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Golf)

골픠 유머!

구봉88 2009. 8. 7. 10:06

골퍼(Golfer)의 소회(小悔)

앉아서 가만 생각을 해보니, 참으로 기도 안 차는 것이... 나 원, 운동 같지도 않은 것이 말예요, 하구 나면 뭐 한 번을 즐겁게 해주길 하나, 친구간에 우정을 돈독히 해주길 하나, 열은 열대로 받구, 시간은 시간대로 날아가구, 돈은 돈대로 들구,

 

어디 그 돈만 드나, 가외로 또 내기 한답시고, 최소 몇 만원 또 알토란 같은 돈 남 주고...

 

남들 농사짓는데, 놀러다닌다구 손가락질은 제일 먼저 받죠, 가뭄, 수해 한 번 왔을 때,

골프채 들고 다니면 돌멩이라도 맞을 분위기이고, 정권이 한 번 바뀌기만 해도 눈치보느라고 가재미눈이 되질 않나, 공직에 있는 친구들은 의당 아들내미 이름으로 부킹을 하고...

 

열심히 연습했다고 잘 맞기를 하나, 연습 하나 안한 놈이 운으로 버디를 하질 않나...

 

공 한개 값이면 자장면이 곱빼기로 한 그릇. 물에 빠뜨려도 의연한 체, 허허 웃어야지, 인상쓰면 인간성 의심받죠. (자장면 한 그릇 물에 쏟아놓고 웃어 보세요, 아마 미친 놈이라고 할 텐데...)

 

웬수 같은 골프채는 무슨 금딱지로 만들기라도 했나, 우스라지게 비싸죠,

드라이버랍시고 작대기 하나가 32인치 칼라 테레비 값이죠, 그것도 모자라 비밀병기랍시고 몇십 만원, 그 노무 채 넣구 다니는 가방도 툭하면 몇십 만원. 오늘 좋다고 해서 사놓으면 내일 구형이라고 또 새 거 사라 하고...

 

풀밭 좀 걸었다고 달래는 돈이 쌀 한 가마니 값. 그나마도 한 번 치려면 대통령, 유엔 사무총장 빽까지 동원을 해야 하고, 노는 산 깎아서 골프장 만들어도, '좁은 땅덩어리'에 골프장 만든다고 욕먹고, 나무 심고 잔디 키워놔도 농약 친다고 욕먹고, 여름이라고 햇빛을 피할 수 있나, 겨울이라고 누가 따스한 입김을 한 번 불어주나,

 

땡볕에 눈보라에, 제대한 지가 언제인데 툭하면 산등성이로 기어올라가 각개 전투해야 하고, 호수랍시고 물만 보면 피해 다녀야 하고,

공이 갈 만한 자리에는 무슨 심술로 모래 웅덩이 파놓고, 그린키퍼는 공 못 들어가게 할라구 꼭 처녀 엉덩이 꼭대기 같은 데다 콧구멍 만하게 뚫어놓고...

 

잘 맞으면 '일 안하고 공만 쳤나?' 욕먹고, 안 맞으면 '저 새끼, 운동 신경 더럽게 없어' 욕먹고, 퍼팅 들어가면 '돈독 올랐다' 욕먹고, 못 넣으면 '오토바이, 공무원, 소신 없다' 욕먹고,

 

길면 '쓸데없이 힘쓴다' 욕먹고, 짧으면 '쫄았다'고 욕먹고, 돈 몇 푼 따면 곱빼기로 밥 사야 되고, 돈 잃으면 밥 안사주나 눈치 봐야 되고,

집에 오면 알아서 왕비 비위 맞추느라  설거지 해야되고, 아들 내미 성적 떨어져도, 공치는 아비 잘못...

 

골프 쳐서 오더 따면 '누구나' 따는 오더이고, 못 따면 '골프까지 쳤는데, 그것도 못 따냐' 욕먹고, 안 맞아서 채 한 번 집어 던졌다간, '상종 못할 인간'으로 찍히고, 신중하게 치면 '늦장 플레이'라고 욕먹고, 빨리 치면 '촐싹댄다'고 욕먹고, 화려하게 옷 입으면 '날라리냐?' 욕먹고, 점잖게 입으면 '초상집 왔냐?'고 욕먹고, 시원하게 입으면 '노출이 심하다', 따뜻하게 입으면 '쪄죽을 일 있냐?' 욕먹고...

 

인물 좋으면서 잘 치면 '제비 같은 놈'이라 욕먹고, 인물 좋으면서 못 치면 '겉만 뻔드르르하다'고 욕먹고, 인물 나쁘면서 잘 치면 '니가 그거라도 잘 해야지' 욕먹고, 인물 나쁘면서 공도 못 치면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욕먹고...

 

농담하면서 공치면 '까분다'고 욕먹고, 진지하게 공치면 '열 받았냐'고 욕먹고...

 

도우미 언니하고 농담하면 '시시덕댄다'고 욕먹고, 아차 한 마디 잘못했다간 '성희롱 한다'고 욕먹고, 농담 안하면 또 '분위기 망친다'고 욕먹고...

 

싱글 하면 '사업하는 놈이 공만 친다'고 욕하고, 싱글 못하면 '그 머리로 무슨 싱글?' 하고 욕하고, 새 채 사서 잘 치면 '돈이 썩어나냐?' 욕먹고, 못 치면 '돈으로 공 치냐?'고 욕먹고, 새 채 안 사면 '죽을 때 돈 다 싸갖구 갈 거냐?' 욕먹구...

 

바이어가 공 치자 해서 채들고 나갈라면 세관에 신고해야 되고, 그나마도 몇 번 하면 '세무조사 한다'고 겁주고, 선물로 준 채 들고 들어오면 밀수꾼처럼 째려보고, 새벽골프 나가면 '그렇게 공부를 좀 하지' 하고 욕먹고, 남녀 어울려 공치면 '바람났다'고 욕먹고, 남자끼리만 공치면 '호모 놈들'이라고 욕먹고,

이글, 홀인원 한 번 하면 축하는 못할 망정, 눈들이 퍼래서 뜯어먹고, 골프사이트 한 번 들어가면 '일은 언제 하냐' 며 욕먹고, 맘먹고 골프채 한 번 닦으면 세차나 좀 하지 하고 욕먹고,

 

마누라한테 욕먹고, 장인어른한테 욕먹고, 어머님한테 욕먹고, 아들놈한테 원망사고, 직원들한테 눈치보이고, 거래처한테 욕먹고...

 

잘 쳐도 욕먹고, 못 쳐도 욕먹고, 자주 쳐도 욕먹고, 자주 안쳐도 욕먹고, 새 채로 쳐도 욕먹고, 헌 채로 쳐도 욕먹고, 새벽에 쳐도 욕먹고, 낮에 쳐도 욕먹고, 비올 때 쳐도 욕먹고, 눈올 때 쳐도 욕먹고, 날 좋은날 쳐도 욕먹고,

 

(아, 이제부턴 '욕먹고'를 빼고 써야지.)

 

조용히 쳐도, 시끄럽게 쳐도, 천천히 쳐도, 빨리 쳐도, 멀리 쳐도, 짧게 쳐도, 잘 맞아도, 안 맞아도, 돈 내고 쳐도, 접대 받고 쳐도, 우짜든지 욕을 먹게 되어 있는...

 

이런 골프를 왜 하느냐 이겁니다.

 

이거 어디 공치는 사람들,  전부 제 정신입니까?

 

어제부터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요, 이제 욕먹기도 지쳤고, 돈 쓰기도 아깝고, 시간도 아깝고... 등등한 이유로 너무 너무 화딱지가 나서 말입니다.

 

분명히 만천하 여러분들에게 선언을 합니다.

 

이제 골프를 화~악! 끊어 버릴 겁니다. 이제부턴 골프채를 만지지도 않겠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아이구, 속 시원해라.

 

에, 또..... 그러니까... 말하자면...

 

다음번 칠때까지만요!

참말로! 주~ㄱ 같네요......

-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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