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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전망 시사경제 자료모음

구봉88 2015. 1. 5. 23:52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5- 2호 ,  2015.  1.   1.)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朴대통령 신년사 “국민소득 4만弗 기반 다지고 北과 신뢰회복”

  2.최경환 "개혁이 밥 먹여준다…발목 잡는 적폐 개혁"

  3.[WILD&WISE 한국경제] 더 높아진 내우외환 파고… 경제 '쓴 보약' 처방 절실하다

  4.[새해 국내경제 전망] 환율, 달러당 1070원… 원·엔 800원대 진입 가능성

  5.[새해 국제경제 전망] EU·일·중 먹구름에도 미국 3%이상 '원톱 성장' 지속할 듯

  6.강달러 강펀치에 신흥국 기업 휘청

  7.정부 "내년 콘텐츠매출 100조원·수출 60억달러 목표"

  8. 한·일 수교 50년

 

기업경영

  1.사자성어로 풀어본 주요 대기업 경영전략

  2. [미리 보는 2015년 ICT] <1> 스마트폰 시장, 게임의 룰 바뀐다

  3."베트남에서 삼성전자의 기업문화로 성공한 기업될 것"

  4.올 글로벌 가상현실 시장 판 커진다

  5.새해 물류업계 전망.. 해외직구 힘입어 택배차 '쌩쌩' 달릴 듯

  6.현대·기아차 "올해 820만대 판매한다"

  7.동남아 저가항공사 "조종사를 확보하라"

  8.[한국경제 골든타임 2015] 경제 더 늦기 전에.. 판을 바꿔라

  9.[세계 속 한국을 가다] (1) SK 베이징 전기차 배터리 공장

  10.[대한민국 리포트 한국인의 삶] (1) 대학졸업까지 3억.. 사교육 부담에 결혼 미루고 애 안낳고

  11."글로벌 시장 장악하라"… 중국 철도 공룡 탄생

  12.구글, 50달러짜리 스마트폰 1월 선보인다

  13.배당 확대의 역설… 금융권 국부유출 논란

  14.유통 빅3 오너들 '안정 속 경영혁신' 새각오

  15.[신년특집]실패를 딛고 일어선 사례 및 기업들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유가 50달러 붕괴 Yes! 힐러리 대항마 등장 No

  2.[광복 70년, 통일로 30년] (3·①) 한반도 통일, 독일서 배운다.. 통일 이후 동독 역사 청산

  3."덩샤오핑, '50년 홍콩 자치는 중국 현대화 목적' 발언"

  4.[동아시아를 묻다] 2014 : 유라시아의 세기

  5.[경제원로에게 듣는다] 강봉균 前 재정경제부 장관 "한국 금융 낙후된 건 관치 탓"

 

 

               박 두규드림 

       dgpark5909@hanmail.net

(010-3616-3013, 042-629-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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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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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을미년 신년사를 통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와 통일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집권 3년차 구상을 밝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4만달러 시대와 통일을 연두(年頭) 메시지로 제시했다.

지난달 31일 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지난 70년을 돌아보면 국민 모두가 불굴의 의지로 합심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 왔다”며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의 70년을 시작하는 출발점에 서 있다”고 광복·분단 70주년인 새해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지난해 어렵게 살려낸 경제회복의 불꽃을 크게 살려내 경제활력을 회복하는 일”을 꼽았다. 지난해 2기 경제팀 출범과 함께 경제활성화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 심리가 형성됐다가 금세 수그러들어 버린 현 상황에서 난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또 “오랫동안 쌓여온 적폐를 해소하는 일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창의와 혁신에 기반을 둔 경제로 체질을 바꿔가면서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여는 기반을 다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부의 정책 역량을 노동·금융·연금 등 6대 분야 구조개혁에 집중해 ‘474비전’(잠재성장률 4%와 고용률 70%를 달성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적극 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이끌어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 기반을 구축해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향후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북정책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일각에서 필요성을 제기해온 남북 정상회담이 실현될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끝으로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옛말처럼 우리가 혁신과 전진을 향한 의지와 역량을 한데 모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국민 통합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사회적 통합 차원에서 올해부터 소통 방식에 변화를 주고, 향후 내각 및 청와대 비서진 개편 과정에서 중요 직책에 탕평 인사를 시행할지 주목된다.

실제로 역대 정부들은 집권 3년차부터 국민과 충분한 소통 없이 국정 드라이브를 추진하다가 급속히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여 왔다.

노태우정부의 3당 합당, 김영삼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5·18특별법), 김대중정부의 남북 정상회담, 노무현정부의 대연정 제의, 이명박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제출 등 역대 대통령들이 정치적 이벤트로 반전을 모색한 시점이 모두 3년차다. 하지만 대부분 사회적 갈등 증대나 여권 내 계파 갈등 격화로 이어져 국가와 경제에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현 정부가 이 같은 집권 3년차 증후군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갈지도 관심사다.

[채종원 기자]

서울경제

[박근혜 대통령 신년사로 본 새해 구상] 경제회복 최우선… 남북관계 개선 통해 통일기반 구축

노동시장·규제·공무원연금 개혁… 집권 3년차 민생경제 회복 의지

2단계 공공기관 혁신도 곧 가동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위해 대화와 타협에 초점 맞추며

대북관계 태도 변화도 예고

박근혜 대통령은 31일 '을미년 신년사'를 통해 2015년에는 경제회복과 실질적인 통일 기반 구축에 국정운영 역량과 노력을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했다. 2015년은 한국 경제의 미래 방향을 결정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분수령이 되는 '골든타임'인 만큼 정책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반드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경제회복이 최우선 과제=박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우선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며 "어렵게 살려낸 경제회복의 불꽃을 크게 살려내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여는 기반을 다져가겠다"고 말했다.

2014년의 경우 세월호 참사(4월)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태(11월) 등으로 국정운영 추진동력을 상실하면서 경제정책 집행에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를 적기(適期)로 활용해 민생경제 회복을 통한 경제혁신3개년계획에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것이다.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수단으로는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 △규제개혁을 통한 기업투자 확대 △공공기관 구조조정 △공무원연금 개혁 등이 꼽힌다.

지난해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기침체와 엔저에도 불구하고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에 힘입어 여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2015년에는 '경제회복의 불꽃'을 살려 '퀀텀점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는 "2015년에 어떠한 경제 성적표를 내느냐에 따라 박근혜 정부 5년의 성적표가 결정된다는 각오로 경제정책 액션플랜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양극화된 노동시장을 개혁해 국민들에게 약속한 '고용률 70%'를 달성하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투자활성화를 가로막는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하면서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여야가 이념과 정파를 떠나 협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2단계' 공공기관 혁신도 곧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이후 비리 척결, 방만경영 해소 등 공기업·공공기관 조직 내부의 적폐(積弊)를 일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2015년에는 업무영역이 중복되는 기관들에 대한 통폐합과 기능·업무조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태도 변화 예고=박 대통령은 현재의 대북정책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광복·분단 70주년을 맞는 2015년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대북관계에 있어 다소 유연하고 탄력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환경·문화협력, 인도적 지원, 경협 확대 등을 통해 대화와 교류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다자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에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북한의 이해와 협조가 없으면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북한과의 대결 국면이 지속되면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공원 조성,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국제화, 나진·하산 국제협력사업 등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드레스덴 구상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 현실과 상황을 감안해 대북정책 청사진에도 미세조정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난 29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2015년 1월 남북대화를 제안한 것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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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경제관계장관회의·신년메시지
물가 하락이 성장률 하락, 파산으로 이어지는 ‘경기침체의 악순환’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1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8%로 1999년 9월(0.8%) 이후 15년 3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데 따른 반응이다.

이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적 시각을 경계했다. 아울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적폐의 개혁을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11월 광공업 생산이 반등하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우리 경제에 긍정적 신호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너무 낙관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비관해서도 안 된다”며 이런 평가를 내놨다. 이렇게 최 부총리가 우리 경제의 밝은 면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 비관적인 경제전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최 부총리는 2014년 7월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정부의 애초 전망치(2.3%)보다 낮춰 잡았지만 결과치는 1.3%에 그쳤다. 일본식 디플레이션의 현실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세수 결손이 커진다. 이로 인해 정부의 세출이 줄 수밖에 없어 경기를 끌어내리게 된다. 나아가 정부의 2015년 소비자물가 전망치 2.0%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둠만 보는 비관적 자세가 아닌, 터널 속의 어둠과 터널 끝의 밝은 빛을 모두 볼 수 있는 현실적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 경제성장률에 대해 “추정치가 3.4% 수준으로 4년 만에 세계경제 성장률(3.3%)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주택가격이 완만히 상승하고 매매 거래량도 증가하는 등 정상화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최 부총리는 “새해 이런 경제 회복의 흐름이 계속될 수 있도록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큰 틀 안에서 노동·금융·교육 등 핵심분야 구조개혁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중소기업 지원사업 통합시스템을 활용해 여러 정부부처에 퍼져 있는 유사·중복사업을 전면 재정비하겠다는 계획도 꺼냈다. 특정 중소기업에 지원이 쏠리는 일을 막기 위해 지원 한도제를 도입하고, 금융·인력·수출지원 등 주요 사업별 성과를 면밀히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했다.

그는 또 “적폐(오랫동안 쌓인 폐단)야말로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문제의 몸통으로 이를 제때에 고치지 못하면 국민이 후불로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발표한 ‘2015년 신년메시지’에서 “경직되고 이중적인 노동시장, 공공부문의 비효율성, 현장과 괴리된 교육시스템, 금융권 보신주의 등 구조적 개혁과제들이 쌓이고 쌓여 적폐가 됐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흔들림 없는 적폐 해소 추진’을 강조한 신년 메시지와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개혁이 밥 먹여준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오직 국가 백년대계만을 생각하며 개혁을 완수해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정부는 공공·노동·교육·금융 부문의 구조개혁을 통해 모두가 함께 잘살고 한번 만들면 30년 이상 오래갈 만한 튼튼한 경제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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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저성장·디플레·가계부채에 환율전쟁까지 난마처럼 얽혀

광범위한 구조개혁 나서고 가계소득 증대에도 힘써야

을미년 새해를 맞지만 대한민국을 기다라는 것은 거친(WILD) 대내외 환경이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가계부채는 물론 신흥국 불안과 환율전쟁의 악재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수는 없다. 70년 전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났던 것처럼 우리 경제를 얽매는 악재를 극복해야 한다. 명석한 지혜(WISE)와 소통이 필요한 2015년이다.

2015년은 플라자합의 3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는 폭등했고 우리 경제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엔화는 가파른 약세가 예상된다. 중국도 성장률 둔화로 위안화 절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며 유럽도 양적완화가 임박했다. 환율전쟁의 암운이 짙게 드리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흥국 경제불안은 악재다. 미국 금리인상에 저유가까지 겹쳐 러시아를 시작으로 신흥국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신흥국이 불안하면 수출에도 타격을 받지만 우리나라의 탄탄한 거시건전성 덕에 이머징마켓에서 차별화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원화절상 압력으로 작용해 수출불안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이 똬리를 틀고 있다. 2015년 경제성장률은 3%대에 머물며 5년째 4%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저성장이 자연스러운 '뉴노멀'에 맞닥뜨릴 수 있다. 반면 디플레이션 우려는 증폭돼 악순환의 흐름을 보일 수 있다. 또 '세계의 공장'인 중국 생산자물가가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어 세계는 디플레이션과의 전쟁 양상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가 하면 가계부채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월급은 늘지 않는데 부채만 증가하니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이는 민간소비의 구조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 금리인상으로 도산하는 가구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거친 상황에 봉착한 한국 경제는 한마디로 '사고무친(四顧無親·사방을 둘러봐도 우군이 없는 난처한 상황)'한 모습이다.

해법은 없을까. 선택과 집중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먼저 구조개혁이다. 마이클 포터 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일본 경제 위기 보고서(2000년)'에서 "대형 소매점포가 두부 한 모를 팔기 위해서는 150건이 넘는 서류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며 "규제개혁 없이는 일본의 미래도 없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수차례 규제개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아베 신조 정권은 지금도 세 번째 화살을 쏘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장기 저성장 기조에 진입했으므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폭탄도 관리해야 한다. 해답은 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2014년 3·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소득증가율을 웃돌았다. 가계의 소득확대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이 실장은 "여성과 장년층이 일자리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등의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율안정도 시급하다. 2014년 우리 기업들은 실적이 좋지 않았다. 환율 탓이다. 3·4분기 기업 매출 증가율은 -3.2%(전년 대비)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4분기(-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실장은 "디플레이션 위험이 증폭됐던 1987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 총리의 평균 재임기간은 1.4년이었다"면서 "구조개혁의 필요성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쓴 보약'을 삼킨 지도자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다행히 새해 우리 여건은 일본보다 낫다. 큰 선거가 없는 2015년은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경제에 집중할 수 있는 적기다. @sed.co.k

이태규·조민규기자 classic


서울경제



■ 몰려오는 'WILD'

물가 하락에 빚부담 늘고 신흥국 리스크 등 확대

이주열 총재 "과거 어느때보다 어려운 시기될 것"

가깝게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다소 멀리는 1997년 외환위기까지 한국 경제는 5~10년 주기로 위기에 봉착했다. 내수보다는 수출 등에 의존하는 경제여서 나라 밖의 충격파에 쉽게 흔들렸다. 물론 1980년대 초의 위기는 저유가·저금리·저환율(가치)의 3저로 넘었다. 30년 전인 1985년 플라자합의가 계기였다. 1997년 외환위기는 금 모으기 운동 등 애국심과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극복했다. 하지만 후유증은 컸다. 제대로 된 구조개혁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파는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작았지만 저성장·저물가의 늪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에는 새롭지는 않지만 더욱 짙어진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엄습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31일 신년사에서 "2015년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리스크 요인은 하나하나가 만성화된 지병과도 같아 치유하기도 쉽지 않다. 환율전쟁(W·currency War), 신흥국 충격(I·emerging market Impact), 저성장·디플레이션(L·Low growth & deflation), 가계부채(D·Debt) 등이다. 말 그대로 거친(W·I·L·D) 상황에 한국 경제가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먼저 외환시장이 심상치 않다. 엔저가 특히 우려스럽다. 현재 910원대 초반인 원·엔 환율은 800원대에 진입할 게 확실하다. 여기에 더 나아가 중국이 환율전쟁에 참여할 조짐도 있다. 조지 매그너스 UBS 경제고문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도 생산자물가지수가 3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어 위안화 절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평양 건너 유럽에서도 낮은 물가 상승률과 러시아·그리스의 불안으로 추가 양적완화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 기업의 부담도 커진다. 미국은 돈줄을 죄고 일본·유럽·중국은 돈을 푸는 등 세계 주요 경제권의 통화정책 지각변동으로 우리 외환시장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 전망이 밝지도 않다. 신흥국이 문제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위기에 봉착한 러시아뿐만 아니라 여타 국가로 불안이 확산될 조짐이다. 앤디 무케르지 로이터 칼럼니스트는 "하버드대 연구에 의하면 신흥국은 7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다"며 "2008년 이후 주요국의 돈 풀기로 세계 성장을 주도했던 신흥국은 2015년 불황국면 전환을 눈앞에 뒀다"고 평가했다.

국내라고 상황이 좀 나을까.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위기 후 3년이 지나면 성장률이 강한 반등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강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2014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8%를 기록할 정도로 디플레이션 우려는 한층 짙어졌다. 또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둔화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자국 화폐가치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어 디플레이션의 동시다발 출현 가능성도 높다. 일본은 1998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로 둔화한 이듬해 -0.3%로 떨어지며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1990년 이후 약 400조엔의 재정을 풀고 금리인하에다 양적완화까지 동원했지만 10여년간 디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낮은 물가 상승률은 한국 경제가 이고 가는 가계부채라는 짐을 '솜'에서 '물먹은 솜'으로 바꿀 가능성도 높다. 물가가 하락하면 돈의 가치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채무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해에 미국의 금리인상도 단행될 것으로 보여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일부 한계가정이 도산하고, 사회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서울경제

가계부채와 환율전쟁 등 4대 리스크에 노출된 한국 경제에 2015년은 분기점이다. 힘차게 비상하는 비행기처럼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포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를 3시간 동안 카메라 촬영 후 궤적을 합성했다. /김포공항=권욱기자

가계빚 총량 유지·소득 높여 위기 대응력 키워야

■ 'WISE' 해법은

안정적 환율관리·경제회복에 주력을

2015년은 분기점이다. 급증하는 가계부채,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환율전쟁, 미국 이외의 선진국과 신흥국 불안 등 4대 위기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악재를 딛고 정상 궤도로 이륙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해다. 정부가 올해를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으로 정하는 이유다. 역으로 골든타임을 놓치면 우리 경제는 비상이 아닌 추락할 일만 남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서 개혁의 고삐를 더 죄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연초부터 노동·금융·교육 부문 구조개혁, 임대주택 활성화, 기업투자 지원,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등 6대 중점과제 추진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법도 크게 다를 바 없다. 'W·I·S·E'로 압축됐다. 광범위한 구조개혁(W·Widening structural reforming), 가계소득 증대(I·raising household Income), 환율안정(S·Stabilizing currency), 경제회복 집중(E·focusing on Economy)이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노동·금융·교육 부문의 구조개혁은 상당한 저항이 뒤따른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비정규직의 최장 근로연수를 연장하고 정규직의 근로계약 해지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노동시장 활력 제고방안'을 내놓았지만 재계는 "현실을 무시한 채 고용에 대한 규제만을 강화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노동계는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구조개혁 하나하나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새해는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른 보궐선거 이외에 큰 선거는 없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구조개혁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졌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의지가 강한 만큼 소통을 통해 거침없는 개혁을 추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대한 관리도 핵심 사안이다. 가계부채는 인위적으로 줄일 수 없다. 결국 가계부채의 총량 증가를 억제하되 가계의 소득을 높여 위기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가계소득증대세제와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을 야심 차게 꺼냈는데 실제 작동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환율의 안정적 관리도 크나큰 과제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2014년 8.5%나 올랐다. 자연스럽게 국내 기업의 이익은 줄었다. 지난 2013년 3·4분기 10조원에 달했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014년 3·4분기에 4조원대로 급락했고 현대차 역시 같은 기간 18%의 이익이 줄어든 데는 원화 강세의 여파가 작용했다. 주가지수가 1,900선에 머무는 것도 그만큼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본의 주식시장은 활황이다. 엔저 덕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다는 얘기"라면서 "특히 일본 기업이 국내 기업과의 이익격차를 키우고 있는데 앞으로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co.kr

 

14개월만에 0%대 물가 상승… 연 기준도 1.3%로 1999년 이후 최저

근원물가도 '적신호'

12월 1.6%로 상승률 둔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다시 0%대에 진입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1.3%를 기록해 지난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그쳤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0.8% 상승해 1999년 9월(0.8%) 이후 15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간 상승률은 1.3%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대에 그쳤다. 이는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2.5~3.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014년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보다 2.0% 상승했고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7%, 생활물가지수는 0.8% 각각 올랐다. 이들 상승폭은 전년보다 소폭 확대됐다. 그러나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보다 9.3% 하락했다. 이는 1990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가장 큰 원인은 유가하락으로 분석된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12월 근원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1.6% 올랐다. 일각에서는 근원물가 증가율이 0.3%였던 1999년 비교하면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 짓기에 이르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수치를 보면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2%대에 복귀해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비슷하게 유지하던 근원물가 상승률은 9월 이후 하락세를 보여 12월에는 1.6%까지 떨어졌다. 더욱이 정부가 비교 대상으로 삼은 1999년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강력한 저물가정책이 이어지던 때다. 따라서 현재 저물가 상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수요부족 현상을 보였던 1999년과 달리 지금은 구조적인 수요부진으로 물가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국민경제 전체의 물가수준으로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제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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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펀더멘털 비교적 튼튼

원화절상 압력 더 거세질 듯

주요 민간연구소와 증권사들은 2015년 원·달러 환율이 소폭 상승(원화 값 하락)해 달러당 평균 1,07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전까지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커지겠지만 점차 안정을 되찾아 지난해보다 소폭 오름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간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경상수지 흑자에다 다른 국가보다 높은 경제성장세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비교적 튼튼하다는 평가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내년에는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강달러 재료가 선반영된 측면이 커 상승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선물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1,060~1,160원), 하반기(1,040~1,130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전망은 1,080원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의 금리인상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시작된다면 불확실성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 견실한 기초경제 여건이 부각되면서 원화절상 압력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고착된 엔저 현상은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우리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부추기는 골칫거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강세에 따른 엔화약세가 원화약세보다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진행돼 원·엔 재정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 등 대부분의 민간연구소는 지난해 평균 997원선이었던 원·엔 환율이 올해 평균 900원대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800원대까지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서울경제


재정확대·투자촉진 등 정책 효과… 3.8% 성장 기대

금융·외환 불안에 中 경기둔화 등 안팎 악재 산더미

'구조개혁+경제활력' 방정식 못풀면 3%도 장담 못해

올해 국내 경제는 대내외 변수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대(大) 격변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 하락 등 호재도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엔화약세 가속화에 따른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어려움이 더 많다는 분석이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기업실적 부진, 구조개혁에 따른 사회갈등 확대 등도 부담 요인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 2012년 이후 최근 3년 연속 잠재성장률(3% 중반)을 밑도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 경제 앞에 닥친 위기를 4대 구조개혁의 본격적인 추진과 내수·수출의 균형 성장을 통해 극복한다는 전략을 짰다. 구조개혁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내수와 수출의 쌍끌이 엔진으로 경제활력을 높여 3% 후반의 경제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다. 잠재성장률 깔딱고개를 4년 만에 넘겠다는 것이다.

◇내수·수출 쌍끌이 엔진 힘 받을까…넘어야 할 산 많아=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미국 등 세계 경제의 회복 기조로 수출이 증가하고 유가 하락, 재정지출 확대, 투자촉진 등의 정책효과까지 나타나면서 지난해보다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소비가 지난해 1.7%에서 올해 3.0%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비투자도 같은 기간 5.3%에서 5.8%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53만명 증가에는 다소 못 미치는 45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가 큰 폭으로 늘고 설비투자와 고용이 뒷받침되면서 내수가 활기를 띨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출도 미국 등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을 전제로 지난해 2.7%보다 개선된 3.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미 수출의 호조세가 이어지고 인도 등 신흥국의 경기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만큼 수출 증가세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외 변수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엔저 가속화에 따른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첫손에 꼽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장기침체,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세 둔화 등도 수출기업들의 실적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변수로는 가계부채, 주력 제조업체의 경쟁력 저하, 노동·교육·금융 부문의 비효율성이 제시됐다.

◇구조개혁·경제활력 두 토끼 잡기 복합 방정식 잘 풀릴까=정부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경제연구소들이 올해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전망은 다소 어둡다. 구조개혁과 경제활력 제고라는 정부의 두 토끼 잡기가 풀기 어려운 난제라고 보고 있다.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우리 경제의 내수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고 수출도 대외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민간소비(2.3%→2.8%)와 건설투자(1.9%→3.0%)가 소폭 개선되지만 여전히 미약한 수준으로 오히려 설비투자(5.7%→5.1%)는 소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3.1%에서 올해 4.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중국 경제의 둔화,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악화를 성장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경기회복 지연, 원화 강세 지속,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저물가 기조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담뱃값 2,000원 인상 효과를 반영하고도 올해 소비자물가가 각각 1.4%, 1.9%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목표물가 수준인 2.5~3.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제연구소들은 이 같은 요인을 반영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정부보다 낮게 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은 더 우울하다. KDI는 "만일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률도 3%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대외 악재가 한꺼번에 맞닥뜨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2.3%로 후퇴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경고를 하기도 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서울경제

미국 금리인상 시기·속도가

하반기 통화정책 최대 변수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된 2015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우세한 편이다. 양국 간 좁혀진 시중금리 격차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 등을 감안할 때 역대 최저금리인 2%에서 더 내릴 여지는 없어 보인다는 시각이다. 한은은 지난해 12월24일 발표한 '201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물가도 상당 기간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주열 총재가 2% 기준금리를 두고 "경기회복 뒷받침에 부족함이 없다"고 설명한 것을 본다면 '2% 금리=완화적 기조'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원론적 전망일 뿐이다. 대외 악재로 경기상황이 더 악화하고 디플레이션 조짐마저 완연해진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2015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한 차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두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도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담뱃값 인상 요인을 빼면 물가상승률이 1%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인하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상반기 중 한두 차례에 걸쳐 최대 1.5%까지 기준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런 전망은 기준금리가 2015년에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상반기는 기준금리를 내리겠지만 하반기에는 연준의 금리인상 여파로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된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1년 동안 기준금리를 내렸다 올렸다 하기에는 한은이 부담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1년 내내 동결하거나 상반기 동결, 하반기 인상 전망이 좀 더 현실적이다. 하반기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는 단연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와 속도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 있고 그게 금융안정성을 해칠 정도라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과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은도 금리인상 시기와 강도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가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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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美 소비·투자 등 회복세 뚜렷… 세계경제 3~4% 성장 견인 예상

유로존 디플레 그림자 짙어지고 日은 과도한 엔저에 내수 타격

中·러 등 신흥국 경제도 불안

2015년 세계 경제는 미국이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원톱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과 일본 경제가 각각 성장률 1% 안팎의 더딘 걸음을 보이고 중국 경기마저 둔화되는 가운데 오로지 미국에 의존해 세계 경제가 3~4% 성장하는 시나리오다.

유일한 버팀목이 될 미국 경제는 올해 3%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용과 소비 개선, 투자 회복, 주택 및 증권거래 활성화 등 경제가 회복될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에 힘이 실린다. 경제방송매체 CNBC는 "2014년의 고용성장세가 지난 1999년 이후 가장 강세를 보였다"며 "2015년은 미국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또 유가 하락에 힘입어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휘발유 값이 15% 변동하면 (미국의) 연간 소비지출 여력은 600억달러 움직인다"며 최근의 유가 하락으로 소득의 상당 부분을 기름 값에 쓰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특히 향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미국 경제에도 복병은 있다. 고용은 양적 성장을 이뤘으나 질적 개선은 미흡하다. 미국의 경기 호조로 국제 투자금이 몰리면서 미국 달러화와 증시가 과열되는 점은 각각 수출과 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그 충격이 실물과 금융 부문 전반에 미칠 수 있다.

유럽·일본과 중국 등 미국 외 주요국의 경제 전망은 어둡다. 특히 유로존은 새해에도 세계 경제에 짐을 지우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유로존의 경우 지난해 2·4분기 이후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독일·프랑스 등 1·2위 경제국에서조차 투자부진 현상이 뚜렷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조기 총선에 따른 리스크가 다시 부각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올해 유로존이 믿을 구석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책뿐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채 매입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도 불사할 수 있다고 벼르고 있다. 다만 독일 등의 반대가 워낙 심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삭소그룹의 외환전략을 총괄하는 존 하디는 "드라기가 원하는 것(양적완화 확대)을 얻지 못한다면 2015년에 물러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세계 투자가들의 불안감이 고조돼 통화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물론 미국 비우량채권 시장에서 자금이탈이 촉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경제 역시 지난해 정부와 중앙은행의 잇따른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소비가 다소 개선되고 법인세 인하 추진 등에 힘입어 기업투자가 미약하게나마 살아날 수는 있지만 과도한 엔화 약세로 내수산업과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역시 세계 경기 부진으로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흥국 경제의 경우 인도·싱가포르 정도를 제외하면 중국·러시아 등 각국에 먹구름이 자욱하다. 중국은 소비와 수출의 동반부진으로 성장률이 올해 7%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새해에 고강도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경기 관련 심리가 개선될 여지는 있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가능성 역시 올해 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할 변수로 지목된다. 서방의 경제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지속된다면 루블화 가치폭락과 자본이탈이 재연될 수도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상반기까지 약세 이어가겠지만 OPEC 6월전후 감산 논의할 듯

국제유가는 지난해에 이어 적어도 2015년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에도 유가 약세가 예상되는 것은 지난해 원유 가격을 끌어내린 공급과잉·수요부진 흐름이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원유 소비증가율이 지난 2013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평균 1.3% 늘어나는 데 그치는 반면 미국을 포함한 비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의 원유 생산은 같은 기간 1.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회원국들도 미국과의 증산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맞불을 놓고 있어 올해도 당분간 공급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석유시장에서는 올해 유가 저점을 40~50달러선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에너지 분야 자문업체인 숄크리포트는 올해 세계적 경기 하방으로 올 1월 중 국제유가가 40달러를 밑돌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다.

다만 하반기에는 유가의 향방이 상승세로 돌아설 여지가 있다. 유가 폭락으로 재정압박을 받는 OPEC 주요 산유국들이 오는 6월로 예정된 총회를 전후해 본격적인 감산 논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 부진을 초래하고 있는 세계적 경기 둔화가 하반기부터 미약하나마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유가 반등론에 힘을 실어준다. 석유 공급과잉을 촉발한 미국 등의 셰일오일 업체들이 유가 하락을 견디지 못해 OPEC보다 먼저 백기를 들 수도 있다.

유전개발업체 브라이틀링에너지의 크리스 폴크너 대표는 올 상반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초반까지 미끄러지다가 연말에는 70달러대를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새해 국제경제 전망] 통화전쟁, 미국 금리 단계적 인상… 강달러 완화 '무게'

급격한 금리인상땐 '연쇄파국'

EU·日은 통화절하 용인 지속

새해 지구촌 경제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는 단연 금리와 환율이다. 특히 미국·유로존·일본 중앙은행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세계 각국의 경제는 연쇄파국이나 차별화냐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전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상반기에 비교적 큰 폭으로 올리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은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적극 용인하는 시나리오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달러화 강세를 한층 부채질해 다른 통화들의 몸값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게 된다. 여기에 편승해 ECB와 일본은행이 유로화·엔화 약세를 더욱 용인할 수 있다. 이는 동남아 등에서의 국제 투자자금 이탈을 부르는 등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를 부를 수 있다고 금융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물론 연준이 글로벌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시나리오를 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해 12월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저금리 정책이 신중한 속도(measured pace)로 제거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연준이 상반기부터 금리를 올리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단계적으로 올리거나 아예 하반기 이후로 금리조정 시기를 미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경우 달러화 강세는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 다만 달러 강세가 멈춰도 ECB와 일본은행은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계속 용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세계 경기 흐름은 각국의 기초체력에 따라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스티븐 킹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같은 이들은 통화전쟁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과거 플라자합의와 같은 결단을 주요국들이 내려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서울경제



세계경기 회복세·강달러로 중앙은행들 매입 필요성 하락

세자리로 한해 마감할 것

다우 상승폭은 0 ~ 5% 수준… 주식시장도 '시시한 한해' 될 듯

새해 국제금값이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온스당 1,00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30일(현지시간) 2015년 새해전망을 내놓으며 "지난 4년 동안 금값에 대해 우려해왔다"며 "2015년 연말에는 국제금값이 세 자리에서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CNBC가 금값 하락을 예상한 근거는 2014년과 마찬가지로 세계 경기 회복세와 저물가, 달러 등 통화가치 안정과 이에 따른 중앙은행의 금 매입 필요성 하락 등이다.

국제금값은 2009년 9월 1,000달러를 돌파한 뒤 2011년 9월에는 온스당 1,900달러까지 치솟아 절정을 이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골드러시'가 이어진 덕분이다. 하지만 이후 수년간 꾸준한 하락 추세를 이어가며 이날 국제시장에서 금 현물은 온스당 1,203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반면 미국 주식시장은 다우존스지수 상승폭이 0~5% 수준에 그치는 등 '시시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2009년 급락한 주식은 이미 가치를 회복했으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고 △투자자들이 이미 실적 상승을 예측하고 주식을 매입한 상태라 현 주가가 결코 낮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2015년에는 대형주에서 개별주식과 중소형주로 자금이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013년 말 이후 처음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유로존·중국 등의 침체로 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미 국채수익률이 더욱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예측과 상반된다. 실제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으로 2013년 12월 3%를 '반짝' 돌파했지만 미 국채 수요 증가로 하락세로 전환, 내내 2%대에 머물렀다.

브라이언 설리번 CNBC 앵커는 이에 대해 "보통 금리인상은 국채 가격 하락과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많은 분석가와 투자자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지만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설리번 앵커는 올해 눈여겨봐야 할 시장으로 러시아·베네수엘라를 꼽았다. 두 나라는 최근 빠르고 가파르게 떨어지는 유가로 통화가치 하락, 재정건전성 악화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는 "국가가 디폴트에 빠질 때도 그 나라의 주식은 생각과 반대로 종종 오를 때가 있다"며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보기술(IT) 업계의 공룡 IBM이 결국 분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했다. IBM은 2014년 3·4분기 순이익이 1,800만달러로 추락하는 등 충격적인 실적부진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10월 중국의 전자업체 레노버에 PC사업부를 넘기고 반도체사업부도 매각하는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헤지펀드 등 주요 투자자들로부터 여전히 분사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실적부진이 계속되면 IBM 주주들의 공격성만 강해질 뿐"이라며 "버지니아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는 분사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지만 전략이 수정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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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달러표시 채권 발행 러·브라질 등 채무부담 커져 디폴트 속출 우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한 러시아·브라질·말레이시아 등 신흥국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의 분석을 인용해 올해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표시 채권 발행규모는 2,761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금리가 낮은데다 풍부한 자금공급이 이들 기업의 달러표시 채권 발행을 부추겼다. 하지만 미 경제회복과 맞물려 달러가 주요 통화에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이들 기업의 채무상환 부담도 동시에 늘고 있다. 주요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3일 9년 만에 90을 돌파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로) 많은 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며 몇몇 기업들은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나스의 경우 2014년 3·4분기 실적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달러 강세를 꼽았다. 현재 페트로나스의 부채 가운데 70%는 달러표시 채무로 최근 6개월간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가 9% 하락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브라질의 설탕생산 업체 비르골리투 지 올리베이라 SA 역시 설탕 가격 하락과 달러표시 채권 발행에 따른 채무부담이 커져 최근 신용평가사 피치로부터 몇 달 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서방의 제재와 유가하락 등으로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러시아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국제금융협회(IIF) 유럽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루보미르 미토브는 "내년 러시아 기업들의 디폴트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1980~1990년대 남미·아시아에서 나타났던 '강달러→부동산·원자재 등 자산 가격 하락→경제성장 둔화' 사이클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980년대 남미 금융위기와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 외환위기는 모두 강달러로 촉발됐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릴 경우 신흥국 기업들에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반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강달러 추세와 금리인상이 맞물려 '슈퍼달러' 시대가 도래한다면 신흥국 화폐가치는 더욱 하락하게 된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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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5대 전략별 역점 실천과제 확정…내년 4천522억원 투입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정부가 내년 콘텐츠 매출 100조 원과 수출 60억 달러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는 '2015 콘텐츠산업 진흥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31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 하에 열린 '제5차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에서 올해 수립한 '콘텐츠산업진흥 기본계획'에 따른 범정부적 차원의 시행계획안을 이같이 심의 확정했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혔다.

콘텐츠산업진흥위는 정 총리를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와 미래부, 교육부 등 13개 각 부처 장관들과 네이버의 김상현 대표 등 7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정책 심의 기구다.

진흥위는 내년 한 해 콘텐츠진흥 사업을 위해 우선 4천522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매출 102조 원, 수출 61억 달러, 고용 63만 명 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 투융자 기술기반 조성(1천814억 원) ▲ 콘텐츠와 창업·창직(創職) 확대(862억 원) ▲ 글로벌시장 진출 확대(209억 원) ▲ 건강한 생태계 조성 및 이용촉진(702억 원) ▲ 분야별 콘텐츠 경쟁력 강화 및 육성 협력체계 구축(954억 원) 등 추진전략별 실천과제와 예산투입계획도 세부적으로 마련했다.

윤태용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각 부처가 기존에 마련한 다년도 실행계획 사업 가운데 내년도 우선 투입 예산액을 확정 짓고, 구체적인 실천과제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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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 한·일 수교 50년 ◆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한·일 경제·외교의 미래 50년은 단순히 두 나라 관계를 넘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정세의 큰 틀 안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일 양국의 경제 동맹이라 할 수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은 2004년 12월 중단된 이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일 FTA가 중단된 이후에도 동북아를 둘러싼 거대한 경제블록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나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또 다른 하나는 TPP에 맞서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다. 동북아를 둘러싼 메가 FTA를 장악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2015년 본격화될 전망이다.

TPP에는 미국 일본 오스트리아 베트남 등 12개국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협상이 완료되면 8억명 이상의 인구에 27조달러가 넘는 경제권을 형성하게 된다. 2014년 12월 출범한 제3차 아베 내각은 TPP 타결을 주요 정책 목표로 설정해 놨을 정도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양자 FTA 체결이 늦은 일본은 TPP를 통해 일거에 만회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TPP는 2014년 말까지 지적재산권 농산물 등과 관련한 현안에 대한 협상이 이어졌다. 참가 12개국은 2015년 초에 대략적인 합의를 이룬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TPP에 맞서 중국은 2014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FTAAP 구상의 로드맵을 마련해 참가국 동의를 얻어냈다.

왕융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연구소장은 “한·중 FTA 이후 중국의 목표는 한·중·일 FTA가 될 것이고 이는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과 연계되며 자연스럽게 FTAAP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결국 미국과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경제 통합을 두고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두 개의 메가 FTA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 협력도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은 중국 주도의 FTAAP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지만 TPP가 타결되면 참가하고 싶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 때문에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TPP에 참여하고 싶지만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중국과도 양자 FTA를 체결했다.

아직 출발선에 놓은 FTAAP에 비하면 TPP는 상당히 진척됐다. 중국과의 FTA가 체결돼 있고, FTAAP의 지지를 선언한 상황이지만 우선은 미국 일본이 참여한 TPP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정수 한국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TPP는 아시아 경제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며 “이대로 가면 한국이 아닌 일본이 핵심(Linchpin)으로서 아시아권 내에서 FTA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산업계는 자동차 등의 피해를 우려해 일본이 참여한 TPP에 반대 분위기가 강했다. 한국의 FTA 전략 초기부터 협상을 진행하다 10년 동안 전혀 진척이 없는 한·일 양자 FTA도 자동차를 비롯한 산업계의 마이너스 효과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농수축산 강국에 추가로 시장 개방에 따른 농가들의 반대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TPP에서 빠질 경우 받을 불이익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나 한덕수 무역협회장 등 산업계 인사들도 “TPP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병기 산업연구원(KIET) 산업경제연구실장은 “사실 FTA가 됐든 TPP가 됐든 G2 등 강대국들이 추진하는 시장 개방 정책에서 한국이나 일본이 룰을 만드는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 실장은 “하지만 한·미 FTA도 숱한 논란과 불리한 조건에서도 우리 기업과 국민이 우리에게 되레 이익이 되는 협상으로 만들어낸 전례가 있다”며 “TPP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경제 패권의 주도권 다툼으로 볼 게 아니라 전제적인 글로벌 메가 FTA의 트렌드 속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이지용 기자]

韓·日 경제시너지 6조달러…FTA 체결은 16년째 ‘제자리’

◆ 한·일 수교 50년 ◆


지난달 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이라는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맺은 세 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에 따라 이웃 나라 일본과의 FTA 체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일본과의 FTA는 한·일 간 온탕 냉탕을 오가는 정치 역학, 주요 산업군에서 경합을 우려하는 재계 목소리에 더해 반일 감정까지 더해지며 여전히 교착 상태다.

한·일 FTA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공동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에서 출발했다. 2000년 한·일 국책 연구기관이 참여해 공동연구를 진행했고, 2년 뒤인 2002년 채택한 산관학 공동 보고서는 “한·일 FTA가 양국의 공동이익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2003년 12월 1차 협상을 시작한 이후 농산물 시장 개방을 둘러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2004년 6차 협상을 끝으로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한동안 동면상태에 들어갔던 한·일 FTA는 2008년 6월 양국 간 실무협의를 시작으로 2010년 국장급 협의를 진행하며 다시 궤도에 오르는 듯했으나, 일본 정부의 우경화로 인해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며 또다시 후일을 기약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정치적 이유로만 한·일 FTA 협상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은 “만성적 대일 무역적자는 부품소재 분야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며 “한·일 FTA는 이 같은 현상을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인 수출·내수업, 소비재·중간재 등의 제조업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신성장동력 확보를 저해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미 일본의 관세장벽이 충분히 낮은 점도 일본과의 FTA 체결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은 이미 평균 관세율이 한국에 비해 매우 낮다”며 “또한 삼성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등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점도 정부가 한·일 FTA를 서두르지 않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일 FTA가 체결될 경우 전자,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화학 업종이 주요 피해 업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의 안이한 자세도 양국 FTA에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에 대해 가진 두려움을 간과하고 한국 정부의 기술 제휴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FTA의 과실만 취하는 ‘체리 피커’가 되려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외무성, 재무성, 농림수산성 등 관료화된 개별 부처의 목소리가 서로 달라 한국 측 요구를 신속히 수용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일 FTA가 한국 경제에 득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일 경제규모를 통합하면 6조달러 규모인 데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두 나라가 모두 선진화된 경제이기 때문에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양국 간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역내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이 한·일 FTA의 장점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잇는 화물 수송 일괄체제를 구축해 아시아 물류 인프라스트럭처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은 장기적으로 양산효과가 큰 반도체, LCD 등에 집중하고, 일본은 특수제작 공작기계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하면 충분한 분업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섬유, 철강, 조선, 정밀화학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한·일 FTA 추진을 위한 모멘텀 확보를 위해 전문가들은 한·중·일 FTA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다자 구도를 우선 형성한 뒤, 일본과의 FTA로 점진적으로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한·중·일 FTA의 우선 타결이 정치적인 부담을 덜어낸다는 측면에서도 한·일 FTA의 선결조건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한·일 FTA는 우리나라가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일본의 투자와 기술을 유치·이전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정홍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한·일 수교 50년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한국의 경제 영토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전 세계의 73%로 확대됐다. 경제 영토가 17.1%에 불과한 일본에 비해 아직은 앞서 있다. 그러나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반격을 노리고 있어 이 순위는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미국, EU,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인도, 싱가포르, 터키, 페루 등과 모두 9개의 FTA를 체결·발효했다. 현재 우리나라와 FTA가 발효 중인 국가는 모두 46개국이다. 세계적으로도 자유무역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이다. 경제 영토 규모에서 칠레와 페루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중이 54%(2013년 기준)인 수출 중심 국가의 성격상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동안 자유무역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일본은 국가 GDP에서 차지하는 내수 비중이 70.4%(2013년 기준)로 절대적이다. 도요타 소니 파나소닉 등 대표적인 제조업은 이미 해외 현지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통한 수출증대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그 결과 일본의 FTA 또는 경제동반자협정(EPA) 등을 통해 확보한 경제 영토는 전 세계 GDP의 17.1%에 불과하다.

그동안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던 한·일 양국의 FTA에 대한 인식은 일본 정부가 2012년 TPP 가입을 선언하면서 판이하게 바뀌었다. 일본이 2013년 본협상에 들어감으로써 TPP는 사실상 미국과 일본 간 자유무역협정이나 다름없이 돼버렸다. 쌀 자동차 소고기 돼지고기 등 미·일 간의 핵심품목 개방 여부와 폭을 둘러싼 이견으로 아직 최종 타결을 이루지 못했지만, 일본의 TPP 가입 협상은 막바지에 달해 있다. 가입에 성공하면 경제 영토에서 한국의 뒤를 바짝 쫓아오게 된다.

TPP는 미국과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높은 개방 수준의 다자간 FTA다. 이들 12개 국가의 GDP를 합치면 전 세계 GDP의 37%에 달한다. 무역 비중은 전 세계의 25% 수준이다.

한국도 뒤늦게 TPP 참여에 적극적인 자세로 변했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12개국 TPP 협상 참가국들의 무역 규모는 9조달러가 넘는데, 이 중 우리나라 부품 등 중간재 수요가 2조달러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자간 무역협정인 TPP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12개 기존 회원국들과 ‘예비 양자협의’를 갖고 한국의 참여에 대한 각국의 의견을 들은 뒤 공식적인 ‘참여 선언’을 해야 한다. 이후 다시 기존 참여국과 ‘공식 양자협의’를 통해 참여조건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모든 국가로부터 한국의 참여를 승인받아야 한다.

[김기철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한·일 수교 50년 / 끝나지 않은 강제징용 소송 ◆

한일협정 서명
1965년 6월 22일 한일협정 조인식이 열린 일본 총리관저에서 김동조 수석대표(맨 왼쪽), 이동원 외무장관(왼쪽 셋째), 시이나 에쓰사부로 외상(맨 오른쪽) 등이 서명하고 있다. [매경DB]

광복 70주년이 됐지만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당시 조선인들의 징용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결말은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눈물을 언제 닦을 수 있을지 기약 없는 세월만 기다리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시민단체, 정부 등에 따르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수치도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에 피해를 신고한 사람들일 뿐이다. 이 때문에 당시 ‘근로정신대’라는 명목으로 징용된 사람들의 피해자와 유족들은 수백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4년 10월 30일 서울중앙지법이 주식회사 후지코시에 동원된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배 소송에서 1인당 8000만원에서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앞으로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대법원 판결까지의 기간과 일본이 우리 법원의 판단을 인용할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들은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와 기업의 외면, 외교 문제를 들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냉대 때문에 각종 소송에서 패소했다.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서 가혹한 노동과 열악한 생활환경 등 노예처럼 취급받았다”며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1990년대부터였다. 1987년 민주화 항쟁과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해외여행 자유화를 계기로 일본에서의 소송이 봇물을 이뤘다. 이들은 강제징용자들이 많았던 미쓰비시중공업(옛 미쓰비시조선소), 신일철주금회사(옛 일본제철), 후지코시(옛 후지코시강재) 등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 각급 법원을 포함해 최고재판소(우리의 대법원)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인해 청구권이 상실됐고,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소를 기각했다. 한국이 한일협정 당시 일종의 ‘배상금’으로 돈을 받아갔고, 당시 기업의 상호가 변경되는 등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일본 법원의 판단이었다. 결국 60여 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피해자들은 단 한 건도 승소하지 못했다.


이에 피해자와 유족들은 2005년 우리 법원에 판단을 맡겼다. 우리 법원의 1·2심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2심은 강제징용에 따른 범법 행위에 대해 국제재판관할권이 우리 법원에 있다고 인정했지만 재판부는 “이 소송이 일본에서 패소한 만큼 일본의 판결 효력이 적용된다”는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012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우리 대법원은 그해 5월 24일 곽 모씨 등 8명에 신일철주금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법원 판결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하는 것으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하는 것”이라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일본 법원과 우리 법원의 1·2심 판단을 모두 배척한 것이다.

장완익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 부위원장(변호사)은 “일제의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의 청구권이 한일협정으로 소멸되지 않았다는 첫 판결”이라며 “대법원은 일제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 행위로 인한 손배청구원은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이 후지코시에 대해 손배를 청구한 사람들에 대해 승소 판결을 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정부에 신고한 20만여 명 가운데서도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60여 명에 불과하다.

소송이 지난한 점도 문제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자들이 사망하고 유족이 권한 승계를 거부하거나 오랜 싸움에 지쳐 재판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 부위원장은 “일본 기업과 피해자들이 화해 교섭을 나서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고, 대법원 판결 이후 손배 소멸시효(3년)인 2015년 5월 24일까지 최대한 원고인단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협정 어떻게
14년간 줄다리기…반대세력 무력으로 진압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일본은 1965년 6월 22일에서야 비로소 광복 이후 단절된 양국의 외교관계를 다시 맺었다. 수십 년간 쌓여온 한·일 간 감정의 골을 메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양국은 한일협정이 체결되기까지 1952년 2월 제1차 회담이 개최된 후 무려 14년간 여섯 차례에 걸쳐 입장 차를 좁혀갔다. 특히 5·16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정부는 한·일 간 외교 정상화를 적극 추진했다.

우여곡절 끝에 1961년 10월 20일 제6차 회담이 재개됐다. 당시 격렬한 반대투쟁으로 타결이 늦어지자 정부는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을 특사로 파견해 비밀회담을 하고 타결 조건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게 했다. 이때 교환한 메모 내용을 근거로 1965년 2월 20일 한일기본조약이 가조인됐다. 하지만 주요 의제인 대일청구권 문제·어업 문제·문화 재반환 문제 등에서 우리 측이 지나치게 양보한 굴욕 협정이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일본은 식민지 수탈을 공식 시인하지도 않았고 그것과 관련한 어떤 보상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협정 체결을 앞둔 1964년 3월 국내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6월 3일에는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반대세력을 무력으로 진압한 후 이듬해 6월 22일 한일기본조약 및 부속협정(한일협정)을 정조인하고, 8월 14일에는 공화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이를 비준함으로써 14년을 끌던 한·일회담은 마무리됐다.

[장원주 기자 / 이현정 기자]
 

강제징용 피해자들 “新한일협정 체결해야”

◆ 한·일 수교 50년 ◆

1965년 한·일 양국 정부 간에 체결된 청구권협정에 대해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제 식민지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 배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이 때문에 ‘신(新) 한일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학계에 따르면 한일협정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를 위한 샌프란시스코 강화회의에 대한민국이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승전국과 패전국 사이의 협상이었기 때문에 식민지 국가들은 참가할 수 없었다. 당시 강화회의에서는 “피해국은 가해국과 개별 협정을 체결하면 된다”며 식민지 문제를 방관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이 국제협약이기 때문에 한일협정이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는 데 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차 세계대전 전승국들의 주무대에서 체결된 협약이기 때문에 한국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며 “이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식민지배 국가들이 피해 국가에 책임을 지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본 바탕 위에서 체결된 한일협정은 미묘한 문제를 야기했다. 국가와 개인 간 손해 배상 여부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일본군 및 강제노역 등 침략전쟁에 동원됐다. 각 개인은 민사적으로 채권 등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당시 일본은 이들에 대해 지급되지 않은 급여는 공탁하도록 했고, 각종 연금과 보험은 지금도 일본 각 지역의 후생연금보험기구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와 협정을 맺어 개인의 청구권을 앗아간 꼴이 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의 독립 축하와 경제협력 차원에서 돈을 줬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 정부는 “일본이 식민지배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준 것”이라고 각각 발표했다.

각자 나라에서 발표한 내용은 다르지만 강제징용자 및 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청구권 3조다. 이 조항은 식민지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부정하고 있다. 즉 해당 정부가 돈을 받았기 때문에 개인이 가해국에 손배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식민지배 피해자 문제에 소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한일협정’ 체결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청구권 3조에 집중돼 있다. 피해자들은 “한일협정으로 한·일 양국은 서로 상대국에 대한 자국민의 외교보호권을 포기한 것이지 국민 개인의 권리를 소멸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개인의 손배청구권은 살아 있기 때문에 청구권 3조 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요지부동이다. 일본은 “한일협정은 서로 외교보호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개인의 재산권 등은 그 나라의 법률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인에 대한 책임이 없고 발뺌하는 것에 다름없다.

김 책임연구원은 “일본이 책임을 지지 않은 한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신한일협정 체결이 난망한 현실이기에 관련 단체나 학계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장원주 기자]
매일경제
◆ 한·일 수교 50년 ◆

지난해 5월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회 한·일 중소기업정책포럼’에서 양국의 중소기업단체 관계자들이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매경DB]
단일 광산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호주의 로이힐. 포스코가 생산하는 철강이 연간 3800만t인데, 이 광산에서는 철광석이 5500만t가량 나온다. 총사업비만 8400억엔(약 8조5000억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이 2012년 함께 힘을 합쳤다. 포스코와 일본의 마루베니 등 4개 회사가 호주의 HPPL사가 갖고 있던 100% 개발권 중 30%의 지분을 매입한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해까지 광산 건설 투자 때문에 적자를 보았지만 내년 9월부터는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서 수익성 강화는 물론 안정적으로 철광석을 공급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세계 최대 광산 투자가 가능했던 데는 우리나라 포스코의 기술·자금력뿐만 아니라 일본 마루베니의 네트워크와 기획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 삼성물산은 광산 건설에 참여하면서 톡톡한 이득을 보고 있다. 향후 6년간 8000조원의 매머드급 수요가 기대되는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한·일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일 양국이 협력을 통해 공동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재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자원개발이나 대형 플랜트 지분투자처럼 많은 돈이 들어가는 사업의 경우 한·일 양국이 위험분산 차원에서 같이 들어가는 사례들이 이미 많다. 시공력에서 뛰어난 한국 건설·플랜트 기업들이 제 역할을 하면서 일본 측이 제공하는 기획력과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하는 방안들이다. 또 제조업, 소재산업 등에서 아직 양국이 협력할 분야가 널려 있다. 장기적으로는 과학기술 연구개발, 금융·법률·의료서비스·게임·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산업 협력까지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이미 양국은 2007년 2월 요르단 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약 20건의 인프라, 플랜트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2007년 8월에는 이집트 석유정제 플랜트를 공동으로 수주했다. 카이로 교외에 건설하는 중유정제 사업에 필요한 설비를 GS건설과 미쓰이물산이 컨소시엄으로 공동 수주를 한 것이다. 18억달러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올해 설비가 완공될 전망이다. 2008년 1월에는 튀니지의 전철 76량을 현대로템과 일본 스미토모상사가 공동 수주했다. 현대로템은 인도에서 벵골 시내 지하철용 차량 150량을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전기 등과 공동 계약했다. 이 밖에도 한전과 미쓰비시상사가 합작한 요르단 디젤엔진발전소 플랜트(2012년 9월)나 GS엔지니어링과 이토추상사 등이 공동 수주한 터키 제유소 플랜트 건설계약 등이 한·일 합작 플랜트 사업의 예다.


에너지 자원개발은 2006년 10월 마다가스카르 니켈 광산개발을 시작으로 약 1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져가고 있다. 포스코와 신닛테쓰(新日鐵), JFE스틸 등이 합작투자한 브라질 희귀금속 광산개발(2011년 3월) 사례에 이어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제조업과 소재산업에서 양국의 협력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소재 강국 일본도 최근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자동차 등 소재가 필요한 제조업 기지들이 점차 이동해 가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 소재기업들은 점차 우리나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제조업, 소재,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서비스산업까지 양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아시아팀 과장은 “서비스산업의 경우 양국 모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단독으로 대규모 해외 진출을 할 경우 리스크가 크다”며 “그러나 공동으로 진출한다면 위험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게임 등 우리나라와 일본이 모두 강점 있는 분야들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차원에서의 협력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역대 처음으로 한국 중소기업중앙회와 일본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가 공동으로 ‘제1회 한·일 중소기업정책포럼’을 일본 도쿄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중소기업들은 그간 일본에 대한 벤치마킹에서 동반자로서 공조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 말했다.

[신현규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한·일 수교 50년 / 기술교류 6년새 5배 껑충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지원으로 국내 중소기업에 취업한 일본 퇴직 기술자가 한국 직원들에게 기술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대전에 소재한 동아엔지니어링은 문구용 플라스틱 사출품(틀에 재료를 넣어 찍어내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매년 110억원 안팎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수년 전부터 품질 업그레이드를 위해 국내에 유통되는 일본 수입제품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유독 생산 과정의 핵심 부분인 사출 부문에서 기술력 한계를 절감했다. 회사를 키워 나가면서 동종 업계나 관련 연구진과 많은 기술적 개선점을 연구했지만 국내 기술력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한계의 벽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동아엔지니어링은 몇 해 전 은퇴한 일본의 사출 부문 장인인 사이토 도시로 씨를 회사 기술고문으로 초빙했다. 사이토 씨는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동아엔지니어링에서 일하면서 고질적으로 품질 문제를 발생시키는 금형과정을 골라내 동아엔지니어링 직원들과 함께 문제점을 찾아냈다. 이어 현장 관리자들과 함께 문제점에 대한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았다. 단순히 문제 해결로 끝내지 않았다. 성형조건표를 좀더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직원 교육을 해줌으로써 지속 가능한 품질의 업그레이드 방법을 제시했다.


최적의 제품 성형 요건을 공동 연구하면서 생산 조건도 표준화시키고 금형도 개선시키고 더 나아가 제품 디자인 불량을 피할 수 있도록 재설계해 궁극적인 품질 개선을 이뤄낸 것이다. 동아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사이토 씨 자문을 통해 대부분 품질 문제가 생산프로세서의 기본을 잘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사이토 씨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했던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본의 은퇴 기술전문가를 한국과 연결해 기술력을 전수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일본 퇴직기술자 유치사업’ 덕분이다.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일본 퇴역 기술자를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고문으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6년 전 시작 첫해에는 45개사가 지원을 신청해 12개사에만 일본 퇴직 기술자들이 배치됐지만 지난해에는 총 244개 기업이 신청해 59개사가 지원받았을 정도로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외국의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2015년 한·중·일 외교 지형도에 영향을 줄 핵심 변수로 △북한 및 통일 문제 △한·일 관계 개선 여부 △중국의 세력 팽창 등을 꼽고 있다.

우선 북한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등 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거세지는 압박에 강력 반발할 가능성을 유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차 석좌는 최근 AP, 미국의 소리(VOA) 등에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움직임과 김정은 암살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를 서방에 의한 적대행위로 볼 것”이라며 “사이버 전선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으며, 핵 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종의 ‘최고조’로 향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차 석좌는 또 “(김정은의) 권력 승계가 시작된 지 이제 3년이 흘렀지만 완전히 마무리됐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며 “북한 내부에서 숙청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체제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새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그동안 ‘전략적 인내’로 일관해왔던 미국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최근 CSIS에 기고한 글에서“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는 나라이고, 경제 제재가 북한처럼 고립된 국가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인식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결심하면 북한을 상대로 훨씬 가혹한 경제 제재를 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과 유럽연합, 유엔은 훨썬 더 광범위하고 강력한 제재를 이란에 부과했다”며 “미국은 발칸, 미얀마, 쿠바, 이란, 짐바브웨 등에 비해 북한의 제재 대상은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북한 문제의 ‘장기적인 해법’으로 남북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조지타운대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은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열린 ‘서울-워싱턴포럼’에서 “북한 핵 문제와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 해결책은 통일”이라며 “미국은 북핵 문제에만 집착하지 말고 통일에 초점을 둔 새로운 국가안보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해에는 한·미·일 삼각공조 체제를 복원하려는 미국의 노력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이미 미국 조야에선 한·일 관계 개선을 아시아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거론하는 분위기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2015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라며 “한·일 두 나라가 개방적이고 친근하며 전면적인 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내년도 미국의 우선순위(high priority) 정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중의원 선거 승리로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됨으로써 2015년에도 한·일 관계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제의했던 한·중·일 정상회담도 답보 상태에 머무르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지일파(知日派) 학자로 꼽히는 실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서울-워싱턴포럼’에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미국이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매일경제

1960년대 중반, 대학가는 격렬한 한·일 수교 반대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결국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6월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시위 진압에 나선다.

이른바 6·3 사태다. 다음해인 1965년 한국과 일본은 14년 동안 끌어온 국교정상화 교섭을 마무리 짓는다. 이후 50년이 지났다. 당시 한·일 수교에 반대하다 4개월간 옥고를 치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됐다. 손을 깨물어 혈서를 쓰고 열흘간 단식으로 한·일협상에 저항하던 이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이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6·3세대 정치인들로부터 1965년 한·일 수교에 대한 평가와

향후 새로운 한·일 관계 50년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달 22일과 23일 국회에서 이뤄졌다.

서청원 한일의원연맹 회장
"14일 訪日 고위층 면담 추진…양국 이젠 한계 뛰어넘어야 할때"


“아이고, 이거 어떻게 헤쳐나가지? 고민 많이 했습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당내 최다선인 7선 의원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가 ‘아이고’를 외친 이유는 지난해 10월 국회 한일의원연맹 한국 측 회장을 맡게 되면서다. 한일의원연맹은 1972년 설립된 양국 국회의원 간 친선단체로 한·일 관계가 수렁에 빠질 때마다 ‘역할’을 해왔다. 더구나 서 최고위원은 친박계의 좌장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는 올해 서 최고위원이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악화된 한·일 관계를 복원할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한·일 수교 50주년은 서 최고위원에게 또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한·일 수교가 ‘굴욕 외교’라며 반대 데모를 하다 서대문형무소에서 4개월 감옥살이를 했다.

“1960년대 당시 군사정권을 좋아하는 학생이 어디 있었겠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한·일 수교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지만 수교반대 시위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수교 50년이 되는 해에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았으니 역사의 아이러니지요. 꼬인 한·일 관계를 푸는 데 윤활유 역할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서 최고위원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결을 다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우리 경제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한·일 수교 50년을 평가했다. “일본과 수교를 통해 원조를 얻어내 우리가 경제적 혜택이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 때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과 같은 과거사 문제를 끝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되자마자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찾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물어보기 위해서다.

JP가 한·일 수교 당시 막후협상을 벌였잖아요. 협상 당시에는 위안부 문제가 부각이 안 됐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일제시대 소학교를 다녔던 JP는 ‘위안부를 강제로 데려가는 것을 눈으로 똑똑히 봤다, 증언하겠다’고 해요. 고노담화가 맞다는 얘기지요.”

서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12일 한·일 양국 의원, 학자들과 함께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한 세미나를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중의원 해산과 선거로 무산됐다. 대신 오는 14일 한일의원연맹 간사단 등과 함께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다. 방일 땐 아베 총리를 면담하는 일정도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한일의원연맹 회장이라는) 어려운 일을 맡아 걱정되겠다고 하셨어요. 한·일 관계 개선이 빨리 잘 이뤄지기 바라니까 그런 말을 하지 않으셨을까요. 박정희 대통령은 일본과의 수교를 한국 경제 발전의 마중물로 삼았어요. 박근혜 대통령도 아버지의 장점을 많이 배웠을 거라 생각해요.”

서 최고위원은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급히 자리를 떴다. 저녁에는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만난다고 했다. 그는 “한·일이 서로 이웃인데 배척하며 지낼 수는 없다”며 “한·일 양국이 그동안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50년의 한·일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상 "과거사 문제 걸려있지만…그럼에도 시작해야 하는게 외교"

“내 이름이 원래 문정흥입니다. 한·일회담을 반대한다고 이빨로 손가락을 깨물어 ‘민족주체성확립 문정흥’ 이라고 혈서를 썼지요.”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이 서울법대 1학년 때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열흘간 단식을 하고 혈서를 쓴다. 굴욕적인 한·일 협상을 당장 중단하라는 게 이유였다.

“지금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반대 시위에 참여할 겁니다. 한·일 수교에 대한 필요성은 있었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때 졸속으로 했을까 생각이 들어요. 광복이 된 지 20년밖에 안 돼 일제라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데 ‘김종필-오하라 메모’로 불리는 막후 외교 논란과 함께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이 이어지며 한·일 수교 반대 목소리가 컸습니다.”

문 위원장은 ‘빛과 그림자’라는 말로 한·일 수교를 평가했다. 찬란하게 빛나는 성과만큼 그 그림자의 길이 또한 길었다는 것이다. 한일청구권 자금과 차관으로 경부고속도로를 만들고 포항제철을 세우는 등 경제를 발전시킨 일은 잘했지만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론을 덮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역사엔 음영이 같이 있어요. 한일협정이 되면서 근대화가 시작됐어요. 산업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거치며 한강의 기적도 일어나고, 가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그러나 또 그늘이 엄청난 것도 사실입니다. 강제징용, 위안부 역사인식 외에도 압축적으로 성장하다보니 소위 독재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는 죽고, 유신 체제가 바로 이어지고 숱하게 많은 사람이 억압의 시간 속에 있게 됐습니다.”

한·일 수교 40주년인 2005년에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역임한 문 위원장은 일본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극우 인사들이 아무리 부인해도 과거 일제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였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가 있어 매우 유감입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일본의 책임도 남아있는 것입니다.”

문 위원장은 전후 독일이 유대인 피해자 600만명에게 개별보상을 한 선례를 들며 일본 정부도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일본 스스로를 위해서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합니다.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합니다.”

문 위원장은 한·일 정상회담은 빨리 하면 할수록 좋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문제가 걸려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해야 하는 게 ‘외교’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외교의 근본은 국익이에요. 국익을 전제로 유연성을 보여야 하는데 원칙을 지킨다는 이유로 강하게만 가면 안 됩니다.” 그는 외교부 장관이나 외교부 실무자들이 오판을 하고 있다며 대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김기정 기자 / 이상덕 기자 / 김명환 기자 / 우제윤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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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수교 50년 / 일본 전문가 지상 좌담 ◆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았다. 수교 이후 반세기 동안의 양국 관계를 돌아보는 시선에는 우려와 희망이 늘 교차했다. 일보 전진이 있으면, 일보 후퇴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일본과의 마찰이 극에 달했다. 냉랭해지기만 한 동북아의 분위기 속에서 한·일 관계의 새로운 50년은 어떻게 열어야 할까. 국내 대표적인 인문학자와 일본 전문가들이 고견을 나눴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지낸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70), ‘먼 나라 이웃나라 : 일본편’을 통해 일본의 역사와 한·일 양국 관계에 대해 고찰했던 이원복 덕성여대 명예교수(68), 최근 ‘한일관계 50년, 갈등과 협력의 발자취’라는 책을 낸 국내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53·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52·일본학연구소장)가 한·일 관계의 ‘과거와 미래’를 돌아봤다. 이들은 “정치적 문제와 경제적 협력은 분리 대응하라”고 의견을 모았고 동시에 “남아 있는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양국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교 이후 반세기 동안 한·일 관계를 돌아본다면.

▶ 김용덕 교수〓5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한·일 관계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예컨대 오늘날 길거리에서 일본말을 듣게 되어도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않게 됐다. 인적·물적 교류가 50년 동안 미처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보수적인 집단에 의한 자기주장의 극단적 표출이 국제 정세의 변화와 국내 정치의 변동에 따라 힘을 얻게 돼 서로 비난의 정도를 높여간 것도 사실이다. 지금이 바로 한·일 간 상호 인식이 가장 악화된 상태일 것이다.

▶조세영 교수〓1965년 체제를 ‘한·일 관계 버전 1.0’이라고 부르자면 결함도 있었지만 크게 봤을 때 양국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결과를 남겼다. 빛과 그림자를 균형 있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원덕 교수〓최근 한·일 관계가 역사상 최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레토릭적 성격의 평가다. 1970년대 중반엔 문세광 저격, 김대중 납치 등 사건 때문에 일본과 단교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일 관계는 1990년대부터 개선되기 시작해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 한류 붐 등 2000년대에 많이 나아졌다. 최근 한·일 관계가 2000년대에 비해 매우 나빠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악은 아니다.

최근 관계가 이렇게 악화된 근본 원인은.

▶이원복 교수〓지금 세계 선진국들은 과거로 돌아가는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는 ‘모순의 시대’다. 유럽에서도 과거 세계화에 앞장섰던 프랑스 영국이 해외 노동자들의 유입으로 극우화하고 있고, 일본을 지배하는 정서도 ‘공포와 불안’이다. 극우화는 일본뿐 아니라 21세기 과거 선진국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미국도 공화당이 상·하원을 다 차지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흐름이 100여 년 전과 비슷하지만 일본이 유럽과 다른 건 군사대국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과 한국에 대한 공포심에서 비롯되고 유사시에 전쟁이 가능한 나라가 되려고 한다.

▶조세영 교수〓아베 신조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가 가장 큰 문제다. 일본 국민은 패전 이후의 굴욕감과 마음에 쌓인 응어리가 있다. 이 전후 체제를 탈피하려는 욕망이 아베 정권을 맞아 표출된 것이다. 일시적인 게 아니라 우경보수화라는 큰 흐름은 과거에 비해 지속될 것 같다.

2014년의 새로운 현상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새 도구의 등장이다. 양국 국민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게 정부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됐다. 2014년은 과거 체제가 이대로는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한계와 모순을 드러낸 ‘진통기’라고 진단한다.

양국 간 관계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김용덕 교수〓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무조건 항복을 했지만 사실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지금은 일본 지도층이 전후 세대로 바뀌면서 전전의 문제에 대한 인식의 깊이가 낮아지고 피상적으로 변해 가는 것 같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는 역사적으로 연속성을 갖고 내려오는 실체다. 과거사에 대한 국가적 반성은 당연한 국가적·국민적 의무다. 독일은 전전의 문제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일본은 리더십이 독일처럼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독일보다도 더 큰 전전의 책임을 느껴야 하는데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이원복 교수〓‘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고는 하지만 역사의 흐름이라는 게 불규칙하게 변하고 있고, 일본 입장을 볼 필요도 있다. 역사 문제가 한·일 관계를 가로막는 제일 큰 문제인데 일본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본은 과거 사무라이 시대에도 할복을 하고 문제에 책임을 진 건 쇼군이 아닌 하급 무사였다. 그런 전통 때문에 위안부 문제도 일본의 책임을 추궁할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이 상황이 지속할 수는 없다. 현명하게 풀려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조세영 교수〓답은 ‘분리 대응’이다. 경제와 외교·안보는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 국민 정서에는 일본과의 안보협력이 달갑지 않지만,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이 기본이다. 우리의 현실을 냉엄하게 본다면 적극적인 협력은 아니더라도 초보적인 협력은 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협력은 수평적인 관계로 올라섰지만, 실용적으로 일본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도움을 주고받는 게 필요하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 같은 과거사는 골치 아프니 좀 덮어놓자가 아니라 안보와 경제는 실리적으로 협력하면서 기본 모순에 관해서는 따질 건 따지고, 장기적 노력을 해야 한다.

▶이원덕 교수〓현재로서 최선의 방안은 정상회담 개최다. 일본과의 단독회담이 부담스럽다면 중국을 끌어들여 한·중·일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화·경제 분야에서 정상회담 없는 관계 정상화도 고려해봄 직하다. 다만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 양국 관계 개선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건 외교적·전략적으로도 하수에 해당한다. 한·일 문제를 모두 위안부 문제에 묶어두는 건 비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얘기다.

일본은 장기 경기 침체, 중국 성장에 따른 열패감, 3·11 대지진 등을 겪으면서 패배 의식에 젖어 있다. 쫓기고 있는 일본에 과거사로 몰아쳐봐야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면 과거사 문제는 일본 쪽에서 성의를 보일 것이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하는 2015년은 경색된 한·일 관계를 개선할 적기다. 이때를 놓치면 한·일 관계 악화가 구조화될 수 있다.

새로운 50년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김용덕 교수〓앞으로 50년을 예측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서서히 한·일 관계는 호전될 것이다. 우선 양국 국민의 피로감이 새로운 변화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악화될 수도 있겠지만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입장이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고, 두 나라 지식인들의 움직임도 힘을 받게 될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태도가 변수지만 장기적으로 파국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돌파구는 열릴 것으로 본다. 두 나라는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을 기대해야 할 것이다.

▶이원복 교수〓국민 정서라는 벽이 존재하고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운 게 양국 관계다. 안타깝게도 앞으로도 더 어려워지면 어려워졌지, 쉽게 풀리진 않을 것이다. 아베가 총선에서 승리했고, 평화헌법 폐지도 힘을 받고 있어서 우리도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조세영 교수〓양국 관계는 경색돼 있지만 문화와 관광을 통로로 한 시민적인 교류는 어느 때보다 깊다. 그런 부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지할 언덕이라고 본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최근 양국의 외교 관계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2011년 62%까지 올랐던 한국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1978년 이래 최저인 31%로 떨어져 우려된다.

▶이원덕 교수〓동북아 질서를 감안하면 한·일 양국은 같은 배를 탄 셈이다. 미·중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 양국이 협력하면 인구 2억명의 공동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싸움 와중에 서유럽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었던 것처럼 한·일이 그걸 해냈으면 좋겠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 고도의 산업기술력 등 한·일 양국이 공통점이 많은 만큼 협력만 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역사 문제 때문에 잘 안 된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일본이 먼저 반성하고 우리가 관용을 베풀면 가능한 일이다.

[김슬기 기자 / 이기창 기자]

매일경제

◆ 2015년 신년기획 한일수교 새로운 50 ◆

박철희 서울대 교수
세계적 소재 기업인 일본의 도레이그룹은 지금 새만금에 화학제품 공장을 짓고 있다. 경북 구미의 탄소섬유 공장에 이어 두 번째 한국 공장이다. 지난달 24일 공사 현장을 찾은 기자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차가운 서해 바닷바람이었다. 매서운 추위에 목덜미까지 붉어진 300여 명의 인부들이 새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풍경치곤 생경한 모습이다.

“폭설로 며칠 작업을 못했지만 전체 공정은 예정보다 한 달 앞서 있습니다. 일본 본사도 한국의 스피드에 놀라고 있죠.” 일본 도레이그룹의 마쓰모토 미치요시 상무와 함께 설계도면을 점검하던 한국 자회사 도레이첨단소재의 유현범 상무가 들뜬 목소리로 설명했다.

새만금산업단지는 군산 공항에서 서해를 향해 동서로 길게 뻗은 새만금북로의 남단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산업 메카로 키우려는 바로 이곳에 일본 기업 도레이가 슈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인 ‘PPS(폴리페닐렌설파이드)’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PPS 수지는 자동차 엔진이나 전자제품의 금속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플라스틱 소재로 도레이 내에서도 핵심기술 제품으로 통한다.

축구장 서른 개 크기인 21만5000㎡(6만5000평) 규모에 건설비만 3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공사다. 도레이는 이 새만금 공장에 PPS 원료부터 수지, 컴파운드(수지에 첨가물을 섞어 만드는 특수 용도의 플라스틱) 등을 모두 생산하는 세계 최초의 일관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도레이가 최첨단 소재인 PPS 기술을 해외로 이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도레이 측의 철저한 통제 속에 공사가 진행되는 것도 기술 유출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한·일 관계가 극도로 경색돼 있는 이때, 그것도 한국 기업들조차 입주가 거의 안된 허허벌판에 도레이가 최첨단 공장을 세우는 이유는 자명하다. 거대 시장 중국과 떠오르는 동남아 시장을 잡기 위해 새로운 공장이 필요했고 그 최적의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도레이에 새만금은 아시아를 향한 교두보다. 일본 기업답게 철저히 실리를 추구하는 ‘전략적 선택’을 한 셈이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군산공장에서 도레이는 연간 8600t의 플라스틱 수지를 생산해 19%만 국내 자동차부품업체 등에 납품하고 나머지 81%인 7000t은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마쓰모토 상무는 “중국 수출의 교두보라는 입지조건과 함께 기술력을 겸비한 우수한 인력,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한국의 속도와 힘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도레이 군산공장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한·일 관계 속에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한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한다. 산업의 태동기였던 1960년대 한국은 일본에 종속돼 발전을 꾀하는 이른바 ‘수직적 분업’을 택했다. 한·일 국교정상화 2년 전인 1963년 도레이가 코오롱에 나일론 제조 기술을 전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도레이 본사에서 기술을 배워온 직원들 덕분에 코오롱은 폴리에스테르 원면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일본에 종속된 수직적 관계였다.

1990년대 들어선 우리가 독자 기술과 시장을 확보하면서 일본과 ‘수평적 경쟁’ 체제가 만들어졌다. 삼성전자 대 소니, 도요타 대 현대차 등 경쟁 구도가 생겨났다.

이제 많은 한·일 양국 기업들이 과거 수직적 분업과 현재의 수평적 경쟁을 넘어 대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며 윈윈을 추구하는 ‘수평적 협력’ 단계에 진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른바 한·일 경제협력 3.0 시대. 도레이가 그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정치 영역에서는 여전히 상대를 대립과 배제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지만 국경을 초월해 협력을 몸에 익힌 한·일 양국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시야마 히로쓰구 한국미쓰비시상사 사장은 “양국은 기술이 거의 같은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충분히 제휴 가능하다. 서로 강하기 때문에 협력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세월이 흘러 한국 섬유산업의 스승이었던 도레이가 한국의 강점을 빌려 제3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자 스스로 찾아온 이유다. 도레이가 해외 PPS 생산공장 설립을 검토하자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유치경쟁을 펼쳤다고 한다. 하지만 도레이 회장인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 회장은 자사 한국 법인의 성공사례를 거론하며 “한국에서 배워라”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시작해 올해 연말 완공될 도레이 군산공장은 이미 뼈대가 될 철근 구조물이 올라섰다. 한창 진행되던 공사는 지난해 12월 중순 잦은 폭설로 차질을 빚기도 했다. 공장을 방문하기 며칠 전부터는 눈이 30㎝ 이상 쌓이면서 아예 공사가 중단됐다고 한다. 다행히 이날 날씨가 풀린 덕분에 공사가 재개됐다. 전해상 도레이첨단소재 전무는 “새만금 공사현장에 눈이 너무 많이 쌓이니까 치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날이 풀리고 해가 나니까 자연스럽게 녹더라”고 말했다.

눈처럼 켜켜이 쌓인 양국 간 정치·외교적 갈등도 기업의 생존논리를 적용하면 자연스레 화해를 위한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양국 기업인들은 믿고 있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은 올해, 또 다른 50년을 위한 새로운 출발. 세계 무대에서 강자로 자리 잡은 상대편을 인정하고,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는 수평적 협력관계를 추구하는 도레이 군산공장은 속 좁은 한·일 정치권에 화해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새만금 = 박철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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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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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을미년 새해도 국내 기업들을 둘러싸고 있는 경영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에다 엔저 현상 등 환율 리스크, 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 등 불안한 살얼음판이다. 하지만 기업마다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새해를 맞기 위한 전열을 가다듬었다. 새해를 맞는 주요 대기업의 경영 분위기를 사자성어로 정리해봤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체제를 굳건히 하면서 '마하경영'의 기치 아래 중단없는 혁신과 도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승풍파랑(乘風破浪)'이라는 사자성어가 을미년을 맞는 삼성에 제격일 듯싶다.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나간다'는 뜻의 승풍파랑은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도전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중국 업체의 추격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의 반격에 맞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지속적인 혁신과 도전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자세로 글로벌 5대 자동차 브랜드 도약을 위해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휘두르듯 더욱 노력한다'는 뜻처럼 전 세계 800만대 판매기록을 돌파한 올해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 판매목표인 840만대 달성을 위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정몽구 회장도 하반기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회의에서 "성과에 취하거나 불안한 세계경제 전망에 위축되지 말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고 주문했다.

최태원 회장의 장기 부재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는 '질풍경초(疾風勁草)'의 자세로 위기 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모진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강한 풀처럼 어려운 처지에서도 굽히지 않는다'는 의미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도 과감한 혁신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장착한다는 각오다.

LG의 새해 전략을 함축하는 사자성어는 '마불정제(馬不停蹄)'가 제격이다.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하자는 의미다. LG는 올해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가 양호한 실적을 냈다. 하지만 전략 스마트폰인 'G3'를 이을 선도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에너지·자동차 부품 등 신사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홈쇼핑 비리 사건과 각종 안전사고가 터진 제2롯데월드로 올 한 해 바람 잘 날이 없었던 롯데를 대표할 수 있는 사자성어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이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는 뜻처럼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끊고 새해에는 옴니채널(온·오프라인을 융합한 유통 서비스) 강화와 제2 롯데월드몰의 조기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

포스코의 내년 경영 화두에 반영한 사자성어는 '침과대단(枕戈待旦·창을 베고 누워 새벽을 기다린다)'이다.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글로벌 철강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소재·에너지 분야에서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내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70조원 대를 기록하겠다는 방침 아래 경영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삼성으로부터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을 인수하는 '빅딜'로 재계 순위를 9위로 끌어올린 한화에는 '동심동덕( 同心同德·같은 목표를 위해 일치단결함)'이 새해 핵심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와 삼성의 DNA가 만나 기대했던 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합심하고 일치단결한다는 의미다.

성행경·서일범·유주희기자 sain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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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보는 2015년 ICT] <1> 스마트폰 시장, 게임의 룰 바뀐다


삼성 타이젠

중·저가폰 대세로 떠오르고 64비트 AP·홍채인식 대중화

고가폰 침체로 성장률 둔화 속 신흥국서 중·저가폰 인기몰이

타이젠·아라폰 1월 동시 출격

64비트 AP 갤럭시S6 3월 공개… 홍채인식·웨어러블 경쟁 가열

"2015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판도는 중·저가폰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2015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기상도의 핵심 키워드는 '중·저가폰'으로 모아 진다. 선진 시장의 고가폰 수요 감소로 인해 신흥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폰 판매가 전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015년에는 컴퓨터 만큼 똑똑한 64비트 AP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홍채인식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 출시도 예고 되고 있다.

삼성 갤럭시S6(예상)
◇위축되는 스마트폰 시장=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최근 내놓은 전망에서 2015년 스마트폰 출하량이 2014년 대비 11% 성장에 그친 13억 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11년만 해도 전년대비 90%대의 성장률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이후 점차 성장폭이 줄어들면서, 4년 만에 두 자릿수 대의 성장률마저 위협받는 상황인 것이다. 유럽 등 고가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전체 스마트폰 시장 규모도 축소되는 양상이다.

물론 개도국 중심의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록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인도 중심의 아시아를 포함해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가폰 시장 정체 속에서도 2015년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이 10%대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이 같은 저가폰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한 것이다.

주요 스마트폰 업체의 경쟁 역시 신흥지역을 중심으로 한층 더 과열될 것으로 점이다. 곽찬 신영증권 연구원은 "샤오미나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토종 스마트폰 업체들이 올해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선전한 이유가 자국 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G G플렉스2

이에 따라 인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서 스마트폰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아라폰 등 중저가폰 핫 이슈=상황이 이렇게 되지 2015년 스마트폰 시장은 중저가폰이 점유율의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구글이 내년 초 출시할 아라폰에 스마트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50달러라는 저가에다 소비자가 직접 조립할 수 있어 조립형 PC와 같은 상당한 파괴력을 갖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오는 1월 18일 인도에서 100달러 대의 타이젠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100달러 대의 타이젠 스마트폰을 먼저 인도에 출시하고, 2월에는 중국에 출시한 뒤 한국 등 전 세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군살 빼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경영진이 교체된 LG전자는 2015년 출시 스마트폰 라인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G프로 시리즈가 더는 출시되지 않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범용화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자사 기기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개발, 갤럭시 하드웨어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 전략을 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5년 제조사들의 하드웨어가 그 어느 때보다 평준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자사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64비트·홍채인식 스마트폰 시대 예고=이런 가운데 2015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또 다른 트렌드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컴퓨터 만큼 똑똑한 64비트 AP를 장착한 스마트폰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5년 3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64비트 AP 등을 장착한 '갤럭시 S6'를 선보인다. LG전자 역시 내년부터 선보이는 고가 스마트폰 제품에는 64비트 AP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대만의 경쟁사들 역시 64비트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다. HTC는 지난달 말 중저가 64비트 스마트폰을 공개했고, 레노버 역시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에서 64비트 제품을 공개했다.

아울러 홍채인식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도 등장하는 등 하이엔드 제품 군에서는 여러 다양한 신기술의 스마트폰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도 보편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2015년에는 스마트워치 등 업체 간 웨어러블 기기를 놓고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이현호기자 h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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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베트남에서 삼성전자의 기업문화로 성공한 기업될 것"

판카오빈 골드선 회장, 한국서 외식업 진출...성공자신

 

"삼성전자와 같은 선진기술과 기업문화를 보유한 글로벌 한국 기업과 같이 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 기업인으로 배울 점이 많이 있다. 우리 기업도 삼성전자에서 배운 선진문화를 통해 베트남에서나 한국에서나 인정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베트남 현지기업으로 삼성전자 1차 납품사이면서 베트남에서 외식업 사업에 열중하고 있는 골드선(GOLD SUN)과 레드선(RED SUN) 판카오빈(Pham Cao Vinh, 사진) 회장의 말이다.

베트남에서 삼성전자 1차 남품사로 사업중인 골드선 최근 한국에 방문해 "한국 대표 기업 삼성전자에 대해 배우고 싶은 기업"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무선전화기 생산기지국으로 삼으면서 진출했다. 하지만 기술력의 차이로 인해 삼성전자 1차 납품사는 대부분 한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골드선은 몇 안되는 100% 베트남 현지 기업이다.

이중 골드선은 삼성전자 1차 납품사로 100% 베트남 현지기업 중에서는 거의 매출 등이 수위권에 위치해 있다. 골드선은 핸드폰·가전제품 등에 대해 포장패키지를 납품하는 업체로 포장관련 삼성전자 1차 업체중에서는 탑4에 속한다.

이외에도 최근 연말에 삼섬 전자 베트남(SEV)에서 약 352개 벤더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고 품질 벤더사 중 A등급을 평가 받았으며, 총 6개의 포장 팩키지 업체 중에서는 한국 기업 및 중국 기업을 제치고 최고 품질 기업 1위 회사로 인정 받기도 했다.

판카오빈 회장은 "삼성전자 납품이전과 이후는 회사가 180도 달라 졌다"며 "삼성전자 오더의 수준이 높다 보니 제품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등의 기업문화 자체가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선 외에도 많은 베트남 기업은 제품의 질 또는 납품기일에 대해서 외면했는데 삼성전자에 납품하기 위해 기업들이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선의 경우 연구개발(R&D) 센터도 만들어 선진기술 체득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판카오빈 대표는 삼성전자를 통해 배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연으로 베트남에선 한식을 포함해 일식·태국식·이탈리아식 식당을 30개 체인점으로 운영중이다. 외식업의 각 브랜드의 주인이 바로 레드선이다.

이번 한국 방문을 포함해 10여차례나 한국을 찾은 판카오빈 회장은 "한국에서도 100% 베트남식 식당을 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12월 한국 방문은 바로 베트남 식당 1호점을 열 것으로 물색하고 외식업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에 찾은 셈이다.

"한국은 여러 업종에서 베트남 기업인으로서 배울 점이 많이 있다"라며 "식품포장 패키지 기술 파악과 외식업 현황 등을 둘러 보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12월을 기준으로 향후 6개월 이내에 1호점을 열고 한국에 베트남 음식을 선도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향후 베트남에서 20여년 넘게 이어온 외식업을 한국 시장에 진출해 더욱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를 통해 매료된 한국에 대해, 앞으로는 베트남 음식을 한국에 선사하고 싶다는 것이 판카오빈 회장의 생각이다.

골드선과 레드선 두 기업을 합치면 연 매출 1000억원과 종업원 3000여명을 거느린 판카오빈 회장은 향후 2~3년 안에 베트남 주식시장에 상장 계획에 대한 청사진도 내놨다.

현재 베트남에 상장된 기업은 500여개 기업에 불과한 상황이다.

판카오빈 회장은 "삼성전자를 통해 배운 기업문화, 매뉴얼을 통한 관리 등이 골드선과 레드선 등의 확장에 많은 도움이 됐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외식사업에 진출해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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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기어VR용 콘텐츠 서비스 '밀크VR' 美서 출시
삼성, 드림웍스 등과 협력 액션·뮤직 등 콘텐츠 다양
애플 고성능 앱으로 개발.. 구글 벤처에 5720억 투자.. MS도 게임용 헤드셋 대기
삼성전자가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 VR' 사용자를 위한 프리미엄 콘텐츠 서비스 '밀크 VR'을 12월 31일 미국에서 출시했다. 모델이 기어VR을 착용하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가상현실 헤드셋인 '기어VR'을 미국에서 시판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삼성전자가 밀크VR 서비스 출시를 통해 가상현실 및 콘텐츠 강화에 나선다. 글로벌 IT기업들 역시 속속 가상현실 시장에 뛰어드는 가운데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이 개화될 수 있을 지 주목되고있다.

■기어VR 위한 콘텐츠 강화

12월 31일 삼성전자는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 VR 사용자를 위한 프리미엄 콘텐츠 서비스 '밀크 VR'을 미국에서 출시했다고 밝혔다.

밀크 VR은 액션, 뮤직,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등의 채널로 다양한 주제의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공한다. 밀크 VR은 1분에서 10분 정도의 분량으로 제공되는 새로운 콘텐츠들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5일 동안 업데이트하며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기반의 기어 VR은 가상현실 서비스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혁신적인 제품"이라며 "밀크 VR은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해 기어 VR을 일상 생활에서 보다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사용하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신성장동력으로 가상현실 기기 개발에 공들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기어VR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드림웍스, 20세기 폭스, 레전더리 픽처스, 마블 등과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360도 촬영이 가능한 3차원(3D) 카메라 개발 프로젝트인 '비욘드 프로젝트'를 공개하기도했다.

■글로벌 IT기업도 각축

가상현실 분야가 정보기술(IT)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삼성뿐 아니라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등도 가상현실 시장에 진출하면서 올해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애플은 가상현실 시스템의 프로토타입 고성능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조만간 시험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개발 중인 가상현실 헤드셋은 어떤 형식이든 애플 전용 운영체제인 iOS와 연동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의 기어VR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최근 애플은 활발히 관련 분야 엔지니어 모집에 나서고 있다.

구글글래스를 개발한 구글도 가상현실 분야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퀄컴 벤처스와 벌컨 캐피털 등과 함께 가상현실 기술 업체인 '매직 리프'에 5억4200만달러(한화 약 572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MS 역시 올해 게임용 VR 헤드셋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주요외신들은 MS가 6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게임 전시회 E3에서 게임용 VR 헤드셋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에 달한 상황에서 삼성,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가상현실 분야로 발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영상, 게임,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가상현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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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택배시장 개방에 한류열풍 역직구 수요 등 대내외 호재 이어질 전망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택배업을 중심으로 물류업계의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 직구(직접구매) 시장이 계속 확장되는 동시에 중국 택배시장 개방과 한류열풍에 따른 역직구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2월 31일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업계 전체 배송 물량은 16억건에 달해 2013년보다 1억건 이상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직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확대되면서, 블랙프라이데이 등 미국의 대형 할인행사에 집중됐던 직구 물량이 연중으로 고르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물류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관세청도 지난해 직구 물량은 약 2조원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직구가 '포화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지만, 구매대행업체가 증가하고 각 물류업체도 직구수요를 겨냥한 물류센터 증설에 나서면서 직구수요는 당분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 물류담당 임원, 학계·연구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물류시장 전망 조사'에서도 51.0%의 응답자들이 '내년 물류 경기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고, 21.0%는 '나아질 것'이라고 응답하는 등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항만·항공 물동량은 각각 3.9%, 5.5% 증가했다.

이 같은 상승세에도 롯데와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 가능성에 관련업계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롯데와 농협은 직구 확대와 제7홈쇼핑 출범, 중국의 택배시장 개방과 역직구 수요 증가 등 국내외를 아우르는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택배사업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 2위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35%를 보유한 롯데그룹은 롯데홈쇼핑 등 그룹 내 물량만 5조~6조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롯데로지스틱스(LLC)와 현대로지스틱스의 인수·합병 등을 통해 택배업에 뛰어들 경우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LLC가 담당하고 있는 자사 물량을 뺀 나머지 3조~4조원 대 물량을 현대로지스틱스로 몰아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중국 택배시장은 표면상 문호가 열려있지만 전국단위, 지역단위별 사업허가권이 분리돼 외국기업의 진출에 사실상 진입장벽 구실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중국 국가우정국이 관련 규정을 완화함에 따라 중국 현지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의 현지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중국 택배시장은 매년 50% 이상 성장률을 보이며, 2012년 1055억 위안에서 올해 1441억위안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 수요증가로 인해 2020년까지 4000억 위안 규모의 성장이 전망된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가 택배업에 뛰어들 경우, 공격적 마케팅을 위해 저가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동안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택배기사의 처우가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이를 더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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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00만대 넘기며 목표량 20만대 높여
中 4·5공장 완공 땐 연간 900만대도 무난
현대·기아자동차는 2015년 판매 목표를 820만대로 잡았다. 2014년 판매량이 800만대를 넘어서면서 20만대 가량 목표를 높여 잡은 것이다. 중국의 4, 5공장 증설이 마무리될 경우 2018년에는 연간 900만대까지도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505만대(국내 186만9000대.해외 318만1000대), 기아차는 315만1000대(국내 171만대.해외 144만대)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보수적으로 판매 목표를 잡는 것으로 감안할때 실제 한해 판매량은 결과적으로 830만대 안팎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판매 목표도 790만대 안팎이었으나 실제 판매량은 800만대를 돌파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됐지만 일단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2015년 세계 자동차 시장은 2014년보다 3.9% 증가한 871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러가지 변수도 상존하고 있다. 엔저가 지속돼 일본차 업체가 마케팅을 강화할 경우 판매량이 줄어들고,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소비자 구매력 자체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현대차의 신형아반떼, 이아차의 신형 K5 등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신형 투싼ix 하이브리드 등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매년 판매 목표는 그해 생산능력과 글로벌 자동차 시장, 소비자 구매 패턴을 보고 결정하지만 항상 보수적으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정확한 목표 수치는 1월 2일 시무식때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2014년 30일 중국 허베이성가 충칭시에 제4, 5공장을 건설키로 지방정부와 합의, 2015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아차의 중국 3공장도 증설에 돌입해 오는 2018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270만대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초 3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판매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3공장 생산차종인 K3의 판매 호조로 11월 누계 판매가 전년 49만8,888대보다 16.1% 판매가 증가했다. 기아차는 3공장 증설을 통해 K시리즈 인기에 따른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2018년이 되면 현대기아차의 총 생산능력은 891만대로 늘게 된다. 해외 생산 비중도 현재 54.7%에서 2018년에는 60%로 상승하게 된다. 현대차는 현재 중국 이외에 미국과 체코, 터키, 인도, 브라질, 러시아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기아차는 중국과 미국, 슬로바키아에 이어 멕시코 공장을 현재 건설 중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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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亞 수요 감당 못해 애먹어
日 피치사 2100편 취소도.. 조종사 뺏어오기 성행
경험부족 조종사 늘어나 항공 관련 안전에 우려 커

 

 

말레이시아 국적 에어아시아기 추락 사고를 계기로 동남아시아 항공사들이 '조종사 확보전'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AP통신은 12월30일 경제 성장과 함께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중산층들이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을 선호하고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 항공사들은 조종사 확보 및 교육에 애를 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시드니의 컨설팅 업체 CAPA 항공센터 애널리스트 브랜던 소비는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 항공사들이 항공기 160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문 중인 대수도 이와 맞먹는 유일한 지역이라며 성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항공기 제작 업체인 보잉과 에어버스, 봄바디어, 엠브라에르는 현재 역대 항공 산업 사상 가장 빠른 주당 총 28대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중 대부분은 아시아의 항공사들에 인도되고 있다.

문제는 아시아 국가의 정부들이 저가항공사(LCC)를 이용한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미리 예상을 못해 인프라와 공항, 특히 조종사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통 항공기 1대당 필요한 조종사 수는 10~12명이다.

보잉은 앞으로 20년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필요한 조종사가 21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세계 전체 수요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본의 저가 항공사 피치 애비에이션은 조종사 부족으로 전체 항공편의 6분의 1인 2100편을 취소시켰다.

아시아 항공사들 중 급성장하고 있는 에어아시아, 인도네시아의 라이온에어, 인도의 제트 에어웨이스 같은 업체들의 자체 조종사 양성 프로그램이 부족하면서 타사 조종사 영입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대한항공에서 조종사 교육을 맡았던 전 델타항공 임원 데이비드 그린버그는 "현재 글로벌 조종사 부족으로 인해 조종사 '뺏어오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아시아와 중동 항공사들은 미국과 캐나다, 호주, 유럽에서 조종사를 영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력이 좋은 중동의 항공사들은 동남아시아의 조종사 뿐만 아니라 정비사, 엔지니어들에게 높은 연봉과 신형 항공기를 미끼로 영입하고 있다.

또 동남아시아 조종사와 정비사들의 급여가 크게 오르지 않으면서 이 분야 취업 희망자도 감소하고 있어 이는 결국 항공기 안전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항공사 조종사들의 경험 부족도 지적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LCC들의 항공편수가 증가하면서 경험이 부족한 조종사들이 투입되고 있으며 이번에 추락한 에어아시아기 조종사가 비행이 까다로운 3만4000피트(1만200m) 이상의 고도에서의 비행 경험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특히 인도네시아의 허술한 항공 관련 안전에도 주목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인도네시아의 느슨한 비행기 정비 규정, 관제사와 정비사들의 낮은 임금에 만연한 부패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전했다.

국적기인 가루다를 비롯한 인도네시아의 모든 항공사들은 지난 2007년부터 2년간 유럽연합(EU) 국가 취항이 금지됐다가 라이온에어를 제외하고 모두 풀린바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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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희망이다. 미래다. 저성장, 고령화라는 대내 악재에다 '엔저(엔화가치 약세) 지속', 미국 금리인상, 중국발 침체라는 대외 악재가 중첩돼 있는 한국 경제에 새해는 도전이다. 2015년은 상식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으로 악재를 뚫고 침체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골든타임이다.

산업계는 을미년 새해를 한국 경제가 수년째 빠져 있던 저성장 늪에서 빠져나올 마지막 기회로 보고 벼랑 끝 생존전략을 도모하고 있다.

관련기사 ☞ 기획연재 ‘대한민국 골든타임’


일부 신용평가기관들이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까지 내놓을 정도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같은 긴 불황터널 진입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어서다.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 산업계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인식 아래 2015년을 산업구조 환골탈태의 호기로 활용해 나가는 전략을 채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관계자는 "변화의 반대는 정체가 아니라 '죽음'"이라며 "삼성과 한화의 '빅딜'이 이 같은 심정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산업계의 을미년 생존전략은 '통합' '파격' '반등' '탈출' '투자' 등의 다섯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금융권은 저성장 기조 타개를 위해 정보기술(IT)을 택했다. 금융과 정보기술을 통합한 '핀테크(fin-tech)'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4년 11월 다음카카오와 은행권이 제휴를 통해 출시한 '뱅크월렛카카오'가 시발점이다. 복합 점포를 통해 침체된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IT업계는 스마트 솔루션을 모바일이나 사무실 위주에서 벗어나 우리가 먹고 마시는 제품에 대한 유통시스템과 제조과정까지 깊숙이 접목시키는 등 통념을 깨는 사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스마트 솔루션은 지역과 기후, 거리의 한계 등을 극복해 '창조경제'의 새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계와 유통업계는 구조 개편을 과감히 단행하고 있다. 성장성이 없는 한계사업이나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털어내거나 합치는 방안을 통해 한계를 벗어나는 전략을 집중적으로 펼칠 것으로 조망된다. 한국 경제의 주력군인 대기업들도 대담한 투자로 먹거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을미년 새해 삼성과 SK, 현대차 등 국내 굴지 기업들은 대규모 선제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계에 따르면 16개 대기업의 올해 투자금액만 28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700일에 달하는 최태원 회장의 장기부재에 따른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SK의 에너지 계열사 한 임원은 지난해 12월 9일 단행된 그룹 인사에 대해 이렇게 후일담을 전했다.

재계 3위의 SK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4개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 C&C 수장을 전부 교체하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중 두 명은 쉰을 갓 넘긴 새내기 최고경영자(CEO)들이라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당초 오너경영인인 최태원 회장이 700일 가까이 수감 중인 상황이라 예년처럼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던 재계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관련기사 ☞ 기획연재 ‘대한민국 골든타임’


SK그룹 한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비주력이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조직의 몸집을 과감히 도려내지 않으면 그룹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먼저 사람이 바뀌어야 조직혁신도 따라오는 게 당연지사"라고 말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성장전략을 추구했던 우리 기업들이 구조적 성장한계에 직면하면서 2015년이 외환위기 때에 버금가는 큰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던 저유가 지속, 유럽 경기침체, 환율 변동, 신흥국 저성장, 러시아 부도 우려, 내수침체 장기화 등의 각종 악재는 올해도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버팀목인 미국마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우리 경제와 기업의 앞날은 '시계 제로(0)'에 빠졌다.

다행스러운 건 외환위기의 학습효과로 대기업들이 선제적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본격적인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은 안으로는 내실과 성장을 위한 '새 틀 짜기'에 한창이다. 이와 함께 성장성이 없는 한계사업을 비롯해 당장 돈이 되더라도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털어내거나 합치는 '군살 빼기'도 필연적 경쟁력이 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기업들은 태산을 넘기 전 최대한 몸을 가볍고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인적·조직쇄신으로 '새 틀 짜기'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28개 기업 CEO를 대상으로 올해 경영화두를 조사한 결과 51.4%가 '긴축경영'을 택했다. 긴축경영을 택한 최고경영자들은 전년보다 12%가량 늘어났다. 긴축경영을 관통하는 핵심은 사업구조 효율화로 압축됐다. 김판중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올해는 기업들이 최소한 지난해만큼 힘들 것"이라며 "현재 경영환경은 누가 얼마나 내실 있게 버텨내는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10대 그룹은 하나같이 내실과 미래지향적 체질개선을 추진 중이다. 선봉에는 재계 리더인 삼성이 있다. 삼성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소비자가전(CE).정보기술모바일(IM).디바이스솔루션(DS) 등 3대 부문 체제를 유지해 겉으로는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불과 1년 전까지 전체 매출과 수익의 60% 이상을 담당하던 휴대폰사업에 과감히 '메스'를 댔다. 샤오미 등 후발업체의 추격과 기술평준화로 실적부진에 빠지자 '속전속결식' 변화를 준 것. 휴대폰사업을 총괄하는 IM부문은 사장단 7명 가운데 4명을 줄이고, 인력 재배치를 통해 비대해진 조직을 전반적으로 슬림화했다. 제품 전략도 삼성의 대명사였던 '다품종'에서 프리미엄·중가·저가의 3대 라인업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너가 장기 수감 중인 SK그룹은 핵심 계열인 에너지 분야의 경영위기 극복이 관건이다.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성장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전담할 PI(Portfolio Innovation)실을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실적부진의 진원지인 SK에너지는 에너지전략본부를 신설, 유가 하락 등 대외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했다. 통신분야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은 기존 이동통신사업과 별도로 사물인터넷 등을 내다본 미래조직인 플랫폼사업 총괄을 신설했다.

LG전자는 핵심 사업부인 냉장고와 에어컨 사업본부를 통합하는 대신 기업간거래(B2B) 조직을 신설하고, 석유화학업계 1위인 LG화학은 소재사업을 강화하는 미래지향적 조직쇄신을 단행했다.

지난해 누적적자 3조원이 넘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 권오갑 사장 체제로 바뀐 지 한 달 만에 임원 262명 중 81명(31%)을 줄이는 고강도 인적쇄신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돈 돼도 판다'…집중하고 새 동력 찾아라

올해 경영환경이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예고하면서 우리 기업계에는 인수합병(M&A) 등 사업구조 재편 '광풍'도 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사업재편 움직임은 확실히 2013년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재계 주요 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 바람 역시 삼성그룹이 진원지이자 '압축판'이다. 삼성은 2013년부터 본격 추진한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지난해 전방위로 확대하며 마무리 과정에 접어들었다.

지난해만 삼성SDI·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합병에 이어 하반기 삼성중공업·삼성엔지어링 합병 추진까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결정판은 지난해 11월 말 방위산업(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과 석유화학(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비주력 4개 계열사를 한화에 1조9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것. 비주력이지만 이들 4개사가 한 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삼성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매우 심각'이라는 방증이다.

삼성 관계자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원칙이 위기 시 또다시 발휘됐다"며 "삼성의 사업재편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하루 동안 7개 계열사를 3개로 줄이는 기록적 계열사 통합작업을 추진했다. 현대위아가 현대위스코와 현대메티아를 흡수합병했고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씨엔아이를, 현대건설은 인재개발원을 각각 흡수했다. 연관 사업이나 중복 사업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비용절감을 통한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였다.

SKLG는 대규모 M&A나 사업구조 통합 대신 미래를 내다보고 가스화학(SK가스)과 수처리사업(LG전자)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SK가스 관계자는 "가스화학 사업은 석유화학을 대체하고 셰일가스 시대를 대비하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이장우 한국경영학회장은 "올해 기업들의 경영화두는 '구조혁신'"이라며 "기업들이 정보화 혁신을 이룬 지 20년이 지나면서 제2의 구조혁신에 직면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과거에는 속도경쟁 전략이 통했지만 이제는 중국 등 경쟁국들에 따라잡힐 위기"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효율화도 중요하지만 구조혁신은 '신성장 패러다임'의 발굴 없이는 불가능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16개 기업, 연구개발·설비투자에 28兆 투입
삼성전자·SK하이닉스 국내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조성
현대차, 한전부지 개발 본격화 사옥·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



양띠 해를 맞아 재계가 일제히 기지개를 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30대 그룹 계열사들이 설비투자를 줄였지만 올해는 각종 설비투자가 이어진다.

지난해 12월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 그룹들이 본격적인 투자금액을 집행, 삼성전자와 현대차, LG, SK 등의 그룹사를 포함한 16개 기업이 올해까지 28조원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계획된 투자를 집행하는 한편 해외 공장 추진, 연구개발비 증가 등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까지 다방면의 투자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동향을 보이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신규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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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차, SK 등 과감한 투자 행진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경기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 15조6000억원을 순차적으로 투입 중이다. 반도체 라인 조성이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산업단지 중 79만㎡를 활용해 반도체 1개 라인을 우선 짓는다. 내년 상반기에 착공한 후 오는 2017년 하반기까지 완공 후 상업가동을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공장 완공시점인 2017년까지 투입되는 투자 규모는 총 15조6000억원으로 중국 내 최대규모의 투자였던 시안 반도체공장 투자액인 70억달러(약 7조4200억원)의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후 추가로 시스템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양산할 경우 2~3단계 투자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반도체라인 조성 투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도 한몫했다. 정부는 핵심 전력공급 인프라를 오는 2016년 말까지 조기에 공급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각종 세제지원과 함께 반도체 라인에 필수적인 용수 공급도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를 사실상 대규모 장기투자의 원년으로 삼게 됐다. 지난해 매입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본사를 다시 세우고 호텔 등 각종 숙박시설과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등 다양한 시설을 확충하게 됐다. 지난해 말 현대차가 발표한 친환경차 강화 전력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달부터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전담팀을 꾸며 토지지질조사를 실시하는 등 사실상 개발에 착수했다. 올해 9월 한전부지 소유권을 공식적으로 넘겨받기 전에 GBC 건립에 따른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 짓고 공사를 조기 착수하기 위한 뜻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GBC건립TF는 이번 지질조사를 바탕으로 서울시에 GBC 건립 사업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 TF는 앞으로 사업 인허가, 설계 및 시공관리, 사업방향성 설정 등의 실무를 맡게 된다. 현대차는 2020년께 한전 부지에 통합사업을 건립, 30여개 계열사를 한데 모으는 한편 관제탑 역할을 할 초고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 본사 '아우토 슈타트'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층 신사옥과 함께 자동차 테마파크와 최고급 호텔, 백화점 등이 부지 내에 함께 조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계열사 중에선 SK하이닉스가 가장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경기 이천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추가하기 위해 올해까지 1조8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계열사 중 지난해 가장 실적이 좋았던 계열사로 꼽힌다. 정유업체 중에선 S-OIL이 울산공장 시설을 투자하는 데 2017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유부문뿐 아니라 화학부문 투자를 통해 실적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보인다.

■"선행투자해 경쟁력 제고해야"

올해가 불황임에도 기업들 투자는 대부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비전략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확대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한 450개 기업 중 24.4%가 "경쟁력 제고 차원"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3.5%는 신제품 생산 및 개술개발 강화를 이유로 꼽았다. 신성장 동력을 위해 신규사업에 진출할 목적으로 꼽은 기업도 22.5%에 달했다.

기업투자를 활성화하려면 감세 등의 세제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투자에 필요한 기업환경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감세 등 세제지원을 확대하다"고 답한 기업이 24.6%를, "자금조달 등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기업이 22.2%를, "투자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도 16.4%를 차지했다.

한편, 기업 투자를 위해 정부도 발벗고 나선 상황이다. 우선 개별기업들이 부담하기 힘든 대형 프로젝트 등을 지원해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신성장 사업이나 인프라 구축 등 투자 리스크가 큰 사안은 정부가 기업과 공동투자를 하는 방안, 장기회사채 인수나 전환사채, 상환우선주 발행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대책을 구상 중이다. 기존엔 대출 중심의 투자지원책에 머물렀다면 정부가 사실상 기업들과 협력사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규제비용 총량제를 실시, 새로운 규제를 만들거나 강화할 경우 비용을 고려해 유사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토록 할 방침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농심 중국 옌지 백산수 신공장 조감도
#. 내년 장기불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식품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로 내실을 다지는 한편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주요 식품업체들이 글로벌 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바이오사업부문에선 메치오닌, 사료사업부문은 글로벌, 식품사업부문은 메가브랜드 육성에 나선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초 완공예정인 말레이시아 공장을 통해 사료용 아미노산 중에서 새로운 수익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메치오닌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메치오닌 공장은 연간 7만t의 생산능력을 갖춘 대형 생산기지다. 전 세계 50억달러 시장 규모인 메치오닌은 동물 사료에 첨가되는 필수 아미노산으로, 라이신(40억달러 규모)과 함께 전체 사료용 필수 아미노산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CJ제일제당은 올해도 글로벌 그린바이오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소재로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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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사업 외에도 글로벌 사료사업 강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사료'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첨단 사료의 양산과 함께 판로 확대에 주력한다. 나아가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사료 기업 순위 10위 이내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국내와 중국, 베트남에 있는 R&D센터를 통해 현지 시장을 선도하는 첨단 사료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앞으로도 장기화되고 있는 내수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제품,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원가절감 및 수익성 중심의 영업활동 등을 추진함과 동시에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한 견실한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빙그레는 올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해외시장 진출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빙그레는 지난 2004년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필리핀 등 10여개 국가에 이른바 '단지우유'로 잘 알려진 바나나맛우유를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중국 수출 부문은 2010년 7억원에서 2013년 150억원으로 늘었다.

빙그레는 작년 법인 안정화 작업을 통해 중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노력한 만큼 올해도 자사 제품 옥외광고를 비롯해 웨이보 페이지 운영 등 현지 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빙그레는 또 2013년 9월 브라질 상파울루에 첫 해외 단독법인을 설립했다. 빙그레는 대표 아이스크림인 메로나가 지난 1995년 미국 하와이 시장에 첫 진출한 이후 30여개국으로 수출이 확대되면서, 글로벌화를 위해 멜론 맛 외에 딸기·바나나·망고 등 다양한 맛을 추가했다.(중국 시판 '바나나맛우유', 브라질 시판 '메로나'·사진)

오리온은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해외 마케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1995년 설립된 오리온 중국 현지법인은 1997년 중국 베이징에 첫 생산시설을 설립한 데 이어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의 적극적인 해외진출 의지로 상하이, 광저우, 선양에 연달아 현지 생산시설을 가동하며 본격적으로 해외공략에 나섰다.

오리온 관계자는 "작년 초 설립된 중국 내 다섯번째 생산기지인 선양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 1000억원대 제품 매출을 200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올해 중국 1조8000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의 지난 2013년 중국시장 매출은 1조1131억원에 달했다.

오리온은 또 지난해 베트남 현지법인의 매출이 1604억원을 기록하면서 중국 현지법인에 이어 두 번째 큰 해외법인으로 성장했다.(중국 시판중인 '초코파이''예감'·사진)

 

남양도 커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남양유업이 2013년 2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나주에 커피전용공장을 준공했고,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금액도 매년 늘려오면서 글로벌 최고수준의 품질력을 갖춰 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작년 폴란드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가공한 원두커피의 유럽 진출을 본격화했다"면서 "유럽은 물론, 일본 등 아시아 시장까지 수출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심도 2015년 해외시장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 하반기 중국 옌지 백산수 신공장 준공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생수시장 공략을 통해 '백두산 백산수'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시킨다는 계획이다.

hsk@fnnews.com 홍석근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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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상저하고' 장세 전망, 美 상반기 불확실성 해소되면 하반기 상승 모멘텀 확보될듯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백척(약 30m) 높이의 장대에서 한 걸음을 더 내딛는다는 의미로, 박스권에 갇힌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가야 할 방향을 말해준다.

지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기부양책인 '초이노믹스'와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로 한때 2100을 넘어 22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코스피지수는

추가 부양책 실종과 글로벌 환경 악화로 하락하며 또다시 박스권에 갇힌 채 2014년을 마무리했다.

분위기를 다잡고 다시 강세장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는 않다.

올 한 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 지속 등 대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변동성 장세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제 혜택을 비롯한 추가 경기부양책 등 정책 모멘텀을 통해 투자심리를 개선하고 주가의 방향을 다시 위로 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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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모멘텀 주목

지난해 12월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증시에 대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강세장이 이어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장세를 예상했다.

상반기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을 두고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하반기에는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달러 강세로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남아 있는 이익의 불확실성을 이겨내야 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감이 상반기 상단을 제어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과 일본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지만 상반기에 시장을 끌어올리기보다 효과를 확인하는 하반기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중반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모멘텀이 확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익의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낮아진 눈높이로 인해 이익은 쇼크보다는 서프라이즈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며 그 시점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박스피 이번엔 벗어날까

특히 지난 2011년부터 지속돼온 박스피를 벗어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7월 한때 2090선까지 오르면서 3년간 이어왔던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나나 하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결국 2100선을 뚫지는 못했다. 1850~2100선에서 횡보하면서 지난 2011년 8월 2일 2121.27 이후 2100선을 넘지 못하는 장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지수 역시 지난해 9월 500선을 돌파했지만 이후 하락해 지난해에도 역시 600선 돌파는 실현되지 않았다.

올해에도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우려 등 대외변수가 중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베노믹스 시행에 따른 엔화 움직임과 뉴노멀 시대로 접어든 중국이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지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여기에 배럴당 60달러 선이 깨진 국제유가가 향후 어떤 방향을 보이게 될지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력기업들이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실적은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연초에는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있겠지만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고 주가 상승폭도 실적이 얼마나 개선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스권 탈피할 킬러콘텐츠 찾아야

주식시장이 다시 강세장으로 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스피 돌파를 위한 '킬러 콘텐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기업들의 추가 배당 확대와 정부의 세제 혜택, 삼성그룹 등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개선 등이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6년 배당세제 혜택이 실시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 확대가 현실화되면 주식시장에 긍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주도주에 대해선 수출주보다는 내수주와 중국 소비관련주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고배당주와 배당확대가 가능한 삼성전자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적 호전주를 기본으로 정부의 경기부양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증권, 건설 및 우량 중소형주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4년 12월 제일모직의 상장을 기점으로 2015년 상반기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방향성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동시에 주주친화 정책이 수면으로 부상하며 배당확대 정책이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제 혜택 등 정부지원 절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증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세제 혜택을 꼽았다. 이를 통해 주식시장을 떠난 개인투자자를 다시 불러들여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파생상품 양도차익에 소득세를 물리는 법안이 최근 통과되면서 주식에는 거래세, 파생상품엔 양도세가 부과되는 이원적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과세체계를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질적으로 거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인 흐름에서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스피가 몇 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나마 실질적인 거래를 활성화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이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보려면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수급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단기 효력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농장, ICT 활용해 '스마트팜 시대'… 생산성도 향상
은행 고유 업무 '송금'도 스마트폰 터치만으로 해결
2020년 통신망에 연결된 '사물' 250억개로 증가
정부, 연구개발 앞장서 '더 많은 틀' 깨고 발전해야

정보통신기술(ICT)은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은 제3차 혁명의 중심이다. 개인과 개인을 넘어 개인과 세계, 나아가 사물과도 이어지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 3차혁명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통신망이 발달하면서 이제 모든 산업에서 ICT는 필수조건이다.

자동차 공장, 선박 공장, 심지어 동네 빵집이나 비닐하우스까지도 인터넷으로 연결돼 네트워크를 통해 제어한다.

대면이 기본이었던 은행은 이제 지점이 필요 없을 정도다. ICT를 기반으로 모든 산업의 '틀'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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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예양리에서 비닐하우스 15동에 토마토, 멜론 등을 재배하는 강전호 사장(50)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매일 수차례 비닐하우스에 나가 물을 주고 때맞춰 농약도 뿌리고, 추운 겨울에는 열풍기도 시간에 맞춰 틀어주곤 했다. 사실상 하루의 대부분을 비닐하우스에서 지냈다. 일할 사람을 더 늘려야 하나 고민하던 강 사장은 SK텔레콤의 '스마트팜(Smart Farm)' 사업을 전해 듣고 약 700만원을 들여 비닐하우스 4개동에 시스템을 갖췄다. 이제 그는 스마트팜 4개동에 가끔 한 번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하면서 버튼만 누르고 있다. 물 뿌리기 같은 기본적인 명령은 물론이고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앱이 알람까지 해준다.
SK텔레콤은 전북 고창 소재 장어 양식장 삼양수산에 사물인터넷 기반 '양식장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스마트 양식장은 일반 어류에 비해 환경에 민감하고 폐사율도 비교적 높은 장어의 양식 과정에서 수온, 수질, 산소량 자동점검 등 전체 수조의 통합관리가 가능하다. 양식장 관계자가 양식장 관리시스템이 적용된 스마트폰을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팜·핀테크 등 이제 시작

SK텔레콤이 농촌경제 활성화 프로젝트로 2년 전 시작한 스마트팜은 무선 사물통신을 활용한 원격제어기술을 통해 농가의 생산성 향상과 농민들의 여유로운 생활을 가능케 하는 농업 솔루션이다. 스마트팜은 지능형 비닐하우스 관리시스템으로 원격 온실개폐 및 관수, 온풍기·열풍기 가동, 농약 살포, 농장 보안관리 등의 기능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 농가의 자동개폐기 등 장비에 저렴한 비용으로 설치 및 연동이 가능하고 기본 제공되는 온·습도 센서 외에 다양한 추가 센서를 장착해 더 많은 기능을 늘릴 수 있다. 특히 CCTV를 설치하고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해 원격으로 제어하면서 작동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전알림 기능, 고온·저온 실시간 알림 기능을 통해 농민들이 농장에 직접 들르지 않아도 안심하고 시설물을 관리할 수 있다.

전북 고창군 소재 장어 양식장인 삼양수산은 ICT를 도입, 환경변화에 민감한 장어를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양식사업을 한다. 정주호 삼양수산 사장은 "SK텔레콤의 IoT 기반 양식장 관리시스템을 활용하니 밖에서도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큰 장비가 필요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양식장 수조별 수온, 산소량, 수질 측정용 센서와 수질 계측기 등을 갖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 사장은 스마트폰을 통해 수조와 장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KT가 강원도 강릉 샛돌지구 전원마을에 구축한 '스마트 식물공장 토털 솔루션'은 내부 재배시설(냉난방, 가습, 환기, 재배배드, 제어패널)과 원격 환경제어솔루션(IMS)을 결합한 돔하우스 형태로 외부 환경과 계절적 요인에 상관없이 연중 작물 생산이 가능하다.

농업뿐만 아니다. 다음카카오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은 데 이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한 번에 최대 10만원까지 송금이 가능한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내놨다. '송금'이라는 은행 고유의 업무에 발을 디딘 것이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이른 바 핀테크(Fintech)의 시작이다.

이미 서비스 업종은 IT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몇 분 뒤에 버스가 도착할지 안내해주는 버스정보시스템(BIS)은 LG U+가 전국 확대 구축을 진행 중이다. 동네 치킨집에서 나오는 다양한 음악도 IT 기업의 월정액 서비스로 제공될 정도로 ICT는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서비스 동반돼야 산업 발전

두산중공업은 자사가 공급한 발전기기의 운전 상황을 모니터링해 이상 징후를 분석하고 문제가 생기면 신속히 조치하는 원격감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발전소 중앙제어실과 운전상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 설비 수명 예측까지도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등장으로 엔진과 같은 기계적 성능이 아닌 차량제어와 배터리 효율성을 높이는 센서, 소프트웨어로 핵심가치가 이동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 IT 기업들이 ICT 기반 자동차 운영체계도 개발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제조공장에 로봇을 도입하는 등의 단순 자동화를 넘어서 서비스를 동반해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ICT inside'가 산업 발전의 핵심요소가 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 최명호 선임연구원은 "트랙터 제조회사는 트랙터와 연관된 농장관리, 날씨정보, 관개, 파종, 농기구 관리시스템 등까지 함께 제공해 기존 경쟁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기존 산업에 IoT가 더해져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사슬을 혁신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많은 틀을 깨려면

미국의 IT 연구 및 자문 회사인 가트너는 통신망에 연결된 소비자, 기업, 산업용 '사물'의 총수가 오는 2020년 250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9억개와 비교하면 30배에 가까운 규모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사물인터넷 분야가 거대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IT 컨설팅 전문업체 액쿼티는 2019년까지 소비자들의 3분의 2가 집에서 사용하기 위한 커넥티드 기술을 구매할 것이며, 절반 정도가 웨어러블 기술을 구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정의 보일러, 세탁기,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돼 사용자가 밖에서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IoT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은 물론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 최 연구원은 "이미 미국, 독일 등은 정부가 앞장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우수인력 확보도 시급하고 산학연 협업과 공동연구,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구축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핀테크 산업 발목 잡는 금융규제만 수십가지
미래부 규제 개선 착수, 아직 별다른 성과 없어
#1.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 사물인터넷(IoT) 산업은 기본적으로 위치추적을 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여서 향후 개인정보나 감청 등의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위치정보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이중 삼중으로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통신업계 관계자)


#2. "외국의 '민트 닷컴(Mint.com)' 앱은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금융계좌, 신용카드 정보 그리고 주택과 증권가격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자산상황을 알려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이런 자산관리 앱을 만들 수 없다.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얽히고설킨 규제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대출, 예·적금, 투자,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핀테크를 활성화해 나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규제 정비를 논의하더라도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한 발 뒤진 상황이다."(IT업계 종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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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에 앞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규제 정비'다.

규제를 무작정 없애기보단 각 산업에 적용될 규제 기준을 명확히 해 사업자들이 위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ICT, 6~7개 법에 수십개 규제

대표적인 사례로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는 IoT는 현재 관련법만 해도 전기통신기본법을 근간으로 파생된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등에 각각 규제조항이 숨어 있다.

위치정보법 제15조 1항에 따르면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 이용 또는 제공해선 안된다'고 명시돼 있는데 스마트홈, 헬스케어, 스마트카 등 IoT 서비스는 타인의 이동성 있는 물건에 대한 위치추적이 동의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업계에서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IoT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매번 이용자의 동의를 받게 하는 걸림돌을 제거해 명확한 목적에 대한 위치추적을 가능하도록 하는 등 새로운 산업에 맞춘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핀테크 산업 발목을 잡는 국내 금융 규제만 해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연구소는 "우리나라는 대면 확인 의무, 과도한 개인정보보호 규제 등으로 핀테크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터넷뱅킹이 성장했다지만 조회와 이체 서비스만 활성화돼 있으며 대면 확인 비용 등으로 인터넷 예금의 비중은 전체 예금의 10%대에 불과하고 금융정보를 공유해 자산관리와 투자자문을 제공하는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금산분리에 대해선 규제완화 계획을 발표하며 진일보한 태도를 보였지만 여전히 해결할 과제가 산더미인 것이다.

■예측 가능·명확한 규제 기준 세워야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4월 '2014년 미래부 규제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규제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규제 기준을 세우는 것보다는 눈에 띄는 규제를 없애는 데 방점을 두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 미래부는 등록규제 중 경제활동과 관계 있는 약 440개를 2017년까지 최소 20% 없애기로 했다.

기대 됐던 IoT 같은 융복합 신산업분야에 대해 정보보호 등 불가피한 분야를 제외하고 규제가 없는 산업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대해선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다 없애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기업이 사전에 규제 내용을 예측하고 사업 구상을 할 수 있도록 명확한 규제의 기준을 세워 공표해 주는 것이 정부가 신산업 육성을 위해 해야 할 첫 과제"라고 지적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대한민국 골든타임 턴하라]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 대한민국 골든타임에는 毒

업계 "제도 선진화는 공감 하지만…" 파생상품시장 위축 우려



오는 2016년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최대 20% 부과로 금융투자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제도의 선진화 차원에서는 공감하지만 당장 자본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자칫 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특정상품을 제외하고 이미 고사위기에 빠져있는 파생상품시장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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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12월 초 파생상품에 대해 최고 20%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자칫 파생상품시장이 더욱 침체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시장 침체는 결국 개정안의 목표인 세수 증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제도 도입이 무색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파생상품 과세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국내 사정상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이 양도소득세와 비슷한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파생상품 시장이 이미 많이 죽어 소수 투자자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세까지 한다면 시장은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는 양도세 과세에 따른 대안으로 손실 이월공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월공제를 적용하면 전년도의 손실분을 반영해 과세한다.

예컨대 전년도에 파생상품에 1억원을 투자해 5000만원의 손해를 봤다면 올해 5000만원을 투자해 2000만원의 이익이 났더라도 여전히 손실 구간이기 때문에 양도세 납부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논의 끝에 손실 이월공제 방안도 제외되면서 전년도에 파생상품 투자로 손실을 봤어도 당해 이익이 났다면 이익분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내 자본시장이 일부 섹터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져있고 업권 과당경쟁으로 역동성도 저하된 상태"라며 "장내 또는 장외주식의 양도소득세율 격차를 줄이고, 소득 수준에 따른 배당과 양도소득 세율 차이도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권 기자
 
미래 먹거리 위한 '융합'
금융시장의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은 금융사들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경기회복에 대한 부담까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금융사들이 선택한 생존전략은 '융합'이다. 우선 금융사들은 정보기술(IT)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핀테크'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금융과 기술의 융합을 뜻하는 핀테크는 기존 금융거래 방식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로 금융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금융사들은 은행, 증권사 등 업권 간의 융합을 통한 복합점포 활성화로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2015년 금융권 핵심사업으로 핀테크산업 육성과 복합점포 시행 등을 내세우며 규제완화 카드까지 들고 나온 만큼 금융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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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핀테크 사업 본격 시동

은행들은 지난해 11월 다음카카오와 제휴해 전자송금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하면서 핀테크사업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농협.신한.우리.SC.하나.기업.국민.외환.씨티.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 등 16개 은행이 참여한 뱅크월렛카카오를 시작으로 은행권에서 기술과 금융의 융합현상은 점차 강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기송 KB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은 전통적인 영업점 중심의 금융서비스 제공방식에서 벗어나 핀테크기업과의 제휴·인수 등을 통해 새로운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은 핀테크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 재정비에도 나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초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스마트금융사업단 내에 핀테크사업부를 신설했다. 이 부서는 핀테크를 은행 상품 및 서비스에 접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은행도 스마트금융부에 핀테크 서비스 전략을 담당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신한은행의 핀테크 사업은 미래채널부에서 주도하고 있다.

지난 9월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선보인 신용카드업계 역시 핀테크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알리페이, 애플페이 등 글로벌 기업들의 결제서비스가 국내에 공식 출범했을 때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사들은 이 시장 선점을 위해 새로운 결제시스템 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

이 같은 금융사들의 노력에도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핀테크산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영국의 홍콩상하이은행(HSBC), 퍼스트디렉트 등은 일찌감치 핀테크 기업인 잽과 제휴해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금융그룹 캐피털 원이 지난 2012년 네덜란드 인터넷전문은행 ING디렉트를 인수, 현재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영업 중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기업들이 사업영역 확대 차원에서 결제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핀테크 기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한국의 핀테크산업이 느리게 전개된 이유로는 높은 규제 장벽이 꼽힌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법과 규정에 의한 사전 규제가 핀테크 기업들의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금융업 특성상 기본적 보안요건과 기술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나, 전자금융업자 등록요건과 보안성 심사 등의 과정에서 일부 비현실적 요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침체, 복합점포로 극복

국내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에도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 속에 치열한 고객 유치전을 펼치고 있는 은행들이 업권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복합점포를 필두로 '원스톱 종합금융서비스' 인프라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국민.신한.하나.농협.산업.기업.부산은행 등 7개 은행이 60여개의 복합점포를 두고 있다. 내년에는 이들 은행의 복합점포가 1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고객편의 제고와 비용 절감 등의 측면에서 복합점포 개설 유인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과 증권업 간 복합점포가 가능해지면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복합점포를 개설하고 있다"며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는 복합점포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좋고 은행과 증권 지점을 따로 운영할 때보다 점포 운영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복합점포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진국들 역시 과거부터 저금리로 인한 금융시장 침체를 복합점포를 통해 극복해왔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97년부터 은행 지점 내에 증권사 창구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 이후에는 '증권시장 개혁 촉진 프로그램' 시행에 따라 은행.증권 간 복합점포를 본격적으로 개설, 초저금리 상황에서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50%대에 머무는 등 저축에서 투자로 자금이 이동하지 않는 상황에 대비했다.

미국 은행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웰스파고는 모든 금융상품을 은행, 캐피털, 증권, 보험사 구분 없이 한 은행 지점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웰스파고는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를 통해 교차판매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이제 막 금융권 복합점포 시대의 걸음마를 뗀 우리나라에서는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의 취지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복합점포 활성화는 소비자에게는 원스톱 서비스를, 금융회사에는 비이자 수익 제고, 자금조달 비용 절감,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의 편익을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교차판매의 문제점인 자문서비스 활성화, 영업점 임직원의 인센티브 제도 개선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복합점포 활성화의 정책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 규제개혁 박차
금융지주사 감독규정 바꿔 금감원과 사전협의 절차 폐지

 

금융당국이 저성장에 허덕이는 금융권의 새로운 수익동력으로 '금융권 안팎의 업권 간 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 시장을 활성화하고, 금융업권 간 장벽을 허무는 복합점포 도입을 위한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사전규제 최소화, 오프라인 위주의 규율 탈피, 전자금융업종 규율 재설계 등을 골자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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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보기술(IT)과 금융의 융합산업은 선도자의 이익이 크므로 금융당국 및 산업의 발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며 "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2015년도 중점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구상하고 있는 핀테크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의 큰 그림은 우선 사전적 규제 방식에서 사후점검 방식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IT.금융 융합 협의회를 통해 각계 전문가의 제도개선 관련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중심의 금융규율을 온라인·모바일 시대에 맞게 재편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핀테크 발전의 궁극적인 목적이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대인 만큼 기존의 오프라인 위주의 금융거래를 기준으로 만든 낡은 제도나 관행을 찾아내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위는 결제대행 가맹점(PG업체)에 외환업무를 허용하는 등 핀테크시장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직접구매 규모가 2조원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PG업체에 외환업무를 허용하지 않아 국내 소비자들이 외국계 결제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셈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발표한 '금융규제개혁방안'의 후속조치로 은행·증권 간 칸막이 제거를 통한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본시장법시행령을 개정해 출입문과 상담공간에 대해서는 공동 이용을 허용하고,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을 바꿔 금융감독원과 사전협의 절차는 폐지한다.

또 복합점포 내에서 고객정보 공유 활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실명법 유권해석을 변경해 복합점포 고객에 대해 다른 업권 점포 간 정보공유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동의방식을 합리화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보험 등 다른 업권은 추후 공론화를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회사 계열이 아닌 전업계 보험사들의 경우 복합점포 활성화가 금융회사 간 불공정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전업계 보험사들의 반발이 있다"며 "원스톱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복합점포의 수익구조와 해당 직원의 핵심성과지표 등 근본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고객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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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혁신의 다른 이름은 파괴" "때문에 설득이 뒤따라야죠"
국내 혁신 서비스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카카오톡과 배달의 민족 최고경영자(CEO)들이 "혁신은 누구나 느끼는 생활의 소소한 불편함을 기술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압구정로에 위치한 fn아트스페이스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오른쪽)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만나 혁신 서비스와 국내 벤처 생태계 등에 대한 속깊은 얘기를 들어봤다. 사진=서동일 기자
"혁신이란? 생활 속에서 느끼는 작은 불편을 찾아내고, 그것을 기술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 '혁신'이 기업의 화두다. 혁신이 필요한 것은 누구나 알지만 쉽지 않다고들 한다.
국내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꼽히는 카카오톡,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음카카오, 우아한형제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의외로 혁신을 쉽게 설명한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압구정로에 위치한 fn아트스페이스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만나 혁신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들어봤다. 두 대표는 혁신 외에도 창업 등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혁신은 작은 것에서 시작

이석우 대표와 김봉진 대표는 '혁신'이란 키워드에 대해 간단하지만 명확하게 정리했다.

이 대표는 "늘 사용하던 휴대폰 문자메시지(SMS)에서 단체대화를 할 수 없는 불편과, 상대방이 내 메시지를 읽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불편을 해소한 것이 카카오톡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느끼는 혁신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역시 "어떻게 보면 별로 대단한 일을 하진 않았다"며 "음식점을 차리고 배달영업을 하려면 보통 전단지를 만들어 일일이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세상에 전단지를 스마트폰 안에 넣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실현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결론적으로 보면 별 것 아니지만 생활의 소소한 불편함(pain point)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결해 내느냐가 중요하다"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개인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시대에 맞춰 일상의 개인화·맞춤형으로 해결해 주면 그것이 혁신"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이전에는 PC라는 공용성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었지만 모바일로 접어들면서 배달의 민족은 음식배달 주문을 편리하게, 카카오톡은 단체채팅과 상대방의 수신확인 등의 기능 제공 등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기술적 변화를 준 사례로 꼽힌다.

■"기존질서 파괴… 오해도 많아"

이 대표는 "혁신의 다른 얼굴은 '파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카오톡은 기존에 있던 SMS를 파괴하는 개념이고, 배달의 민족은 전단지 사업을 파괴하는 개념이니 혁신의 다른 한 면은 파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파괴하려는 혁신 서비스가 나오면 당연히 기존에 자리잡고 있던 질서는 오해할 수밖에 없다"며 "배달의 민족에 대해 벌써부터 '갑(甲)질'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런 오해의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최근 일부 가맹점들이 배달의 민족이 요구하는 수수료에 대해 과도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을 빗댄 말이다.

■혁신 위해선 설득의 기술 필수

이 때문에 파괴의 얼굴을 가진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조건으로 '설득'이 꼽혔다. 설득이 동반되지 않으면 파괴에 따른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두 회사는 지난해 각각 사이버 검열과 수수료 논란 등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이 같은 설득 성장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두 대표는 설득에 대한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 대표는 "방향이 중요한 것 같다"며 "혁신하려는 기업은 설득하는 방향이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지 아닌지는 기업 스스로 더 잘 안다. 우리가 만드는 것들이 사회의 혁신을 이끄는 방향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사람들의 이기심을 충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정말 사람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하는구나 싶었다"라며 "회사 내부 구성원과 고객, 고객 사장들과도 얘기하면서 그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도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면 큰 틀에서 사회적 설득은 가능하지만 개별적 설득은 어렵다"면서도 "이해관계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사업을 하다 보니 중요한 것이 대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을 계속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IT에 대한 기술이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흐르고 있어 우려도 많지만 부정적으로만 보면 안 된다"며 "공익적 측면을 설명하고 기술을 기업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강조했다.

■창업의 적기… 3~4년 뒤에 성과 확신

이 대표와 김 대표의 의견이 다시 한 번 정확히 일치했다. 두 대표는 지금이 창업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2000년대 초반의 벤처 열풍 당시의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지금이 창업 열풍 2라운드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가진 인터넷 20년의 경험은 굉장히 큰 장점"이라며 "지난 몇 년간의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이번 정부의 창조경제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면서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제는 포털과 같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서비스가 아닌 개인화된 서비스로 다시 창업 활성화의 기회가 왔음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창업하고 있어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90년대 중반 PC통신이 나오면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소규모 창업이 가능해졌고 그래서 나온 것이 넥슨, 다음, 네이버였다"며 "당시 DJ정부에서 창업을 지원해 묻지마 투자 등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12~13년 전의 가능성 있는 시장이 다시 재현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조업과 건설에 집중하던 지난 정부와 달리 이번 정부의 IT 정책이 나름 진행되고 있고, 사실 지난해부터 젊은 창업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다행"이라면서 "창조경제의 성과는 건설경기처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고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정책은 10년에서 50년 후를 내다보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앞으로 3~4년 뒤에는 제2의 네이버, 다음, 넥슨의 씨앗이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도 "동의한다"며 이 대표의 의견에 동조했다. 김 대표는 "미시적 관점에서 보면 기업이 잘못하는 것도 있는 것처럼 보이나 한국 사회는 잘 성장하고 있다"며 "큰 방향에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창업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쉬운 돈은 없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돈에는 늘 이름이 써 있다고 봐야 한다. 초기에 경영이 어렵다고 아무 투자나 받으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스타트업 경영진이 하기 쉬운 실수인데 이지머니(쉬운 돈)는 없다. 기업의 계획과 철학에 맞는 투자 외에 아무 투자나 받으면 노비계약 비슷하게 된다"고 충고했다.

■기업의 질↑= 삶의 질↑

김 대표는 젊은 창업자들의 도전으로 기업의 또 다른 역할을 해낼 것을 주문했다. 재미있는 일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 사회의 90% 이상은 어떤 형태이든 회사를 다녀야 하는데 그 사람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도 기업"이라며 "젊은 창업가들이 '내 아들도 다니게 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행복한 직장을 만들면 우리 사회의 90%가 행복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젊은 창업자들이 만든 혁신적인 결과물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기업들이 많으면 그만큼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며 "기업이 혁신할 것은 기업 자체"라고 부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국민 메신저’ 이석우 카카오톡 대표, ‘경영하는 디자이너’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대표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49)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39)는 서로를 안 지 3년 정도 됐다고 한다. 사실 두 사람은 옛 네이버인 NHN에 같이 다녔던 인연도 있다. 김 대표는 "당시 이 대표가 워낙 높은 분이라 알고 지낼 사이는 아니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래서 이 대표가 카카오로 옮긴 이후에야 제대로 알게 됐는데, 가끔씩 만나 의견을 나눌 만큼 각별하다.

이석우 대표는 기자생활을 잠시 한 뒤 미국 유학을 떠나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 정보기술(IT)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한국IBM에서 고문변호사로 활동한 이 대표는 네이버의 법무담당, 경영정책담당 이사를 거쳐 NHN 미국법인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1년부터 카카오 공동대표를 맡아 월간 이용자수 4800만명을 넘어서는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등의 부흥을 이끌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 이후 현재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봉진 대표는 '2014 창조경제박람회'에서 청년기업인상 대통령표창을 받으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전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 최근에는 TV광고 등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스로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는 그는 실제 서울예대와 국민대 디자인대학원을 나온 디자이너다. NHN과 네오위즈 등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창업을 시도했고 실패도 겪었지만 2010년 시작한 배달 앱 사업으로 지금은 골드만삭스에서 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기대주로 떠올랐다.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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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굴뚝없는 녹색 공장, 中 대륙 가로지르는 기차의 '원천 동력'
SK이노·베이징기차 합작.. BESK社 중국 시장 안착
韓서 생산된 배터리 셀 中서 받아 팩으로 조립.. 올해 하반기 설비 2배 확대



SK와 베이징기차의 합작사 BESK 직원들이 베이징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팩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최진숙 기자
【 베이징(중국)=최진숙 기자】 베이징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차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리니 이좡(奕莊)경제개발단지가 나왔다. 스모그로 시야는 다소 흐렸지만 공기는 매서운 한파의 서울보다 덜 차가웠다. 사방엔 사각형 건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굴뚝은 없었다. 글로벌 기업의 부설 공장을 집중 유치, 베이징시가 전략적으로 조성한 이 일대 겉모습은 일반 사무실 풍경과 비슷했다.

SK이노베이션과 베이징기차가 합작해 만든 BESK사의 전기차 배터리팩 공장이 이곳에 있었다. 생산설비는 3층짜리 건물 지하에 위치했다. 국내 충남 서산의 SK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된 셀을 공수받아 베이징에서 소비될 배터리팩을 만드는 작업 일체가 여기서 진행되고 있었다.

■올해 베이징기차에 배터리팩 7000개 공급

충남 서산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은 경기 평택항에서 중국 톈진항으로 운반된 뒤 육로를 통해 이곳으로 들어온다. 총 이동시간은 6∼7일. 한번에 배터리 100팩을 제조할 수 있는 규모의 셀은 일주일 간격으로 운송되고 있었다. 팩 하나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셀의 개수는 차종에 따라 376개 또는 273개다. 셀의 크기는 가로 21㎝, 세로 19.5㎝, 두께 7.7㎜였다. 팩은 개당 판매가가 1800만원가량 된다. 이 팩을 장착한 전기자동차는 평균 4000만∼5000만원에 팔린다.

지하 공장에 들어서니 20대 초반 중국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쳤다. 생산자들은 보통 25명이 한 조를 이뤄 하루 2교대로 움직인다. 생산 라인은 셀 투입조에서 시작됐다. 이 작업은 자동화가 돼 있었다. 기계는 셀을 들어올려 규격에 맞게 자른 뒤 모듈에 집어넣고 레이저 용접으로 접착을 완료했다. 인력 투입은 다음 단계부터였다. 한쪽에서 모듈에 셀의 정보를 읽게 하는 보조기구를 달고 있었고, 그 옆엔 모듈에 커버를 씌우는 작업반이 붙어 있었다.

배터리팩으로 완성되는 과정에서 가장 시간이 걸리는 공정은 여러 모듈을 묶어 차체 크기에 맞게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BESK 신동영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배터리팩은 자동차 트렁크 아랫부분에 장착된다. 최적화된 디자인으로 공간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번 고심한다"며 "일단 설계된 디자인에 맞춰 한 치의 오차도 없게 모듈을 배치하는 것이 이 공정에선 핵심기술"이라고 했다.

공장은 지난 9월부터 본격 배터리팩 양산을 시작, 그동안 1500팩을 제조했다. 설비는 연간 1만개 생산 가능한 체제를 갖췄지만 BESK 측은 현재 물량 수주 추이를 감안하면 2만개 생산 규모로 증설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영 CTO는 "베이징기차에 올해 공급하기로 이미 확정된 배터리팩이 7000개다. 올해 하반기 지금의 2배 규모로 설비를 확대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밀도 높아…한번 충전 200㎞ 주행

이곳에서 생산된 팩은 BESK 주주기업인 베이징기차와 베이징정공에 대부분 공급된다. 중국 '빅5' 자동차회사에 속하는 베이징기차는 자산 12조원 규모로 연매출액이 10조원가량 된다. 전자업체 베이징정공은 자산 16조원 규모의 베이징시 소유 기업이다.

SK가 베이징기차·베이징전공과 인연을 맺은 것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전기차 확대방안을 추진하던 베이징시는 베이징기차와 함께 전기차부품 제조 파트너를 찾기 위해 전세계 업체를 탐방중이었다. 베이징기차 수뇌부는 2013년초 한국을 찾아 국내 기업 3곳을 돌아본 뒤 결국 SK와 손을 잡았다. 그해말 베이징기차와 SK는 공동투자해 합작사 BESK를 출범시켰다.

BESK 측은 SK 배터리 성능에 강한 신뢰감을 갖고 있다. BESK 쉬샤오둥 부사장(COO)은 "SK배터리의 강점은 에너지밀도가 높다는 점이다. 한번 충전으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것이 기술이다. SK배터리는 한번에 200㎞ 주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쉬샤오둥 부사장은 "향후 지금보다 주행거리를 20% 높이는 것, 생산물량을 늘려 현재 경쟁사보다 높은 원가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 SK배터리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SK, 제일기차 등으로 네트워크 확대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꿈꾸는 SK는 이곳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 공략 교두보로 삼고 있다. 유럽 전기차시장 진출을 위해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털사와 합작해 만든 SK콘티넨털은 지난해 11월 전격 사업을 접었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콘티넨털이 현지 공급처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던 탓이 컸다. 그에 비하면 중국시장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SK 측 판단이다. 베이징기차와의 안정적인 파트너십, 여기에다 베이징 전기차 시장에 대한 강한 기대감 때문이다.

베이징은 향후 자동차 공급대수를 2017년까지 연간 17만대로 제한하면서도 여기에 전기차 할당제를 적용하고 있다. 올해 3만대, 내년 6만대, 2017년 6만대 전기차 보급을 추진 중이다. 올해와 내년 신규 등록 차량의 20%, 40%가 전기차가 되는 셈이다.

임기택 SK이노베이션 배터리차이나 비즈니스팀장은 "베이징에선 자동차 구입이 추첨으로 이뤄진다. 사고 싶어도 운이 없으면 못 산다는 이야기다. 현재 구입 대기자만 180만명이다. 이들은 전기차라도 당첨만 되면 곧바로 구매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는 향후 제일기차, 장안기차, 둥펑자동차 등 중국 북방지역 자동차회사로도 네트워크를 넓힐 계획이다.

jin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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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허리 휘는 교육비, 온국민이 생활고<1>
재수·휴학·어학연수 포함땐↑ 가구 소득의 27%가 양육비로
자녀 2명땐 맞벌이해야 유지 급증하는 사교육비 잡아야

 

의학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세(남 77세, 여 84세)까지 늘어났다. 만 60세, 회갑잔치를 하는 것이 쑥스러울 정도다. 늘어난 수명만큼 고민의 깊이도 더 깊어졌다. 조리원에서부터 납골당까지 어느 것 하나 경쟁 아닌 것이 없다. 경제력의 격차는 부의 대물림뿐만 아니라 학벌에까지 직결되고 있다. 희(喜)와 락(樂)보다 로(怒)와 애(哀)가 더 사무치는 세상인 셈이다. 이처럼 팍팍한 세상에서도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가정을 만들며 느끼는 보람과 희열은 우리 모두를 살아가게 만드는 생명수다. 치열함과 절실함, 불안과 행복이 공존하는 세상, 파이낸셜뉴스는 신년을 맞아 2015년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짚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엄마들 사이에서는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정설이 된지 오래다. 대한민국에서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여기에 아이의 체력과 도우미 아줌마의 사랑이 더해져 '5대 조건'으로 확장된 버전도 있고 부모, 친가·외가 조부모를 합쳐 '식스포켓'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출산 후 대학졸업까지 '3억' 이상 필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웃픈(웃기지만 슬픈)' 이런 얘기들이 통하는 것은 자녀를 키우는 데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자녀 1인당 대학졸업까지의 총 양육비는 3억896만4000원으로 이전 조사인 2009년의 2억6204만4000원보다 4692만원이나 급증했다. 시기별로는 0~2세의 영아기 양육비용이 3063만6000원, 유아기(3~5세)가 3686만4000원, 초등학교가 7596만원, 중학교 4122만원, 고등학교 4719만6000원, 대학교가 7708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아이 한 명의 양육을 위해 월평균 118만9000원이 드는 셈. 특히 이 조사에는 재수나 휴학, 어학연수 등이 빠져 있어 이를 포함하게 되면 더 늘어난다.

4인 가족 기준 도시근로자 가족의 월평균 소득이 세전 기준 510만28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실수령액(월 430만원 수준)의 27% 이상이 아이 한 명의 양육비로 지출되는 구조다. 자녀가 2명 이상이거나 대출까지 있는 가정이라면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는 가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연구소장은 "어느 나라나 보육비 부담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독 사교육비 부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다"면서 "선진국의 경우 공적인 교육시스템으로 이를 보완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잡히는 사교육비가 주범

자녀 양육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역시 사교육비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가정에서 자녀 양육비용 중 부담되는 항목의 1위로 사교육비(57.9%)를 꼽았고 유치원 등 보육위탁 비용이 17.3%로 큰 격차를 보이며 2위로 나타났다. 2013년 기준 초·중·고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18조6000억원에 달하며 초등학교가 7조7000억원, 중학교 5조8000억원, 고등학교가 5조1000억원 순이었다. 1인당 사교육비는 유럽발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지난 2012년 월 23만6000원까지 줄어들었다가 2013년 월 23만9000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자녀들까지 포함돼 있고 방과후 학교와 EBS 교재 구입비도 빠져 있다"면서 "실질적인 교육비 지출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들의 애를 태우는 것은 사교육비 지출과 아이들의 성적이 정비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상위 10%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1만6000원으로 하위 20%의 16만2000원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비 중 증감률이 가장 높은 항목 역시 사교육비인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복지 논란 속터지는 부모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모들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교육복지 재정 문제다.

지난해만 해도 어린이집 휴원, 점심급식 차질 등으로 부모들은 직접적인 불편을 겪었고 심지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과 무상급식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일선 교육청 간의 갈등에 마음을 졸이는 상황이 이어졌다.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사립의 경우 방과후 활동비 포함 월 29만원이 지원되고 무상급식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월 6만원 수준이다.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만 차질이 생기더라도 가계의 경제적 부담은 지원금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결국 고령화 시대를 막기 위해 다자녀 출산을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낳고 난 이후에는 양육 부담으로 잠 못 드는 상황이다.

정 소장은 "보육이나 교육 모두 기본적인 수준까지는 국가에서 보장해주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교육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시장 메커니즘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휴일근무 자청해 사교육에 투자"





엄마들은 월평균 사교육비가 23만9000원이라는 얘기에 코웃음을 친다. 오죽 했으면 '돼지엄마(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엄마들)'라는 얘기가 나왔겠느냐는 것. 실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직장맘 A씨(중3, 초6학년)=사교육비로 한 달에 100만원 이상 지출하고 있다. 이것도 국어, 영어, 수학 같이 교과목과 관련된 지출만 이 정도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만으로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그런 '효자'는 얼마 없다. 맞벌이를 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주변에 외벌이를 하는 동료를 보면 학원도 마음대로 보내지 못한다. 월급에서 다른 것은 줄이더라도 사교육비를 줄이지 않는 게 엄마들의 심정이다. 비싼 족집게 과외를 시키는 동료가 있는데 아이 성적이 올랐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직장맘 B씨(초1, 2학년)=최근 고민이 많다. 태권도와 영어학원, 학습지를 하고 있는 아들이 수영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초등 1학년 딸도 발레와 학습지를 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영어학원도 보내야 한다. 최씨가 한 달 동안 이 같은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70만~80만원이다. 식비와 옷값까지 더해지면 수입의 3분의 1을 넘어선다.

전업맘 C씨(초3, 4학년)=아들과 딸의 학원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고려 중이다. 한 달에 애들에게만 150만~200만원이 들어가는데 주위에서는 '이제 시작'이라고들 말한다. 남편 혼자만 버는 외벌이로는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기본적으로 태권도.검도나 수영 등의 운동은 해야만 하고, 영어와 수학 등 학과수업을 위한 학원도 빼먹을 수가 없다. 무리를 해서 올해 여름방학 동안 필리핀으로 영어캠프를 보냈더니 늘어난 영어실력만큼 뿌듯함과 부담감이 교차한다. 아들의 계속된 자랑에 딸도 '나도 보내달라'는 투정이 늘었다.

전업맘 D씨(7세, 2세)=남편이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수입의 상당 부분이 아이들 앞으로 들어간다. 큰아이 유치원비와 작은아이 어린이집, 피아노학원 비용이 매달 꼬박꼬박 들어가고 책을 사는데 들어가는 돈도 사실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이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아끼려야 아낄 수가 없다. 남편이 자진해서 주말근무를 신청해 사실상 주 6일을 일한다.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비용 중에 휴일근무수당을 받아 쓰는 부분이 크다.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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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중궈베이처의 고속철 제조 현장

중궈베이처·중궈난처 합병 결정

총자산 3,000억위안 세계 최대

글로벌 점유율 50% 넘어설 듯

중국이 글로벌 철도 시장 장악을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철도 공룡'을 탄생시킨다. 새로 생기는 철도회사는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신실크로드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추진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중국 경제참고보 등에 따르면 중국 양대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중궈베이처(中國北車·CNR)와 중궈난처(中國南車·CSR)가 합병 결정을 내렸다. 6개월가량 끌었던 두 회사 간 합병은 난처가 베이처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주식은 '중궈중처'라는 새 회사의 주식으로 1대1 교환된다. 중궈중처는 총자산 3,000억위안(약 53조원)이 넘는 거대 국유기업으로 지하철 및 고속철도 분야에서 캐나다 봄바디어와 독일 지멘스, 프랑스 알스톰을 압도하며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두 회사는 애초에 1986년 설립된 중국철도기차차량총공사에 속해 있었으나 2000년 총공사가 철도부에서 분리되며 각각 독자적인 기업으로 갈라서 경쟁관계에 있다가 14년 만에 다시 합치게 됐다.

국유기업 민영화를 추진 중인 중국 정부가 '공룡' 국유기업을 탄생시킨 배경은 두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합병을 막후 주도한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관계자는 "합병회사는 규모를 바탕으로 연구개발과 영업에 자금을 집중 투입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을 더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8월 베이징~톈진 고속철을 처음 개통한 후 6년 동안 전 세계 고속철 길이의 절반이 넘는 1만1,000㎞의 고속철을 개통했다. 오는 2020년에는 중국 전역을 각각 4개의 종축과 횡축을 기반으로 촘촘히 연결하는 '4종4횡' 계획에 따라 총연장이 1만6,000㎞로 늘어난다. 2012년부터는 고속철 수출을 추진해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다 위안화 파워를 더해 글로벌 고속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난처의 경우 84개국에 철도 관련 장비와 제품을 수출하며 8월 기준으로 외국에서 체결한 계약 규모가 35억달러에 달했다. 베이처는 15억3,5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90여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지하철 공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난처는 10월 미국 매사추세츠교통국(MBTA)이 실시한 국제입찰에서 지하철 차량 284량을 수주했다. 낙찰 가격은 유럽이나 일본 기업이 써낸 것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새로 생기는 철도 공룡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후원을 바탕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은 물론 유럽·미국 등 선진국 진출에도 박차를 가해 세계 고속철 및 지하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의 교통컨설팅 회사 SCI페어케어는 "합병회사의 지난해 기준 매출은 1,951억위안(약 28조2,000억원)으로 봄바디어ㆍ지멘스ㆍ알스톰 3사의 합계를 능가한다"며 "세계 고속철과 지하철 시장을 중국이 독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中 52조 규모 초대형 고속철 회사 탄생.. 베이처·난처 M&A 확정

【 베이징=김홍재 특파원】 중국의 양대 고속철도 회사인 베이처(北車·CNR)와 난처(南車·CSR)가 인수합병(M&A)를 최종 확정지으면서 총자산 규모 3000억위안(약 52조7300억원)이 넘는 초대형 고속철도 회사가 탄생했다.

12월31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난처가 베이처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합병키로 했으며 합병 후 기업명은 '중궈중처'(中國中車)로 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두 기업은 지난 1986년 설립된 중국철도기차차량총공사에서 2000년 총공사가 철도부에서 분리되면서 각각 독자적인 기업으로 갈라서 경쟁 관계에 있다가 14년 만에 다시 합치게 됐다.

중국 최대 고속철 제조업체인 난처는 지난해 8월 기준 해외에서 체결한 계약 규모가 35억달러에 이르고 84개국에 철도 관련 장비와 제품을 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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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14·21일 조립형 '아라폰' 공개

"삼성·애플 양강구도 깨나" 촉각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 구글이 새해 초 50달러(5만5,000원) 조립형 스마트폰 '아라폰(사진)'을 공개할 것으로 보여 시장에 미치는 파장에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를 2015년 1월 50달러(약 5만5,000원)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아라 개발팀인 '프로젝트 아라'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2015년 1월14일과 21일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개발자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자리에서 아라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라는 휴대폰의 카메라·배터리 등 각 기능을 블록(모듈)으로 만들어 사용자가 취향대로 선택해 조립하는 스마트폰이다.

업계에서 아라를 주목하는 이유는 성공할 경우 구글의 영향력이 하드웨어까지 확장돼 모바일 시장이 '구글 천하'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제조사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예속돼 있는 상황에서 아라마저 성공하면 구글에 하드웨어 플랫폼까지 예속돼 단순 부품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저가형 조립폰 등장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저가를 무기로 성장 중인 중국 업체들에 위협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과거 조립형 컴퓨터에서 볼 수 있듯 사용자가 고가 부품을 구입해 초고사양의 스마트폰을 제작할 경우 삼성전자와 애플도 견제를 받을 수 있어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집 안에 두는 컴퓨터와 달리 디자인과 브랜드가 각광 받는 휴대폰 시장을 고려하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나 아프리카 등 일부 저가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현호기자 h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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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지난 3월에 열린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한동우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 배당을 늘릴 방침이다. /사진제공=신한금융

정부 방침에 늘리기로 했지만

외국인 주주 지분율 최대 70% 내수확대보다 '外人잔치' 우려

론스타 대주주였던 외환銀 데자뷔… 수천억대 外人에 넘어갈 판

순익 고려 땐 신한·KB금융 배당 20%대 넘을 듯

정부 주인인 기업銀등도 고배당… "형평위배" 지적


최근 만난 한 대형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올 회계연도 결산 배당과 관련한 고충을 토로했다. 금융회사들은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 및 당기순이익 증가 등을 감안하면 배당을 늘려야 한다. 오랜 기간 계속된 국내 금융사들의 낮은 배당에 지쳐가는 외국인 주주들도 이번만큼은 고배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여론이다. 고배당이 정부에서 노린 내수 활성화 효과는 거의 없고 자칫 외국인 주주를 위한 '배당잔치'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론스타가 대주주였던 외환은행이나 한국씨티·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배당 때마다 불거지는 국부유출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은 최대 7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은 올 결산과 관련해 배당을 늘린다는 방침을 정했으며 배당성향도 2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금융지주 가운데서는 이미 신한금융과 KB금융, 하나금융 등이 배당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구체적인 규모를 막판 조율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금융지주별로 인수합병(M&A) 및 자본비율 등 여건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당기순이익이 늘어났기 때문에 배당 역시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구조조정을 예단해 은행들이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이 당기순이익으로 환입된 것이 이익증가로 돌아왔다. 순이익이 늘어나면 배당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올 들어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KB금융 1,932억원, 신한금융 3,702억원, 하나금융 724억원, BS금융(부산은행) 541억원, DGB금융(대구은행) 375억원을 각각 배당했다.

공시위반 이슈가 걸려 있어 금융지주사들이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지만 순이익 증가 등을 고려하면 신한·KB금융 등은 배당성향이 20%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금융지주는 3·4분기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각각 13.4%, 15.6%로 자본운용 여력이 충분하다.

반면 외환은행 인수로 자본비율 제고 이슈를 안고 있는 하나금융의 배당성향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2.5%이다. 주요 금융사 중 최근 수년간 배당성향이 20%를 넘은 곳은 정부가 주인인 기업은행(24.2%)을 제외하고 한 곳도 없었다.

반면 민간 금융사 중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신한금융이 19.5%를 기록했으며 KB금융(15.3%), 하나금융(12.4%) 순이었다. 이들이 각각 배당성향을 1%포인트만 높이기만 해도 최대 480억원가량의 추가 배당액 지출이 발생한다.

배당을 늘려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외국인 주주들이다. 국내 금융기관에 투자한 외국인 주주들은 국내 금융사들의 낮은 배당성향에 많은 불만을 제기해왔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들의 이탈을 막고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배당확대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말께 국내 은행 배당수익률은 1.6% 수준으로 홍콩(6.0%), 말레이시아(5.9%), 중국(5.3%), 태국(3.8%), 싱가포르(3.2%) 등에 비해 한참 낮다. 주가상승률이 같다고 했을 때 똑같은 금액을 투자했는데도 배당액이 많게는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해외에서 IR를 할 경우 외국인투자가들로부터 '국영기업도 아닌데 왜 배당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냐'는 질책을 들을 때가 있다"며 "순이자마진(NIM)이 2%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만으로 주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배당성향을 높이면 BIS 비율이 낮춰질 것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이 또한 0.1~0.2% 정도 낮아지는 수준에 그친다"며 "나중에 금융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주들이 증자를 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배당을 부정적으로 봐서만은 안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금융사들의 고배당정책이 외국인 주주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달 초 외국계인 SC은행이 중간배당 계획을 발표하자 국부유출 논란이 비등했다. 영국 SC그룹이 지분 100%를 가진 SC은행 정도는 아니지만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외국인 지분율 역시 신한금융 67.5%, KB금융 68.2%, 하나금융은 69.1%일 정도로 높다. 주요 지방은행들의 외국인 지분율 역시 DGB금융지주가 73%, BS금융지주가 52% 수준이다. 이 같은 논란을 미리 의식한 금융당국은 배당을 확대하되 그 폭은 지나치지 않도록 금융사들에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 주주를 만족시키면서 국민 여론도 잠재울 수 있는 황금 비율을 찾으라는 것이다.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정부?기업은행·우리은행 등 자신들이 주인인 금융사에서는 고배당을 받을 예정이어서 해마다 벌어지는 형평성 논란은 이번에도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배당 관련 세입을 올해보다 600억원 늘어난 3,800억원으로 책정해 기업은행의 배당확대를 예고했다. 우리은행 역시 소수지분 매각과정에서 할증입찰한 우리사주조합 등에 대한 보상차원에서라도 고배당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한쪽에서 배당성향이 50%에 달할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마저 나온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외국인지분율은 각각 19.8%, 18.4% 수준이다.

양철민·박윤선기자 chop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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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롯데그룹.. 제2롯데월드 안정화, 온·오프라인 통합, 옴니 유통채널 구축
신세계그룹.. 이마트 해외담당 신설, 百 상품본부 이원화, MD부문 경쟁력 강화
현대백화점그룹.. 인수합병 적극 나서, 공격경영 광폭행보, 홈플러스 M&A 포기

 

'새해 위기및 불황극복을 위해 안정을 추구하는 한편 경영혁신에 속도를 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등 국내 3대 유통그룹 오너들이 '안정 속 혁신'을 경영화두로 삼았다.

12월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새해 경영목표를 제2 롯데월드의 안정화에 두고 그룹내 연륜이 가장 높은 노병용 대표(롯데물산)에게 중책을 맡겼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속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통채널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구축을 통한 그룹 유통시스템의 혁신도 함께 나선다. 롯데는 신년 초에 옴니채널 관련 연구센터인 '롯데 이노베이션 랩'을 설립할 예정이다.이를위해 조직 및 계열사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장기 내수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안정성 확보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이와관련해 이마트는 자제 브랜드 피코크(Peacock) 담당을 신설, 시장 변화와 고객 니즈에 적극 대응하게 했다. 피코크는 1970~80년대 신세계백화점을 대표하던 자체 의류브랜드였으나 지금은 이마트의 고급 간편 가정식 브랜드로 사용되고 있다. 신규사업총괄 산하에 해외사업담당을 신설, 해외시장 다각화를 꾀하고 안정적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백화점의 경우 핵심경쟁력인 MD 전문성 제고를 위해 상품본부를 패션본부와 식품생활본부로 이원화해 전문성을 극대화 하고 중장기 MD 경쟁력을 공고히 한다. 또 새해 들어 그룹의 10년 청사진인 교외형 복합쇼핑몰, 온라인몰,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등을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아울러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나이.성별을 불문하고 역량 있는 인재는 과감히 중용하고 혁신에 나선다. 두 회사 모두 새해부터 새로 발탁된 여성 임원들이 주요 계열사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새해에도 '비전 2020' 달성을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혁신을 지속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가구업체 리바트, 패션 한섬 등을 잇따라 M&A 하면서 공격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룹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홈플러스 M&A는 나서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는 매각 가격이 7조원대에 달해, 자칫 인수 업체의 재무 안정성에 해를 입힐 수 있다. 혁신을 위한 M&A를 하더라도 그룹의 안정성을 헤칠 수는 없다는 속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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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100% 실패는 없다.”-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성공은 실패의 기반 위에 탄생한다.”-빌게이츠 MS 회장

실패와 성공을 일컫는 금언은 많다. 하지만 그 어떤 말로도 실패를 위로할 수도, 성공을 설명할 수도 없다. 이 둘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는 것이다. 실패를 분석해 성공의 자양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구글글라스는 지난 2012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꼽은 그 해 최고의 발명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올해의 실패작’으로 구글글라스를 선정했다.

실패와 성공의 변곡점에서 무엇이 실패와 성공을 가름하고, 어떤 게 실패를 성공으로 둔갑시키는지 알아본다.

◇소니의 실패

10년 연속 적자 행진 중인 TV사업 외에 간신히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던 스마트폰 등 ‘모바일사업’마저 올해 2000억엔 규모의 적자가 예상돼 결국 이 사업부 인원 1000명의 감축이 예고된 상태다. 최근엔 소니픽처스의 해킹사태까지 겹쳐 우환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1958년 도쿄 증시 상장 이래 첫 무배당 선언에도 소니는 올해 일본 내 8개 전자 대기업 가운데 영업손익과 최종손익 모두 적자가 전망되는 유일한 업체다.

이런 상황에서 배수의 진을 친다는 심정으로 소니는 최근 도쿄 본사에서 사업 설명회를 긴급 개최했지만 미래를 낙관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소니는 1950년대 초반 전자제품의 기반 기술이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이전하는 변곡점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워크맨과 콤팩트디스크(CD)로 이어지는 혁신을 주도하면서 아날로그 시대에 세계 음향가전 시장의 절대 지존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소니의 성공신화는 디지털 혁명의 풍랑을 만나면서 좌초했다.

하드웨어의 시장 지배력을 소프트웨어 분야로 확장·결합시키려는 전략 방향은 타당했지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합시대의 주연 자리를 애플에 내주고 조연으로 전락했다.

소니의 실패는 20세기 아날로그 사고방식의 연장선에서 21세기 디지털 혁명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CD에서 디지털 신호로 변환된 음악 신호는 MP3 포맷이라는 파일 형태로 표준화되면서 음악을 스테레오 앰프로 듣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신세대는 컴퓨터로 듣기 시작했다. 광대역 인터넷의 보급으로 음악 파일의 컴퓨터 간 교환이 가능해지고 휴대용 MP3플레이어가 출시됐다. 음악의 주요 소비층인 신세대에게 음악 듣기는 파일 재생이지 더이상 음향기기의 작동이 아니었다.

MP3플레이어 시장은 급성장했고 음악시장은 디지털음악의 네트워크 교환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아 급격히 재편됐다.

◇애플의 성공

애플은 바로 이 시점에 등장했다. 2001년 10월 애플은 소형 하드디스크를 적용한 MP3플레이어인 아이팟을 출시해 애플 특유의 산뜻한 디자인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하드웨어 시장 진입에 성공한 애플은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소니의 실패 경험은 타산지석이다. 아무리 강력한 시장지배자라도 기술·시장 변화의 변곡점에 대응할 수 있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실패하면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웅변하고 있다.

당시 CD 형태로 음반가게를 통해 유통됐던 음반산업은 냅스터와 같은 파일 교환 웹사이트에서 불법 MP3 파일 교환이 시작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디지털음악의 저작권 문제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계속되면서 합법적 유통의 필요성은 커졌지만 실제 사업모델로 연결시켜 성공하는 회사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2003년 4월 ‘아이튠스 뮤직스토어’라는 온라인 음악유통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애플 아이팟·아이튠스의 성공과 반비례해서 소니의 MD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비운을 맞았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사장은 “우리나라 정보기술(IT)산업은 디지털 혁명이라는 변곡점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해 글로벌기업으로 올라섰다”며 “하지만 과거 성공이 미래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과거를 부정하는 미래형 혁신만이 21세기 기업의 살 길이란 게 소니의 교훈이다”고 말했다.

소니의 실패 요인

◇실패의 아이콘, 카카오?

카카오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대표적 성공신화다. 하지만 카카오에게도 씻을 수 없는 ‘굴욕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그런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다음카카오는 없었다.

카카오는 2006년에 ‘아이윌랩’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아이윌랩은 설립 이후 첫 1년 동안은 웹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부루닷컴(buru.com)이라는 소셜 북마킹 서비스다. 하지만 3개월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그 이후에는 위지아(wisia.com)라는 소셜랭킹 서비스를 만들었다. 최고 5만명의 사용자가 있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9년 11월에 아이폰이 나오면서 드디어 카카오에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앞서 두 번의 실패 경험이 없었다면 그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이석우 카카오 사장의 회고다. 실패가 없었다면 그렇게 빨리 아이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카카오톡’이다.

이 사장은 “잇단 실패에서 배운 것은 사용자를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서비스에 반영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 서비스의 기능 대부분은 사용자가 원했던 기능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 개별 서비스들이다. 사용자의 피드백이 없었다면 만들 수 없었던 서비스다. 그것이 바로 실패에서 배운 교훈이라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고객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 우리가 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서비스 제공자는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카카오톡은 또 다른 시련을 맞고 있다. 바로 최대 경쟁상대인 라인과의 일본 맞대결이 고전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 2012∼2013년 2년 연속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던 다음카카오의 일본 현지법인 ‘카카오재팬’은 2014년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카카오재팬은 지난해 상반기에 당기순손실 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1년 7월 카카오톡의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세워진 카카오재팬은 설립 이후 해마다 누적적자가 커지고 있다. 2012년 116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2013년에도 101억원의 적자를 떠안았다. 반면에 지난해 매출은 6억원에 불과해 현 시점에서 카카오톡의 일본 진출은 사실상 실패로 평가된다.

카카오톡이 일본에서 유독 고전하는 이유는 경쟁자인 네이버 ‘라인’의 가입자 기반이 워낙 확고하기 때문이다.

라인은 카카오톡보다 3개월 늦게 일본에 진출했지만 3년 만에 540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현재 라인은 일본 모바일메신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든든한 사업 파트너였던 야후재팬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카카오재팬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실패’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일본 진출에서 카카오는 또 다른 성공의 자양을 찾고 있다.

◇성공과 실패의 교차점, 창업

“벤처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중요한 건 아니다 싶을 때 망설이지 않고 과감히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수 있는 자세다. 준비 중인 사업이 잘 되지 않는다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패가 성공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그런 벤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창업만큼 실패와 성공이 완벽하게 나뉘는 분야도 드물다.

기업가정신이나 창업에서 성공과 실패요인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요인이 창업기업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이는 기업가나 투자자를 위해서 매우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기술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기술 창업의 성공 여부를 설립자, 투자자, 공급자, 고객, 직원 등과 같은 주주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도 있고, 단기적인 관점인가 또는 장기적인 관점인가, 언제 성공을 측정하는가 등과 같이 시간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수도 있다.

또 이익이나 투자회수율, 판매신장률, 직원 수, 직원 만족도, 회사의 평판 등과 같이 특정한 측정기준에 의해서 판단할 수도 있다.

신기술창업 기업의 성공요인으로 기술(Technology)과 마케팅(Marketing)이라는 양 요소에 대한 시너지를 강조하는 견해도 있다.

국내기업은 기술적 한계를 넘는 창업기업이 약 90%지만 마지막 단계인 마케팅까지는 전체 창업기업의 5~10%만이 생존한다고 한다. 즉, 신기술 창업기업이 기술적 어려움을 넘긴다 하더라도 가장 험난한 고지인 마케팅고지에서 무너진다고 지적되고 있다.

특히 마케팅고지에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기존 거래의 보수성, 인지도 부족, 신뢰도 미흡이라는 3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난관에서 국내 신기술 창업기업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

이렇듯 실제 많은 사람이 한순간의 대박을 꿈꾸고 신기술 창업에 도전하지만 현실은 쉽지만은 않다. 기술창업의 성공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신기술 창업기업이 창업과 더불어 단시간 내에 사멸하는 미국의 경우도 신기술 창업기업들이 성공에 이르기까지 평균 7년이 소요된다는 통계가 있다.

송영화 ETRI 창의미래연구소 미래사회연구실장은 “신기술 창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요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함께 불굴의 창업자 정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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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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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올해 전망을 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31일 FT는 ‘2015년 세계 주요 이슈 전망’을 통해 2014년 브렌트유 가격을 50% 떨어뜨린 원인이 2015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먼저 공급 측면에서 셰일오일 업계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생산을 늘릴 것이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감산을 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과 신흥시장에서 반등이 일어나지 않는 한 2015년에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무제한 양적완화(QE)를 실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0.3%로 떨어진 만큼 ECB가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2년 초 수준으로 ECB 자산을 늘릴 것이라고 얘기한 이상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채 매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5년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다. 영국 경제도 좋아지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더 좋기 때문에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먼저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슬람국가(IS)에 지상군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IS는 이라크 군과 수니 부족, 반군의 힘이 강해져야 꺾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FT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항마가 떠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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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정치이념 배제하고 객관적 사료 검증해 동·서독 차이 극복
범죄 조사 대상.. 20만~25만명 700건 법정으로 금고형 20건 이하 배상법 제정돼
1992~2005년 17만명 보상 받아 역사 바로 잡아 더 기억하자는 게

베를린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에는 분단 당시 세워져 있던 베를린 장벽이 철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청소년들을 비롯, 수많은 독일 시민들이 이 지역을 수시로 방문하며 분단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 베를린(독일)=김유진 기자】 독일은 20세기 들어 나치 독재와 더불어 1949~1989년 사이 동독 공산주의 독재역사를 경험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통일을 맞이했고 동독 공산주의 사회를 서독 민주사회와 통합하는 과정을 거치며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난 뒤 '동독 역사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의 문제는 통일 독일의 주된 담론이었다.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데에는 서독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검열로부터 자유로워진 동독의 다양한 시민단체, 지역언론들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장벽 붕괴 이후 독일이 공식적으로 통일되기까지 1년간 동독 역사를 청산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문제를 비롯, 비로소 동서독이 하나의 국가가 되기 위한 수많은 시도들이 이어졌다.

■사실에 근거한 독재청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통일 독일이 1990년 이후 전개한 동독 사회주의 독재정권에 대한 조사 및 진상파악 과정은 수준 있는 독일의 민주주의를 보여준다. 감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객관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철저한 검증을 이뤘다는 점이 돋보인다.

1990년대 독일 법정은 구동독 체제 아래서 발생한 범죄들에 대해 통일독일의 사법조항뿐만 아니라 동독 당시의 법도 적용시켰다. 조사 대상이 된 범죄는 크게 △장벽과 국경 근처에서 발생한 발포·사살명령자에 대한 처벌 △동독 법률의 임의적·정치적 적용으로 인한 불합리한 수감 및 사형선고 △동독 정부의 서독 시민 납치(40년간 400건 이상) △동독 감옥에서의 가혹행위 △서독에 대한 동독의 조직적 간첩행위 △서독 법을 위반한 동독으로의 기술 수출 행위 등이다.

베를린에서 만난 구 동독 사회주의통일당(SED) 독재청산재단의 안나 카민스키 사무총장은 "동독에 20만~25만명의 정치범이 있었고 이 중 약 10만건을 대상으로 조사하기 시작해 700건이 법정으로 보내졌다"며 "그 중 형을 받은 것은 약 300건, 특히 금고형을 받은 것은 20건 이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독재청산 작업이 공산주의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객관적인 가운데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독재하의 범죄를 청산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희생당한 자들에게 적절한 형태로 보상해주는 문제 역시 통일 이후 중요한 과제였다.

1992년 처음으로 배상법이 제정돼 2005년까지 약 17만명의 사람들이 각각의 형태로 보상을 받았다. 또한 독일 외무부는 과거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과 협상을 벌여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로 유배당한 1만3500명가량의 독일인들에게 복권·재활 기회를 줬다.

통일 이후 1994년 7월 공산주의 범죄행위 개정법이 제정됨에 따라 구 동독 시절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박해를 받아 고등교육 기회나 직업선택 기회를 박탈당한 희생자들을 복권시키고 재정적으로 보상하는 것이 법으로 명문화됐다. 1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복권 및 보상을 신청했고 이들 중 절반 정도가 대상자로 선정됐다.

 

■"청산은 더 기억하자는 의미"


독일 연방정부가 이처럼 구 동독 시대의 잔재를 없애려 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잊어버리자는 것과 차이가 있다. 역사를 바로잡고 더욱 기억하자는 측면에서 청산 작업은 더욱 의미를 갖는다.

다만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는 것은 독일에도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순리다.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점차 사회의 리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를 재조명하는 작업 역시 일정부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독일에서는 1975~1989년 동독에서 태어난 이들이 스스로를 '제3세대'라 지칭하며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민스키 총장은 "이 세대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들이 통일과 관련해 얼마나 큰 어려움(실직 등)을 겪었는지 직접 봤고 부모님들의 물질적, 정신적 가치체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통일이 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 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구 동독이 지나온 역사를 기억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카민스키 총장이 몸담고 있는 독재청산재단의 경우 이같은 움직임에 힘입어 통일 이전 동독 독재의 원인과 역사, 영향 등에 대한 종합적인 재평가 작업을 한다. 비단 공산 독재에 대한 조사뿐만 아니라 독일 통일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재단을 이끄는 이사회는 5년 단위로 선출되며 독일 연방의회 의원, 독일 연방과 베를린 주정부 관리 및 구 동독 독재문제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 재단에는 현재 25명의 직원이 연간 예산 약 500만유로를 바탕으로 일하고 있다.

july20@fnnews.com

  파이낸셜뉴스
獨 연방정치교육센터 미하엘 박사 "세뇌 덜 당한 젊은층 먼저 교육을"



마르코 미하엘 독일 연방정치교육센터 박사 사진=김유진 기자

【 베를린(독일)=김유진 기자】 "가르치되, 절대로 어떤 생각을 강요하거나 주입시키지 않습니다. 이런 철학 아래 독일 연방정부는 분단 시절 서로 다른 정치사상 아래에서 살아 온 사람들이 통일 이후 역사나 민주주의에 관해 공감대를 넓힐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베를린 독일 연방정치교육센터(bpb)에서 만난 마르코 미하엘 박사는 "초기 동독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면서도 '스스로 배우게 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독일식 역사 교육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독일의 이 같은 교육관은 통일 이후 동독 출신의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지 깊이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확고해진 측면이 있다. 장벽 철거와 같은 물리적 통일을 넘어, 동서독이 완벽하게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정서적·사상적인 통일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미하엘 박사는 "서독 사람들에게는 독일 통일 이후에도 크게 변한 것이 없었지만 동독 사람들에게는 통일 이후 그야말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동독 사람들이 스스로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미하엘 박사가 이 같은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배경에는 독일 연방정부가 정치와 국가관, 역사 등을 가르칠 때 따르는 '보이텔스바흐 협약(Beutelsbach Konsensus)'이 깔려있다.

이 협약의 주된 내용은 정치교육과 관련, 교화 혹은 주입식 교육을 금지한다는 데 있다. 정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는 개인적인 성향이나 사상에 관계없이 정치나 역사와 관련된 사실을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전제하고 있다.

미하엘 박사는 "동독 사람들로 하여금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도록 하고, 나아가 동독의 독재 혹은 인권유린 문제 등 과거 역사를 청산하도록 하는 것이 까다로웠다"며 "서독과는 다른 체제 아래에서 세뇌당해 온 동독 주민들에겐 이 같은 내용의 가르침을 받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혹은 민주주의, 자유 등과 같은 단어가 북한 주민들에게는 거의 금기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미하엘 박사는 "북한 주민들의 경우 동독 주민들보다 세뇌당한 정도가 더 심할 수 있는데, 세뇌당한 정도가 그나마 조금 덜한 사람들,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우선 교육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동독 출신을 내세워 서독 사람들에게 분단 시절의 생활상을 소개하거나 하는 식의 교육은 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미하엘 박사는 독일의 수준 높은 민주주의가 통일 이후 동서독을 통합하는 데 더욱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스스로를 독일 기독교민주당(CDU)의 당원이라고 소개하면서도 "정권의 색깔과는 상관없이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가르친다"고 자신있게 언급했다.

이 또한 독일식 민주주의 교육 시스템에 깔려있는 굳건한 철학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미하엘 박사는 한 시간여 계속된 대화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20년 동안 이 일을 해 왔습니다. 앞으로 50년 뒤 당신이 다시 이곳을 찾아오더라도 변함없이 오늘 한 것과 같은 내용을 이야기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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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홍콩 덩샤오핑展, 톈안먼 사태 관련 사진도 전시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 탄생 110주년 기념 전시회가 21일부터 23일까지 홍콩 완차이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덩샤오핑의 최대 정치적 오점으로 꼽히는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관련한 부분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톈안먼 사태가 발생한 1989년 6월 덩샤오핑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2014.8.22 harrison@yna.co.kr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이 1984년 12월 홍콩 주권을 중국으로 반환하는 내용의 '중·영 연합성명'(中·英 聯合聲明) 서명 직전 성명에서 홍콩에 50년간 자치를 보장한 것은 "중국의 현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덩샤오핑은 1984년 12월 19일 연합성명 서명식 개최 직전 베이징(北京)에서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와 만나 이같이 밝히면서 "(홍콩의 주권 반환) 50년 후 중국의 경제 수준이 선진국에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명보(明報)가 최근 비밀해제된 영국 외무부의 회담 기록을 인용해 31일 보도했다.

기록에는 덩샤오핑이 "이 기간 중국 경제 발전을 위해 대외 개방이 필요하다"며 "홍콩의 번영·안정 유지가 중국의 경제 현대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돼 있다.

또한 덩샤오핑은 "중국은 대만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다음 세기(21세기) 첫 50년간 대만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방국이) 중국 정책의 이면을 고려할 수 있다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정책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오해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기를 희망한다는 점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대처 총리에게 부탁했다.

중·영 연합성명에는 1997년 7월1일부로 홍콩의 주권을 중국에 반환하되 50년 뒤인 2047년까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 원칙에 따라 홍콩에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를 시행하지 않는 등 고도의 자치와 집행권(행정권)을 보장하도록 명시돼 있다.

중국은 일국양제 원칙을 대만과의 통일에도 적용하기를 원하고 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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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안

[동아시아를 묻다] 2014 : 유라시아의 세기

 [이병한 동아시아 연구자]
 
중국화와 탈중국화

중화권 매체들이 꼽은 올해의 신조어로 '아태시간(亞太時間)'과 '중국세기원년(中國世紀元年)'이 있다. '아태시간'이란 지구 문명의 주축이 '구미(歐美)'에서 '아태'로 변경되었다는 뜻이다. 1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을 그 분기점으로 삼는다. 지난 5월 상하이에서 "아시아인의 아시아"를 역설했던 시진핑은 11월 베이징에서 "아태몽(亞太夢)"을 강조했다.

'중국세기원년'은 국제통화기금(IMF) 발표에 따른 것이다. 실질 구매력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질렀다. 명실상부 가장 큰 경제 규모가 된 것이다. 1872년 미국이 영국을 제치고 수위로 등극하고 나서 140년 만에 자리가 바뀐 것이다. 그 추세는 더해갈 것이다. IMF의 전망을 빌면 신중국 건국 70년이 되는 2019년에는 미국과의 격차가 1.2배로 벌어진다. 2049년에는 3배 이상이다.

그러나 중국세기의 원년이라 해서 아시아 태평양이 화평하지는 않았다. 미국 탓, 일본 탓만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반중(反中) 시위가 유독 거세었다. 대만(타이완)과 베트남에 이어 홍콩까지 반중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화평굴기'가 무색한 한 해였다.

그러나 모순과 착종으로 보이는 '중국세기'와 '반중시위'야말로 동시대의 정곡을 짚는다. 동아시아의 20세기를 지배했던 제국주의-반제국주의, 식민주의-탈식민주의, 동서냉전의 동학이 옛 일이 되었다. 어느덧 역내 역학구도의 중심에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화와 탈중국화의 길항, "탈중국을 위한 중국화"로 작동했던 중화 세계의 오래된 규정력이 재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본의 '우경화'조차도 중화 세계의 경계에 외따로 있었던 왕년의 양태와 흡사해지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 만큼 동아시아의 미래는 역사와 포개어지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홍콩(1997년), 마카오(1999년), 대만(2???년)을 품어가는 과정 또한 대청제국의 서진에 빗대어 볼 수 있다. 중원의 유교 문명과 일선을 긋는 불교와 이슬람 문명권을 '번부(藩部)'로 아우르는 과정과 흡사하다. 영국, 포르투갈, 일본의 식민지였고 자본주의 체제를 경험했던 주변부를 '일국양제'로 포섭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질적인 체제를 내부로 품어 가면 갈수록 중국은 20세기형 국민 국가에서 벗어나 왕년의 복합적 문명 국가, 즉 중화 제국적 속성을 회복해 갈 것이다. 아니 얼마나 제국성을 복원해내느냐에 따라 '중국의 세기'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중화 제국의 재림은 늘 그렇듯 동아시아로 한정되지도 않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세기'를 상징하는 변화의 바람은 태평양이 아니라 서역에서 불고 있다. 유라시아의 대륙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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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一帶一路)

지난 12월 9일, 마드리드 역에 특별한 열차가 도착했다. 1000톤 화물을 실은 이 기차의 출발역은 중국 저장성 이우(義烏) 시. 11월 18일에 출발했으니 3주가 걸렸다. 이우에서 마드리드까지는 총 1만3000킬로미터, 시베리아 횡단 철도보다 40%가 더 길다. 새천년 유라시아 횡단 철도의 개막을 알리는 세기적인 장면이었다.

아랍 세계와 중화 세계를 잇던 이우가 유라시아의 최서단 유럽까지 가닿은 것이다. 열차의 이름도 상징적이다. 이신오우(義新歐), 이우에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로루시, 폴란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7개국을 거치는 노선이니 중화 세계와 이슬람 세계와 유럽 세계를 한 줄로 엮는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미국의 대륙 횡단 철도는 20세기를 예비하는 사건이었다. 러시아는 동진하고 미국은 서진하여 각각 태평양에 닿음으로써 '태평양의 세기'를 기초했다. 21세기는 중국과 유럽이 직통한다. '신 동방 무역'의 시대, '유라시아의 세기'이다.

지난 200년, 바다길이 초원길을 압도했다. 지금도 지구적 컨테이너 교역의 9할이 바다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중국은 유라시아 횡단 철도를 통한 교역 혁명을 도모하고 있다. 미래를 향해 과거로 돌아간다. 역사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복구해 낸다.

실크로드의 후광을 재활용하고 있다. 비단길과 초원길은 문명 간 연결과 통합의 상징이었다. 19세기 이래 강대국 정치(Great Game)에 참여하는 대신 경기의 규칙(Rule of Game)을 바꾸려하고 있다, 지정학적 분할 지배(divide and rule)로 갈라졌던 유라시아를 중화망(中華網, Chinese Network)으로 (재)통합하려는 것이다.

11월 베이징 APEC에서는 새로운 규칙도 마련되었다.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에 22개 아시아 국가들이 가입했다. 새 은행을 제안한 지 1년 만이다. 이로써 유라시아의 동서남북을 (다시) 잇는 통신망, 교통망, 에너지 망이 구축될 예정이다. 특히 브릭스은행 출범에도 합작했던 인도가 적극적이었다.

지난 5월 출범한 모디(Modi) 신정부가 유라시아 (재)통합에 호의적이다. 아시아의 오래된 양대 문명국이 아시아 신질서 건설에 의기투합한 것이다. 그래서 은행 출범 취지에 굳이 '정의, 공평성, 투명성'을 명기했다. 1966년 미일 주도로 발족한 아시아개발은행을 겨냥한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이미 남아시아와도 연이 깊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최대 교역국이자, 스리랑카와 네팔에서는 두 번째 교역국이다. 남아시아 15억, 동남아시아 6억, 중국 14억이 하나로 통합되는 35억의 유라시아 통합 시장이 머지않았다.

중국의 '개혁 개방'이란 미국/일본이 주도했던 아시아 태평양에 뒤늦게 접속하는 전략이었다, 그래서 동남부 연안이 거점이었다. 외국 자본을 유치하여 세계 체제에 편입했던 것이다. 이제 는 적응을 마쳤다. '개혁 개방'을 개혁하고 개방하고 있다.

서부 대개발은 중국내 지역 불균형 해소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자본의 대외 진출과 신용 제공을 통해 유라시아 연결망을 복원하는 사업이다. 중국식 표현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실크로드 경제 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대안적 세계 체제 건설에 발동을 거는 것이다.

더 나은 세계 체제일지 단언할 수는 없다. 더 못한 세계 체제가 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하지만 퍽이나 다를 것임은 분명하다. 미국은 구세계와 단절한 신세계(Brave New World)의 정점이었다. 반면 중국은 오래된 세계의 정수이다. 미국(과 소련)이 진보(Progress)의 유토피아였다면, 중국의 이상은 늘 역사의 복원, 중흥(中興)에 있었다. 2014 갑오년, 중흥의 밑바탕이 그려졌다.

동/아시아와 동/유라시아 

APEC 국가들 가운데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이 있다. 미국, 일본, 호주(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한국이다. 반면으로 연말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한-베트남 FTA가 타결되었다. 베트남은 러시아와 관세 동맹도 체결했다. 유라시아의 시공간 압축이 갈수록 역력하다.

돌아보면 1990년대 초 한-소련(러시아), 한-몽골, 한중, 한베트남 수교 이후 일관된 흐름이었다. 세계화의 실상이란 분리 지배당했던 문명권 내부와 문명권 간의 교류를 회복해가는 과정이었다. 한국 또한 유라시아의 (재)통합에 깊숙하게 편입되어 있었다. 다만 20세기 머물러 있는 허위의식이 새 천 년의 변화를 자각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백 년의 관성이고 적폐이다.

그럼에도 작금 지배 세력의 수준과 반체제 진영의 실력을 보건대 반동과 퇴행의 세월이 조만간 그칠 성 싶지가 않다. 장기전을 준비해야 하겠다. 동/아시아만으로는 부족하다. 동/유라시아에서 전개되고 있는 신구(新舊)와 고금(古今)간의 거대한 반전을 담아내기 힘들다. 더 큰 그릇이 필요하다. 한반도를 (다시) 유라시아와 접속하는 방법을 연마할 필요가 있겠다. 이제는 유라시아를 물을 때이다.

이병한 동아시아 연구자 (tyio@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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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박근혜정부 구조개혁 성공하려면 국민 공감대부터 얻어야
비정규직 위한 재원, 정규직 지원 줄이는 개혁과 함께 해야

 

재정개혁이 빠진 건 실망스럽다. 국가부채가 증가하는 데는 언론과 국민의 책임도 크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정규직이 가진 걸 나눠야 한다."

그는 최근엔 인터뷰를 자제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구조개혁 추진 방안에 대해선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분야 구조개혁을 새해 경제정책방향의 핵심 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직후였다. 불과 한두 시간 내 작성했을 법한 정부의 구조개혁방안에 대한 그의 자필 분석 메모는 A4 9쪽에 달했다. 일목요연하게 풀어내려간 메모는 30여년 경제관료로서 정통코스를 밟아온 그의 관록과 혜안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과정의 산증인이자 외환위기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를 이끌며 기업 구조조정의 사령탑 역할을 한 3선 의원 출신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장관. 그는 과거 구조조정과 현 정부의 구조개혁 간에 어떤 데자뷔(유사성)를 본 것일까. 강 전 장관은 "정부가 구조개혁에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개혁추진의 동력으로 국민적 공감대부터 얻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는 세밑 경기 성남시 강 전 장관 자택에서 진행됐다.


?'개혁은 피를 먹고 산다.' 반발과 어려움이 따른다는 걸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말 아닌가. IMF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 경험에 비추어 박근혜정부의 구조개혁 성공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15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은 30여년간 쌓아올린 국가경제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 같은 위기의식을 가졌었다. 구조개혁은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기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 개혁이 추진동력을 갖게 된다. 일례로 김대중정부 당시엔 정기적으로 '국민과의 대화'란 TV토론을 가졌다. 공감대 형성에 상당히 기여했다. 또 왜 개혁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추진과정도 투명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외환위기 당시엔 우리 경제가 젊고 관료사회도 강했다. 박근혜정부 임기가 3년 남았는데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하나.

▲우리 사회는 점차 대통령, 정부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드는 시대로 간다. 그러니까 분권화,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분권화의 대표적인 게 인사권이다. 사실은 책임장관제를 반드시 해야 한다. 개혁을 추진할 주체가 공직자인 경우가 많지 않나. 그러나 지금 공직사회는 굉장히 수동적이다. 전부 대통령 지시만 덮어놓고 베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대통령 지시를 신이 나서 밀고갈 주도세력이 없어지게 되는 거다. 빨리 탈피해야 한다.

?집권 3년차의 구조개혁 지향점은.

▲구조개혁은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한 것이다. 사실 정권을 막 잡았을 때 인수위 같은 곳에서 아주 강도 있게 추진했어야 했다. 그러나 소위 복지공약 약속을 지키겠다는 심리적 부담으로 어떻게 하면 복지공약을 제대로 추진할지 재원 마련에 온통 골머리를 앓았다. 지하경제 양성화, 2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공허했던 얘기라는 게 증명되지 않았나. 비정상의 정상화, 무거운 과제다. 이 진통 과정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 여러 정권에서 일해 보니 5년 단임제의 특성상 개혁추진 동력은 잔여 임기에 비례한다. 정부가 문제의식을 갖고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 높이 평가한다. 지금이라도 착수해 남은 임기 3년간 개혁의 기본틀만 완성해도 이 정권의 큰 업적이 될 것이다.

?4대 구조개혁 부분 중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가장 어렵고 격렬할 것으로 보이는데.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경직성을 완화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단계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처럼 경영진이 적자 상황에서도 정규직에 대해 손을 못댄다? 이건 너무 경직적이다. 비정규직 보호나 지원을 위한 재원은 정규직에 대한 보호나 지원을 줄이는 개혁과 동시 추진해야 한다. 재야와 소통이 잘된다고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동시장 개혁만큼은 밀어붙여선 안된다는 걸 알고 노사정위원회를 장관급으로 만들어 대타협을 시도했다. 당시도 민주노총은 참여를 거부했다. 주요 대기업들의 노조를 장악하고 있는 민노총이 참여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민노총도 이제는 국가 전체 장래를 보는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정부가 금융분야 구조개혁 방안을 내놓긴 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개혁은 더 이상 지연해선 안된다. 한국 금융은 관치운영체제를 탈피하겠다는 개혁정신의 실종으로 경제의 선순환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돈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악순환의 요인이다. 금융이 낙후된 건 관치 탓이다. 근본적으로 금융 거버넌스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금융기관 수장 인사에 이런저런 잡음이 나오는 건 금융이 자율적인 거버넌스 시스템을 못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민영화한다고 했던 게 언젠데 아직 안하고 있다. 우리금융이나 KB금융 사태를 보면 정부가 관치금융에서 손을 떼기가 싫다는 방증밖엔 안된다. 이를 개혁하지 않고선 금융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는다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정권들이 금융에 대한 권한을 놓기를 싫어한다. 과거 얘기를 하자면 김영삼정부 초기 청와대에서 그간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대신할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만들라고 했다. 요지는 관치에서 시장경제로 넘어가는 거라고 하더라. 당시 경제기획원 차관보였던 내가 신경제 5개년 계획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갔다. 제1번을 관치금융 철폐로 하자고 했더니 그걸 빼라고 하지 않던가. 금융을 계속 정부통제하에 두면서 무슨 시장경제, 신경제라고 하느냐 대판 싸우고 나왔다. 금융을 장악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있었던 거다.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계기업 중 규모가 있는 기업이 쓰러질 경우 외환위기와 같은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마인드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채권단 협의체를 만들고 금융이 산업현장에 들어가서 살려야 할 기업과 도태시켜야 할 기업을 살펴봐아 한다. 금융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져야 한다.

?최경환 경제팀이 새해 화두로 제시한 4대 구조개혁안 중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재정개혁이 빠져 실망스럽다. 이 정부 들어와서 재정개혁 한다는 소리를 못 들어봤다. 재정개혁은 정부가 확고한 의지만 가지고 있으면 할 수 있는 건데 이를 빼놓고 개혁과제를 잡은 것 자체가 난센스다. 복지재원 조달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일부러 표면화하려고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싶다. 국회도 정부가 제출한 예산에 무슨 사업을 끼워넣을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지, 줄이는 데는 고민이 없어 보인다. 지방정부도 절약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노력을 해야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겠나. 재정을 푸는 건 좋다. 그러나 적어도 건전재정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고삐 푼 것처럼 계속 늘게 하는 건 무책임한거다. 언론과 국민의 책임도 크다. 비판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재정개혁만으로 복지재원 충당이 가능한가.

▲우선 근본적으로 지출구조를 바꿔서 복지재원을 최대한 만들어보고 안되면 실효성 있는 세수증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증세 얘기인가.

▲보편적 복지엔 반드시 보편적 증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갈 길은 빚을 늘리는 것이거나 아니면 복지공약을 못 지키든가다. 국민들은 재정적자가 늘어나도 당장은 부담이 되지 않아 무디지만 결코 가벼운 얘기가 아니다. 증세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판단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물가안정 상태에선 부가가치세 인상을 검토해볼 만하다. 유럽의 경우 단계적으로 복지를 늘리면서 부가세를 계속해서 올렸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민간임대주택시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규제가 문제다. 과거 우리 주택시장 정책은 서민들 집 갖게 하고, 부자들이 주택을 투기수단으로 삼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서 완전히 환골탈태해야 한다. 주택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소위 임대사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철학부터 바꿔야 한다. 집 짓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짓게 하고, 선진국처럼 은퇴자들이 노후대책으로 집을 사서 세 놓을 수 있도록 다 풀어줘야 한다. 임대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투기꾼으로 몬다든가 세금으로 다스려서는 안된다. 1가구 다주택 중과세 규제 그런 건 이제 그만해야 한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 중이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은 개혁추진 계획을 번복했다.

▲개혁의 반발심리를 너무 낙관적으로 본 거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단순히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만 목표를 둬선 곤란하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게 공직사회의 청렴성 확보와 노후생활 안정이다. '더 부담하고' 적정 수준의 연금을 받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 투자 활성화를 끌어내는 게 사회적 화두인데.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려면 지자체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환경단체, 지역주민들도 상대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에 나가서 투자할 때는 그 나라에서 큰소리 치면서 한다고 하지 않나. 투자에 필요한 걸 일괄처리해주는 시스템 마련 등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기재부가 발표한 기업 신사업 재편 원샷 지원은 매우 잘하는 개혁 추진이다.

?금리정책이 초미의 관심사다.

▲대외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 일본, 유럽연합(EU)은 제로금리를 운영하고 심지어 중국도 금리를 낮추지 않나. 지난 4~5년간 한국은행은 금리에 대해 너무 경직적이었다.

?지금 우리 경제의 시침은 어디쯤 와 있나.

▲일본의 뒤를 따라가지 말자. 나는 그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따라가고 있다. 과잉 복지공약으로 정부가 빚내는 것이나 구조개혁 과제, 국가규모에 비해 경쟁력을 못 갖춘 금융, 이민정책에 소극적인 것 등등이 일본 따라가기다.

?대외경제협력은 어떻게 가져가야 한다고 보나.

▲내 지론은 한·중·일이 중심이 되고 아세안이 참여하는 동아시아경제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는 거다. 한·일 관계는 정경분리를 해서 경제분야에서는 결코 소원해져서는 안된다. 또 경제공동체에 북한도 참여시키면 한반도 문제는 자동 해결된다. 혼자 놔두면 (북한이)핵을 포기하겠는가.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승호 기자

■강봉균 전 장관은

3선 의원을 지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장관(71)은 합리적인 중도성향의 경제원로로 평가된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일곱번이나 받았다"고 말할 정도로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의 첫 직업은 교사였다. 가정 형편상 대학에 가기 어려웠던 그는 군산사범학교를 택했다. 졸업 후 전북 고창 등지에서 교편을 잡았다. 3년여간의 교원생활을 두고 그는 순수하고 꿈 많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그 시절 추억 때문인지 그의 애창곡은 '섬마을 선생님'이다. 교원 생활을 병행하며 주경야독으로 서울대 상대에 입학한 그는 대학 4학년때인 1969년 행정고시(6회)에 합격, 공직에 입문했다. 경제기획원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3~7차)입안을 관여·주도했다. 경제기획원 국장 시절 현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같이 일한 인연이 있다. 지난해 7월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최 부총리가 경제수장으로 내정·발표됐을 때 "관료 출신으로 거시경제를 잘 알고 정치경력까지 겸비한 적절한 인사"라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김영삼정부에선 노동부 차관, 경제기획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이어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정부에서도 기용돼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치며 재벌 개혁, 부실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진념·이헌재 부총리와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드림팀 4인방으로 회자된다. 현재는 경제기획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 출신 전직 관료들의 모임인 재경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약력 △서울대 경영학 학사 △윌리엄스대 경제학 석사 △한양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6회) △노동부 차관 △경제기획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재정경제부 장관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 △16·17·18대 국회의원 △재경회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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