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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2015-11)

구봉88 2015. 1. 6. 00:18

기업경영정보관련 모음입니다.

(GMRI  Business Intelligence 2015- 11호,  2015.  1.   4.)

 

 

 

본문이미지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1.美 달러, 9년래 최고…"달러강세 이제 시작일뿐"

  2."통화전쟁·원유전쟁, 올해 동아시아 경제에 최대 난제"

  3.올해 한일관계 개선 2월까지가 '골든타임'

  4.임진강 하류엔 국제도시, 강원 고성엔 평화공원 ‘시한폭탄’ DMZ가 남북의 블루오션 될 수 있어

  5.외교 궁지에 경제 먹구름 … 김정은, 남북관계로 출구 모색

  6.두바이유 새해에도 계속 하락…유가 50달러선 붕괴되나

 

기업경영

  1.[미리보는 CES2015]올해 화두는 '퀀텀닷'·'사물인터넷'·'중국'

  2.이통업계 "올해 최대 승부처는 IoT"...경쟁 본격화

  3.'우버'가 틀렸다고 '공유경제'가 틀렸을까

  4.금융산업 칸막이 없앤다…업체간, 업권간 생존경쟁 치열 전망

  5.`정용진의 야심`..꽃잎 뗀 신세계百, 그룹 맏형으로 키운다

  6.시장교란 논란 빚던 ‘정부3.0’ 민간지원 충실하게 궤도 수정

  7.“중국과 제조업 경쟁 불필요 … R&D로 이겨야 IT강국”

  8.‘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광고, 현실화될 날 멀지 않다

  9.[Biz Report] 스마트폰앱으로 사고 백화점서 받는다

  10.중국판 포레스트 검프

  11.[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에어아시아의 작은 신화

  12.중국 '핀테크' 서비스?, "메신저도 차단됐는데..."

 

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1.'위험사회론' 세계적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 사망(종합)

  2.저커버그 새해 결심은 '독서'…첫책은 '권력의 종말'

  3.선수와 교감하며 항상 메모 … ‘슈첩’ 속에 우승 해법 있다

  4.[김대수의 수학 어드벤처] 라이프니츠가 고안한 2진법은 음양 사상의 산물

  5.‘남경주’를 버렸더니 신세계 … 무대 인생 2막이 열렸다

  6.[김대식의 'Big Questions'] 트라우마가 두려운 건 악몽을 영원히 반복하기 때문

  7.한국, 동아시아 신질서 위한 새로운 외교 절실

  8.서양엔 넬슨, 동양엔 이순신 … 해외서도 인식 확산 중

  9.생존 현장에서 ‘다문화 덕수’와 공존하는 터로 진화

  10.[중앙SUNDAY 신년 인터뷰] 자원·환경·금융 … 인류 문제 해결할 글로벌 법체계 만들자

  11.문건 진위 확인했지만 '비선실세' 의혹은 여전

  12.올해 희망의 사자성어는 '정본청원'

 

 

               박 두규드림 

       dgpark5909@hanmail.net

(010-3616-3013, 042-629-6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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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경제.산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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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 달러인덱스 91선 노려..1달러=120.59엔 `7년반 최고`
- "강한 달러수요 상당기간 지속"..달러-엔 일부 신중론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새해 벽두부터 미국 달러화 가치가 추가로 상승하면서 근 9년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유로존과 일본, 중국 등 약해 빠진 세계 경제의 체력으로는 미국 경제 호조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재료를 막을 길이 없다. 달러 강세는 상당기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6대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90.94까지 상승하면서 지난 2006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7월말부터 본격 랠리를 보이며 한 해동안 12%나 상승한 바 있다.

개별 통화별로도 달러화는 1유로당 1.201달러까지 상승하며 유로화대비 4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고, 일본 엔화대비로도 1달러당 120.59엔을 기록하며 7년 반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에 5%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고 휘발유값 하락 등 외부요인까지 가세하면서 연초에도 경제 전망이 밝다. 올 연간 성장률이 3%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이에 맞춰 연준은 올 하반기부터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반면 전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새해 첫날부터 연초 완전한 의미의 양적완화를 채택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시사했다. 드라기 총재는 독일 경제 일간지인 한데스블라트(Handelsblat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필요할 경우 올해초에 우리 부양정책의 규모와 속도, 구성요소 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기술적 준비를 다 해놓고 있다”며 “이는 통화정책위원회 내에서 이미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로존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ECB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수단들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일본은행(BOJ)도 추가 부양조치를 강구하고 있고, 중국 인민은행은 이미 지난해말부터 기준금리 인하와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부양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랠리가 올해에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킷 저키스 소시에떼제너럴 글로벌 스트래티지스트는 “달러화 수요는 유로화 약세 그 이상의 수준까지 와 있다”며 “중국 경제 둔화와 유가 하락,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 등으로 인해 달러화 강세는 더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특히 `가트먼 레터`의 저자인 데니스 가트먼은 “미국 경제의 호조가 지속되고 이머징마켓은 부진을 보이면서 양쪽 통화정책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며 “이렇게 본다면 달러화 강세장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며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일부에서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큰 차이는 없는 편이다.

보리스 쉴로스버거 BK자산운용 외환전략 이사는 “달러화가 전세계 통화의 왕(王)이라는 전제에 대해 시장이 믿기 어려울 만큼 자기만족적”이라고 지적하며 “이런 점에서 달러화 강세는 불균형적일 수 있으며, 특히 주식시장에서 매도공세가 강화될 경우 달러는 엔화에 대해 다소 약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역시 “유로대비 달러는 계속 강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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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전쟁·원유전쟁, 올해 동아시아 경제에 최대 난제"

한경연 라운드테이블 "한국 시민사회 지수 12년간 그대로"

"미국 금리인상 단행시 1997년 같은 금융위기 발생 우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통화전쟁과 원유전쟁의 와중에 미국이 금리인 상을 단행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이 1997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4일 미국 보스턴 콜로네이드호텔에서 한미경제학회, 한국경제학회와 공동 개최한 '2015년 아시아 및 세계경제 전망' 라운드 테이블에서 오정근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이같이 전망했다.

오 연구위원은 "통화전쟁과 원유전쟁이 초래할 파장을 어떻게 헤쳐갈 것인지가 올해 동아시아 경제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일본·유럽의 양적완화 가속화,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는 통화전쟁을 가열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동남아 신흥시장국의 자본유출이 외환위기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에 1997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화유동성 점검과 함께 동아시아 통화금융협력제도의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방남 미국 드렉셀대 교수도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자본유입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로존과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이 이들 신흥국의 자본유입 감소폭을 축소시키는 완충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대내외 여신과 뱅크론을 통한 자본이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구조개혁과 경제재건, 경제회생의 성공 여부는 국가시스템, 시장 메커니즘, 시민사회 등 거버넌스의 선진화 수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초고령 국가인 일본과 독일을 예로 들며 지난 2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은 정체와 퇴행을 거듭한 반면 독일은 역동적이고 건실한 시스템을 갖추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한 이유를 두 국가의 거버넌스 수준으로 설명했다.

분석 결과 일본은 부패, 법치, 관료의 질로 측정한 2012년 국가시스템 지수가 0.59로 독일(0.65)에 비해 낮았고 관용, 신뢰 수준으로 평가한 시민사회 지수도 일본(0.38)이 독일(0.46)보다 크게 낮았다.

우리나라는 국가시스템 지수가 2000년 0.37에서 2012년 0.54로, 시장 메커니즘 지수는 0.44에서 0.61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시민사회 지수는 12년간 그대로 0.30이었다.

김 원장은 "거버넌스의 수준 차이가 경제성장에 있어 중요한 결정요인임을 방증한다"며 "장기적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기 위해선 국가시스템 개혁과 시민사회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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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일관계 개선 2월까지가 '골든타임'

日 '도발 일정' 줄줄이 대기…교과서 검정 큰 고비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한일 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6월로 50년이 되는 가운데 2월까지가 올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분석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때까지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초를 만들지 못하면 그 이후에는 예상되는 일본의 '도발 일정'으로 상황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면한 첫 도발 일정은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매년 2월 22일 여는 소위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이름)의 날' 행사다.

2012년 12월 총선 때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중앙 정부 행사로 격상시키겠다고 공약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내각부 정무관(차관급)을 파견해 사실상 중앙정부의 행사로 치렀다.

지난해 12월 총선에 압승해 3기 내각을 출범시킨 아베 총리는 올해에도 이 행사에 중앙 정부 인사를 파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13∼2014년 수준으로 이 행사가 진행되면 한일 관계에 새로운 부담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 안팎에서는 3월말∼4월초에 있는 일본의 교과서 검정이 첫 고비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이 나온다.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자체는 예정된 일정이기는 하지만 내용상 새로운 도발에 해당한다는 점에서다.

일본의 교과서 검정 일정상 이번에는 중학교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1월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주장을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발표한 바 있다. 교과서 검정은 사실상 이 해설서대로 했는지를 보는 절차이기 때문에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 관련 내용이 이전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중학교 교과서 검정시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17종 가운데 14종이 독도를 일본 영토로 기술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검정을 통과한 모든 교과서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표현 강도도 이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 검정시 일본은 '독도는 일본 고유영토',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 등의 내용을 담은 사회 교과서 전부(4종)를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하는 것은 일본의 한반도 침탈 역사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면서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4일 "새로운 도발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점에서 교과서 문제가 한일 관계 개선과 관련한 1차 고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4월에는 일본 외교청서 발표와 야스쿠니 춘계 예대제(例大祭·제사)도 예정돼 있다.

우리 정부가 과거사 핵심 현안으로 꼽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일련의 '도발 일정'이 이어질 경우 국교정상화 50주년(6월22일) 계기에 양국 고위 인사들이 참여하는 기념행사 개최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원장은 "한일 양국이 관계를 개선하려면 이른 시일 내에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2월까지가 한일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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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두만강 다국적 도시만큼 김석철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여 온 건 ‘DMZ(비무장지대) 개발 계획’이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폭 4㎞, 길이 248㎞의 DMZ는 오랜 기간 버려진 땅이었다. 이곳에 물류와 산업·관광·에너지 인프라를 조성, 한반도의 블루오션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 60여 년간 분단의 상징이었던 DMZ를 남북 교류와 개발을 위한 대동맥으로 바꾸는 구상이다.

우선 DMZ 서쪽 임진강 하류에는 국제평화도시를 조성한다. 유엔의 유라시아 지역 본부와 국제기구, 각국 대사관과 외교·안보 관련 단체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상징적으로 통일 국회와 일부 행정부처, 국립박물관 등을 옮기는 안도 포함됐다. DMZ를 분단 현장이 아니라 국제 외교 중심지로 전환시키겠다는 발상이다. 김 위원장은 “개성이 고려 도읍 500년, 한양이 조선 도읍 600년 등 개성-서울 지역은 1000년간 한반도의 중심이었다. 이 지역은 통일 한반도의 명실상부한 수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DMZ 동쪽에는 세계평화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동해안과 접한 강원도 고성군 군사분계선 지역이 적합하다는 평가다. 가로 세로 2㎞의 공간을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단으로 처리해 화합과 추모의 시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한국전쟁 참전 21개국 정원(庭園)과 참전 군인 추모 묘역, 박물관·전시관·식물원 등을 조성한다. 이곳을 금강산·설악산과 함께 대형 국립공원으로 지정, 동해안 국제 관광 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김 위원장은 DMZ 주변 지역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사실상 방치돼 있는 DMZ 남북 지역 15㎞씩을 최대한 활용, 뉴욕 맨해튼처럼 개발하자는 뜻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파크를 조성하고, 농축산업과 제조업 등이 결합된 소규모 거점 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DMZ 개발은 한반도 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서도 안보 위협을 스스로 없애는, 1석2조의 방안”이라고 했다.

최민우 기자

‘두만강 다국적 도시’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김석철 교수.
몽상가인가 예지자인가.

건축가이자 도시설계자인 김석철(72)씨 얘기다.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두만강 하구 북·중·러 접경 지역에 다국적 자유경제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른바 ‘두만강 다국적 도시’ 프로젝트다. “두만강에 유라시아와 환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 도시를 만들어 북한의 경제 개발과 개방을 이끌고, 주변국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면 궁극적으로 남북한과 중·러·일 등 동북아 국가들이 다 함께 윈윈(win-win)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와 관련된 전시회를 12일부터 서울 동숭동 아키반 건축도시연구원에서 연다.

신선하면서도 허황된 꿈처럼 비칠 수도 있는 구상이다.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판에 중국·러시아·일본까지 가세해 판을 키우는 게 얼마나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면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왜 두만강인가.

“천혜의 지정학적 요충지다. 두만강 하구는 한국·미국·일본·동남아 등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유라시아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다. 반대로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유럽연합(EU) 등 유라시아 국가들이 태평양으로 나오는 출구다. 한마디로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대륙과 바다를 잇는 게이트다.

철로의 집합지라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유라시아의 중심 철도인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만주횡단철도(TMR)의 동쪽 종착역이 모두 두만강역이다. 여기에 동해를 따라 청진-원산으로 내려가는 북한 철도도 연결돼 있다.”

-과거에도 두만강은 중요했나.

“두만강의 중요성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조선 초 두만강 유역에 6진을 설치한 김종서 장군은 ‘이 땅을 개척하는 것만큼 시급한 일은 없다’고 했다. 1905년 러일전쟁 발발 직전 러시아 총사령관은 ‘조선을 잃으면 아시아를 잃는다’며 연해주로 군대를 보냈다. 지중해의 지브롤터 해협처럼 전략적 요충지다.”


-두만강 다국적 도시는 어떻게 만드나.

“두만강역을 중심으로 북한의 나진·선봉, 중국의 팡촨(防川), 러시아의 하산이 접하고 있다. 세 나라가 100만 평씩의 토지를 제공해 총 300만 평의 원형 성채 도시를 만드는 거다. 고대 바그다드, 시안(西安)과 견줄 만한 세계적 다국적 도시를 부활시키는 셈이다. 3국의 원형 성채 도시는 관광 산업과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한다. 도시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중국의 팡촨공원은 관광지로서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자본을 투자하고, 에너지·농식품·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하며, 남·북·중·일·러 등 5개국이 자유롭게 무역 거래를 할 수 있는 국제경제특구를 만드는 안이다.”

-두만강역 주변에 국제도시를 만들면 다 되는가.

“거기서 끝나면 반쪽짜리다. 철로만 연결돼 내륙을 이어줄 뿐 바다 쪽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주목하고 발견한 건 두만강 하류 굴포리다. 두만강은 사행천(蛇行川), 즉 뱀처럼 생겨서 큰 배가 못 들어온다. 또한 굴포리 역시 역사유적지인 데다 항만조건이 어려워 아직 항구로 개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20m 수심의 굴포 앞바다에 플로팅 아일랜드(floating island)를 만들어 그 자체가 대량의 천연가스와 곡류를 저장하는 방파제가 되면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항만이 될 수 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현대의 조선 기술은 우리의 상상력을 실현시킬 만큼 발달해 있다. 수심이 20m 정도 되면 20만t급 컨테이너선 20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대규모 국제항만을 건설해 낼 수 있다. 게다가 굴포리 부근 만포·동번포·서번포 일대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석호(바닷물이 섞인 해안호수)로 이뤄져 운하를 뚫을 수 있다. 결국 원형 성채도시와 굴포항을 만들고, 두 곳을 운하로 연결하는 게 두만강 프로젝트의 완성형이다. 아시아의 베네치아로 명명해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다운 외형이 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구미를 당길 요소는 무엇인가.

“유라시아의 인구는 46억 명에 이르고, 국내총생산(GDP)은 28조 달러에 이른다. 두만강 하류와 접해 있는 중국 동북 3성은 옥수수 등 식량이 풍부하고, 중국 철강 생산의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동해로 직접 연결되는 항구가 없어 ‘항문이 막혀 있다’고들 한다. 또한 러시아 시베리아는 천연가스의 보고다. 가스에서 운송비는 생산 원가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기에 유럽보다는 한국 등에 파는 게 훨씬 유리하다. 결국 두만강 다국적 도시를 통해 중국은 철강·농식품 산업 기지와 수출 기지를 얻고, 러시아는 동북아 에너지 수급망을 완성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2002년 이후 10년간 암수술만 네 번, 방사선 치료를 66차례 받았으나 현재는 완치된 상태다.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눈빛만큼은 어린 아이처럼 초롱초롱했다. “1969년 여의도 개발 설계안을 내놓았을 때는 정부 관료 중에 나를 총살시켜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지금도 두만강 국제도시라면 미쳤다고 하는 사람 숱할 겁니다.” 그가 두만강 프로젝트에 열정을 쏟은 건 10년이 넘었다. “베네치아에서 7년간 머물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탐구한 것 모두 두만강 도시 때문입니다.”

-북한이 적극적일까.

“북한은 그동안 경제특구나 개발구를 20여 개 지정했지만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하지만 다국적 도시는 외화 유입과 일자리 창출, 대외 신인도 상승, 나진·선봉과의 연계 개발 등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과거와 다른 접근방식으로 북한 경제가 대도약의 계기를 맞을 수 있으며, 중국·러시아가 함께해 남한과의 단독적인 경제교류보다 거부감이 덜할 수 있다. 반대로 중국·러시아의 이해가 직접적으로 걸려 있기에 북한이 함부로 깽판을 칠 수도 없을 것이다. 사실 북한으로선 극동의 이스탄불을 거저 얻는 셈 아닌가. 전향적으로 나올 것으로 본다.”

건축가라고 하기엔 김석철 위원장의 관심사는 폭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인터뷰 도중 그는 국제경제, 물리학, 세계사 등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눈가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김춘식 기자

-우리나라는 어떤 역할인가.

“일종의 프로듀서라고 할까. 두만강 다국적 도시는 러시아의 에너지, 중국의 자원·농산품, 북한의 노동력, 일본의 자본과 기술, 한국의 기획력의 총합체다. 우리가 설계안을 갖고 각국을 설득하며 실질적으로 일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한민국도 장기 침체 중이지 않나. 경제적·사회적 돌파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 불안은 더욱 쌓일 테고, 이석기와 같은 부류의 움직임도 사그라들지 않을 듯 보인다. 두만강 프로젝트가 북한보다 오히려 한국에 전환점을 주리라 기대한다.”

-자칫 북한의 군사력만 증강시키는 건 아닐까.

“그런 냉전주의적 사고로 북한과 어떤 협력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북한의 개발과 개방을 유도하는 건 결국 통일을 위해서다. 현재 남북한의 경제규모 격차는 40배나 벌어져 있다. 이런 상태론 통일할 수도 없으며, 통일해서도 안 된다. 준비 없이 통일했다간 북한 퍼주기에 급급해 남북한 모두 망할지 모른다. 경제적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동·서독도 25년이 지나도록 통일비용을 지출하느라 큰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을 일정 정도 이상 올려 놓아야 통일 이후에도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맡았나.

“그렇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이기에 두만강 프로젝트를 제안할 엄두를 낸 거다. 향후 20년간 외교와 통일 분야만큼은 박 대통령보다 더 뛰어난 지도자가 나오기 어렵다는 게 내 판단이다. 대북 관계에서 과거처럼 무조건 퍼주기도 아니며, 반대로 냉각돼 있지만 않고 적절히 냉온탕을 오가는 것도 진일보한 거 아닌가. 외교에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를 제외한 각국 정상과 이토록 허물없이 지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청와대에서의 퍼스트레이디 경험이 큰 학습 효과를 내는 게 아닌가 싶다. 박 대통령이기에 중국·러시아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게다가 신년 초에 북한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나. 절호의 기회다.”

-박 대통령을 만났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가 없어 편지를 보냈다. 두만강 프로젝트가 실행되면 그 공을 몽땅 내가 가져가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 거 같다. 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다. 본격화되면 절대 관여하지 않을 거다. 한반도는 분단된 상태에선 불완전 국가다. 통일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선 돌연변이 같은 혁명적 사건이 필요하다. 현실 운운하며 그저 계산기 두드리기 바쁠 때 세상을 바꾸는 이들은 몸으로 부딪치며 과감히 던질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단과 용기다.”

김석철 1943년 함경남도 안변에서 태어났다. 경기고와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와 서울 예술의전당,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등 당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설계했다. 도시설계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겨 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을 비롯해 중국 취푸(曲阜) 신도시, 베이징 경제특구, 쿠웨이트 자하라 신도시 등을 디자인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북·중·러 접경에 첨단산업 국제도시 세우면 북한도 다자 경협무대서 활동 가능해질 것
두만강 다국적 도시 건설 프로젝트의 핵심은 북한의 폐쇄적인 경제체제를 다자간 경제협력을 통해 개방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기존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원조나 지원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법이다. 실행된다면 한반도 안정에도 도움이 돼 동북아 평화체제 정착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현재 구상단계에 있는 이 프로젝트의 성패는 참여 대상국인 남북한과 중·일·러에 얼마나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프로젝트 구상안에 따르면 두만강 하구 북·중·러 3개국 접경 지역에 991만7355㎡(약 300만 평) 규모로 조성되는 다국적 도시에는 첨단 산업단지가 들어선다. 북한은 나진·선봉 지역, 중국은 팡촨(防川), 러시아는 하산 지역의 일부가 단지 부지로 쓰인다. 계획에 따르면 이 단지에는 전자·에너지·농식품 등과 관련된 첨단 산업설비가 들어서게 된다. 인근에는 항구는 물론 국제공항도 건설된다. 원형도시로 건설될 이 산업단지에는 다양한 철도망과도 연결된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만주횡단철도(TMR), 한반도종단철도(TKR) 등이다. 따라서 다국적 도시는 철도의 허브로서 한반도 남쪽에서 유럽까지 잇는 물류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이 계획이 실행에 들어갈 경우 북한은 적지 않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북한 지역에는 자동차와 전자 등 첨단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남한 기업들의 투자 가능성도 있다. 중국 지역에는 철강·농식품 단지, 러시아 지역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시설을 비롯해 석유와 천연가스 등과 관련된 에너지 단지가 들어서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도시가 완공되면 상주인구는 5만 명, 유동인구는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에 숙박시설과 스키장·골프장 등을 갖춘 리조트가 들어서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도시는 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한국·일본·중국에서 만든 제품의 유럽 수출 집하장이 될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 중국의 자원과 자본, 러시아의 에너지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국제 도시로서의 조건을 갖추는 셈이다.

하지만 다국적 도시 건설에는 약 8조5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 건설에 필요한 기간도 13년이나 된다. 1단계(3년)에선 항만과 도로·운하 등을 건설하며 1조2000억원이 들어간다. 2단계(5년)에는 4조원을 들여 원형도시를 건설한다. 마지막 3단계(5년)에는 국제공항과 배후 산업단지조성 사업이 추진되며 3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 없는 사업이다. 관련국들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져야 실현 가능한 계획으로,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 과제로서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땅이 아닌 곳에서 우리의 구상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이디어 차원에서는 좋지만 결국 남북 간 정치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실행이 가능하다”며 “남북 관계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해야만 다자간 협력 프로젝트가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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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북한 김정은이 지난 1일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올해 남북관계에 대전환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3년간의 김정일 유훈통치에 이은 ‘깜짝 도전’이다. 김정은이 직접 육성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29일 통일준비위원회 이름으로 올 1월 남북 당국회담을 제의한 지 사흘 만이다. 그가 지난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북남 사이의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에 비해 구체적이고 파격적이다. 김정은은 왜 이 시점에서 승부수를 던졌을까.

신년사는 북한의 그해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과거 사례를 보면 대외·대남 정책보다 대내 정책 쪽의 의도가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대외 및 대남 정책은 좀 더 복잡한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모호하게 서술돼 그 의도를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김정은은 “남조선 당국이 대화를 통해 북남 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며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과거와 달리 신년사의 20%(1만504자 중 2007자)를 남북관계에 할애한 것은 북한의 현실적인 문제를 돌파하려는 김정은의 복잡한 고민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조동호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의 자신감과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현실적인 고민은 두 가지다. 첫째는 외교적 궁지 상황이며, 둘째는 불안해진 경제 사정이다.

인천 방문 뒤 성과 없자 내부서 불만

북한은 기대했던 북·러 관계가 국제유가 하락, 루블화 폭락 등으로 러시아가 어려워지면서 선택폭이 좁아졌다. 가뜩이나 불편해진 북·중, 더디기만 한 북·미, 북·일 관계 개선으로 남한에 시선을 줘야 할 형편이 됐다.

김정은은 지난해 신년사에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난해 2월 한·미 합동군사훈련 기간에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면서 한국의 지원을 기대했지만 빈손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용해 당 비서, 김양건 당 비서 등 실세 3인방을 보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이런 분위기를 틈 타 조직지도부와 일부 군부 세력은 사회주의 국가와의 교류만을 강조하면서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로 돌아가려고 했다. 이들은 선군정치로 권력 기반을 다진 세력이다. 선군정치로 회귀하면 김정은은 이들 세력에 휘둘려 절대 권력을 누리기 어렵게 된다. 김정은이 지난 3년 동안 아버지 김정일보다 할아버지 김일성을 따라 하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정일도 사망 직전까지도 이런 점을 우려했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일은 ‘저들이 내 앞에서는 충성을 맹세하지만 내가 죽고 나면 어린 김정은에게 충성하겠느냐’며 걱정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정은은 이런 분위기를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선군이란 단어를 2012년 17회, 2013년 6회, 2014년 3회로 줄였고 올해도 3회만 사용했다. 심지어 김정일을 지칭하는 장군님이라는 표현도 2012년 65회, 2013년 26회, 2014년 8회, 올해 6회로 갈수록 줄어들었다. 신년사를 통해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한 것이다.

그리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코너에 몰려 있는 친위세력인 대화파를 구원해야 한다. 대화파는 지난해 김정은의 지시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부단히 뛰어다녔지만 성과를 내지 못해 지금 숨죽이고 있는 상태다. 이들을 살리고 외교적 궁지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빅카드가 필요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24일 김양건 당 비서를 통해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친서를 전달하면서 신호를 보냈다. 김양건은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의 진정성을 이해한다. 금강산 관광, 5·24조치, 이산가족 상봉 등의 문제에서 소로(小路)를 대통로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달 29일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현안이 테이블에 모두 오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북정책에 한·미 간 온도차 여전히 커


대북 소식통은 “그동안 남북 관계 개선에 반대했던 세력들이 김정은의 남북 정상회담 언급에 동의한 것은 북·중, 북·러 관계에서 더 이상 얻을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하게 언급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대북 적대시정책의 전환이라는 원칙적 입장만 밝힌 것도 한국과의 대화를 축으로 미국과 관계를 풀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미국 등 대외 관계 확장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도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꿈쩍도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소니픽처스 해킹과 관련해 북한 정부기관과 주요 인사에 대해 추가 제재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재 대상은 북한의 사이버전을 관리하고 있는 정찰총국과 탄도미사일 및 재래식 무기 거래를 맡고 있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북한군의 방위연구 지원을 위한 기술 도입을 책임지고 있는 조선단군무역회사 등 3곳이다. 이들 기관과 관련된 북한 고위 인사 10명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 특히 소니에 대한 파괴적이고 위협적인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을 위해 추가적인 제재를 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신년사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한·미 간의 온도 차이가 아직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경제 사정도 김정은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2011년 이후 3년간 플러스 성장(한국은행 추정)을 하던 북한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봄여름의 극심한 가뭄, 자금원인 광산물의 수출 감소, 과도한 건설 경기로 인한 외화 고갈 등이 원인이다.

따라서 올해 북한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가뭄으로 수력 발전이 어려워져 전력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김정은도 올해 신년사에서 “물절약형 농법을 비롯한 과학농법을 적극 받아들이고 불리한 자연조건을 극복하자”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중요한 외화수입원인 대중국 광산물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중국의 해외 자원 수입 수요가 급증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덩달아 급등한 덕분에 북한은 무연탄과 철광석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 둔화와 에너지 절감 정책으로 북한산 무연탄과 철광석의 대중국 수출은 2014년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무연탄은 26%, 철광석은 40% 수출이 감소했으며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광산물 수출은 대체로 국영 광산과 국영 무역회사가 담당하고 있으므로 광산물 수출액 감소는 국영경제에 들어오는 외화수입이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장성택의 처형도 북한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장성택이 경제를 책임졌던 2011년부터 3년간 중국으로부터 건설자재·경공업 제품들이 다량 들어와 북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돼 장성택이 처형되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됐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경제는 3년간 반짝 성장했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짝 성장하던 경제 다시 적신호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 김정은의 통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긴다. 그는 3년 전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불안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남북경협이 대안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 모두 집권 3~4년 차를 맞아 남북관계에서 성과가 필요한 시점에 이른 셈이다. 김정은도 이 점을 염두에 두었을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해 7·4공동성명을 언급했다.

문제는 북한이 내건 조건이다. 김정은은 군사연습 중단, 상대에 대한 사상과 제도 강요 중단 등을 주문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요구다. 북한이 핵에 대한 어떠한 조치를 표명하지 않은 채 한국에 군사연습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국방위원회 중대제안 등을 통해 이를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가 거부하면서 대화가 중단되기도 했다. 북한의 요구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어떻게 유연성을 발휘하는가에 따라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의 진정성과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관계에서 성과가 필요한 시점에서 최선·차선을 선택하는 것보다 최악·차악을 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ssk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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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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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유 가격이 새해 첫 거래에서도 계속 하락했다.

2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일보다 0.33달러 하락한 배럴당 53.27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12월 24일 소폭 오른 이후 이날까지 5일 연속 하락을 거듭하며 연일 최저수준을 경신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가 산유량 동결을 발표한 뒤 75달러 선에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와 브렌트유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같은 날 WTI 2월 인도분 선물은 전거래일 대비 1.1% 하락한 배럴당 52.69달러에 거래됐다. 5년 8개월래 최저치다. 작년 한해 동안 WTI 선물가격은 46% 하락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브렌트유 또한 1.6% 떨어진 배럴당 56.42달러까지 내려가며 2009년 5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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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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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정일환 기자 = 오는 6일부터 9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5'는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정보기술 업체들의 격전장이 예고돼 있다.

지난해까지의 화두가 주로 모바일과 스마트폰이었다면 올해는 '퀀텀닷'을 앞세운 TV와 스마트홈으로 대표되는 사물인터넷(IoT), 그리고 중국 기업들의 '깜짝쇼'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자동차와 IT가 합쳐진 융복합 기술도 자동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화질 끝판왕 '퀀텀닷 TV' 경쟁

커브드, 플렉시블 등 그동안 화면의 물리적 유연성 확대에 집중했던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올해의 경우 TV의 본질인 '화질'로 기술경쟁의 방향을 틀었다.

화질 경쟁의 정점에는 퀀텀닷(Quantum dot, 양자점) 기술이 자리잡고 있는데, 퀀텀닷은 전압이나 빛을 가하면 크기에 따라 각각 다른 색을 내는 나노미터(nm) 크기의 반도체 결정을 말한다. 가전업체들은 이 퀀텀닷을 필름 형태로 부착하거나 진공유리튜브에 넣는 등의 방식을 통해 TV로 선보이고 있다.

퀀텀닷 TV는 색 재현력이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만큼 뛰어나고 색 순도와 광 안정성이 좋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힌다.

올해 CES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중국기업인 하이센스, TCL, 창홍, 하이얼, 콩카, 일본기업인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이 자체 부스를 만들어 참가한다.


세계시장 TV시장 9년 연속 1위인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퀀텀닷 TV 신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고돼 있다. 지난해 9월 유럽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2014에서 중국 업체인 TCL에 선수를 뺏긴 아픈 기억이 있는 만큼 올해 CES에서는 다양한 퀀텀닷 디스플레이 제품을 한꺼번에 공개해 만회의 기회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퀀텀닷을 적용한 대화면 울트라HD TV를 선보인다. LG전자의 TV부문 주력제품은 울트라 올레드 TV지만, CES에서는 퀀텀닷 TV를 공개해 기술력을 확인시킬 예정이다.

중국업체들도 퀀텀닷 TV 경쟁에 합류할 전망이다. 이미 TCL이 퀀텀닷TV를 지난해 12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데 이어 하이센스와 하이얼 등도 퀀텀닷TVCES에 선보일 예정이다.

◆ 사물인터넷 신기술 격전 예고

CES 주최측인 전미가전협회(CEA)에 따르면 CES2015에 참가하는 IoT 업체는 900여개에 달한다. 전체 참가 업체(3500여개)의 25%다. 분야도 자동차, 보안, 센서 등 다양한 업체가 포진하고 있다.

CES 2015에서는 IoT가 구체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스마트홈과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사용자의 실제 생활을 얼마나 변화시킬 것인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IoT는 적용 분야에 따라 웨어러블,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발전이 이뤄지다가 최근에는 플랫폼의 공개를 통해 서로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조연설이 예정된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윤부근 사장도 IoT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전에서는 스마트TV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타이젠', LG전자 '웹OS 2.0'이 격돌한다.

타이젠 운영체제(OS)를 적용한 삼성 스마트TV는 새롭게 바뀐 사용자 환경(UI)을 적용해 조작이 더욱 쉽고 빨라졌다. TV이외의 다른 스마트 기기와의 연동, 여러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이는 스마트 콘텐츠 등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전자는 대화하듯 말로 모든 가전을 제어하는 '홈챗'에 힘을 싣고 있다. 구글 네스트 등 타 업체와의 제휴 역시 강조했다. 삼성이 TV를 중심으로 생활가전이 연결되는 방식이라면 LG는 특정 가전제품 보다는 생활자체가 구심점이라고 볼 수 있다.

◆韓·中 스마트폰 대전, LG vs 샤오미

이번 CES에서는 신형 스마트폰도 선보인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경우 새로운 버전의 공개를 계획하고 있지 않지만, LG전자와 중국의 샤오미, 화웨이 등의 신제품이 베일을 벗는다.

우선 LG전자는 커브드 스마트폰 'G플렉스2'를 준비했다. 4배 빠른 롱텀에볼루션(LTE) '3밴드(Band) LTE-A'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세계 최초 64비트 스마트폰이 될 예정이다. 퀄컴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10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져 퀄컴 스냅드래곤810을 탑재한 세계 최초 스마트폰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도 예고돼 있다.

'G플렉스2'의 해상도는 풀HD(1080x1920), 크기는 5인치 초반대로 알려졌다.

샤오미는 전략스마트폰 '미5(Mi5)'를 발표하며 미국 시장 본격진출을 선언할 이다. 미5는 5.5인치나 5.7인치 화면에 눈에 띄게 얇아진 베젤이 특징이다. 스냅드래곤805 프로세서, 3GB 램(RAM) 등 가격 대비 최고 수준의 사양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밖에 화웨이도 차세대 스마트폰인 어센드P8와 새로운 태블릿PC 미디어패드 X2 등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고, ZTE는 전략 스마트폰 '그랜드S3'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wh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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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업계 "올해 최대 승부처는 IoT"...경쟁 본격화

LG유플러스-홈 서비스, KT-관제기반 사업, SKT-플랫폼 사업에 중점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2015년 이동통신업계의 최대 승부처는 사물인터넷(IoT)이 될 것이다"

통신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접어든 가운데 이동통신 3사가 경쟁적으로 신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전선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IoT에서 불꽃 튀는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금까지의 IoT 사업이 시장 탐색을 겸한 '몸풀기'였다면 올해는 본게임이 시작돼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통사들은 저마다 IoT를 올해의 전략사업으로 꼽고 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올해 홈 IoT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회사의 전략적 목표로 제시된 '뉴 라이프 크리에이터'(New Life Creator)도 IoT에 방점이 찍혀있다.

클라우드 인프라와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고객맞춤형 IoT 서비스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일단 스마트폰으로 집안의 가스밸브 상태를 점검하고 잠글 수 있는 '가스락'처럼 안전·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홈 IoT 서비스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LTE·와이파이 등 경쟁사에 비해 잘 구축된 핵심 인프라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우리 삶을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드는데 사업 목표를 뒀다"고 말했다.

KT도 IoT 사업 확대를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황창규 회장이 작년 6월 모바일 아시아 엑스포(MAE)에서 IoT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IoT 표준을 정립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10월에는 일본·싱가포르·홍콩 등의 주요 이동통신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LG유플러스가 홈 IoT에 주력한다면 KT는 산업·공공 영역의 관제 기반 사업에 관심이 많다. 화물차주·화주 간 신속한 배차 연결을 위한 화물정보망서비스, 마을의 수질을 관리하는 상수도관제서비스 등이 KT가 현재 추진하는 IoT 사업이다.

KT는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 스마트 에너지 ▲ 통합 보안 ▲ 차세대 미디어 ▲ 헬스케어 ▲ 지능형 교통관제 등 5대 사업 전반에 IoT를 접목해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IoT를 별도의 사업영역으로 분류하기보다는 KT가 하고 있고 앞으로 할 모든 사업의 기술적 토대로 활용하겠다는 게 기본 전략"이라며 "올해부터 이러한 작업이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IoT 가치 사슬의 핵심으로 꼽히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IoT 사업을 강화·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2012년 자체 IoT 플랫폼을 상용화한 데 이어 정부의 개방형 IoT 플랫폼 과제인 모비우스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IoT 서비스로는 성장잠재력이 큰 자산관리(보안)·농업 지원·차량 제어 등을 주력으로 하되 웨어러블 기기 등에 활용되는 개인 IoT 상품·서비스도 본격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센서-통신모듈-장비-네트워크-플랫폼-콘텐츠로 이어지는 IoT 가치 사슬의 근간은 통신기술로, 통신사업자가 IoT에 집중하는 것은 시대적 숙명"이라며 "올해는 이통업계의 전선이 기존 통신 영역에서 IoT로 확장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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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김창현 기자] [우버 촉발 反정서 확산·법규제로 공유경제 성장판 닫힐라…"제도권 내 끌어들일 방안 검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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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와 세계주요 기업들간의 기업가치 비교/출처=초연결시대,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의 미래

`우버(Uber.com)돴 논란이 시끄럽다. 우버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승객과 빈 승용차를 연결해주는 서비스. 우리나라에선 우버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 서울시가 신고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다른 국가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단속과 규제가 병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버의 가치는 치솟았다.

최근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설립된 지 5년 밖에 안 된 벤처기업 '우버(Uber.com)'의 기업가치는 410억 달러(약 45조 1000억원)로 테슬라 모터스(258억 달러),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191억 달러), 메리어트(184억 달러) 등을 넘어섰다. 우버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승객과 빈 승용차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이다.

숙박 공유기업 '에어비앤비(AirBnB.co.kr)'는 기업 가치가 130억 달러(약 14조 3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호텔계 '전통 강자'로 통하는 인터콘티넨탈(100억 달러), 하이야트(96억 달러) 등을 따돌렸다.

두 업체가 핵심성장 동력으로 삼는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는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나눠 쓰는 협력적 소비 활동을 뜻한다. 이는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주력이던 전통 창업 시장과 달리 BM(비즈니스 모델) 중심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회계 및 컨설팅법인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는 2025년까지 세계 공유경제 시장은 3350억 달러(약 37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15년은 공유경제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시기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복수의 창업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 차원에서 '벤처·창업생태계 활성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투자를 받기도 이전보다 쉬워졌지만, 공유경제 서비스를 핵심사업으로 삼은 벤처는 해외 벤처 증가추이와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공유경제 서비스 기업은 쏘카·그린카(자동차), 푸른바이크 쉐어링(자전거), 희망장난감도서관(장난감), 국민도서관·책꽂이(도서), 코자자·모두의 주차장(공간), 플레이플레닛(여행경험) 정도로 해외시장에 비해 활성화가 더딘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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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상업경제와 공유경제의 차이점

◇'규제 장막' vs 공유경제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 교수는 국내 공유경제 비즈니스 사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법률체계 경직'을 꼬집었다. 그는 "대부분 공유경제 사업이 라이센스 비즈니스와 연관돼 있어 공격적으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우버 택시' 논란으로 공유경제 모델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시장 초기단계에 크게 부각되면서 반감(反感) 분위기를 형성하는 악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버는 현 제도권 내에선 불법과 탈법 요소를 지니고 있다. 택시 면허가 없는 기사가 운전하고 영업용으로 등록되지 않아 승객에 대한 보험 처리가 안 된다. 국내 택시요금 체계도 따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말 검찰은 '우버 택시'를 불법 운송 영업 혐의로 기소하고 법정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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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택시´ 설립자 겸 대표인 미국인 트래비스 코델 칼라닉씨와 우버의 국내법인 등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국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News1

공유경제 서비스 모델 확산에 따른 비정규직 양산에 대한 우려도 있다. 택시운전사는 조합과 노조가 있는 반면, 우버는 노동자로서 보호 받을 수 있는 울타리가 없다.

'초연결시대,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의 미래' 저자이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전략기획실장인 차두원 씨는 "공유경제 기업들이 새롭게 창출하는 일자리는 그 숫자만 증가할 뿐, 사실 비정규직이고 고용 불안 측면에서 대안이 없다"고 진단했다.

공유 경제 플랫폼에서 돈을 버는 이들을 부르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는 '불안정하다(Precario)'와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 노동력을 팔아 생활하는 계급)를 합친 것이다.

수입이 좋을 때야 장점이 많은 것이 공유경제 일자리지만, 이들이 일하는 플랫폼 회사에서 인력 운용에 관한 정책을 바꾸면 대응이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법적으로 이들을 보호해줄 곳, 사회적 안전망은 전무한 실정이다.

◇"제도권과 타협 적극 검토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버를 써 본 사람들은 "기존보다 더 나은 서비스"라며 옹호한다. 시장 경제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초기단계부터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면 자칫 전 세계 혁신 환경에서 뒤쳐질 수 있다"며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일 방안을 지금부터 적극 검토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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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 KISTEP 실장/사진=김창현 기자
차 실장은 "공유경제 연착륙을 위해 우선되는 것이 제도권과의 타협"이라며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건전한 공유경제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조산구 코자자 대표는 비정규직 양산 문제와 관련해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공유경제가 큰 흐름이라고 본다면, 노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방어막을 백업해 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권 내로 흡수하는 움직임도 일부 포착되고 있다. 기존 콜택시 시장이 잘 발달돼 있는 일본에서 우버는 직접 차량을 고용하고 여행 에이전시로 등록해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기존 택시들과의 공정경쟁을 위해 차량호출 앱을 사용하는 택시들은 호출 15분 후에 출발해야 한다는 '15분 법’을 지난해 1월 1일자로 시행했다.

한편, 선진국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토종 공유경제 벤처기업들을 위해 전문가들은 이 같이 조언한다. 정 교수는 "진출 국가 실정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차 실장은 "우버와 같은 해외기업들의 특징은 플랫폼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책임지지 않고 오직 관리에만 신경 쓰는 측면이 있다"며 "콜센터 운영 등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늘릴 수 있는 방향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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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칸막이 없앤다…업체간, 업권간 생존경쟁 치열 전망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박용주 기자 = 금융당국이 올해 2차 규제개혁작업의 화두로 고민중인 것은 '금융업권간 칸막이' 제거다.

작년에 불합리하고 낡은 규제를 찾아 폐지하거나 고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에는 금융산업을 혁신시켜 유망 서비스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전업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경쟁을 최대한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IT·금융 융합 통한 경쟁시스템 도입

전 세계는 지금 '핀테크(Fintech)'로 대변되는 IT와 금융의 융합작업이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지급결제, 송금, 대출, 투자중개, 보험, 예금 등 과거의 전통적인 금융영역에 알리바바, 구글, 애플 등 IT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다.

은행계좌나 실물 신용카드 없이 이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으로 지급결제를 하거나 송금하는 글로벌 모바일 시장 규모는 2013년 2천230억달러에서 매년 60%씩 증가해 2017년 1조4천760억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은 한국의 지급결제시스템이 상당수준으로 발달해 틈새시장의 편익이 크지 않았던데다 포지티브 방식의 금융법규와 금융체계로 핀테크 혁신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는 올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적 IT·금융 융합서비스 창출'을 모토로 규제개선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일단 방향은 규제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 오프라인 중심의 규율개편, 핀테크 산업육성 등으로 잡혔다.

새 상품이 나올 때마다 발목을 잡았던 보안성 심의를 폐지하는 등 사전적 규제를 최소화하고, 공인인증서처럼 특정기술을 강요하는 '기술장벽'을 없애 다양한 기술 개발을 독려키로 했다..

2003년에 만들어진 전자금융법 등 오프라인 중심의 서비스 규제는 대대적으로 손을 봐 새로운 IT환경에 맞는 규제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기반 조성, 전자지급수단의 이용한도 확대, 금융상품 판매채널 혁신, 온라인 기반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등도 중요 정책과제다.

◇소비자 금융혜택 확산…전문가 "대형사고 가능성 차단해야"

이러한 IT와 금융의 융합작업이 제 궤도에 오르면 소비자 편익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도입이 검토되는 금융상품투자자문업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금융소비자법이 개정되면 온오프라인에서 금융투자상품을 안내받을 수 있다.

특정 금융사 상품에 쏠리지 않도록 금융사로부터 독립된 지위를 부여하고 판매채널과의 독립성 요건도 엄격하게 설정해 철저히 소비자입장에서 객관적인 자문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계획이다.

특히 서민이나 사회초년생, 노년층 등 사회적 약자들도 쉽게 온오프라인에서 상품 자문을 받을 수 있게 자문료 수준을 현행 펀드 판매수수료(2% 가량)보다 낮추기로 했다.

금융상품투자자문업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의 연계로 금융소비자의 종합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도입 준비중인 이 계좌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넣어 일정기간 보유해 발생한 소득에 대해선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가 명확히 분리되면 금융소비자는 금융자문서비스 제공에 관한 선택권을 갖게 돼 효율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허용도 마찬가지다. 개인정보 보호, 지급결제 안정성 등 측면에서 아직 검토해야 할 내용이 많지만 외국 사례를 보면 인터넷은행의 출범은 수수료 인하, 저금리 대출상품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촉발할 요인이 분명하다.

중국 알리바바는 2013년 6월 온라인전용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을 출시해 작년 3월 기준 수탁액을 5천억위안(한화 약 82조원)까지 키웠다. 유통플랫폼 판매자를 상대로 저금리, 무보증, 무담보 단기대출 상품까지 출시한 상태다.

전자지급결제 대행업자에게 외국환 업무 허용을 통한 송금수수료 인하, 증권·보험사의 자금이체 기능 부여에 따른 고객 편의 증대 등도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제개혁방향에 공감하면서도 규제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병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규제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측 가능한 금융규제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규제는 포괄적인 금지규정이 많고 자의적인 규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종현 우리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완화는 필요하지만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하거나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한 통제는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yks@yna.co.kr

금융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독립컨설턴트' 통해 금융상품 산다

증권·보험사에 지급결제 기능 부여…모험자본 규제 대폭 완화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박용주 기자 = 금융회사로부터 독립적인 금융컨설턴트(IFA)와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업권을 넘어서는 상품 상담을 한 후 온라인상에서 직접 상품을 구입하는 시대가 올해 안에 열리게 된다.

은행의 전매특허인 지급결제 기능을 증권·보험사에, 외국환 업무 기능을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에게 일부 부여한다.

사모펀드와 사모펀드(PEF) 등 모험자본에 대한 규제는 대폭 완화한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2단계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마련해 이달 중순께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단계 금융규제 개혁 방안은 금융업권 간이나 금융업권 내 칸막이를 없애 경쟁을 촉진하고 보험자본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는 방안을 담고 있다"면서 "특히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해 판매 부문에서 금융업권간 강력한 경쟁이 일어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우선 펀드와 연금 등 상품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자문업을 도입하고, 펀드 슈퍼마켓과 같은 수수료가 저렴하고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온라인 직접 구매채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은행이나 증권, 보험사 등 금융상품 제조사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사 상품을 중심으로 구매를 권유하면 소비자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형식이 아니라, 금융사로부터 독립적인 컨설턴트와 다양한 업권·회사의 금융상품에 대해 상담한 후에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의미한다.

이런 방식이 정착되면 소비자는 판매사가 아닌 컨설턴트에게 수수료를 내게 된다. 영국 등 국가는 이들 컨설턴트가 상품 판매사로부터 판매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은행과 보험사의 계열 자산운용회사 펀드 판매 비중은 47.4%와 45.9%를 기록했다. 정보가 충분하지 못한 소비자들에게 수익률이 떨어지는 자회사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 많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금융상품 자문업 제도를 개인 종합자산관리계좌와 연계해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는 한 점포에서 은행·증권·보험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복합금융점포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오프라인상의 업권 간 칸막이를 추가로 허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증권사와 보험사에는 펀드판매대금과 보험금에 한해 은행의 전유권한인 자금 이체 기능을 부여하기로 했다.

증권사와 보험사는 자금 이체 기능이 없어 은행에 가상결제계좌를 개설, 우회적으로 자금을 이체해왔지만 이제는 자체적으로 이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의 외국환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신용공여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소액의 외환을 보내고 받는 것을 전담하는 외환송금업을 도입하고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에게는 외국환 업무 허용을 검토 중이다.

핀테크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IT와 금융업권의 벽을 허무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IT업체가 인터넷 전문은행업에 진출을 원할 경우 기업대출 업무를 배제하는 대신 산업자본의 의결권을 금산분리 상한선인 4%를 넘길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본은 산업자본의 인터넷 은행 진출 촉진 차원에서 인터넷 은행에 대해서는 산업자본이 20%까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법을 개정한 바 있다.

창조경제 지원 차원에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 모험자본을 활성화하는 방안 또한 2단계 금융규제 개혁 방안에 담을 예정이다.

헤지펀드 운용사의 진입을 인가에서 등록으로 바꾸고 자본금 요건은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모든 사모펀드는 설립 후 2주 내에 금융위원회에 사후 보고하면 되고 PEF 중 증권투자 범위는 자산 5% 이내에서 30% 이내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투자금 5억원 이상 적격 투자자에는는 사모펀드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2단계 규제개혁은 상품 판매 과정에서 금융업권 간 혹은 금융업권 내 벽을 허무는 것이 중심이 될 것"이라면서 "세부 내용은 추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yks@yna.co.kr,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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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 신세계百, 15년만에 기업 BI 교체..그룹과 별도 BI 사용
- 신세계百, 신사업 담당..이마트 이후 성장 주도
- 정용진 부회장, 신사업 성공으로 홀로서기 시도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세계백화점을 그룹 주력 계열사로 키우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2000년대 이후 그룹 성장을 이끌었던 이마트의 성장 동력이 둔화하자, 그룹의 원조 신세계백화점을 그룹의 캐시카우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복안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1월 1일 부로 기업 BI(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를 교체했다. 그룹과 함께 쓰던 붉은색 꽃잎 심볼을 떼고 ‘신세계’의 영문인 ‘SHINSEGAE’만 홀로 사용하기로 했다. 영문 ‘SHINSEGAE’ 역시 기존보다 자간을 더 넓혀 모던한 스타일로 업데이트 했다. 2000년 이후 15년만의 BI교체다.

기존 붉은색 꽃잎 심볼은 그룹이 계속 사용한다. 이로써 신세계백화점그룹은 그룹과 이마트(139480), 신세계(004170)백화점이 모두 별도의 BI를 쓰게 됐다.

신세계백화점이 붉은색 꽃잎 심볼을 뗀 신규 BI를 사용한다. 왼쪽이 예전 BI. 오른쪽이 신규 BI
신세계백화점이 그룹과 다른 별도의 BI를 쓰는 이유는 향후 신세계백화점이 그룹내 위상과 관련이 깊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문을 여는 하남 복합쇼핑몰과 동대구환승센터 등 그룹의 새 먹거리 사업을 주도하는 계열사로 향후 그룹의 캐시카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00년대 이마트가 신세계그룹을 먹여 살렸다면 내년부터는 그 역할을 신세계백화점이 상당 부분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영업규제 등으로 대형마트 업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신세계백화점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프로젝트 성공은 그룹의 지속 성장에 꼭 필요한 조건이다.

신세계백화점을 주력 계열사로 키우는 작업은 정용진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이후 그룹의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해 하남 외 수도권 10곳에 교외형 복합 쇼핑몰 건설을 계획하고, 부지 선정과 투자 활동을 직접 챙기고 있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정 부회장은 신사업 프로젝트 성공을 바탕으로 과거 ‘이명희-구학서 체제’가 이끌었던 이마트 부흥기에 버금가는 2기 신세계 부흥기를 도래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신사업이 성공해야 정용진 부회장이 비로소 홀로서기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완공될 동대구환승센터는 KTX 동대구역과 고속버스, 시외버스, 지하철 등이 한 곳에서 연결되는 초대형 교통복합시설이다.

신세계는 여기에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패밀리 테마파크 등 유통문화시설을 결합해 대구·경북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 계획이다. 이 공사가 완료되면 신세계 그룹으로서는 대구·경북지역 첫 진출이라는 숙원사업도 이루게 된다.

같은 시기 문을 여는 하남스퀘어는 쇼핑, 여가, 외식, 문화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국내 첫 교외형 복합 쇼핑몰이다. 신세계는 하남스퀘어 성공을 발판으로 인천 청라, 경기 의왕 등 전국 10곳에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세워 그룹의 새 먹거리로 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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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교란 논란 빚던 ‘정부3.0’ 민간지원 충실하게 궤도 수정

시장교란 논란을 빚어온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직접서비스가 단계적으로 축소되거나 폐지된다.

국무총리 소속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공동위원장 정홍원·김진형)는 지난해 12월 30일 제4회 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전략위는 ▶정부와 공공기관은 시범사업과 원천데이터를 제공하고 ▶민간영역과 중첩되는 서비스는 축소·폐지하며 ▶민간시장 활성화를 지원하는 등의 방향으로 공공데이터 전략을 수정키로 했다. 또 공공서비스 영향평가제를 실시해 민간영역과 중첩되는지 판단해 문제가 되면 중단을 요청할 방침이다.

부동산 종합정보, 전국 상가·상권정보, 진료·투약·건강정보 등 10대 분야는 올해 집중 개방된다.

전략위의 이번 결정은 현 정부가 추진해온 ‘정부3.0’ 정책의 궤도수정을 의미한다. 정부3.0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내놓은 핵심공약 중 하나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개방, ‘열린 정부’를 구현하고 창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적 효과도 얻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2013년 7월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공공데이터법)’도 제정했다.

하지만 정부3.0 정책은 곳곳에서 잡음을 냈다. 민간 측에선 “돈 되는 데이터가 없고 수정·변환 가능한 자료는 받을 수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직접 소프트웨어나 앱을 개발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박 대통령도 개선을 지시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서비스 개발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민간업체를 고사시킨다는 중앙SUNDAY 보도(2014년 4월 13일자 1면) 이후 지난해 5월 공공데이터 활용을 비롯한 정부3.0 정책 개선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공공에서 직접 서비스하는 것을 막고 제도적으로도 보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3.0 정책은 전환점을 맞았지만 가시적인 개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전략위 의결사항이 강제력을 갖지 않는 데다 각 부처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인식변화가 따라주지 않고 있어서다. 김진형 공공데이터전략위원장은 “공무원들이 관성에 젖는 경우가 많아 인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공공데이터 전략을 양(量)에서 질(質)적 변화 중심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계기사 14p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전국 39개 국립대학의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구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국립대학들의 노후한 재정·회계 시스템을 교체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554억원에 달한다. 당초 교육부는 ERP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일부 소프트웨어는 공짜로 보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직접 서비스가 민간시장을 교란하고 중소기업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지난해 9월 소프트웨어 직접개발을 재고해줄 것을 교육부에 공식 요청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가동 중인 소프트웨어 분야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시장에 상용 소프트웨어 제품이 있는데도 정부가 유사제품을 개발해 공짜로 뿌리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ERP업체들이 타격을 입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교육부, 국립대 ERP 직접 개발 포기

국무총리 산하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위원장 정홍원·김진형)도 제동을 걸었다. 전략위는 지난해 9월 ‘공공데이터 활용 서비스 제공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정부나 공공기관이 직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민간시장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또 공공기관의 업무에 맞게 제품을 수정하면 관련 라이선스 비용을 매년 개발업체에 지급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결국 이 권고를 받아들였다. 정부가 직접 제품을 개발해 무상으로 나눠주면 예산을 절약할 수 있지만, 민간시장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정부의 직접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한 업체가 경영난으로 폐업하면서 유지보수가 불가능해진 경우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시스템 구축사업이 민간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며 “공공데이터전략위와 민간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업계획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정부3.0 정책이 궤도 수정을 한 데에는 공공데이터전략위의 공이 컸다. KAIST 교수 출신인 김진형 위원장은 회의가 열릴 때마다 각 부처 공무원을 상대로 공공데이터 전략이 바뀌어야 함을 설파했다. 김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정부와 공무원들의 마인드가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벤딩머신’ 정부였다면, 앞으로는 공공데이터를 제공하고 민간영역이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할 수 있도록 밀어 주는 ‘서포트’ 정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데이터전략위는 지난해 11월 ‘공공데이터 활용 서비스 제공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이는 공공데이터의 활용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기본 원칙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부와 공공기관은 원천데이터를 제공하고 연구개발(R&D)과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서비스는 과감하게 민간에 이양해 수익과 시장을 동시에 창출하는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도록 돕게 했다.


민간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공공서비스는 과감히 정비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공공서비스 영향평가제다. 평가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맡았다. 진흥원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만든 스마트폰 앱이나 인터넷 서비스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활용도가 높은지, 과도한 예산을 사용하거나 민간영역과 중첩돼 불공정경쟁을 하고 있지 않은지 판단할 예정이다. 진흥원은 올해 중 평가를 마치고 문제가 되는 공공서비스는 단계적 축소나 폐지를 권고할 방침이다.

최근 민간서비스와의 중복 논란을 일으킨 기상청의 ‘동네예보’ 서비스와 한국특허정보원의 ‘특허정보검색서비스’도 개선된다. ‘동네예보’는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할 방침이며, ‘특허정보검색서비스’도 신규 서비스는 중단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공공데이터 활용 생태계 마련해야”

부실한 서비스와 과도한 예산으로 논란이 됐던 국토교통부의 3D지도 서비스 ‘브이월드’(본지 2014년 4월 13일자 1면)도 단계적 폐쇄와 민간이양을 검토 중이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158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115억원이 책정됐다. 국토부는 신규 서비스 개발은 중단하고 아직 3D지도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은 지역의 데이터 확충 사업에 예산을 사용하기로 했다.

정부3.0 정책이 궤도 수정에 들어갔지만 실질적으로 바뀌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무엇보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의 인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 공공데이터전략위 회의 과정에서도 일부 부처나 공공기관은 “우리 고유사업을 못하게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민간기업에 갑(甲)질을 해 온 일부 공무원들의 구습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1월 국가정보화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정부3.0 정책이 이제라도 제 방향을 찾는 것은 희망적이지만 공무원들의 인식이 먼저 바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안에는 정부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의 민간서비스 베끼기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베끼면 팀으로라도 흡수돼 먹고 살게 해 주는데 정부는 민간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베낀 다음 감사장 하나 주고 끝낸다는 말이 있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창조경제’를 하고 싶다면 창조적인 기업들이 커나갈 수 있도록 지원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데이터를 이용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가 수익성을 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은 “공공데이터를 이용했더라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만든 서비스에는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미국의 법률정보업체 웨스트로(Westlaw)는 연 매출이 3400억원, 영국의 부동산데이터업체 주플라(Zoopla)는 시가총액만 1조3000억원에 달하는데 모두 공공데이터를 통한 생태계의 수익모델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3.0 정부가 보유한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한 전자정부 시스템 ‘정부2.0’의 발전된 개념이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중앙SUNDAY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의 결정으로 정부 3.0의 방향이 명확해졌다. 정부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민간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제공해 온 서비스 중 상당수가 축소·중단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당장 서비스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권헌영(사진) 광운대 과학기술법학과 교수는 “중단하면 당장 불편이 예상되는 서비스는 민간에 기술을 이전하고 공공 데이터를 적극 개방해야 한다”며 “수요가 있는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민간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 3.0을 어떻게 평가하나.

“부처별로 시각차가 있어 일부 혼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취지를 금방 이해한 쪽은 정리가 됐는데, 준비가 덜 된 부처도 있었다.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저항이라고 보진 않는다. 그동안 자기들이 관리해 왔던 정보를 갑자기 준다는 데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작용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정리가 될까.

“공공데이터전략위의 결정대로라면 국토교통부의 3D 지도 서비스 ‘브이월드’, 기상청의 ‘동네예보’ 등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는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데이터 개방만 잘해도 지금까지 시장에서 없던 서비스 중 수요가 있는 것은 알아서 성장할 것이다.”

-정부 직접 서비스가 바로 없어지면 혼란이 생기지 않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폐지하기보다는 민간에 기술 이전을 통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날씨 애플리케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인터넷 포털업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처럼 플랫폼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게 할 수도 있다.”

-정부가 양질의 서비스를 한다면 굳이 민간에 넘길 필요가 있나.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관(官)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서비스 혁신이 느릴 수밖에 없다. 담당자가 바뀌면서 서비스 수준이 들쭉날쭉할 수도 있다. 그러니 서비스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반대로 민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면 불편사항 때문에 활용이 안 되면 회사가 망한다. 망하지 않으려면 서비스를 혁신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은 뭔가.

“예전에는 정부가 데이터 제공에 소극적이다 보니 접근성을 확보하는 게 곧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형태였다. 소위 정보 입수를 잘하는 분들만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구조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누구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 경쟁을 촉진시켜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정부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어떤 양상인가.

“미국과 영국도 정부가 데이터를 적극 개방하되 관 주도의 서비스는 줄이는 추세다. 미국은 정부가 어느 정도 서비스를 할지 민간과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한다.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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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SUNDAY


전길남 KAIST 명예교수가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한국 IT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춘식 기자

국제 축구 무대에 국제축구연맹(FIFA)이 있는 것처럼 인터넷 분야에는 ISOC(Internet Society)라는 국제기구가 있다. 인터넷 공공정책과 보급, 기술개발 등을 돕기 위해 1992년 설립됐다. ISOC는 설립 10주년이던 2012년 ‘인터넷 명예의 전당’을 만들고 전 세계 인터넷 형성과 보급에 기여한 개척자 30명을 헌액했다. 월드와이드웹(www)을 만든 팀 버너스리, 인터넷 통신규약(TCP/IP)을 만든 빈트 서프, 리눅스를 만든 리누스 토르발스 등 정보기술(IT) 대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어깨를 나란히 한 이가 있다. ‘대한민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71) 한국과학기술원(KAIST) 명예 교수다.

성탄 캐럴이 울려퍼지던 지난해 12월 25일 중앙SUNDAY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전 박사 자택을 찾았다. 작은 골목이 많고 오르막이 심한 평범한 주택가에 지은 지 오래돼 보이는 연립주택이었다. 전 박사는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하는 청바지에 터틀넥 티셔츠 차림으로 아내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취재진을 맞았다.

NASA 근무하다 귀국해 컴퓨터 개발

일본에서 나고 자라 대학까지 졸업한 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전 박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79년 2월 귀국했다. 그리고 2년3개월 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 구축에 성공했다. 그의 귀국을 놓고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부탁을 했다” “대통령보다 월급을 서너 배 더 주라고 지시했다”는 등 풍문이 많았다. 사실 관계부터 확인했다.

-귀국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제안했나.

“정부 관계자가 직접 연락해 온 것은 아니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76년에 국책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했다. 결혼을 앞둔 때였다. 장인어른과 친분이 두터웠던 KIST의 이용태 박사(훗날 삼보컴퓨터 회장이 됨)가 나를 초청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NASA에서 근무한 친구 사위가 온다고 하니 이 박사가 만나자고 한 것이다. 당시 한국이 해외에서 공부한 과학자를 300~400명 유치하던 때였다. 이 박사는 부서장으로 나는 책임연구원으로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에서 함께 근무하게 됐다. 좋은 조건을 제공받은 건 사실이다. 여의도 전세 아파트와 기사 딸린 차가 나왔다. 다른 대학 교수들보다 월급을 두세 배 더 받았다. 그러나 아파트는 답답해서 1년 만에 나왔고 기사도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쓰기 위해 고용하지 않았다.”

-어떤 임무를 부여받았나.

“당시 삼성·금성·대우가 컬러TV를 막 만들고 VTR을 만들까 말까 한 수준이었다. 선진국 기술을 감안할 때 한국에서 네 가지 정도가 가능했다. 컴퓨터 국산화, 컴퓨터끼리 연결(인터넷), 우주선과 지상 컴퓨터의 연결, 이동 컴퓨터 통신이었다. 이 중 컴퓨터 국산화와 인터넷 연결은 한국에 필요한 일이었고 나머지는 급하지 않았다. 컴퓨터 개발 업무가 내게 주어졌다. 정부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어야 반도체 산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전산을 전공했지만 나는 엄밀히 컴퓨터 개발보다 네트워크 전문가다. NASA에서 한 일도 우주선 컴퓨터와 지상의 컴퓨터를 연결하는 일이었다. 나로서는 컴퓨터 개발과 인터넷, 둘 다 포기할 수 없었다.”

-인터넷 연결에 성공하던 82년 가을에 KAIST로 옮겼는데.

“한국 사회는 선후배,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곳이다. 나처럼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나마 대학사회에서나 공존이 가능했다. 문제는 한국 대학사회가 교수 이직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KIET라는 중립적인 연구기관에 2년 정도 있다가 학교를 택해 옮길 생각이었다. 귀국하자마자 서울대 교수로 갔으면 한국에 인터넷이 안 생겼을 것이다. 인터넷 개발 비용을 학교 재정으로는 지원하기 어려웠으니 강의만 했을 것이다. 컴퓨터가 최소 두 대는 있어야 연결할 텐데 당시 컴퓨터 한 대에 50만 달러 정도였다. 지금 가격으로 환산하면 수십억원인 셈이다. KIET에서 인터넷 개발에 성공하던 당시 내 직책이 부장이었다. 그런데 부장과 소장 사이에 아무도 없었다. 자칫 소장을 맡게 생겼더라. 기업에 도움을 주는 개발 업무가 중요한지 최첨단 분야 연구가 중요한지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해야 했다.”

-KAIST를 선택한 까닭은.

“귀국해서 가장 놀란 게 가난한 조국에 인재들이 무척 많다는 점이었다. KIET 연구원 중 실력파가 무척 많았다. 학력을 물어 보니 대부분 ‘학부 서울대, 석사 KAIST’라고 대답하는 거였다. 그래서 KAIST를 알게 됐다. 미국 수준의 박사 만드는 일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뛰어난 과학자를 길러내느냐 하는 일은 평가가 간단하다. 미국 일류 박사들이 MIT나 스탠퍼드대의 교수가 된다. KAIST 출신의 MIT·스탠퍼드 교수를 만들고 싶었다.”

-후학들 중 김정주·송재경·정철처럼 성공한 벤처인이 많다.

MIT 연구교수가 될 뻔한 학생이 있었지만 창업을 한다고 해 말리지 않았다. 내 연구실에는 창업을 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대기업에 ‘이런 거 해야 한다’고 설득하느니 벤처를 만들면 간단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 운영체제(OS)를 연구하던 학생도 1년 정도만 더 매진하면 성공할 듯했는데 연구실 선배와 벤처를 차렸다. 그 때문에 리눅스 개발을 핀란드에 빼앗겼지만 대신 그 벤처가 소니에 텔레비전 기술을 팔았다. 다른 측면에서 기여를 한 것이다.”

-IT 코리아라는 말을 들을 때 감회가 남다르겠다.

“인더스트리 레벨에서 세계 최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삼성이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보여줬다. 다만 우리 IT 미래를 삼성에 너무 기대선 안 된다. PCIBM이 휩쓸었지만 지금 포기했다. 그렇다고 IBM을 형편없는 회사라고 말할 수 없다. 그 당시에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사업을 한 것이다. 휴대전화도 모토로라·노키아가 앞서갔지만 지금은 아니다. 스마트폰은 휴대전화와 컴퓨터의 중간에서 삼성이 잘할 수 있는 분야였다. IT 쪽에서는 특정 기업이나 인물이 계속 톱을 차지하는 게 불가능하다. 삼성이 1등을 유지하려 뛸 테지만 다른 1등이 많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HW·SW·UI에서 1등 계속 나와야

-다른 1등은 어떻게 해야 나오는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한국에서 나와야 한다. 이제는 IT 선진국다운 게임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살 길은 제조 대국이 아니라 개발자가 많은 나라를 지향하는 것이다. 판교에 가봤더니 환경이 좋더라. 이런 테크노밸리가 10개 정도는 돼야 한다. 중국과 불필요한 경쟁하지 말고 제조업이 아닌 개발자 중심의 나라로 변신해야 한다. 개발 분야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UI(사용자 환경) 등 모두 중요하다.”

-IT 강국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제자 중 매우 뛰어난 학생이 있었다. 국내 대기업에 들어갔는데 소통이 안 되더라며 나왔다. 그리고 구글에 입사했다. 이 제자는 현재 구글이 추진하는 해저케이블 프로젝트에서 핵심 인력으로 일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인재 없이 불가능하다. 내가 귀국하던 시절은 인재를 모으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인재들이 나가는 시대다. 정반대가 됐다. 이래서 어떻게 미래가 있겠나. 저커버그가 넥타이 매고 백악관에 가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는 사진이 자주 보도된다. 우리나라 벤처 거물들이 대통령을 만나서 ‘이런 이런 거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나. 머리를 써서 이기는 나라가 돼야 한다. 판교 같은 곳을 10배로 키우고 젊은 브레인을 모아야 한다.”

전길남 박사는 일본 오사카대 전기공학 학사, 미국 UCLA대학원 석·박사를 마친 뒤 NASA연구원으로 일하다 79년 귀국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인터넷 개발에 성공한 뒤 KAIST 교수를 지냈다. 2008년엔 중국 칭화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joongang.co.kr

 

 

컴퓨터 간 연결 계획 세웠다가 “컴퓨터나 만들라” 핀잔만 들어

1982년 5월 15일, 경북 구미 KIET의 한 연구실. 전길남 박사 주변으로 연구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함께 숨죽이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구미에 있는 컴퓨터를 서울대에 있는 컴퓨터와 연결을 시도하고 있었다. ‘삐익~’ 기계음을 내며 명령어를 처리하던 컴퓨터 화면에 마침내 서울대 영문 약자 ‘SNU’가 떴다. 국내 최초로 수백㎞ 떨어진 컴퓨터끼리 원격 접속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연구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전 박사는 귀국한 지 3년여 만에 국내 최초, 세계에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인터넷을 ‘개발’했다. IP 주소를 할당받고 이를 패킷 방식으로 연결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이었다. 당시 국내 기술 수준으로 컴퓨터끼리 접속에 성공한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세계 최초 인터넷은 69년 미국 UCLA와 스탠퍼드연구소(SRI) 등 네 곳을 서로 연결한 ‘아파넷(ARPANET)’이었다. 미국 인터넷은 연구자들끼리의 네트워크로 처음 개발됐다. 유럽 일부 국가가 이 인터넷 장비를 도입했지만 한국에는 팔지 않았다. 도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개발에 나선 것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이 개발한 선진 기술은 주로 유럽과 일본을 거쳐 한국에 도입됐다. 인터넷의 경우 일본조차 엄두도 못 내던 때 한국이 먼저 성공했다. 주변 국가들은 충격에 빠졌다. 일본·중국 등에서 기술을 배우러 한국에 올 정도였다.

일대 사건이었지만 국내에선 컴퓨터끼리 연결된다는 의미를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일을 착수할 때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전 박사는 인터넷 연결을 컴퓨터 국산화만큼이나 중요한 일로 생각했다. 당초 그는 정부에 컴퓨터 국산화와 네트워크 개발 두 가지를 제안하려 했다. 그때 훗날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이 된 경상현 박사가 이런 귀띔을 했다. “전 박사, 두 가지 제안서를 내지 마시오. 정부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텐데, 어느 쪽을 택하겠소. 컴퓨터 국산화는 포기할 수 없는 프로젝트요. 둘 다 내면 네트워크는 선택받지 못할 것이고 개발이 오히려 지연될 거요.”

전 박사는 궁리 끝에 컴퓨터 국산화 프로젝트의 제안서 내에 ‘컴퓨터 국산화를 위해서는 네트워크 연구도 필요하다’는 논리로 인터넷 개발을 포함시켰다. 그러다 보니 개발조직도 컴퓨터 국산화에는 연구원 50여 명을 둔 반면 네트워크 쪽은 한두 명을 놓고 마치 전 박사의 개인 연구 정도로 소규모로 진행됐다. 네트워크 개발 업무는 첫해였던 81년엔 연구비도 나오지 않았다. 이듬해엔 소액 배정을 받았으나 연말에 프로젝트 평가를 박하게 받았다. 심지어 “뭐하러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하느냐. 그런 쓸데없는 일 하려면 컴퓨터 한 대나 제대로 만들어라”는 핀잔도 들었다. 83년 들어서는 연구비 지원이 다시 중단됐다. 전 박사는 “서울대와 연결했다고 해도 전문가들 외엔 아무도 그 의미를 몰라줬다”며 “다만 개발자들은 당시 연구 커뮤니티가 있던 MIT·스탠퍼드·버클리대와 연결해 인터넷으로 자료를 주고받으며 네트워크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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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미디어허브가 신분당선 강남역 지하에 설치한 스마트 옥외 광고판.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다. 고객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용을 실시간으로 연동해 화면에 표시할 수 있고 고객 참여형 광고도 가능하다. [사진 KT미디어허브]

#1 지난해 12월 31일 찾은 신분당선 강남역 지하상가. 통로 가운데에 높이 약 2m, 폭 90㎝의 기둥형 광고판 20여 개가 설치돼 있다. KT미디어허브가 운영하는 이 광고판은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광고주가 원하면 터치스크린을 통해 가상으로 옷을 입혀보거나 특정 기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구를 실시간으로 표시할 수 있다. 고객이 참여하는 광고 화면으로도 꾸밀 수 있다.

#2 삼성전자는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에 신규 커브드 모니터와 스마트 사이니지(smart signage)를 대거 공개한다고 2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공개하는 스마트 사이니지는 대형 화면을 보다 선명한 화질로 구현해 몰입감을 높이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사이니지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관련 사업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광고판이 진화하고 있다. 광고판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발전해 왔다. 전통의 입간판에서 대형 전광판, 지하철역·버스 정류장의 디지털 모니터까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건물 한 면 전체를 광고판처럼 쓰기도 한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양방향, 인터랙티브다. 이른바 디지털 사이니지 또는 스마트 사이니지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그 자체가 진화 중인 유동적인 개념이다. 통상 네트워크와 연결된 정보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옥내외 광고를 말한다. 스마트 사이니지는 ‘디지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을 강조하고 싶을 때 흔히 사용된다.

초기 단계의 디지털 사이니지가 정보와 통신의 결합을 통해 대량의 콘텐트를 원거리에서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것이었다면 최신 버전은 정보기술(IT)·콘텐트 제작 기술과 맞물리면서 고객의 상황에 맞게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다. LGU+는 지난해 11월 세종시에서 분양하는 에비뉴힐 아파트 모델하우스 안에 ‘U+보드’란 터치스크린 방식의 광고판을 시범 설치했다. U+보드는 모델하우스의 내부를 보여줄 뿐 아니라 카메라와 SNS를 연동시켜 멀리 떨어진 가족에게도 아파트 사진을 보내고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2002년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이런 장면이 있다. 2054년의 미래에서 거리를 지나는 행인의 홍채 정보를 인식해 개인 정보를 분석한 뒤 그에게 맞는 상품 정보를 권하는 장면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식 광고의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는 기술도 얼마 전 공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12월 ‘쌍방향 스마트 사이니지’ 기술을 개발했다.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카메라와 센서 등이 설치된 키오스크(광고판)가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을 인식해 ‘여기 보세요’ 하는 식으로 행인을 부르고 연령·성별을 파악한다. 이후 관심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광고를 보여준다. 고객이 동의하면 광고를 휴대전화로도 보내준다. ETRI 지능형융합미디어연구부 류원 부장은 “광고 수요가 문제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광고가 기술적으로는 머지않은 장래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다양한 산업과 연결돼 있다. 성장세도 빠르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디지털 사이니지는 ^디스플레이 패널 같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단방·양방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네트워크 ^설치·운용·보수와 같은 시스템통합(SI) ^광고·생활정보를 포함한 콘텐트 등 5개 분야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매년 20~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KIET는 한국 경제가 현재의 잠재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바탕으로 전체 산업이 매년 5.5%의 성장을 이어가고 소프트웨어나 콘텐트 분야가 연평균 30% 성장할 경우 2020년까지 디지털 사이니지 분야에서의 생산유발효과가 12조5763억원, 고용창출 효과가 5만6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상당한 잠재력과 파급력을 가지고 있지만 규제가 많고 정부의 육성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소관 부처가 분산돼 정책적 통일성도 떨어진다.

이광훈 KIET 부연구위원은 “여러 산업이 밀접히 연관돼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단순한 옥외 광고물 차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디지털 사이니지가 발달할수록 개인 인지·정보 보호 관련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으므로 이를 위한 법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네트워크와 연결된 디스플레이(패널·키오스크·건물외벽 등)로 옥내외 공간에서 광고를 포함한 각종 정보를 전해주는 디지털 미디어. 때로는 정보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자체를 말하기도 한다. 스마트(smart) 사이니지는 쌍방향 기능이 강화된, 디지털 사이니지의 보다 진전된 형태를 의미한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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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Report] 스마트폰앱으로 사고 백화점서 받는다

롯데백화점이 올해 옴니 채널(Omni-Channel) 전략을 강화하기로 하고 관련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옴니 채널 전략은 소비자가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이 백화점마트·편의점·인터넷몰·모바일쇼핑몰 등 그룹의 모든 유통채널을 하나의 매장처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11월 도입한 ‘롯데 온라인 픽업 서비스 전용 데스크’는 대표적인 옴니 채널 서비스다. 고객이 스마트폰 앱인 모바일 롯데닷컴으로 물건을 사면 롯데백화점에 설치된 ‘픽업 데스크’에서 수령해 갈 수 있다. 롯데는 백화점을 방문한 고객의 위치에 따라 관련 행사 정보와 할인 쿠폰을 주고 매장 내부를 안내하는 ‘스마트 비콘서비스’도 2월까지 전국 백화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현재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제공된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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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SUNDAY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인을 뽑으라면, 단연 알리바바그룹의 마윈(馬雲·51) 회장일 것이다.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다.

지난해 9월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 상장되자 그는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마윈의 물질적 성공도 대단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중국인은 그의 정신적 측면을 더 높게 평가한다. 중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걸출한 영웅을 많이 배출했지만 마윈만큼 젊은 세대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친 인물은 없었던 것 같다. 중국 젊은이들이 마윈에게 이처럼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삼수 끝에 간신히 지방의 한 삼류 대학에 들어갔다. 해외 유학 경험도 없고 정보기술(IT) 분야의 엔지니어도 아니다. 키도 작고 체격이 왜소해 외모 또한 볼품없다. 이런 마윈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공했다는 것은 중국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맨주먹뿐인 중국 청년들에겐 특히 그렇다.

중국에선 돈 없고 못생기고 집안 배경이 없는 미래가 암울한 사람을 신조어로 ‘댜오쓰(屌絲)’라고 부른다. 전형적인 댜오쓰였던 마윈은 이제 평범한 중국 청년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이 됐다. 마윈은 젊은이들에게 많은 격려와 용기를 주고 있다. 그는 “미국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등장하는 약간은 모자란 듯하고 고지식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주인공이 바로 나의 영웅”이라며 “이런 내가 성공할 수 있다면 중국인의 80%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윈은 이처럼 직설화법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성공한 다른 중국 기업인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중국인은 대부분 과묵함으로써 교양을 드러내고 완곡한 표현을 미덕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이는 중국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랫동안 피비린내 나는 혁명과 왕조 교체를 수없이 겪으면서 생존을 위한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인은 명철보신(明哲保身·총명하고 사리에 밝은 사람은 일을 잘 처리해 자기 몸을 보존한다)이나 ‘총은 머리 내민 새를 쏜다’ 등과 같은 금언을 가슴에 새기고 이를 생존전략으로 삼고 있다.

다시 마윈의 화법으로 돌아가자면, 그의 직설적이고 촌철살인적인 화법은 중국인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의 어록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어불경인사불휴(语不惊人死不休·시를 짓거나 글을 쓸 때 절묘한 문구가 떠오를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당신이 성공하면 당신이 한 모든 말은 진리가 된다” “맨발로 달리는 사람은 신발 신고 달리는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등이다. 이는 기존과 다른 사고 방식과 생활 태도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개성과 자아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중국의 젊은 세대가 마윈에게 빠져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새로운 도전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페이’라는 온라인 금융·결제 서비스 회사가 금융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알리페이의 회원 수는 8억 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의 모토는 단순했다. “만약 은행이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가 은행을 변화시키자”였다. 그의 이런 외침은 외압에 의한 순종에 길들여진 중국인을 각성시키기에 충분했다. 포기를 모르고 집념과 불굴의 노력으로 수많은 장애를 극복한 마윈의 성공 신화가 계속되길 기대한다.

천리 중국 선양(審陽)에서 태어나 선양사범대학을 졸업했다. 중국 고객 마케팅 및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으며 중국 관련 자문과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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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SUNDAY

한국인 일가족 3명을 포함한 162명을 태운 에어아시아 QZ8501편이 지난해 12월 28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를 출발해 싱가포르로 가던 도중 바다에 추락했다. 일단 악천후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를 계기로 에어아시아에 새삼 관심이 몰린다. 아시아 최초·최대 저가항공사로 에어버스 A320-200기 169대를 20여 나라 100여 공항에 취항시켰다. 2001년 본격 운항 이후 심각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저가항공사라고 부실한 안전관리를 지레짐작하던 사람들이 놀랐을 정도다.

39세에 창업한 토니 페르난데스(51) 회장은 사업 성공으로 6억5000만 달러의 개인재산을 일궜다. 박지성 선수가 뛰었던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퀸스파크레인저스(QPR)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페르난데스의 아버지는 다문화·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소수민족인 인도 타밀계다. 인도에 6000만 명이 거주하는 힌두교도 타밀족은 19세기 영국의 이주 정책으로 스리랑카에 320만 명, 말레이시아에 150만 명 이상이 각각 산다. 어머니는 16세기 이후 동남아시아에 정착한 포르투갈 무역상의 후손이다. 그의 성 페르난데스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미국 생활용품 브랜드인 타파웨어를 말레이시아에 들여온 여성 사업가지만 사업을 대물림하진 않았다.

민족차별 정책을 노골적으로 펴는 말레이시아에서 소수민족으로 살기는 쉽지 않다. 2833만 명(2010년 센서스 기준)의 말레이시아 인구 중 67.4%는 무슬림(이슬람 신자)인 말레이족을 포함해 부미푸테라(대지의 아들이라는 뜻)로 불리는 원주민이다. 부미푸테라는 법적으로 우대를 받는다. 1969년 5월 13일 말레이계가 경제를 장악한 중국계에 대항해 폭동을 일으키자 정부는 71년 이른바 ‘신경제정책’을 내놨다. 경제권을 장악한 중국계의 횡포에 맞서 말레이계의 경제 형편 개선을 명분으로 기업 경영이나 대학 입학에서 말레이족 우대정책을 법에 명시한 것이다.

51년부터 집권연정의 핵심을 이뤄온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은 부미푸테라의 이익을 대변하고 말레이족의 문화를 보존하며 이슬람을 전파하는 것이 목표다. 마하티르 총리의 개혁조치인 국유기업 불하는 철저히 말레이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인구의 24.6%를 차지하는 중국계는 경제력을 장악한 대신 정치적으론 무력하다. 인구의 7.3%인 타밀족 등 인도계는 정치력도 경제력도 없다.

페르난데스는 이런 불리한 환경을 오히려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는 뒤집기 한판의 지혜를 보였다. 2001년 마하티르 당시 총리를 찾아가 저가항공이라는 신사업을 해보겠다고 허가를 요청했다. 마하티르는 국영기업의 자회사인 에어아시아를 빚을 떠안는 조건으로 넘겨줬다. 인도계에 대한 유화정책의 일환으로 그에게 사업권을 준 것이다.

페르난데스는 영국에서 중·고교 과정과 런던정경대(LSE)를 마쳤다. 대학 시절 비싼 항공료 때문에 가족을 자주 못 보다 값싼 항공사를 꿈꿨다고 한다. 리처드 브랜슨이 창업한 버진애틀랜틱항공에서 회계사, 버진레코드에서 자금담당으로 일하다 귀국했다. 말레이시아 워너뮤직에서 근무하다 2001년 모기업인 타임워너가 아메리칸온라인에 합병되면서 상당액의 퇴직금을 받자, 이를 밑천으로 저가항공 창업의 꿈을 이뤘다. 그의 성공은 ‘작은 신화’로 불린다. 준비된 사업가였던 페르난데스이니만큼 희생자 유족을 잘 위로하고 첫 대형사고의 시련을 이겨낼 용기와 지혜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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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 네이버 및 다음카카오 등은 중국 정부 정책에 막혀 서비스 불가
- 중국 핀테크 기업들은 국내 시장 잇따라 진출, 역차별 문제 부각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핀테크(기술금융)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텐센트나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자국기업 보호 정책으로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실제로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인 네이버(035420)와 다음카카오(035720)는 중국 정부 정책에 따라 정상적인 메신저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바일 결제와 모바일 송금, 온라인 개인 재정관리 등의 금융서비스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네이버는 최근 ‘라인페이(LINE Pay)’를 전 세계에 출시하면서 서비스 지역에서 한국과 중국을 제외시켰다. 라인페이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친구들에게 돈을 주고받거나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국내는 ‘네이버페이’(가칭)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 지역에서 제외시켰지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파급력의 문제로 출시하지 않는다게 네이버 입장이다.

다음카카오 역시 아직 중국 시장 진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해 모바일 카드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와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를 국내에 출시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는 메신저 서비스가 불가능해 핀테크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11월 카카오톡 친구끼리 소액을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뱅크월렛 카카오’ 서비스를 출시했다. (제공=다음카카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핀테크 서비스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라인과 카카오톡 메신저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지난 해 7월 1일부터 카카오톡과 라인을 포함한 해외 메신저 서비스의 수·발신과 회원 가입 등의 서비스를 차단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많은 테러를 일으키는 조직들이 주로 동영상 웹사이트, 클라우드컴퓨팅,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테러를 음모 및 선동하거나 폭탄을 제조하는 방법을 유포하고 있다”면서 “중국 내 외국계 모바일 메신저 중 테러 관련 정보가 유통되는 일부 메신저를 차단했는데 이 중 카카오톡과 라인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한국 기업의 메신저 서비스 뿐 아니라 ‘디디(Didi)’, ‘토크박스(Talk Box)’, ‘보어(Vower)’ 등 해외 대부분의 모바일 메신저를 차단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측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제공 차질과 중국 내 이용자의 불편이 하루빨리 해소될 수 있도록 중국측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를 넘긴 지금도 카카오톡은 문자와 사진의 송·수신은 가능하지만 PC 버전 접속이 불가능하며 신규 가입도 어렵다. 카카오스토리나 카카오그룹 등 다른 서비스 접근 역시 불가능하다. 라인의 경우에는 메시지 송·수신을 비롯한 모든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업계 한 관계자는 “자국 산업 보호와 정보 통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사업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서비스 확장을 꾀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하지만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 중국 핀테크 기업들은 거대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라 역차별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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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Eye) & Professional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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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울리히 벡 독일 뮌헨대학교 교수 기조연설 (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울리히 벡 독일 뮌헨대학교 교수가 11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메가시티 싱크탱크 협의체(이하 메타)'의 창립 포럼 '메가시티: 안전도시를 향하여'에서 '우리는 왜 전지구적 협력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기조연설 하고 있다. 메타는 메가시티의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민간 싱크탱크의 연구협의체로 현재 서울,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싱가포르, 베트남 호찌민 등 5개 도시와 시티넷, 이클레이, 메트로폴리스 등 3개 국제기구가 가입했다. 2014.7.11 swimer@yna.co.kr

저서 '경제 위기의 정치학'서 독일과 메르켈 리더십에 경고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의 세계적인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지난 1일(현지시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독일 언론들이 유족을 인용해 3일 보도했다. 향년 70세.

고인은 1980년대부터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회학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같은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 영국의 앤서니 기든스와 함께 현대 사회학 흐름을 주도했다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1986년 출간한 저서 '위험사회'는 이후 국내에도 번역본이 출간되면서 한국 사회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며 현대 사회학의 고전 반열에 올랐다.

이 책은 서구 중심의 산업화와 근대화가 위험사회를 낳는다고 경고함으로써 '위험사회론'을 이론화했다.

학자들은 성찰적 현대화, 제2의 현대성이라고 이 위험사회론의 키워드를 정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과거 서울대 한상진 교수 등 비판적 사회학 이론을 이끌던 인사들과 빈번하게 교류했다. 최근까지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거대담론을 나누는 등 한국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이어갔다.

한국에서는 특히 1990년대 들어서 본격화한 신자유주의와 관련해 국가 간 연대를 통한 민주주의 재창조로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1944년 독일 슈톨프에서 태어나 뮌헨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뮌스터대와 프라이부르크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등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위험사회 외에도 '정치의 재발견', '지구화의 길',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 '글로벌 위험사회', '경제 위기의 정치학' 등 수 많은 명저를 남겼다.

벡은 2013년 국내에 번역 소개된 '경제 위기의 정치학'을 통해서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금기를 깰까 두려워 함부로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말이 있다. 유럽은 독일이 돼버렸다"라며 독일이 과거의 잘못을 망각하고 다시 권력을 움켜쥐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서도 "유로화의 위기를 자신의 권력을 축적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면서 메르켈의 정치를 마키아벨리의 권력론에 빗대어 '메르키아벨리 모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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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주에 한 권…페이스북에서 '독서의 해' 독서토론모임 운영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페이스북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새해 결심을 '독서'로 정했다.

저커버그는 2일 밤(미국 태평양시간)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2주에 한 권씩 새 책을 읽어서 다양한 문화, 신앙, 역사, 기술에 대해 배우는 것을 2015년의 결심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독서는 지적인 충만감을 주는 행위"라며 책을 읽으면 요즘 대부분의 미디어보다 더 깊은 방식으로 주제를 탐구하고 몰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독서의 해'라는 페이스북 독서토론 모임을 운영키로 하고 첫 책으로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 출신 언론인인 모이세스 나임(1952∼) 전 '포린 폴리시' 편집장의 '권력의 종말'을 택했다.

저커버그는 이 책에 대해 "전통적으로 큰 정부, 군부와 다른 조직들만이 가졌던 힘을 개인들에게 더 많이 부여하는 방향으로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탐구하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저녁 사용자들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새해 결심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으며, 사용자 약 5만명이 다양한 의견을 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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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SUNDAY

“어떨 때 보면 진짜 한국 사람 같다니까요.”

9일 개막하는 2015 아시안컵을 앞두고 호주 시드니에서 훈련 중인 축구대표팀 스태프들은 요즘 울리 슈틸리케(61·사진) 감독을 두고 “한국인 피가 흐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독일 출신으로 지난해 9월 감독에 취임해 한국에 온 지 4개월밖에 안 됐지만 한국 사회와 문화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어서다. 쌀밥·김치·떡국 등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는 한국 음식도 잘 먹고, 한국인들과 소통도 적극적으로 한다.

연말엔 지게 지고 쪽방촌 연탄 배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2월 31일 동영상을 통해 한국어로 “여기는 호주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라며 축구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했다. 이용수(56)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해 12월 연탄 배달 봉사활동에 참가했을 때 처음 지게를 멨는데도 가장 먼 곳까지 연탄을 많이 짊어지고 올라갔다. 연탄만 나른 게 아니라 통역과 함께 쪽방촌에 사는 할머니와 이야기도 나누더라. 진심이 느껴졌다”고 귀띔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연말에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의 따뜻한 마음씨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연관이 있다. 2008년 1월 그는 폐섬유증을 앓고 있던 둘째 아들을 간호하기 위해 코트디부아르 감독직을 그만뒀다. 아프리카 최대 국가대항 대회인 네이션스컵 개막을 열흘 앞두고서였다. 아들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이후 그는 지도자로서 성적과 명성보다 가정을 더 소중하게 여겼다. 카타르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부인과 함께 지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자택이 있지만 부인도 한국에 함께 왔다”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내가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다. 한국 생활에 굉장히 만족해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팀 내에서도 슈틸리케 감독은 이웃집 할아버지로 통한다. 손흥민(23·레버쿠젠)은 “처음엔 되게 과묵하신 줄 알았다. 그런데 훈련 중 감독님 앞에서 넘어졌는데 발로 엉덩이를 툭 차시더라. 처음엔 ‘뭐지?’ 했는데 편하게 해주시려 하는 모습에 친근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3일 호주 시드니 맥쿼리대학 원터필드에서 아시안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수첩에 메모를 하고 있다. [뉴시스]

기본 강조하는 전형적인 독일 감독

그러나 이 할아버지, 훈련 때는 누구보다 꼼꼼하다. 훈련 30분 전 미리 운동장에 나와 훈련용 마커를 직접 놓는 등 철저하게 준비한다. 훈련 도중 틈날 때마다 트레이닝복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뭔가를 적는다. 포지션별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선수들에게 꼼꼼하게 설명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수비수 박주호(28·마인츠)는 “독일 출신 감독들은 기본적인 부분부터 세밀하게 준비한다. 사소한 것부터 철저하고 빈틈이 없다. 전형적인 독일 스타일의 지도자”라고 말했다.

한국 문화에 녹아들려는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그는 한국 축구를 서서히 바꿔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했던 이용수 위원장은 “방향과 목표 설정이 확실하다. 회의를 할 때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보다 상호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던 거스 히딩크 감독보다 어떤 면에선 더 합리적이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대표팀 감독 시절 장기간 개인 휴가 문제로 축구협회와 자주 마찰을 빚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운영에도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두 가지 전술에만 치우쳤던 기존 대표팀과 달리 다양한 전술을 유연하게 실행하는 방향을 추구한다. 지난해 9월 한국 감독에 취임하면서 그는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승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날은 짧은 패스 축구가 승리의 요인이 될 수 있고, 어떤 날은 롱볼 축구로 이길 수 있다. 한 가지 스타일만으로 성공을 거두긴 어렵다”며 다양한 전술 도입을 예고했다.

군대식 집단축구로 훈련 재미도 높여

그는 부임 후 치른 A매치(국가대항전) 4경기에서 모두 다른 전술을 구사했다. 선수들의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게임 형태의 색다른 훈련도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 때는 군대에서나 볼 수 있는 집단 축구를 했다. 축구장을 절반만 쓰게 하면서 공 두 개로 미니게임을 진행했다. 선수들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이었다. 상무 출신 공격수 이정협(24)은 “훈련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 동안 한국 축구에 유연한 변화를 일으킨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이라는 첫 시험 무대를 앞두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침체에 놓인 한국 축구의 새 모습을 보여주길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는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떤 스타일을 보여줄지도 중요하다. 대표팀이 좋은 축구를 하면 팬들이 즐거워할 것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축구로 바꿔가겠다”고 말했다.

시드니=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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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이 아라비아 수라고 불리는 10진법의 숫자를 사용하고 있다. 아라비아 숫자 체계는 수학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전 중 하나로 간주된다. 인도에서 발명한 1에서 9까지의 숫자와 0은 7세기께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되었는데 15세기 말께 현재와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아라비아 숫자를 바탕으로 한 1, 2, 3, … 등의 수를 자연수(natural number)라 부르는데, 이름 그대로 자연스러운 수다. 정수론 연구로 잘 알려진 19세기 독일의 수학자 크로네커(Leopold Kronecker·1823~1891)는 ‘신은 자연수를 만들었고, 그 밖의 모든 수는 인간이 만든 것’이란 말을 남긴 바 있다.

한편 마야 문명에서 쓰였던 마야 숫자는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9세기까지 번성했던 남아메리카에서 쓰였던 숫자를 말하는데 0, 1, 5를 이용한 수 체계를 사용했다고 한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사용된 기수법은 60진법인데 현재에도 60초를 1분, 60분을 1시간으로 하는 시간 단위와 각도의 단위 등에 사용되고 있다.

12진법은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었는데 연필의 1다스는 12개, 1피트는 12인치 등과 같이 지금도 쓰이고 있다. 20세기 중반 무렵부터 IBM이 개발한 대형 컴퓨터에서는 2진법과 더불어 8진법과 16진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림과 같이 진법끼리 상호 변환할 수도 있다.

이진법은 이진수라 불리는 0과 1 두 개의 숫자만을 이용하여 모든 수를 표현하는 수 체계인데 17세기 독일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라이프니츠(G. W. Leibniz·1646~1716)가 팔괘(八卦)와 같은 동양의 음양 사상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최초로 고안했다고 한다.

현대 디지털 컴퓨터의 수학적 구조는 이진법인데, 이진 논리를 이용한 논리회로의 조합이 간단하고, 또한 내부에 사용되는 집적회로의 특성상 이진법이 편리하기 때문에 이진법을 사용한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진법이 개발될 수 있을지 실로 궁금해진다.

[문제 1]에서는 동물 다리의 총 개수를 암산으로 해결한다. 차분한 마음으로 암산을 시도해 보면 가능할 것이다. 4×5마리+2×2마리로 계산해도 가능하다.

[문제 2]에서는 1부터 차례로 1칸, 2칸, 3칸과 같은 간격을 두고 적는 규칙이므로 6 다음의 7은 6칸을 비운 후에 적는다.

[문제 3]에서는 각 층에서의 벽돌의 개수를 구하면 된다. 그 결과 1층=7, 2층=6, 3층= 5, 4층=2임을 알 수 있다.

김대수 서울대 사대 수학과·동 대학원 수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컴퓨터 공학 석·박사, 인공지능과 신경망 등을 연구해 온 컴퓨터공학자이자 두뇌 과학자다. 『창의 수학 콘서트』와 컴퓨터공학 관련 1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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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나는 생전 안 해보던 일에 도전했다. 토크와 노래가 어우러진 ‘뮤직토크’ 공연 진행자로 무대에 선 것이다. 그것도 뮤지컬계의 스타인 김지현·남경주와 함께. 소식을 듣자마자 주변 여성들은 “부러워 죽겠다”며 흥분했다. 내 또래 아줌마부터 딸 또래 20대들까지 반응이 한결같았다. 새삼 남경주(50)라는 배우의 놀라운 스펙트럼과 ‘지속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무대 위에서의 그는 ‘역시’ 남경주였다. 이제 막 50대의 문턱을 지났지만 변함없는 노래와 춤, 그리고 집중력은 그야말로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런데 공연을 하면 할수록 내 눈과 귀를 잡아끈 이들이 또 있었다. 남경주가 데려온 5인조 코러스다. 한마디로 지금껏 봐온 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노래를 하다 말고 갑자기 군무를 추질 않나, 애드리브로 ‘알아서’ 분위기를 띄우고 무대를 뛰어다니며 관객의 호응까지 끌어낸다. 한 명 한 명의 몸짓과 눈빛이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뛴다. 어디서 저런 괴물들을 데려왔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그의 제자들이란다.

“제가 공연을 하면서 알게 된 친구들인데 끼와 열정은 있지만 뮤지컬 오디션에 번번이 떨어지곤 했죠. 지켜보다가 안타까운 마음에 먼저 제안했어요. ‘딱 1년만 나랑 워크숍 하자. 수업료는 안 받는다. 대신 그동안은 공연 금지다’라고요.”

스스로 조율 멈추면 삐걱대기만 할 뿐

그렇게 ‘남경주와 열두 제자’의 특별한 공부가 시작됐다. 남의 연습실을 빌려 함께 노래와 춤을 연습하고,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품앗이 교육을 받았다. 그가 탭댄스를 가르쳐주는 대신 제자들에게 발레를 배우게 하는 식이었다. 읽었던 책들도 몽땅 주며 ‘배우란 무엇인가’부터 다시 고민하게 했다. 약속한 1년이 지났을 무렵, 열두 명은 눈빛부터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모두 스스로의 힘으로 오디션을 통과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인간 남경주’가 다시 보였다. 한 분야의 정상에 오른 사람에게 ‘일가(一家)를 이뤘다’고들 한다. 그 본래 의미는 가족 이외에 먹여살리는 식구를 만드는 일, 즉 사람을 키우는 스승이 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렇게 보자면 남경주야말로 글자 그대로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이처럼 그가 남다른 스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이 오랫동안 성실한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공부욕심은 어디서 뒤지지 않는데 옆에서 본 남경주는 감탄스러울 정도다. 가방에는 항상 영어교재가 들어있고 틈만 나면 발을 움직이며 탭댄스를 연습한다. 요즘에도 선생님을 모셔서 레슨을 받는단다. 심지어 진성과 두성을 적절하게 섞어 쓰는 창법까지 배우고 있단다. 30년 경력의 뮤지컬 배우가 말이다.

“오십 넘은 제가 노래와 춤을 배운다고 하면 사람들이 의아하게 쳐다보곤 해요. 외국에서는 당연한 일인데요. 트럼펫 주자들이 시도때도 없이 피스를 불면서 감각을 유지하는 것처럼 배우도 마찬가지예요. 스스로 조율하는 일을 멈추면 튜닝 안 된 악기처럼 삐걱대기 시작하죠.”

조급증에 겹치기 출연했다가 된서리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서울 역삼동 한 카페에서 배우인생 30년을 털어놓고 있다. [사진작가 김도형]

물론 어렸을 때부터 그가 이랬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언제나 공부는 뒷전. 디스코텍에서 춤추고 여자들과 노는 게 일이었다. 그런데 1세대 뮤지컬 배우인 형님(배우 남경읍)의 영향으로 배우를 꿈꾸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공부가 곧 놀이가 된 것이다. 대학 때부터 연기·노래·춤을 배우기 위해 스승을 찾아다녔다. 잠실 뒷골목에서 이름난 춤꾼들에게 브레이크 댄스와 로봇춤을 배우고 해방촌까지 찾아가 탭댄스를 익혔다. 대학 졸업 후 그가 들어간 시립가무단과 서울예술단은 배움에 최적화된 곳이었다. 사물놀이·승무·살풀이 등을 인간문화재에게 직접 배웠고 뮤지컬의 역사 같은 인문학 강좌도 들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공부는 그에게 30년 넘는 습관이 돼 버렸다. 그의 말마따나 ‘큰 꿈을 갖고 도전했다기보다 개미처럼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사이’에 어느새 뮤지컬계의 간판스타가 돼 있었다. 그가 지금껏 공부했던 모든 것들이 수많은 경쟁을 뚫고 정상에 올라서게 한 뿌리가 된 것이다. 그 때는 남경주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리는 게 그저 좋았단다. 여성팬들이 환호해주면 더 보여주고 싶어서 ‘오버’도 많이 했다. 30대까지도 그런 모습은 여전했다. 캐스팅 제의가 끊임없이 밀려들었고 쇼프로 진행자, 라디오 DJ까지 시키는 건 다 했다. 그렇게 매일 어마어마한 스케줄 속에서 살다보니 문득 회의가 들었다. 잠깐만,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 왜 내가 원하지도 않는 일을 힘들게 하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의 답을 찾던 그는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쉼’의 의미와 가치를 배웠던 시기였다.

그러나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뮤지컬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에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가 ‘연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날카로운 비판을 들어야 했다. 40대에 접어들면서 주연으로 캐스팅됐다가 갑자기 계약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그때 그가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했단다.

“그날 분장실에서 펑펑 울었어요. 자존감이 완전히 바닥까지 떨어졌죠. 그런데 이걸 못 받아들이면 배우를 관둘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저도 나이가 들고 언제까지나 주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때부터 배우라는 직업의 가치에 대해서 참 많이 고민했어요. 무슨 말인지도 몰랐던 두꺼운 책들도 열심히 읽었죠.”

존재의 근원을 흔드는 사건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어제까지 했던 것처럼 ‘다시’ 공부를 하는 것 외에는. 그렇게 책 속에서 수많은 선각자를 만나 위로를 받기도 하고 삶의 단서를 얻기도 했다. 요즘 그의 화두는 ‘자연스러움’이다. 유명 배우 우타 하겐(Uta Hagen)이 쓴 배우수첩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단다.

‘만약 당신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려 애쓰고,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 큰 고통 없이도 승리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단순하고 절도있는 연기를 한다면 심각한 절망과 외로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것을 견뎌 낸다면 연극무대는 당신에게 생명력과 명예를 가져다 줄 것이다.’

좋은 배우는 자연의 순리 이해해야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는 자칫 열정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관객 반응을 끌어낼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알게 됐단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운이 남는 사람은 배역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그 배우라는 것을. 예전에 그의 연기는 보여주기 위한, 박수 받기 위한 연기. 배역보다는 남경주라는 배우가 돋보이는 연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보다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삶의 이야기와 인물을 오롯이 담는 연기를 꿈꾼다.

“형님이 늘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좋은 배우가 되려면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저도 무대에서 어떤 역할이든 자연의 일부분처럼 그 위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면서 할 일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 하는 공부도 자연의 순리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일종의 발버둥이죠(웃음).”

어떤 직업이든 30년간 무르익으면 자연을 닮아가는 것 같다. 내 일 속에 담긴 수많은 희로애락, 영광과 모욕을 오가면 어느 순간, 마치 저무는 가을 나무처럼 저절로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된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이미 가득 찼다는 얘기와도 같다. 생명력이라는 나무의 근원을 돌아보면 지금 열매가 있나 없나는 크게 상관이 없다. 다만 나를 키워준 일에 감사하게 되고, 배우로 살고 있는 지금이 행복해진다. 그리고 애쓰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서 누군가가 잠시 쉬어갈 나무가 되기도 한다. 한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아름답게 무르익어가는 그에게 오늘 참 많이 배웠다.

김미경 더블유인사이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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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학살·가난·쓰나미·세월호…. 아무도 우리에게 “이런 세상에서 태어나겠느냐”고 물어본 적 없다. 선택의 여지 없이 우리는 우연히 지구, 대한민국, 지금 이 시간, 이곳에 있을 뿐이다.

선택도, 동의도 없이 태어난 이곳엔 하지만 이미 사회·정부·역사, 그리고 부모의 능력이란 ‘게임의 법칙’들이 정해져 있었다. 누구는 우연히 직원에게 폭언을 하는 등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태어났다. 누구는 우연히 어떤 수모라도 참아내야 한다.

죽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의도, 허락도 없이 어느 날 다시 우연히 소멸되는 것이 인간이니 말이다. 물론 우주는 무한으로 크고, 인간은 끝없이 작다. 인간 없이도 우주는 수백억 년 동안 존재했다.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우주는 잘만 굴러갈 것이다. 우연한 탄생과 우연한 죽음이란 두 ‘고리’ 사이에 매달린 실 하나뿐인 인생.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전통과 규칙과 종교를 통해 존재의 필연성을 매번 재확인받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유대인 수용소 경험 뒤 자살한 레비

“평화로울 때는 아들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지만, 전쟁 때는 아버지가 아들의 장례를 치른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기원전 484∼425년)의 말이다. 아무리 죽음 그 자체가 무의미한 우연의 결과라지만, 죽음의 순서만큼은 인간이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먼저 태어난 자가 먼저 죽는다. 그것이 만물의 법칙이며 사회의 계약이다.

2014년 세월호. 수많은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이 아들의 장례를 치렀다. 수많은 대한민국의 딸들이 어머니보다 먼저 죽었다. 우주와 사회로부터 받았던 ‘약속’의 배신.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퀴블러-로스(Elisabeth Kuebler-Ross)는 자신 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5단계로 나눴다.

네덜란드의 화가 코르넬리스 반 하를렘(Cornelis van Haarlem, 1590년)의 작품 ‘죄 없는 아이들의 학살’. 아이들의 죽음은 ‘먼저 태어난 자가 먼저 죽는다’는 만물의 법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먼저 부정과 분노로 시작해 타협, 이어서 우울을 통해 마지막으로 그 트라우마(trauma)적인 사실을 수용하게 된다는 가설이다. 그렇다면 트라우마란 과연 무엇인가?

유대인 수용소를 경험한 이탈리아 작가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19∼87년)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수십 년 동안 끝없이 반복되는 악몽과 기억에 시달린다. 짐승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던 그는 살기 위해 바동거렸지만 전쟁이 끝나고 최고의 소설가가 된 레비는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2001년 ‘9·11’ 테러를 경험한 사람들 역시 여전히 기억상실·악몽·우울증에 시달린다. 뉴욕의 쌍둥이 빌딩(세계무역센터)에서 일하던 자식·부모·남편·아내를 잃은 많은 사람은 퀴블러-로스의 ‘수용’과는 여전히 먼, 슬픔과 후회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있다. 학살·전쟁·테러·고문·성폭행·자식의 죽음.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경험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그들의 경험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상은 보통 지독할 정도로 선형적(線形的)이다. 과거가 현재를 만들었고 현재는 미래를 만든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경험한 뇌는 다르다. 과거·현재·미래 모두 송두리째 단 한 번의 순간으로부터 영원한 지배를 받게 되니 말이다. 아이의 죽음을 처음 알게 된 그 순간. 내 눈으로 내 팔다리가 잘리는 모습을 목격한 그 순간. 유대인 수용소에서 죽음의 두려움에 떨던 그 순간…. 영원히 반복되는 그 순간이 미래·현재·과거를 하나로 묶어버리기에 삶도, 시간도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망가진 테이프가 끝없이 반복된 음악을 틀어주듯 트라우마를 경험한 뇌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그 한 순간을 영원히 반복해 재생할 뿐이다.

트라우마는 시간으로는 해결 못해

세상은 끝없이 많고 복잡한 정보들의 합(合)집합이다. 이 많은 정보를 인간의 1.5㎏짜리 작은 뇌가 실시간 받아들이고 처리하며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다. 모든 경험을 있는 그대로, 왜곡하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단 말이다. 그렇다면 기억한다는 것은 언제나 무언가가 왜곡되고 압축돼야 한다는 말과 동일하다.

‘순간’이란 경험을 압축하고 왜곡하는 과정은 해마란 뇌 영역을 통해 이뤄진다고 많은 전문가가 믿는다.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순간은 우선 ‘기억할 가치가 있는’ 정보와 ‘기억할 필요가 없는’ 정보로 나눠진다. 이때 나눔의 기준은 무엇일까? 많은 기준이 가능하겠지만, 대부분 ‘예측 코드(predictive coding)’를 통해 분류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예측코드란 무엇인가? 뇌(특히 대뇌 피질)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미래 예측이다. 과거 경험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측할 수 있으면 당연히 새로 들어오는 정보를 더 쉽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다. 내가 가는 곳이 농구장인지, 아니면 축구장인지 모르고 가는 것보다 알고 가면 그만큼 더 빨리, 더 적절한 준비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와 비슷하게 계단을 내려갈 때 뇌는 이미 계단의 높이를 예측해 다리 관절들을 제어한다. 가끔 다른 계단보다 더 높거나 더 낮은 계단을 밟을 때 헛디디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되겠다. 뇌는 앞으로 보일 것, 들릴 것, 느껴질 것, 경험하게 될 것 등을 예측한다.

끝없는 예측을 통해 뇌는 내가 예측한 세상과 내가 경험하는 현실의 차이를 계산한다. 예측과 현실에 차이가 없다면 그 정보는 무의미하다. “난 인간이다” “좋은 것은 좋다” “단것은 맛있다”. 이들은 모두 충분히 예측 가능한 무의미한 정보이기에 특별히 기억할 필요 없다. 그렇다면 반대로 트라우마야말로 일상적인 삶을 사는 인간이 기대하기 가장 어렵고, 예측할 수 없는, 그렇기에 가장 강한 기억을 남기는 경험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메듀즈호의 뗏목’,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Theodor Gericault)의 1818~1819년 작품.

아침에 인사하고 나간 아이가 죽을 것이란 예측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전쟁 전에 멀쩡히 중산층 화학자로 살던 프리모 레비가 유대인 수용소에서 벌레 같은 삶을 살 것을 예상했을 리 없다. 아무리 혹독한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 요원 역시 자신의 팔·다리가 잘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뇌의 예측과 현실의 가장 큰 차이. 만약 그것이 트라우마의 정체라면 트라우마는 그 어느 경험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아니, 어쩌면 예측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에 뇌가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정보와 기억을 남기는지도 모른다. 너무 밝은 빛에 노출된 카메라론 더 이상 아무 것도 구별할 수 없는 것같이 트라우마는 뇌에 다양한 손상을 끼친다. 기억을 만들어내는 해마(hippocampus),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amygdala), 그리고 판단력을 좌우하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 다양한 뇌 영역의 조직적·기능적 구조 그 자체가 변하기에 트라우마는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선 슬픔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슬프고, 우울하고, 분노하고.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다. 창피할 일도, 숨길 것도 아니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뇌의 예측과 현실이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반복된 절차, 일상적인 일과, 오래 전부터 알던 친구들. 트라우마, 즉 세상과 뇌의 기대치 간의 극도화된 불일치 때문에 감정적·인지적으로 ‘얼어버린’ 뇌를 다시 녹이고 다시 세상과 교류하도록 치유해야 한다. 반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 급격한 감정의 폭, 단순한 답이 불가능한 끝없는 질문들. 이 모두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그다지 유용하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의 트라우마가 된 세월호

종교와 정부의 분리. 권력과 돈의 분리. 나 자신이 선호하는 것과 사회 전체에 중요한 것과의 분리. 그리고 피해자와 심판하는 자와의 분리. 이처럼 문명의 역사는 어쩌면 분리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겠다. 피해자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아픔과 상처를 이제 그만 잊으란 말도 결단코 아니다. 피해자의 아픔과 상처를 잘 기억하지만 같은 상처를 또다시 받지 않기 위해선 어쩌면 감정보다는 이성, 분노보다는 차분함, 과거보다는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말일 뿐이다.

하지만 2014년 대한민국 국민은 세월호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했다. 왜 그런 걸까? 막연한 두려움·걱정·무기력·우울증·외로움. 노이로제의 기본 증상들이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자살률과 노인 빈곤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단연 1등. 출산율과 행복지수에선 OECD 꼴등.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볼 시간도, 여유도 없는 우리들. 마치 세월호 안에 갇힌 아이들 같이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배 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라” 하니 가만히 앉아 있었고, “그냥 열심히 학습지 외우라” 하니 열심히 외웠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 안다. 세월호는 침몰했고, 평생 투정 없이 열심히 공부하고 대기업 다녀봐야 돌아오는 건 ‘땅콩 회항’ 사건 같은 일에 휘말릴 수 있다는 걸.

굶주림·목마름·폭행·식인(食人). 1816년 서부 아프리카를 향하던 프랑스 군함 ‘메듀즈’호는 경험 없는 선장의 실수로 침몰하고 만다. 허술한 뗏목에 올라탄 147명의 생존자 중 13일간의 지옥 같은 시간을 살아남은 사람은 단 15명. 메듀즈 호의 운명을 알게 된 프랑스인들은 생각한다.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의 독재, 그리고 부르봉(Bourbon) 왕가의 귀환.” 어쩌면 프랑스의 역사와 메듀즈 호의 운명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대한민국에서 역시 어느새 ‘대한민국’과 ‘세월호’는 동의어가 돼 버렸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미래도 침몰하는 듯했고, 세월호 가족들의 트라우마는 대한민국 온 국민의 트라우마가 돼 버렸으니 말이다.

김대식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미국 MIT와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거쳤다. 이후 보스턴대 부교수를 지낸 뒤 2009년 말 KAIST 전기 및 전자과 정교수로 부임했다. 뇌과학·인공지능·물리학뿐 아니라 르네상스 미술과 비잔틴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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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국제정치학자인 하영선 이사장은 2년째 청년 공부모임 ‘동아시아연구원(EAI) 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

사랑방이란 이름은 구한말 개화사상을 주도한 환재 박규수(1807~77)가 젊은이들과 토론을 벌이던 사랑방에서 따왔다. 격동의 시기 나라의 앞날을 걱정했던 선조처럼 또 한번 변화의 시기를 맞은 한반도의 앞날을 젊은 학생들이 주축이 돼 논의해 보자는 취지다.

학기마다 1기씩을 배출해 현재 4기에 이르고 있다. 지난 학기엔 ‘동아시아 신질서 건축의 역사’를 공부했고, 그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기 위해 지난해 12월 26~28일 4기 학생 7명이 중국 베이징에 다녀왔다.

자금성, 원명원, 마오쩌둥 기념관 등의 사적지를 학생 한 명씩 맡아 주제 발표를 하고 동아시아 질서 구축 과정에서 각 사적지가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학생 구성도 다양하다. 서울대·고려대·이화여대 등 국내 대학의 학부·대학원생을 비롯해 영국 옥스퍼드대, 프랑스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일본 미야자키 국제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있다. 이주원(24·고려대 정외과)씨는 “이른바 ‘스펙’에 도움이 되는 공부모임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심화한 내용을 아무런 제한 없이 토론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EAI 관계자는 “사랑방은 국제정치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지원이 몰려 면접 등 소정의 절차를 걸쳐 참여자를 엄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EAI 사랑방’ 이외에도 한국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 프로그램 등 다섯 가지 인재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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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7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의 불길로 전 세계를 불타게 할 수 있을까. 이순신 장군이 ‘역사 한류’ ‘군사전략 한류’ ‘리더십 한류’의 중심에 서게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귀국길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나 거북선 모형을 사가게 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은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못지않게 강력한 우리 국가 상징이 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난해 8월 17일 기사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이 서울의 상징적 중심점(epicenter)라고 했다.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 문제는 이순신 장군이라는 잠재력 만점인 국가 브랜드를 세계의 일반인에게 효과적으로 널리 홍보하는 것이다. 그 씨앗은 일찌감치 뿌려졌다. 영국 해군 제독이자 역사학자였던 G A 밸러드(1862~1948)는 자신이 지은 『바다가 일본 정치사에 미친 영향(The Influence of the Sea on the Political History of Japan)』(1921)에서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영국 입장에서 넬슨과 동등한 제독이 아시아에서 나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힘들지만··· 이순신 장군은 넬슨과 동급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제 이순신 장군은 해외 신문에 나오는 ‘오늘 태어난 사람들’ 난에도 등장한다. 예컨대 지난해 뉴질랜드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은 미국 대통령 제임스 먼로, 수학자 쿠르트 괴델, 사담 후세인, 페넬로페 크루스, 제시카 알바와 같이 4월 28일생이다. 아마존에서 옥스퍼드 브랜드의 이순신 장군 망루 레고(LEGO)도 살 수 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해 해외 매체들이 빈번하게 다루게 만들려면 우선 서구의 주요 참고도서(reference book)와 전쟁사 등 전문 서적에 빠짐 없이 등장해야 한다. 점차 이순신 장군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R G 그랜트가 지은 『해상 전투: 해전 3000년사(Battle at Sea: 3,000 Years of Naval Warfare)』(작은 사진)는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을 6페이지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커피테이블(coffeetable)’이다. 특히 미국 사람들은 거실에 있는 커피테이블에 올려 놓고 가끔 들여다 보는 커피테이블이라 불리는 삽화·사진이 많이 실린 도서를 좋아한다. 이순신 장군이 미국의 거실에 진출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또 세계 50대(大)이건 100대이건 글로벌 순위권 안에 들고 있다. 이미 글로벌 셀레브리티다. 한국전 종군기자 출신인 윌리엄 위어가 지은 『세상을 바꾼 50대 군사 지도자(50 Military Leaders Who Changed the World)』는 이순신 장군이 “아마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제독”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위어는 그의 또 다른 저서인 『전쟁을 바꾼 50대 무기(50 Weapons That Changed Warfare)』에 거북선을 포함시켰다. 전쟁사의 가장 극적인 100대 장면을 소개한 『가장 위대한 전쟁 이야기(The Greatest War Stories)』는 거북선을 일컬어 “가장 놀라운 전함”이라고 기술했다. 『해전의 모든 것(Fighting Techniques of Naval Warfare)』에 따르면 한산도 해전은 세계 20대 해전 중 하나다.

문서를 통한 이순신 공공 외교에서 아직 미흡한 것도 있다. 예컨대 『전쟁 철학자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사 사상가들의 전개(Philosophers of War: The Evolution of History’s Greatest Military Thinkers)』라는 책을 보면 이순신 장군에 대해 별도 항목이 있기는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알 수 없음(unknown)’이라고 돼 있다.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원인 중 하나는 이순신 장군의 해상 전략을 수용한 데 있다고 상당수 역사가가 말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해상 전투: 해전 3000년사(Battle at Sea: 3,000 Years of Naval Warfare)』의 내지들.

일반인을 위한 세계사 책이나 초·중·고·대학 교과서에도 이순신 장군은 많은 경우 빠져 있다. 수천 년 인류 역사를 몇 백 페이지로 압축한 역사책에 이순신 장군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이 근대 이후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예컨대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나온 『1450년에서 1700년까지의 세계(The World from 1450 to 1700)』를 보면 단 두 단락 분량이지만 나온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목표가 중국·인도·필리핀을 정복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한반도에서 저지하지 않았다면 아시아 역사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인식이 점차 공감을 얻고 있다.

이순신 장군을 우리나라 공공외교의 한 축으로 삼으려면 몇 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첫째, 거북선이 철갑선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80년대만 하더라도 외국 사람들에게 “한국이 구텐베르크보다 200년 앞서 금속활자를 만들었고 미국의 모니터(the Monitor)호보다 300년 앞서 철갑선을 만든 나라라는 것을 아십니까”라고 말하면 외국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이제 거북선이 철갑선이 아니라 목조 장갑함이라는 주장이 국내에서 대세다. 하지만 해외 문헌에서는 아직도 이순신 장군이 세계 최초 철갑선 설계자로 알려졌다. 만약 거북선이 철갑선이 아닌 게 확실하다면 이를 해외 출판사에 정직하게 알려 수정하게 만드는 게 올바른 길이다.

둘째,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의 외국어 표기를 통일해야 한다. 현재 이순신 장군은 Yi Sun Shin, Yi Sun-shin, Yi Sun Sin으로 거북선은 Geobukseon, Kobukson 등으로 표기된다. 셋째, 윈윈(win-win) 전략을 모색해볼 만하다. 이순신 장군과 해외의 명장들을 한데 묶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세계사적 라이벌들을 한데 묶어 ‘세계 해전 영웅 기념관’이라든가 웹사이트를 민관 합동으로 만들면 어떨까. 이순신 장군의 라이벌은 넬슨(트라팔가르 해전), 프랜시스 드레이크(칼레 해전), 테미스토클레스(살라미스 해전), 돈 후안 데 아우스트리아(레판토 해전), 도고 헤이하치로(쓰시마 해전), 체스터 니미츠(미드웨이 해전) 등이다. 영국의 넬슨 페스티벌을 벤치마킹하고 우리나라 충무공 축제를 연계한다면 한·영 외교를 심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해외에 이순신 전문가를 양성하는 국가적·사회적 노력도 필요하다. 하와이 퍼시픽대 마크 길버트 석좌교수는 ‘이순신 장군, 거북선과 근대 아시아의 역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코리아소사이어티(Korea Society)의 후원을 받아서다. 이러한 학술 지원 사업이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

이순신 공공외교는 우리 국민, 시민이 나서야 한다. 이순신 장군을 외국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 필요한 용어들은 뭘까. 임진왜란은 Imjin War, Seven-Year War, Korean War이다. 백의종군은 “fighting in a white robe”이다. 철갑선은 iron-shelled ship, armored ship, ironclad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을 한마디로 외국인에게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dmiral Yi Sun-shin was the Lord Nelson of Korean history(이순신 제독은 한국사의 넬슨이다)” 정도가 괜찮을 것 같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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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이 명실상부하게 세계사적 인물로 자리매김하려면 세계 각국의 세계사 교과서에 자주 노출돼야 한다. 세계사 교과서 집필자들은 이순신 장군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마크 길버트(Marc Gilbert·사진) 하와이퍼시픽대 역사학과 석좌교수를 인터뷰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박사인 그는 현재 7판까지 발행된 미국 대학 교과서 『세계문명(World Civilizations)』의 공동저자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이순신 장군은 어떻게 세계사를 바꿨는가.

“중국의 명-청 교체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에 패한 일본은 250년간 쇄국의 길로 들어선다. 일본은 이순신 장군의 전략을 활용해 러일전쟁(1904~1905)에서 승리한다.”

-어떤 인물이었다고 보나.

“군사 분야의 천재였을 뿐만 아니라 백성을 사랑한 매우 인도주의적인 사람이었다. 충효(忠孝)를 헌신적으로 실천한 인물이다. 애국·애민을 말하는 정치인은 많다. 이순신 제독은 언행이 일치했다.”

-역사 속 다른 군사 지도자들 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사례인가.

“그렇다. 그는 군사적 자질과 인간적 덕성을 한몸에 구비했다. 시적인 문장으로 편지를 쓴 문인이기도 했다.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성품이 매우 강했다. 의사소통과 협상을 중시하면서도 의사결정 시 강요당하는 것은 거부하는 기질도 지녔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았다. 사람을 알아보는 눈도 뛰어났다. 뛰어난 인물인 만큼 사람들도 그의 위대함을 알아봤다. 사람은 누구나 위대한 것을 보면 위대하다고 느낀다. 또 겸허했기에 승리의 공로는 남에게 돌렸다. 일본인들도 그를 존경해왔다.”

-그를 서구에 알린 것은 일본인들이다. 일본인들은 왜 그에게 매료됐을까.

“일본 해군 지도자들은 이순신 제독의 전략을 빌려왔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이순신 제독이 온전히 구현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은 이순신이 외국 역사 교과서에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전쟁사 전공 사학자들을 제외하면 이순신 장군에 대해 다루는 서구 역사학자가 많지 않다. 한국사와 동남아시아사는 세계사 교과서에서 비중이 낮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중국·인도에 대해 다루다 보면 지면이 많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을 세계 5대 제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 물론 나는 역사학자로서 순위 매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역사적 맥락이 항상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를 세계 3대 제독으로 꼽겠다.”

-한류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을까.

“그렇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은 모든 여행안내 책자에 나와 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사실 한국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방문 후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만은 누구나 기억한다. 또한 그는 한국의 제조업 전통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은 현대뿐만 아니라 고대부터 찬란한 제조업을 자랑한다. 이순신 제독도 한국 제조업 전통의 중심에 서 있다. 그가 거북선을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에 맞게 개량했으며, 조선소를 만들어 순식간에 거북선을 비롯한 전함을 건조했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게 있다면.

“그는 완벽한 인간이었으며 세계적인 지도자이자 영웅이었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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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민들이 부대끼며 고단한 삶을 헤쳐 온 부산 국제시장은 현대사의 주요한 현장이기도 하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덕수가 운영했던 수입잡화점 ‘꽃분이네’는 영화 흥행에 힘입어 시장의 명소가 됐다. 송봉근 기자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18일 만인 3일 누적 관객 700만 명을 넘겼다. 예매율 1위를 지키며 ‘1000만 영화’에 다가서고 있다. 영화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고단한 삶을 살아 온 한 남자 ‘덕수’(황정민 분)의 일대기를 그린다. 포레스트 검프처럼 덕수는 격동기의 주요 사건을 헤쳐 나간다. 흥남철수, 파독(派獨) 광부, 월남전 파병, 이산가족 상봉 등 굴곡진 역사가 덕수 인생의 배경이고 무대였다.

수많은 시공간 중 영화는 ‘국제시장’을 제목으로 선택했다. 시장은 덕수가 뿌리내린 곳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덕수의 애환이 서린 공간이기도 하다. 아버지 세대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 시대를 달린 국제시장에서 아들·손자도 21세기의 또 다른 삶을 꾸려가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삶의 최전선이다. 세밑의 끝자락인 지난해 12월 31일 영화의 무대이자 삶의 현장인 부산 국제시장을 찾았다.

부산시 중구 신창동의 ‘국제시장’엔 6개 공구, 약 1500개의 점포가 있다. 일반적으론 인근의 전통시장을 통칭한다. 신창동 만물의거리와 창선동 창선상가, 도로 건너편 부평동 부평깡통시장이 하나의 상권이다. 2009년 부산시는 이 일대를 통합해 국제마켓타운으로 출범시켰다.

국제시장의 탄생은 해방 후로 거슬러 간다. 일본인들이 두고 떠난 가재도구를 내다 파는 노점이 전쟁으로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시장으로 번성했다. 전성기였던 70년대엔 매출이 경기도 성남시 예산과 맞먹었다. 군수품과 어선의 선구(船具)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만물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생활용품을 주로 취급한다. 그릇가게·지물포·침구가게·포목점 등이 눈에 띄었다.

1년 전 문 연 야시장, 명소로 떠올라

영화 흥행으로 옛 명성을 되찾았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시장은 차분했다. 발길을 영화에 등장한 ‘꽃분이네’로 돌리니 시끌시끌했다. 영화 속 수입잡화점인 ‘꽃분이네’는 실제로는 액세서리 잡화점이다. 4년 전부터 ‘영신상회’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해 온 곳이다. 2013년 여름 영화 촬영을 위해 보름 동안 가게를 빌려줬다. 신미란(37) 사장은 “영화가 인기를 끌어 장사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지난달 24일 꽃분이네로 간판을 바꿨다”고 했다.

“영화처럼 수입잡화점인 줄 알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요. 과자 같은 걸 팔면 장사에 도움이 될 텐데, 다들 구경만 하고 가요.”

찾는 이는 많지만 장사엔 별 도움이 안 된다. 이웃 가게 영업에도 지장을 줘 눈치 보는 일이 생겼단다. 이날도 연신 셀카봉을 든 사람들이 좁은 통로를 막고 사진을 찍었다.

정작 특수를 크게 누리는 건 범(汎)국제시장에 속하는 건너편 부평깡통시장이다. 2013년 1년 전 개설한 야시장이 요즘 가장 뜨겁다. 오늘의 덕수가 꿈을 일구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둑어둑해지자 시장이 북적인다. 저녁 6시30분 점포 사이 약 100m 길이의 통로에 30대의 카트가 줄 맞춰 등장했다. 야시장 개설 후 매일 밤 반복되는 진풍경이다. 이때부터 두 시간은 점포와 노점이 함께 장사를 한다. 통로가 카트를 중심으로 좁게 나뉘자 진행요원이 나섰다. “우측통행 하세요. 그래야 다닐 수 있습니다.”

먹거리와 액세서리 등을 파는 노점은 자정까지 영업한다. 1년의 밤을 밝히는 동안 명물이 됐고 또 다른 성과도 얻었다.

상인회는 심사를 거쳐 노점상을 선발했다. 사회적 약자가 우선이었다. 바다 건너서 시집 온 며느리, 자리 한 칸 마련하지 못했던 장사꾼, 빚더미에 허덕이는 가장에게 희망의 공간이 된 것이다.

1 최근 국제시장 일대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 마지막 날의 모습. 2 부평깡통시장의 야시장. 다문화 출신 등 사회적 약자들이 버티고 설 공간이 되어줬다. 송봉근 기자
16번 노점에서 냉면구이를 파는 한단(33)씨는 중국 하얼빈에서 시집 온 지 8년차다. 친정엄마와 나란히 서서 조리를 하는데 이날은 중국에서 온 남동생도 함께했다. 면발을 부침개처럼 부쳐내는 냉면구이가 생소한 손님에게 “하얼빈에서 많이 먹는 음식인데, 맛있어요”라며 호객도 열심이다. 그는 한국에 온 뒤 중국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 돈 벌어 친정에 가는 것이 세밑 소원이다. 베트남 출신 누에니트(28)의 가게에선 인도네시아 볶음면을 판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 친구에게 특별히 배운 메뉴다.

시장은 벼랑 끝까지 갔던 이들에게도 힘이 된다. 치즈를 굽고 꿀타래를 마는 김대웅(53)씨에겐 야시장이 처음 찾은 희망의 터다. “장사는 목이라는데, 안 가본 데 없이 돌아다녔어도 (자리 찾기) 어려웠다”는 그에게 가로 80㎝, 세로 50㎝ 남짓한 카트 한 대는 세상 무엇보다도 귀중하다. 케냐 유학생이 연 노점도 있다. 아프리카 장신구를 판매하는 매튜(25)는 부경대에서 국제경제를 공부한다. ‘사장’인 친구 대신 일일 사장을 맡았다. 서툰 한국어로 판매에 나선 그는 “장사가 아니라 문화 교류”라고 했다. “한국인들이 우리 가게에서 목걸이·팔찌를 사서 착용하는 것이 바로 문화교류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남포동~용두산공원 촬영지 관광코스로

다문화 한국 사회의 덕수라 부를 법한 이들이 장사를 시작하고 미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건 기존 상인들이 함께 살자며 자리를 내준 덕이다.

부평깡통시장 상인회는 매일 야시장을 찾는 사람이 평균 5000명에 이른다고 했다. 잘 버는 집은 하루 매출이 50만원을 넘는단다. 아니나 다를까, 씨앗호떡집과 문어·낙지호롱집엔 불을 지피기도 전부터 길게 줄이 늘어섰다. 시장은 조만간 구간을 확장해 야시장 노점을 늘릴 계획이다.

이제 시장에서 덕수 같은 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1세대는 은퇴하거나 세상을 떴다. 30~40년 머문 터줏대감들이 옛이야기를 들려줄 따름이다. 국제시장 일대에서 ‘깡통골목’ ‘양키아줌마’란 말이 생겨나던 시절 얘기다.

수입상사를 운영하는 고영수(70)씨는 80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해방둥이로 태어나 흥남 철수 때 일곱 식구가 함께 부산으로 내려왔다. 고씨는 흥남비료공장 근처에 있던 고깃집 ‘만세옥’ 아들이었다. 넉넉한 살림 때문에 가족은 피란을 망설였다.

“재산을 두고 아까워 어떻게 떠나느냐고, 어머니가 끝까지 안 가려고 하셨지. 다 떠나니까 마지못해 배를 탔어요.”

부산에서 그의 부모는 자갈치시장에서 노점을 했다. 고생한 부모 덕에 그는 대학을 마쳤고 직장을 잡았다. 덕수처럼 파란만장하지 않고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국제시장 번영회의 김용운(68) 회장도 시장 터에서 40여 년을 보냈다. 70년대 초 지물포를 열면서 시장 사람이 됐다. 그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국제시장이라는 영화 제목만 들어도 우리는 울컥하는 게 있어요. 여기가 처음엔 징용 다녀온 사람, 피란 온 사람들이 가진 거 교환해서 먹고 살았던 데예요. 애환이 있을 수밖에 없지.”

부산시는 3일 국제시장 촬영지를 안내하는 관광코스 운영을 시작했다. 남포동에서 출발해 피프광장~먹자골목~꽃분이네~부평깡통시장~용두산공원에 이르는 코스다. 영화 콘텐트로 관광객을 잡고 시장도 살리겠다는 시의 계획에 상인들의 기대도 크다.

저녁 8시를 넘으면 국제마켓타운도 하루를 정리한다. 면적 5만6596㎡, 3000여 개의 점포가 채워진 시장통에 대낮처럼 환한 곳은 30개 노점이 남은 야시장뿐. 연말 대목에 시장을 찾은 이들이 좁은 공간을 꽉 메우며 떠날 줄 몰랐다. 그리고 야시장이 오늘의 장사를 마치는 자정. 밤이면 밤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오늘만은 특별한 마감이다. 2015년이 밝았다.

부산=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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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을 둘러싼 이념 논란은 윤제균(사진) 감독에겐 불편한 일이다. 그저 자식 위해 일만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국제시장’ 영어 제목은 ‘아버지에게 바치는 송가(Ode to My Father)’다. 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윤 감독은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세상의 많은 아버지들이 부대끼며 살아간 국제시장은 영화에 가장 적합한 무대였다”고 말했다.

-영화에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배경이 많은데 왜 제목이 국제시장인가.

“샐러리맨이었던 아버지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 샐러리맨의 공간은 회사니까 좀 더 살아 숨쉬는 공간을 찾다가 시장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산이 고향이어서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국제시장을 선택하게 됐다. 부산은 어떤 도시보다 개방적이다. 국제시장에도 토박이와 피란민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가장 서민적인 공간이면서 화합을 담아낼 수 있는 곳이 국제시장이었다.”

-‘해운대’에 이어 ‘국제시장’이다. 부산 출신이라 그런가.

“일부러 부산을 무대로 한 것은 아니다. 지역색을 나타내려는 것도 아니다. 국제시장이 피란민들이 내려오면서 생긴 곳이라 우리 역사를 대변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덕에 고향의 시장이 주목받게 됐다.

“서울로 비교하면 국제시장 일대는 남대문·명동 같은 곳이다. 강남이 떠오르면서 옛 영광이 쇠퇴한 것처럼 해운대 등에 밀려 제일 번화가였던 국제시장도 예전만 못하다. 세상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시장은 천천히 걸어간다. 사람도 전성기를 누리다가 젊은이들에게 밀려 소외받는다. 공간이 사람의 인생과 닮았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시끌시끌하다.

“정말 개인사에서 출발했다. 대학교 2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만든 영화다. 정치 이념을 들이대면 속상하다. 관객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가족적인 시각, 따뜻한 마음으로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겠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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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아탈리(71·사진)는 좀처럼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든 인물이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특보를 지내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을 설립해 프랑스와 유럽 정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도운 것도, 사회당 정부에서 시장주의 개혁에 나선 38세 경제장관 에마뉘엘 마크롱을 천거한 것도 그다. 하지만 아탈리는 정치뿐 아니라 문학·철학·예술에도 조예가 깊어 수준 높은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정세를 읽는 통찰력도 뛰어나 아탈리를 미래학자로 소개하는 사람도 많다. 2015년 세계가 어떻게 움직일지 조언을 구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인물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선 잘 모를 것 같아 장황한 설명을 곁들였는데 의외로 사건의 전말을 잘 알고 있어 놀랐다.



-저서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에서 초국적 정부 설립을 제안했다. 세계화에 대한 단상은.

“금융·자원·환경 등 인류가 보편적으로 직면한 문제들은 한 나라의 정부만으론 해결하기 어렵다. 2011년 그 책을 펴낸 후 초국적 협력에 일부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여러 국제기구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도만 효율적으로 역할을 수행한 것 같다. 특히 조세 투명성 분야의 기여가 돋보였다. 국가를 초월한 글로벌 법 체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어떻게 보면 초국적 정부보다 글로벌 법 체계가 우선이다. 세금·기후변화·사법정의 등의 분야에서 전 세계가 공통으로 집행할 수 있는 보편적인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

-2014년을 뜨겁게 달군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피케티의 주장들은 이미 알려져 있던 게 많다. 나는 2006년 출간한 『미래의 물결』에서 (방대한 데이터와 함께) 전 지구적 불평등 증가에 대해 언급했다. 피케티는 그런 불평등이 더 심화하고 있다는 걸 입증한 것뿐이다. 불평등이 심화하는 건 시장은 세계화됐는데 정치는 국가 경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건 굉장히 불안한 상황이고 국가 경계를 넘는 글로벌 법 체계가 마련되기 전까지 지속될 것이다.”

-당신은 세계 경제위기가 7년에 한 번씩 찾아왔고 2015년이 그런 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러시아와 서방 세계가 계속 갈등을 이어간다면, 또 어느 한쪽이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세계 경제위기 또는 전쟁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 침체를 겪는 유로존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올 상반기에 반드시 강력한 양적완화를 단행해야 한다. 진정한 연방제를 위한 핵심적인 조직 개혁도 도움이 될 것이다. 유로 채권 발행이나 유럽연합(EU) 재무부 설립을 통한 진정한 통화·경제 통합이 필요하다.”

-중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중국은 경제 성장도 중요하지만 복지 시스템 확충과 같은 국내 발전에 힘쓰며 내실을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경제의 핵심 요소인 부패 척결과 위안화 호환성(currency convertibility)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이런 노력은 결국 점점 민주화에 가깝게 전개될 것이고 중국은 대만 모델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중국이 홍콩과 통합한 것처럼 대만과도 결국 상호적이고 긍정적이며 내실 있는 방법으로 통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아베노믹스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우선 안정된 정부를 갖게 된 일본을 축하하고 싶다. 아베노믹스의 성패는 장기적으로 일본의 인구 구조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인구 구조를 갖춰야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중국과 건강한 관계를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후 프랑스와 독일처럼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해법으로 스웨덴·프랑스 등의 모델이 거론되는데.

“프랑스의 출산율은 유럽 국가 중 최고다. 개인적으로 (돈을 쥐여주는) 스웨덴 모델보다 프랑스 모델이 한국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출산율이 높은 건 최고 수준의 보육 시스템을 값싸게 제공하는 것, 여성이 육아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커리어를 추구할 수 있는 것, 이 두 가지 때문이다. 한국은 저출산 문제를 복지 문제라기보다 인구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보육·주택 정책이 따로 놀지 않게 종합적이고 집중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물론 이런 노력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하다.”

-당신은 올랑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사르코지 정부에서도 경제정책을 주도했다. 현실주의자인가.

“나는 꿈이 있는 실용주의자다. 나에겐 프랑스와 유럽, 전 세계에 적용 가능한 대담한 아이디어들이 있다. 내가 보기엔 나의 정치적 영향력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작다. 나의 아이디어들 중에 현실화되지 못한 게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잡지 기고에서 ‘2015년은 최악의 한 해가 될 수도 있고 좋은 한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이 그것을 결정할까.

“세계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긍정적 마인드는 우리 모두로 하여금 삶의 주도권을 갖게 한다. 또 개인적이고 작은 문제부터 세계적이고 큰 문제까지 해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준다.”

자크 아탈리 1943년 당시 프랑스령이었던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향수를 파는 상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13세 때 파리로 이주, 에콜 폴리테크니크·파리정치대학(Sciences Po)·국립행정학교(ENA) 등을 졸업했다. 경제학 박사. 1981년 미테랑 대통령이 당선되자 90년까지 특별보좌관으로 일하며 정책을 총괄했다. 이후 동유럽 재건을 돕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컨설팅 회사 아탈리&아소시에, 마이크로 파이낸스 재단 ‘플라넷 피낭스’를 차례로 설립했다. 2007년엔 사르코지 대통령이 성장촉진위원장으로 임명할 정도로 좌우를 넘나들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중앙SUNDAY

아탈리는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도 해박한 견해를 피력했다. 한국이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할 것,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와 독일처럼 중국과 일본도 서로 화해하고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남북 관계에 있어서는 한국이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 강국들을 설득해 통일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북한 관계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동·서독 간의 ‘벽 허물기’와 같은 남북한 간의 통합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독일이 뭘 했는지를 보고 하나하나 따라 하는 것도 방법이다. 독일 통일은 동독 내부의 변화 요구가 분출한 측면도 있지만 주변 강국들이 합의점을 도출하고 그것을 공동으로 꾸준히 추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처럼 북한 내부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한국이 통일 모멘텀을 일으키고 국제 사회에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디어의 투명성, 새로운 기술의 발전 등이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한국을 보며 미국이 한국을 의심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나오고 있다. 한국 안에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한국이 선택을 강요받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아탈리는 “중국은 로컬 파워, 미국이 유일한 수퍼파워”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의 부상이 세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아무리 커도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을 상대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아탈리는 또 한국이 미·중 관계에만 얽매이지 말고 유럽연합(EU)·러시아 등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은 중국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지만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과 동맹 관계다.

“유일한 수퍼파워는 미국뿐이다. 중국은 계속해서 지역 파워에 머물 것이다. 주요 2개국(G2) 회담도 세계적인 여파가 있을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역적 의미에서의 미·중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다. 나는 한국이 조율자로서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 한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미·중 관계가 악화됐을 때도 한국은 두 나라와의 관계를 각각 강화해 왔다. 한국이 이런 조율자로서의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파트너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나 EU와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다. 나는 한·EU 관계 발전을 위해 나의 컨설팅회사 아탈리&아소시에의 사무소를 서울에 설립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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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조응천 범행동기 불분명…문체부 인사개입 등 수사는 진전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검찰이 '청와대 문건' 의혹 중간수사 결과를 5일 발표하고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한다. 특수부까지 투입해 속전속결 수사에 나선 지 36일 만이다.

검찰은 연말정국을 휘감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내용 가운데 최소한 '십상시' 비밀회동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정씨와 박지만 EG 회장의 권력암투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미행설' 역시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의혹의 핵심인 '비선실세' 국정개입 여부는 본격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허위 내용의 청와대 문건을 밖으로 빼돌리는 무리수를 둔 이유도 속시원히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십상시·미행설 '허위인 사실'만 확인 = 검찰은 문건에 언급된 인물들의 휴대전화 기지국 이용내역 등 물증을 수집해 강남 중식당 비밀회동은 허위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정씨와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사이의 휴대전화 통화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박지만 미행 보고서' 역시 첩보의 근원을 추적한 끝에 박 경정이 지어낸 허구로 매듭지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기문란'으로 규정한 청와대 문건의 유출경로를 상당 부분 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이미 십상시 모임 여부나 미행설의 진위에 머물지 않고 비선실세가 실제 존재하는지, 있다면 국정에 어떻게 개입했는지까지 넓혀진 상태였다. 모든 의혹을 해소하기엔 부족한 수사결과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1월28일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직후 십상시로 언급된 청와대 비서진 8명이 세계일보를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이 하명수사 논란 속에 문건의 '진위'와 '유출' 두 갈래로 수사의 틀을 잡으면서 이런 결론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조응천은 왜?…남은 의혹들 =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을 주도했고 작성에도 상당 부분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의문점은 조 전 비서관의 범행동기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 전 비서관과 '문고리 3인방'의 갈등에서 이번 사달이 벌어졌다고 본다. 정계진출을 위해 박 회장에게 줄을 대려다가 사실상 또다른 비선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이 범행 자체를 부인하는데다 구속된 박관천 경정도 말을 아끼고 있어 동기를 명확히 밝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건 의혹이 조 전 비서관의 '자작극'으로 결론나더라도 비선실세가 인사를 비롯한 국정에 개입했다는 주된 의혹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파문을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등 쏟아진 의혹들을 밝혀달라며 정씨와 '십상시'로 언급된 인물들을 고발·수사의뢰했다. 하지만 이 사건 수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문건을 무단 복사한 혐의를 받는 한모(45) 경위를 회유했다는 의혹, 세계일보 기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죄 적용 여부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따른 수사라는 비판을 제기해온 야당은 특검을 계속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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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세종=뉴시스】류난영 기자 = 교수들이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의미의 '정본청원(正本淸源)'을 꼽았다.

교수신문은 전국의 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를 설문조사한 결과 36.6%(265명)가 '정본청원'을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정본청원은 한서(漢書), 형법지(刑法志)에서 비롯된 말로 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교수들은 위선과 무책임으로 얼룩졌던 2014년을 보내며 2015년은 정본청원의 한해가 되길 희망했다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사회가 걸어왔던 길이 '정본청원'과는 너무도 반대되는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자성어룰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철학과)는 "관피아의 먹이사슬, 의혹투성이의 자원외교, 비선조직의 국정 농단과 같은 어지러운 상태를 바로잡아 근본을 바로 세우고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이 사자성어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류웅재 한양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전공)도 "관피아 문제, 땅콩회항 등 사회 전반의 난맥상은 상식과 원칙을 경시하는 문화와 연관이 있다"며 "새해에는 사회 지도층이 상식과 원칙을 존중하고 합리적 소통이 통용되는 국가를 만들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정본청원에 이어 회천재조(回天再造)가 25.8%(187명)의 선택을 받아 2위에 올랐다.

회천재조는 쇠퇴하고 어지러운 상태에서 벗어나 새롭게 나라를 건설한다는 뜻으로 구당서(舊唐書)에서 나온 말이다.

김익진 강원대 HK교수(불문학)는 "현재 우리는 모든 방면에서 정체나 후진을 경험하고 있다"며 "새롭게 앞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비 곡직을 가리지 못해 그릇되더라도 모든 일은 결국 반드시 정리(正理, 올바른 도리)로 돌아간다'는 뜻의 사필귀정(事必歸正)도 15.5%(112명)의 지지를 받아 3위를 차지했다.

사필귀정은 잘못된 일이 바로잡히길 바라는 한해가 되길 바라는 기대감을 나타낸다. 김선범 울산대 교수(건축학부)는 "모든 것이 바르게 가려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yo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