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사업

영국의 마트 시장

구봉88 2010. 6. 27. 17:40

한국에 삼성과 합자로 들어온 홈플러스의 원조가 바로 영국의 TESCO. 영국 내에서 Sainsbury's와 함께 마트계를 대표하는 회사로서 땅값이 싼 도시 외곽에 들어서는 대형 마트 뿐만 아니라 도심에도 TESCO Metro 또는 TESCO Express 같은 소규모 슈퍼를 운영하여, 한국으로 치자면 '편의점 수요'를 흡수한다. (영국에는 한국의 GS25니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 같은 24시간 편의점 체인이 거의 없으며, 런던에서조차 주유소에 딸린 극소수 매장이나 또는 체인과 무관한 몇몇 개인 가게만이 24시간 영업을 한다)

TESCO와 함께 영국 마트계의 양대 산맥. TESCO와 마찬가지로 광범위한 자사브랜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가격대도 TESCO와는 사실상 동일하고, 자사브랜드 제품 중에서도 핵심 생필품에는 'Sainsbury's Basic'이라는 최저가 상품이 있어서 어지간한 영국 내 여타의 체인과 비교하면 가장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대형마트보다 사이즈가 작은 편의점(이라지만 한국의 길거리 편의점이 아니라 GS슈퍼마켓 정도 규모는 나온다) 레벨로서 TESCO Metro에 상응하는 'Sainsbury's Local' 매장을 따로 두고 도심의 유동인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Morrisons는 매장 수에 있어서는 Sainsbury's에 밀리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가격이나 제품 다양성 면에서 Sainsbury's 만큼이나 경쟁력 있는 마트이다. 마찬가지로 광범위한 Morrisons 자사브랜드 제품군을 갖추고 있으며, 다른 마트들과 동일한 생산자에게 공급받으면서 라벨만 바꿔 붙이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격대도 거의 동일하게 맞춰져 있다. 다만 TESCO의 ClubCard나 Sainsbury's의 Nectar Card와 같은 포인트 적립카드가 없다는 점은 다소 에러.

ASDA는 본래는 영국에서 독자적으로 시작한 마트였으나, 90년대 말에 미국 Wal-Mart가 인수하면서 현재는 자회사로서 운영되는 케이스이다. 통계상으로는 Sainsbury's 보다도 규모가 큰 것으로 잡히지만, Wal-Mart 자회사 답게 도시 변두리에 초대형 매장을 운영할 뿐 중소형 매장으로 시내 구석구석 파고드는 전략은 지금껏 취하질 않아왔기 때문에 찾아가지 않으면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마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0년 NETTO의 영국 내 사업망 인수를 기점으로 이러한 초대형 전략에도 상당한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ASDA 매장에를 일단 들어가보면 제품의 다양성이나 가격 면에서 상당히 경쟁력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TESCO, Sainsbury's, Morrisons 처럼 ASDA도 식품/경공업제품 등에서 꽤나 넓은 범위의 자사브랜드를 가지고 가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초대형 마트의 특성상 의류와 일반잡화, 가전제품까지 취급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쇼핑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Marks & Spencer, 또는 M&S는 의류 패션 쪽에 뿌리를 둔 영국 최대의 의류 체인이면서도, 오히려 길거리에서는 'Simply Food'라는 간판 아래 먹거리 매장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오는 어찌보면 독특한 프랜차이즈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TESCO나 Sainsbury's 등이 직접적인 경쟁상대는 아닌 바, M&S는 일종의 고급화 전략을 취하는, 다시 말해 '비싸게 노는'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이다.

Waitrose는 M&S 보다는 일반적인 대형마트에 가깝지만, 일단은 매장 수가 많지 않고 TESCO/Sainsbury's 레벨보다는 좀더 비싸고 고급스러워서 체감 가격 수준도 10~20% 정도 비싸게 느껴지는 곳이다. 당연히 '유기농' 타이틀 하에 비유기농 제품보다 몇 배씩 비싸게 붙여놓은 물건들도 많다. Sainsbury's Basic처럼 'essential Waitrose'라는 라벨 하에 저가형 식품과 생필품을 공급하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품질 면에서 싼 티가 많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진열대를 둘러 보면 TESCO/Sainsbury's에서 구경하기 힘든 신기한(?) 것들도 많이 눈에 띄곤 한다.

Iceland는 한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의 수퍼마켓/마트라 할 수 있는 것이, 냉동식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물론 잼, 스프레드, 소스류, 빵 종류 등 냉장/냉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식품들도 한켠에 진열해 놓고 있긴 하지만, 주종목은 역시나 갖가지 냉장/냉동 식품이다. 한국에서 대형마트 냉동식품 코너하고 좀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Iceland에 오면 아마 세로운 세상이 펼쳐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Iceland라는 상호 그 자체. 냉동식품의 천국을 연상시키기에 앞서 이는 엄연히 아이슬란드의 국호인 것인데, 현재는 Iceland 체인이 진짜 아이슬란드의 Baugur 그룹 소유이긴 하지만 이는 지극히 최근의 일로서 70년대 창사 당시에는 (지금은 없어진) Woolworths라는 마트의 영국인 직원들이 부업 삼아 가게를 열었던 것. 창업 스토리로 미루어 보건대 당시 아이슬란드 대사관에 어떠한 문의나 교섭을 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어찌 됐건 아이슬란드 기업이 대주주인 현재로서는 진짜 아이슬란드와 연계된 마케팅도 펼치고 있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건 갖가지 냉동식품을, 그것도 꽤나 괜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 요리 못/안 하는 싱글족들에겐 주요 식량 보급처로서 안성마춤인 셈이다.

Co-op, 즉 Co-operative는 문자 그대로 협동, 그러니까 협동조합, 그 중에서도 '소비자 협동조합'을 가리킨다.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 본토에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슈퍼마켓 중의 하나가 바로 Co-op인데, 금융업, 약국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이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부문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식품사업부, 즉 Co-op Food 체인일 것이다.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과 달리 지배주주를 비롯한 지분/경영권 관계가 독특하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먹거리를 사러 가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The Co-operative Food 또한 또 하나의 수퍼마켓일 뿐이다. 물론 '소비자'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물건값이 유별나게 싸다거나 하는 것은 없다. 체감 가격대는 TESCO/Sainsbury's와 비슷하거나 약간 비싼 수준. 'coop'를 형상화한 자체 브랜드를 박아서 나오는 제품도 간혹 보이긴 하지만 시중 브랜드가 아무래도 대다수를 점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식료품점이다 보니 다양한 공업제품을 구하려면 어차피 다른 대형 마트로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Somerfield는 나름대로 곳곳에 매장을 갖춘 체인점이었으나 08년 이후 경제위기 여파에 떠밀려 Co-op에 인수합병 되어 앞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수퍼마켓이다. 가격 수준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TESCO/Sainsbury's 수준보다 비싸지만, 그렇다고 상품 라인업이 Waitrose 만큼 고급화 되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면서 왠지 가격만 애매하게 10%~15% 남짓 비싸기 때문에 특별 할인상품을 제외하면 그다지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위 사진은 Finsbury Park 입구에 있는 LiDL 매장. LiDL은 독일계 수퍼마켓으로서 당연히 독일 본토에 가면 널리고 널린게 LiDL이지만, 영국 내에선 아무래도 마이너 플레이어일 수 밖에 없다. 다른 LiDL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진에 찍힌 매장에 들어서면 왠지 산만하고 번잡스럽다. 가지가지 형형색색 다양함의 번잡스러움이라기 보다는, 잘 설계된 진열대가 아닌 '박스떼기' 위주의 진열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고 코스트코(COSTCO)에서 볼 수 있는, '대놓고 창고형'의 마트는 더더욱 아니다. 가격대도 다소 어정쩡해서 Waitrose의 고급스러운 고가정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TESCO나 Sainsbury's에 비교해서 가격 메리트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주변에 다른 할인마트가 있더라면 솔직히 쇼핑가야 될 필요성이 안 느껴지는 곳.

ALDI 또한 독일계 수퍼마켓으로서, 매장의 구조나 분위기는 신기할 정도로 LiDL과 비슷하다. 상온보관 가공식품류는 박스째로 진열해놓고, 매장 한켠에는 야채류도 취급하며 냉장 식품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가장 기본적인 가공육류 정도는 살 수 있고, 냉동식품은 예상보다 다종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으며, 세제나 비누, 위생용품 등 화학제품은 빠지는 일이 없고, 몇 가지 가재도구나 피복류도 눈에 띄지만 그렇다고 딱히 사고싶은 종류는 없는, 뭐 그런 수퍼마켓 말이다. 'ALDI' 마크를 부착한 자사상표 라인업은 없기 때문에 저렴한 제품들은 대개가 시장 마이너 브랜드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까닭에 ALDI 역시 생필품만 산다고 쳐도 TESCO/Sainsbury's에서 쇼핑하는 것보다 반드시 싸다는 보장이 없다.

또다른 마이너 체인인 NETTO는 특이하게도 덴마크 계열의 수퍼마켓으로서 소유구조를 거슬러 올라가면 세계 최대의 해운회사로 유명한 머스크(Maersk) 그룹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프랜차이즈이다. 그러나 2010년 5월말 ASDA가 초대형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소규모 점포망 확충을 위해 NETTO의 영국 국내 법인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NETTO는 영국 내에서는 서류 상으로 덴마크가 아닌 '미국' 수퍼마켓이 되게 되었다. '쾌적한 쇼핑'으로 따지면 LIDL보다는 그나마 깔끔하지만 Sainsbury's 정도는 못 되고 중간 정도, 저렴함에 있어서도 자체 위탁생산 제품은 극소수고 일반 소비재는 중하위권 브랜드로 가격대를 끌어내려 맞췄기 때문에 딱히 제품군별 1, 2위 브랜드를 싸게 살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니다.

아주 어릴 적에 한국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90년대 이후로 주변에서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는 SPAR 슈퍼마켓은 본래 네덜란드의 마트 체인으로 유럽의 상당수 국가와 중국, 일본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만, 막상 영국에는 가뭄에 콩 나듯이 드문드문 존재하는 정도이다. 다른 도시나 지방까지는 모르더라도 런던 시내에서 눈에 띄는 SPAR는 사실 마트라고 하기에는 왠지 좀 왜소하며, 서울에서 흔히 보는 중대형 편의점 정도에 가깝지 않나 싶은 느낌도 있다. 가격대도 대형 할인마트들에 비해 딱히 매력적이라고 하기에는 뭣한 수준이고 도시 한복판 편의점에 맞는 수준. 그래도 일부 식료품에 한해서는 OEM이나마 자체 브랜드 라인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