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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대가 다시 돌아 왔다?

구봉88 2015. 1. 5. 23:44

한국경제신문 [미국의 시대가 다시 왔다](2014. 12. 25~27)


 


(1) 되살아난 '주식회사 미국'


(2) 셰일혁명이 이끈 美제조업 황금시대


(3)(끝) 에너지 패권 쥐고 '슈퍼 달러'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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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美다우 첫 18000 돌파]

强달러 밀어붙이면 러 파국… 패권 경쟁 中도 저성장 지속

美 부실銀·기업 과감히 쳐내

내년까지 '나홀로 호황' 가능… 국제 정치 美위상 한층 강화


지난 4월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큰소리치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신세로 전락했다. 미국이 경제 호황을 바탕으로 '강한 달러' 정책을 급진적으로 밀고 나갈 경우 루블화 폭락을 부채질해 러시아의 금융 위기가 파국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와 푸틴의 위상이 단숨에 역전된 것은 유가 하락을 이정표로 미·러 경제가 반대 길을 걷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는 저(低)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죽을 쑤는 반면 미국 경제는 지난 3분기에 5% 성장(연율 환산)을 기록할 정도로 활력을 찾았다. 경제 상황의 극적인 반전은 외교로 파급력을 확대하면서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위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미국, 왜 호황?

지난 7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국제 유가는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6월 배럴당 110달러를 넘었던 국제 유가는 7~9월에만 14%가량 떨어졌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유가가 20% 떨어지면 미국 가계의 소비 여력은 1000억~1250억달러 늘어난다. 미국의 소비 지출이 3분기에 3.2% 상승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유가 하락 덕분이란 분석이다. 소비 지출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유가 하락은 4분기 미국 경제에 더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가 하락이 4분기에 더 가파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10월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을 3%에서 3.1%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신흥국 성장률은 0.2%포인트 낮췄다. '미국 독주(獨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미국 경제가 순항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1200개의 상업은행을 줄이는 파상적 부실 은행 구조조정은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던 자동차·화학·유통산업의 한계기업 정리로 이어졌다. 미국의 자본이 더 효율적인 곳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미국이 먼저 매를 맞고 부실을 선제적으로 도려낸 셈"이라며 "글로벌 금융 위기가 미국에는 '위장된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패권 더 강화될 듯

미국의 호황은 수년간 국제 정치 무대에서 줄곧 수세로 몰리던 미국의 위치를 공세로 바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상징적인 장면이 루블화 폭락으로 러시아 디폴트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지난 17일 연출됐다.

 

루블화 폭락이 브라질·태국 등 신흥국 통화시장까지 영향을 미치자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적어도 내년 4월까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달러를 거둬들여 다른 나라 외환시장의 위기를 부채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한마디로 루블화의 폭락이 멈췄고, 러시아 금융시장은 패닉에서 벗어났다. 지난 16일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80루블을 넘어선 루블·달러 환율은 23일엔 달러당 54루블 선까지 내려왔다. 미국 연준 의장이 구두 개입만으로 러시아 금융시장의 목줄을 조였다 풀었다 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러시아와 함께 미국의 패권을 넘보던 중국 역시 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상태다. 왕양(汪洋) 중국 경제부총리는 지난 17일 미·중 통상무역합동위원회에서 "중국은 세계경제 질서에서 미국에 도전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미국의 주도적 위치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미국 연구소 소장인 이완 모건 교수(정치경제학)는 "역사적으로 미국은 국내 경기가 좋을 때 적극적인 개입 정책을 구사했고, 반대로 경기가 위축되면 고립주의를 택해왔다"면서 "미국 경제의 호황으로 다른 경제권과 격차가 벌어질수록 미국 패권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나지홍 특파원 willy@chosun.com]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매일경제



미국 경제가 지난 2분기 이후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국의 지난 3분기 연율 기준으로 한 전분기 대비 성장률 5%는 잠재성장률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같은 기간 연율로 환산한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3.6%에 그쳐 3%대 후반인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쳤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가계·기업이 부채를 줄이고 사업을 재편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금융위기의 충격을 줄이는 데 급급해 가계와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된 점이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또 미국이 단행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양적완화 정책은 효과를 내고 있는 반면 한국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은 투자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대조된다.

우선 미국에서는 소비 증가가 경기 회복으로 연결됐다. 최근 유가 하락이 미국 국민의 소비 여력을 높여주고 이런 분위기가 실제 소비로 이어졌다. 반면 한국은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 소비가 계속 위축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도 소비 증대를 통한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이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가계부채 총량은 2008년 말에 비해 3.5%가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가계부채는 42% 가까이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속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가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라며 “비록 금리는 2%대로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지만 앞으로 경기 전망이 나쁘다는 심리가 있어 지갑을 닫는 분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국내 가계로 원활히 분배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소비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미 올해 905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있지만, 체감 경기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민총소득(GNI) 가운데 가계의 비중은 한국이 62.3%로 미국(77.5%)보다 낮다. 미국은 GNI 가운데 16.3%를 금융사를 포함한 기업들이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23.3%가 기업들의 몫이다. 가처분소득 기준으로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미국은 전체 가처분소득 가운데 76.5%가 가계로 돌아가지만, 한국은 58.1%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제 규모가 거대해 대외환경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한국은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와 생산이 급속히 위축된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정부의 정책 효과 측면에서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제로 금리는 물론 천문학적인 돈을 시중에 쏟아부었다. 이 돈은 미국에서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는 촉매제가 됐다. 반면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인하한 폭이 미국에 훨씬 못 미쳤고 이마저도 기업의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를 줄이고 부동산 거품이 빠져 구조조정이 이뤄진 반면 한국은 구조조정보다는 금융위기 충격을 줄이는 데 급급했다”며 “이 점이 최근 성장률 격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전세계 ‘산타랠리’ 한국만 소외
다우존스 사상 최고에도 코스피 박스권 갇혀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를 기록했다는 ‘깜짝 호재’에도 24일 코스피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전날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만8000 선을 넘고 글로벌 증시가 1% 안팎 뛰었지만 그야말로 딴 나라 얘기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겨우 7.59포인트(0.39%) 오른 1946.61을 기록했다. 지난 10거래일 동안 주식을 투매하다시피 내다 팔았던 외국인들이 겨우 ‘사자’로 돌아선 것만이 유일한 위안거리일 정도다.

반면 23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이날 1만8024포인트로 최고치를 경신했고, 프랑스(1.42%) 독일(0.57%) 영국(0.33%) 등도 동반 상승했다. 24일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1.24%나 급등했다.

이 같은 추세는 연말 증시 전체를 따져봐도 비슷하다. 주요국 증시가 ‘산타랠리’를 경험하고 있지만 우리 증시만 철저히 소외된 모습이다. 23일 종가 기준으로 11월 3일 대비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중국(24.80%)을 필두로 미국(3.79%) 일본(4.58%) 독일(7.25%) 프랑스(2.88%) 영국(1.7%) 등 대부분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만 1952.97에서 1946.61로 뒷걸음질했다.

[노영우 기자 / 최승진 기자 / 손동우 기자] 


서울신문





[서울신문]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소비 심리는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되레 악화되고 있다.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4일 내놓은 ‘12월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다. 전달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심리가 위축된 올해 5월(105)보다도 낮다. 지난해 9월(102) 이후 1년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지난 8∼9월 107까지 올랐으나 10월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 지수는 2003~2013년 장기 평균치를 기준(100)으로 삼아 이보다 수치가 크면 소비자 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이고 이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정문갑 한은 통계조사팀 차장은 “일본 총선(12월 14일) 이후 심화된 엔저와 저유가로 불안해진 세계 경기가 심리에 반영됐다”며 “정부의 부양책이 경기 회복세를 기대만큼 뒷받침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에 그쳤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2년 2월 이후 가장 낮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동아일보
[동아일보]
한국은 디플레 걱정… 소비자 심리지수 15개월새 최저정부 부양책에도 회복기미 없어… 韓銀 “2015년 통화완화 기조 유지”미국은 부활의 노래… 수입에만 의존하던 산업구조 탈피자국 제조업 육성해 활기 찾아… 전문가들 “뼈 깎는 구조조정 성과”
미국 경제가 요즘 보기 드문 호황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유럽이나 일본, 신흥국 등 다른 지역은 아직 오랜 침체 또는 성장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가계의 소비여력이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한국은 미국과 정반대의 경기흐름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부활이 뼈를 깎는 구조개혁의 성과라는 점에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조언한다.

○ 미국과 대조적인 한국 경제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반적인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2월에 102로 전달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5월(105)보다 낮은 것으로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재정확대와 두 차례 금리인하 등 적극적인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소비심리가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가지표는 이제 디플레이션 시대의 개막을 서서히 준비해야 할 정도로 저공비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향후 1년 물가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2월 2.6%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라 생각하면 소비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는 불안심리만으로도 가계는 돈을 덜 쓰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201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물가상승률도 상당기간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저물가에 대응한 통화 정책의 완화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피나는 구조개혁의 성과물”


예전에 미국 경제의 부흥은 한국 경제의 최대 호재였다. 미국이 수입을 늘리면서 한국의 대미 완제품 수출과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이 한꺼번에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글로벌 경제의 분업 구조는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와해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기호황이 수입 증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국 등 신흥국에 대한 낙수(落水) 효과도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과거 값싼 제품을 신흥국에서 수입해 쓰면서 국내수요를 충당했지만 이는 제조업 공동화에 따른 실업 증가, 금융업 팽창에 따른 금융위기 등 부작용으로 이어졌다”며 “이제는 자국내 산업을 직접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피나는 구조조정을 통해 내수 주도의 경제회복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1000조 원이 넘는 가계 빚에 짓눌려 소비여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한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은 금융권의 부실 정리와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 가계부채 감소 등의 노력이 2010년부터 서서히 효과를 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저유가와 맞물려 완전한 경기 선순환 고리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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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월가도 '서프라이즈'…'산타 랠리' 탄력

소비·투자 호조로 시장전망 4.3% 크게 웃돌아

2분기 연속 4% 이상 성장 '나홀로 질주' 이어가


[ 강영연 /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5%라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2003년 3분기 이후 11년 만의 기록 경신이다. 이로써 미국 경제는 두 분기 연속 4% 이상의 고공 성장을 이어갔다. 미국의 나홀로 독주가 굳어지면서 글로벌 경제의 미국 의존은 심화될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확정치)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월에 나온 잠정치 3.5%와 지난달 발표한 수정치 3.9%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미국은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잠정치와 수정치, 확정치로 세 차례에 걸쳐 발표한다.

이날 확정치 발표를 앞두고 전문가들이 예측한 수치는 4.3%였다. 일부에서는 2분기 성장률(4.6%)을 넘어서면서 2006년 1분기의 4.9% 이후 최고 성장률을 보일 수도 있다고 봤지만 5%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 경제가 2003년 이후 가장 강력한 두 분기 연속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 투자와 민간소비, 기업의 생산활동이 모두 기존 수치와 시장 전망을 능가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민간소비 증가율은 당초 2.2%에서 3.2%로 높아졌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마이크 제이크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고용 상황이 15년 만에 가장 좋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개인들의 소득 증가를 의미하고 소비, 투자 등의 확대를 가져와 결국 또 다른 고용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수익도 크게 개선됐다. 자본조정 없는 세후 수익도 전 분기보다 2.8% 늘어나 수정치 1.7%를 훨씬 능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5.1% 늘었다.

지갑이 두둑해진 기업들이 향후 생산 증가에 대비한 투자지출도 크게 늘렸다. 원자재 등 상품 구매지출을 뜻하는 고정지출 증가율도 수정치의 1.1%에서 4.8%로 크게 상향 조정됐다. 신규 설비투자 증가율도 10.7%에서 11%로 늘었다. 에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경제부문 대표는 “지난 5년간 취약한 흐름을 지속했던 경제성장세가 마침내 회복됐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 재고는 791억달러에서 822억달러로 높아졌다. 향후 경기 확장과 소비 증가에 대비해 기업들이 생산활동을 대폭 늘린 결과이기도 하지만 글로벌 경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생산활동을 축소할 수도 있어 4분기 성장률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4분기 성장률이 3분기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전체 미국 경제성장률이 2.3~2.4%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이보다 개선된 2.6~3%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Fed가 인플레이션 지표로 활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는 연율 기준 1.5% 상승했다.

미국 경제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크리스마스를 앞둔 뉴욕증시의 ‘산타 랠리’는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이날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장중 18,000선을 돌파했다.

한편 영국 3분기 GDP 성장률은 전 분기보다 0.7% 증가한 것으로 확정됐다고 영국통계청이 이날 발표했다. 지난달 나온 잠정치와 같은 수치로, 시장 예측치와도 같았다.

뉴욕=이심기 특파원/강영연 기자 sglee@hankyung.com

 

문화일보


활짝 : 23일 오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직원들이 종가 기준 사상 최초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18000선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다우 18000’이라고 적힌 모자를 쓴 채 환하게 웃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성장률 11년만의 최고치… 다우 사상 첫 18000선

고용시장·소비여력 회복… 침체 기류속 나홀로 호황


‘3분기 성장률 영국 0.7%, 프랑스 0.3%, 반면에 미국은 5.0%로 고공 성장….’

미국 경제가 나홀로 호황을 보이고 있다. 유로존은 개선됐다고 하지만 전체 3분기 성장률이 0.2%에 불과하고 중국도 7.3%로 5년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미국이 5%대 깜짝 성장률을 보였다. 저유가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넉넉해지고 고용시장이 회복된 반면에 물가상승률은 낮아 미국 가계의 소비 여력이 살아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3일 미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간 환산 기준 5.0%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0월 발표된 잠정치 3.5%를 무려 1.5%포인트 상회하는 수치로 2003년 3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 속도다. 이날 상무부는 “가계의 소비지출과 기업들의 투자가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3분기에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며 “늘어난 개인 소비지출(PCE)과 비거주자 고정자산투자가 확정치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상무부에 따르면 11월 미국인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8월 이후 가장 높은 0.6%를 기록했다. 전월의 0.3%와 비교하면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소비지출 증가에는 낮은 유가가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경제의 나홀로 호황 기류를 반영하듯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18000선을 넘어섰다. 경제 분석가들의 3분기 전망률 예상 평균치는 4.3%였다. 5.0% 성장률을 예상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미국은 지난 1분기에 2.1%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2분기에는 4.6% 증가한 데 이어 3분기에는 5%선까지 도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유가 약세를 고려하면 소비지출은 내년에도 증가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중론자들은 최근의 소비 증가는 잠재 수요가 한꺼번에 지출로 이어진 결과로 궁극적으로는 700만 명(10월 기준)에 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숫자가 줄어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뉴스1
미국의 지난 분기 성장률이 10여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 AFP=News1

1990년대 '뉴이코노미' 호황기 떠올리는 전문가들도 있어
다만, 임금상승률과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낮은 수준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미국의 지난 분기 성장률이 10여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면서 금융위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던 경제가 이제는 고속 기어로 변속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확산되면서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사상 최초로 1만8000포인트를 뚫었고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안착했으며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가 연율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5.0%를 기록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앞서 발표된 수정치 3.9%와 시장 전망치 4.3%를 모두 뛰어넘은 수치다.

성장률은 지난 2분기 최종치인 4.6%도 앞지른데다 2003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수치를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 중반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진스 유닛의 글로벌 애널리스트 마이크 제이크만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오늘 미국 GDP 증가율 수치는 최고다"면서 "신규 고용자수는 15년래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고용자는 증가 임금 증가, 임금 증가는 소비 확대, 소비 확대는 기업 투자 확대, 기업 투자 확대는 고용 확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초, 미 노동부는 계절조정을 반영한 11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수가 32만1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23만명과 전월 수정치 24만3000명을 크게 상회한다. 이로써 미 경제는 올 들어 11월까지는 26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는 1999년 이후 매년 한해 전체 고용자 수보다 많다.

미 경제 회복세가 속도를 내면서 1990년대 후반의 '신(新)경제(뉴이코노미)' 호황기를 떠올리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진단했다. 당시 성장세는 인터넷 확산과 컴퓨터의 사용 증가가 이끌었지만 현재는 밝은 소비자 지출 전망과 낮은 개인 소득, 유가 하락, 주식시장 상승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분기별 GDP 증가율 추이(연율기준, %) © 미 상무부=News1
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인 소비자 지출은 3.2%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이끌었다. 중산층과 저소득자들 사이에서 임금 상승세는 정체돼 있지만 지난달 지표는 임금 인상 조짐도 보여줬다. 지난달 민간 부문 시간당 평균 임금은 9센트 증가한 24.66달러로 전월 대비 0.4% 올랐다. 이전 12개월 동안 평균치의 2배 수준이다.

기업들의 소비지출도 3분기 4.8% 증가해 1.1%였던 수정치에서 크게 상향조정됐다. 지적재산권 관련 소비 증가율도 6.4%에서 8.8%로 늘어났다. 신규설비투자는 10.7%에서 11%로 소폭 증가했다.

이날 상무부가 함께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지출은 전월대비 0.4% 증가, 연말 쇼핑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시장 전문가들은 견조한 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내년에도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이끌 것으로 봤다.

아울러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과 유럽, 중국이 지지부진하거나 둔화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연고점 대비 50% 가까이 국제유가 흐름은 4분기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PNC는 미국이 올해에 2.3%, 내년에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표 개선 소식에 이날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64.73(0.36%) 오른 1만8024.17로 거래를 마쳐 사상 처음으로 1만8000을 돌파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7월3일 1만7000을 돌파한 이후 119거래일 만에 1만8000을 넘어섰다. 다우지수는 장중 1만8069.22까지 올라 장중 사상 최고 기록도 갈아치웠다.

S&P500지수도 전날 대비 3.63(0.17%) 상승한 2082.17로 마감,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올 들어 51번째 신기록이다. S&P500은 장중 2086.73까지 상승해 장중 사상 최고 기록도 경신했다.

다만, 경제가 모든 면에서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유가 하락 등으로 여전히 낮다. 낮은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맞물려 국내외 수요 둔화로 가시화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다봤다. 연준이 물가수준을 살필 때 참조하는 개인소비지출가격지수(PCE) 증가율은 11월에 1.2%를 보여 전월 1.4%를 밑돌았다.

임금 증가율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노동생산성 개선도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향후 투자를 짐작할 수 있는 내구재 주문도 0.7% 감소했다. SJ는 경제가 고속 기어로 변속하고 있다는 인식이 홗나되면서 다우지수가 1만8000포인트를 돌파했지만 내년에도 소비 수준이 현재와 같은 흐름을 지속할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일경제

미국 경제가 지난 3분기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 경제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지고, 지속적인 유가 급락세도 수요 회복으로 진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확정치)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5.0%(연율)를 기록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상무부가 지난달 내놓은 3분기 성장률 수정치(3.9%) 대비 1.1%포인트 큰 폭 상향 조정된 깜짝 성장률이다. 시장이 예상한 3분기 성장률 전망치(4.3%)를 크게 넘어선 수치로 월가 전문가 어느 누구도 미국 경제가 이 정도로 강한 성장세를 분출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분기 성장률로는 지난 2003년 3분기 이후 11년래 가장 높다.

미국 경제가 지난 2분기 4.6% 성장한 데 이어 3분기에도 5% 성장하며 두 분기 연속 성장률 서프라이즈를 연출하면서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 사이클로 기어를 바꿔 끼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상 한파라는 돌발변수로 1분기 -2.1% 성장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4.8%에 달한다.

월가는 3분기 폭발적인 성장세에 대해 글로벌 경기침체 불안감 속에서도 미국 경제 펀더멘털이 전혀 훼손되지 않고 강한 모멘텀을 지속하고 있는 증거로 해석했다.

실제로 성장의 질도 좋았다. 미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가계 소비·기업 투자 등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3분기 성장률을 확 높였다. 3분기 미국 내수는 당초 전분기 대비 3.2% 증가한 것으로 한 달 전 발표했지만 이번에 증가율이 4.1%로 상향 조정됐다. 지난 201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미국 GDP 성장률의 3분의 2를 좌지우지하는 가계 소비는 당초 2.2% 성장에서 3.2%로 큰 폭 상향 조정됐다. 지난해 4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율이다. 저유가로 주머니가 두툼해진 가계가 지갑을 그만큼 많이 열었다는 얘기다. 기업 투자 증가율도 7.1%에서 8.9%로 올라갔다. 미국 경제 회복 기대감 속에 기업들이 장비 등 설비투자를 큰 폭으로 늘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다만 수출은 강달러 영향으로 4.9%로 하향 조정됐다.

4분기에도 3분기만큼 성장률이 높지는 않겠지만 저유가를 기반으로 소비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3%대 성장세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고용시장이 강하게 살아나고 있고 저유가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내년 미국 경제 긍정론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 급락 호재 덕분에 내년에 미국 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0.2~0.5%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전일 내놨다.

3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내년 기준금리 인상 전망도 더욱 확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겠다고 했지만 미국 경제가 확 살아나고 있는 만큼 내년 중반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해 월가 금융기관들은 내년 9월 FOMC 정례회의 때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만 6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게 됐다. 미국 경제 회복 기대감 속에 산타 랠리를 펼치고 있는 뉴욕 다우지수는 이날 3분기 GDP 호재 속에 사상 처음으로 1만8000 선을 돌파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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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 나홀로 질주 美경제 ◆


지난 23일 3분기 미국 성장률 수치를 접한 월가는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미국 경제가 3분기에 5% 성장을 했다”는 미국 상무부 발표를 잘못 들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2003년 3분기 6.9% 성장한 이후 11년째 5% 분기 성장률은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월가 낙관론자들조차 5%대 성장률은 전혀 예상치 못한 수치였다.

0%대, 마이너스 성장률에 허덕이고 있는 유로존·일본 등 다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하반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월가의 허를 찌르는 기분 좋은 깜짝 성장률 때문에 연말 휴가 분위기에 들어갔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도 바빠졌다.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 모건스탠리 등 주요 월가 금융기관들은 하반기 선방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올해 2.2~2.3%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1분기 이상한파 영향으로 2.1% 역성장한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3분기 폭발 성장으로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확 높일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 경제가 4분기에 3분기보다 못하겠지만 3%대 초반 성장률만 유지하더라도 올해 미국 경제는 2%대 후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 도이체방크 조지프 라보그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4분기에도 미국 경제가 5% 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유가 급락에 따른 혜택이 경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유로존·일본 경기 침체, 중국 경기 둔화, 러시아 등 신흥국 경제 혼란 등 거센 외풍에도 미국 경제가 2분기 4.6% 성장에 이어 3분기에 5% 서프라이즈 성장을 이어가면서 월가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골디락스경제(goldilocks economy)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골디락스경제는 고성장·저실업·저물가라는 이상적인 경제 호황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 경제가 다른 선진국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잘나가는 배경에는 가계소비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소비로 굴러가는 나라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쥐락펴락하는 게 가계소비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느냐 닫느냐에 따라 미국 경제 방향성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분기에 가계소비는 전분기 대비 3.2% 증가해 지난해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분기에 가계소비가 2.5% 늘어나는 등 가계소비 증가율이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다. 가계소비가 증가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가계소비 출발점인 고용시장이 강하게 회복하고 있다. 연준이 고용시장 회복 여부를 가늠할 때 기준으로 삼는 월간 20만개 신규 일자리 창출이 10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99년 이후 15년래 가장 강력한 일자리 창출흐름이다.

실업률은 지난 6년4개월래 최저치인 5.8%로 낮아져 연준이 물가상승 압력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완전고용(5.2~5.6%) 수준에 바짝 접근했다. 리서치기관 이코노믹인텔리전스유닛(EIU)의 마이크 제이크먼 글로벌 애널리스트는 “강력한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은 가계 임금소득 증가를 가져와 가계지출 확대로 연결된다”며 “이로 인해 제품 수요가 늘면 당연히 기업투자가 확대되고 신규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강화된다”고 진단했다.

자산가격 급등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가계 순자산 규모는 3분기 말 현재 81조3000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가처분소득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올 들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고 미국 가계 최대 자산인 집값도 지난해보다 상승폭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오름세를 지속해 부의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 축소에 올인해 허리띠를 졸라맸던 가계 디레버리지(차입축소)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점도 소비 확대에 청신호다.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에 인색했던 기업들도 3분기에 설비투자를 크게 늘리는 등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는 점도 호재다.

내년에 미국 경제가 올해보다 더 강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내년 경제 전망은 낙관적이다. 가파르게 하락한 저유가 약발이 내년부터 본격화되면서 미국 경제 회복세를 한층 강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뉴저지 등 미국 전역에서 갤런당 1달러대 휘발유 주유소가 등장했다.

지난 6월 중순 갤런당 휘발유값이 3.8달러 선까지 올라섰던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반전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 급락 덕분에 내년 미국 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0.2~0.5%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내년 미국 경제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3%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3% 중반대 성장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 나홀로 질주 美경제 ◆


미국 경제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폭발적인 성장모멘텀을 연출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내년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확실해졌다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으로 나오는 미국 경제 거시지표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분기 깜짝 성장률에 이어 4분기는 물론 내년 초에도 높은 성장률이 지속될 경우 비둘기파적인 옐런 의장도 기준금리 인상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월가 진단이다. 3분기 성장률이 워낙 좋았던 만큼 당초 9월 FOMC 정례회의에 맞춰졌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6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불이 댕겨지면서 시장도 곧바로 반응했다. 연준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이날 3분기 GDP 발표 후 0.735%로 급등해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기준물인 10년 국채금리도 무차별 팔자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전일보다 0.10%포인트 큰 폭 오른 2.26%로 올라섰다. 일간 상승폭으로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컸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세가 전 세계적으로 석유 수요를 늘려 유가를 오름세로 반전시키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서부텍사스산(WTI) 석유와 브렌트유 모두 강하게 반등했다. 미국 석유 재벌이자 50년 이상 석유 투자를 해온 티 분 피컨스 BP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CNBC에 출연, 앞으로 12~18개월 내에 브렌트유가 90~100달러선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 깜짝성장으로 미국 실물경제 거울인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23일 사상 처음으로 1만8000선을 넘어서는 신기원을 연출했다.

44억달러 자산을 굴리는 오크리치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드 클래스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회복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이 미국 주가를 더 위쪽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가 질주를 거듭하면서 달러 초강세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의 6개 주요 무역 교역국 통화가치 대비 달러지수는 90.06을 기록해 2006년 4월 이후 8년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서울경제
美 3분기 5% 깜짝성장 이후

연준 '엇박자 경제'에 고민

지난 3·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깜짝' 호조를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첫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또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시장은 내년 중반 연준의 긴축 행보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내년 4월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11년 만에 가장 높은 5%의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율이 아직 저조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수 등 성장은 활활 타오르는 반면 물가는 저조한 엇박자 경제가 지속되면서 연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올해 3·4분기 성장률 확정치가 5.0%(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03년 3·4분기의 6.9% 이후 11년 만에 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리서치 그룹인 마이크로이코노믹어드바이저스는 "미국의 4·4분기 GDP가 2.8% 증가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2.6%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연준의 올해 전망치인 2.3~2.4%보다 높은 것이다.

이처럼 미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내년 중반 연준의 출구전략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국채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이날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10.4bp(1bp=0.01%포인트) 상승한 2.264%를 나타냈다. 2013년 11월 이래 하루 최대 상승폭이다. 또 선물시장에서 내년 6월 기준금리 예상치는 0.28%로 1주일 전의 0.255%보다 높아졌다. 아울러 블룸버그가 선물 연방금리 추이를 분석한 결과 투자가들은 연준이 내년 9월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을 68%로 내다봤다. 이는 16일의 53%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다만 아직은 연준이 금리인상을 서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의 여파로 물가가 연준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시행할 때 핵심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1월 전년 대비 1.2% 상승하는 데 그쳤고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1월 근원 PCE 가격지수도 1.4% 상승하는 데 불과했다. 이는 연준의 올해 전망치 1.5~1.6%를 밑도는 수준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934년 미 성장률이 10%를 기록했지만 대공황은 이후에도 이어졌다"며 "연준은 성장 속도보다는 물가와 고용지표에 더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3·4분기 성장률 호조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시기가 기존 전망보다 약간 당겨진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없다는 점도 중대 변수다. 과거에도 연준은 시장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장의 기자회견이 있을 때 통화정책 변경 조치를 단행했다. FOMC 회의가 5월에는 예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이 일러야 내년 6월에나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첫 1만8,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가 연일 상승하는 데 대해 시장이 옐런 의장의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포브스는 "연준이 역레포(reverse repo) 시행 등 금리인상을 준비하면서 단기금리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인상이 눈앞에 닥치면서 장기금리까지 오르면 주식 투자가들은 조만간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장률과 물가 간 괴리가 커지면서 연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년에도 연준의 예상보다 성장률은 가속화하는 반면 인플레이션은 오르지 않을 수 있다"며 "연준이 통화정책의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美독주 막을 암초 곳곳에…러시아 등 디폴트 위기에 유로존 위협

나홀로 질주 美경제 ◆

지표상 미국 경제 ‘독주’는 눈이 부실 정도지만 미국 경제 발목을 잡을 ‘암초’들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석유 수출국들이 디폴트(채무상환 불능)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 특히 러시아 경제가 무질서한 경기 침체에 빠지면 러시아와 교역 규모가 큰 유로존 경제가 쇼크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렇지 않아도 디플레이션 위협에 처한 유로존이 바닥 없는 추락을 거듭하면 미국 경제에도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연출되면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해 신흥국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벌어질 수도 있다.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면전을 펼치거나 중동 지정학적 마찰이 커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미국 증시 거품을 염려하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미국 연준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단초를 제공했던 것과 비슷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금리 인상을 늑장 부리다가 거품을 방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 파이낸셜뉴스

소비·의료·기업투자 늘어 가계소득 전월대비 0.4%↑ 연말 대목 소비 급증 예고


성장률 5%(연율 기준)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23일(이하 현지시간) 속보치(3.5%)보다 1.5%포인트나 높게 확정 발표된 미국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은 '깜짝 실적'이라고 할 만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1만8000 선을 넘어설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 상무부는 당초 3·4분기 성장률을 3.5%라고 밝혔다가 3.9%로 수정했다. 이날 나온 성장률은 5%였다.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미국 경제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美 경제, 2003년 이후 최대 성장

미국의 소비 증가와 의료부문, 기업투자가 수정치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증시는 곧바로 반응했다. 다우존스지수뿐만 아니라 뉴욕시황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장중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다.

유가도 미국 성장률지표 발표에 힘입어 덩달아 뛰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UI)의 글로벌 애널리스트 마이크 제이크만은 "오늘 미국 경제성장률은 더할 나위 없는 최고 수준"이라고 평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이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더 많은 사람이 일한다는 것은 더 많은 소득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더 많은 민간 소비지출, 더 많은 기업 투자, 더 많은 고용을 뜻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기 시작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날 3년 만에 최고 수준인 0.74%까지 뛰었다.

4.4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1월 미국 가계소득이 전월 대비 0.4% 급증해 연말 대목에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애널리스트들은 탄탄한 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내년에도 미국 경제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强 달러, 세계경제 침체 등 부담

미국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유로존, 중국, 일본 등과 다른 경제흐름을 걷고 있지만 강한 달러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경제전문지 포천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경제가 주춤하는 가운데 지난 6개월 동안 가치가 12% 상승한 달러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해외 영업실적이 감소하면서 내년에는 강달러가 현재의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3·4분기 5% 성장률은 기업들의 양호한 해외실적과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가 기여했다고 포천은 분석했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 경제만 현재와 같은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CNBC와 무디스애널리틱스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설문조사 결과 올 4.4분기에는 3% 내외 성장할 것이라는 응답이 다수였다.

4·4분기 들어 30% 떨어진 국제유가로 무역적자가 더 감소하고, 저유가에 힘입어 소비자가 지갑을 더 열 것이지만 달러 강세로 값이 더 싸진 수입품 구입이 증가하면 무역적자가 증가하면서 5% 성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포천은 전했다.

낙관적 전망도 있다. 도이체방크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조지프 라보르냐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4·4분기에도 5% 가량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뉴스전문기자 송경재 기자


서울경제

■ 美 3분기 5% 깜짝성장 이후

연준 '엇박자 경제'에 고민

지난 3·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깜짝' 호조를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첫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또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시장은 내년 중반 연준의 긴축 행보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내년 4월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11년 만에 가장 높은 5%의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율이 아직 저조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수 등 성장은 활활 타오르는 반면 물가는 저조한 엇박자 경제가 지속되면서 연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올해 3·4분기 성장률 확정치가 5.0%(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03년 3·4분기의 6.9% 이후 11년 만에 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리서치 그룹인 마이크로이코노믹어드바이저스는 "미국의 4·4분기 GDP가 2.8% 증가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2.6%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연준의 올해 전망치인 2.3~2.4%보다 높은 것이다.

이처럼 미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내년 중반 연준의 출구전략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국채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이날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10.4bp(1bp=0.01%포인트) 상승한 2.264%를 나타냈다. 2013년 11월 이래 하루 최대 상승폭이다. 또 선물시장에서 내년 6월 기준금리 예상치는 0.28%로 1주일 전의 0.255%보다 높아졌다. 아울러 블룸버그가 선물 연방금리 추이를 분석한 결과 투자가들은 연준이 내년 9월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을 68%로 내다봤다. 이는 16일의 53%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다만 아직은 연준이 금리인상을 서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의 여파로 물가가 연준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시행할 때 핵심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1월 전년 대비 1.2% 상승하는 데 그쳤고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1월 근원 PCE 가격지수도 1.4% 상승하는 데 불과했다. 이는 연준의 올해 전망치 1.5~1.6%를 밑도는 수준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934년 미 성장률이 10%를 기록했지만 대공황은 이후에도 이어졌다"며 "연준은 성장 속도보다는 물가와 고용지표에 더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3·4분기 성장률 호조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시기가 기존 전망보다 약간 당겨진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없다는 점도 중대 변수다. 과거에도 연준은 시장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장의 기자회견이 있을 때 통화정책 변경 조치를 단행했다. FOMC 회의가 5월에는 예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이 일러야 내년 6월에나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첫 1만8,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가 연일 상승하는 데 대해 시장이 옐런 의장의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포브스는 "연준이 역레포(reverse repo) 시행 등 금리인상을 준비하면서 단기금리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인상이 눈앞에 닥치면서 장기금리까지 오르면 주식 투자가들은 조만간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장률과 물가 간 괴리가 커지면서 연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년에도 연준의 예상보다 성장률은 가속화하는 반면 인플레이션은 오르지 않을 수 있다"며 "연준이 통화정책의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美독주 막을 암초 곳곳에…러시아 등 디폴트 위기에 유로존 위협

◆ 나홀로 질주 美경제 ◆

지표상 미국 경제 ‘독주’는 눈이 부실 정도지만 미국 경제 발목을 잡을 ‘암초’들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석유 수출국들이 디폴트(채무상환 불능)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 특히 러시아 경제가 무질서한 경기 침체에 빠지면 러시아와 교역 규모가 큰 유로존 경제가 쇼크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렇지 않아도 디플레이션 위협에 처한 유로존이 바닥 없는 추락을 거듭하면 미국 경제에도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연출되면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해 신흥국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벌어질 수도 있다.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면전을 펼치거나 중동 지정학적 마찰이 커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미국 증시 거품을 염려하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미국 연준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단초를 제공했던 것과 비슷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금리 인상을 늑장 부리다가 거품을 방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서울경제



유가하락 효과 반영 땐 4분기도 호조세 지속

유로존·일본 등 고전 속 세계경제 성장 견인

미국 경제의 나홀로 질주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일본이 디플레이션 공포에 시달리는 등 선진국의 경제가 고전하고 중국마저 성장이 둔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서도 미국은 올 3·4분기 성장률이 지난 2003년 3·4분기 이후 11년 만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5%를 기록했다. 특히 올 3·4분기는 유가 하락에 힘입어 미국 경제의 견인차인 소비가 본격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앞으로 미 경제 회복세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이 유일한 성장엔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월가 예상을 뛰어넘은 3·4분기 경제성장=월가는 3·4분기 성장률에 대해 '경이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미 경제에 대한 전망을 수정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골드만삭스·JP모건 등 주요 월가 투자은행(IB)들은 미국 경제가 하반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한파로 인한 연초의 저조한 성적 때문에 연간 2.2~2.3%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하지만, 3·4분기 깜짝 지표에 4·4분기 호조를 감안할 경우 연간으로 따져도 최소 2% 후반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리서치 그룹인 마이크로이코노믹어드바이저스는 "미국의 4·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8% 증가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2.6%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전망치인 2.3~2.4%보다 높은 것이다.

◇선순환이 불러온 나홀로 질주=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질주 배경에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가계 소비가 자리 잡고 있다. 11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에서 늘어난 새 일자리는 32만1,000개로 2012년 1월 이후 거의 2년 만에 가장 많았고, 연준이 고용시장 회복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월 20만개 일자리 창출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1999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강력한 일자리 창출 흐름이다. 고용회복은 가계 소비와 직결된다.

주가와 집값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 역시 가계 소비를 촉진하는 한 요인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4분기 성장률이 나온 지난 23일(현지시간) 1만8,024.17로 사상 처음으로 1만8,000선을 돌파하는 등 연일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마이크 제크먼 인텔리전트 유닛의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3·4분기 성장률은 최상의 수치"라며 "새 일자리는 15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이는 개인 소비확대와 기업 투자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 글로벌 경제 원톱(One Top)=미 경제의 회복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 하락은 미국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을 또 다른 요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 하락으로 인해 미국의 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0.2~0.5%포인트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기업들도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내년 미국 경제의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연준도 내년 미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2.6~3.0%를 제시하고 있다. 내년 유로존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은 고전이 예상되는 만큼 미국은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미국 경제의 질주는 정치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에 따른 서구의 제재로 미국에 맞섰던 러시아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고 한때 미국의 골칫거리였던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국제 유가 하락으로 위상이 크게 추락한 상태다. 또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 역시 내년 경제성장률이 7% 안팎까지 떨어지는 성장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경제에 리스크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 감소 등으로 미 경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높다. 특히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할 경우 시장금리 상승으로 기업투자나 주택대출, 소비 등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러시아 사태의 파장이 신흥국으로 확산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미 경제에도 역풍이 불 수 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미국 고용시장 또 '온기'…실업수당청구 4주연속 감소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지난주 미국에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8만 건으로 한 주 전보다 9천 건 감소했다고 미국 노동부가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4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약 29만 건으로 소폭 증가할 것이라던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은 어긋났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9월 초부터 10주 연속 30만 건을 하회하다가 11월 마지막 주에 31만4천 건으로 늘어났지만, 12월 들어서는 다시 30만 건을 넘지 않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에 영향을 줄 만한 뚜렷한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변동성을 줄여 추세를 보여주는 4주 이동평균 건수도 29만250 건으로 8천500 건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4주 이동평균 건수가 15주 연속 30만 건 미만에 머물고 있다며, 미국 고용 시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고용 관련 지표들이 잇따른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6.7%였던 실업률은 지난 10월과 지난달에 5.8%로 내려섰고, 지난달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약 2년간 최대치인 32만1천 개의 증가량을 보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9월 5.9∼6.0%였던 올해 예상 실업률을 이달 들어 5.8%로 낮췄다.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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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대가 다시 왔다, 5% 성장…다우 첫 18,000



'맞수' 중국 경제는 주춤

유로존 제자리·日 뒷걸음


[ 이심기 기자 ]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23일(현지시간) 사상 처음 18,000을 돌파하면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S&P500지수도 이날 올 들어 51번째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오전 미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 확정치가 기폭제가 됐다.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연율 기준) 증가, 2003년 3분기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미국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상무부 발표 직후 “미국의 경제 엔진 실린더가 완전가동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독주체제와 글로벌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깊어지면서 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를 의미하는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강대국으로 평가받던 중국은 성장 둔화 우려 속에 힘이 빠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올해 0%대 성장에 머물면서 ‘일본식 잃어버린 20년’에 빠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올해 마이너스 성장 위기에 직면했다. 과거 냉전 시대에 미국과 세계 패권을 양분했던 러시아는 미국 셰일에너지 생산에 따른 유가 급락 여파로 1998년 이후 16년 만에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몰렸다. 미국의 ‘셰일혁명’은 1970년대 이후 국제 유가를 결정하며 에너지 시장을 통제하던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사실상 와해시켰다.

신흥국들은 내년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릴 경우 해외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브라질 등 신흥국을 포함한 세계 금융시장이 Fed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며 “미국이 글로벌 경제는 물론 국제 정치의 실질적이고 유일한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미국의 시대가 다시 왔다] 혁신 USA…인재·자금 끌어들이는 소프트파워로 '원톱' 질주


(1) 되살아난 '주식회사 미국'

'골든타임' 맞춘 양적완화…6년 밀어붙여

경제회복 불씨 살린 '민간 셰일오일 혁명'

이민자의 나라 '늙지 않는 유일한 강대국'


[ 이심기/김순신 기자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서 선진국 중 미국만 유일하게 빠져나와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기축통화인 달러를 쥐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도 있지만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사회 시스템과 이를 통한 민간의 혁신,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파워가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양적 완화 일관된 정책 집행

2009년 3월부터 지난 10월 종료 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시작된 양적 완화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빈사상태에 빠진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린 창의적 해법이었다. 6년간 약 4조달러를 푼 양적 완화 조치는 미국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함께 미국 경제를 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리즈 손더스 찰스슈와프 수석전략가는 “양적 완화는 독극물 중독으로 죽어가던 미국 경제를 해독주사로 살려낸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미국보다 앞서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쳤지만 실패로 끝났고, 유럽은 뒤늦게 미국식 양적 완화를 시도하려고 하지만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사학자인 리아콰트 아메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서로 다른 문제를 가진 나라들이 단순히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을 베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경제구조가 비효율적이고, 유럽은 금융시스템이 취약해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양적 완화의 성공은 적절한 ‘타이밍’의 승리일 뿐 아니라 통화당국과 정부가 ‘경제 살리기’라는 일관된 목표를 위해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란 평가도 나온다.

◆민간의 창의적 혁신

미국의 경제회복을 이끈 밑바탕은 ‘셰일혁명’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투자은행(IB) 전문가는 미국의 셰일혁명에 대해 “자연의 축복이라기보다는 민간의 창의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사회 시스템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그는 “셰일오일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라 유럽과 중국에서도 채취가 가능하다”며 “미국은 되고, 유럽은 실패한 이유가 미국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환경보호와 개발이익의 공유화 논란으로 개발이 실패한 반면 미국은 민간업체의 개발을 허용하고, 이익을 사유화할 수 있도록 하면서 셰일 붐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오일 매장량은 580억배럴이다. 러시아(750억배럴)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프래킹 기술로 인해 2006년 31만배럴에 불과하던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하루 평균)이 2013년에는 348만배럴로 급증했다. 미국 원유생산량의 45%, 전 세계 원유생산량의 4%에 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은 향후 2~3년 안에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산유국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실리콘밸리 모델로 대표되는 창업 시스템 역시 미국의 경제회복을 이끈 비결이다. 최첨단 기술이 자본을 끌어들이고 이들의 결합이 다시 신기술 개발로 이어지면서 창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를 향한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오늘의 미국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애플, 구글, 트위터 등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태동했다.

◆보이지 않는 소프트파워

지난 8월 미국은 중국인에 대한 투자이민비자(EB-5) 발급을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인 10월까지 2개월간 중단했다. 올해 발급된 EB-5 비자 가운데 7000건, 약 80% 이상이 중국인들에게 돌아가자 내린 조치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자들이 ‘차이나 엑소더스’에 나서는 것은 대기 오염과 교통혼잡, 낮은 의료와 교육 수준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낙후된 인프라 외에도 뒤떨어진 사회 시스템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세계 유일의 강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가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파워라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은 세계의 젊은 인재를 끌어들여 경제와 사회의 활력을 유지하는 ‘고령화되지 않는 유일한 강대국’이다. 인구 노령화의 지표가 되는 중위연령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 중앙정보국(CIA)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중위연령(추정)은 37.6세로 일본과 독일(46.1세), 프랑스(40.9세)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내린 이민개혁안도 개방적인 사회 시스템을 보여주는 사례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합법적 체류권한을 주는 것 외에도 고숙련 근로자와 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 학생과 기업인 등에 대한 비자 발급도 대폭 확대키로 한 것이다. CNN은 “이를 통해 해외 고숙련 노동자의 미국 유입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실리콘밸리 등을 중심으로 창업과 투자붐이 부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김순신 기자 sglee@hankyung.com

[미국의 시대가 다시 왔다] 뜨거운 뉴욕증시…올들어 36번째 최고치 갈아치워



다우지수 '산타랠리'

연초보다 8.7% 상승

올해 275개社 기업공개

조달자금 850억弗 넘어

2000년 이후 최대 기록


[ 김은정 기자 ]

“미국 경제가 세계 최고의 호황기라는 사실이 미국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과 사상 처음으로 18,000선을 돌파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과 일본이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중국마저 성장둔화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만이 고용시장 호조를 바탕으로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거품이 끼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연초 대비 9% 가까이(다우지수 기준) 오르며 랠리를 펼치고 있다.

미국 증시는 올 들어 최고치를 36번이나 갈아치웠다. 미국 상장 기업들의 탄탄한 이익 증가와 내년에도 경제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 덕분이다. 다른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상승률은 두드러진다. 미국 다우지수는 올 들어 8.73%, 나스닥지수는 14.1% 올랐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2.68%, 독일 닥스지수는 3.87% 올라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지금 미국 주식의 가치가 최고는 아닐 수 있지만 최고의 투자처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전했다.

증시 호황에 투자자들의 주식 선호 현상까지 겹치면서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은 갖가지 기록을 세웠다. 올 들어 뉴욕 증시에만 275개 기업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850억달러(약 93조7000억원)를 넘었다. 신규 IPO 건수와 조달 자금 규모 모두 2000년 이후 최대다.

지난 9월에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사상 최대인 250억달러 규모의 IPO를 성사시켰다. 지난달에는 사무용 부동산을 임대하는 미국 파라마운트그룹이 IPO를 통해 23억달러를 끌어모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9년 3월 이후 세계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미국 경제와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 덕분에 미 증시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며 “주가뿐 아니라 미국 달러화 가치 상승 등으로 인해 미국과 다른 주요 국가의 차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미 증시에 대한 전망도 밝은 편이다. 저유가가 미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상승 전망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내년에도 미 증시가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월가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다”며 “새해에도 대어급 IPO가 꼬리를 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한국경제

실업률 5%로 낮아질 것

금리인상은 느리게 진행


[ 장진모 기자 ] “미국 경제는 내년에도 글로벌 경제의 우등생이 될 겁니다.”

미국 월가에서 손꼽히는 경제전문가인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사진)는 23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지만 경기 부양 요소가 많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교수는 “우선 올해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긴축, 즉 세금 인상과 재정지출 삭감의 영향이 내년에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저유가, 낮은 인플레이션, 가계 재무구조 호전 등에 힘입어 더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저유가에 따른 가계의 소비여력 확대가 달러 강세 및 수출 감소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올해 다소 실망스러웠던 미국 주택 경기도 내년에는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은행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기준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경기 회복 속도를 보면 현재 5.8%인 실업률이 내년 하반기에는 5%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Fed의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 “시장의 컨센서스는 내년 6월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보다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본다”며 “내년 하반기에 방아쇠를 당기더라도 금리 인상 속도는 아주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하반기 예상 기준금리가 연 1% 미만에 머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Fed가 금리 인상 시기를 정할 때 경제를 둘러싼 역풍을 고려할 것”이라며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 경제의 성장 둔화,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신흥국 경제 위축, 우크라이나·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등이 미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한국경제


지갑 두둑해진 미국

지난달 신규고용 32만여명…3년만에 최대

집값 오르고 유가하락에 주가상승 '시너지'

경기회복→임금상승→소비→투자확대 '선순환'


[ 장진모/이심기 기자 ]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23일 오후 3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 부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관광객과 쇼핑객들이 뒤엉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제조·직매형 의류(SPA) 업체인 H&M의 매장 직원은 “임시직 20명을 더 뽑아 교대근무 인력을 늘렸지만 손님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어서 오늘도 점심을 제대로 못 먹었다”고 말했다. 보석 브랜드 티파니 매장의 한 직원은 “연말에 보너스를 많이 받은 젊은 여성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심리지수 8년 만에 최고

스마트폰, 자동차부터 병원 방문, 외식 등에 이르기까지 미국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대표적 내구재인 자동차 판매는 지난 11월 130만대(연 환산 1720만대)를 기록해 2003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11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0.6%(679억달러) 증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음식 의류 휘발유 등 비(非)내구재 소비는 전달에 비해 늘어나지 않았지만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지출이 1.6% 급증한 게 돋보인다”고 보도했다. 개인들이 값비싼 물건을 사는 데 목돈을 지출하면서 소비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다.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조사팀장은 “경제회복세로 내년에도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오를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이 미국의 소비경기를 주목하는 이유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소비 증가=경제 성장’이라는 뜻이다. 올 3분기 미 경제가 5%(연율 기준) 성장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용시장과 유가하락

소비지출 증가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갑이 두둑해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개인들의 가처분소득은 0.5% 증가했다. 낮은 물가상승률에 임금 상승이 동반돼 실질소득이 늘어나고 있다.

임금 상승이 고용시장 회복세, 기업의 투자 확대와 맞물려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초 6.7%에 달했던 실업률은 지난 11월 5.8%로 떨어졌다. 지난달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인원은 32만1000명으로 3년 만에 최대치였다. 올해 전체 신규고용 인원은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제조업경기를 나타내는 ISM지수는 11월 58.7로 10월(59.0)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18개월 연속 경기확장을 의미하는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주택시장, 그리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주식시장 등은 ‘부(富)의 효과’를 만들어내면서 소비심리를 더욱 북돋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가 하락은 최대 원유 수입국인 미국의 ‘소비 열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다.

이날 미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3.78L)당 2.47달러. 지난 4월 연중 최고치에 비해 1달러가량 떨어졌다. 개인들의 소비여력이 그만큼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월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유가가 떨어질수록 기업과 가계의 에너지 비용이 줄어든다”며 “유가 하락으로 미국의 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뉴욕=장진모/이심기 특파원 jang@hankyung.com


서울신문



[서울신문]

중국 성장률이 7%대에서 차츰 꺾이고 영국, 프랑스의 성장률이 고작 0.7%, 0.3%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성장률이 5%대로 훌쩍 올라섰다. 미국 경제만 ‘독야청청’하는 모양새다.

미국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0%라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글로벌 성장을 주도하는 미국 경제가 드디어 자신의 원래 얼굴을 되찾았다”며 이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뉴욕시장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1만 8069.22까지 올랐다. 1만 8000 선을 뚫은 것은 처음이다.

5.0%는 예상외 기록이다. 상무부는 통산 분기당 GDP 성장률 잠정치를 미리 발표한 뒤 한두 번에 걸쳐 조금 더 정확한 수정치를 내놓는다. 5.0%는 상무부의 직전 추정치 3.9%에 비해 1.1% 포인트나, 각종 연구기관이 내놓은 전망 가운데 가장 낙관적인 4.7%보다도 0.3% 포인트가 높은 것이다. 또 2003년 3분기 6.9% 이후 분기당 성장률로서는 11년 만의 최대치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정치적 승리이기도 하다. 2008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던 그해 4분기 GDP 성장률은 -8.2%였다.

깜짝 기록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저유가다. WP는 “뚝 떨어진 석유값이 사실상 모든 가구에 세금을 되돌려 준 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다이앤 스웡크 메시로파이낸셜 분석관은 “주머니에 여유가 생긴 중하위층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 살아나면서 예상 이상으로 내수시장이 큰 활기를 보였다”고 말했다. 3분기 이후 저유가 추세가 본격화됐고 당분간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올해 미국의 연간 GDP 성장률은 최소한 2.5% 이상이라는 예상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의외로 -2.1%를 기록할 당시만 해도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수치다.

미국 경제 체질 자체가 튼튼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크 제이크먼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 연구위원은 “오바마 정부가 제조업 강화를 내세우면서 미국의 일자리 증가세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그냥 저유가 덕택이라기보다 고용 증가, 수입 증대, 소비 증가,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고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독야청청이 한국에 좋은 소식인 것만은 아니다. 수출 여건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진다. 카밀라 서튼 스코샤은행 외환전략팀장은 “지난번 연방준비은행의 금리 동결 결정은 미국의 성장세가 완연한 것인지 조금 더 두고 보자는 것이었는데 회복세가 이렇게 빠르면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미국 성장세의 유일한 걸림돌은 주택시장이다. 이날 상무부가 함께 발표한 11월 주택거래시장의 성장률은 -1.6%였다. FT는 “주택 대출에 대한 엄격한 규제, 미국인 평균수입의 완만한 상승세 때문에 쉽게 회복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3분기 5% 성장 … 미국 경제 힘 받았다


미국 경제가 펄펄 끓고 있다. 미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연율 기준: 분기 성장률을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것)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2003년 3분기 이후 11년 만에 최고 성적이다. 시장에서도 3분기 성장률이 10월 잠정치 3.5%와 11월 수정치 3.9%를 능가할 것이란 예상은 했다. 그러나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의견을 구한 전문가 중 이런 고공행진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말 그대로 ‘성장률 서프라이즈’다.

일등 공신은 소비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3.2% 늘면서 경제 곳곳을 자극했다. 미국 경제가 선순환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일자리 창출→소득 증가→소비 확대→기업 성장→고용 증가라는 이상적 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월평균 일자리 창출 수는 24만1000개로 1999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이에 힘입어 실업률은 6년여 만에 최저치인 5.8%로 떨어졌다. 여기에 유가 하락이 가세했다. 미국의 휘발유 값은 지난 6월에 비해 35% 이상 떨어졌다. 22일 현재 가격은 갤런당 2.39달러. 리터로 환산하면 700원도 안 된다. 미국의 중산층은 하루아침에 매달 수십만원의 ‘공돈’이 생긴 셈이다.

증시는 실물경기의 거울 역할을 제대로 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1만8000고지에 사상 처음으로 올라섰다. 종가는 1만8024.17. 리지워스 인베스트먼트의 투자전문가 앨런 게일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 경제와 미국 시장이야말로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곳”인 상황이 연출됐다. 이제 미국이 세계 경제의 ‘원 톱(one top)’으로 복귀했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졌다. 유럽과 일본은 디플레이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고, 중국의 성장 열기는 식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은? 외견상으로는 거대 소비 경제가 순항할 수 있는 최상의 여건 속에서 출발한다. 저유가와 저금리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사방 어디에도 유가하락을 멈출 브레이크가 보이지 않는다. Fed는 “통화정책 정상화에 인내심을 보일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실적이 좋아진 기업들은 고용을 더 늘릴 태세다. Fed가 예상한 내년도 미국의 실업률은 5.2~5.3%. Fed가 완전고용으로 간주하는 5.2~5.5%보다도 실업률이 더 떨어진다는 의미다. 고용이 늘면 소비와 물가를 끌어올린다.

그러나 미국의 ‘나 홀로 성장’은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복잡한 방정식을 던진다. 경기가 회복되면 될수록 Fed의 금리 인상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옐런이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면 기준금리 인상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줄곧 강조했던 상황이 현실화된다는 얘기다.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종전에 고수익을 좇아 신흥시장으로 몰려갔던 국제자본의 회귀로 이어질 수 있다. 투기자본들에는 또다시 경제 체력이 약한 몇몇 나라를 뒤흔들 기회가 생긴다. 한국 같은 신흥국 입장에서 미국 경제가 잘된다는 소식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하현옥 기자

 

한국경제

(2) 셰일혁명이 이끈 美제조업 황금시대

오바마 정부서만 제조업체 150社 '유턴'

에너지 비용·임금 인상률 낮아 경쟁력

자유로운 구조조정 등 고용 유연성 강점


[ 뉴욕=이심기 / 워싱턴=장진모 기자 ]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둔 지난 19일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살릴 만한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어린이들이 집짓기 놀이를 할 때 갖고 노는 나무 블록 장난감 ‘링컨 로그’의 제조사인 케넥스가 60년 만에 중국 공장을 접고 미국 내 생산을 결정한 것. 미국 언론들은 “로그가 고향으로 돌아온다”며 “또 하나의 ‘메이드 인 U.S.A’가 탄생했다”고 환호했다.

중국보다 낮아지는 생산원가

재료비와 인건비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무 블록을 미국에서 다시 생산할 수 있게 된 비결은 낮아진 생산비용에 있다. 마이클 아라텐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 가격이 떨어져 설비 자동화를 통한 효율적인 생산관리가 가능해졌다”며 “공급망을 재설계한 결과 수익률을 유지하면서도 미국 내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지난 4월 세계 주요 수출국의 제조비용지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미국의 생산비용(100)은 중국(96)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국(109), 일본(111), 캐나다(115), 독일(121) 등 선진국은 물론 대표적 신흥국인 브라질(123)조차 미국보다 원가가 현격히 높았다. 이번 조사는 임금 외에 생산성, 에너지가격, 환율 등을 종합해 평가했다.

BCG는 미국이 셰일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감소와 낮은 임금 상승률 등에 힘입어 2018년에는 중국을 제치고 제조 경쟁력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미국과 중국의 최근 4년간 임금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미국은 제조업의 시간당 인건비가 2010년 18.49달러에서 올해 19.63달러(약 2만1600원)로 6.1% 상승(미국 노동통계국)하는 데 그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제조 인원 1명당 연간 인건비가 3만700위안에서 4만6431위안(약 822만원)으로 51.2%(중국 통계국)나 뛰었다.

미국으로 몰리는 전 세계 공장

셰일혁명이 불러온 제조업 황금시대는 ‘리쇼어링’으로 불리는 미국 기업의 유턴을 가속화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포드사는 멕시코 트럭공장을 오하이오주로 옮겨 내년 판매모델부터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애플도 4월 중국에 있던 맥컴퓨터 공장을 텍사스주로 이전하기로 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해외로 나갔던 미 제조기업의 유턴 사례가 150개에 달한다.

구글은 자사 첨단제품인 구글글라스의 생산시설을 미국에 두기로 방침을 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기사에서 “기술 혁신과 더불어 셰일에너지로 인한 원가절감 효과가 화학, 자동차, 우주항공 등 첨단업종의 제조 경쟁력을 살려내면서 미국의 고질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셰일에너지는 그 자체로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만들어 내면서 글로벌 기업들을 미국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9월 독일 지멘스가 미국의 오일장비업체 드레서랜드를 76억달러 현금을 주고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무라증권은 셰일원유와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6만2000마일 길이의 파이프라인이 미국 전역에 새로 깔리고, 압축기와 산업용 모터 등 수요도 2019년까지 연평균 6%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과 철강, 수송기계, 전자 등 관련산업의 총 생산량이 2020년까지 1050억달러 늘어나면서 166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FDI)는 2360억달러로 전년보다 35% 급증했다.

보이지 않는 경쟁력 … 노동시장 유연성

코카콜라는 내년 초 본사와 홍콩 런던 등 해외총괄본부의 사무직 직원을 최대 2000명까지 해고할 계획이라고 24일 발표했다. 2000년 5000명을 해고한 후 15년 만의 최대 감원 규모다. 실적이 둔화되자 군살을 빼 비용부터 줄이겠다는 것이다. 앞서 퀄컴은 지난 10일 전 세계 사업장에서 총 직원의 2%에 해당하는 600명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캘리포니아 본사 직원 300명도 포함됐다.

토스턴 슬록 도이치뱅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명암을 가른 원인 가운데 하나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고 강조했다. GM과 포드의 기사회생이 대표적이다. 공적 자금을 투입받은 GM은 비수익 공장을 폐쇄하면서 2만여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제이 브리슨 웰스파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기업과 경제가 강한 이유는 유연성과 창조성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용의 유연성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워싱턴=이심기/장진모 특파원 sglee@hankyung.com
 


실리콘밸리 왜 강한가

유망 스타트업에 '베팅'…美 벤처캐피털도 대박

스탠퍼드 등 인근 명문大, IT 인재·첨단기술 공급


[ 박병종 기자 ]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의 산실 미국 실리콘밸리는 1938년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시에 휴렛팩커드(HP)를 세우면서 형성됐다.

1957년 페어차일드반도체가 입주한 뒤 인텔 등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이 지역에 자리잡았다. 비가 적고 연중 따뜻하며 먼지가 없는 청명한 날씨는 반도체 기업에 최적의 입지 조건이었다. 실리콘밸리라는 이름도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과 지형적 특징인 샌프란시스코의 완만한 계곡(valley)이 합쳐져 탄생했다.

HP 이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기라성 같은 IT 기업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돈, 인재, 기술의 삼박자가 선순환하는 벤처 생태계 때문이다. 유망 IT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군집하면서 미국 내 투자자본이 몰렸다.

세콰이어캐피털, DFJ 등 유명 벤처캐피털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투자 펀드다. Y콤비네이터, 500스타트업 등 액셀러레이터들은 투자는 물론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멘토링을 통한 보육까지 담당한다.

돈이 있는 곳에 인재가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세계의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이 실리콘밸리로 모여든다. 미국 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15% 이상이 실리콘밸리 지역에 모여 있다. 새너제이 샌타클래라 등 실리콘밸리 핵심 지역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10만달러를 넘는다.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스탠퍼드대 UC버클리 등 세계적인 대학들은 뛰어난 인재를 배출한다.

이들 인재는 졸업 후 벤처 창업에 뛰어들거나 인근 기업에 취직해 실리콘밸리 벤처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한다. 벤처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력이다. 뛰어난 인재를 자급할 수 있는 점은 실리콘밸리가 세계 IT 벤처의 메카가 된 핵심 요인 중 하나다.

IT 기업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기술이다. 스탠퍼드대 등은 실리콘밸리 기업에 첨단기술을 제공한다. 대형 IT 기업들은 실리콘밸리에 자체 연구개발(R&D)센터를 짓고 신기술 개발에 힘을 쏟는다. 삼성전자도 실리콘밸리에 R&D센터를 두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활발한 인수합병(M&A) 문화는 창업-투자-성장-이익실현의 연결고리를 완성한다. 최근 3년간 140여개 기업을 인수한 구글과 올초 220억달러(약 23조원)를 들여 와츠앱을 사들인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활발한 M&A는 벤처 창업가가 이익을 실현할 길을 터줘 젊은이들의 창업 의욕을 고취한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한국경제



美정부 일관된 제조업 육성책

기업 유턴비용 20% 지원


[ 워싱턴=장진모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은 야당인 공화당과 업계로부터 ‘규제 정부’라는 비난을 자주 듣는다. 발전소의 온실가스 규제, 자동차 연비 기준 강화 등 환경 관련 규제가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오바마 행정부를 ‘규제 공화국’으로 낙인 찍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과거 정권 못지않게 친(親)기업, 친성장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제조업 육성 정책이 가장 돋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위기가 누그러질 무렵인 2009년 초부터 제조업 육성 정책을 잇따라 내놓기 시작했다. 8~9%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회복을 기치로 내건 ‘오바마노믹스’의 핵심이 바로 제조업 부활이다.

2차전지·전기차·발광다이오드(LED)·태양광 소재부품 등 차세대 유망 업종에 대한 투자의 30%를 세액공제해주는 정책을 내놓은 게 바로 그때였다. 제조업 연구개발(R&D) 세제 지원 등에 500억달러를 투입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2012년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의 첫 경기부양책은 250억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고용장려금이었다. 신규 채용 또는 기존 직원의 임금 인상에 따른 급여 지출 증가분의 10%를 재정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당 한도를 50만달러로 정해 200만개의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해외로 빠져나간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공장 이전 비용을 20% 지원하고 세금을 깎아주는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하나둘씩 유턴하기 시작했다.

2013년 11월 말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연방정부의 사상 첫 투자설명회. 오바마 대통령은 60개국, 630개 기업의 경영진 1200명을 한자리에 초대해 “기업의 투자가 곧 경제성장이고 일자리 창출”이라며 “복잡한 행정절차를 폐지해 투자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중요한 투자 사안은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 40억달러를 투자한 사례를 들며 “삼성이 미국에 베팅하고 있다”며 투자를 호소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 들어 정부 부채가 5조달러 이상 늘어났다며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에 반대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회복이 우선”이라며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제조업 육성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재정도 크게 개선됐다. 미 연방정부의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세수는 3조2000억달러였다. 경기 불황이었던 2009회계연도(2조1000억달러)보다 50% 이상 늘었다. 오바마 정부의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제조업 육성에 대한 초지일관적인 정책이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한국경제


해가 지지 않는 IT중심지 실리콘밸리

美 기업, PC 윈도·스마트폰 OS까지

'30년 플랫폼 파워' 세계 IT시장 지배

창업생태계·혁신 문화가 '힘의 원천'


[ 김보영 기자 ]

구글이 지난 16일 스페인에서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 사건은 유럽 전역에 ‘구글 공포증’을 불러일으켰다. 뉴스 서비스를 접은 지 한 시간 만에 각 언론사 트래픽이 10~15% 빠졌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인 구글의 영향력을 조기에 차단하려다 오히려 역습을 당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산(産) 정보기술(IT) 플랫폼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상황에 대해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구글이 스페인에서 뉴스 서비스를 끊은 이유는 스페인 의회가 지난 10월 통과시킨 이른바 ‘구글세’ 때문이다. 스페인 의회는 사실상 구글을 겨냥해 웹사이트에서 기사 제목과 링크가 노출될 때마다 저작권료를 지급하게끔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유럽 전역은 이 사건에 술렁이고 있다. 유럽에서 구글 검색 점유율은 90%를 웃돈다. 단순한 검색 엔진이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대 플랫폼으로 자라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이다. 지난달에는 구글의 검색 공정성을 문제삼아 검색 서비스 분할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플랫폼 기업 미국에 포진

미국이 부동의 ‘IT혁신 기지’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은 IT 생태계를 쥐락펴락하는 플랫폼 회사가 모두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IT기기를 구동하는 운영체제(OS)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장터에 이르기까지 수수료와 특허료를 챙길 수 있는 ‘판’은 모두 미국 기업이 깔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를 통해 PC OS 시장에서 독주하고,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OS를 장악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페이스북을 필두로 인스타그램, 트위터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아마존이다. ‘플랫폼 헤게모니’를 통해 전 세계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한창 지각변동을 겪는 중인 스마트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3억100대였다. 고가의 프리미엄폰 시장은 축소되고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필두로 한 1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한 꺼풀 벗겨보면 부산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제조사뿐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모바일 OS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다. 가트너에 따르면 3분기 안드로이드는 83.1%, iOS는 12.7%를 기록했다. 안드로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OS 점유율은 모두 감소했다. 한번 시장을 장악하면 아성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플랫폼 파워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IT, 미국 같은 혁신 나오려면 멀어”

이 같은 플랫폼 기업이 미국에서만 탄생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오랜 역사를 통해 다져진 기술 창업 생태계, 초기 기술제품과 서비스 성장의 동력이 되는 내수시장이 있어서다.

세계 최초의 PCIBM 5150 개발(1981년), 대표적 PC OS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공개(1983년)부터 2007년 모바일 스마트폰 앱 생태계의 탄생을 알린 애플 아이폰 출시에 이르기까지 실리콘밸리에서 거듭 혁신이 일어났다. 그 사이 창업 생태계 운영 노하우,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 등이 자리잡아 선순환 틀이 짜여졌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 인접한 스탠퍼드대, UC버클리대, 샌타클래라대 등 명문대의 끊임없는 산학 교류도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 기술 인력들은 굴뚝 하나 없지만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무장한 미국 실리콘밸리로 모여든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중국 IT 기업도 플랫폼 전략을 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벤처캐피털 회사 리브라이트파트너스의 에비하라 다케시 대표는 “미국이 전 세계 IT 시장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수십년간 자리잡아온 독특한 문화와 노하우 때문”이라며 “중국 IT가 눈에 띄게 발전했지만 혁신 기술은 아직까지 미국이 앞서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기가 인터넷과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플랫폼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스마트홈·무인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으로 적용 영역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전문업체 오큘러스, 구글은 스마트홈 관련 기업 네스트랩스 등을 인수해 다가올 IoT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넓혀가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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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6일 시추 기술 개발로 생산성이 높아져 내년 셰일 유전의 하루 원유생산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업체가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유전 현장에서 셰일오일을 시추하고 있다. 한경DB

3·(끝) 에너지 패권 쥐고 '슈퍼 달러' 가속화

셰일가스 생산 확대로 유가 하반기 50% 폭락

재정위기 OPEC 감산 안해…러시아 견제 효과

달러 가치 9년만에 최고…신흥국은 통화 위기


[ 김은정 기자 ]

셰일혁명을 등에 업은 미국의 ‘슈퍼 달러’에 신흥국이 바짝 엎드리고 있다. 셰일오일 생산량을 빠른 속도로 늘린 미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좌장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협하며 산유국 1위 자리라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패권을 넘겨받을 태세다. 반년 새 절반 가까이 폭락한 유가는 미국 경제회복과 함께 달러화 가치를 최근 9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원자재 부국인 신흥국을 압박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저유가와 강달러라는 두 개의 칼이 더욱 강력해진 미국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美, 사우디와 에너지패권 다툼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넘보던 브렌트유 가격은 올 하반기 들어 50% 가까이 폭락했다. 60달러를 간신히 웃돌고 있는 브렌트유 가격은 5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급 과잉과 원유수요 감소, 달러화 강세가 맞물린 결과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유가 폭락의 이면에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쟁탈하려는 미국과 사우디의 ‘치킨 게임’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2008년 미국 텍사스 등에서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셰일오일은 6년 만에 하루 생산량이 당시 470만배럴의 두 배에 가까운 890만배럴까지 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에는 930만배럴까지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생산량(975만배럴)과 비슷한 수치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글로벌 원유 수요는 줄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유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OPEC은 감산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유가 하락으로 일부 OPEC 회원국이 재정위기 상황까지 몰리고 있지만 OPEC은 인위적인 유가 부양 대신 수익성 악화에 따른 미국 에너지업체 퇴출을 노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양쪽의 싸움은 가격급락으로 이어지면서 원유시장을 예측 불허의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다. 노르웨이 에너지 전문 컨설팅업체 라이스태드에너지는 “미국의 주요 에너지업체들은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져도 수익성을 지켜낼 수 있다”며 “1980년대 오일쇼크 당시에는 사우디가 산유량을 늘려 유가를 크게 떨어뜨리면서 미국의 주요 에너지업체를 도산시켰지만 지금은 원유 시장 구조가 달라져 사우디의 전략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힘 세진 슈퍼 달러…신흥국은 ‘흔들’

유가 하락은 국제정치의 질서도 바꿔놓았다. 유가 판매에 재정수입의 대부분을 충당하던 러시아는 물론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 미국의 대표적 적대국가들이 재정과 통화위기라는 벼랑끝 상황에 몰리고 있다. 아프리카의 대표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와 남미의 제1 경제대국 브라질 경제도 유가 하락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미국은 유가 하락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견제하는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러시아에 유가 하락은 치명적이다. 원유 수출이 국가 재정 수입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반면 유가와 역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달러화 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지난 24일(현지시간) 90선을 넘어섰다. 9년 만에 최고치다. 저유가에 강달러까지 겹치면서 산유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통화 가치는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요동치고 있다. 올 들어 신흥국 통화 가치는 2008년 금융위기(-16.2%) 이후 최대 하락 폭인 12% 떨어졌다. 산유국에 이어 신흥국 전반으로 통화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달러화 가치가 초강세를 나타내는 슈퍼달러 시대가 도래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성장이 정체되는 등의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부장은 “저유가로 경제에 활력을 찾은 미국의 달러화 강세가 심화하면서 유럽과 일본의 통화정책 효과까지 반감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한국경제

미국의 시대가 다시 왔다

넘치는 인재

스탠퍼드 출신 기업 매출, 한국 GDP보다 훨씬 커

노동 유연성

위기땐 과감한 감원…기업 '복원력' 뛰어나

열린 문화

각국 이민자 적극 수용…글로벌 우수인재 블랙홀


[ 장진모/이심기 기자 ] 미국이 제조업 부활과 에너지 패권, 달러 강세 등에 힘입어 다시 질주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식 자본주의’가 수명을 다했다며 대안론 찾기에 바빴던 경제전문가들은 이제 미국 부활의 원동력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창의적인 기업가를 양성하는 대학 교육(인재)과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경제 시스템, 고급 인재를 끌어들이는 개방적 문화 등이 다른 나라와 확연히 다른 미국의 힘이라고 꼽는다.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가 세계를 이끄는 것은 기업가 정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의 차기 대통령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피오리나 전 CEO는 최근 헤리티지재단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미국을 세계 최강으로 만들었다”며 “기업가 정신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정부의 간섭을 더욱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업가 정신은 노력한 개인에게 과실이 돌아가도록 보장하는 제도가 뒷받침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에도 셰일원유가 매장돼 있지만 유독 미국에서 ‘셰일혁명’이 가능했던 것은 개발이익을 사업자도 토지 소유주와 함께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환경단체의 반대에다 개발이익을 사업자가 아닌 지역사회와 나눠야 하는 점 때문에 개발이 지지부진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박사 출신으로 바이오센스 벤처기업 ‘밀레니얼 넷’을 창업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혁신자문위원을 지낸 이석우 미 국가표준기술원(NIST)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강점은 위기에 처해도 다시 복원할 수 있는 능력이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복원력’은 기업 구조조정에서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토대로 위기 때는 감원 등을 통해 몸집을 줄여 경쟁력 상실을 최소화한다. 미국 자동차회사 GM과 포드가 살아난 배경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을 찾는 이민자와 이를 적극 수용하는 미국의 개방성도 일본이나 유럽 등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가 두뇌 유출을 걱정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우수한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원생은 예비 기업인…비즈니스 명함까지 들고 다녀

미국 부활 비결은

철저한 인센티브로 기업가 정신 '활활'


정부는 판 깔아주고 벤처는 과감히 도전

중국 등 외국 유학생도 박사 따고 정착


미국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세상을 바꾸는’ 인재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이민수용정책을 포함한 개방성이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이 지난달 불법 체류자 1170만명 중 최대 500만명에게 합법적인 체류 권한을 주고, 전문직 비자를 확대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실리콘밸리가 크게 환호했다.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미국 명문대학은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국제교육협회(IIE)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대학(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88만6052명에 달한다. 전년 대비 8.1%나 늘었다. 10년 전인 2003년 57만3000여명과 비교하면 54.6%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이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지난해 쓴 돈만 27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한 교육 전문가는 WSJ에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박사를 마친 뒤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서 일자리를 잡는 게 중국으로서는 국가적인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철저한 사유재산제와 인센티브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도 기업가 정신이 시들지 않은 배경으로 노력의 대가가 뒤따르는 인센티브와 철저한 사유재산권 보장을 꼽았다. 미국에서 셰일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셰일오일·가스가 미국에만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셰일혁명이 영국에서 일어나지 못한 데는 환경주의자의 반대와 재산권 행사의 법적 제약이 걸림돌이었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독일에선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 등이 ‘조화로운 발전’ 등을 이유로 셰일 개발에 반대하면서 유전업체들이 손을 들고 포기한 사례가 적지 않다.

반면 미국은 토지소유권 행사가 사적 영역으로 확고하게 정립돼 셰일오일 개발 이익이 토지 주인은 물론 개발 사업자에도 돌아간다. 그리스 이민자의 아들 조지 미첼이 수차례의 실패를 거듭하면서 땅을 시추해 셰일혁명을 일으킨 것은 미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텍사스와 노스다코타주에서 셰일유전 지대에 농장을 갖고 있는 개인이 업체에 개발을 허용하거나 직접 개발에 나서 돈방석에 올라선 사례는 흔하다.

기술을 상업화하는 것도 ‘자유경쟁’

기초과학 연구와 벤처 창업 열기는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문제는 기술 그 자체로는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를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시장경쟁 원리에 의한 적자생존의 룰이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오나르드 김 미 국립과학정책연구소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벤처는 기본적으로 생존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수한 기술이 있다거나 정부가 돈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며 정부는 제대로 된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국의 한 나스닥 상장사 최고경영자(CEO)는 “스탠퍼드대 대학원생 정도만 되면 비즈니스 명함을 갖고 다닌다”며 “미국의 힘은 대학에서 나온다”고 단언했다.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 정보기술(IT)의 리더십이 스탠퍼드대·MIT 같은 대학의 창의력 교육,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의 결합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정책 일관성

미국의 강한 복원력 과시에는 정책의 일관성과 뚝심이 뒷받침했다. 사실 미 정부의 정책결정은 느리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한 번 정책이 정해지면 일희일비하지 않고 최소 3~5년간 강하게 밀어붙인다. 중앙은행(Fed)의 양적 완화가 대표적이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2008년 말 1차 양적 완화 시행 이후 수차례 공화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지만 5년간 그대로 밀고나갔다.

오바마 대통령이 5년째 밀어붙이고 있는 제조업 육성 정책도 마찬가지다. 제임스 칼브레이스 미 텍사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양대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이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은 미국 기업이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라며 “노동시장 유연성이 기업의 복원력을 강화시키는 토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뉴욕=장진모/이심기 특파원 jang@hankyung.com

 

[미국의 시대가 다시 왔다] 스탠퍼드·MIT 출신들 창업한 기업이 만든 일자리 '760만개'

[ 장진모 기자 ] 서울대 약학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 국립보건원(NHI)과 식품의약국(FDA)에서 13년간 근무한 뒤 바이오 벤처기업 렉산제약을 창업한 안창호 회장. 그는 “한국에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정도 되는 대학이 하나라도 있으면 게임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공과대학의 척 에슬리 교수팀이 2012년 스탠퍼드대의 경제 영향력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1930~2010년 졸업생 14만명 가운데 3만9900명이 창업을 했고 이들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는 540만개였다. 또 동문 기업의 연간 매출은 총 2조7000억달러였다. 이들 기업을 묶어 하나의 국가로 보고, 매출을 국내총생산(GDP)으로 간주하면 영국(2013년 2조8000억달러)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세계 7위’가 된다.

또 기업가 정신을 키우기 위해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단체 카우프만재단이 2009년 MIT의 경제 영향력을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MIT 출신(2003~2006년 조사 기간 생존해 있는 동문 기준)이 창업한 기업은 2만5800개였으며 창출한 일자리 220만개, 매출은 최소 2조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로 치면 ‘세계 11위’ 경제 규모로 한국의 GDP(2013년 1조5000억달러)를 뛰어넘는다.

스탠퍼드대와 MIT는 창의적 기업가를 낳는 산실이 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구글에서 보여지듯 인터넷·모바일 분야에서, MIT는 클린에너지와 전기전자 관련 분야에서 미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MIT 박사를 마치고 벤처기업을 창업한 이석우 전 백악관 혁신자문위원장은 “미국 대학의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용기 있게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실패해도 언제든 재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스탠퍼드대와 MIT는 기초과학 등 학문적인 연구에 대한 자부심도 크지만 그 기술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대단하다”며 “한국도 이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경제전문 주간지 포브스의 칼럼니스트 피터 코언은 스탠퍼드와 MIT 출신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미국의 경쟁력과 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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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血盟'이냐 '대륙의 라오펑요'냐…미국·중국에 낀 한국

FTA 등 중국과 공조 강화

"외교 지나치게 경도" 지적도


[ 전예진 기자 ]

미·중 패권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이 미·중의 전략적 경쟁 속에 ‘반사이익’을 누리던 때는 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최근 미국 경제가 제조업 부활과 셰일가스 혁명 등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두 경제 강대국(G2) 사이에서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한국의 외교에 새로운 전략과 방향성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중 간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은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지고 있다. 군사안보, 경제, 에너지 등 모든 분야에서 사사건건 맞붙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싸움이 중·일에서 미·중으로 확전된 것은 두 강대국 간 에너지 패권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지역은 원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고 중동의 석유와 원자재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중국으로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중동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는 요충지인 동시에, 미국으로선 셰일가스를 아시아 국가들에 수출하는 교착점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내 도입문제와 관련해서도 한국은 미·중 ‘양자택일’의 딜레마에 놓였다. 미국은 60년 이상 군사동맹 관계와 북핵 공조를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은 자국의 군사·안보적 피해를 들며 반대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의 한국 가입문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포괄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놓고서도 미국과 중국은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 중이다.

양국의 외교전이 격화되는 사이 박근혜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급격히 진전시켰다.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둘러 체결했고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등 공조를 강화했다. 일각에선 한국이 중국에 지나치게 경도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미·중 간 패권 싸움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미·일과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강조하는 반면 중국은 미국 주도의 동맹체제와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정책으로 비판하며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다 세계 경제 회복 과정에서 미국의 독주 체제가 굳어질 경우 한국은 경제와 안보 이익을 둘러싸고 ‘대륙동맹이냐, 아니면 해양동맹이냐’를 놓고 과거와는 다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일각에선 한·미동맹을 소홀히 하고 중국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려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의 국익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처럼 뚜렷한 해법 없이 미·일에 맞서 한·중 관계만 강화되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한·미동맹이 굳건해야 중국에도 휘둘리지 않는 외교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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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융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센터 주임(좌)·자오시쥔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부원장(우)

'G2 도전' 중국이 보는 미국

[ 김동윤 기자 ]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중국은 미국 경제의 급부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중국 경제학계에서 대표적인 미·중 경제관계 전문가로 꼽히는 왕융(王勇)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 주임과 자오시쥔(趙錫軍)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부원장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시장 중심의 자원 배분과 기업들의 혁신역량을 미국 경제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재정적자와 비대한 금융 부문 등 약점도 많아 미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같은 패권을 회복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왕 주임은 최근 미국 경제의 선전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몇 년간의 긴축 과정에서 억눌렸던 미국인들의 소비가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주 원동력”이라고 진단했다. 자오 부원장은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기업들의 혁신역량이 높은 점이 미국 경제의 최대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개방적인 이민수용정책으로 전 세계 인재들이 몰려들어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것도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미국만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미국 경제의 이 같은 부상이 중국의 경제 활력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왕 주임은 “미·중 경제는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호조는 중국의 수출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미국 경제가 자신감을 회복하면 두 나라 간 무역마찰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오 부원장은 다만 “중국 경제는 현재 수출 중심의 성장에서 내수 중심의 성장으로 변화해가고 있다”며 “미국 경제 회복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기여도가 과거만큼 크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사람은 그러나 세계 경제가 ‘미국 원톱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오 부원장은 “중국은 최근 경제성장률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7%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경제성장률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앞으로도 미국을 큰 격차로 앞서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왕 주임은 △미국 정부의 부채 수준이 여전히 높으며 △금융산업이 지나치게 비대하고 △행정부와 의회 간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미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특히 “금융자본의 투기적인 행태를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하면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왕 주임은 아울러 “미국이 세계 경제 및 정치 무대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같은 패권을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중 양국의 협력과 견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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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美다우 첫 18000 돌파]

强달러 밀어붙이면 러 파국… 패권 경쟁 中도 저성장 지속

美 부실銀·기업 과감히 쳐내

내년까지 '나홀로 호황' 가능… 국제 정치 美위상 한층 강화


지난 4월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큰소리치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신세로 전락했다. 미국이 경제 호황을 바탕으로 '강한 달러' 정책을 급진적으로 밀고 나갈 경우 루블화 폭락을 부채질해 러시아의 금융 위기가 파국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와 푸틴의 위상이 단숨에 역전된 것은 유가 하락을 이정표로 미·러 경제가 반대 길을 걷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는 저(低)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죽을 쑤는 반면 미국 경제는 지난 3분기에 5% 성장(연율 환산)을 기록할 정도로 활력을 찾았다. 경제 상황의 극적인 반전은 외교로 파급력을 확대하면서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위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미국, 왜 호황?

지난 7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국제 유가는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6월 배럴당 110달러를 넘었던 국제 유가는 7~9월에만 14%가량 떨어졌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유가가 20% 떨어지면 미국 가계의 소비 여력은 1000억~1250억달러 늘어난다. 미국의 소비 지출이 3분기에 3.2% 상승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유가 하락 덕분이란 분석이다. 소비 지출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유가 하락은 4분기 미국 경제에 더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가 하락이 4분기에 더 가파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10월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을 3%에서 3.1%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신흥국 성장률은 0.2%포인트 낮췄다. '미국 독주(獨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미국 경제가 순항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1200개의 상업은행을 줄이는 파상적 부실 은행 구조조정은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던 자동차·화학·유통산업의 한계기업 정리로 이어졌다. 미국의 자본이 더 효율적인 곳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미국이 먼저 매를 맞고 부실을 선제적으로 도려낸 셈"이라며 "글로벌 금융 위기가 미국에는 '위장된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패권 더 강화될 듯

미국의 호황은 수년간 국제 정치 무대에서 줄곧 수세로 몰리던 미국의 위치를 공세로 바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상징적인 장면이 루블화 폭락으로 러시아 디폴트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지난 17일 연출됐다.

 

루블화 폭락이 브라질·태국 등 신흥국 통화시장까지 영향을 미치자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적어도 내년 4월까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달러를 거둬들여 다른 나라 외환시장의 위기를 부채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한마디로 루블화의 폭락이 멈췄고, 러시아 금융시장은 패닉에서 벗어났다. 지난 16일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80루블을 넘어선 루블·달러 환율은 23일엔 달러당 54루블 선까지 내려왔다. 미국 연준 의장이 구두 개입만으로 러시아 금융시장의 목줄을 조였다 풀었다 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러시아와 함께 미국의 패권을 넘보던 중국 역시 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상태다. 왕양(汪洋) 중국 경제부총리는 지난 17일 미·중 통상무역합동위원회에서 "중국은 세계경제 질서에서 미국에 도전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미국의 주도적 위치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미국 연구소 소장인 이완 모건 교수(정치경제학)는 "역사적으로 미국은 국내 경기가 좋을 때 적극적인 개입 정책을 구사했고, 반대로 경기가 위축되면 고립주의를 택해왔다"면서 "미국 경제의 호황으로 다른 경제권과 격차가 벌어질수록 미국 패권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나지홍 특파원 willy@chosun.com]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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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