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품·소재기업, 일본 꼬리 잡았다 |
|
성보P&T 기술개발 13년만에 日 수출 성공 케이씨텍 수입의존하던 LCD용 트랙 국산화 네오세미테크 日기업 손잡고 해외시장 개척
|
|
자동차 엔진부품 전문업체인 성보P&T는 중형 굴착기용 부품 개발을 통해 난공불락이었던 일본 수출에 성공했다. 굴착기 주행을 위한 구동 유닛과 선회 감속기 국산화에 성공한 성보P&T는 일본에 연간 200억원 규모를 수출하고 있다.
4~5년 전만 해도 국내 중형 굴착기 주행 구동 유닛과 선회 감속기는 일본 등에서 수입했지만 이 회사는 국산화를 통해 수입 대체는 물론 일본에 역수출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최병운 성보P&T 이사는 "이 분야는 일본 제품이 전 세계 시장을 70%나 장악하고 있다"며 "기술 개발을 시작한 지 13여 년 만에 일본 기술력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대일 부품소재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추격 고삐를 죄고 있다. 국내 업체 부품소재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일본산 부품소재를 수입대체하거나 일본에 아예 수출하는 등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고 있다. 2000년 들어 선진국과 한국 부품소재산업 기술력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2001년 미국에 비해 70% 수준이었던 한국 기술력은 2007년에는 87%까지 따라잡았다.
한국 부품소재 기술 수준도 일본에 많이 접근하고 있다. 진흥원 측은 한국과 일본 부품소재 종합경쟁력 격차가 가격과 기술력을 포함해 10% 범위 내에 있다고 보고 있다.
정만태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재 분야는 아직 기술 격차가 나고 있지만 부품 분야에서는 국내 기술 개발로 인해 일본과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고 말했다 .
반도체용 부품을 생산하는 케이씨텍은 정부 출연금을 지원받아 2004년부터 LCD용 트랙 개발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100% 수입에 의존하던 이 분야에서 2006년 60억여 원대 수입대체에 성공했고, 이 덕분에 2007년 매출은 전년보다 2배나 증가했다. 상용화 초기단계라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신뢰성이 쌓이면 앞으로 대일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임영 케이씨텍 소장은 "삼성 LG 등 세계적인 LCD 생산 회사들이 우리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조만간 제품 신뢰성이 증명될 것"이라며 "기술적 우위에 있는 일본에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부품소재 개발에서 일본과 상생 협력하는 사례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명 `일본 수요 기업과 공동 기술 개발`로 국내 부품소재 기업은 일본 업체와 구매조건부로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대일 수출로 연결하는 것이다.
태양전지 소재인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네오세미테크는 작년 6월부터 일본 M사와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 Ge 단결정 기판소재` 개발을 공동 진행 중이다.
이 제품은 태양전지 셀(CELL)에 들어가 빛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꾸는 데 있어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핵심소재다. 네오세미테크가 실질적인 개발 업무를 맡고, M사는 개발 완료 시 제품을 구입해주는 구도로 지경부는 기술 개발 성공 시 화합물반도체 시장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연간 2300만달러에 이르는 대일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오귀환 네오세미테크 부사장은 "내년쯤 개발이 완료되면 일본과 미국 태양광업체에 수출할 예정"이라며 "국외 판로를 확보하기가 어려운데 일본 업체와 협력해 마케팅 걱정 없이 소재 개발에 전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국내 부품업체 기술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큰 관건이다.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이 있어도 국내 업체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 신뢰성이 떨어진다면 일본시장을 뚫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신성델타테크는 지난달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1차 벤더(부품공급업체) 계약을 맺었다. 수차례에 걸쳐 도요타 측에 기술력을 입증하고 지난 9월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豊田) 본사에서 열린 `한국 자동차부품 전시상담회`에도 참석해 기술력을 보여준 결과였다.
한국 부품소재 기술력이 성가를 높이고 있지만 남은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부품 전 단계이자 연구개발 기간이 긴 소재는 일본에 좀 더 취약하다.
강성천 지식경제부 부품소재총괄과장은 "국내 업체 부품 생산 기술력은 일본산을 대체할 정도로 높아졌다"며 "하지만 오래된 연구를 통해 원천기술을 요하는 소재 분야는 아직도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산업기술진흥원이 조사한 결과 부품과 소재산업 경쟁력을 2001년에 각각 100으로 볼 때 2007년에 와서 양자 경쟁력은 127과 110이 됐다. 소재 발전 속도가 부품보다 더디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 10월까지 대일 무역수지 적자 중 44%가 소재 쪽에서 발생했다.
이규남 KOTRA 주력산업처장은 "한국 부품소재 기술력은 열세지만 장기적인 연구개발(R&D) 여건이 개선된다면 한국도 부품소재 분야에서 완성품에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 안정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