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 리더쉽

지주회사를 말한다

구봉88 2008. 4. 19. 10:50

투자 ·운영 ·관리 최적화 ‘필수’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기업의 지배구조개선, 사업구조조정, 재무구조조정 등 이른바 기업개혁 ‘5+3’ 원칙을 통해 강력한 기업개혁 정책을 폈다. 부채비율 200% 준수, 사외이사제도 도입, 국제회계 기준에 부합하는 재무제표의 작성 등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구조의 전반적인 변화를 유도한 것이다.

이처럼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요구하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태어난 기업모델이 지주회사 체제이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계열사간에 얽혀 있는 순환출자가 해소되면서 지주회사는 투자지분 관리, 자회사 성과관리 등에 주력하고, 자회사는 역량을 사업부문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책임경영체제가 구축되고, 기업투명성이 개선된다.

지난 200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LG가 지주회사 체제를 선언한 이후 만 4년 만에 지주회사 체제가 기업구조의 새로운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지주회사 출범 당시 투자자들의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지만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나면서 의구심은 사라지고,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분위기이다. LG 이후 농심, 풀무원 등 일반 지주회사뿐만 아니라 우리금융, 동원금융 등 금융지주회사도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이러한 지주회사 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지켜야 할 원칙들이 있다.

성공포인트 1. 선택과 집중은 ‘필수’

먼저 ‘선택과 집중’이다. 과거 지주회사 제도 허용 여부의 논쟁 과정에서 반대론자들은 지주회사 제도 도입으로 경제력 집중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지주회사가 자기자본이 아니라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통해 다수의 자회사를 지배하고, 이로 인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함으로써 경제력 집중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받아들여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는 부채비율 10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원칙적으로 손자회사 설립을 금지하는 등 엄격한 행위제한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주회사 체제로 변신을 시도하는 기업은 사회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법적 책임을 준수하는
 의미에서 사업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또 지주회사 설립 과정에서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는 현실적인 제약을 염두에 두고, 업종 전문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지주회사만 상장돼 있고, 자회사는 상장돼 있지 않은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국내 지주회사 체제는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된 기업이 많다.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맞추기 위해서 지주회사가 상장회사인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일례로 2001년 지주회사인 LGCI가 자회사인 LG화학ㆍLG생활건강ㆍLG홈쇼핑 등 3개 회사 지분을 20~30% 추가 매수해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충족하는 데 소요된 자금은 5,400억원 정도였다. 이처럼 사업의 ‘선택과 집중’은 지주회사 체제의 환경 적합성을 높이고, 원활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이전 및 유지를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성공포인트 2. 지주사의 역할 명확히 설정해야

지주회사 체제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두 번째 포인트는 지주회사의 역할을 분명히 설정하는 것이다. 지주회사는 헤드쿼터로서 자회사에 대한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 지주회사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가 여부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의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자회사 규모, 자회사 영위 업종 등을 신중히 고려해 지주회사의 역할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략 기능과 통제 기능 중 어느 활동에 중점을 둘 것인가에 따라 지주회사의 역할은 재무관리형(Financial Control), 전략협의형(Strategic Control), 전략통제형(Strategic Planning)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재무관리형
 보유 사업간 이질도가 높아서 지주회사는 주로 단기적 재무목표에 의해 자회사를 관리하고, 사업 매각과 매수 등에 의해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재무관리형은 투자자금의 회수기간이 짧고, 기술 의존성이 별로 없는 소매, 유통, 외식 사업에 많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지주회사로는 구조조정 이전의 영국의 한슨(Hansonㆍ구조조정 이전), 일본의 다이에이(Daiei) 등을 들 수 있다.

전략협의형
사업간 이질도가 중간 정도로서 지주회사는 재무성과 관리와 자회사와 전략협의를 균형적으로 실시한다. 이 유형은 비교적 다양한 사업군을 포함하고 있고, 기술 의존성이 큰 1~2개의 핵심사업과 이와 관련된 사업으로 다각화돼 있는
그룹에 적합하다. 전략협의형의 사례로는 GE, ABB 등이 있다.

전략통제형은
보유 사업간 유사성이 높아 통일된 전략목표를 통해 자회사를 관리하고, 지주회사의 전략 수립 및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여 정도가 높다. 전략통제형은 자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이 적으면서도 상호 유사성이 높고, 투자자금의 회수기간이 길며, 기술 의존성이 높은 경우에 적합하다. 전략통제형으로 볼 수 있는 지주회사의
예로 영국의 제약회사인 글락소웰컴(Glaxo Wellcome)을 들 수 있다.

국내에서 금융지주회사는
전략통제형의 역할을 수행하고, 일반 지주회사는 전략협의형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사업보고서에서 농심홀딩스는 그룹 비전과 경영전략 방향을 모색하고 교차판매,
공동상품 개발 등을 통해 시너지 창출 등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전략협의형의 역할이다.

성공포인트 3. 가치창출에 공헌해야

마지막으로 지주회사는 포트폴리오 관리, 자회사 성과관리, 사업위험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책임경영체제 구축 등을 통해
기업가치 창출에 공헌해야
 한다.

첫째, 신규사업의 인수나 기존 사업의 철수, 유망사업 투자 등 전략적 자원 배분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회사는 부실 자회사 구조조정, 그룹 내 중복기능 통합, 은행부문 기능재편 등의 사업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또 2003년 9월부터는 방카슈랑스 사업을 개시하는 등 신규 유망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둘째, 지주회사는 핵심성과지수(KPIㆍKey Performance Indicators)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자회사의 사업성과를 모니터링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지도한다.
 자회사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 및 혁신기법을 다른 자회사에 전파하거나 그룹 차원에서 공유할 수 있다.
GE는 워크아웃 등을 통해 베스트 프랙티스 및 스킬을 공유하고 있다.

셋째, 자회사의 사업 위험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회사는 2003년 8월 영업 기반 상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우리종금을 우리은행으로 흡수합병했다.
 
우리종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러한 합병을 통해 우리종금의 영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우리은행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즉 우리은행은 종금업무를 영위함으로써 영업 기반을 확대하고, 교차판매 등을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넷째, 지주회사는 책임경영체제 구축을 통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경영은 능력 있는 경영자에게 맡기고, 책임과 권한을 적절히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회사 경영자는 출자 부담 없이 사업에서 창출된 재원으로 핵심사업에 대한 투자를 함으로써 사업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회사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고,
더불어 지주회사도 그 과실을 향유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 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효율적인 기업구조로
정착돼 가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지주회사 체제가 효율적인 운영체제로 자리매김하려면 무엇보다도 투자, 운영, 관리의 최적화를 통해 끊임없이 사업구조의
 고도화를 추구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이룩함으로써 경제발전에 공헌해야 할 것이다.

출처:한경 비지니스

 

글 | 박상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spark@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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