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수요관리는 전력시장에 발전과 판매 성격을 모두 갖춘 새로운 성격의 사업자가 등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력가격 형성의 양대 축인 발전과 판매 모든 부문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경쟁을 통한 전기요금 인하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능형 수요관리 사업자로는 KT, SK텔레콤 등 통신기업과 한전KDN, 벽산파워와 같은 IT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전통 전력기업의 텃밭으로만 여겨온 전력시장이 이종 기업에도 문을 열고 있다.
수요 관리 사업자는 마트, 대학교, 빌딩, 사우나 등 다중 이용 시설을 고객으로 모집해 절전량을 모은다. 여러 고객사의 절전량을 모아 전력사용량을 줄이고 이에 따른 지원금을 수령하는 게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능형 수요관리는 2012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했으며 9개 사업자가 참여해 457개의 고객을 확보 평균 52.5㎿의 전력을 줄였다. 지난해에는 13개 사업자가 참여해 712개 고객을 확보, 평균 92.5㎿를 감축했다.
올 하반기 이들이 전력거래시장에 참여하면 실질적인 발전사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발전사와 마찬가지로 전력거래소에 발전량 대신 절전량을 입찰하고 이를 한전에게 판매하게 된다. 기존 발전사업에 비해 별도 설비투자가 크지 않다는 것은 수요관리 사업의 큰 장점이다. 기존 발전사업은 많게는 조 단위의 설비를 건설해야 한다. 발전시장이 개방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포스코, GS, SK와 같은 대기업 그룹사들만 민간발전사로 활동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면에 수요관리는 영업을 통해 필요시 절전에 동참할 수 있는 고객사를 확보하는 사업으로 시장진입 부담이 적다.
절전 고객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수요관리 사업자는 제한적이나마 판매사업자 역할을 수행한다. 고객의 절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에너지절약 컨설팅을 수행해 낮은 전기요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방법은 고객사의 최대전력이 사전에 설정된 목표수치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솔루션이다. 현행 다중이용시설 전기 기본요금이 최대전력수치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수요관리 사업자는 ICT를 이용해 필요시 고객사의 냉난방기나 불필요한 기기 전력사용을 제어해 최대 전력사용량을 낮추고 기본요금을 줄인다. 사업자가 많아지면 고객은 보다 좋은 조건에 배당금을 많이 주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전력판매시장에서 서비스 경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수요관리 사업자의 절전자원을 거래시장에서 상시 운용할 경우 전기요금 인하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요관리자원은 전력이 모자라는 위급 상황에만 운용되어 왔다. 생활에 필요한 전력을 아껴서 만들어낸 자원인 만큼 생산과정에서 고객 피로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비즈니스적으로 절전 자원 확보가 이루어진다면 국가 전체의 전력수급 여건은 크게 개선된다. 발전소 이외에도 같은 역할을 하는 절전자원이 대거 시장에 참여하고 그만큼 도매시장에서의 전력기준가격을 하락시켜 전기요금 인하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