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 리더쉽

골드 시니어들의 ‘중소기업 부활기’

구봉88 2010. 6. 5. 10:19

골드 시니어들의 ‘중소기업 부활기’

“안 되면 되게 하라…경험이 무기다”

2010년 05월 18일 13시 45분


꼼꼼한 문제 파악·철저한 관리 등 경영 노하우 전수 받아 생산성도 매출도 ‘쑥쑥’


전경련 중소기업자문봉사단의 활약은 눈부시다. 위기의 중소기업에 산소호흡기 역할을 자처했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함께 웃고 울었다.

후배 CEO를 위해 자신의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는 골드 시니어들. 중소기업의 성장이 곧 한국 경제 성장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의 노력은 의미 있는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다음은 중소기업자문봉사단 자문위원이 컨설팅을 해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중소기업의 사례다. <편집자 주>


사업 구조의 변화로 생기 되찾은 ‘고려공예’
고려공예는 전통 목기 공방업체로 113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업체다. 대전광역시에 터를 잡고 3대째 가업을 계승하며 제기를 만들고 장인정신을 이어왔다.

‘품질이 좋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원목 선별부터 전통 방식을 고수한 덕에 2002년 최초로 국가 인정 전통목기(제기·발우) 기능 전승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명성을 쌓았고, 예술성과 품질을 높이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 전통 목기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선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위기는 뜻밖에 찾아왔다. 품질 향상에만 노력을 쏟은 결과 경영 전반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마케팅 능력은 물론 판로 개척도 녹록치 않았다. 기술과 생산 노하우는 있지만 영업망과 영업 능력의 부재였던 것. 영업 능력의 부재는 곧 자금 악화로 이어졌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김용오 고려공예 공동대표는 고민 끝에 지난 2007년 전경련 중소기업자문봉사단을 찾았다. 마케팅과 판로 개척, 경영 전략에 대한 자문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는 “매출 하락과 좋지 않은 일들이 겹치며 회사를 접을까 하는 고민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전통을 계승한다는 사명감으로 가업 계승까지 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고려공예의 자문은 권동열 위원장이 맡았다. 2007년 1월부터 2009년 4월까지 김 공동대표와 머리를 맞대며 밤낮을 보냈다. 권 위원장은 우선 고려공예의 문제를 내부에서 찾았다. 부족한 판매처는 거래처 중심의 운영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직접 판매망 구축과 위탁 판매를 병행할 것을 권했다. 또 가내수공업에서 벗어나 기업형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 방안을 함께 찾았다.

그 결과 고려공예는 자문을 받은 지 2년 만에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2009년 하반기에는 국내 목공예 회사로는 드물게 미국과 일본에 수출 활로를 열었다. 무엇보다 판매처의 수가 증가해 매출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새로운 일도 중요하지만 옛것을 보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며 “자문을 통해 경영 정상화가 이뤄진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문을 한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전수해주는 것보다 오히려 배운 것이 많다”며 모든 공을 김 공동대표에게 돌렸다. 자신의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믿고 따라와 준 후배 CEO에 대한 답례인 셈이다.

현재 고려공예는 권 위원장의 자문을 바탕으로 수립한 경영 전략을 활용,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신규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커피믹스, 원두커피 제조 전문업체 ‘낭띠’는 2008년 매출액이 50억 원에 달할 정도로 건실한 중소기업이다. 2000년 설립 이후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

기업 규모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대형 마트에 PB(Private Brand) 제품을 공급하는 등 안정적인 판로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해태유통에서 11년 간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는 김옥기 대표의 경영 능력도 한몫 거들었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김 대표의 고민은 깊어졌다. 제품의 안정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특히 효과적인 인적 관리가 필요했다. 직원 관리는 작업 능률과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장기적인 자금 운용 계획 부족, 운영 자금 조달 계획도 문제였다. 김 대표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전경련 중소기업자문봉사단의 문을 두드렸다.

자문은 서용덕, 정순태 위원이 맡았다. 재무 분야와 생산 관리의 경영 노하우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특히 정 자문위원의 꼼꼼한 재무 자문은 장기적인 자금 운용 계획 수립에 큰 도움을 줬다. 우선 그는 설비 자동화 과정에서 낭비되는 비용을 줄였다.

무조건 장비를 수입하기보다는 국산 제품을 개조할 것을 권했고, 그 결과 80% 이상 비용 절감 효과를 이끌어냈다.

또 장·단기 자금 증자 계획 수립을 통해 부채 비율 감소,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을 꾀해 2007년 말 530%였던 부채 비율을 2008년 말 340%까지 낮췄다.

정 자문위원은 “처음 기업 현장을 방문했을 때 25가지의 개선 사항을 발견했다”며 “CEO를 비롯한 간부들이 개선해 나가려는 의지가 적극적이어서 성공적인 결과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제 아무리 자문을 한다고 해도 후배 CEO의 수용 의지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김옥기 낭띠 대표는 “그동안 많은 컨설팅을 받아봤지만 전경련 경영자문봉사단처럼 현장에서 적용이 되고 도움이 되는 컨설팅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낭띠는 현재 동서식품 등 대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진 커피믹스 시장에서 저가 상품 출시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 동남아, 중국 시장 등 개척에 나설 예정이다.



참여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이 한창 쏟아져 나오던 2006년 3월. 산업용 기어 감속기 등 제품을 생산하는 경인정밀기계 김선경 대표는 전경련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을 찾았다.

단기적 성장에 급급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선 장기적 관점의 경영 전략이 필요했고, 김 대표의 경험만 갖고는 뚜렷한 목표 설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밀 기술 개발 업체로서 단순히 경영 자문을 받기 위한 컨설팅업체도 마땅히 없었다.

그렇게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무렵 신용하 자문위원을 만났다. 자문위원으로 그와 첫 대면한 뒤 매일 같이 대화를 나눴다.

신 자문위원은 기술 개발 분야의 전문가다. 또 중소기업 CEO를 지내기도 했다. 누구보다 중소기업 CEO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 성공적인 자문이 가능했다.

우선 그는 김 대표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하루를 꼬박 넘긴 적도 있다. 그렇게 대화에 귀 기울이기를 수 차례.

신 자문위원은 문제로 기술 개발에 따른 공장의 규모, 중·장기 전략, 기술 이전 문제 등의 문제를 발견, 해결할 것을 권했다.

김 대표도 착실히 충고에 따랐다. 그 결과 경인정밀기계는 현재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경인정밀기계의 매출 증가 수치를 보면 자문 효과를 쉽게 알 수 있다.

2009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6%가 증가했고, 매출도 9.2% 상승했다. 매출액도 142억 원으로 60억 원 가까이 늘었다. 신 자문위원은 “중소기업 CEO로서 고민은 똑같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전략을 마련,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은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전달했지만 후배 CEO가 이를 확대 발전시켜나갔다는 것이다.

특히 “자문 의뢰 이후 성공적인 자문을 주고받기 위해선 친구가 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엄청난 성장을 이끌어낸 특별한 비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실제 신 자문위원은 자문을 하는 후배 CEO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나이가 많으면 선배, 어리면 후배, 비슷하면 친구를 하자고 권한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해야만 진짜 고민이 나오고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중소기업 CEO를 해봐서 굳이 말을 듣지 않고도 고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경영 상 문제도 있겠지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것이지요.

중소기업 CEO의 자리는 외롭고 힘든 자리입니다. CEO가 즐거워야 회사가 잘 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전 그저 충분히 고민을 들어주기만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경인정밀기계는 현재 2006년 이후 꾸준한 성장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워 강소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고, 오는 7월 반월공장으로 증축 이전을 통해 경쟁력 확보 등에 나설 계획이다.




토마토정보시스템은 학사 관리 프로그램의 선두기업 중 하나다. 국내외 대학의 학사 관리를 도맡아 처리하며 매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 설립 이후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뤘다고 하니 기술력만큼은 인정할 만한 업체란 평가다.

그러나 이상돈 토마토시스템 대표는 지난해 7월 전경련 중소기업자문경영봉사단의 문을 두드렸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던 것과 달리 2007년 이후 내부 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인사 평가 등 내부 직원 관리의 효율성을 문제로 파악, 개선에 나섰지만 특별한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 대표는 당시 “익명 게시판을 마련하고 직원 간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없었다”며 “회사 성장으로 인해 인사 평가 등에서 오는 직원의 불만 등이 심각한 문제였고 자문을 신청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순태 자문위원이 투입됐다. 직원을 위한 익명 게시판을 운영하는 등의 움직임을 높이 평가해 스스로 자문을 하겠다고 자처한 것.

과거 롯데햄에서 공장장을 지내고, CFO로서 회계 관리 등 경험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 자문위원은 “과거 롯데햄 재직 시절 컴퓨터 전산 업무에서부터 직원 관리까지 모든 부분을 섭렵한 만큼 충분한 자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마토시스템의 상황은 생각보다 처참했다. 인사 평가 제도를 마련하는 등 조직 관리를 위한 매뉴얼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

또 사원의 불만이 CEO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50여 명의 직원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문제점을 꼼꼼히 파악했고, 직원의 불만과 CEO가 생각하는 문제의 차이를 좁혀나가기 위해서였다.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조직 구성 및 운영이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직원들과 대화 속에서 발견했습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선 공정한 조직 관리의 기준 마련이 시급했지요.”

정 자문위원은 직원의 불만 해결을 위해 이 대표에게 공정한 인사 평가 기준을 만들 것과 간부회의를 만들어 운영할 것을 권했다.

간부회의를 통해 상하 간의 관계 회복을 꾀하고 소통의 창구를 넓혀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가 제시한 비전과 목표가 하부에 전달되도록 해 직원의 사기 진작을 꾀했다.

그 결과 토마토시스템의 업무 효율성은 높아졌다. 공정한 인사 평가 제도를 통한 조직 관리는 직원의 애사심을 높였고, 업무 능률을 끌어 올렸다.

이 대표는 “그동안 컨설팅 업체를 통해 문제 해결 방식을 찾고는 했는데 경영자문봉사단처럼 효과적인 방식을 제시한 곳이 없었다”며 “조직 안정을 통해 최근 해외에 프로그램을 수출하는 등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