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은 단일 방송국 최장수 프로그램입니다. 지금도 평균 시청률 15%를 자랑할 정도로 오락 프로그램의 지존을 지키고 있습니다. 보통 일반 프로그램이 잘해야 5% 안팎의 시청률이란 점을 감안하면 정말 대단합니다. 그러나 한편의 평균 제작비는 2천만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1980년 처음 방송된 전국노래자랑이 이토록 오랜 동안 전국민들의 인기를 차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먼저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은 송해라는 MC의 존재감입니다. 송해는 무려 24년을 전국노래자랑의 MC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이 생긴지 30년 동안 대부분은 송해가 진행한 셈입니다.
재미있고 편안하고 탈권위적인 진행은 송해의 트레이드 마크로 전국민적으로 사랑받게 된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전국노래자랑'을 보던 자녀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고, 이제는 부모 세대로서 다시 아이들과 함께 보는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방송 사상 '전국노래자랑'의 의미는 여러 세대를 관통하는 보기드문 장수 프로그램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어린 아이부터 연세가 많은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모두 아우르며 인기도 높은 방송 프로는 아주 이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국 노래자랑은 거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앞으로도 계속 경신하며 인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합니다.
'중국 선양노래자랑'은 지난 9월 13일 중국 선양 올림픽경기장에서 3만 여명의 관중이 자리를 가득 채운 가운데 성황리에 최종 공연과 녹화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당시 '중국 선양노래자랑'에 대한 중국 현지 열기는 2만 8천여장의 입장권이 일찌감치 동이 날 정도로 뜨거웠답니다. 노래 예선 심사에만 중국인 620여명을 포함해 중국 전역에서 1500여 팀이 참가할 정도 였다니 인기를 실감하게 합니다. 심지어 '중국 선양노래자랑'에 참가하기 위해 2박3일 동안 기차를 타고 달려온 참가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중국 선양노래자랑'에는 중견가수 송대관, 설운도, 현철 등과 아이돌 가수 슈퍼주니어M, SS501, 코요태 등이 초대가수로 출연했다고 합니다. 슈퍼주니어M이나 SS501과 같은 아이돌 스타들이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것도 이례적일 일입니다. 중국 현지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이돌 가수 그룹의 출연도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송해는 선양노래자랑에 대해 조선족 동포들의 애로와 아픔을 쓰다듬어 주는 자리라고 그 의미를 밝혔다고 합니다.
선양은 중국 동북 3성의 중심도시로 인구 약 700만명 중에 10만여명이 우리 동포인데, 2002년부터 매년 9월에 한국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29개팀이 노래 대결을 펼친 결과, 다롄시 문화관 관원인 조선족 이설화, 김미령씨가 '진달래꽃'을 불러 최우수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중국 선양편 뿐만 아니라 전국노래자랑은 북한 평양,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한민족 동포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함께 했습니다. 글로벌 관점의 한민족 동포 문화를 하나로 만들고 있는 프로인 셈입니다.
송해는 83세의 고령에도 해외 현지 촬영마저 언제나 함께 했습니다. 사실 나이가 80이 넘어 비행기를 타는 것도 힘든 일인데 해외 현지에서 촬영을 한다는 것은 송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직도 젊은 사람 못지않는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국민 MC 송해의 진면목입니다.
송해는 자신의 고향인 황해도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열고 싶은 꿈을 갖고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해외 각국을 누벼온 송해가 오직 갈 수 없는 곳은 아쉽게도 고향입니다. 남북이 여전히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 한가위 명절이 되었지만 송해는 고향 황해도가 아닌 중국 선양에서 전국노래자랑 녹화를 해야 했습니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우리 동포들이 하나가 되었으면 합니다. 통일이 되기 이전이라도 송해가 고향인 황해도에서 전국노래자랑을 멋지게 진행하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송해는 23년 동안 한번도 '전국노래자랑' 방송 프로그램의 펑크를 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 성실함과 열정을 대변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송해가 국민MC로서 오랜 기간 동안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탈권위주의적인 편안함에 있습니다. 스스럼없이 출연자들과 어울리고 악단이나 심사위원과 장난치는 모습은 송해식 진행의 즐거움입니다.
전국을 야외 무대에서 누비다보니 송해의 얼굴은 누릿빛입니다. 작은 체구에 볼록 나온 배를 보면 TV와 어울리지 않는 외모로 보이지만 송해가 무대에 서면 박수 갈채와 함께 뽀뽀 세례가 쏟아지기 일쑤입니다. 어린 아이부터 80이 넘는 노인까지 송해를 보면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부르곤 합니다. 꽃미남의 인기를 능가하는 전국구 국민 오빠인 것입니다.
국민MC 송해의 나이는 83세나 됩니다. 아직도 현역에서 최고령 MC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송해가 아무리 건강하다고 하더라도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 전국 투어와 해외 촬영은 무리일 수 있습니다. 전국노래자랑하면 송해가 공식이 되었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송해 이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전국노래자랑이 계속 후세에도 오래 사랑받아야 송해도 의미있는 역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송해는 자신의 후계자로 이수근을 지목한 적이 있습니다. 친근하고 구수한 이미지를 비롯해 작은 체구에 이르기까지 송해 자신과 닮은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면 촬영하는 1박 2일의 컨셉이 전국노래자랑과 일맥상통하는 측면도 많은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송해가 지목한 이수근이 전국노래자랑의 차기MC 1순위인 듯 합니다.
그렇다고 이수근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남희석도 자신의 꿈은 전국노래자랑의 MC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적이 있습니다. 익살스런 외모와 편안한 진행을 보면 남희석도 차기MC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어떤 이는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있는 전국구 가수 장윤정을 차기MC 후보로 지목하기도 합니다. 여성 MC가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유재석 강호동이 어떨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워낙 맡고있는 프로가 많아 당장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전통 트로트 가수 중에서도 후보가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
사람이 재산이고 대화와 소통이 국민MC의 비결이다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진행의 비결을 어느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장 파악이 중요해요. 그 지역의 특성과 지역민들의 관심사를 알아야 하고, 무대 상황이나 출연자 특징도 알아야 관객들과 호흡을 할 수 있고 생동감 나는 방송이 되거든요. 소통이란 게 나 혼자 통하는 게 아니라 상대와 나누는 거잖아요. 언제나 방송 하루 전이나 아침 일찍 그 지역에 가서 우선 목욕탕부터 들르고 시장에 있는 해장국집이나 식당에서 밥을 먹어봐요. 동네 목욕탕에 앉아 피로도 풀고 발가벗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해요. 요즘 뭐가 제일 걱정이냐, 이 마을 자랑거리는 뭐냐 등등 이야기를 나누면 정보도 얻고 금방 친해지죠."
송해는 50여년간 방송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돈은 헛되고 부질없는 것이지만 사람은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인생 고비고비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의 소중한 보물이고 재산이라는 송해의 말이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나의 울림이 되는 듯 합니다. 송해는 자신의 아들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일도 있고 스스로 자살을 하려다 소나무에 걸려 살아난 적도 있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 만큼 송해는 연세도 있지만 사람의 인생에 대해 깊은 성찰이 있었을 것입니다.
여전히 20대와 같은 열정으로 살아가는 83세 최고령 국민MC인 송해의 삶은 후배 연예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고,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일요일인 오늘 낮에도 송해가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은 계속 됩니다. 추석 명절을 맞아 모처럼 집안의 어르신을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전국노래자랑을 보는 재미도 클 듯 합니다. 송해가 오래 건강했으면 합니다. 서민들과 한민족 동포들의 벗, 송해씨
에게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