통령이 나와서 이제 운하만 만들면 성공”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아니 그러면 현명하지 않은 대통령이 나온 건가. 그러니까 MB는 김문수나 오세훈, 정운찬 중 4대강 사업을 계승해줄 사람을 생각했겠지. 그게 2010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로 끝난 것이고. 청와대로서는 문재인이나 야권이 대통령이 되면 더 큰일이 나니까 하는 수 없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주고 뭔가 기대할지는 모르는데, 그것은 전혀 아닙니다. 보세요. 2009년 4대강 예산 날치기 통과를 할 때 박근혜 후보나 홍사덕, 유승민 의원은 기권하고 안 들어갔습니다. 나는 그때 유심히 봤단 말이에요. 그때 친박의 핵심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4대강에 대한 의견을 안 냅니다. 그리고 박 대통령 자체가 2011년 11월에 김호기 교수와 내가 진행한 경향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원칙적 재검토 이야기를 하잖아요. 문재인 후보와 대선토론 과정에서도 그 입장을 재천명했고. 언론 보도도 조금 나왔지만, 제가 비상대책위원회 가니까 한나라당 당사에 있던 커다란 4대강 플래카드를 창고로 치웠다는 것 아닙니까. 저는 확신합니다. 이 상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칼로 두부 자르듯 할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과정을 통해 진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야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도 4대강 날치기 예산 통과 등에서 공동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거래한 것이 있기 때문에 소위 친이(親李)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4대강 담합사건 등에서도 결국 수사권을 가진 것은 검찰인데, 4대강을 파헤치면 친이·친박을 가리지 않고 연루된 정치권 인사들이 상당히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결국 덮어버리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4대강은 묻힐 수가 없습니다. 시간은 걸릴 수 있어도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친이가 MB를 두둔하기 위해 필사적인 것은 맞아요. 정치적으로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해 있잖아요. 만약 여기서 한 15명 정도만 여권에서 이탈하면 예산이고 뭐고 어려워집니다. 대통령 입장에서 곤란해질 수 있어요. 저는 대통령의 뜻은 자연스럽게 그 진상이 밝혀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식으로 가는 것이 옳고.”

그러다가 실기하는 것 아닙니까. 전직 대통령이 얽힌 문제예요. 어떤 식으로든 제대로 된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일 아닐까요.

“이렇게 논란이 심해지면 대통령이 결심할 필요가 있겠죠. 결론을 내린다기보다도. 4대강 문제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떤 특별위원회 같은 것을 구성하고, 국회에서 입법화되어 조사위원회가 실질적인 수사권도 갖고, 기한도 2년 정도 잡아서 이전의 과거사 규명위원회처럼 활동하게 한다든가 그런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할 걸로 봅니다.”

청와대나 이런 쪽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자문 요청 같은 건 없습니까.

“그건 내가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지. 요즘은 그런 게 없긴 없는데….”

있기는 있었군요.

“나중에 임기 끝나고 저도 회고록 쓰고 돈 좀 법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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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에 삼탕은 기본 ‘민망한 창조경제’


·축산분뇨 처리사업 등 이름만 갖다 붙인 ‘창조 사업’ 수두룩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창조경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을 헤매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내년부터 추진하겠다고 국회에 제출한 창조경제 실현 사업들 중 상당수가 기존 사업의 재탕 삼탕으로 이름만 창조경제를 갖다 붙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의원(민주당)이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로부터 제출받은 ‘창조경제 실현계획 관련 사업 2014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가 창조경제 사업이라고 제출한 사업들은 대부분 과거 정부부터 진행돼 왔던 사업들로 ‘무늬만 창조경제’ 사업이었다.

이전부터 해오던 사업 포장만 바꿔

중소기업청(중기청)은 중소 지식서비스 기업 육성, 창업 선도대학 육성을 창조경제 사업으로 내세웠다. 중소 지식서비스 기업 육성 사업과 창업 선도대학 육성 사업은 내년 예산으로 각각 75억원과 508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해마다 중기청이 해왔던 사업들이다. 중소 지식서비스 기업 육성 사업과 창업 선도대학 육성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도 정부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벤처·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 및 글로벌 진출 강화’라는 전략목표 아래 중소·중견기업 수출경쟁력 강화 사업과 산업기술 국제협력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사업 역시 기존 사업을 창조경제로 그럴 듯하게 포장을 한 데 불과하다. 우리 경제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중소·중견기업을 키운다는 중소·중견기업 수출경쟁력 강화는 올해에도 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내년에는 창조경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명목으로 91억55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기술 공동개발 등을 지원하는 산업기술 국제협력 사업 역시 과거부터 이어져온 사업이다. 산업기술 국제협력 사업은 내년에 505억52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해양수산부(해수부)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도 ‘창조경제 사업’ 리스트에 이미 하고 있던 사업을 올렸다. 해수부는 해양장비 개발 및 인프라 구축 사업(60억원)을, 농식품부는 축산분뇨 처리시설 사업(45억원)을 창조경제 사업이라고 미래부에 보고했다. 심지어 정부 때마다 하고 있는 정부조직 진단사업도 창조경제 사업으로 둔갑했다. 정부는 안전행정부(안행부) 소관인 정부조직 진단관리사업이 ‘국민과 정부가 함께하는 창조경제 문화 조성’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창조경제 사업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직이름·직위에도 ‘창조’ 덕지덕지

미래부가 국회에 제출한 창조경제 실현계획과 관련한 세부 사업을 보면 총 340개 중 각 부처의 창조경제 관련 신규 사업은 40개로 11.7%에 불과했다. 예산규모로 보면 더욱 미미하다. 전체 340개의 총 예산이 6조4900여억원인 데 비해 신규 사업 예산은 3406억원(5.2%)에 그쳤다. 창조경제를 외치면서도 정작 새로운 사업은 창조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부처가 박근혜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기존의 사업을 창조경제 사업이라고 부풀려 제출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각 부처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창조경제와 관련해 무엇인가 내놔야 한다는 압박감이 매우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은 “창조경제 실현 사업 중에서 순수하게 창조경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10%대에 머문다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아닌 기존 사업에 이름만 바꾼 ‘무늬만 창조경제’라는 것을 방증한다”며 “박근혜 정부는 뜬구름 잡기식 창조경제가 아닌 서민경제를 살리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창조경제 사업이라고 해서 기존에 없었던 사업을 새로운 사업으로 예산안에 편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하지만 기존의 사업이더라도 실제 사업 방향과 내용에서는 과거와 전혀 다를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미로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정부는 창조경제와 관련해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88개의 세부과제를 발표했다. 매달 15개 꼴이다. 그러나 정작 계획대로 실현된 것은 거의 없다. 미래부는 지난 4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①상상도전창업 국민운동 전개 ②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 수립 ③SW혁신전략 수립 ④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기능지구 육성계획 수립 ⑤이용자 선택형 요금제 출시 등을 100일 안에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중 계획대로 시행된 것은 상상도전창업 국민운동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실행이 늦었거나 아직까지 이행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유성엽 의원(민주당)은 “박근혜 정부는 아직도 창조경제의 대표 사례로 싸이와 개콘(개그콘서트)을 언급하고 있다”면서 “창조경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차분한 계획 없이 모양새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각 부처가 조직과 직위에 ‘창조’ 또는 ‘창의’라는 단어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최재천 의원(민주당)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모든 부처에 창조행정담당관, 창조기획재정담당관, 창조행정인사담당관이 생겨나는 등 70여개에 이르는 정부부처 조직과 직위에 ‘창조’, ‘창의’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다. 기존의 행정담당관, 기획재정담당관, 행정인사담당관에 ‘창조’라는 단어만 붙인 것이다. 최재천 의원은 “이번에 조사된 중앙 정부부처 외에 자방자치단체를 포함한다면 ‘창조’, ‘창의’가 붙은 조직과 직위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며 “조직에 ‘창조’, ‘창의’란 단어만 덧붙인다고 창조경제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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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모리스의 말이 한국에 먹히지 않는 이유

[오마이뉴스 최요한 기자]

내년 6월이면 제 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립니다. 민의를 대변하고 봉사자로서 소양을 갖춰 국민들에게 선택을 받는 선량(選良)들이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실제 현실정치권은 권모술수, 마타도어, 흑색선전과 네거티브에 충실한, 그야말로 '개판'인 선거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할까? 저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정치컨설턴트로 활동을 하면서 참 많이 아쉬웠습니다. 동시에 고민도 되었지요. 그래서 그런 부정한 선거방법이 아닌, 정직하게 선거운동을 해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선거전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몇 회나 연재하게 될지 모르지만, 예비후보자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기자말

Triangulation? 중간층 다가서기? 헤겔의 정반합? 뭐야?

딕 모리스가 '파워게임의 법칙'에 소개할 때는 번역 상 '이슈의 선점?해결'의 법칙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삼각주의(Triangulation)라고도 하고 중간층 다가서기, 헤겔의 삼각형 등으로도 이야기 할 수 있지요. 그림으로 설명해 드릴게요.

중도층 다가서기(Triangulation)란?
▲ 트라이앵글레이션 중 간층다가서기 전략이란 득표의 극대화를 위해 중간층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갖는 양 극단(골수 좌파와 골수 우파)의 가운데 위치(중도층)해서 양쪽의 아젠다를 버무려 중간의 입장을 취하는 전략을 말한다. 삼각형 밑변의 양 꼭지점을 좌우로 보고, 위쪽 꼭지점처럼 양쪽의 장점만 취하는 노선이라고 해서 ‘삼각주의(triangulation)’이라고도 한다.
ⓒ 최요한

딕 모리스는 이슈의 선점과 해결을 위해서 세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 상대측의 문제를 해결한다.
 2. 그렇게 하기 위해 양쪽의 해결방안을 활용한다.
 3. 자신의 이슈 아젠다에 계속 포커스를 맞춘다.

딕 모리스는 후보자의 득표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간층에 있는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갖는 양 극단, 보통 우리가 골수 좌파와 골수 우파라고 부르는(때로는 가슴 아프게도 종북좌빨이니 수구꼴통이니 하면서 '딱지 붙이기'를 하죠), 양 극단의 가운데에 후보자의 노선을 위치시켜서 양쪽의 아젠다를 버무려서 중간의 입장을 취하는 전략을 의미한다고 주장합니다. 삼각형 밑변의 양 꼭지점을 좌우로 보고, 위쪽 꼭지점처럼 양쪽의 장점만 취하는 노선이라고 해서 '삼각주의(Triangulation)'라고도 부른다는 것이죠. 잘 보니까 헤겔이 변증법에서 이야기 했던 정반합(正反合)의 원리와 같잖아요?

정리해 보면, 삼각주의라고도 불리고 중도층 다가서기라고도 불리는 이 강력한 전략은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왼쪽과 오른쪽의 극단의 주장을 지양하고 양쪽의 장점만 취해서 적당하게 얼버무리는, 그래서 썩 흡족하지는 않으나 양쪽의 유권자를 적당히 무마하면서 가운데 많이 포진되어 있는 유권자를 자신의 지지로 돌리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례를 하나 들어보죠. 지난 대선에 그렇게 많이 이야기 되었지만 지금은 어디에 꼭꼭 숨었는지 알 수 없는, 네! 경제민주화 이야깁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경제민주화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경제민주화가 아젠다가 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한국경제는 민주화가 되지 않았다는 소리죠. 따라서 정치의 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의 민주화도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고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할 것 없이 열을 올렸습니다.

이참에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사항을 한 번 살펴볼까요?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상대적으로 문재인 후보보다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였다.
ⓒ 최요한

경제민주화 카테고리에 다섯 개 항목이 배치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세부사항으로 23개의 작은 항목이 줄줄이 매달려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는 별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경제민주화 공약 20개를 발표한 바 있지요.

 문제인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그동안 야당을 비롯한 민주진보진영이 계속 주장했던 것이다. 20개의 공약을 원칙대로 적시했다.
ⓒ 최요한

사실 박근혜 후보 측이나 문재인 후보 측이나 공약사항에 대한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박근혜 후보 측에서 일반 유권자들이 보기 좋게 분류해서 세세하게 묶어 설명한 차이만 있을 뿐이죠.

자신의 언어?자신의 정체성으로 승부한다

다시 딕 모리스의 이슈 선점·해결의 원칙을 상기해서 생각해 봅시다. 

1. 상대측의 문제를 해결한다.
: 위의 경제민주화 이슈들은 그동안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안들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에 대해 박근혜 후보 측은 신규순환 출자를 금지한다는 약속을 했고 문재인 후보 측은 순환출자를 금지하되 기존의 출자도 3년 내에 해소한다는 약속을 한 것이죠. 어찌 되었든 박근혜 후보 측이 '순환출자'라는, 기존에 계속 야당이나 시민단체에 의해 요구되었던(상대 측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2. 그렇게 하기 위해 양쪽의 해결방안을 활용한다.
: 양쪽의 해결방안을 활용한다는 것은 포지션을 가운데로 맞춘다는 것입니다. 완전하게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것도 아니고 순환출자 금지를 포기하는 것도 아닌,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닌,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지만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 대기업의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수준으로 정리를 하는 것입니다. 절묘한 것이죠.

3. 자신의 이슈 아젠다에 계속 포커스를 맞춘다.
: 그런데 여기에서 '자신의 이슈 아젠다'에 계속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은 좀 설명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은 두 가지로 이야기 할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상대방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더라도 자기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고 승부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더라도 자신의 아이덴티티(색깔?정체성)를 벗어나지 않는 범주 내에서 주의주장을 한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위에 보신 표에 나타난 것만으로는 '경제민주화'에 관한 한 박근혜 후보 측이 내세운 언명은 이 두 가지(자신의 언어, Identity) 모두 맞지 않다는 것이죠. 문재인 후보 측의 주장이나 박근혜 후보 측의 주장이나 대동소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선점과 해결 전략은 이렇게 적용이 되었고 선거에서 톡톡히 효자노릇을 했습니다. 물론 선거 끝나고 나서 김종인 전 국민행복특위위원장과 함께 사라진 것이 안타깝지만 말이죠.

이에 대한 언급을 조지레이코프 교수는 그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나 <프레임전쟁>에서 아들 부시가 '감세'를 '세금구제'로, '상속세'를 '사망세'로, '유전발굴'을 '에너지 탐사'로, '범죄퇴치'를 '공공안전'으로 표현한 점을 승리의 이유로도 꼽습니다. 보수적 가치가 중도적 유권자들에게 쉽게 이해되고 다가가도록 했다는 것이죠. (조지레이코프 교수의 '중도층은 중도에 있지 않다'라는 주장이 미국에서는 충분히 이유 있는 설명이 되지만, 한국에서는 합리적인 설명이 되지 않는 이유도 보수적 언명과 진보적 언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한국 특유의 정서와 정치적 환경의 탓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딕 모리스말은 한국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

딕 모리스는 지난 2000년 10월 7일, ㈜이프레지던트의 초청으로 고려대학교에서 '미국대선과 전자정치(E-politics)'를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딕 모리스는 '인터넷 통해 글로벌 민주주의 실현'이라든지 '미래에는 인간 DNA 완전 해독'이라든지 하는 정치컨설턴트가 아닌 미래학자와 같은 이야길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서두에 꺼낸 이른바 'Triangulation'이었지요.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북한의 문제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좀 길더라도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있는 삼각형은 헤겔의 삼각형 또는 "트라이앵글레이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제가 미국 정치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것입니다만, 제 이론은 아닙니다. 헤겔의 이론이죠. 정말 민주주의는 이 이론처럼 발전해왔습니다. 한국이 새 문제에 직면했다고 가정할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어떻게 반대할 것인지를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문제를 해결할 때 창의력을 발휘하거나 자신만의 의견을 개진해 나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정치적 의사를 결정할 때 이미지나 인기, 슬로건에 휩쓸리지 마십시오. 오로지 토론이나 논쟁을 통해서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해보십시오. 모든 토론이 끝나고, 한국인들이 결론에 도달한 게 분명해 보일 때 "합"이 도출되는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 이런 상황에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을 폐쇄사회에서 끌어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북한도 변화를 원하고 새로운 국가로 거듭나고 싶어한다고 말합니다. 가난하고 굶주린 북한을 원조하고 우호관계를 맺어나가면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한 형제 자매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북한은 남한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 주장에 따르면, 북한은 군사력을 계속 유지하고, 핵무기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이며, 남한에서 받은 재정원조금을 남한을 배신하는 데 사용할 것입니다.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약속도 받아내지 않고 북한과 협력하는 김대중 대통령은 한마디로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거죠.

이 상반된 두 견해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오고갈 것입니다. 이것은 건전하고도 참 좋은 현상입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이기 때문입니다. 6개월이나 1~2년 동안 이에 대한 논쟁이 이뤄진 뒤, 결론에 도달할 것입니다. 아마도 우파는 북한으로부터 안전에 대한 확약을 받고 싶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동포임을 감안해 북한이 원조를 계속 받길 바랄 것입니다. 그렇게 합의점에 도달하면,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제가 감히 딕 모리스와 같은 세계적인 정치컨설턴트의 말이 한국사회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는 한국적 상황을 모르는 딕 모리스의 순진함 때문입니다. 상반된 두 견해를 두고 뜨겁게 논쟁이 되고 이 건전하고 좋은 현상은 결국 결론으로 수렴된다는... 참 어이없고 허무한 결론인데요, 이 강연을 한 것이 2000년이니까 13년이 지난 2013년,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논쟁의 장은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딕 모리스는 경악을 할 것입니다. 건전하고 뜨거운 논쟁의 장이 아니라 일방을 죽이고 제거하고 없애려는 음모의 장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지금의 공안정국까지 이어지는 것이죠.

총정리 : 이슈삭감?해결 전략은 매우 강력한 전략이나 깊이 숙고해야 한다

앞선 글에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꾸 외국에 나가는 까닭은?'이라는 글을 통해 프랑수아 미테랑의 이슈삭감을 설명했고 오늘 글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이슈삭감과 해결전략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이 전략은 매우 공격적이고 강력한 전략이기는 하나 깊이 숙고해야 합니다. 왜냐면 한국의 정치상황은 상대방의 이슈를 삭감하고 해결한다는 단순한 이 전략이 치명적으로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와 관련이 되면 곧 못 지킬 약속이 된다는 것이죠. 지지그룹으로부터의 이탈 혹은 내부붕괴가 되기 쉬운 이념적 '유리잔'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쨍'하고 깨지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아마 많은 한국의 정치인들이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면서 약속을 어기거나(경제민주화?기초노령연금) 다음에 설명드릴 '갈라치기 전략'을 자주 구사하나봅니다.

어머나! 다음 주제를 벌써 공개했네요? 네! 맞습니다. 이슈삭감?해결전략과 맞먹는 파급력을 가진 갈라치기 전략입니다. 맛보기만 선보입니다.

▲ 갈라치기 전략 민 감한 이슈(쟁점)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취해서 지지자들이 이슈(쟁점)에 대해 극렬하게 대립하도록 하며, 지지자들을 흥분시켜 더 많이 투표장에 끌어내도록 하는 전략이다. 칼 로브는 공화당 지지자가 민주당 지지자보다 결집도가 더 높다고 판단했기에 이 전략을 사용했다고 한다.
ⓒ 최요한

이 전략은 아주 민감한 쟁점에 대해서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는 이슈삭감·해결전략과는 정 반대로 아예 후보자가 일방의 편을 들는 것입니다. 왜 이것이 강력한 전략일까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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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경이 만난 사람] “질 낮은 정치평론 종편 등 방송 탓”(이철희)


·‘가장 바쁜’ 정치평론가 이철희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은 진영 논리에 포획되지 않고 그 논리에서 자유로울 때 나와 정치가 대중의 삶과 멀어지니 자꾸 코미디·예능화되는 것”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자 정치평론가인 이철희씨가 10월 14일부터 TBS 교통방송 <생방송 퇴근길 이철희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나섰다. 방송에 등장한 지 1년여 만에 자기 이름을 건 매일 2시간짜리 프로를 맡다니 엄청난 고속 출세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는 아줌마들도, 보수 성향의 어르신들도 각 프로그램에서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날카롭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전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한다. 최근엔 “귀엽다”며 사인을 요청하는 아줌마들도 있고, 아이돌도 아닌데 팬카페까지 생겼단다. 정치판은 여야가 모두 한숨만 나오는데 그를 비롯한 정치평론가들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대선 직전에 종편에 자주 등장해 정치평론을 하던 윤창중·김행씨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입성한 후 어떻게 해서든 정치평론가란 타이틀을 달려는 이들도 늘어났다. 요즘 jtbc <썰전>, 교통방송 <생방송 퇴근길 이철희입니다>, 하니TV <시사게이트>,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쑤시개> 등의 프로에 고정 출연하고, 경향신문을 비롯한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며, 서울디지털대학교 강의와 각종 강연들까지 유명 연예인 수준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이철희씨를 만나 대한민국에서 정치평론가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소감은 어떤가.

“부담스러우면서도 재미있다. 현재 라디오는 아침 시간대가 시사프로그램의 전쟁터다. 주제도 무겁고 유명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발언이 핫이슈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저녁 시간에는 부대끼는 시사뉴스보다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식을 전하려고 한다. 패널로 출연할 때는 내 이야기를 주로 말했지만 진행자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이라 신경이 쓰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임한다.”

현재 가장 바쁜 정치평론가인데 정치평론가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우선 현실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또 정당의 내부 사정을 알아야 공허한 평론을 하지 않는다. 또 내부 사정을 아는 만큼 객관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특정한 편을 들어 진영논리에 갇히면 안 된다. 가끔 정치평론가들이 방송에서 마치 정당 대표처럼 대리전을 치르는 경우도 많은데, 평론가는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정치평론은 일반 분야와 다르다. 음악이나 영화 등은 작품이 만들어진 후에 그 작품을 놓고 평하지만 정치는 현재 이뤄지는 일에 대한 논평을 해야 해서 매우 조심스럽다. 행위자로서의 자세를 가지면 위험하다.”

그런데 요즘 왜 그리 ‘정치평론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많은가. 특히 종편에서는 교수, 치과의사, 스피치학원장, 시인, 심리학자는 물론 정체불명의 사람들까지 정치평론을 한다.

“종편이 가장 쉽고 싸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정치평론가 몇 명이 등장하는 시사토크인데, 수요가 늘어서 그렇다. 종편의 주시청자들이 50~60대인데 얼마 전까지 총선에 대선 등 정치 시즌이 이어지고, 시장이 커지면서 옥석을 가리지 않고 평론가들이 등장했다. 또 정치 지망생들이 너도나도 평론가로 나서 자기 이름 알리기에 바쁜 것도 한 요인이다. 정치평론가가 자격증이나 특별한 잣대가 있는 것도 아니니 누구나 나설 수 있다.”

평론이라고 하기엔 너무 독선적이거나 공허한 말만 하는 이들도 많다.
“종편의 시사프로 범람과 수준 낮은 정치평론가 양산에는 공중파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공중파에서 정치 뉴스가 의도적으로 퇴출되면서 객관적 근거를 갖고 말하는 정치 토론 프로도 거의 사라졌다. 종편은 MSG 등 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자극적인 프로를 만들다 보니 객관적이거나 점잖게 말하는 정치평론가는 설 자리가 없다. 금방 퇴출된다. 반면 매스컴을 통해 자신을 알리려는 이들은 독설이나 객관적이지 못한 말로 존재감을 보이려 하는데 이게 자극을 원하는 종편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교수들이 정치평론가로 나서는 것도 문제다. 얼마 전에는 각 정당의 이 캠프 저 캠프를 기웃거리던 폴리페서가 문제였다면 요즘은 정치를 근거없이 매도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독설 교수들이 더 문제다. 정치를 매도하고 비난하는 것이 가장 쉽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아무리 한심한 정치인들도 나름 조국과 민족을 생각하고 관료들도 그 자리가 요구하는 책임의식이 있는데, 무조건 정치인을 욕하고 정치를 폄하하면 안 된다.”

그 많은 정치평론가 중 가장 맹활약하는 비결은 뭔가.

“대통령비서실 정책행정관,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 원내대표 비서실 부실장 등을 두루 거친 현실정치 경험 덕분에 합리적인 정치평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은 진영논리에 포획된 사람이 아니라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몇 가지 원칙을 갖고 방송한다. 가장 중요한 게 진영논리를 대변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 말은 내가 진영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것이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건 아니다. 또 같은 진영이라고 해서 편들어줄 생각은 없다. 이런 내 원칙이 방송 프로에서 온건하거나 합리적으로 보여서 새로운 형식의 시사프로에 많이 출연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치나 정치인의 예능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국감에선 서슬퍼렇게 장관을 지적하던 국회의원들이 어떤 방송 프로에선 초등학교 운동회처럼 서로 가슴에 풍선을 넣고 터뜨리는 게임도 하던데.

“정치는 이미 예능화가 됐고 정치인이 따라온 셈이다. 박근혜·문재인 등 대선주자들이 ‘힐링캠프’ 등에 나온 이유도 미디어 말고는 정치인들이 소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청중민주주의 시대에 미디어의 힘이 너무 커졌고, 진보진영이 주도한 정치개혁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치인의 예능화가 대세가 됐다. 진보정치가 민주화 이후 현실정치에 대한 적응을 못하고 답도 내지 못하면서 시대담론이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부유초처럼 뿌리없이 흘러 미디어에 의존하는 것이다. 요즘 정치인의 활동은 내 기사나 사진이 미디어에 얼마나 많이 나왔느냐로 점수 매겨지고 보좌관의 능력이 평가된다. 큰 방향에서 보면 정치가 스스로 혼자 설 힘이 없어져 예능화되어 가는 것이다.”

정치가 너무 엄숙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코미디가 되는 것도 문제 아닌가.

“정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정치의 주체가 보통사람들의 생활과 관련되어 대중들이 주시하면 정치인도, 정치평론가도 무모한 언행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정치 주체가 보통사람들의 삶과 관련한 주제를 다루지 않는다. 복지정책도 이상주의가 아니라 복지정치의 메커니즘을 통해 나와야 한다. 정책은 과잉인데 복지정치를 잘 하는 사람이 드물다. 대중들에게 쉽고 편안한 말로 복지정치를 설명해줄 전문 정치인이 없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니 정치가 코미디로 비치는 것이다.”

대중에게 쉽게 말하는 정치인이 유능한 정치인인가.

“자기 철학과 어젠다가 있어야 쉬운 말로 전달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장한 지역주의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은 그가 10여년 넘게 천착해 본인의 소신과 확신이 있는 분야였다. 그걸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할 수 없다. 그런데 안철수·문재인의 어젠다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새정치’가 어젠다는 아니다. 정치인은 온몸으로 부딪쳐 자기 정책이나 어젠다를 만들어야 한다. 인기도나 지지율이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방송에서 안철수 의원이 하지 말아야 할 말 세 가지를 충고해 화제가 됐다.

“애매한 태도보다는 뚜벅뚜벅 나아가는 모습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에 ‘아니다’ ‘모르겠다’ ‘생각해본 바 없다’란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안 의원은 아무도 모르는 ‘새정치’란 말을 ‘이런저런 것이 새정치’란 식의 개념 정의로 승부해선 안 된다. 쿠데타도 다 새정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새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한다.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정치다. 당을 만든다는데, 그가 요구하는 깨끗하고 유능한 사람을 현 정치판에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도자의 몫은 깃발 들고 끌고가는 힘이다. 특히 초창기에는 무조건 저질러야 한다. 정치는 머리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온몸으로 부딪쳐 깨닫는 행위예술이다. 그런데 안 의원은 착한 정치인, 괜찮은 국회의원인지는 모르지만 난세에 새로운 지도자상의 결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선의만으로 정치를 할 수 없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안 의원은 지금도 ‘대선에 내가 나갔으면 이겼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건 착각이다.”

그럼 문재인 의원은 어떤가.
“안 의원과 비슷하다. 참 착한 분이지만, 착한 후보가 좋은 후보는 아니다. 정치의 본질은 폭력적이다. 빼앗아 쟁취해야 한다. 내가 보기엔 안 의원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속도가 너무 더디다. 정치인, 특히 지도자는 대중의 삶을 책임지는 대리인이다. 그들을 위해 어떻게 싸우고 희생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고, 무모한 도전도 해야 하고,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DJ가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쓸쓸히 영국으로 떠났을 때, MB가 금배지 하나 달아보려고 이회창 총재에게 굽신거리다 미국으로 갔을 때, 노무현이 종로·부산에서 계속 떨어졌을 때 그들에게서 차기 대통령의 그림자를 누가 봤는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승부근성이 필요하다. 특히 대통령의 자질은 정치적 과정에서 숙성되고 훈련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 의원 역시 정파의 수장을 못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여의도에 잘 알려진 전략가 출신이다. 지난 총·대선 때 민주당의 필승전략을 내놓았지만 빛을 보지 못해 화가 나서 민주당을 나왔다고 했다.

“총선 때의 민간인 불법사찰이나 대선 때의 과거사 논쟁은 이기는 프레임이 아니라 그저 날리는 잽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들은 과거사나 정치구호보다 내 삶이 얼마나 더 좋아지는지를 강조해야 한다. 이젠 민주논쟁이 아니라 복지, 삶의 질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념논쟁하는 사이에 박근혜 후보가 민주당 정책을 다 가져갔다. 무상급식도 오세훈 전 시장 때문에 불이 붙었는데 새누리당이 해주겠다고 하고, 경제민주화도 김종인씨를 옆에 둬서 무게감을 더했다. 지금 논쟁 중인 NLL이나 국정원도 국민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민주당의 복지정책은 대중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복지를 감당할 사람을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데, 인적 쇄신이 전혀 안 되고 있다. 복지시대에 맞는 정치인, 새로운 사람들이 새 목소리로 설명해야 한다. 나 같으면 교육복지를 내세워 서울대 폐지론 등으로 논쟁에 불을 붙이겠다.”

인적 쇄신은 쉬운가.

“어렵다. 항상 물갈이를 강조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과거 인물들인 이해찬·한명숙·김한길이 이끈다. 386들은 대권은커녕 당권주자도 못만들었다. 그런데 그들도 50대에 진입했다. 항상 수혈해오던 운동권이나 시민운동가도 이제 고갈된 상태다. 복지나 노동분야 정책통도 안 보인다. 당도 스타를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왜 우리는 정치는 물론 언론까지 양극화가 심할까. 진보와 보수의 덕목이 있는데.

“우리의 보수는 깝깝한 꼴통이고, 진보는 시끄러운 깡통이다. 보수의 정체는 친기업이고, 진보는 그 반대인 친노동이다. 각자 대립하면서도 윈·윈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진보는 친북, 심지어 종북으로 규정된다.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데 이념만 강조한다. 아무리 순환출자가 어떻다 등등의 이야기를 해도 대중들에게 와닿지 않는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돈이 도는 경제민주화’란 쉬운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제라도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이 국민들의 일상 삶을 화두로 한 정책을 쉽고 간결한 슬로건으로 내세우지 않으면 차기에도 정권을 되찾기 힘들다.”

이제 지명도도 높아졌는데 다음 국회의원에 도전할 생각인가.

“방송에서 얻은 인기로 공천을 얻을 욕심은 없다. 국회의원이란 직업도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내 지향은 최고의 전략가다. 정권교체에 나름대로 전략적 구상을 갖고 움직이고픈 기대는 크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국회의원이 아니면 그런 기회를 안 준다. 그래서 그 전략을 실천할 도구로 국회의원이 되려고 했을 뿐이다. 정치평론가로서의 효용도가 얼마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국회의원에 도전할지 말지는 2년 정도 더 고민해봐야겠다.”

2008년에야 국회에서 나올 때 받은 퇴직금으로 첫 해외여행을 가족과 다녀왔다는 이철희씨는 요즘 방송출연료 덕분에 고2·3학년인 아이들에게 아버지로서 경제적 책임을 다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정치평론가에게도 행복은 ‘내 가족이 돈 걱정 없이 여유롭게 사는 것’이었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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